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의 모든 챕터: 챕터 1721 - 챕터 1730

1834 챕터

제1721화

남시온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제가 연정미 씨를 조사했다고 해서 그게 곧 납치범이라는 뜻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 논리대로라면 연정미 씨를 조사한 사람은 전부 범인이라는 말이 되겠군요.”그러자 주용화가 입꼬리를 비틀었다.“납치하려던 게 아니었다면... 굳이 연정미 씨를 조사할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까? 설마 연정미 씨 좋아하셨던 건 아니겠죠?”순간 회의실 안 시선이 다시 일제히 남시온에게 쏠렸다.남시온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제가 연정미 씨를 납치하지 않았다는 게 왜 곧바로 연정미 씨를 좋아했다는 말로 이어집니까?”주용화는 태연하게 되물었다.“그런 게 아니라면 왜 조사하셨는데요?”남시온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주용화 씨가 일부러 저를 끌어들이려고 판 깔아놓은 거라니까요.”하지만 주용화는 여전히 느긋했다.“잠깐만요, 왜 연정미 씨를 조사하셨냐는 질문에는 아직 답 안 하셨는데요.”대화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있었다.하지율은 옆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남시온 씨는 대화가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걸 모르시는 건가.’주용화와 말싸움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흐름은 이미 주용화 쪽으로 넘어간 듯 보였다.예전부터 남시온은 그런 식으로 여러 번 주용화에게 휘말려왔다.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남시온은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당장 총이라도 꺼내 주용화를 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정말 사람 속 긁는 데는 타고난 인간이라니까!’연태훈은 헛기침하며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더 말을 이어가봤자 끝없는 말싸움으로 번질 뿐이라는 걸 눈치챈 듯했다.연태훈은 천천히 주용화를 바라봤다.“주용화 씨, 주용화 씨 말대로라면 남 대표님이 정미를 납치했기 때문에 계속 동선을 추적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겠죠. 그런데 남 대표님이 M국에서 사람 하나 빼돌릴 능력은 있다고 해도, 삼각지대 쪽은 이야기가 다릅니다.”회의실 안 분위기가 조용히 가라앉았다.연태훈은 핵심을 정확히 짚어냈다.“그곳은 아무나 손을 뻗을 수 있는
더 보기

제1722화

남시온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소현이 때문에 하지율과 손잡았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소현이까지 이 일에 엮이게 만들 수 없어!’지금은 연씨 가문과 말 몇 마디만 섞어도 같이 휘말리는 상황이었다.남시온은 진소현만큼은 이런 진흙탕 속으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잠시 침묵하던 남시온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협업하는 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합니까? 그러면 연씨 가문과 손잡은 사람들한테 하나하나 다 물어보시죠. 무슨 이유로 연씨 가문과 협력했는지.”주용화가 느긋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남시온 씨는 설명해 주셔야죠. 연씨 가문과 거래하는 모두가 남시온 씨처럼 연정미 씨의 행방을 그렇게 집요하게 추적하고 다니지는 않았으니까요.”연씨 가문 사람들 시선이 단번에 남시온에게 쏠렸다.주용화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어갔다.“남시온 씨가 연정미 씨 일에 저렇게까지 신경 쓰는 이유는 둘 중 하나겠죠. 하나는 연정미 씨 납치 사건의 배후이거나, 연정미 씨를 좋아하고 있거나.”주용화는 끝까지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남시온 씨는 어느 쪽입니까?”남시온은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주용화가 일부러 선택지 두 개를 던진 게 분명했다.연정미를 납치했다고 인정하든, 아니면 연정미를 좋아한다고 인정하든, 둘 중 하나를 고르게 만들 생각이었다.하지만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굳이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차라리 납치범으로 의심받는 쪽이 나았다.연정미를 좋아한다는 말만큼은 듣기조차 싫었다.남시온은 싸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주용화 씨 말은 전부 추측일 뿐입니다. 증거는 없지 않습니까.”주용화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받아쳤다.“로이 가문 가주 정도 되는 분이면 증거쯤 없애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겠죠. 이 정도 흔적이라도 찾아낸 게 쉽지 않았습니다.”그제야 남시온도 상황이 완전히 주용화 쪽으로 넘어갔다는 걸 깨달았다.주용화는 처음부터 확실한 증거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사람들 마음속에 의심
더 보기

