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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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다른 무대를 못 봤으니까 비교 대상이 없잖아. 그래서 첫 무대는 실수만 안 하면 되는데 거기에 스킬까지 쓰면 높은 점수 받기는 쉽지.”“뒤로 갈수록 점수가 박해질 거야. 비슷한 수준이라도 96점은 못 넘을걸.”유소린의 말대로 이어진 대여섯 팀의 무대 모두 96점의 벽을 넘지 못했다.그런데 유소린은 공연이 이어질수록 점점 더 의아해졌다.“오늘 장기자랑 하는 거 아니었어? 왜 다들 연주만 해? 춤이랑 노래는 아무도 안 하네.”춤과 노래도 장기의 일종인데 그걸 보여주는 팀이 한 팀도 없으니 의아할 만도 했다.그녀의 질문에 공연만 보던 정기석이 입을 열었다.“재벌 집에서 모양 빠지게 춤과 노래를 선보일 순 없잖아요. 우린 초등학교 때부터 서예나 악기를 배워요.”“물론 딱히 쓸 일은 없겠지만 장기로 내세우기엔 그게 더 낫잖아요.”“그런 거였어요?”그래서 그런지 오늘 무대는 전부 다 악기연주였다.피아노, 해금, 오르간, 첼로, 바이올린 등등 종류도 다양했는데 그중 바이올린을 선보인 학부모는 뒤에 고수가 있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실력 발휘를 잘하지 못해 80점밖에 받지 못했다.유소린이 유독 흥미진진하게 무대를 보고 있었는데 얼마 뒤, 유치원 선생님이 그들에게로 다가왔다.“시온이 부모님, 무대 뒤로 이동하실게요.”“알겠습니다.”선생님의 부름에 하지율이 정시온의 손을 잡고 무대 뒤로 이동하려 하자 유소린이 그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지율아, 봐주지 말고 제대로 해. 아주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오란 말이야.”“알겠어.”이 내기에는 엄마의 목걸이도 걸려있었기에 하지율 역시 봐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시합은 벌써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현재 최고점은 98점이었다.무대 뒤에서 자신들의 순서를 기다리던 학부모들은 하지율이 들어오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더니 아예 등을 돌려 앉기까지 했다.좀 전에 있었던 소란 덕에 그들은 고지후가 누굴 더 감싸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강약약강이 상류사회의 풍기인 만큼 아무리 조강지처라 해도 집안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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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야, 가정주부. 네가 전에 그랬잖아, 바이올린으로는 져본 적 없다고. 그거 진짜야?”멀찍이 떨어져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 임채아를 본 하지율은 장하준이 자신에게 다가온 이유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왜, 너도 나랑 내기하고 싶어서 그래?”자신의 의중을 단번에 맞춘 하지율에 장하준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여유롭게 웃으며 물었다.“아주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은데 나랑도 한 판 하지?”“넌 뭘 걸고 싶은데?”주위를 둘러보던 장하준은 모두한테 들릴만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지면 무릎 꿇고 개 울음소리 따라 하는 거야.”“만약 내가 지면 나도 무릎 꿇을게. 할머니든 아빠든 다 상관없으니까 네가 부르라는 대로 부를게.”“내 아들이 되고 싶은 거야? 윤택이는 좋대? 나는 아들 하나 더 있어도 괜찮지만 윤택이는 너 같은 동생 두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은데.”그 말에 정시온은 물론이고 하지율을 무시하던 다른 학부모들까지 웃음을 터뜨렸다.발끈하던 장하준은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 간신히 화를 참으며 일부러 하지율을 자극했다.“채아한테 질까 봐 나랑 내기하기 싫은 거야?”그의 속내를 뻔히 알고 있었지만 하지율은 그의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내기하는 거야 상관없는데 만약 네가 지면 너도 그냥 개 울음소리나 따라 해. 손자나 아들을 더 두기는 싫어서 말이야.”그 말에 장하준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대꾸했다.“좋아. 진 사람이 무릎 꿇고 개 울음소리 따라 하는 거야. 어지럽다, 바이올린이 고장 났다, 급한 일이 생겼다 뭐 등등의 핑계를 댄다면 그것도 네가 진 걸로 칠 거야. 이의 없지?”“없어.”“그럼 약속한 거다?”마침내 하지율의 대답을 들어낸 장하준의 눈에는 벌써부터 흥분이 가득했다.아까 말을 걸 때부터 녹음을 하고 있었던 장하준은 하지율이 말을 번복하면 녹음파일을 온라인에 뿌려버려 그녀를 망신시킬 작정이었다.얼마 뒤, 고지후와 고윤택도 마침내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하지율의 모습이 보이자 고윤택은 입구에서부터 고개를 돌린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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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생각해보니 자신이 하지율을 위해서 한 일이 없긴 한 것 같아 고지후는 조롱 섞인 그녀의 눈빛을 마주하고서도 눈만 감았다 뜰 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난 널 돕고 싶은 것뿐이야. 