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601 - Chapter 1610

1631 Chapters

제1601화

전문 경호원인 나현우는 촉이 예민했고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날카로웠다.손형원을 몇 번 마주했지만, 그는 그 위험한 인물에게서 별다른 살기를 느끼지 못했다.주용화를 마주한 순간, 나현우가 놀란 건 오히려 하지율 때문이었다.지금의 그녀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와는 분명 결이 달랐다.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말투와 행동은 물론이고 미묘한 표정 변화와 시선 처리에서 그 차이가 느껴졌다.나현우를 본 주용화가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그는 시선을 옮겨 하지율을 바라봤다. 짙은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알 수 없는 압박감이 은근히 느껴졌다.“지율 씨, 이분은...”하지율이 곧바로 답했다.“현우 씨는 소린이가 소개해 준 경호원이에요.”나현우는 단순히 실력만 뛰어난 게 아니라 상황을 읽는 눈치와 순발력도 갖춘 사람이었다.그는 곧바로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나현우입니다. 대표님처럼 편하게 현우 씨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주용화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저를 아십니까?”나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입니다. 대표님이랑 소린 누님께서 종종 말씀해 주셨거든요. 대단한 분이라고.”유소린은 평소에도 주용화 이야기를 자주 꺼내곤 했다.하지율은 그걸 굳이 막지는 않았지만, 직접 언급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주용화는 하지율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현우가 일부러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하고 있다는 것도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럼에도 굳이 짚어내지 않고 그저 웃으며 물었다.“저를 실제로 본 적은 없을 텐데요. 어떻게 알아보셨습니까?”나현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아, 그게... 형님 같은 외모는 흔치 않잖아요. 한눈에 알아봤습니다.”주용화는 나현우를 바라봤다.“마침 지율 씨와 식사하러 가는 길입니다. 함께 가시겠습니까?”나현우는 하지율의 경호원이었다. 그녀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었다.막 동행하겠다고 말하려는 순간 하지율이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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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2화

주용화의 말을 듣고 나서 하지율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나현우의 외모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매일 얼굴을 보기는 했지만, 막상 떠올리려 하면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 애매한 사이였다.주용화의 말을 계기로 하지율은 뒤늦게 생각을 정리했다.생각해 보니 나현우는 분명 잘생긴 편이었다.유소린이 경호원을 구할 때 잘생긴 사람을 구할 거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원래도 외모를 중요하게 보는 사람이어서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하지율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괜찮은 편이죠.”주용화는 길게 드리운 속눈썹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괜찮은 편이라고요?”하지율은 왜 계속 나현우의 외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마음에 안 드세요?”주용화는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짧은 침묵이 흐른 뒤에야 입을 열었다.“요즘, 잘 지내셨어요?”하지율은 컵을 쥔 손에 힘이 조금 들어갔다.“네. 잘 지내고 있어요. 일도... 전반적으로 순조롭고요.”하지율은 무심코 컵을 가볍게 흔들었다.고맙다는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의 긴장은 단순한 어색함 때문이 아니었다.이유를 설명할 수 없이 묘하게 심장이 조여 오는 느낌이었다.마치 중요한 결정을 앞둔 순간처럼 긴장이 조여왔다.주용화가 말했다.“주씨 가문 쪽 일은 거의 정리됐습니다. 당분간은 M국에 머물면서 연경 그룹과의 협업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하지율은 그를 바라봤다.“연경 그룹과... 정말 협업하실 생각이세요?”하지율의 표정을 읽은 주용화가 입을 열었다.“제이원 그룹은 그동안 사업 구조가 지나치게 단조로웠습니다. 내부에 머무르기만 했죠. 이제는 외부로 확장할 때입니다.”그는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요즘 주씨 가문에 대한 평판도 좋지 않습니다. 협력 제안을 해도 선뜻 나서는 곳이 많지 않죠. 이런 상황에서는 외부와 손을 잡기 위해 초반부터 확실한 이익을 제시해야 합니다.”주용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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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3화