제1723화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연재영은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남시온을 바라봤다.“남 대표님, 정미 일에 대해서는 연씨 가문에 제대로 설명해 주셔야겠습니다.”연재영 정도의 계산은 남시온 역시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그 순간 남시온은 주용화가 이를 갈 정도로 얄밉게 느껴졌다.주용화라면 연재영이 책임을 떠넘기려 할 가능성은 진작 예상했을 터였다.그렇다면 충분히 다른 대응책도 마련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자신까지 이 판으로 끌어들였다.‘용화 저 자식, 사람 피 말리는 데는 진짜 타고났군.’차라리 지난번처럼 총을 겨누는 편이 나았다.이렇게 유치하게 얽히는 쪽이 남시온에게는 훨씬 더 성가셨다.게다가 예전에 손형원조차 연씨 가문 사람들을 떼어내기 위해 지분 3퍼센트를 넘겨줬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었다.손형원 같은 인간도 빠져나가려면 살을 떼어내야 했는데, 하물며 자신이라고 다를 리 없었다.그때 하지율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여러분, 더 하실 말씀 없으면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연재영은 별다른 말 없이 손만 가볍게 흔들었다.하지율은 주용화를 돌아봤다.“화야 씨, 가요.”주용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시온 쪽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며 웃었다.“남시온 씨, 연재영 씨는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하는 분입니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정리하면 괜히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으실 겁니다.”남시온은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주용화를 노려봤다.연씨 가문을 나온 뒤, 하지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화야 씨는 연재영이 정말 저를 포기하고 남시온 씨 쪽으로 방향을 돌릴 거라고 확신했어요?”주용화는 느긋하게 대답했다.“남시온 씨가 없었다면 연재영은 끝까지 지율 씨를 물고 늘어졌을 겁니다. 지금은 제가 더 쉬운 선택지를 던져준 셈이죠.”그는 하지율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연재영 같은 사람은 결국 계산으로 움직입니다. 지율 씨를 상대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크지만, 남시온 씨 쪽은 성공 확률이 더 높거든요. 어느 쪽이 이득인지 모를 사람이
더 보기

제1724화

남시온은 결국 이번 손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연씨 가문이 무서워서 물러선 건 아니었다.‘용화가 직접 움직였다는 건, 이미 뒤까지 전부 계산해 뒀다는 뜻이겠지. 한 번 판을 벌인 이상 허술하게 끝낼 자식이 아니니까.’남시온은 괜히 시간을 더 끌고 싶지 않았다.다만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연씨 가문 사람들에 대한 호감이 완전히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하지만 연정미는 남시온의 차가운 태도에도 딱히 기분 상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옅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남시온 씨도 왜 이런 일을 당하게 됐는지는 잘 아시잖아요.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도 있잖아요. 우리한테는 공통의 적이 있는데, 굳이 저까지 그렇게 경계하실 필요 있을까요?”남시온이 흥미롭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공통의 적이요?”그는 연정미를 빤히 바라보며 비웃듯 말했다.“설마 저랑 손잡고 싶다는 겁니까?”연정미는 부정하지 않았다.“상대가 너무 강하니까요. 혼자서는 어렵더라도 함께라면 상대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그 말을 들은 남시온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웃었다.연정미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비웃음과 경멸이 담겨 있었다.잠시 뒤, 남시온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설마 연정미 씨요?”연정미는 그런 시선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저 혼자서는 당연히 어렵겠죠. 하지만 남시온 씨와 함께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남시온은 코웃음을 쳤다.“연정미 씨는 용화 손가락 하나도 못 당해요. 그리고 저는 생각 없는 사람이랑은 편 같은 거 안 먹습니다. 발목 잡히는 건 더 싫고요.”그 말을 끝으로 남시온은 더 이상 연정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돌아섰다.연정미는 멀어져 가는 남시온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그녀의 눈빛에는 서늘한 기운이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남시온이 돌아온 뒤, 진소현은 곧바로 그를 찾아왔다.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을 전부 전해 들은 뒤, 잠시 침묵하다가 한숨 섞
더 보기

