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611 - Chapter 1620

1631 Chapters

제1611화

하지율이 잠시 생각하다가 문을 열자 문밖에는 연정미가 서 있었다.연정미는 웃으며 물었다.“하지율 씨 지금 잠깐 괜찮으세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하지율은 연정미를 안으로 들였다.“뭐 드실래요?”연정미가 말했다.“물이면 돼요.”하지율이 연씨 가문으로 돌아온 뒤로 하지율과 연정미가 이렇게 단둘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 적은 한 번도 없었다.서로 모를 리가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그래서 굳이 겉으로만 다정한 척할 필요도 없었다.괜히 그런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더 위선적으로 보일 뿐이었다.연정미도 그 정도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우연히 마주쳤을 때 인사 정도는 했지만 연정미가 먼저 하지율 앞에 다가와 살갑게 굴거나 연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걱정하는 척하며 점수를 따려 든 적은 없었다.그래서 입장 차이 때문인지 하지율은 연정미를 임채아처럼 끔찍하게 싫어하지는 않았다.좋아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미워할 정도는 아니었다.하지율은 연정미가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임채아처럼 뻔한 함정과 모함은 들킬 위험이 너무 컸다.게다가 연정미는 원래부터 연씨 가문의 사랑과 편애를 다 받고 자란 사람이었다.그런데 굳이 직접 손을 더럽혀 가며 누군가를 끝까지 짓밟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연정미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연씨 가문 사람들은 회사 지분 때문에 스스로 움직일 사람들이었다.괜히 힘만 들고 티도 나는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연정미는 늘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얼굴로 사람들 앞에 서 있었다.하지율은 연정미 앞에 물 한 잔을 놓아 준 뒤 물었다.“일부러 저를 찾아오셨으면 하실 말씀이 있다는 거잖아요. 무슨 이야기 하시려고요?”연정미는 눈앞의 물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하지율도 굳이 재촉하지 않았다.잠시 뒤 연정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예전에 화야 씨가 떠났을 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어떤 일들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았죠. 그런데 오늘 화야 씨를 다시 보고 나니까 지율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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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2화

하지율은 임채아에게 직접 물어본다고 해도 연정미가 방금 들려준 이야기에서 크게 다른 대답이 나오지는 않을 거라고 알았다.연정미 같은 사람은 영악한 만큼 선을 잘 지켰다.숨길 수는 있어도 아예 없는 말을 지어내지는 않았다.‘그런데 임채아라면...’하지율은 임채아를 떠올리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불편해졌다.임채아는 수단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었고 머리가 그렇게 영리한 사람도 아니었다.그런데도 고지후와 주용화 두 사람 모두와 질기게 얽혀 있었다.그런 기분은 꼭 목에 생선 가시가 걸린 것 같았다.뱉어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삼키지도 못하는 답답한 느낌이었다.만약 하지율의 인생에 정해진 천적이 있다면 그 사람이 꼭 연정미일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임채아만큼은 분명했다.하지율은 조용히 말했다.“사람마다 다 지나온 시간이 있잖아요. 화야 씨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겠죠. 그걸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일들은 어디까지나 화야 씨 사생활이에요. 꼭 저한테까지 말해 줘야 하는 일도 아니고요.”연정미는 옅게 웃었다.“지율 씨 말도 맞아요. 그런데 지율 씨는 화야 씨 전처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고 두 사람이 어떤 시간을 함께 보냈는지도 모르잖아요. 혹시 그 여자가 화야 씨 곁에 누가 가까이 있는 걸 아주 불편해한다면 나중에 하지율 씨를 상대로 움직일 수도 있겠죠. 그러면 하지율 씨만 또 괜히 화를 입는 거 아닌가요? 예전에 임채아가 그랬던 것처럼요.”하지율은 대답하지 않았고 연정미도 더는 말을 보태지 않았다.연정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하지율 씨한테 드릴 말씀은 다 드렸어요.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저는 먼저 갈게요.”방을 나서기 전, 연정미는 한 번 뒤돌아 하지율을 바라봤다.전에 사귄 여자는 늘 현재 곁에 있는 여자 마음속에 남는 가시 같은 존재였다.하물며 전 남편의 여자 때문에 결혼생활이 무너진 적이 있는 하지율이라면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법이니까.자기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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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3화

