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621 - Chapter 1630

1631 Chapters

제1621화

하지율이 상황을 설명하자, 노아도 더는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에게 중요한 일을 먼저 챙기라고 했다.하지율이 현성의 일로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뒤에는 직접 초청장을 구해주고 함께 현성을 만나러 가 주기도 했다.노아는 자신의 호감을 숨기지 않았지만, 그때의 하지율은 이혼 직후라서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때의 그녀는 연애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그 뒤로 하지율이 M국으로 오면서 두 사람의 연락은 자연스럽게 끊겼다.그리고 지금, 이런 자리에서 노아를 다시 마주하자, 하지율의 얼굴에는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이 스쳤다.“노아 씨, 오랜만이에요.”노아의 푸른 눈동자가 하지율을 향했다. 시선에는 숨기지 못한 반가움이 담겨 있었다.그의 눈에 하지율은 예전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진 듯했다.과거에는 외적인 아름다움에 머물러 있었다면, 지금의 하지율은 달랐다. 내면에서부터 번져 나오는 자신감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꾸어 한층 더 눈에 띄었다.노아는 한참 동안 하지율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말을 꺼내려는 순간, 옆에서 맑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지율 씨, 누군지 소개해 주시죠?”그제야 노아는 하지율의 곁에 서 있는 남자를 인식했다.‘젊고 잘생겼네...’조각 같은 얼굴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체격이 큰 영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고지후 씨도 아니고, 정기석 씨도 아니야.’고지후와 정기석은 이미 본 적이 있었지만 이 남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노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지율 씨, 이분은 누구시죠?”하지율이 답했다.“노아 씨, 주용화 씨예요. 용화 씨는... 제 친구예요.”그리고 곧바로 시선을 주용화 쪽으로 돌렸다.“화야 씨, 인사하세요. 노아 씨예요. 오래 알고 지낸 친구예요.”주용화와 노아가 가볍게 악수했다.“노아 씨,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노아도 예의를 갖춰 인사를 건넸다.노아는 이내 주용화가 하지율의 파트너라는 걸 알아차린 듯, 미소를 띠며 물었다.“지율 씨와는 정말 오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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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2화

하지율은 주용화에게 노아와 알게 된 경위를 간단히 설명했다.주용화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노아 씨가... 지율 씨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요?”주용화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시선과 눈이 마주치자, 하지율은 고개를 살짝 돌렸다.“노아 씨가 저를 좋게 봐주시는 건 맞아요. 그런데 그게 연애 감정이라기보다는 오래된 친구 같은 정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주용화가 바로 위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제 눈엔 그냥 친구처럼 보이진 않는데요.”하지율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영나라 사람인 노아는 밝고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한 마음을 숨긴 적도 없었다.노아가 자신을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고 말했을 때, 하지율은 분명하게 거절 의사를 전한 적이 있었다.그때 노아는 이렇게 말했다.“지율 씨는 거절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저는 계속 좋아할 겁니다.”그 이후로 하지율은 일이 바빠지면서 노아의 초대를 몇 번 거절하게 됐고, 두 사람의 연락도 점차 뜸해졌다.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하지율이 말했다.“1년이나 지났습니다. 노아 씨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거나, 마음에 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주용화가 다시 물었다.“노아 씨가 다시 데이트를 제안하면 받아들이시겠습니까?”하지율은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그 질문은 어딘가 낯설었다. 적어도 예전의 주용화라면 이렇게 노골적으로 묻지 않았을 질문이었다.하지만 지금의 주용화는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았다.하지율의 시선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가능하면... 거절할 생각입니다.”주용화가 이어서 물었다.“저는요?”하지율이 순간 이해하지 못한 듯 되물었다.“그게 무슨 말씀입니까?”주용화가 고개를 조금 더 숙이며 얼굴을 가까이하자, 따뜻한 숨결이 하지율의 볼을 스쳤다.주변 공기가 순간 긴장된 듯했다.“제가 지율 씨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면... 받아주시겠습니까?”하지율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거의 반사적으로 주용화의 손을 놓으려는 순간, 그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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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3화