제1725화

남시온은 할 말을 잃은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러자 진소현이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용화 씨는 내가 정말 힘들게 살려낸 사람이야. 그런데 오빠가 괜히 건드려서 망쳐버리면 어떡해.”그녀는 남시온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그리고 오빠 원래 천재 같은 사람 좋아하잖아. 그런 의미에서 용화 씨 같은 사람이 흔한 줄 알아?”진소현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스쳤다.“만약 용화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오빠가 평생 경쟁자로 생각하던 상대도 같이 사라지는 거야.”남시온은 몇 초 동안 아무 말 없이 있다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걱정도 팔자다.”그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내가 무슨 수로 그 자식을 죽여. 오히려 내가 안 당하면 다행이지.”남시온은 원래 자신보다 아래라고 판단한 사람에게는 가차 없을 만큼 냉정했다.하지만 인정한 상대에게는 의외로 너그러운 면도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예전에 그렇게 아끼던 진소현이 주용화에게 마음을 빼앗겼을 때 진작 일을 크게 벌였을 것이다.물론 두 사람 사이에는 지금도 살벌한 긴장감이 남아 있었지만, 진소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같은 스승 밑에서 자란 사이였으니 서로 죽이려 든다고 해도 쉽게 끝날 관계가 아니었다.그제야 진소현의 표정도 조금 누그러졌다.“그래도 연정미 씨는 쉽게 포기 안 할 거야.”그녀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덧붙였다.“오빠는 그 여자 입장에서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카드거든. 용화 씨랑 엮인 관계도 그렇고.”진소현은 연정미가 다시 한번 남시온에게 접근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시온은 애초에 연정미를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여자라는 점을 무기처럼 이용하는 타입을 가장 싫어했다....연씨 가문.연상준이 먼저 연재영을 찾아가기 전에, 오히려 연재영 쪽에서 먼저 그를 불러냈다.서재 안으로 들어선 연상준을 바라보며 연재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오늘 일은 어떻게 봤어?”연상준은 연재영이 자신을 떠보는 중이라는 걸 바로 알아챘다.오
더 보기

제1726화

귀걸이 디자인은 무척 정교했다.하지율의 취향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것처럼 그녀의 마음을 완벽하게 저격했다.하지율조차 잠시 손에서 떼지 못할 정도였다.하지만 하지율은 금세 정신을 차렸다.이 선물이 함우민에게서 온 거라면, 아무리 마음에 든다 해도 받을 생각은 없었다.하지율은 선물 상자를 들어 꼼꼼하게 살펴봤다.하지만 어디에도 보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잠시 고민하던 하지율은 유소린에게 전화를 걸었다.“소린아, 오늘 함우민이 널 통해서 나한테 선물 전달해 달라고 한 적이 있어?”그러자 유소린은 즉시 대답했다.“당연히 있었지. 근데 내가 무시했어. 지난번에 하마터면 걔한테 말려들 뻔했는데 이번엔 절대 안 속을 거야.”그러더니 말을 이었다.“그런데 함우민은 지금 M국에 와 있어. 내 느낌에는 직접 너한테 선물 주려고 온 것 같던데?”그 말에 하지율은 미간을 찌푸렸다.“M국에 왔다고?”“응. 얼마 전에 온 것 같아. 네 생일을 챙기려고 일부러 왔다던데.”그 말을 하면서도 유소린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지난번에도 하지율은 함우민을 초대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번에도 이렇게 뻔뻔하게 찾아온 것이다.하지율이 다시 물었다.“그거 말고 또 누가 널 통해서 선물 보내달라고 했어?”유소린이 생각하며 말했다.“강병주 선배랑 심다희 씨 정도? 그 외에는 없는 것 같은데...”그러다가 유소린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왜? 또 누가 선물 보냈어?”하지율은 이름 없는 선물 상자를 바라봤다.“귀걸이.”유소린은 단번에 말했다.“그럼 함우민은 아니네. 걔는 꼭 오르골 같은 거만 선물하잖아.”유소린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근데 함우민은 진짜 오르골에 무슨 집착이라도 있나 봐. 아 맞다, 화야 씨는 이번에 뭘 선물해 줬어?”주용화의 이름이 나오자 하지율의 눈가에는 옅은 웃음이 번졌다.“커플 반지.”예전에 주용화가 선물했던 옥패는 그가 떠난 뒤 하지율이 바로 빼 두었다.워낙 고급스러워 보여서 평소에 차고 다니기에는 좀 부담스러
더 보기

