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511 - Chapter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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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1화

“그러죠.”...이틀 뒤, 정기석이 정시온을 데리고 하지율과 주용화를 찾아왔다.정시온은 고윤택과 마찬가지로 주용화를 우상처럼 따랐고 ‘아저씨’를 입에 달고 살았다.하지율은 정시온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고 있는 주용화를 잠시 바라봤다.문득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스쳤다.정시온과 주용화가 혈연으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 쉽게 실감 나지 않았다.‘주씨 가문은 워낙 큰 가문이니, 둘 사이가 그렇게 가까운 건 아닐 거야. 아마 먼 친척 정도겠지. 아니고서야 화야 씨가 기석 씨 누나를 모를 리 없잖아.’“지율 씨, 듣고 계세요?”낮고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하지율이 고개를 돌리자, 정기석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지율 씨, 오늘 계속 딴생각하시는 것 같네요. 무슨 일 있으세요?”하지율은 주용화가 주씨 가문 출신이라는 사실을 굳이 정기석에게 털어놓고 싶지 않았다.정기석의 할머니가 주씨 가문을 얼마나 꺼리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주대현이라는 이름조차 입에 올리지 않으려 할 정도였으니까.더구나 정기석의 누나는 누구보다도 빛나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납치되어 감금된 끝에 스스로 생을 놓고 말았고, 세 살배기 아이만 남겨졌다.정기석이 누나를 얼마나 아꼈는지를 생각하면, 그가 주씨 가문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을 품고 있을 리 없었다.주용화 역시 주씨 가문 사람이긴 했지만, 그 일과 무관한 사람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었다.하지율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돌렸다.“아니에요. 방금 전시 보러 가자고 하시니 갑자기 떠오른 사람이 있습니다.”정기석이 흥미를 보이며 물었다.“그래요? 누가 생각났어요?”하지율이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학부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제 작품을 사 갔던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미술을 정말 좋아하는 게 느껴졌어요. 보는 눈도 남달랐고요. 그런데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결국 미술을 포기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전히 미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분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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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2화

정기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번 전시는 사흘 전에, 그러니까 지율 씨가 L국에 오기로 결정한 바로 그 시점에 갑자기 공지가 떴습니다. 타이밍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져서 비서에게 확인을 부탁했는데, 특이 사항은 없다고 하더군요. 전부 유명 작가들의 원작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율 씨가 그림 좋아하시니까, 모처럼 온 김에 보여드리고 싶어서 데리고 왔습니다.”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작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녀의 시선이 다른 그림 한 점에 멈췄다.“이 작품 진품이... 여기 있었어요? 전쟁 때 소실됐다는 얘기가 있어서, 한 번도 시장에 나온 적이 없다고 들었는데... 이미 누군가가 소장하고 있었던 거네요.”그 후로도 하지율은 전시장을 둘러보며 몇 점의 작품을 더 감상했다.하나같이 원작들이었다. 그중에는 가격조차 매길 수 없는, 그야말로 ‘값을 매길 수 없는’ 작품들도 섞여 있었다.이쯤 되자, 아까 보았던 조 단위 가치의 작품이 구석에 놓여 있었던 이유도 이해가 됐다.하지율이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 전시를 연 분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이런 작품들을 대체 어디서 이렇게 모은 걸까요? 게다가... 이렇게 값비싼 원작을 전부 공개해도 괜찮은 건가요? 도난 위험은 생각 안 한 건지...”정기석은 그림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보는 눈은 있는 편이었다.그는 잠시 그림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이 정도 규모의 작품을 한꺼번에 내놓을 수 있는 곳이라면... 주씨 가문밖에는 없을 겁니다.”하지율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주씨 가문이요?”정기석이 담담하게 이어갔다.“네, 주씨 가문의 재력은 보통 사람들 상상을 훨씬 뛰어넘어요. 연씨 가문 같은 최상위 재벌가도 비교가 안 될 정도죠. 주씨 가문 사람들에게 돈은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 아무 의미도 없는 거죠.”하지율은 무심한 듯 시선을 살짝 옆으로 흘려 주용화를 스치듯 바라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그렇게 부유한 집안이면 오히려 더 많이 언급될 법도 한데요. 의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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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3화