하지율은 손형원의 손을 단호하게 뿌리치고 돌아서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그러자 손형원이 뒤에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주용화 씨가 왜 돌아왔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습니까?”하지율의 발걸음이 아주 미세하게 멈칫했다.손형원의 말이 이어졌다.“설마 주용화 씨가 희생정신으로 지율 씨를 돕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이번에 돌아온 것도 결국 대가를 받아내기 위해서입니다. 주씨 가문 이야기쯤은 이미 들으셨을 테고요. 그런 부류의 사람은 그렇게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하지율은 대꾸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지나치려 했다.하지만 주용화를 그런 식으로 말하는 태도에 하지율은 결국 걸음을 멈췄다.돌아선 하지율이 손형원을 똑바로 바라봤다.“그런 부류의 사람이라니요?”하지율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날이 서 있었다.“화야 씨가 어떤 사람이든, 손형원 씨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비교할 것도 없을 정도로요. 남을 평가하기 전에, 본인이 무슨 짓을 해왔는지부터 돌아보세요. 손형원 씨가 해온 일들... 화야 씨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하지율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낮게 덧붙였다.“적어도 화야 씨는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해치진 않습니다.”손형원은 미간을 찌푸렸다.‘주용화 역시 지율 씨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사람이다. 그 사실을 지율 씨가 모를 리 없고...’조금 전에도 주용화는 분명 선을 넘는 행동을 보였다.그런데도 다른 사람이 주용화를 깎아내리는 순간, 하지율은 망설임 없이 그를 감쌌다.‘왜일까...’손형원의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주용화가 지율 씨를 도왔기 때문일까? 그래서 이렇게 쉽게 용서하고, 이렇게까지 편을 드는 것일까?’가슴 한쪽에 문득 질투에 가까운 감정이 올라왔다. 그것은 그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한 사람을 향한 특별한 감정이었다.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내가 주용화처럼 행동했다면... 나도 저렇게 감싸줬을까.’손형원은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하지율이 주용화를 대하듯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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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4화

유소린은 하지율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온 뒤, 커피를 한 잔 건네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지율아, 어제 화야 씨랑 연회 다녀왔다며? 무슨 일 있었어? 왜 이렇게 못 잔 얼굴이야? 설마...”유소린이 하지율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화야 씨가 너한테 고백한 거 아니지?”하지율이 고개를 들어 유소린을 바라봤다.“소린아, 너 알고 있었어?”유소린은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당연하지. 처음에는 몰랐어도, 화야 씨가 너한테 털어놓고 나서는 티가 너무 났거든. 좋아하는 거 아니면 그렇게까지 도와줄 이유가 없잖아. 단순히 미안해서라고 보기에는 화야 씨가 너한테 해준 게 너무 많아.”하지율은 피곤한 기색으로 미간을 문질렀다.“그래?”유소린이 말을 이었다.“네가 이혼한 지 얼마 안 됐고,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도 있을 테니 새로운 사람을 만날 여유 없다는 거 알아. 그래서 일부러 말 안 했던 거고. 화야 씨도 그동안 너한테 시간을 좀 더 주려고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을 거야.”말을 멈춘 유소린이 잠시 하지율의 표정을 살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지율아, 화야 씨는 경호원으로서 지켜야 할 선은 진작 넘었어. 다만 넌 그쪽으로는 아무 생각 없었던 터라 몰랐던 거지.”유소린은 짧게 숨을 고르고 덧붙였다.“하지만 지금은 다르잖아. 화야 씨가 이렇게까지 직접 마음을 밝힌 거면, 이번에 돌아온 이유도 분명하다고 봐. 너한테 제대로 마음 표현하려고 온 거야.”주용화가 유소린에게 하지율을 돌봐달라고 부탁했을 때, 유소린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걸.왜 중간에 마음을 바꿨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번 돌아오기로 한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을 사람은 아니었다.주용화는 늘 돌직구를 날리는 스타일이었으니까.유소린은 적어도 어느 정도는 시간을 두고 관계를 쌓은 뒤 고백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 남자는 시작부터 망설임도, 지켜야 할 순서도 없는 직진을 택했다.‘정말 화야 씨다운 방식이긴 해. 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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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5화

