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571 - Chapter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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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1화

이정인은 복잡한 눈빛으로 진소현을 바라봤다.“대표님께서 이렇게까지 하셔도... 주용화 씨는 전혀 모를 겁니다.”진소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알릴 생각도 없었어. 내 선택으로 인해 그 사람과는 완전히 끝났으니까. 그래도 상관없어. 용화 씨가 내 마음을 알아줄지... 그건 나한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시선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정인아, 잊지 마. 나랑 용화 씨는 단순한 파트너가 아니었어. 우리는 부부였고 같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싸워 온 사람들이야. 그 사람이 잘 지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이정인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은... 너무 이성적이십니다. 조금만 덜 그러셨어도... 두 분한테 아직 가능성 있었을 텐데요.”하지만 동시에 알고 있었다.그 냉정함이 있었기에, 진소현이 이 자리에 오른 것이라는 걸.진소현은 랜스 가문 역사상 유일한 여성 화교 가주였다.그 말을 들은 진소현은 말했다.“인생이 다 마음대로 되진 않잖아.”이정인의 표정에 불만이 스쳤다.“대표님은 늘 주용화 씨를 먼저 생각하시는데... 유민재 씨는 대표님께 너무 무례합니다.”진소현은 별다른 반응 없이 답했다.“충성심 있는 거야. 나쁜 게 아니지.”이정인이 덧붙였다.“김경환 씨는 유민재 씨처럼 그렇게까지 무례하진 않지 않습니까.”진소현은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서 있는 이정인을 바라보며, 드물게 말을 길게 꺼냈다.“정인아, 사실 나는 김경환 씨보다 유민재 씨가 더 편해.”이정인이 눈을 깜빡였다.“적어도 유민재 씨는 싫은 티를 숨기지 않잖아. 먼저 연락하는 일도 없고. 그런데 김경환 씨는 달라. 필요 없을 땐 먼저 연락 한 번 하지 않다가 필요할 때만 찾아오더라.”진소현의 붉은 입술이 천천히 말려 올라갔다.“김경환 씨가 사실은 유민재 씨보다 더 영리해. 그리고 훨씬 현실적인 사람이라, 사람 마음을 다루는 법도 더 잘 알고 있어. 최 교수님은 나랑 오래된 인연이지만, 결국은 용화 씨 사람이야. 그건 처음부터 변한 적 없고.”진소현이 담담하게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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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2화

M국.주용화가 병실에서 나왔을 때, 바깥은 이미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고윤택이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주용화를 문 앞까지 배웅했다.“화야 삼촌, 이렇게 바로 가세요? 엄마 깨어나실 때까지 안 기다리세요?”주용화가 답했다.“아니. 삼촌이 큰 잘못을 해서 윤택이 엄마를 화나게 했거든. 지금 삼촌 얼굴 보면 더 속상해하실 거야. 회복에도 좋지 않고.”고윤택이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저도 전에 엄마를 화나게 한 적 있었어요... 그래도 엄마는 다 용서해 주셨어요. 삼촌도 용서해 주실 거예요.”주용화는 싱긋 웃으며 몸을 숙여 고윤택과 눈높이를 맞췄다.“응, 삼촌도 알아. 엄마한테는 화 풀릴 시간이 필요할 거야. 그러니까 그동안은... 윤택이가 대신 엄마 옆에서 잘 챙겨 줄 수 있겠어?”고윤택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잘 지켜드릴게요.”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알지는 못했지만, 고윤택은 끝까지 믿고 있었다.‘화야 삼촌이 그런 사람일 리 없어. 나를 구하려고 목숨까지 걸었던 순간이, 거짓일 리 없잖아!’주용화가 덧붙였다.“어른들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전부 말해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윤택이는 똑똑하니까...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거라 믿어.”몇 마디를 더 당부한 뒤, 주용화는 병실 문을 밀고 나갔다.문이 닫히는 순간 시선이 복도 한쪽에 서 있던 정기석에게 멈췄다.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주용화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 그는 이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일부러 여기서 기다리고 계셨습니까?”정기석이 담담하게 답했다.“네.”주용화가 되물었다.“제가 올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정기석이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오늘 밤 지율 씨가 깨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병원에 들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유소린 씨가 내일 오라고 하더군요. 윤택이가 오늘은 꼭 혼자 지율 씨 곁을 지키겠다고 했다고요. 둘이서 할 얘기도 있다며 일부러 미리 잠까지 자뒀다더군요.”정기석의 입가에 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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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3화

