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521 - Chapitre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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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1화

주용화는 당연히 유민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주용화는 창가로 걸어가 끝없이 펼쳐진 밤바다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나 같은 사람은 지율 씨에게 미래를 줄 수 없잖아. 그런데 굳이 지율 씨 마음까지 망쳐 놓을 필요가 있겠어?”유민재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이제야 유민재도 뭔가 알 것 같았다.주용화가 좀처럼 고백하지 않았던 이유가 혹시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였다.가슴속에 설명하기 힘든 슬픔이 번진 유민재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주씨 가문 사람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짊어지고 가는 운명이 있었다.그리고 지금까지 그 굴레를 제대로 벗어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그제야 유민재는 깨달았다.주용화가 하지율의 곁에 보디가드로 남아 있었던 것도, 임채아와 얽힌 일들을 한 번도 먼저 털어놓지 않았던 것도, 단지 하지율이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까 봐서가 아니었다.주용화에게는 애초에 그렇게 감정싸움을 할 시간 자체가 많지 않았다.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 아직 움직일 수 있을 때 하지율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하나라도 더 치워 두려 했다.주용화에게 더 중요한 건, 자기가 용서받는 일이 아니었다.자기가 사라진 뒤에도 하지율이 앞으로 훨씬 편하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두는 일이었다.그러니 죽기 전에 하지율에게 용서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주용화에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유민재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결국 자신만 그런 사소한 감정에 매달리고 있었던 셈이었다.유민재는 주용화가 변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아니었다.주용화는 처음부터 늘 끝까지 똑같았다.늘 자기 자신보다 다른 것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그래서 지금 날 찾은 이유가 정확히 뭐야?”유민재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그림이랑 대표님께서 따로 지시하신 물건들은 전부 M국으로 옮겨졌습니다. 하지율 씨의 개인 금고에도 이미 다 넣어 두었고요. 적당한 시기만 되면 그대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유민재는 잠시 뜸을 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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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2화

단아 그룹 대표실.단보현의 사무실 내선 전화와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려 댔다.마치 사람 목을 조이는 재촉처럼 이어지는 벨소리 때문에 듣는 사람까지 신경이 거슬릴 정도였다.하지만 단보현은 그 전화를 받을 마음이 전혀 없었다.단보현은 비서가 가져온 계약 해지 서류를 내려다보며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무슨 일이지? 이번에도 또 거래처가 계약을 끊었다고?”그러자 비서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네. 이번에 저희와 계약을 해지한 곳은 단아 그룹의 핵심 협력사입니다. 양측은 이미 5년째 함께 일해 오고 있었습니다.”단보현이 아무리 둔해도 이 일 뒤에 뭔가 이상한 흐름이 있다는 건 느낄 수밖에 없었다.“당장 조사해. 누가 뒤에서 장난질하고 있는지.”보좌진은 재빨리 대답하고 곧장 물러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성훈이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왔다.단성훈의 얼굴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삼촌, 우리 단아 그룹 주가가 갑자기 크게 출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몇 퍼센트나 떨어졌어요.”단아 그룹 같은 최상위 재벌은 주가가 몇 퍼센트만 떨어져도 시가총액이 수조의 단위로 날아갈 수 있었다.단성훈이 말을 이었다.“원래 단아 그룹 주가는 꽤 안정적인 편이잖아요? 이렇게까지 큰 폭으로 흔들리는 일은 드뭅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이런 움직임이 나오면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습니다. 상황을 빨리 바로잡지 못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투자를 회수할 가능성도 큽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그룹의 주가가 그대로 끝도 없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그게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단보현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단보현이 낮게 물었다.“원인은 파악했어?”단성훈이 바로 대답했다.“비서 쪽에 확인시켜 봤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가는 일주일 내내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틀 전부터 누군가가 우리 그룹의 주식을 대규모로 팔기 시작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우리 주식을 매집한 뒤 시장을 흔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단보현은 단성훈이 들고 온 자료를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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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3화