연정미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보현 오빠, 그럼 부탁드릴게요.”...연정미가 돌아간 뒤에도 하지율은 한동안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문득 예전에 주용화가 해 줬던 말이 떠올랐다.주씨 가문에서 가주 자리를 두고 경쟁하려면 반드시 기혼자여야 한다고 했다.그렇다면 주용화에게 전처가 있었다는 말도 아마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그건 어디까지나 주용화의 과거였다.하지율이 왈가왈부할 이유도 없었고 그럴 자격도 없었다.그런데도 하지율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연정미가 왜 연씨 가문 사람들 사랑을 한 몸에 받는지 알 것 같았다.연정미는 영리했고 무엇보다 남의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찔렀다.‘전처라고...’그 말이 하지율에게 남긴 상처는 생각보다 훨씬 깊었다.하지율은 이제 누구의 전처와도 더는 얽히고 싶지 않았다.예전 끔찍했던 기억이 떠올라서인지 아니면 다른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때문인지 하지율은 괜히 마음이 뒤숭숭했다.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 둔 휴대전화가 가볍게 진동했다.린이 고등어태비 고양이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하지율은 이모티콘 하나를 답장으로 보냈다.그러자 린이 곧바로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기분이 안 좋아요?”하지율은 린이 이렇게까지 눈치가 빠른 줄은 몰라 조금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어떻게 알았어요?”그 말에 린이 대답했다.“기분 안 좋을 때는 이모티콘만 보내잖아요.”하지율은 화면을 바라보다가 문득 린과 나눴던 대화 기록을 다시 올려 봤다.정말 그랬다.바이런에게 습격당했던 그날도 마음이 영 좋지 않아서 린이 보낸 메시지에 대충 이모티콘 하나로만 답했던 적이 있었다.린은 정말 세심한 사람이었다.린은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하지율은 린을 꽤 좋게 보고 있었다.취미 이야기 정도는 편하게 나눌 수 있었고 린이 힘들어할 때면 위로도 해 주곤 했다.그렇다고 해서 하지율이 자기 개인사를 먼저 꺼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그래서 하지율은 그냥 짧게 대답했다.“아니요. 그냥 일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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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4화

주용화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최근 1년 동안 지율 씨는 연경 그룹에서 충분히 능력을 보여 주셨고 일도 전반적으로 아주 순조롭게 풀려 왔습니다. 그렇게 막힘없이 올라갔기 때문에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지금 같은 높은 지지율도 얻을 수 있었던 거고요.”하지율이 불과 1년 만에 연경 그룹 안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고 미래 후계자인 연재영과도 나란히 설 만큼 올라섰다는 건 어디에 내놓아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주용화는 말을 이었다.“그런데 높이 올라갈수록 한 번 미끄러졌을 때 추락도 더 크게 옵니다. 심하면 다시는 못 올라올 수도 있죠. 그들이 지율 씨의 성장을 내버려둔 데에는 그런 계산도 있었을 겁니다. 무슨 일이든 다 양면이 있으니까요. 지율 씨는 너무 빠르게 올라왔고 그만큼 많은 지지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기반이 아직 완전히 단단하지는 않고 지금은 보이지 않는 위험도 꽤 많이 깔려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대가 클수록 실수도 더 용납하지 않으니까요. 원래 사람 마음이 그렇습니다. 열 번 잘한 것보다 한 번 잘못한 게 훨씬 더 오래 남죠. 보통 회사라면 실수 한두 번쯤은 봐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경 그룹은 다릅니다. 지율 씨에게는 내부의 적도 있잖아요. 연씨 가문 사람들은 절대 그런 기회를 그냥 넘기지 않을 겁니다. 분명 거기다 불을 붙이고 일을 키우려 들겠죠.”주용화는 하지율을 바라봤다.“지율 씨는 실수할 수 있는 폭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하지율도 잘 알고 있었다.지금 연경 그룹에서 자기가 누리는 화려함은 겉으로만 번듯할 뿐, 사실은 줄 하나에 매달려 걷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한 발만 잘못 디뎌도 그대로 끝없이 추락할 수 있었다.그게 바로 지름길을 택한 대가였다.하지만 하지율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안으로는 연씨 가문 사람들이 있었고 밖으로는 단보현과 손형원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차근차근 천천히 올라갈 여유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그들과 맞설 힘을 손에 넣지 못하면 싹이 트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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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5화