“그런 사람들은 본성에 광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한 번 선을 넘으면 남도 다치고 자신도 망가지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합니다.”정기석의 말을 듣는 동안, 하지율의 마음 한쪽이 미묘하게 불편해졌다.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주용화만은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이 스쳤다.그때, 정기석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정기석은 하지율에게 가볍게 양해를 구한 뒤, 한쪽으로 자리를 옮겨 전화를 받았다.정기석이 자리를 비우자, 주용화와 정시온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기석 씨랑 뭘 그렇게 재밌게 얘기했어요?”“별 얘기 아니에요. 이번 전시가 혹시 주씨 가문 쪽에서 연 게 아닐까 해서요. 기석 씨는 이렇게 대단한 작가들의 원작을 한꺼번에 모을 수 있는 건 주씨 가문뿐일 거라고 하더라고요.”그 말을 들은 주용화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지율을 바라봤다.“주씨 가문 이야기가 궁금하면 나한테 묻지 그랬어요? 기석 씨는 어디까지나 외부인인데, 저보다 아는 것이 더 많을 리는 없잖아요...”하지율은 잠시 말을 고르며 생각했다.사실 주씨 가문에 대해 궁금해진 건, 주용화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알고 싶어서였다.하지만 정작 주용화에게 직접 묻자니 어딘가 조심스러웠다. 괜히 상처를 건드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하지율이 입을 열려던 찰나, 시야 끝에 낯익지만 이곳에 있을 리 없는 인물이 스쳤다.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혹시나 잘못 본 건가 싶어 눈을 크게 떴다.주용화는 내내 하지율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녀의 표정 변화를 놓칠 리 없었다.“지율 씨, 왜 그래요?”하지율이 망설이며 말했다.“저... 손형원을 본 것 같은데요.”손형원과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기에 착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하지율은 몸을 돌려 그쪽을 다시 바라봤다.전시장 안이 유독 한산해 적은 인파 속에서도 손형원의 모습은 유난히 눈에 띄었다.그제야 그가 정말 손형원이라는 확신이 들었다.‘왜 하필 여기서...’그녀의 시선이 머무른 탓인지, 손형원이 천천히 몸을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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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4화

하지율은 손형원의 말에 담긴 미묘한 뉘앙스를 알아챘다.‘이번 전시가... 누군가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거라고?’그렇게 생각하니, 관람객이 적은 이유도 자연스럽게 설명됐다.하지율은 손형원이 그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처음 그를 발견했을 때는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의아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전시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명작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으니까.미술작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터였다.손형원 정도 되는 위치라면 이런 이야기를 미리 알고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하지율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화야 씨, 가시죠. 시온아, 이모 따라와.”정시온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손형원을 한 번 더 바라봤다.하지만 하지율과 주용화의 시선이 차갑게 굳어 있는 걸 보고는 눈앞의 낯선 남자에게서 위험한 기운을 느낀 듯 재빨리 두 사람 뒤로 숨었다.세 사람이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 손형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이 정도 규모의 명작을 한꺼번에 공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세상에 한 명뿐일 겁니다.”하지율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주씨 가문의 가주겠죠.”말을 꺼내기도 전에 정기석이 돌아왔다. 방금 통화를 끝낸 듯, 그의 목소리는 낮고 울림이 있었다.“손형원 씨, 방금 말씀... 무슨 의미입니까?”손형원이 시선을 돌려 정기석을 바라봤다.“정기석 씨 정도 되는 위치면 이 전시가 어느 정도 가치인지 잘 아실 텐데요. 아무리 최상위 가문이라도, 이런 작품을 한 번에 풀어버리는 건 보통 일이 아니죠. 그래서 더 궁금하네요. 도대체 누굴 위해 이렇게까지 한 건지. 어쩌면 꽤 특별한 존재를 위해서겠죠?”정기석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손형원이라는 사람은 성정이 거칠고 다루기 어려운 사람이었지만, 실없는 말을 늘어놓는 타입은 아니었다.그가 굳이 하지율 앞에 나타나 이런 이야기를 꺼낸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결코 우연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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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5화