“이번에는 주씨 가문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어. 위약금도 자기들이 대신 물어 주겠다고 했고 거기에 한 광맥의 5년 채굴권까지 내걸었어.”광맥의 5년 채굴권이라는데 그런 조건 앞에서 흔들리지 않을 가문이 몇이나 되겠는가.결국 주씨 가문과 엮이기 싫다던 것도 마음을 움직일 만큼의 이익이 없었기 때문일 뿐이었다.이익만 충분하면 불바다라고 해도 다 뛰어든다.심지어 서로 뒤통수를 치는 일조차 이 바닥의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해낸다.물론 주씨 가문 사람들도 바보는 아니었다.다른 가문들과 손잡겠다고 무작정 미친 듯이 양보하는 쪽은 아니었다.하지만 이번은 달랐다.주씨 가문은 단순히 조건을 좋게 건 수준이 아니었다.무려 5년 채굴권까지 내주며 단아 그룹과 오래 협력해 온 가문들이 계약을 깨고 돌아설 명분과 보상을 만들어 준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성씨 가문처럼 단아 그룹과 수년간 함께해 온 가문이 고작 눈앞의 작은 이익 하나 때문에 오랜 파트너를 버릴 리가 없었다.그건 사실상 단아 그룹을 배신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그런데도 주씨 가문이 내민 조건은 너무도 강력했다.성씨 가문은 내부 회의를 한 번 열었고 결과는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그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었다.주씨 가문이 내건 조건이 얼마나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었는지 말이다.단보현은 성휘재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한참 뒤에야 단보현이 입을 열었다.“휘재야, 얘기해 줘서 고마워.”전화를 끊자 단성훈이 곧바로 물었다.“삼촌, 대체 뭐라고 말했나요?”단보현은 방금 들은 내용을 단성훈에게 그대로 설명해 주었다.이야기를 다 들은 단성훈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주씨 가문도 진짜 피를 보려고 드네요. 우리 주문을 뺏겠다고 저 정도까지 퍼붓는다고요?”단보현은 무표정하게 말했다.“우리 입장에서는 큰돈처럼 보여도 주씨 가문 쪽에서는 그냥 평범한 거래 하나 정도일 수도 있어.”숨이 턱 막힌 단성훈은 한참 뒤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주용화는 진짜 독하긴 하네요. 지난번에 자기 정체가 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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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4화

단아 그룹 정도 되는 최상위 재벌이 고작 수조 원의 손실 봤다고 바로 무너질 수준은 아니었다.하지만 주씨 가문은 달랐다.저쪽은 정말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는 가문이었다.그런 생각이 닿자 단성훈은 이를 악물었다.“반년 전부터 판을 짰다고요? 그럼 주용화는 애초에 단씨 가문을 그냥 둘 생각이 없었던 거네요.”단성훈의 눈빛에 분노가 번졌다.“정말 어르신께서는 쓸데없는 놈을 살려 주셨어요. 은혜도 모르고 오히려 뒤통수를 치는 놈을 구해 줬다니. 그때 어르신께서 주용화를 안 살려 줬으면 우리 단씨 가문도 이렇게까지 손해 볼 일도 없었잖아요.”생각하면 할수록 분이 치밀었던 단성훈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안 되겠어요. 이 일은 당장 할아버지께 말씀드려야겠어요.”단성훈이 막 나가려는 순간, 단보현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단보현은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눈빛이 깊어졌다.“잠깐만.”그러자 단성훈이 발걸음을 멈췄다.단보현은 전화를 받자마자 곧바로 스피커폰으로 돌렸다.“용화 씨.”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느긋하고도 무심한 주용화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영광이군요. 단보현 씨께서 제 번호를 아직 기억하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단보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감정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용화 씨가 갑자기 전화를 건 걸 보면 설마 저하고 조건이라도 이야기해 보려는 겁니까?”그러자 주용화가 말했다.“지율 씨가 단 어르신과 사이가 나쁘지 않다는 건 단보현 씨도 잘 아실 겁니다. 게다가 어르신께서는 예전에 저를 구해 주신 적도 있고요.”주용화의 목소리는 여전히 가볍고 태연했다.“지율 씨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단씨 가문과 정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틀어지는 건 바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르신의 얼굴을 봐서라도 먼저 전화를 드리는 겁니다.”주용화는 한 박자 쉬고, 아주 담담하게 본론을 꺼냈다.“보현 씨가 자리에서 물러나 주시기만 하면 보현 씨와 지율 씨 사이의 악연은 여기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이건 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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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5화

