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581 - Chapter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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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1화

연재영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제가 지율이랑 이야기하는데 유소린 씨가 끼어들지 말아요. 유소린 씨가 제대로 된 비서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도 모른다면 제가 대신 가르쳐 줘도 상관없어요.”연재영은 어려서부터 귀하게 자랐고 연경 그룹의 후계자로 키워진 사람이었다.그래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윗자리에 있는 사람 특유의 강한 기세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왔다.예전에도 주용화가 끼어든 적은 있었다.하지만 주용화는 늘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고 말도 날카롭고 정확했다.연재영은 물론이고 연태훈조차도 주용화의 말에서 흠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게다가 주용화는 실력도 뛰어났고 연상진도 주용화한테 여러 번 크게 당한 적이 있었다.그래서 사람들은 주용화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고 참고 넘길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유소린은 달랐다.연재영은 유소린 정도는 자기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율은 옅게 웃으며 말했다.“제 비서는 제가 알아서 해요. 큰오빠가 굳이 나서서 가르칠 필요는 없어요. 제 비서 신경 쓸 시간 있으면 둘째 오빠랑 연정미부터 먼저 챙기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연씨 가문 둘째 아들이 계속 그렇게 다혈질로 굴다가는 앞으로 또 집안에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를 일이잖아요. 그리고 연정미 씨는...”하지율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고작 눈 깜짝할 새에 우리 연씨 가문이 그동안 쌓아 온 명성을 거의 다 망쳐 놨잖아요. 큰오빠가 연정미 씨한테는 말조심 좀 하라고 따로 일러 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연재영의 눈빛에는 순간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당혹감이 스쳤다.주용화가 연상진, 연상준, 연정미의 손에 밀려 하지율 곁에서 떠나게 된 일은 연재영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연재영은 원래부터 주용화를 눈엣가시처럼 여겼고 아주 싫어했다.하지율이 끝까지 감싸고 나서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일로 하지율과 정면으로 부딪칠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연재영은 애초에 주용화 같은 사람을 절대 곁에 두지 않았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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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2화

연재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아버지, 뭔가 잘못 아신 것 아닙니까? 저는 주씨 가문 사람들과 아무 접점도 없는데 어떻게 그쪽을 건드릴 수 있겠어요?”그러자 연태훈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주씨 가문 쪽이 협업 건마다 분명 우리 연씨 가문을 상대로 맞서고 있어. 아직은 대놓고 드러난 수준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연경 그룹도 결국 단아 그룹 꼴이 날 수밖에 없어.”연태훈은 연재영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내가 협력사 쪽에서 들은 바로는 네가 상대를 건드린 것 같다고 하더구나. 재영아, 제이원 그룹이 단아 그룹을 상대하듯 미친 듯이 돈을 쏟아붓기 시작하면 우리 뿌리를 바로 흔들지는 못하더라도 피해는 막대할 거야. 지금 시장 상황도 좋지 않은데, 우리가 주씨 가문과 원한 살 일은 없잖니? 괜히 그런 손해를 떠안을 필요는 없지 않겠어?”연재영은 낮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정말 제 쪽에서 생긴 문제라면 제가 직접 사과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연태훈의 얼굴도 한결 누그러졌다.“상대가 아직 일을 크게 벌이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돌릴 여지도 남아 있다는 뜻이야. 이렇게 하자. 네가 직접 L국으로 가서 주씨 가문 가주를 만나 봐.”연태훈은 지인에게서 이미 힌트를 들은 상태였다.해결 방안은 어렵지 않았고 직접 가서 사과만 하면 된다는 얘기였다.연태훈의 입장에서는 사과 한마디로 수십조의 손실과 정면충돌을 막을 수 있다면 당연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연재영도 역시 연씨 가문 후계자로 자라 온 사람이니 굽힐 때는 굽힐 줄 알았고 무엇이 중요한지도 알고 있었다.“알겠습니다. 바로 비서한테 일정 잡으라고 하겠습니다.”그날 오후, 연재영은 곧장 비행기를 타고 L국으로 향했다.주씨 가문은 워낙 은밀하고 베일에 싸인 집안이었지만 그렇다고 주씨 가문이 머무는 장소 자체가 완전히 비밀인 건 아니었다.연재영은 유람선을 타고 주씨 가문 전용 섬으로 들어갔다.눈앞에 펼쳐진 섬은 믿기 어려울 만큼 거대했고 한눈에 끝이 보이지도 않았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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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3화

