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531 - Chapitre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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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1화

단보현의 사촌누나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둘째 언니 말이 맞아. 주씨 가문은 원래 이 바닥에서 큰 소란을 안 만드는 편이잖아. 다른 가문의 싸움에 끼어든 적도 없고. 우리랑도 별다른 접점이 없는데, 이유 없이 단아 그룹을 건드린다는 건 말도 안 되지.”사람들은 한참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일단 일부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주가 하락을 방어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주씨 가문과 정면으로 싸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주씨 가문이랑 정면으로 붙는다고? 그건 그냥 자살행위지.’차라리 손실을 감수할지언정, 감정싸움 때문에 자금을 날릴 생각은 없었다.그때, 단보현의 조카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차라리 대표를 한 명 보내서 주씨 가문과 얘기해 보는 건 어떨까요? 원하는 게 있는지, 그쪽에서 제안하는 조건을 들어보자고요. 이대로 가면 서로 손해만 커질 텐데요.”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협상을 제안하는 게 체면 깎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모두 감정적으로 움직일 나이는 지나 있었다.‘돈을 걸고 감정싸움을 하겠다는 건 바보 같은 짓이지.’그때였다. 누군가 말없이 앉아 있는 단보현을 저격했다.“보현아, 너는 왜 아무 말도 안 해? 설마... 주씨 가문한테 밉보인 사람이 너야?”단보현은 피곤한 듯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눈가에는 확연히 지친 기색이 묻어 있었다.그는 숨기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내가 주씨 가문 가주를 건드렸어.”순간, 방 안이 조용해졌다.단보현의 둘째 형이 책상을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는 단보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거칠게 쏘아붙였다.“단보현, 하필 건드려도 주씨 가문이냐? 주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몰라? 전부 집착 심한 미친놈들이야. 너 원래 이렇게 경솔한 애 아니잖아. 어쩌다 이런 무모한 짓을 했어!”옆에 있던 단씨 가문 셋째가 뭔가를 떠올린 듯 얼굴이 굳었다.“보현아... 설마 또 연정미 때문이야? 지난번 손형원 일도 이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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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2화

단보현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정미랑은 상관없어. 내가 주씨 가문 가주를 건드린 건 사실 또 다른 사람 때문이야.”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서로를 쳐다봤다.“그게 누군데?”단보현은 또박또박 세 글자를 내뱉었다.“하지율.”하지율이라는 이름은 단씨 가문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았다. 단종건이 유독 아꼈던 것도 모자라 직접 나서서 뒤를 봐주기까지 했었으니까.친손주보다 더 챙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지율이 도움을 청했을 때, 단종건은 단씨 가문의 핵심 자원을 통째로 내어주기까지 했었다.그 일로 단씨 가문 내에서 원성이 자자했다.“주씨 가문 가주랑 하지율이 무슨 사이라도 된다는 거야? 둘이 접점이 없어 보이는데.”단보현이 피식 웃었다.“엮일 일 없다고 누가 그래?”그는 시선을 내리깔며 말했다.“내가 알아본 바로는... 하지율, 그 애가 바로 주씨 가문 가주의 첫사랑이었어. 주씨 가문 사람들, 감정 조절이 잘 안 돼서 하나에 꽂히면 끝까지 집착하는 타입인 건 다들 알고 있잖아. 하지율이 우리를 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주씨 가문을 움직이는 건 시간문제겠지.”단보현의 말을 듣고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그래도 이상하잖아. 하지율은 아버지랑 그렇게 가까운데, 왜 우리 단씨 가문을 건드리려 하겠어?”단보현이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욕심이 끝이 없는 거지. 단씨 가문 권력을 이미 맛본 사람이야. 그러니 그게 얼마나 큰 힘인지,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겠지.”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연씨 가문으로 돌아가서 지금은 실권까지 잡았잖아. 그 정도면 충분히 계산 빠른 사람이란 얘기야. 거기에 주씨 가문 가주를 등에 업었다면... 이용 안 할 이유가 있겠어?”순간,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사람들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설마 우리 단씨 가문까지 삼키겠다는 거야?”“야망이 너무 크잖아, 표독스러운 년!”“아버지가 그렇게까지 챙겨줬는데도, 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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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3화