바로 그때였다.늘씬한 실루엣의 여자가 갑자기 주용화 앞을 가로막으며 시야를 막아섰다.주용화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지만 상대 얼굴을 확인한 순간,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주용화는 하지율에게 괜찮은 협력 상대 몇 사람을 소개해 줬다.하지만 상대에게 신뢰를 얻고 호감을 사는 건 결국 하지율이 직접 해내야 할 일이었다.다행히 하지율은 관심 분야도 넓고 대화의 폭도 깊었다.덕분에 몇몇 협력자들과 금세 분위기를 풀었고 자연스럽게 연락처까지 주고받았다.그들과 인사를 마친 뒤 하지율은 주위를 둘러봤다.그런데 조금 전까지 근처에 있던 주용화가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하지율은 주용화를 찾아보려 몸을 돌리던 참이었다.그때 등 뒤에서 낮고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주용화를 찾고 있나요?”하지율은 뒤를 돌아봤다.상대 얼굴을 확인한 순간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하지만 손형원은 하지율의 표정이 차갑게 식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손형원은 잔을 든 채 담담하게 말했다.“방금 봤는데 어떤 여자랑 같이 뒤쪽 정원으로 가더군요.”‘여자라고?’주용화와 알고 지낸 시간이 이렇게 긴데도 하지율은 손형서나 연정미처럼 주용화에게 휘둘렸던 사람들 말고는 주용화가 다른 여자와 가까이 지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물론 그때 주용화는 자기 정체를 숨기고 있던 시기였으니 겉으로 드러난 인간관계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하지율은 잠시 망설였다.주용화가 중요한 일을 보고 있는 거라면 괜히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하지율은 찾으러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손형원은 손에 든 와인잔을 가볍게 흔들었다.그러자 짙은 붉은빛 액체가 조명 아래서 반짝이며 흔들렸다.그때 손형원이 문득 말했다.“듣기로는 얼마 전에 랜스 가문이랑 계약도 잘 끝냈다면서요?”하지율은 바로 받아쳤다.“왜요? 또 무슨 이간질이라도 하고 싶으세요?”손형원은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랜스 가문이랑 손잡은 상대를 건드릴 배짱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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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6화

하지율이 입을 열었다.“제가 알기로 랜스 가문 가주는 여자예요. 그런데 손형원 씨는 그 사람을 직접 본 적이 있다고 했죠. 그렇다면 방금 손형원 씨가 말한 그 여자가 랜스 가문 가주일 가능성은 거의 80%는 된다는 뜻이네요.”손형원의 눈빛에는 잠깐 감탄하는 기색이 스쳤다.손형원은 시선을 내려 하지율을 바라봤다.“랜스 가문 가주 이름은 진소현이에요. 올해 스물일곱이고 지율 씨보다는 한 살 많아요. 이력도 꽤 화려하죠. 지율 씨처럼 계속 월반했고 스물넷에 가주 자리에 올랐어요. 여자인 데다 교포 출신이면서 외국 가문 가주 자리에까지 올랐다는 건 결국...”손형원은 하지율의 눈을 똑바로 보며 한 마디씩 힘줘 말했다.“그 여자가 가진 수완과 계산이 어떤 남자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여자가 위로 올라가려면 남자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버티고 치러야 한다는 건 지율 씨도 알겠죠. 그런데 그런 여자가 과연 만만할 것 같아요?”하지율은 손형원이 진소현이라는 여자의 위험성을 친절한 태도로 자신한테 일부러 알려 주러 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율은 연회장 안의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다가 문득 웃었다.“그럼 손형원 씨는 연정미 씨와 진소현 씨를 비교하면 누가 더 위협적이라고 생각하세요?”손형원은 한동안 연정미의 이름을 들을 일이 없었다.연정미와 얽힌 사람들까지 전부 차단해 버린 뒤로는 세상이 조용할 정도였다.그래서 갑자기 그 이름이 나오자 손형원도 잠깐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그러다가 하지율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환하게 웃는 연정미가 단보현의 팔짱을 낀 채 연회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연정미는 원래도 최고 명문 가문의 아가씨로 이름이 높았다.그래서 외국 가문들 사이에서도 연정미를 아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그런 연정미가 외국 가문의 주최 연회에 얼굴을 드러내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그런데 이번처럼 이런 자리까지 왔다는 건, 오늘 연회가 그만큼 무게 있는 자리라는 뜻이기도 했다.손형원은 한 번 보고는 바로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거뒀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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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7화