직원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가라앉았다.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짧은 순간이었다.그는 다시 공손한 미소를 지었다.“물론 가능합니다. 원하시면 작품을 내려서 가까이에서 감상하셔도 괜찮습니다.”하지율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정기석 역시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이 전시가... 이렇게까지 자유로운 거였나? 작품을 내려서 직접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하지율이 잠시 말을 잇지 못하자, 직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혹시 직접 촬영이 번거로우시면 전문 촬영 서비스도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작품만 촬영하셔도 되고, 작품과 함께 기념 촬영하셔도 됩니다.”하지율은 적잖이 당황했다. 아무리 재력이 있어도, 조 단위 가치의 작품을 손에 들고 사진을 찍는 건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았다.잘못 건드렸다가 작품에 손상이라도 생긴다면 감당해야 할 대가는 상상을 초월할 터였다.‘괜히 무리할 필요는 없지.’하지율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습니다. 휴대전화로 몇 장만 찍을게요.”직원이 예의 바르게 웃으며 말했다.“네, 고객님. 편하게 이용하시면 됩니다.”잠깐이었지만, 하지율은 직원의 태도가 아까보다 한층 더 공손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하지율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그녀가 자리를 떠난 뒤로 직원은 따라붙지 않았다. 그저 처음 있던 자리로 돌아가 그대로 서 있었다.정기석은 그 모습을 한 번 살펴본 뒤, 별다른 반응 없이 시선을 거두었다.전시장에 배치된 직원 수는 많지 않았지만, 하나같이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듯 보였다.굳이 이상할 것도 없었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이 워낙 고가였으니, 도난을 막기 위해 그런 인력을 배치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하지만 정기석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손형원의 말이 맴돌고 있었다.‘손형원은 왜 굳이 주씨 가문 가주를 언급했지? 이 전시가 누군가를 위해 마련됐다고 했어. 그 ‘누군가’가... 설마 지율 씨?’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지율 씨가 주씨 가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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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6화

하지율은 마침 별다른 일정이 없어서 린과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눴다.[그 그림들은 모사품이 아니라 전부 진품이에요. 듣기로는 주씨 가문 가주가 어떤 사람만을 위해 따로 열었던 전시회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운 좋게도 그 덕을 좀 봐서 그런 전시를 직접 볼 수 있었어요.]하지율은 린의 대화창에서 한동안이나 문자 입력 중이라는 표시가 떠 있었다.그런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정작 아무 말도 보내지 않았다.하지율은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잘못 눌렀나 싶어 휴대폰을 내려놓으려던 순간이었다.그제야 린에게서 답장이 왔다.[오늘 즐거웠나요?]그러자 하지율이 대답했다.[전체적으로는 꽤 즐거웠어요.]린이 다시 물었다.[꽤라고요? 그럼 기분 상하는 일도 있었다는 뜻이네요.]하지율은 솔직하게 답했다.[네. 하필 전시장에 가서 보기 싫은 사람을 마주쳤거든요. 설마 여기서까지 그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린이 물었다.[왜 그렇게 싫어하나요?]하지율은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답장을 보냈다.[그 사람 때문에 저는 더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던 일을 할 수 없게 됐거든요.]이번에는 린의 답장이 꽤 늦었다.[그 사람을 미워하나요?][예전에는 미워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미움은 너무 강한 감정이잖아요. 그냥 싫어하는 정도면 충분해요.]그러자 린이 말했다.[당신은 마음가짐이 참 좋네요.]하지율이 답했다.[지금으로서는 그 사람이 받은 벌도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제 더 이상 상관없는 사람한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요. 미움도 결국은 일종의 관심이니까요.]그러자 린이 다시 물었다.[그럼 저는요? 당신에게 저도 상관없는 사람인가요?]하지율은 화면에 갑자기 떠오른 문장을 내려다보다가 작게 웃었다.그동안 나눈 대화만으로도 하지율은 알 수 있었다.린은 꽤 불안정하고 사랑도 관심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었다.누군가가 자기를 신경 써 주길 몹시 바라는 것 같았고 친구도 많지 않은 듯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인터넷에서 이런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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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7화