어차피 모두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공동체이자, 한 가족이었다.단보현이 확신에 찬 태도를 보이자 경직됐던 표정들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그래, 그렇게까지 자신 있다니 한 번 믿어보자.”“반년, 아니, 어쩌면 1년 정도 버티는 건 문제없을 거야. 그래도 너무 오래 끌면 안 된다. 회복할 기회 자체를 놓칠 수도 있으니까.”단보현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답했다.“걱정하지 마.”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3개월 안에 반드시 결과를 보여줄게.”...이번 휴가는 하지율에게 있어 완전히 쉬어가는 시간이었다. 일 생각은 거의 하지 않은 채 마음을 홀가분하게 내려놓은 상태였다.그래서 단아 그룹에 문제가 생긴 것도 복귀해서야 알게 됐다.휴대폰 화면에 떠 있는 뉴스를 바라보며 하지율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제이원 그룹이... 단아 그룹을 노리고 있다고? 단아 그룹을 건드릴 수 있는 수준이라면... 주씨 가문 밖에 없을 텐데. 왜 하필 단아 그룹이지?’그 순간,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이내 함우민이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화야 씨가 단순한 경호원이 아니라 주씨 가문 가주라고 했었지...’하지만 예전의 일 때문에, 하지율은 함우민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웠다.주용화가 주씨 가문 가주라는 이야기 역시 그저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의도로 꾸며낸 거짓말처럼 느껴졌다.물론 주씨 가문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일 처리 방식이 얼마나 잔혹한지 등,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역시 한두 번이 아니었다.연씨 가문에 있을 때도 연태훈과 연재영이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걸 종종 들은 적이 있었다.그럼에도 하지율은 무의식적으로 주용화를 그들이 언급한 존재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그때, 노크 소리가 울렸다.하지율은 별생각 없이 말했다.“들어오세요.”비서가 업무 보고를 하러 온 줄 알았다.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예상과 달리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상함을 느낀 하지율이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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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4화

손형서는 한때 연정미와 속내까지 털어놓던 사이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심지어 가장 중요한 비밀까지 공유했던 적도 있었다.그런데 그 인연이 이제는 그녀와 주용화를 향한 칼이 되어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자, 손형서는 이를 악물었다.당장이라도 연정미를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오빠, 이제 어떡해? 연정미... 임채아를 이용해서 용화 씨와 맞서려는 거 아닐까?”손형원은 비웃듯 웃었다.“고작 임채아로? 임채아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연정미가 주용화를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지금 같은 상황에 몰리지도 않았겠지.”그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주용화가 정말 임채아를 신경 썼다면 지금까지 살려두지도 않았을 거야. 어쩌면 애초에 임채아를 위협으로 생각해 본 적조차 없을지도...”손형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영리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둔하지도 않았다.그리고 잠시 후, 조심스럽게 말했다.“임채아를 이용해서 직접적으로 용화 씨를 위협할 수 없다고 쳐... 그렇지만 용화 씨랑 하지율 사이를 이간질할 수는 있는 거잖아? 어떻게 생각해?”“맞아. 그게 바로 임채아를 납치한 가장 큰 목적이겠지.”손형원의 말을 듣고 나서야, 손형서는 짜증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하지율도, 연정미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율이 불행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언짢은 마음에 어느 정도는 위안이 됐다.손형서가 냉소적으로 말했다.“용화 씨 도움이 없었으면 하지율은 진작 연씨 가문 사람들한테 뜯겨 먹혔을 거야. 그 도움만 끊기면... 하지율은 아무것도 아니야.”이번에는 손형원이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손형서는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손형원을 바라봤다.손형원은 뭔가를 곱씹는 듯, 깊이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오빠, 또 뭐 생각난 거 있어?”손형원이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너도 임채아가 두 사람 사이를 흔들 수 있다고 봤잖아. 그걸 주용화가 몰랐을 리 있겠어?”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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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5화