그런 점에서 주용화는 이익만 따지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유소린은 꽤 속물적인 면이 있었다. 그녀는 늘 돈 있는 곳에 사랑도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주용화는 원래 뭐든 계산하고 움직이는 사람이었지만, 사랑 앞에서는 달라졌다. 하지율을 망설이게 하기보다 기꺼이 모든 걸 내려놓았다.하지율은 조건을 따질 필요가 없었다. 주용화가 전부 책임질 테니까. 그녀는 주용화와 함께할지만 결정하면 됐다.유소린은 자기 생각을 그대로 털어놓았다.“지율아, 네가 연애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소홀하거나 판단력이 흐트러질까 봐 걱정하는 거 알아. 다른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화야 씨는 달라. 화야 씨라면 절대 너를 그렇게 흔들리게 하진 않을 거야.”유소린은 숨을 고르듯 말을 멈췄다가, 하지율의 어깨를 가볍게 짚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생각해 봐, 화야 씨가 지금까지 너한테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해줬는지. 화야 씨가 그 정도 균형 하나 못 맞출 리 없잖아. 그리고 M국 온 뒤로 너 자신을 너무 몰아붙였어. 긴장의 연속이었을 거야. 너 바이올린 했었으니까 알 거 아니야. 너무 팽팽하게 당기면 결국 끊어지기 마련이야. 사람도 똑같아, 가끔은 좀 풀어줘야 해.”잠시 말을 고르던 유소린은 작은 소리로 덧붙였다.“그리고 화야 씨가 예전에 임채아를 도와준 일이 마음 걸리는 거라면... 나도 이해해. 바로 답하지 말고 좀 더 고민하는 척해 보는 건 어때? 애 좀 태우면서 너도 마음 정리하면 되잖아. 화야 씨라면... 색다른 연애경험이 될 거야.”문득 고지후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유소린은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하지율의 피곤한 기색이 더 짙어진 걸 보고 유소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혹시나 하지율이 아직도 주씨 가문에 대한 소문 때문에 망설이고 있을까 봐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귀띔했다.“주씨 가문 소문 때문에 망설이는 거라면... 요즘 세상에 아직도 그런 소문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이 어딨어. 다 누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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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6화

그때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아직 어떤 기사도 올라오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연상준도 연재영의 사무실로 찾아왔다.“무슨 일이야? 왜 기사가 안 나간 거지?”연재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비서가 조사한 내용을 연상준에게 전했다.손형원의 이름이 나오자, 연상준도 잠시 굳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연정미를 바라봤다.“정미야, 손형원이 왜 네 기사를 막은 거야? 참, 어제 연회에서 손형원이랑 만났다고 하지 않았어? 설마 네가 한동안 연락 안 하니까 또 일부러 저러는 거야?”연재영도 시선을 연정미에게 옮겼다.“정미야, 어제 손형원이랑 무슨 일 있었어?”연정미는 곤란한 기색을 드러냈다.“전에 형원 오빠가 굉장히 아끼던 화가가 있었어. ‘summer’라는 화가였는데... 실체는 하지율이야.”그 말을 듣고 연재영과 연상준은 서로를 마주 봤다.하지율이 ‘summer’라는 사실은 이미 세상에 공개된 적이 있었다.당시 사람들은 하지율의 과거와 스캔들을 폭로하려 했지만, 정작 제대로 밝혀진 건 거의 없었다.오히려 하지율의 여러 활동 계정과 신분이 줄줄이 드러났다. 화가 ‘summer’도 그중 하나였다.이른바 가십이라고 해 봐야, 과거 결혼한 적이 있고 아이가 있다는 정도에 불과했다.그마저도 하지율 측에서 빠르게 정리하면서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한편으로 유소린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대 매체를 강하게 압박하며 SNS에 공개적으로 글을 올렸다.“도덕적으로 문제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법을 어긴 것도 아닙니다. 결혼했고 아이가 있다는 게 언제부터 욕먹어야 할 일이 된 겁니까? 너무한 거 아닌가요? 이혼한 사람은 새 인생을 살 자격도 없습니까?”요즘처럼 이혼율이 높은 시대에는 이혼이 더 이상 흠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해당 기사를 낸 매체도 맞대응 기사를 내지 못했다.사람들 역시 실패한 결혼을 들춰 공격하는 건 지나치다고 여겼다.이후 하지율의 다재다능한 이력들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여론은 오히려 반전됐다.지금 하지율의 업계 내 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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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7화