“제 요구가 그렇게 과한 건 아닐 텐데요.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지키실 수 있지 않습니까?”주용화가 담담하게 받아쳤다.“정기석 씨, 본인이 꽤 성가신 사람이라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정기석의 대답은 느긋했다.“그럴 리가요. 다들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특히 지율 씨는 더 그렇고요. 아직은 연인 관계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누군가 뒤에서 방해하는 일만 없다면 저희가 잘될 가능성은 꽤 크다고 생각합니다. 함우민 씨나 주용화 씨만 빠져준다면요.”주용화는 몇 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주용화가 사라진 뒤, 옆 병실에 숨어 있던 유소린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화야 씨... 가셨어요?”정기석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방금 나가셨습니다.”유소린이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기석 씨, 오늘... 정말 감사해요.”고윤택은 아무리 그래도 아직 애였다. 게다가 원래 거짓말도 잘 못 하는 아이였다.유소린이 아무리 눈치가 둔해도, 고윤택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건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저는... 함우민 씨가 윤택이한테 뭔가 시킨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온 사람이 화야 씨라니...”유소린은 이미 마음속으로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 만약 몰래 찾아온 사람이 함우민이었다면, 정기석과 함께 제대로 혼낼 생각이었다.아이를 건드린 대가를 제대로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심지어 손에 쥘 만한 물건까지 미리 챙겨 둔 상태였다.그런데 막상 나타난 건 주용화였다.물론 상대가 주용화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병실 안까지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터였다.정기석이 유소린을 한 번 흘깃 보며 말했다.“두 분은... 주용화 씨에게는 유독 관대한 편인 것 같습니다. 오늘 온 사람이 함우민 씨였다면 아마 그대로 두지는 않으셨겠죠.”유소린은 머쓱한 기색으로 헛기침했다.“그게... 화야 씨가 숨긴 건 있어도 거짓말을 한 적은 없잖아요. 그리고 함우민 씨가 한 짓은... 솔직히 좋게 볼 수가 없잖아요.”정기석은 침묵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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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4화

주용화는 앞을 가로막은 사람을 내려다봤다.“뭐죠? 오늘 단체로 절 찾아오셨습니까?”함우민은 노골적인 혐오를 담은 눈으로 주용화를 노려봤다.“지율 씨를 이 지경까지 몰아넣고... 한 가정을 무너뜨려 놓고! 뻔뻔스럽게 감히 여기에 나타나요?”함우민은 계속 병원 근처를 맴돌며 하지율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었다.그 역시 밤에 병실을 찾을 생각이었지만, 주용화가 먼저 움직였다.그것도 고윤택의 도움을 받아 자연스럽게 병실에 들어갔다.유소린과 정기석 역시 그 사실을 알면서도 막지 않았다.함우민은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왜지? 분명 지율 씨를 이혼으로 몰아넣은 건 저 사람인데. 나는... 거짓말을 하긴 했어도 전부 저 사람을 겨냥한 거였지, 지율 씨를 해칠 생각은 한 번도 없었어. 그런데 왜 저 사람한테는 이렇게 관대하고 나만 나쁜 놈 취급하는 거지?’주용화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제 정체를 아셨다면... 저한테 당신 같은 사람 하나 처리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도 아실 텐데요.”잠시 말을 끊었다가 웃었다.“게다가... 아무도 문제 삼지 않을 겁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저지른 일이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해 주지 않겠습니까.”함우민은 이를 악물었다.주용화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는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주용화 씨, 어떤 잘못은요... 가진 전부를 내걸어도 절대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하물며 당신은 모든 걸 내놓을 수도 없는 사람이잖습니까.”시선을 떼지 않은 채, 더 힘을 주었다.“저는 지율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 버릴 수 있습니다. 전부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가능합니까? 아니죠.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을 테죠.”주용화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제가 왜 전부를 버려야 합니까? 저는 전부를 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전부를 가져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야... 지율 씨도 가질 수 있으니까요. 패배자가 무슨 자격으로 사랑을 논합니까.”짧은 정적이 흘렀다.“함우민 씨, 당신은 아직도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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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5화