손형원이 서늘하게 웃었다.“주용화가 무슨 강철 체력인 줄 알아? 형서야, 착각하지 마. 주용화도 우리랑 같은 사람이야. 신이 아니라고.”손형서는 입을 다물었다.주용화는 늘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어떤 상황이든 결국 그의 선에서 정리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그녀는 이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언제부턴가, 주용화를 너무 당연하게 여겨왔다는 걸.실수하지 않는 사람, 틀리지 않는 사람, 반드시 이기는 쪽이 될 거라고.하지만 아니었다.‘그래... 용화 씨도 결국 언젠가는 지칠 수밖에 없는 사람이겠지.’손형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가주라는 자리가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 주용화가 나랑 단보현을 그렇게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으면 진작 그렇게 했겠지.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돌아갈 이유가 있었겠어? 차라리 두 가문을 통째로 먹고 우리를 아랫사람 대하듯 원하는 대로 다루는 게 더 빠르지 않았겠어?”손형원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단보현은 나보다 더 까다로운 놈이야. 상황 판단 빠르고, 계산 철저하고... 필요하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놈이지. 조금만 틈을 보이면 바로 역으로 물 수도 있는 상대란 말이야.”손형원의 눈빛에 조롱이 어렸다.“연상진이 지분 뺏긴 일도 봤잖아. 주용화가 처리한 방식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지만, 한 수만 틀려도 바로 끝장날 수도 있는 판이었어. 그런 상대들을 두고 바깥 상황까지 동시에 챙기면서 우리 같은 가주들까지 상대하라고?”그는 짧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럴 바엔 차라리 연태훈이랑 연재영부터 정리해 버리고 대신 하지율을 올려놓는 게 더 수월하지 않겠어?”손형서는 말문이 막혔다.주씨 가문이 아무도 무시하지 못할 재력을 쥐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인맥마저 탄탄한 것은 아니었다.많은 걸 돈으로 해결할 수는 있어도, 한번 굳어진 관계는 쉽게 흔들 수 없었다.만약 주용화에게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애쓸 이유도 없었을 터였다.손형원의 말을 듣고 나자, 이상하게도 손형서는 주용화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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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6화

고지후는 하지율을 보며 말을 이었다.“채아 상태가 심각했어. 온몸이 상처투성이였고 얼굴도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어. 정신 상태도 많이 불안정했고.”잠시 말을 고른 뒤 덧붙였다.“병원에서 치료받고 나서야 겨우 회복됐어. 그동안 손형서한테 감금돼서 계속 고문당했다고 하더라.”하지율이 눈을 가늘게 떴다.“설마... 내가 임채아를 손형서한테 넘겼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고지후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지율아, 그런 뜻 아니야. 왜 자꾸 나를 그렇게까지 한심한 놈으로 생각하는 거야.”하지율이 피식 웃었다.“미안. 당신은 임채아한테 무슨 일 생길 때마다 늘 나부터 의심했잖아. 그래서인지 이젠 조건반사처럼 쏘아붙이게 되네.”고지후는 말문이 막혔다.하지율도 지난 얘기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손형서한테 감금당했다고? 그럼 어떻게 빠져나온 거야?”“채아 말로는... 어떤 사람이 구해줬다고 하더라고. 근데 그 사람이 누군지는 본인도 모른다고 하고.”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러면 당신한테까지는 어떻게 찾아왔대?”고지후는 잠깐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우민이가 나한테 데려다줬어.”하지율은 놀란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고지후의 눈에 묘한 감정이 스쳤다.‘얼마 안 본 사이에... 지율이가 또 많이 달라졌네.’고지후는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하지율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걸.씁쓸한 생각에 잠길 뻔한 그때, 하지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계속해 봐.”고지후가 말을 이었다.“이번 일 겪고 나서... 채아는 나한테서까지 버려질까 봐 겁이 난 모양이야. 그래서 숨기고 있던 일들까지 전부 털어놨어.”여기까지 말했을 때, 그의 눈빛과 목소리가 돌연 차갑게 가라앉았다.“채아 말로는 아픈 척한 것도 전부 주용화가 시킨 거래. 가짜 진단서를 만들고 의사까지 매수했는데, 그게 전부...”하지율이 가볍게 웃으며 말을 끊었다.“그게 다 화야 씨 생각이라고?”그를 똑바로 보며 덧붙였다.“임채아 씨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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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7화