제1727화

한참 뒤.방 안의 모든 소리가 천천히 잦아들었다.여자가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키자 등에서 허리까지 이어진 요염한 문신이 드러났다.관능적이고 퇴폐적인 분위기 속에 묘한 매혹스러운 느낌이 스며 있었다.여자는 고개를 돌려 침대 위 남자를 바라봤다.긴 속눈썹이 아래로 드리워졌다.“수현 오빠... 저를 도와주실 거죠?”심수현은 여자의 매혹적인 몸매를 바라보다가 겨우 가라앉았던 눈빛에 다시 욕망이 번졌다.호흡이 점점 거칠어진 심수현은 몸을 일으켜 여자의 어깨를 끌어안고 고개를 기울여 입을 맞추려 했다.“정미야, 걱정하지 마. 내가 도와줄게.”연정미는 살짝 몸을 피했다.고개를 숙인 연정미의 눈가에는 은은한 서운함이 어렸다.“저를 더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세요?”“그럴 리가.”심수현의 눈빛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이번 일에서 피해자는 너야. 이미 입단속도 다 시켜 놨어. 우리처럼 알고 있는 사람들 말고는 아무도 모를 거야.”그제야 연정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건 차갑고도 유혹적인 웃음이었다.조금 전의 일을 떠올리자 심수현의 목젖이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심수현은 갑자기 몸을 뒤집어 연정미를 침대 위로 눌렀다.그리고 다시 거친 열기에 휩쓸려 들어갔다....연정미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손형서는 곧장 손형원을 찾아갔다.“오빠, 연정미가 돌아왔대!”그 시각 손형원은 고양이 발톱을 다듬고 있었다.손형서는 손형원의 반응을 기다렸지만 손형원은 고개조차 들지 않았고 손동작도 멈추지 않았다.그 순간, 손형원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사람 같았다.그제야 손형서는 손형원이 이미 연정미에게 흥미를 잃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래도 손형서는 참지 못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오빠, 단서현한테 들었는데 연정미가 삼각주에서 엄청나게 고생했대. 그런데 정확히 무슨 일 겪었는지는 죽어도 말 안 한대.”손형서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내 생각에는 분명 남자들한테 당했을걸?”하지만 손형원은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그러자 괜히 머쓱해진 손형서는 눈
더 보기

제1728화

며칠 뒤.손형원은 조용히 방 안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그때 문 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손형원은 고개를 돌렸다가 들어온 사람을 보고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연정미? 네가 왜 여기 있지?”연정미는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몸에 밀착되는 검은 드레스가 연정미의 굴곡진 몸매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정교하게 꾸민 화장 위로는 피처럼 짙은 붉은 립스틱이 번들거렸다.예전처럼 차갑고 도도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대신 인간 세상에 떨어진 요염한 요괴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손형원은 한 번 힐끗 본 뒤 곧장 시선을 거뒀다.그러더니 바로 상황을 눈치챘다.“심수현이 꾸민 짓이군.”얼마 전, 손형원은 심다희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예전에 그림을 사들일 당시에 손형원은 심다희 쪽을 조사했고 압박까지 넣었었다.그 일 이후 심다희는 summer에게 연락했고 결국 손형원에게 그림 세 점을 건넸다.그리고 얼마 전에 손형원은 비서를 통해 심다희가 summer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었다.사실 손형원은 이게 함정일 가능성도 생각했다.하지만 심다희가 하지율과 대학 동창이었다는 점 때문에 하지율의 소식을 듣고 싶은 마음이 결국 이성을 눌렀다.그래서 손형원이 직접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손형원은 자신을 기다리는 게 원수나 킬러쯤일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설마 연정미일 줄은 몰랐다.연정미는 느릿느릿 손형원 앞으로 다가왔다.연정미의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제가 직접 손 대표님을 불렀으면 아마 안 나오셨겠죠.”연정미가 나긋하게 웃었다.“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어요.”하지만 손형원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심수현을 시켜 심다희 이름으로 날 불러낸 이유가 뭐지?”연정미는 손형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저는 그냥 궁금했어요.”그 순간, 연정미의 눈빛이 서늘하게 식었다.“오빠가 하지율의 앞에 놓인 장애물을 치워 주려고 일부러 저를 잘
더 보기