그러나 그것은 주주들이 고려할 문제가 아니었다.인맥과 처세, 그리고 운까지도 결국은 실력의 일부였다.애초에 주주들이 연정미의 연경 그룹 합류를 지지했던 것도 손화 그룹과 단아 그룹이 내놓은 조건 덕분에 수익을 얻었기 때문이었다.지금의 하지율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연상진을 밀어냈고 단아 그룹의 일부 자원까지 확보했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역시 분명했다.그리고 단아 그룹이 내놓았던 몇 건의 조건도 더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연태훈 측 주주들 중 일부는 이미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방향은 서서히 하지율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물론 이런 변화가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다.연태훈은 상황을 지켜볼 여유가 있었지만 연재영은 그렇지 않았다.하지율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이미 각오하고 있습니다.”주용화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연재영은 단순히 후계자라는 이유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실력도 분명한 사람이죠. 손형원이나 단보현처럼 만만한 상대는 아닙니다.”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연경 그룹 내부에서 쌓아온 신뢰도도 큽니다. 단기간에 그 자리를 흔드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연태훈 회장의 지원에, 연상진, 연상준, 연정미까지 힘을 보태고 있고요.”그리고 낮게 덧붙였다.“지율 씨, 앞으로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겁니다.”주용화의 단정한 눈매를 마주한 순간 하지율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도 그는 여전히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점심 식사가 끝난 뒤, 두 사람은 협력 건을 더 논의하기 위해 함께 연경 그룹으로 돌아갔다.같은 시각, 유소린은 마무리 작업을 끝내고 하지율의 사무실에서 하지율을 기다리던 중이었다.문이 열리고 주용화가 들어서자, 유소린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화야 씨, 언제 돌아오셨어요?”주용화는 그동안 유소린에게 귀국 소식을 따로 전한 적이 없었다.그러니 유소린이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주용화는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오늘 오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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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4화

여기까지 말하던 유소린의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번졌다.“그중에 D국 거래처 대표 한 분이 있었어요. 시간 약속을 어기는 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연상준이 늦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죠. 결국 계약은 저희가 가져왔고요.”하지율은 주용화의 ‘수제자’였다.연상준이 못마땅하다고 해서 단순히 화를 풀기 위해 움직이지는 않았다.하지율이 늘 하던 말이 있었다.“감정만으로 움직이는 건 의미 없어. 한 번 손을 쓸 거면 반드시 남는 게 있어야 해. 괜히 건드렸다가 경계만 높여 놓으면 다음 기회를 잡기란 더 어려워져. 이득도 얻고 쌓였던 감정도 정리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해.”하지율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뿐 아니라, 끝까지 기다릴 줄도 알았다.그리고 결국 기회를 잡았다.유소린의 설명을 들은 주용화가 물었다.“교통사고도 두 사람이 유도하신 겁니까?”그 말에 유소린이 곧바로 발끈했다.“연상준이 그렇게 말했죠? 정말 속 좁은 사람이에요. 계약 뺏기고 나서는 온갖 말로 험담이나 하고 다니고요.”숨을 고른 뒤, 단호하게 말했다.“저희는 그런 짓 안 했습니다. 정말이에요. 만약 그랬다면 연씨 가문에서 가만있었을 리가 없죠. 그걸 빌미로 바로 문제 삼았을 겁니다. 지율이도 그런 약점을 스스로 만들 정도로 멍청하지 않고요.”하지율 역시 선을 분명히 긋고 있었다.아무리 경쟁이라도, 사람의 안전을 건드리는 일만큼은 하지 않았다.그 선을 넘는 순간 연씨 가문은 물론, 연경 그룹 내부에서도 명분을 잃게 될 테니까.주용화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되물었다.“정확히 어떻게 된 일입니까?”유소린이 곧바로 답했다.“사고 자체는 있었어요. 다만 저희가 낸 게 아니라, 연상준이 앞차를 들이받은 겁니다.”그녀의 눈빛에 다시 장난기가 스쳤다.“추돌 사고는 생각보다 간단하거든요. 앞차가 갑자기 급정거만 해도 피하기 어렵잖아요.”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저희는 그다음 상황만 만들었어요. 사고 나자마자 미리 준비해 둔 사람들을 보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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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5화