오해하지 말고 들어.”“임채아 돕고 싶은 거면서 말을 왜 그렇게 해. 정말 날 도우려던 거면 임채아가 날 무시할 때 나섰어야지. 그리고 지금 여기서 날 막지도 말았어야지.”“하지율, 이성적으로 생각해봐. 채아 실력 네 생각보다 많이 뛰어나. 오늘 내기는 네가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네가 바이올린을 지킬 방법은 시합에 안 나가는 것뿐이야.”“무대에 안 올라가면 질 일도 없잖아. 처참하게 지는 모습을 윤택이한테 보여주고 싶진 않잖아 너도.”“네가 바이올린만 빌려준다면 채아도 목걸이는 돌려줄 거야. 공연 끝나면 바이올린도 다시 너한테 돌려줄 거고.”“너만 알겠다고 하면 나머지 일은 내가 해결할게. 채아가 너 곤란하게 하는 일은 없을 거야.”고지후의 말에 하지율은 박수까지 쳤다.“당신이 내 생각도 다 해주고, 이런 적은 처음이라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녀의 말투는 고마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비아냥에 가까웠다.이상함을 느낀 고지후가 미간을 찌푸리자 하지율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 혹시 내가 바이올린 빌려주기 싫다고 하면 우리 엄마 목걸이는 안 돌려주는 거야? 나 대신 해결해준다고 했던 것도 설마 없던 일로 하는 거야?”“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야.”하지율은 진지한 표정으로 같잖은 말을 하는 고지후를 아니꼽게 쳐다봤다.“할 말 다 했으면 비켜. 나 무대하러 가야 해.”여전히 고집스레 정시온의 손을 잡고 나가려는 하지율에 고지후가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물었다.“하지율, 계속 이렇게 고집부릴 거야?”“그렇게 날 돕고 싶으면 임채아한테 가서 포기하라고 해. 임채아가 포기하는 거랑 내가 포기하는 거랑 다를 건 없잖아.”“왜 굳이 나한테 포기하라고 하는 거야? 평화롭게 끝내려고 또 나한테 고개 숙이라고 하는 거야? 내가 양보하는 게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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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임채아의 공연은 유소린마저 사로잡아버렸다.“매일 눈물만 흘려대는 줄 알았는데 실력이 있긴 하네요. 이 정도 실력이면 바이올린을 적어도 10년은 넘게 했겠네요.”유소린의 말에 옆에 있던 정기석이 한마디 했다.“임채아 꽤 유명한 인플루언서에요. 팬도 많아요. 고지후가 도와준 것도 있겠지만 실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유소린은 임채아가 인플루언서라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고지후와의 스캔들로 실시간 검색어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임채아는 팬까지 거느리고 있는 유명인사였다.기사에서도 종종 보였고 그녀가 바이올린을 켜는 영상도 허다하게 올라왔지만 유소린은 단 한 번도 그런 영상들을 클릭해본 적이 없었다.불쌍한 척 연기나 하는 불여우라는 편견 때문에 그녀의 실력도 전부 거품일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바이올린계의 김태희 등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어도 유소린은 줄곧 코웃음으로 일관해오며 실력이 없어서 유명세로 승부를 보는 거라고 단정 지었었는데 오늘 보니 그 모든 게 허황된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하지율이 아닌 다른 이였다면 오늘 내기는 임채아의 승리로 끝날 게 분명했다.유소린이 갑자기 말이 없어지자 정기석이 그녀를 향해 물었다.“지율 씨 혹시 지는 건 아니겠죠?”유소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그럴 리가요. 임채아 실력은 인정하는데 이 정도로는 우리 지율이 못 이겨요. 지율이 발끝도 못 따라간다고요.”“지율 씨가 그 정도라고요? 진짜예요?”“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내가 심사위원들한테 말해두겠다고 했는데 소린 씨가 말린 거예요. 나중에 지더라도 내 탓은 하지 마요.”아까부터 하지율의 실력을 의심하는 정기석에 유소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다들 우리 지율이가 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그게 아니라... 지율 씨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5년 동안 바이올린을 제대로 켜본 적이 없었잖아요.”그 말에 유소린은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요즘 다시 연습하고 있거든요...”“그리고 5년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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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지후가 고등학교도 못 나온 애랑 결혼할 줄 알았으면 나도 임채아 반대 안 했어.”그때 옆에 있던 장하준이 신나서 떠들었다.“하지율이 이제 곧 망신당하겠네요. 전 벌써부터 신나요.”샤워도 하고 준비도 다시 해야 해서 시간을 더 벌기 위해 장하준도 처음에는 임채아를 마지막 순서로 보내려 했었다.하지만 그렇게 되면 하지율이 임채아보다 먼저 무대를 마치게 되었기에 그는 재빨리 생각을 바꾸었다.물론 임채아가 이길 게 확실한 내기였지만 장하준은 하지율에게 임채아의 실력을 먼저 보여주는 것으로 그녀의 기를 죽이고 싶었다.다시는 임채아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 수 없게 말이다.