“어차피 지옥으로 간다고 해도 저는 한 번도 무서워해 본 적 없으니까요.”옆에 서 있던 단성훈은 말 그대로 큰 충격을 받았다.주용화의 말투는 너무 차분하고 또렷했다. 그래서 더 소름이 끼쳤다.주용화는 은인의 중요성을 부정하지 않았다.하지만 그 은인이 아무리 중요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너무도 분명하게 말했다.그 순간 단성훈은 요즘 아내와 이혼 문제로 시끄러운 자기 친구가 떠올랐다.그 친구는 원래 아내와 서로 좋아해서 결혼한 사이였다.잘만 지내면 누구보다 평온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생명의 은인 하나 때문에 두 사람 사이는 완전히 엉망이 되어 버렸다.자기 목숨을 구해 준 사람에게 너그럽고 참고 배려하는 건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문제는 아내와 은인이 충돌했을 때였다.그 친구는 늘 아내에게 양보하라고 했다.상대가 자기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처음에는 아내도 참았다.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은인은 점점 더 선을 넘었고 나중에는 대놓고 아내를 건드리기까지 했다.그런데도 그 친구는 상대가 자기 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끝내 제대로 뭐라고 하지 못했다.결국 두 사람은 이혼 얘기까지 나오게 됐다.얼마 전 단성훈은 바로 그 친구한테서 하소연을 들었다.말끝마다 아내가 철이 없느니, 자길 이해하지 못한다느니, 불만이 가득했다.그때까지만 해도 단성훈은 그런 불평이 아주 틀린 말 같지는 않다고 여겼다.그런데 지금 주용화가 한 말이 마치 머리 위로 찬물을 끼얹듯 단성훈을 깨워 버렸다.이제야 알 것 같았다.그 친구가 자기 아내를 좋아하는 건 맞았지만 더 사랑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었다.친구는 계속 아내더러 은인에게 양보하라고 했다.그러면서 입버릇처럼 이런 말을 달고 살았다.“그분은 내 목숨을 구해 줬어. 그런데 내가 배은망덕한 사람이 되라는 거야? 내가 정말 그렇게 인정 없고 냉혈한 인간이면 나중에 너한테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뜻이야. 너는 내가 그런 사람이길 원해?”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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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6화

연정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보현 오빠, 설마 임채아를 데려와서 주용화의 정체를 폭로하게 하려는 건가요? 하지만 임채아가 모든 걸 다 털어놓는다 해도 하지율이 주용화를 믿는 정도를 보면... 아마 쉽게 임채아를 믿지 않을 것 같은데요?”그러자 단보현이 말했다.“주용화의 정체 자체는 하지율에게 그렇게 치명적인 문제가 되지 않아. 하지만 주용화가 임채아를 도와준 적이 있다는 사실은 이야기가 전혀 다르지.”단보현의 입가에 뜻을 모를 웃음이 번졌다.“하지율이 주용화를 믿으면 믿을수록 그런 진실을 알았을 때 더 견디기 힘들 거야.”단보현은 두 사람을 천천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잘 생각해 봐. 하지율이 결혼에 실패하고 아이까지 잃게 된 계기가 누구 때문이었는지. 주용화의 도움이 없었다면 임채아가 그렇게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겠어? 그때 하지율은 임채아한테 아주 처참하게 당했잖아.”단보현은 담담하게 가차 없이 말을 이어 갔다.“당시 하지율이 정기석을 우연히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사업을 일으키는 건커녕 이혼조차 못 했을 거야. 계속 그렇게 살았겠지. 아들은 하지율을 싫어하고, 남편은 다른 여자 편만 들고, 시어머니는 끝까지 하지율을 못마땅해하는 그 비참한 생활 속에서 말이야. 그때 하지율은 그런 생활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힘 자체가 없었어. 자기 억울함을 증명할 영상 하나 제대로 세상에 못 내보낼 정도였으니까. 손형원이 하지율의 손을 망가뜨린 건 분명 큰 타격이었지. 하지만 손형원이 없었다 해도 하지율은 언젠가 결국 연씨 가문으로 돌아왔을 거야.”단보현은 한 박자 쉬더니 말을 이었다.“오히려 하지율을 더 깊이 무너뜨린 건, 그 이전에 겪은 시간이야. 사람들이 얼마나 차갑게 하지율을 돌아섰고, 권력도 돈도 없으면 얼마나 쉽게 짓밟히는지, 그 시기에 뼈저리게 배웠을 거라고.”단보현은 연정미를 바라보며 물었다.“정미야, 만약 너였다면 그렇게 큰 고통을 준 사람을 쉽게 용서할 수 있겠어? 그런데 자신을 그렇게 만든 공범이 그냥 아무 관계 없는 낯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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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7화