“그때 지율이 거의 매일 밤새우면서 일했어요. 살도 눈에 띄게 빠졌고요.”협업은 단순히 조건만 맞춘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상대 요구에 맞춰 기획안을 완성해야 했고 그쪽이 만족해야만 계약이 체결됐다.하지율의 기획안은 두 번이나 반려됐다.그때마다 유소린은 밤늦게까지 수정 작업을 이어가는 하지율을 보며 깊은 자책과 미안함을 느꼈다.업무적으로는 자신이 하지율만큼 해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결국 대부분을 하지율 혼자 감당하게 둘 수밖에 없었다.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나현우가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그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그에게 쏠렸다.나현우의 웃음이 그대로 굳었고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왜... 대표님이랑 소린 누나, 형님까지... 다들 왜 저렇게 쳐다보지?’그는 마른침을 삼켰다.“저기... 저는, 그... 서류 좀 드리러...”발걸음이 문턱에서 멈췄고 더 이상 안으로 들어오기가 쉽지 않았다.유소린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화야 씨가 안 돌아올 줄 알고... 잘생긴 남자로 뽑은 건데. 아니, 아니지? 경호원이라서 뽑은 거야. 뭐, 어쨌든... 이왕이면 잘생긴 사람으로 뽑는 게 맞지. 눈 호강도 할 겸.”둘 사이에 다른 감정이 없다는 건 이미 확인된 사실이었다.하지율이든 나현우든, 지금은 그런 데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평소라면 연애라도 해보라고 등을 떠밀었겠지만, 지금의 하지율에게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그런데 막상 이 상황이 되자, 유소린은 괜히 뜨끔했다.마치 친한 친구 소개해 주다 현장에서 들킨 사람처럼 묘하게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유소린은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나현우가 들고 있던 서류를 낚아채듯 받아 들었다.“이건 제가 받을게요. 이제 가보세요.”나현우는 더 묻지도 않았다. 고개만 꾸벅 숙이고는 그대로 문을 닫고 빠져나갔다.주용화는 소파에 앉은 채, 탁자 위에 놓인 찻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찻잔을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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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6화

하지율은 주용화를 바라봤다.그러자 주용화는 초대장 한 장을 꺼내 보였다.“이번 주말에 참석해야 하는 연회가 하나 있는데... 제 파트너로 와 주실 수 있을까요?”하지율은 거의 고민도 하지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좋아요.”주용화는 옅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잠시 후에 비서가 계약서를 가져올 겁니다. 보시고 더 원하시는 조건이 있으면 같이 수정해도 됩니다.”주씨 가문 쪽의 계약서는 하지율도 대강 훑어본 적이 있었다.그런데 손볼 만한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마치 처음부터 하지율에게 맞춰 만든 것처럼 완벽했다.아마 주용화가 직접 초안을 잡았을 가능성이 컸다.하지율은 말했다.“따로 요구할 건 없어요.”주용화는 곧장 전화를 걸자 얼마 지나지 않아 유민재가 계약서를 들고 들어왔다.유민재는 하지율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지율 씨, 오랜만이네요.”하지율도 웃으며 받아 주었다.“민재 씨, 정말 오랜만이에요.”그제야 하지율은 유민재가 예전부터 자신에게 유난히 예의를 갖추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유민재는 주용화의 친구가 아니라 주용화의 비서였다.유민재가 하지율에게 계약서를 내밀었고 하지율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한 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문제없어요.”그러자 주용화가 입을 열었다.“그럼 연경 그룹 주주들과도 바로 조율하시죠. 오늘 안에 계약까지 마무리하면 됩니다.”“좋아요. 소린이한테 바로 준비시키겠어요.”어차피 이번 계약은 연경 그룹 쪽이 훨씬 유리한 입장이었다.주용화가 시간을 끌지 않겠다고 나선 이상 연경 그룹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삼십 분쯤 지났을 때쯤에 유소린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지율아, 다 준비됐어. 지금 내려가면 바로 계약할 수 있어.”그러자 하지율과 주용화는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안에 서 있던 연상진이 눈에 들어왔다.연상진은 하지율을 싸늘하게 한번 훑어본 뒤 시선을 주용화에게로 옮겼다.연상진도 얼마 전에 주용화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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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7화