제1729화

손형원은 워낙 악명이 자자했다.여자라고 봐주는 일도 없었고 수단 역시 잔혹하기로 유명했다.그 때문에 감히 손형원에게 먼저 들이대는 여자는 거의 없었다.간혹 겁 없이 접근한 여자들도 있었지만 당시 손형운의 마음속에는 이미 연정미가 있었기에 모조리 처참하게 정리당했다.그래서 손형원은 지금껏 여자와 제대로 된 스킨십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연정미는 노골적으로 유혹하며 계속 손형원을 자극하고 있었다.손형원으로서는 견디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결국 손형원은 성큼성큼 방을 빠져나갔다.하지만 연정미는 따라가지 않고 그저 손형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방을 나온 손형원은 곧장 누군가와 마주쳤다.심다희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쪽으로 걸어오던 하지율이었다.손형원의 눈빛에는 순간 놀라움과 반가움이 스쳤다.하지만 바로 그때였다.뒤쪽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연정미가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방 밖으로 걸어 나왔다.“오빠, 아까 너무 세게 해서 너무 아팠어요.”눈앞의 장면을 본 하지율은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췄다.손형원은 단 1초 멈칫했지만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손형원은 다급히 하지율에게 말했다.“이건 오해예요. 저는 저 여자랑 아무 일도 없었어요.”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해도 믿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하지율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손형원과 거리를 벌렸다.“손 대표님께서 굳이 저한테 해명하실 필요는 없어요.”하지만 하지율의 뒷걸음질은 손형원의 눈에는 명백한 불신처럼 보였다.그러자 손형원은 눈에 띄게 다급해졌다.주변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조차 신경 쓰지 못한 채 성큼 다가와 하지율의 어깨를 붙잡았다.그러더니 하지율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지율 씨, 저는 정말 저 여자랑 아무 일도 없었어요.”손형원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났다.“제가 여기에 온 건 심다희 씨의 오빠가 심다희 씨인 척 저한테 연락했기 때문이야. 저는 심다희 씨가 저를 보자고 한 줄 알았고... 지율 씨가 무슨 일
더 보기

제1730화

하지만 하지율은 손형원의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두 사람이 같은 방에서 나온 이상 손형원이 연정미를 위해 일부러 심수현에게 누명을 씌우고 있는 걸 수도 있었다.심다희와 심수현 사이를 이간질하고 서로 의심하게 만들려는 의도일 수도 있었다.심지어 손형원이 갑자기 자신을 좋아한다고 한 것조차 일부러 꾸민 연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예전에 단성훈 역시 연정미를 위해 의도적으로 하지율에게 접근한 적이 있었다.하지율은 고개를 돌려 심다희를 바라봤다.“다희야,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자.”하지율의 눈빛을 마주친 심다희도 조금씩 냉정을 되찾았다.지금까지는 전부 손형원의 일방적인 주장뿐이었다.혹시 손형원이 일부러 거짓말하며 이간질하는 걸 수도 있었다.심다희는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좋아.”두 사람이 자리를 뜨려 하자 손형원이 다시 하지율을 붙잡았다.손형원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지율 씨, 제 말을 못 믿겠어요?”하지만 하지율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손 대표님한테 믿을 만한 구석이 있긴 한가요?”손형원은 원래 말주변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떠오르지 않았다.하지율은 다시 심다희를 바라봤다.“다희야, 가자.”“응.”심다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손형원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 해명하려 했다.그때 계속 조용히 있던 연정미가 입을 열었다.“오빠, 그냥 보내 주세요.”연정미는 느긋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하지율 씨는 자기 판단이 있는 사람이에요. 누구 말이든 쉽게 믿는 사람도 아니고... 하물며 그 상대가 형원 오빠라면 더더욱 그렇겠죠.”연정미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천천히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사람을 너무 몰아붙이지 마세요. 적어도 생각할 시간 정도는 줘야죠. 그래야 스스로 진실이 뭔지 찾게 되니까요.”하지율은 그 말을 듣고도 연정미를 잠깐 바라봤을 뿐, 아무 말 없이 심다희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물론 손형원은 연정미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다시 따라가려는 순간, 심다희가
더 보기
이전
1
...
171172173174175
...
184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