“얼마 전 주씨 가문 쪽에서 광맥 몇 군데를 새로 찾았잖아. 그 금광이랑 다이아몬드 광산, 옥 광산 평가 보고서도 전부 보내. 그중 몇 군데는 골라서 지율 씨한테 장난감처럼 선물해 줘야겠어.”‘광산 몇 군데를 골라서 하지율 씨에게 장난감처럼 주겠다고? 이게 대체 사람이 할 말이야?’남자는 보통은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금이나 다이아몬드 등을 선물한다.그런데 주용화는 아예 광산 자체를 준다고 했다.과연 집에 광산이 있는 사람은 다르긴 달랐다.이쯤 되니 경매장에 나오는 보물 따위에 주용화가 시큰둥한 것도 이해가 갔다.어차피 주용화 쪽은 원천 공급이 가능한 사람이었다.“아, 참...”주용화는 다시 무언가를 떠올린 듯 덧붙였다.“Y국에 있는 그 카지노도 지율 씨한테 넘겨. 사업 시작 자금으로 쓰라고 하면 돼.”주용화는 너무도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지율 씨는 이제 막 본격적으로 일을 키워 나가는 단계니까 앞으로 돈이 필요할 데가 많을 거야. 괜찮은 자산도 몇 개 더 골라서 지율 씨한테 넘겨.”주용화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지율 씨가 L국에 온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주는 첫 선물이 초라하면 안 되잖아.”유민재는 이제 거의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하지율이 L국에 어렵게 한번 온 이상, 주용화는 정말 자기 가진 걸 전부 다 하지율에게 안겨 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물론 주용화 입장에서 보면 지금 입에 올린 것들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그래도 현시점에서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넘겨주는 건 좋지 않았다.자칫 주씨 가문 사람들의 시선을 한꺼번에 끌어 하지율에게 괜한 화를 부를 수 있었으니까.그럼에도 주용화가 하지율을 위해 얼마나 머리를 쓰고 있는지는 유민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다음 날.하지율과 주용화는 한 섬으로 놀러 갔다.하지율은 그제야 다시 한번 주씨 가문의 무시무시한 재력을 실감했다.주씨 가문는 L국 산업의 80% 정도 틀어쥐고 있다 보니 하지율이 가는 곳마다 주씨 가문 산하가 아닌 곳이 드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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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8화

하지만 손형원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오히려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 채, 비웃듯 말했다.“주씨 가문이 재계 1위라고는 해도 나라를 움직이는 대통령은 아니잖아. 아무리 주씨 가문 가주라고 해도 날 L국에서 내쫓을 자격까지는 없어.”손형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천천히 덧붙였다.“만약 손씨 가문 가주가 L국에서 죽는다면, 사람들은 이곳을 어떻게 보겠어? 다른 명문 사람들도 여기에서는 자신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손형원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자는 어디를 가도 환영받지 못해. 어쩌면 여러 가문이 손잡고 주씨 가문이라는 이 악랄한 가문을 망하게 할지도 모르지.”손형원은 일부러 한 박자 쉬었다.“아, 그리고... 주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미쳤다는 소문도 더 확실해지겠지.”하지율의 얼굴이 미세하게 변했다.어제 손형원이 했던 그 애매하고 이상한 말들이 그제야 하나로 이어졌다.손형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용화가 주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리고 손형원이 한 말도 틀리지는 않았다.손형원은 아직 손씨 가문 가주였고 먼저 스스로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주용화가 아무 이유 없이 손형원에게 손을 댈 수도 없었다.그렇게 되면 손씨 가문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주용화를 처벌할 명분이 생긴다.주씨 가문 역시 그 일을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다.하지율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용화 앞을 막아섰다.그리고 차갑게 말했다.“주씨 가문 사람들보다 손형원 씨가 훨씬 더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데요? 손형원 씨가 미쳤다는 소문도 이 바닥에서는 아주 유명하잖아요. 남 걱정할 시간에 본인 정신 상태부터 돌아보세요. 문제가 있으면 빨리 치료부터 받으시고요.”손형원은 주용화 앞을 막아선 하지율을 내려다봤다.하지율의 표정은 단호했고 자세는 노골적으로 주용화를 감싸는 모양이었다.손형원은 입술을 가볍게 다물었다.“이미 다 알고 있었군.”손형원은 손뼉을 두어 번 가볍게 쳤고 얼굴에 비웃음이 반쯤 걸려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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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9화