하지율은 몇 걸음 앞으로 나서서 주용화의 앞을 가로막았다.그리고 주용화를 바라보며 말했다.“화야 씨, 혹시 어디서 짐승이 짖는 소리를 못 들었어요?”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쌓인 호흡이 있었기에 주용화는 하지율의 말뜻을 바로 알아들었다.주용화는 연상진을 의미심장하게 한번 흘겨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어디 집에서 풀어놓은 강아지가 도망쳐 나온 모양이네요. 지율 씨가 말해 봐요. 목줄도 안 하고 함부로 돌아다니는 개가 얻어맞아 죽는다면 그건 자업자득 아닐까요?”그 말을 못 알아들을 리 없는 연상진은 주용화를 가리키며 버럭 소리쳤다.“누가 개라는 거예요. 방금 한 말 다시 해 봐요!”하지만 주용화는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우리는 짐승 얘기한 건데요. 연상진 씨의 얘기는 한 적이 없는데요. 그런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세요? 설마 연상진 씨네 집의 개가 돌아다니다 여기저기 물어뜯다가 맞아 죽기라도 했어요?”원래도 성질이 급한 연상진은 주용화가 이렇게 대놓고 비웃자 더는 참지 못했다.연상진은 그대로 주용화 멱살을 움켜쥐었다.“이 새끼가...”바로 그 순간이었다.띵!엘리베이터에서 도착 알림음이 울렸고 문이 천천히 열렸다.막 계약을 맺으러 올라오던 주주들과 회사 고위 임원들이 환한 얼굴로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그들은 연경 그룹에 행운을 안겨 줄 큰손 주용화를 맞이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문이 열리자마자 보인 광경에 모두가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연상진은 주용화의 멱살을 잡고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릴 듯 서 있었다.사람들은 순간 혼이 나갈 뻔했다.연태훈 쪽 주주 몇 명은 놀라서 곧바로 연상진을 향해 소리쳤다.“연상진 씨,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당장 주용화 씨를 놓지 못 해요!”연상진은 하지율과 주용화가 번갈아 받아치며 몰아붙인 탓에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그래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눈앞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연상진은 멍하니 굳어 버렸다.연상진은 본능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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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8화

연경 그룹의 사람들도 하나같이 맞장구쳤다.“주용화 씨, 연상진 씨는 이제 연경 그룹에서 실권이 없습니다. 연상진 씨의 말이 회사 뜻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먼저 무례하게 군 건 연상진 씨 쪽이니 그냥 넘어가지는 않겠습니다. 반드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주용화는 연상진을 한번 힐끗 바라봤다.연상진의 얼굴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주용화는 그런 연상진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그런데 둘째 도련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은데요?”사람들은 연상진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서둘러 말했다.“주용화 씨,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연상진 씨가 방금 보인 무례한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직접 사과하게 하겠습니다.”연태훈을 지지하는 주주 몇 명도 동시에 연태훈을 바라봤다.그 눈빛에는 노골적인 불만과 함께 적지 않은 압박이 담겨 있었다.지난 1년 동안 연상진이 벌인 여러 가지 무리수는 이미 연태훈을 지지하던 주주들의 마음속에 불만을 차곡차곡 쌓아 왔다.반대로 하지율을 밀어준 주주들은 계속 큰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그쪽은 돈을 벌고 있는데 자기들은 이익은커녕 연상진의 뒤치다꺼리까지 해야 했으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그야말로 차이가 너무 컸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말 처참했다.그런 정도의 차이면 누구라도 속이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연재영은 그렇다 쳐도 연상진은 하지율에게 밀렸고 연상준은 하지율에게 주문을 빼앗겼다.연정미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하지율한테 완전히 눌려서 제대로 빛도 한 번 보지 못했다.연재영은 어차피 연경 그룹 미래 후계자였으니 굵직한 결정만 맡는다고 해도 납득할 수 있었다.하지만 연상진, 연상준, 연정미 셋을 다 합쳐도 하지율이 혼자 낸 실적보다 못했다.그쯤이 되자 연태훈 쪽의 주주들 사이에서는 세 사람의 실무 능력 자체를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기 시작했다.셋이 달라붙어도 하지율 한 명을 이기지 못했다.결국 하지율이 이 셋을 통째로 무능해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연상진과 연상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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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9화