연정미는 몸을 돌려 하지율에게 미안한 듯 말했다.“죄송해요. 하지율 씨, 형원 오빠랑 따로 이야기할 게 있어서 먼저 가 볼게요.”하지율은 솔직히 연정미가 꼴 보기 싫은 손형원을 데리고 가 준다니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그래서 하지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손형원과 연정미가 자리를 뜬 뒤, 하지율은 결국 뒤뜰로 향했다.주용화가 자리를 비운 시간이 조금 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괜히 마음이 쓰였다.손형원의 말만 들어도 진소현이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하지율은 주용화의 실력을 믿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진소현이라는 사람을 가볍게 볼 생각도 없었다....뒤뜰은 고요하고 그윽했다.진소현은 옆에 선 남자를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용화 씨, 정말 오랜만이네요.”주용화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진소현에게 말했다.“지율 씨와 랜스 가문이 손잡은 일은 저도 들었어요. 지율 씨한테 그렇게 큰 계약을 준 일은 정말 고마워요.”진소현은 남자의 아름답고 반듯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그렇게까지 말할 필요 없어요. 예전에 용화 씨의 도움이 없었으면 저도 가주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테니까요. 고작 계약 하나로는 그때 제가 받은 걸 만분의 일도 못 갚아요. 게다가 하지율 씨가 제 기준에 못 미쳤다면 애초에 손잡지도 않았을 거예요. 따지고 보면 저도 기회를 하나 준 것뿐이에요. 방금 용화 씨가 직접 사람들을 소개해 준 것처럼 그 기회를 어떻게 붙잡느냐는 결국 본인 몫이니까요.”주용화는 진소현의 호의를 굳이 밀어내지 않았고 그 대신 물었다.“그동안은 어땠어요?”진소현은 바닥에 드리운 나무 그림자를 내려다봤다.“늘 그렇죠. 하루하루 바쁘게 살았어요. 예전에는 가장 높은 권력을 손에 쥐면 제가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그 자리에 올라 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주용화가 진소현을 돌아봤다.“후회해요?”진소현도 숨기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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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8화

주용화의 표정을 본 순간 진소현의 눈빛이 잠깐 멈췄다.진소현은 한 번도 주용화의 얼굴에서 저런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저렇게까지 다정하다고 느껴질 만큼 부드러운 기색은 처음이었다.진소현은 멍하니 주용화를 바라봤고 가슴 한편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낯선 감정이 스쳤다.진소현은 주용화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한때는 누구보다 가까운 부부였고 함께 싸우던 동료이기도 했다.그래서 진소현은 늘 자신이 주용화를 잘 안다고 생각해 왔다.그런데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눈앞의 주용화가 마치 한 번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람처럼 너무 낯설었다.하지율은 주용화가 무사한 걸 확인하자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러다가 시선을 돌리던 중,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가느다란 여자를 발견했다.여자는 짙은 남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쏟아지는 달빛이 그 위에 내려앉아 마치 깊은 골짜기 속 난초처럼 차갑고도 고요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그 여자는 그림자 쪽에 서 있어서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았다.그래도 하지율은 알 수 있었다.손형원이 말했던 그 사람이었다.랜스 가문의 가주이자 자신에게 큰 계약을 안겨 준 진소현일 가능성이 컸다.하지율이 조용히 물었다.“화야 씨, 제가 방해한 건 아니죠?”그러자 주용화가 말했다.“아니에요.”하지율이 진소현 쪽을 궁금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주용화가 옅게 웃었다.“지율 씨, 제가 두 분을 소개해 드릴게요.”그림자 속에 서 있던 진소현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왔다.움직일 때마다 드레스 자락이 살짝 흔들렸고 마치 호수 위로 얕은 물결이 번지는 것처럼 조용한 흔적만 남겼다.진소현의 눈은 깊은 늦가을 못처럼 차갑고 고요했고 조금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피부는 막 내린 눈처럼 희고 차가운 빛을 띠고 있었고 이목구비는 마치 차가운 옥을 깎아 만든 듯 또렷하고 완벽했다.그 아름다움은 연정미보다도 뒤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강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하지율이 지금껏 본 미인들 가운데서도 손꼽힐 만큼 눈에 띄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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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9화