임채아의 훌륭한 공연을 보고 난 심사위원들이 아직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때 하지율이 무대에 오른다면 누구 하나 그녀의 연주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기에 하지율을 완벽한 들러리로 만들 수 있었다.그렇게 장하준과 임채아의 작당 모의 끝에 하지율은 마지막 순서가 되어버렸다....무대 아래에 앉아있던 심사위원들은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된 시합에 다들 이미 지쳐있었다.미간을 매만지며 애써 정신을 차리려는 사람도 있었고 아예 하품을 하며 피곤을 달래는 이들도 있었다.이미 무대를 마친 아이들은 졸려서 쓰러진 지 오래였고 어른들마저 공연장을 나가 바람을 쐬곤 했다.그런데 그 순간, 임채아의 연주가 공연장 안에 울려 퍼지자 모두가 하던 행동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부단히 움직이는 그녀의 손가락이 마치 심금을 울리는 바이올린 선율에 생명을 불어넣는 듯했다.핀 조명이 그녀에게로 비쳐들자 어깨에 걸친 바이올린이 크리스털처럼 반짝반짝 빛나면서 오묘한 분위기를 풍겼다.바다처럼 파란 바이올린에서 흘러나온 아름다운 선율이 사람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있었다.“저게 뭐야?”“저렇게 좋은 바이올린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름밤의 별까지 탐냈던 거야? 진짜 어이가 없네!”임채아의 연주에 넋을 놓고 있던 정기석은 갑자기 화를 내는 유소린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여름밤의 별은 10대 바이올린이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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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객석 여기저기서 수군거림이 이어졌고 분위기는 점점 술렁이기 시작했다.“정말 멋지네요. 임채아 씨가 바이올린을 이렇게 잘 연주하실 줄은 몰랐어요.”“우리 집에 오시는 선생님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이시네요.”“제 친구도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업계에서 인정을 받는 실력자이지만 친구의 연주는 임채아 씨의 절반도 못 따라가는 것 같아요.”“고지후 씨가 왜 임채아 씨를 그렇게 아끼는지 이제 알겠어요. 피곤하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 임채아 씨 연주를 들으면 정말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네요.”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99.9점이라는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었지만 고윤택이 있었기에 100점은 줄 수 없었다.임채아의 연주는 만점에 가까웠지만 고윤택의 연주는 그에 비해 다소 부족해 보였다.결국 듀엣 연주였기에 0.1점을 깎은 것은 고윤택에 대한 인정이었다.임채아와 고윤택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임채아는 자신의 연주와 공연에 매우 만족했다.그녀는 고윤택의 손을 잡고 천천히 인사를 한 뒤 승리를 확신하는 미소를 지으며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석에 앉았다.장하준은 임채아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멋지네. 이제 모두 네 연주에 매료됐으니 하지율이 무대에 올라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야.”갑자기 장하준은 무언가를 떠올린 듯 휴대전화를 꺼내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하지율, 계속 나대봐. 곧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 네 추하고 창피한 모습을 보여주겠어.”…장하준의 말대로 되었다.무대 조명이 꺼진 뒤에도 관객들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조명이 다시 켜지고 하지율과 정시온이 무대에 올랐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임채아에게 머물러 있었다.유소린은 그런 광경을 보며 얼굴빛이 어두워졌다.심사위원들조차 감탄하며 그 순간을 떠올리고 있었다.유소린은 갑자기 임채아가 하지율보다 먼저 공연한 이유를 깨달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 그녀가 소리쳤다.“비겁해.”정기석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무대를 응시했다.바이올린 소리가 막 시작되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아직 무대에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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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모두의 귀에는 오직 하나의 소리만이 들렸다.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듯한 감미롭고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끊임없이 메아리쳤다.현장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졌고 사람들은 놀라움과 믿기지 않는 감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멍하니 하지율을 바라보았다.