다른 건 몰라도 이번 주씨 가문 가주는 재위 기간만 놓고 봐도 역대 가주들 가운데 80퍼센트는 가볍게 넘겼다.게다가 자리를 아주 단단히 굳힌 상태라 갑자기 죽지 않는 이상 그의 손에서 권력을 빼앗아 오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연재영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주씨 가문의 가주는 불과 2년 만에 가주 자리에 올랐고 또 2년 만에 그 자리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그 정도면 능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뜻이었다.머리와 수단은 물론이고 몸까지 쓰는 실력마저 역대 가주들 가운데 손꼽힐 수준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다만 그 사람에 대한 소문은 돌아도 이름과 얼굴만큼은 전혀 알려진 바가 없었다.사실 사람들도 그걸 그다지 궁금해하지는 않았다.어차피 주씨 가문 가주는 너무 자주 바뀌었고 세상 사람들한테 주씨 가문 가주란 그냥 하나의 명칭 같은 것이었으니까 말이다.그때 문이 열리며 맑고 서늘하면서도 너무 익숙한 목소리가 느긋하게 흘러 들어왔다.“연재영 씨,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연재영은 곧바로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제가 갑작스럽게 찾아와 괜히 폐를 끼친 것 같...”하지만 연재영은 막 말을 잇다가 그대로 목이 막혀 버렸다.문 앞에 선 사람의 얼굴을 알아본 순간 연재영의 웃음도 함께 굳어 버렸다.“너... 아니...”연재영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눈앞에 서 있는 건 환하게 웃고 있는 잘생긴 주용화였다.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재영은 힘겹게 두 글자를 내뱉었다.“화야 씨?”주용화는 느긋하게 웃으며 인사했다.“연재영 씨, 오랜만이네요.”연재영은 주용화가 성이 주씨라는 건 알고 있었다.하지만 단 한 번도 주용화를 주씨 가문 사람과 연결해 본 적은 없었다.한참이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 있던 연재영은 겨우 정신을 추슬렀다.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화야 씨가... 주씨 가문 사람이었어요?”그 순간까지도 연재영은 주용화가 주씨 가문의 가주라는 사실만큼은 차마 믿고 싶지 않았다.주용화는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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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4화

연재영의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떨렸다.연재영은 본능적으로 아니라고 부정하려 했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주용화가 주씨 가문 가주가 아니라면 지금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다.더구나 주씨 가문 한복판에서 감히 가주를 사칭한다는 건 말도 되지 않았다.결국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주용화는 정말 주씨 가문 가주였다.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연재영은 숨이 턱 막혔다.주용화는 웃으며 물었다.“이제 연재영 씨도 알겠죠. 연재영 씨가 대체 어떻게 저를 건드렸는지...”예전의 일이 한꺼번에 떠오르자 연재영의 표정은 말 그대로 엉망이 되었다.연재영은 주용화를 노려보며 낮게 물었다.“화야 씨가 정말 주씨 가문 가주라면 왜 지율의 곁에 숨어 있었죠? 우리 연씨 가문에 남아 있던 이유가 대체 뭐였어요?”주용화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연씨 가문은 집안 분위기가 참 바르고 사람들도 다 훌륭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한번 보고 싶었죠. 배울 점이 있으면 좀 배워 와서 우리 가문의 분위기도 바로잡아 보려고요.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연씨 가문은 참 대단하더군요.”그 말을 들은 연재영은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가 다시 하얗게 질렸다.연재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번에 굳이 저를 L국까지 부른 이유가 설마 사과 한마디 들으려고 한 건 아닐 테죠?”주용화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맞아요. 이번에 연재영 씨를 부른 건 딱 하나 알려 주려고 한 겁니다. 제가 지금 당장은 지율 씨 곁에 없더라도 그렇다고 연씨 가문에서 누구나 지율 씨를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돼요.”주용화는 옅게 웃었다.“제가 연재영 씨한테 꼭 말해 두고 싶은 건 이겁니다. 지율 씨는 마음이 약하고 가족 정을 쉽게 못 끊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늘 끝까지 몰아붙이지 못하죠. 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저는 딱히 봐줄 이유도 없고, 망설일 것도 없어요. 지율 씨 곁에 있을 때는 연씨 가문 사람들이랑 매일 얼굴을 마주쳐야 하니까 아무래도 마음이 약했죠.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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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5화