진소현은 남편 이야기를 할 때조차 이름 한 번 꺼내지 않았다.그 사실이 문득 마음에 걸리자 하지율은 묘한 생각이 들었다.진소현은 결혼한 뒤에도 커리어를 조금도 놓치지 않았고 끝내 가주 자리까지 올라섰다.반면 자신은 그렇게 많은 걸 포기했는데도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 없었고 결국 자기 일까지 잃고 말았다.진소현이야말로 진짜 강한 여자였다.주용화가 진소현을 알고 있다는 사실도 하지율에게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강한 사람 곁에는 결국 강한 사람들이 모이는 법이니까 말이다.하지율과 주용화는 다시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막 들어서자마자 하지율은 분위기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조금 전보다 사람이 확 줄어 있었고 많은 이들이 한쪽으로 몰려가고 있었다.무슨 일인지 모르는 손님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유를 묻고 있었다.“무슨 일이죠? 사람들은 다 어디 갔어요? 다들 어디로 가는 거예요?”“아직 못 들으셨어요? 레일 공주님이 물에 빠졌대요.”“뭐라고요? D국 황실 공주 말하는 거예요?”“맞아요. 그래서 지금 다들 공주님의 오빠를 찾고 있어요.”사람들의 대화를 듣던 하지율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하지율과 주용화는 오늘 비교적 일찍 도착했다.그래서 레일 공주가 오빠와 함께 들어올 때도 직접 본 적이 있었다.그때 주용화가 굳이 하지율에게 소개까지 해 줬었다.레일 가문은 D국 황실에 속한 집안이었다.역사도 깊었고 재력도 막강했다.황실이라는 배경 때문인지 레일 가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존심이 하늘을 찔렀고 뿌리 깊은 오만 탓에 동양인을 썩 좋게 보지 않는 분위기도 있었다.그러자 주용화가 말했다.“지율 씨, 우리도 가 봅시다.”“알겠어요.”두 사람은 사람들의 발길을 따라 레일 공주가 빠졌다는 수영장으로 향했다.레일 공주는 이미 물 밖으로 건져 올려진 상태였고 지금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었다.그런데 더 많은 시선은 여전히 수영장 안에 있는 누군가에게 쏠려 있었다.레일 공주를 구해 낸 사람이 분명했다.하지율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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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0화

하지율이 시선을 피하듯 굳어 있자 주용화는 그런 기색을 눈치챈 듯 눈을 내렸다.“저쪽은 보기 좀 거북해서요.”하지율은 주용화가 연정미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바로 알아들었다.이상하게도 주용화와 연정미는 정말 타고난 상극 같았다.연정미가 무슨 짓을 하든 주용화는 늘 차갑기만 했다.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다 연정미의 몸매에 넋을 잃고 있는데 주용화만 혼자 보기 거북하다고 하고 있었다.주용화는 정말 딱딱한 남자 그 자체였다.하지율도 대충 상황은 파악했기에 주용화에게 말했다.“저희 먼저 돌아가요.”주용화는 짧게 대답하더니 하지율과 함께 자리를 떴다.돌아가는 길에 주용화가 물었다.“지율 씨는 뭘 봤습니까?”하지율은 담담하게 말했다.“처음부터 준비하고 들어온 것 같아요.”주용화는 놀라는 기색도 없이 오히려 옅게 웃었다.“어디서 그렇게 느꼈죠?”그러자 하지율이 말했다.“설령 레일 공주가 정말 실수로 물에 빠진 거라고 해도 연회장 근처에는 직원이 그렇게 많았잖아요. 그런데 하필 연정미가 구해냈다는 게 너무 절묘해요. 그리고 오늘 연정미 씨가 입고 온 드레스나 메이크업도 전부 물에 빠졌을 때 가장 돋보이도록 맞춘 것 같았어요. 몸매는 드러났지만 정작 노출은 없었고요. 저 상태로 찍힌 사진이 퍼져도 결국 돌아오는 건 미담뿐이에요. 목숨 걸고 사람을 구했다는 이미지에다가 저렇게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했으니까요.”하지율은 가볍게 웃었다.“이번 일이 지나고 나면 예전에 붙었던 나쁜 소문은 거의 다 씻길 거예요. 오히려 아름답고 마음까지 착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해지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연정미 씨는 레일 가문 공주와 인연을 만들었어요.”주용화의 눈빛에는 옅은 감탄이 번졌다.“제가 알기로 레일 왕자는 얼마 전에 약혼만 했지 아직 결혼은 안 했습니다.”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그 말만으로도 충분했다.물에 빠진 소동이 정리된 뒤, 연회는 다시 이어졌다.레일 공주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연정미와 단보현도 자취를 감췄다.아마 함께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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