단보현은 차갑게 말했다.“함우민은 음흉한 수는 많은데 배짱이 부족해. 큰일을 벌일 사람은 아니지만 방심하면 오히려 크게 한 방 먹기 쉬운 부류지. 나도 예전에 그 소인배한테 크게 당할 뻔했으니까.”단성훈이 단보현을 바라봤다.“삼촌은 지금 함우민이 뭘 하고 있는지 알고 계세요?”단보현이 답했다.“함우민 같은 음험한 인간은 늘 사람을 붙여 지켜보고 있었어. 괜히 뒤에서 또 수작을 벌일까봐...”단보현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지난번 일이 들통난 뒤로 함우민은 Z국으로 돌아갔고 S시에도 못 붙어 있어. 지금은 줄곧 J시에 틀어박혀 있지. 그렇다고 아주 가만히 있는 건 아니야. 뒤에서 여전히 뭔가 꾸미고 있어.”단보현은 짧게 웃었다.“그렇게 오래 잠적했으니 준비도 이제 얼추 끝났겠지. 다만 전부 함우민이 혼자 꾸며 낸 판이라 하지율을 속이긴 쉽지 않을 거야.”단성훈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삼촌, 함우민은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겁니까?”단보현이 말했다.“함우민은 큰 인물이 될 그릇은 아니야. 그래도 뒤에서 사람 엿 먹이는 수는 제법 있어.”단보현은 눈빛을 가라앉혔다.“나도 예전에 함우민의 수단에 한 번 걸렸고 주용화도 하마터면 당할 뻔했어. 그 말은 즉, 그 인간도 나름대로 능력이 있다는 뜻이지. 평소에는 워낙 조심스럽게 움직여서 꼬리를 잘 안 남겨. 지난번에는 너무 조급하게 굴다가 덜미를 잡힌 거야.”단보현은 냉정하게 덧붙였다.“만약 그게 나였다면 그때 바로 한 발 쏴서 주용화를 끝냈을 거야. 절대 살아 돌아갈 기회를 안 줬겠지.”연정미가 물었다.“함우민을 써서 주용화를 흔든다... 그게 정말 통할까요? 참, 그보다 함우민이 꾸미는 계획이 정확히 뭔데요?”그러자 단보현이 대답했다.“어디서 그런 정보를 주워들었는지 아니면 우연히 맞아떨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함우민은 주용화가 임채아의 공범이었다는 증거를 모으고 있어.”연정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함우민은 하지율이랑 알고 지낸 시간이 길잖아요. 함우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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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8화

민설아는 정기석의 임시 여자 친구라는 신분이었기에 정기석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는데 오지 않을 수는 없었다.아마 민성휘 때문이었을까.민설아는 하지율에게 딱히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오히려 하지율을 보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까지 했다.하지율 역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다.30분쯤 뒤, 추도식이 시작됐다.모든 사람이 조용해졌다.추도식이 끝난 뒤, 조문객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하지율은 주용화에게 말했다.“화야 씨,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주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네.”...화장실 안.하지율은 손을 씻다가 문득 정면 거울 속으로 누군가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 걸 봤다.하지율은 잠시 멈칫했다.“민설아 씨.”그러자 민설아가 입을 열었다.“지율 씨, 단둘이 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하지율은 자신과 민설아 사이에 따로 할 이야기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민설아가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궁금했다.하지율은 손을 닦으며 말했다.“하실 말 있으면 여기서 하세요.”민설아가 웃었다.“지율 씨는 저를 되게 경계하시네요. 제가 해라도 끼칠까 봐 그러세요.”민설아는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지율 씨한테 아무 짓도 안 해요. 제가 진짜 뭘 하려 들면 하지율 씨 옆에 붙어 있는 보디가드가 저부터 찢어 버리겠죠.”그 말을 듣자 하지율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하지만 민설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으시다면 여기서 하죠.”그러고는 남자 화장실 쪽을 향해 한마디했다.“우민 씨, 이제 나오셔도 돼요.”‘우민 씨?’하지율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러자 정말 길고 늘씬한 체격의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얼굴이었다.다름 아닌 함우민이었다.하지율은 민설아를 한 번 보고 다시 함우민을 바라봤다.“역시 정기석 씨의 일은 우민 씨가 꾸민 거였군요.”하지율은 연씨 가문을 의심한 적도 있었고 자기 경쟁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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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9화