연상진이 참다못해 작게 중얼거렸다.“형한테 말해서 뭐가 달라지는데? 형은 주용화를 없애 주기는커녕, 오히려 우리더러 주용화한테 양보하라고 했겠지. 지금 하지율은 연경 그룹 안에서 잘나가도 너무 잘나가잖아. 이제는 형이랑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인데. 그런데 아버지랑 회사 주주들까지 주용화의 정체를 알게 되면 차라리 연경 그룹 후계자를 하지율로 바꾸는 게 더 빠를걸...”연상진은 끝까지 말을 마치지도 못했다.연재영의 날카로운 호통이 곧장 떨어졌다.“입 다물어!”연상진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연재영은 다시 연상준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상준아, 내가 왜 너만 때렸는지 알겠어?”연상준은 낮게 대답했다.“알아.”연재영이 말했다.“상진이는 성격이 너무 급해서 큰일을 맡기기 어렵고 정미는 우리 여동생이니까 당연히 우리가 챙겨야 해. 그런데 너는 그 둘 사이에서 제일 침착하고 제일 오래 참을 줄 아는 사람이잖아. 이렇게 큰일을 왜 미리 나랑 상의하지 않았어?”연상준은 고개를 들어 연재영을 바라봤다.“상진이 형의 말이 틀린 건 아니야. 주용화의 정체가 아버지랑 주주들한테 알려지는 순간, 하지율의 입지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어. 그러면 아버지가 하지율을 주씨 가문과 혼인시키려 할지도 몰라. 정말 그렇게 결혼까지 가게 되면 하지율은 주씨 가문 도움을 받아 가장 짧은 시간 안에 형 자리를 대신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형은 연경 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잃을 수도 있어.”연재영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무언가 말하려는 것 같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연상준은 계속 말을 이었다.“우리도 주용화와 화해하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야. 방법을 안 찾아본 것도 아니고. 정미까지 직접 나서서 주용화를 따로 만나게 했잖아. 그런데 주용화는 아예 상대도 안 했고 오히려 정미만 가지고 놀았어. 그동안 몇 번 부딪쳐 본 형 알잖아. 주용화는 절대 우리 편이 될 사람이 아니야. 결국 적일 수밖에 없어.”연상준의 눈빛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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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6화

계약식 현장.하지율은 수많은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랜스 가문의 책임자와 계약서를 주고받았다.사방에서는 플래시가 미친 듯 터졌고 셔터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20조짜리 초대형 프로젝트의 최종 파트너도 그렇게 마침내 확정됐다.그런데 누구도 이 프로젝트를 하지율이 따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하지율과 연씨 가문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가진 집안도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이다.재외교포 가문 쪽의 강씨 가문도 있었고 해외의 유력 가문들도 역시 연경 그룹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었다.하지율은 연경 그룹을 등에 업고 있기는 했지만 연씨 가문으로 돌아온 지 아직 겨우 1년 남짓했다.그전까지만 해도 하지율은 사업과는 아무 관련도 없었다.원래 직업은 바이올리니스트였고 경영은 아예 아마추어나 다름없었다.게다가 하지율이 5년 동안 전업주부로 지냈고 바깥일도 하지 않았기에 사회와 거의 단절된 삶을 살았다는 사실까지 사람들이 죄다 들춰냈다.20조가 되는 프로젝트를 따낸 뒤로 하지율의 과거는 거의 바닥까지 탈탈 털렸다.요즘은 밖에 한 번 나가기만 해도 기자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고 사생활이라고 부를 만한 건 사실상 남아 있지 않았다.유소린은 이런 장면을 대응하는데 꽤 능한 편이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과열된 관심 앞에서 유소린도 점점 버거워지고 있었다.지금 하지율이 발을 딛고 있는 세계는 예전과 완전히 달랐다.예전에는 아무리 독한 사람을 만난다 해도 기껏해야 임채아나 장하준 같은 수준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이제 하지율이 상대해야 하는 여론 자체가 하나같이 돈과 권력을 다 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그런 사람들은 힘도 훨씬 셌고 음모를 꾸밀 때도 훨씬 더 독하고 무서웠다.유소린은 예전까지만 해도 손형원 정도면 정말 보기 드물게 악독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하지율의 곁에 붙어 지낸 지난 반년 동안 유소린은 똑똑히 알게 됐다.주변에 숨어 있는 맹수들은 하나같이 손형원 못지않았다.유소린도 그동안 온갖 이해관계와 암투를 봐 오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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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7화