“정미야, 지금 당장 손형원한테 전화해서 좀 달래봐. 어떻게든 해서... 더 이상 일에 끼어들지 못하게 해.”연정미가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지금 바로 전화해 볼게.”곧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몇 번 더 시도해도 결과는 같았다.예전에 단성훈이 입원했을 때처럼, 몇 번을 다시 걸어도 계속 받지 않았다.연상준이 먼저 눈치를 챘다.“예전엔 네가 전화하면 바로 받았잖아. 웬일로 오늘은 여러 번 해도 계속 안 받네. 설마... 차단한 거 아니야?”연재영도 당황한 표정으로 연정미를 바라봤다.“정미야, 손형원이 널 차단한 거야?”연정미가 고개를 저었다.“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 반년 가까이 연락 안 했거든.”손형원은 연정미의 기사를 막아버리고 연락까지 끊은 상황이었다.연재영은 그 상황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정미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형원, 그 자식 한 번 만나.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직접 확인해야 해. 우리 계획, 더 이상 방해받으면 안 돼.”연정미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알겠어. 손형서한테 연락해 볼게.”손형원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손형서는 달랐다.자주 보진 않았어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으며 연락을 이어오고 있었다.연정미는 곧바로 손형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경 그룹과 마주 본 건물.손형서는 빔 프로젝터 앞에 앉아, 계속해서 하지율의 연주 영상을 돌려보고 있는 손형원을 바라봤다.그녀는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로 손형원을 향해 말했다.“오빠, 하지율이 summer 화가라는 거, 나도 충격이긴 한데... 그렇다고 이렇게 계속 영상 돌려보는 건 좀 아니지 않아?”하지율이 ‘summer’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손형서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할 만큼 놀랐다. 곧장 손형원을 찾아가 확인했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손형서를 처음 맞이했을 때부터 그는 이미 하지율의 쇼 영상을 보고 있었다.손형서는 그저 믿기 힘든 사실을 다시 확인하려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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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8화

손형원은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바이올린은 확실히 하지율이 더 잘 켜, 연정미보다.”손형서는 하지율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이 말만큼은 부정하지 않았다.“그건 맞지. [백월광]을 만들었잖아. 해리도 이겼던 실력인데, 연정미보다 못할 리 없지.”빔 프로젝터가 켜져 있던 터라 방 안은 어둑했다. 화면에서 쏟아지는 빛에 남자의 얼굴이 희미하게 어른거렸다.손형원이 낮게 덧붙였다.“연주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손형서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말한 대상이 연정미인지, 하지율인지 가늠되지 않았다.어느 쪽이든,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었다.방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오직 바이올린 소리만이 텅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한참 뒤, 손형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 설마 후회하는 거야?”손형원이 대답하지 않자, 손형서가 말을 이었다.“오빠, 어제 연정미가 연회에서 레일 왕실 공주 구한 거, 이미 소문 다 퍼졌어. 다들 연정미 칭찬하느라 난리야. 레일 왕자가 연정미를 되게 좋게 봤다더라고...”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형원이 차갑게 끊었다.“볼일 안 끝났어? 영상 보는데 방해돼...”손형서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연정미가 오빠 만나고 싶다고 한 건... 어떡할래?”손형원의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다.“네가 알아서 처리해.”연정미를 만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손형서는 짧게 답했다.“알겠어.”손형원이 덧붙였다.“할 말 없으면 가. 중요한 일 아니면 찾아오지 말고.”손형서는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문이 닫히는 순간, 손형서는 뒤돌아 손형원을 한 번 더 바라봤다.그때,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있었다.바로 하지율을 향해 ‘새언니’라고 부르는 모습이 상상됐다.순간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다.‘나까지 오빠 따라 미쳐가는 건가? 어쩌다 이런 생각을 한 거지?’하지만 곧 또 다른 생각이 이어졌다.‘설마 오빠가 진짜 하지율을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니겠지?’지금 당장은 아니라 해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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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9화