휴대전화를 들고 하지율의 망신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려던 장하준조차 그 순간만큼은 아름다운 선율에 사로잡혀 손을 멈췄다.장하준은 하지율을 완전히 망신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며 최선을 다했다.방송 시작 전, 그는 수십억 원을 들여 인기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의 광고를 구매하고 이를 메인 페이지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배치했다.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수만 명의 시청자가 몰려들었다.하지율이 연주를 시작하기 전 시청자들은 혼란스럽고 시끄러운 공연장 분위기를 보고 무슨 사고가 난 줄 알았다.오늘날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사람들은 가장 흥미로운 것을 좇는다. 그것은 바로 소문이다.호기심을 자극당한 네티즌들은 즉시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그리고 하지율이 연주를 시작하자 댓글과 채팅창은 몇 분 동안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해졌다.그녀의 연주가 끝나자마자 정적을 깨고 폭풍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댓글과 채팅창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더니 급기야 장하준의 고성능 휴대전화마저 버티지 못하고 잠시 멈춰 버렸다.[어머.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은 처음 들어봐요. 음악을 모르는 저도 넋을 잃고 들었어요.][저는 음악 전공자인데요. 이분 실력은 강병주보다 훨씬 뛰어나요.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강병주 아시죠?][헐. 너무 집중해서 녹화하는 걸 깜빡했어요. 녹화하신 분 계시면 저에게도 보내주세요. 좋은 일 하시는 분은 장수하실 거예요.][이분, 너무 예쁘지 않나요? 이름이 뭐예요?][너무 아름다워요…캡처해서 저장해야겠어요.][구독했어요. 카메라 각도 좀 바꿔주세요. 아름다운 얼굴이 안 보여요.][다들 선물 좀 팍팍 쏴주세요. 다시 한 곡 연주해 달라고 할까요?]장하준은 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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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장하준은 이를 꽉 물며 라이브 방송을 끄려 했다.그러나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하지율의 믿기 힘든 실력에 당황한 탓인지 그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한참 동안 손가락이 버튼 위에서 맴돌기만 했고 그는 깊게 몇 번 숨을 내쉬며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혔다.하지만 그 순간 휴대전화가 렉 걸려 그대로 멈춰버렸다.댓글과 채팅 폭주하는 선물 효과 그리고 미녀를 보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네티즌으로 인해 휴대전화는 물론 서버까지 순식간에 먹통이 되고 말았다.장하준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거의 욕설이 터져 나오려다 결국 고함을 질렀다. “젠장. 이거 꺼. 당장 꺼버려.”그는 광란에 가까운 손놀림으로 종료 버튼을 내리찍으며 결국 방송을 종료했다.…임채아의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정신을 차리고 박수를 쳤지만 하지율이 공연이 끝난 후 관객석은 거의 1분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그때 관객석의 한구석에서 갑자기 박수 소리가 들려오자 곧이어 전보다 더 큰 박수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며 귀를 찢는 듯했다.신분 제한이 없었다면 그들은 하지율을 향해 환호하고 기립 박수를 쳤을 것이다.이번 공연은 완전히 시각과 청각의 향연이었다.청각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시각 또한 똑같은 즐거움이었다.사람들은 하지율의 가문을 무시하고 그녀의 학력을 조롱할 수 있지만 그녀의 미모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문을 제기할 수 없었다.비록 그들의 마음속에서 미모는 가장 중요하지 않은 요소였지만 이 순간 하지율은 찬란하고 눈부시며 숨 막힐 듯 아름다웠다.정신을 차린 심사위원들은 흥분으로 온몸이 떨리며 얼굴이 붉어졌다.그들은 서로 논의할 틈도 없이 심사 카드를 들고 만장일치로 100점을 들었다.“세상에 이렇게 감동적인 바이올린 소리는 처음 들어봐요.”“아까 임채아 씨의 연주는 하지율 씨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쳐요.”“과장 없이 말하자면 하지율 씨의 연주는 내가 본 공연 중 가장 아름다운 연주입니다. 단연코 말이죠.”“이제야 ‘여운이 맴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겠어요. 며칠이 지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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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이번에 하지율이 새롭게 편곡했고 정시온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 재창작했어요. 앞으로 이 곡 「백월광」도 합주로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그때 정기석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이제야 유소린 씨가 했던 말을 믿게 되었어요.”