두 사람은 손형원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자리에 다시 앉았다.하지율은 요즘 들어 매일 손형원을 우연히 마주치는 상황이 너무도 재수 없었다.하지율은 지끈거리는 미간을 꾹 눌르면서 말했다.“어떻게 가는 곳마다 손형원이 있는 거죠? 또 무슨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을 짜증 나게 하려는 걸까요?”어제 전시회에서 손형원을 만난 건, 우연이라고 우길 수라도 있었다.하지만 오늘까지 또 마주친 건, 더 이상 단순한 우연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그런데 주용화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저 멍하니 자기 손만 내려다보고 있었다.무슨 생각에 잠긴 건지, 주용화는 표정도 평소와 달랐다.하지율은 주용화의 얼굴에 떠오른 이상한 기색을 보고 조용히 불렀다.“화야 씨. 제 말을 듣고 있어요?”주용화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들었다.“네. 방금 뭐라고 했어요?”하지율은 주용화 표정을 가만히 살피다가 낮게 말했다.“화야 씨, 손형원의 말은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손형원 같은 사람이 하는 말은 한 글자도 믿을 게 없어요.”주용화는 하지율이 자기를 달래 주고 있다는 걸 알았다.“지율 씨는 무섭지 않아요?”하지율이 되물었다.“뭐가요?”그러자 주용화가 말했다.“밖에서는 주씨 가문을 거의 재앙처럼 이야기하잖아요. 지율 씨는 안 무서워요?”하지율은 웃었다.“화야 씨가 처음 제 앞에 나타났을 때도 밖에서는 저에 대해 아주 별별 말로 다 떠들고 있었잖아요. 저는 소문만 듣고 누군가를 판단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 상대에게도 무례한 일이니까요.”그런데도 주용화는 여전히 하지율만 바라본 채 물었다.“만약 그런 소문이 전부 사실이라면요?”하지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그렇다고 해서 화야 씨가 그런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죠. 저는 제가 직접 보고 판단한 사실만 믿어요.”그러자 주용화는 작게 웃었을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느새 날이 완전히 저물었다.저녁에는 주용화가 따로 준비해 둔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섬에 있는 호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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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0화

하지율이 아무리 둔하다고 해도 알고 있었다.촛불 만찬이라는 건, 아무하고나 함께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하지만 주용화가 내놓은 이유는 너무도 그럴듯했다.“지난번에 지율 씨가 제 생일을 챙겨 주셨잖아요. 그래서 저도 지율 씨를 위해 뭔가 해 드리고 싶었어요.”그 말을 듣는 순간, 하지율의 마음 한쪽이 따뜻해졌다.주용화는 정말 지나치리만큼 세심했다.동시에 하지율의 마음속에는 아주 옅은 쓸쓸함도 스며들었다.‘언젠가 화야 씨가 내 곁을 떠나게 된다면 그때는 대체 얼마나 허전할까?’예전이었다면 하지율은 아마 주용화의 이별조차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하지율은 더 이상 그 이후를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촛불 만찬이 끝났을 무렵에는 이미 꽤 늦은 시간이었다.하지율은 이렇게까지 긴장을 풀어 본 게 오랜만이라 술도 꽤 많이 마셨다.마지막쯤에는 얼굴에 은은한 취기가 돌 정도였다.하지율은 문득 깨달았다.‘내가 이렇게 마음 놓고 웃으며 긴장을 내려놓고 그냥 하루를 즐긴 게 도대체 얼마나 오랜만이야...’아마 고윤택이 생긴 뒤로부터는 하지율의 신경은 한순간도 완전히 풀린 적이 없었을 것이다.하지율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오롯이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 보는 기분도 정말 나쁘지 않네. 아니, 오히려 너무 좋아.’한때 하지율은 잘못된 길에 들어선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행히도 다시 시작하기에 아직 늦지는 않았다.주용화는 술에 취한 하지율을 부축해 방으로 데려갔다.침대에 겨우 눕혀 놓자마자 하지율은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아무런 경계도 없이 잠든 표정이었다.주용화는 침대 곁에 선 채, 그런 하지율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눈빛은 깊고 어두웠고 좀처럼 떼어지지 않았다.하지율은 늘 그랬듯이 주용화에게만큼은 너무도 쉽게 경계를 풀었다.하지만 하지율은 모르는 걸까.아무리 믿는다 해도 주용화 역시 결국 다 남자였다.주용화가 정말 마음먹고 선을 넘으려 들면 하지율의 몸도 마음도 크게 다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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