...다음 날, 하지율은 협력사를 만나 무사히 계약을 마무리했다.이 계약은 한 달 전부터 추진해 온 것이었다. 구체적인 협력 조건은 이미 모두 조율을 끝낸 상태였다.서명이 끝나자,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매니저가 하지율을 축하 연회에 초대했다.하지율은 가볍게 웃으며 이를 받아들였다.이번 연회는 규모가 크지 않았다.협력에 참여한 몇몇 회사만 초청된 자리라, 인원이 많지 않아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강원희와 나현우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이런 자리에서는 가까이 붙어 경호할 수 없었다.그렇게 하면 하지율과 인맥을 쌓으려는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비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유소린이 물었다.“지율아, 오늘 끝나면 내일부터 우리 자유 시간 좀 가질 수 있는 거지?”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일주일 정도 D국에 머물 생각이야. 너 가보고 싶은 데 있어?”유소린이 막 대답하려던 순간 하지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화면을 확인하던 하지율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유소린이 흘깃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지율아, 이번에 D국 온 거... 화야 씨는 알아?”하지율이 짧게 답했다.“몰라. 따로 말 안 했어.”유소린은 괜히 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지금 두 사람의 관계는 미묘했다. 어디를 가든 서로에게 일일이 알릴 필요는 없었다.하지율은 계속 울리는 전화를 내려다보며 받을지 말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유소린은 그 망설임을 눈치채고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 결국 입을 다물었다.당사자가 아닌 자신이 더 이상 끼어들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하지율도 주용화에게서 받은 상처를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그런데 이제는 그의 고백까지 마주해야 했으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하지율은 아직도 고지후에게서 받은 상처를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다.그런데도 주용화는 용서할 수 있었다.그만큼 그녀에게 주용화는 다른 의미의 사람이었다.하지율은 손에 들린 전화를 바라보다가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주용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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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0화

하지율이 전화를 막 끊은 순간, 등 뒤에서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율 씨?”하지율이 뒤를 돌아보다가 잠시 멈칫했다.“노아 씨?”유소린도 노아를 알고 있었다. 그를 보자마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노아 씨, 오랜만이에요.”노아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소린 씨, 오랜만입니다.”유소린은 하지율에게 연회장에서 노아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노아 씨도 여기 오셨어요?”노아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회사가 위엘 가문과 마침 협업 중이라서요.”말을 이어가며 그는 하지율을 바라봤다.“두 분도 위엘 가문과 협력하게 되신 건가요?”하지율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그러자 노아가 다시 물었다.“얼마나 걸려서 성사하신 겁니까?”유소린이 대신 답했다.“지율이가 직접 두 달 정도 붙어서 진행했어요.”그 말을 들은 노아는 감탄이 담긴 눈으로 하지율을 바라봤다.“위엘 가문은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실력, 신뢰도, 평판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죠. 다만 프로젝트 매니저가 꽤 까다로운 편이라서 저희 쪽도 협업을 성사하는 데 1년이나 걸렸습니다. 그런데 지율 씨는 두 달 만에 해내셨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유소린은 자신이 칭찬을 들은 것보다 더 기쁜 표정을 지었다.“그럼요. 지율이는 천재거든요. 업계에 들어온 지도 이제 겨우 1년이에요.”“지율 씨가... 이제 1년 차라고요?”노아의 눈빛에 감탄이 더 짙게 스며들었다.그는 자연스럽게 제안했다.“지율 씨, D국까지 오셨으니, 내일 제가 두 분을 위해 가이드할까요?”그 순간 하지율의 머릿속에 주용화의 얼굴이 스쳤다.하지율이 미소를 지었다.“죄송해요. 저희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어려울 것 같습니다.”유소린은 그 말을 듣고 하지율을 슬쩍 바라봤다.노아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쳤다. 그러나 곧 다시 웃음을 띠었다.“연회가 끝나고라도... 식사 한 끼는 제가 대접해도 괜찮을까요?”하지율이 막 거절하려던 순간 키가 큰 편인 여성 한 명이 갑자기 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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