관객석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잠겨 있었고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낮고 굵은 목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울려 퍼졌다.“하지율 씨는 정말 강한 사람이에요.”유소린은 고씨 가문의 방향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지율이가 임채아 따라 한다고? 웃기지 마. 이제야 진짜 백월광이 뭔지 보여줄 시간이야.”한편 무대 위의 하지율을 바라보며 최혜은과 고윤영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공연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그들은 하지율을 비웃고 무시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조롱이 언제 멈췄는지 그들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했다.고윤영은 입을 떡 벌린 채 속삭였다.“엄마, 하지율이 아무것도 못 하는 무능력자라고 하셨잖아.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연주할 수가 있어?”이건 단순히 ‘할 줄 아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 정도 실력이면 그야말로 신의 경지였다.최혜은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숨을 죽인 채 바라봤다.바이올린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녀의 소리가 맑고 아름답다고 느낄 것이고 음악을 아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그녀의 기술이 비범하다는 걸 알아챘을 것이다.하지율은 그들이 생각하던 그런 아이가 아니었다.임채아는 하지율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입술을 꽉 깨물고 눈을 크게 떴다. 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몇 번이나 저으며 중얼거렸다.“아니야. 이건 말도 안 돼.”임채아는 자신의 바이올린 실력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스스로를 세계적인 연주자라고까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는 확신만큼은 누구보다도 강했다.음악학과 시절 그녀의 바이올린 실력은 늘 상위 10위 안에 들었고 그 사실은 그녀의 자존감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임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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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정시온은 하지율에게 매우 예의 바르게 말했다.“지율 이모, 저 먼저 쉬러 갈게요. 이야기 다 끝나고 저를 찾으러 오셔도 돼요.”하지율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그래. 먼저 가 있어.”그녀는 어머니의 목걸이를 반드시 되찾아야 했다.임채아와 고지후가 인정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이 인정하지 않아도 괜찮았다.그런 파렴치한 자들을 상대하는 방법은 이미 그녀에게 준비되어 있었다.비록 온라인에서는 흔적이 사라졌지만 하지율은 그들을 다시 세상에 알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바이올린 할 줄 알아?”고지후의 목소리는 낮고 굵었고 그의 눈에는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가득했다.하지율은 부인하지 않았다.“응.”고지후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한 번도 말하지 않았어?”하지율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당신이 안 물어봤잖아.”“아이가 태어난 후에 일하러 나가겠다고 했더니 당신은 아이를 남에게 맡기는 게 불안하다며 집에서 돌보는 게 낫다고 했지. 그때 당신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묻지 않았어.”고지후는 잠시 침묵했다.그녀 말이 맞다. 그는 한 번도 묻지 않았고 그녀에게 관심조차 없었다.그 순간 그는 자신이 하지율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하지율은 더 이상 그와 말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순위와 점수는 이미 나왔어. 약속대로라면 임채아 씨는 어머니의 목걸이를 돌려줘야 해. 고지후 씨, 당신도 약속을 지킬 거지?”원래 이 내기는 그녀가 임채아에게 찾아가야 하는 것이었지만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임채아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다.‘고지후 씨가 없었다면 임채아가 어떻게 날뛰었겠어?’가장 아이러니한 건 그 남자가 바로 하지율의 남편이라는 사실이었다.그 말을 듣고 고지후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당신은 계속해서 나를 나쁘게 보고 있는 것 같아.”하지율이 말했다.“사람을 나쁘게 보는 건 오히려 당신이야. 임채아 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일부러 괴롭혔다고 생각하잖아?”고지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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