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무대를 못 봤으니까 비교 대상이 없잖아. 그래서 첫 무대는 실수만 안 하면 되는데 거기에 스킬까지 쓰면 높은 점수 받기는 쉽지.”“뒤로 갈수록 점수가 박해질 거야. 비슷한 수준이라도 96점은 못 넘을걸.”유소린의 말대로 이어진 대여섯 팀의 무대 모두 96점의 벽을 넘지 못했다.그런데 유소린은 공연이 이어질수록 점점 더 의아해졌다.“오늘 장기자랑 하는 거 아니었어? 왜 다들 연주만 해? 춤이랑 노래는 아무도 안 하네.”춤과 노래도 장기의 일종인데 그걸 보여주는 팀이 한 팀도 없으니 의아할 만도 했다.그녀의 질문에 공연만 보던 정기석이 입을 열었다.“재벌 집에서 모양 빠지게 춤과 노래를 선보일 순 없잖아요. 우린 초등학교 때부터 서예나 악기를 배워요.”“물론 딱히 쓸 일은 없겠지만 장기로 내세우기엔 그게 더 낫잖아요.”“그런 거였어요?”그래서 그런지 오늘 무대는 전부 다 악기연주였다.피아노, 해금, 오르간, 첼로, 바이올린 등등 종류도 다양했는데 그중 바이올린을 선보인 학부모는 뒤에 고수가 있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실력 발휘를 잘하지 못해 80점밖에 받지 못했다.유소린이 유독 흥미진진하게 무대를 보고 있었는데 얼마 뒤, 유치원 선생님이 그들에게로 다가왔다.“시온이 부모님, 무대 뒤로 이동하실게요.”“알겠습니다.”선생님의 부름에 하지율이 정시온의 손을 잡고 무대 뒤로 이동하려 하자 유소린이 그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지율아, 봐주지 말고 제대로 해. 아주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오란 말이야.”“알겠어.”이 내기에는 엄마의 목걸이도 걸려있었기에 하지율 역시 봐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시합은 벌써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현재 최고점은 98점이었다.무대 뒤에서 자신들의 순서를 기다리던 학부모들은 하지율이 들어오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더니 아예 등을 돌려 앉기까지 했다.좀 전에 있었던 소란 덕에 그들은 고지후가 누굴 더 감싸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강약약강이 상류사회의 풍기인 만큼 아무리 조강지처라 해도 집안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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