유민재와 김경환은 연락받은 뒤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주용화가 무사히 비행기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평소라면 주용화가 어디를 가든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치료받고 있는 상태였기에 언제든 통제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었다.두 사람이 곧장 다가갔다.“대표님, 최 교수님께서 대기하고 계십니다. 바로 치료받으러 가시겠습니까?”주용화의 얼굴은 창백했다. 눈가에는 피로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하지율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M국으로 향했다.그 사이 치료도 받지 못했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상태였다.지금도 그는 계속해서 관자놀이를 짚으며 고통을 참는 듯한 모습이었다.유민재와 김경환이 시선을 주고받았다.두 사람의 눈빛 속에는 긴장감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최면 치료를 받았던 그때를 제외하면 이렇게까지 무너진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주용화가 손을 들어 올렸다.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열려던 그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김경환과 유민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대표님!”...문이 열리고 최진수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밖으로 나왔다.유민재와 김경환이 곧장 다가갔다.“최 교수님, 대표님 상태는 어떻습니까?”최진수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일단은 안정됐습니다. 다만...”두 사람은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차리고 동시에 긴장했다.“최 교수님, 다른 문제가 있습니까?”최진수가 말을 이었다.“이번에는 대표님께서 치료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협조하셨습니다.”유민재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대표님이 치료에 협조하셨다면... 좋은 일 아닌가요?”최진수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그동안 대표님의 협조는 어디까지나 수동적인 수준이었습니다. 거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이지도 않은 상태였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확연히 다릅니다. 치료 방식에 대해서도 먼저 구체적으로 문의하셨습니다.”김경환이 답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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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6화

유민재는 고개를 저었다.“꼭 갑작스러운 건 아닐 수도 있어.”김경환이 되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야?”유민재가 차분히 말했다.“어쩌면 대표님은 애초에 완전히 포기할 생각이 없었는지도 몰라요. 이번에 M국에 갔던 일은 대표님이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에 스스로 명분을 붙일 수 있는 계기였을 뿐일 수도 있어요.”유민재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 갔다.“이번에 대표님이 돌아온 것도 사실 어쩔 수 없어서였어요. 회사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몸 상태도 더는 미룰 수 없을 만큼 치료가 필요했으니까요. 밖에서 너무 오래 버텼기에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리고 하지율 씨는...”유민재는 김경환을 바라봤다.“경환 씨라면 자신이 손수 물 주고 키운 꽃을 아무렇지도 않게 남한테 내줄 수 있겠어요? 설령 지금 당장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고 해도 대표님이 정말 원한다면 결국 또 다른 이유를 찾아서라도 자신을 설득하게 될 거예요.”유민재는 이 일 자체가 조금도 뜻밖이지 않았다.다만 유민재도 예상하지 못한 건, 주용화가 그렇게 빨리 자기 마음을 정리했다는 점뿐이었다.‘떠난 지 이제 얼마나 됐다고...’김경환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았다.그렇게 공들여 키워 놓은 사람인데 고생은 자기가 다 하고 결국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 되는데 누가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게다가 주씨 가문은 원래도 유난히 집착이 강한 가문이었다.김경환은 낮게 말했다.“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다행이네요. 다음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땐 대표님이 더는 경호원이라는 신분으로 하지율 씨 앞에 서는 건 아닐 테니까요.”유민재는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제대로 된 사랑은 결국 상대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 놓는 법이죠. 대표님이 치료받겠다고 한 걸 보면 하지율 씨는 대표님한테 정말 잘 맞는 사람인 거죠.”그렇게 말하면서도 유민재의 마음 한구석에는 묘한 불안감이 스쳤다.유민재는 벌써 주씨 가문 사람들에게 따라붙는 그 숙명 같은 걸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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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7화