“하지율이 이번 계약을 놓친다고 해서 아쉬운 점이야 있겠지만 그렇다고 타격이 큰 건 아니야. 하지만 너 때문에 이번 계약이 날아가 버리면 이야기가 달라져. 하지율의 편에 선 주주들이 가만있지 않을 건 당연하고 우리 쪽 주주들조차 우리한테 신뢰를 거둘 수 있어.”연상진은 원래 성격이 급했지만 연태훈이 그렇게 짚어 주자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순간 식은땀이 확 올라온 연상진은 이를 악물고 내뱉었다.“주용화는 진짜 너무 사악하네요.”분명 연상진이 주용화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판을 깔았는데 끝내 거기에 걸린 건 오히려 연상진이었다.연태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상진아, 주용화는 주씨 가문 가주 자리에 오른 사람이야. 수완이든 머리든, 보통 사람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주용화를 보면 그냥 멀리 피해. 주용화와 비기면 너는 절대 이길 수 없어. 잘못 덤볐다가는 네가 훨씬 크게 다칠 거야.”오늘은 다행히 연태훈이 현장에 있었고 그래서 이 일이 어디까지 번질 수 있는지 바로 읽어낼 수 있었다.만약 연태훈이 없었다면 연상진은 이번에도 또 주용화의 손에 넘어갔을 것이다.그런데 이번에는 연상진이 혼자 망신당하는 걸로 끝나지 않았다.연씨 가문 전체의 체면과 평판까지 걸린 일이었다....연상진은 속이 뒤집혀도 어쩔 수 없었다.하지율이 더 큰 이득을 가져가는 꼴만은 막아야 했기에 결국 얌전히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앞에서 주용화도 굳이 연상진을 더 몰아붙이지는 않았다.연상진이 차 한 잔 올리면서 사과 한마디 받는 선에서 끝냈다.그런 모습을 보며 연상진은 연태훈의 말이 맞았다는 걸 깨달았다.주용화가 연상진에게 사과를 받아내려 한 게 진짜 목적은 아니었다.진짜 목적은 연씨 가문 사람들에게 주주들의 신뢰를 흔들어 놓는 데 있었다.주용화는 연상진이 건넨 차를 받아 들고 가볍게 웃었다.“한동안 못 봤는데 둘째 도련님이 제법 영리해지셨네요.”연상진은 주용화가 일부러 약 올린다는 걸 알았지만 이번에는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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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0화

주용화는 웃으며 물었다.“연정미 씨, 아직도 저랑 이야기할 생각이 있으세요?”그 말에 연정미의 머릿속에는 지난번 몇 차례 불쾌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그래도 연정미는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우리 사이에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아서요. 오해는 풀고 싶어요.”주용화는 시간을 한번 확인하더니 말했다.“죄송하지만 오늘은 따로 할 일이 있어서요. 아마 시간 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연정미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조금도 기분 상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그럼 주용화 씨는 언제 시간이 되세요?”주용화는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대답했다.“글쎄요. 제가 언제 시간이 날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누가 들어도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연정미가 다시 뭔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렸다.주용화는 그대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그러자 연정미도 망설이지 않고 따라 들어갔고 아직 포기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주용화 씨, 전에 하셨던 말 아직도 유효한가요?”주용화는 연정미를 한번 힐끗 봤다.“제가 한 말이 워낙 많아서요. 연정미 씨가 어느 말을 두고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연정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연경 그룹에서 손 떼면 더는 연씨 가문도 저도 건드리지 않겠다고 하셨잖아요.”주용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설마 이번에도 제 말 끌어내서 녹음이라도 하려고 오신 건 아니겠죠?”그 말에 연정미의 얼굴에 걸려있던 웃음이 잠시 굳어 버렸다.연정미는 그동안 정말 많은 종류의 남자들을 봐 왔다.그런데 주용화처럼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 않고 조금도 틈을 주지 않는 남자는 처음이었다.지난번에는 주용화의 본색을 억지로라도 드러내게 만들겠다는 생각에 아예 판을 뒤집어 버렸다.사람들의 앞에서 주용화의 정체를 까발리며 자기 퇴로까지 없애 버렸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연정미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이제는 주용화가 자신을 더더욱 믿지 않을 게 분명했다.연정미가 조용히 말했다.“화야 씨, 제가 정말 연경 그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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