그 사람을 찾았다는 건, 분명 주용화에게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에게 있어 그 존재는 결국 버티기 위한 이유 중 하나에 불과했으니까.‘목숨을 살려준 은인’이라는 말조차, 진심이라기보다는 가볍게 던진 표현에 불과했다.주용화를 알아갈수록 하지율은 점점 더 확신하게 됐다.그는 단 한 번 스친 인연에 마음을 내줄 만큼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걸.‘첫눈에 반할 일은... 없었겠지.’그 사람이 ‘중요한 존재’가 된 이유도 어쩌면 지금까지 그런 존재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화야 씨는 스스로 버틸 이유 하나를 만들어낸 걸지도 몰라.’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하지율의 마음이 아주 조금 저릿해졌다.하지율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면서도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는 끝까지 버티지 못할 뻔했다.‘그런데 화야 씨는... 곁에 있는 사람 하나 없이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버텨온 걸까.’그때, 고지후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그 이후 일들은 전부 주용화가 정리했대.”하지율의 시선이 다시 그에게 향했다.“채아가 사고를 꾸몄을 때도, 목격자를 붙여 놓고 뒤처리까지 다 맡았고.”잠깐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그리고...”고지후의 눈빛이 한층 가라앉았다.“채아랑 윤택이가 납치됐던 일 기억하지?”하지율의 눈매가 가늘어졌다.“그거 채아가 꾸민 거야. 처음부터 전부. 그때 채아는 사고로 위장해서... 널 없애려고 했어. 근데 납치범이 겁을 먹은 거지. 괜히 일 커지면 자기만 위험해지니까.”그는 낮게 덧붙였다.“그래서 실패로 끝났던 거야. 솔직히 그 플랜은 허점투성이였어. 주용화가 뒤에서 정리해 주지 않았다면... 채아는 진작 들통났을 거야.”잠깐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지율아. 나 그때 내가 잘못한 거 알아. 내가 상처 준 것도 인정해. 다만... 주용화가 계속 뒤를 봐주지 않았다면 내가 그렇게까지 오래 채아의 실체를 몰랐겠어?”잠시 침묵이 흐른 뒤 고지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채아 말로는... 처음엔 주용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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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8화

하지율이 입을 열려던 순간,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들어오세요.”문이 열린 뒤, 남자의 다부진 실루엣이 두 사람의 눈에 들어왔다.주용화의 시선이 사무실 안을 훑다가 고지후에게 멈췄다.그는 먼저 인사했다.“고지후 씨, 오랜만입니다.”하지만 고지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주용화를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그 눈빛에는 상대를 꿰뚫어 보려는 듯한 기색이 담겨 있었다.그러자 주용화가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렇게 보시는 건... 저한테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고지후는 쉽게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다.아직 모든 게 분명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라면 굳이 먼저 입을 열 생각은 없었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지율이랑 같이 갈 데가 있습니다. 시간 괜찮으시면... 같이 가시죠.”하지율이 무심코 고지후를 바라봤다.‘내 옆에서 주용화 씨를 떼어놓을 생각은 없어 보이네...’그 시선을 느낀 고지후가 고개를 돌렸다.“지율아, 네 생각은 어때?”하지율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화야 씨. 같이 가요.”‘화야 씨만 빼고 따로 얘기할 바엔... 진실이 뭐가 됐든 직접 마주하는 게 낫겠지.’하지율은 주용화를 믿고 있었다.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근거 없는 말들을 계속 들어줄 생각도 없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가요.”세 사람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주용화는 아무 말 없이 하지율의 뒤를 따라가며 어디로 가는지 묻지도 않았다.세 사람 사이에는 끝내 말이 오가지 않았다.고지후의 차에 올라탄 뒤로 차 안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은 채, 차는 약 40분 정도를 조용히 달렸다.차 안은 숨이 막힐 듯 고요했다. 그 침묵은 끝내 깨지지 않았다.이윽고 차가 서서히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그리고 한적한 요양원 앞에 멈춰 섰다.이곳은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라 주변은 공기마저 가라앉은 듯 조용했다.사람을 숨기거나 무언가를 감추기에 너무도 적합한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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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9화