하지율은 자조하듯 웃었다.“솔직히 말해서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정기석은 하지율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화야 씨는 정말 지율 씨가 존경하는 스승 그 정도로만 남아 있는 것 같아요?”그 말에 숨이 턱 막힌 하지율은 본능적으로 정기석의 시선을 피하고 싶어졌다.하지만 정기석의 눈빛은 마치 거울처럼 하지율이 아무리 숨으려 해도 끝내 피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하지율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화야 씨가 저한테 다른 사람들과는 분명 다르다는 건 알아요.”정기석은 이번 일을 겪고 나면 그 다른 감정은 더 또렷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정기석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조용한 병실 안에 울렸다.그 목소리에는 사람 마음을 조금은 가라앉혀 주는 힘이 있었다.“지율 씨, 지금 당장 답이 안 나오면 그냥 시간에 맡겨요. 시간이 결국 답을 알려 줄 거예요.”하지율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정기석이 먼저 가볍게 막았다.정기석은 복잡한 눈빛으로 하지율을 바라봤다.“저는 주씨 가문 사람들을 정말 싫어해요. 그런데 화야 씨는... 이상하게 그렇게까지 싫지는 않더군요. 적어도 화야 씨가 지율 씨한테 진심이라는 건 느껴져요. 지율 씨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나중에 후회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주용화가 정말 다른 꿍꿍이를 품은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그렇게 오래 하지율의 곁에 두고 지켜보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정기석은 진작부터 주용화가 하지율을 좋아한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고 주용화가 뒤에서 작은 수단을 쓴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도 적어도 주용화는 하지율의 안전만큼은 확실히 지켜 줄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그런 것들은 어느 순간 아주 큰 문제처럼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물론 정기석도 마음 한구석이 편한 건 아니었다.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걸 지켜보는 일은 아무리 애써도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한 시간쯤 지났을 때 유소린이 고윤택을 데리고 돌아왔다.그런데 돌아와 보니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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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8화

그러자 남자의 발걸음이 멈췄다.남자는 눈을 내려 앞에 선 어린아이를 바라봤다.“또 무슨 일이니?”고윤택은 조용히 문을 닫고 물었다.“의사 선생님, 오늘 오전에 선생님이 엄마를 검사하러 오셨을 때 제가 자고 있어서요. 엄마 몸이 진짜 다 나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여쭤보려고요. 엄마는 이제 괜찮은 건가요?”남자의 목소리가 잠시 멈췄다가 애매하게 흘러나왔다.“아마 괜찮을 거야.”고윤택은 다시 물었다.“그럼 앞으로 제가 엄마를 돌볼 때 조심해야 할 건 뭐죠? 엄마가 지금 아파서 입맛도 별로 없는데 뭘 드시면 더 빨리 나을까요?”순간 복도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고윤택은 한참 기다리다가 상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상하다는 듯 남자를 올려다봤다.“의사 선생님 왜 말 안 해요?”몇 초 뒤, 마스크 너머로 가라앉고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냥... 따뜻한 물 많이 마셔.”고윤택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됐다.“그게 다예요?”남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엉뚱한 말만 남겼다.“엄마 곁에 가 있어. 난 먼저 갈게.”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고윤택이 반응할 틈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고윤택이 뒤에서 몇 번 더 불러 봤지만 남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고윤택은 고개를 갸웃하며 머리를 긁적였다.“저 의사 선생님은 진짜 이상하네.”...다음 날, 끝까지 고집을 부린 끝에 하지율은 결국 퇴원했다.정기석과 고지후가 하지율을 데리러 왔다.몇 번이나 유소린에게 병원에서 쫓겨났던 함우민도 이번에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고지후를 따라 같이 나타났다.하지율은 유소린처럼 함우민에게 노골적인 반감이나 적대감을 드러내지는 않았고 그저 예의 바르고 정중하게 대했을 뿐이었다.마치 아주 친한 사이도 그렇다고 완전히 남도 아닌 애매한 사람을 대하는 듯했다.하지만 그런 무심한 거리감이 오히려 함우민을 더 괴롭게 만들었다.함우민은 차라리 하지율이 유소린처럼 자신을 원망하고 따져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랬다면 적어도 아직 감정이 남아 있다는 뜻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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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9화