“게다가 저는 한 번도 지율 씨를 직접 해친 적이 없어요. 우리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잖아요. 지율 씨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않아요?”하지율은 함우민을 똑바로 바라봤다.“바로 그래서 더 문제인 거예요. 저는 계속 우민 씨를 믿었고 우민 씨가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함우민 씨가 틈을 타서 화야 씨를 불에 태워 죽일 뻔한 거잖아요.”그 말에 함우민은 더는 참지 못하고 감정이 무너진 채 소리쳤다.“화야 씨, 화야 씨, 또 화야 씨! 지율 씨의 눈에는 정말 주용화밖에 안 보여요?”함우민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럼 저는요? 지율 씨한테 저는 대체 뭐였는데요?”하지율은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함우민 씨의 눈에는 사람 목숨이 그렇게 하찮아 보여요? 그래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할 수 있었던 거예요?”함우민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간신히 감정을 눌렀다.“지율 씨는 제가 생명을 가볍게 여긴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럼 주용화는요? 지율 씨는 정말 주용화가 무슨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요?”함우민의 목소리에는 점점 격한 감정이 실렸다.“주용화는 사람 목숨을 벌레처럼 여겨요. 그 손에 묻은 피가 얼마나 많은지 지율 씨는 알아요?”함우민은 이를 악물었다.“저는 주용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하지율은 함우민이 노엘슨의 일을 말하는 줄 알았다.하지율은 담담하게 답했다.“노엘슨은 원래 죽어 마땅할 사람이었어요. 화야 씨가 노엘슨을 죽인 건, 결국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위해서였어요. 잘한 일이죠.”그 말에 함우민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스쳤다.이내 함우민은 씁쓸하게 웃었다.“지율 씨의 눈에는 주용화가 무슨 짓을 해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인 거네요.”하지율은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대신 짧게 물었다.“더 할 말이 있어요? 없으면 저는 먼저 갈게요.”하지율은 차갑게 덧붙였다.“제가 너무 오래 안 돌아가면 화야 씨가 직접 찾으러 올 거예요. 그때 화야 씨가 우민 씨를 보면 어떻게 할지는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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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0화

하지만 하지율은 그 말을 듣고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하지율은 담담하게 말했다.“할 말 다 했어요?”함우민은 멍하니 하지율을 바라봤다.“지율 씨, 지금 제가 한 말은... 하나도 안 믿는 거예요?”하지율의 눈에는 아주 작은 파문조차 일지 않았다.“우민 씨, 이제 그만 가세요. 오늘 있었던 일은 화야 씨한테 말하지 않을게요.”하지율은 천천히 함우민의 손을 뿌리쳤다.“그리고 민설아 씨랑 정기석 씨 일도 사실이 아니라면 더는 민설아 씨가 정기석 씨를 붙잡고 늘어지지 않게 해 주세요. 사랑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그 말을 듣는 순간, 함우민의 얼굴은 순식간에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렸다.아주 분명한 건, 하지율은 끝내 함우민의 말을 믿지 않았다.함우민은 이미 하지율의 신뢰를 저버렸다.그러니 이제 하지율이 다시 함우민 말을 믿어 줄 리 없었다.하지율은 더는 함우민의 반응을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마침 주용화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하지율이 모습을 드러내자 주용화의 얼굴도 조금 누그러졌다.주용화가 물었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그러자 하지율이 대답했다.“민설아 씨를 만나서 몇 마디 이야기 좀 했어요.”주용화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지율 씨가 설아 씨랑 무슨 이야기를 나눌 게 있어요?”그러자 하지율이 말했다.“설아 씨랑 기석 씨의 일이 사실이 아니라면 굳이 설아 씨가 기석 씨를 계속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끝까지 가 봐야 서로 좋게 끝날 일도 아니고 설아 씨한테도 성휘 삼촌한테도 별로 좋은 일은 아니죠.”그 말을 듣고도 주용화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사실 이 일은 L국에 도착한 첫날부터 이미 정기석에게 다 들어 둔 상태였다.주용화가 물었다.“지율 씨, 이제 어디로 더 가고 싶어요?”하지율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우리는 거의 한 달이나 쉬었잖아요. 이제는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나중에 기회 생기면 그때 다시 놀러 와요.”정기석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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