하지율이 담담하게 말했다.“우민 씨가... 저 속인 거, 한두 번 아니었잖아요.”그 한마디에 함우민의 표정이 굳었다.그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반박하려던 기색도 사라진 채 얼굴이 창백해졌다.그가 임채아를 고지후에게 넘긴 건 이런 반응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지만 하지율이 더 이상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셈이었다.이번만큼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고지후가 잠시 함우민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지율아, 채아는 안에 있어. 들어가 보자.”하지율은 더 이상 함우민을 보지 않았다. 대신 고지후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창밖에서는 햇살이 환하게 쏟아지고 있었다.깨끗한 유리창을 통과한 햇빛이 방 안을 부드럽게 물들여 따뜻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임채아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은 예전의 단아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지네처럼 뒤틀리고 이어진 흉터들이 얼굴 전체를 덮고 있었다.사전에 알고 오지 않았다면 하지율조차 눈앞의 여자가 임채아라는 걸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였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임채아가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고지후를 본 순간, 눈빛이 확연히 달라졌다.“지후야...”그녀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안도와 반가움이 번졌다.“이제야 보러 왔네...”하지만 그 감정은 오래 가지 못했다.곧이어 하지율과 주용화가 시야에 들어온 순간, 임채아는 그대로 굳어버렸다.다음 순간 극도의 공포가 온몸에 번졌다.“오지 마세요!”임채아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때리지 마세요... 제발요...”“다시는 안 그럴게요... 정말이에요...”숨이 끊어질 듯 떨리는 목소리였다.“다시는... 주용화 씨 첫사랑이라고 거짓말하지 않을게요...”임채아는 손형서에게 심하게 당한 이후로 거의 트라우마에 가까운 수준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주용화를 직접 보는 건 물론이고 이름만 나와도 몸을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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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0화

하지율의 호흡이 순간 한 박자 멎었다.그녀의 시선이 고지후에게서 떨어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주용화에게로 옮겨갔다.예전 같았으면 주용화는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었다.누군가에게 의심받거나 누명을 쓰면 반드시 직접 나서서 해명하던 사람이었다.그런데 오늘은 달랐다.임채아를 본 이후로,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 침묵이 오히려 더 분명하게, 무언가가 어긋났다는 걸 드러냈다.하지율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그녀는 눈을 내리깔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숨겼다.“알겠어. 임채아 씨는... 내가 먼저 데려갈게. 이 일은 내가 직접 확인하고 나서 다시 얘기해.”말을 마친 그녀는 그대로 돌아섰다.방을 나서려는 순간, 고지후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그는 쉽게 놓아주지 않은 채, 그녀의 눈을 마주 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하지율, 너 원래 이런 식으로 상황을 회피하는 사람 아니잖아.”하지율은 그의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과 달리 온몸에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았다.그녀의 속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지만, 고지후는 그 작은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사이였기에 그런 변화는 애쓰지 않아도 보였다.그 순간, 고지후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가슴이 저릿해지며 씁쓸한 감정이 밀려왔다.그리고 그 찰나 고지후는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모든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는 꺼지지 않는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다.그 불씨는 어쩌면 분노, 질투, 그리고 무엇보다 하지율을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는 후회였을 것이다.고지후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이 결혼에서 가장 큰 문제를 찾는다면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걸.‘만약 조금만 더 지율이한테 신경 썼더라면, 임채아든 주용화든 어떤 수를 썼다 해도 지금 같은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텐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의 결혼생활을 무너뜨린 장본인들 앞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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