‘설마 손형원?’하지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근처에서 맛이 괜찮기로 알려진 고급 식당은 몇 군데 되지 않았다.물론 우연히 마주칠 수도는 있었다.하지만 지난번 휴양지에서도 손형원과 그렇게 우연히 마주쳤던 일을 떠올리자 이번 역시 단순한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하지율은 손형원에게 조금도 호감을 품고 있지 않았다.이렇게 잔인한 사람과는 아무런 인연도 더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 생각이 들자 하지율은 프런트 직원에게 말했다.“저희 테이블 계산은 저 사람이 하지 말게 해 주세요. 방금 결제한 건 취소해 주시고 제가 직접 계산할게요.”하지만 직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고객님, 죄송합니다. 이미 결제가 전부 완료돼서 지금은 미결제 금액이 없어요. 같은 테이블을 다시 결제할 수는 없습니다. 괜찮으시면... 결제하신 분께 직접 돈을 드리는 쪽은 어떠실까요?”하지율은 밥값이 아까운 사람이 아니었다.무엇보다 손형원에게 조금이라도 빚지는 상황 자체가 싫었다.하지율은 손형원이 왜 이런 짓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율은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라도 손형원이 파 놓은 함정에 걸려들고 싶지 않았다.수단이 거칠고 지독한 손형원이 가주 자리까지 오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하지율은 손형원을 절대 만만하게 보지 않았다.잠시 생각하던 하지율은 결국 혼자 식사 중인 손형원 쪽으로 걸어갔다.“손형원 씨, 아까 왜 제 테이블 계산을 했죠?”손형원은 눈꺼풀만 살짝 들어 하지율을 한번 흘겨봤다.“아. 잘못 계산했어요.”하지율은 손형원이 정말 계산을 잘못했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애초에 하지율 일행이 있던 룸 번호와 손형원 테이블 번호는 숫자 하나 겹치지 않았다.그렇다면 손형원은 이번 결제를 핑계 삼아 또 무언가를 경고하거나 떠보려는 것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하지율의 눈빛은 더욱 날카롭게 가라앉았다.손형원은 그런 하지율의 경계 어린 시선을 마주하자 문득 웃었다.“하지율 씨, 혹시 피해망상이라도 있어? 계산 한 번 잘못한 걸 가지고 별의별 의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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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0화

하지율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저랑 화야 씨 사이 일이에요. 손형원 씨랑은 상관없고요.”하지율은 손형원과 주용화에 관한 얘기를 더 하고 싶지 않았다.“계좌 번호 알려 주세요. 계산을 잘못하신 거라면 제가 바로 보내드릴게요.”요즘은 휴대전화만 있어도 바로 송금할 수 있었지만 하지율은 손형원에게 자기 개인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손형원은 하지율을 한 번 보더니 뜻밖에도 순순히 계좌 번호를 불러 주었다.하지율은 번호를 입력한 뒤 밥값을 한 푼도 더하지 않고, 한 푼도 빼지 않은 그대로 손형원에게 송금했다.그때 한참이 지나도록 하지율이 돌아오지 않자 고윤택이 직접 찾으러 왔다.“엄마, 왜 이렇게 안 와요?”하지율이 말했다.“금방 갈게.”고윤택은 고개를 돌리다가 옆에 앉아 있는 손형원을 발견했다.그러고는 잠깐 멍하니 바라봤다.“이 아저씨는 어디서 본 것 같은데...”고윤택은 아직 어렸지만 기억력은 무척 좋았다.잠시 뒤 고윤택의 눈이 반짝 뜨였다.“아... 아저씨 혹시 병원에서 엄마한테 따뜻한 물 많이 마시라고 했던...”그 말에 손형원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손형원은 곧바로 사납게 말을 끊었다.“넌 네 엄마를 안 닮아서 참 못생겼네.”고윤택은 그대로 얼어붙었다.고윤택은 태어나서 줄곧 귀엽다거나 예쁘다는 말만 듣고 자랐다.못생겼다는 말을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이전에 손형원을 한 번 본 적이 있어서인지 고윤택은 이상하게도 손형원이 무섭지는 않았다.다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손형원을 올려다봤다.“아저씨 왜 그래요? 왜 갑자기 그렇게 화를 내요?”하지율은 고윤택을 바라봤다.“윤택아, 이 아저씨 알아?”고윤택은 고개를 끄덕였다.“병원에 있던 그 아저씨예요. 그때...”하지만 고윤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형원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하지율은 깜짝 놀랐다.하지율은 손형원이 고윤택에게 손이라도 대려는 줄 알고 본능적으로 고윤택을 자기 뒤로 감쌌다.손형원의 눈빛에는 나쁜 일을 하다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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