이런 협업은 최상위 재벌 가문의 입장에서도 눈이 뒤집힐 만큼 탐나는 기회였다.수많은 가문이 어떻게든 이 프로젝트를 따내려고 온갖 수단을 다 써 왔다.랜스 가문이 가장 유력한 몇몇 가문 가운데 한 가문을 골라 손을 잡았다면 그나마 말이 됐을 것이다.그런데 랜스 가문은 이름값도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은 신인인 하지율을 선택했다.그 순간 하지율은 단숨에 모두의 표적이 됐다.하지율이 연씨 가문 딸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온갖 최상위 가문이 일제히 하지율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기 시작했다.유소린은 온갖 루머와 각종 불리한 소문을 하나하나 막아 냈고 하지율에게 튀는 불똥도 최대한 깔끔하게 처리해 냈다.그런데 상대방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이번에는 기자들 틈에 사람을 섞어 넣고 인터뷰 현장에서 하지율을 기습하려 들었다.하지만 하지율은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반응도 빨랐다.주용화가 가르쳐 준 격투 기술은 실제 상황에서 놀랄 만큼 쓸모가 있었다.하지율은 다치지 않은 채 범인과 안전거리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원래 같으면 그 한 번의 기습이 실패한 순간 상대도 물러나야 했다.그런데 그 자식은 첫 공격이 빗나가자 이번에는 느닷없이 유소린을 노렸다.유소린은 몸을 쓰는 법도 모르고 호신술도 배운 적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흉악한 범인 앞에서는 제대로 맞설 힘이 없었다.결국 결정적인 순간 하지율이 유소린의 앞을 막아섰다.하지율은 대신 칼을 맞았고 동시에 상대 손에서 무기를 빼앗아 그대로 위험한 상황을 끝냈다.그 일이 있고 나서 유소린은 놀라고 죄책감까지 겹쳐 마음을 놓지 못했다.유소린은 하지율에게 말했다.“지율아, 그냥 화야 씨를 다시 부르자. 저 사람들은 수단이 너무 악독해... 이러다가는 내가 널 못 지킬 것 같아.”하지율의 팔에는 칼에 베인 상처가 남았지만 다행히 깊지는 않았고 소독하고 붕대만 잘 감아도 될 정도였다.하지율은 담담하게 말했다.“소린아, 이 일은 절대 화야 씨한테 말하지 마. 화야 씨는 주씨 가문 가주야. 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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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8화

하지율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소린아, 우리가 습격당한 일을 다른 사람한테 말한 적 없지?”유소린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없어. 나도 일부러 기사 안 나가게 꽉 눌러뒀어.”유소린은 하지율의 표정을 살피다가 하지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렴풋이 눈치챈 듯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이건 아마 화야 씨가 한 일은 아닐 거야.”유소린은 주용화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자주 연락하는 건 아니었지만 가끔 오가는 대화만으로도 유소린은 알 수 있었다.주용화는 이 일을 모르고 있었다.원래는 고윤택이 종종 주용화한테 하지율의 소식을 몰래 전해 주고 있었는데 그 일은 몇 달 전에 고지후에게 들켰다.고지후는 고윤택이 자기보다 남의 편을 더 드는 걸 알고는 속이 뒤집힐 뻔했다.결국 고지후는 바로 고윤택을 다시 돌려보냈다.하지율은 눈을 내리깔고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그러자 유소린이 말했다.“정말 바이런의 원수들이 한 짓일 수도 있어. 그 인간도 원래 착하게 사는 놈은 아니었잖아. 경쟁자들을 암살한 일도 한두 번이 아니래. 이번엔 제대로 사람을 잘못 건드린 거지. 그런데 상대도 진짜 독하긴 하더라. 시체도 제대로 안 남겼다잖아. 이런 수법은 거의 손형원이랑 비슷해. 뭐... 악인은 악인이 잡는 거지.”하지율은 더 깊게 파고들지는 않았다.“어쨌든 누가 대신 처리해 줬으면 우리도 힘은 덜었네.”원래 하지율이 유소린에게 배후를 알아보라고 한 건, 확인되는 순간 바로 되갚아 줄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실제로 하지율은 이미 반격 계획까지 다 세워 두고 실행만 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상대가 먼저 죽어 버렸다.다만 이번 일을 겪고 난 뒤, 유소린은 아무래도 하지율의 곁에 실력이 좋은 경호원을 몇 명 붙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하지율은 끝까지 버텨 보려 했지만 유소린의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허락했다.하지율은 자기 몸을 스스로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경호원이 있으면 적어도 유소린까지 지켜 줄 수 있었기에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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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9화

그러자 하지율이 입을 열었다.“이렇게 많이 붙어 다니면 너무 눈에 띄어. 오히려 표적이 되기 쉽지. 난 원래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불편해. 많아도 둘이면 충분해. 한 명은 널 지키고 한 명은 날 지키면 되잖아.”하지율의 말도 일리가 있어서 유소린도 아쉬운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나현우는 보기에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가늘고 여려 보여서 언뜻 보면 전혀 싸움을 잘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그런데 막상 실력은 몸이 좋은 경호원들보다도 뒤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나은 편이었다.상대가 나현우의 얼굴만 보고 방심하기 쉬운 것도 큰 장점이었다.반면 강원희는 달랐다.체격만 봐도 풍기는 분위기만 봐도 단련된 사람이라는 게 드러났다.두 사람 모두 주용화만큼 눈에 띄게 잘생긴 건 아니었지만 경호원들 사이에서는 충분히 돋보이는 외모였다.유소린은 그 점이 꽤 마음에 들었다.하지율은 딱히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다만 너무 피곤한 날이면 가끔 이름을 헷갈려 나현우를 보고 화야 씨라고 부를 때가 있기는 했다.유소린은 나현우와 강원희를 문밖에 대기시킨 뒤, 하지율이 드레스를 갈아입는 걸 도와줬다.유소린은 드레스를 정리해 주며 물었다.“맞다. 지율아, 랜스 가문의 가주는 본 적 있어? 듣기로는 여자라던데 그것도 엄청 젊다며? 나도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이력이 보통이 아니더라.”하지율은 고개를 저었다.“본 적이 없어. 나랑 계속 프로젝트 이야기 나눈 건 그쪽 책임자였어. 랜스 가문 가주가 직접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어.”유소린은 고개를 갸웃했다.“이렇게 큰 프로젝트인데 가주가 직접 안 나오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아? 그 사람은 그렇게 마음이 놓이는 걸까? 밖에서는 너랑 랜스 가문의 가주 사이에 무슨 특별한 관계가 있어서 이번 협업이 성사됐다는 말까지 도는데 정작 본인은 한 번도 나서서 해명도 안 한다니 말이야.”하지율은 드레스 자락을 매만지며 조용히 말했다.“소린아, 사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해.”유소린의 손길이 순간 멈췄다.“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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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0화

하지율은 눈앞에서 춤을 청하는 가면 쓴 남자를 바라봤다.이상하게도 처음 보는 사람 같지가 않았고 묘하게 낯이 익었다.하지율은 자기도 모르게 남자를 몇 번 더 찬찬히 살폈다.지난 반년 동안 하지율도 적지 않은 연회에 얼굴을 비췄지만 꼭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대개 춤을 추자는 제안은 받지 않았다.그런데 이번에 하지율이 한참 상대를 바라보고만 있자 옆에 있던 유소린이 은근슬쩍 등을 떠밀었다.“지율아, 그냥 한 곡 춰. 지금 이 사람을 거절해도 조금 있으면 또 다른 사람이 올 거야.”하지율은 다시 한번 눈앞의 남자를 훑어봤다.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본 사람인지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잠시 망설이던 하지율은 결국 손을 내밀어 남자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남자는 검은 장갑을 낀 손으로 하지율의 왼손을 잡았다.그 손끝에는 어딘가 모르게 굳은 기색이 배어 있었다.남자가 쓰고 있는 건 늑대 모양의 가면이었고 얼굴 대부분이 가려져 있었기에 짙고 깊은 검은 눈동자만 희미하게 보였다.동양인 남자였다.하지율은 그제야 분명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했다.그런데 남자는 내내 말이 없었다.하지율이 이렇게 빤히 쳐다보는데도 먼저 입을 열 생각은 없어 보였다.결국 하지율이 먼저 말을 꺼냈다.“저희 어디서 본 적 있나요?”남자는 몇 초쯤 침묵하다가 짧게 대답했다.“없습니다.”남자는 일부러 자신의 목소리를 낮춘 듯했다.약간 쉰 듯하기도 했고 발음도 어딘가 흐릿했다.하지율은 자기가 대체 어디서 이런 이상한 사람을 본 적이 있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그러다가 너무 골똘히 생각한 탓인지 하지율의 발이 순간 엇나갔다.그 바람에 하지율은 실수로 상대의 발을 밟고 말았다.그러자 하지율은 얼른 사과했다.“죄송해요.”남자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괜찮습니다.”그러고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한 곡이 끝나자 남자는 짧게 인사했다.“먼저 실례하겠습니다.”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떠나 버렸다.하지율은 남자가 멀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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