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81 - Chapter 190

256 Chapters

제181화

임채아는 고개를 돌려 고윤택을 바라보며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윤택아, 이번 대회에서 우리가 진 건 네가 너무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야. 정시온을 봐 얼마나 훌륭하게 연주했니? 내가 0.1점 깎인 건 네 탓이야.”그 순간까지도 고윤택의 머릿속에는 무대 위에 서 있던 하지율의 모습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그건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너무도 낯설고 눈부신 엄마의 모습이었다.마치 마법에 걸린 듯 시선을 뗄 수 없었다.‘정말 내 엄마가 맞을까? 언제 저렇게 뛰어난 사람이 된 거지? 채아 이모보다도 훨씬 더 대단했어.’고윤택은 아직 어리고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두 사람의 연주를 들으며 하지율의 바이올린 연주가 임채아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다.그리고 정시온…그는 정시온의 바이올린 실력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방금 전 공연에서 정시온과 하지율의 호흡이 거의 완벽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그의 무대 연주는 분명 정시온보다 훨씬 뛰어났다.고윤택은 반박할 수 없었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채아 이모의 발목을 잡았어요.”장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네가 없었다면 채아는 분명 100점을 받았을 거야. 그러니까 채아가 진 것도 아니지.”하지만 최혜은은 그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냈다.“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런 말은 고윤택 같은 다섯 살짜리 아이나 속일 수 있는 거야. 모두가 귀머거리 바보라고 생각하는 거야?”장하준은 최혜은이 화내자 기세가 약해졌다. 그는 최혜은 앞에서 고윤택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게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살짝 기침하며 최혜은에게 말했다.“혜은 이모,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하지율이 너무 잘난 체하는 걸 막고 싶었을 뿐이에요. 윤택이의 뛰어난 실력은 모두가 알고 있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채아와 하지율이 내기했잖아요…”최혜은은 차갑게 말했다.“임채아가 내기에서 졌는데 우리 윤택이랑 무슨 상관이야?”장하준은 냉소적으로 말했다.“우리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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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하지율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내가 고윤택에게 졌다고?”“맞아.”장하준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채아와 너의 점수 차는 0.1점이야. 그건 채아와 고윤택이 아니라 정시온과 고윤택의 차이지. 결국 이건 채아가 진 게 아니야.”하지율은 이쯤에서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결국 약속을 지킬 생각은 없다는 거지?”그녀의 표정에는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마치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익숙하고 차분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지후는 마음 깊은 곳에서 불편함을 느꼈다.그리고 그는 장하준이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모습을 처음 본 것이기도 했다.장하준은 괜히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무슨 약속을 어겼다는 거야? 애초에 채아가 진 게 아닌데. 무대 위 심사위원들도 그랬잖아. 0.1점 차이는 고윤택이 깎인 점수라서 그런 거라고.”자신의 불안함을 감추려는 듯 그는 더욱 목소리를 키웠다.“흥. 겨우 다섯 살짜리 애를 이겼다고 그렇게 자랑하고 싶어? 게다가 그 애는 네 아들이잖아. 그걸 자랑이라도 하겠다고? 네 아들 이겼다고 떠들고 다녀봐. 누가 말리기라도 하겠어?”하지율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여러분, 모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고윤영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고 최혜은은 얼굴을 굳힌 채 고개를 돌려버렸다.고윤택은 죄책감 어린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제가 졌어요.”임채아는 말없이 고개만 숙였고 장하준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고지후는...하지율은 그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그는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었다.장하준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봐, 다들 그렇게 생각하잖아.”하지율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장하준, 이렇게까지 서둘러 임채아 씨를 감싸는 건 임채아 씨를 위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나와의 내기를 지키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야?”장하준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임채아를 제외한 모두가 놀란 듯 장하준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지금까지 내기 이야기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장하준은 당황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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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임채아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그 고통조차 느끼지 못했다.실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상대의 수준을 더 정확히 알아본다.그녀는 몇 번을 다시 겨룬다 해도 결코 하지율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임채아는 이를 악물고 마침내 하지율을 향한 시선을 더 이상 숨기지 못한 채 처음으로 원한과 불만을 드러냈다.'설마 내가 하지율 씨에게 진 거야? 왜 하지율 씨한테 진 거지?'“채아야.”어디선가 맑고 감미로운 남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내기에서 졌으면 인정하는 게 맞지.”그 누구도 심지어 고지후조차 하지율이 임채아를 이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그가 음악을 전혀 몰라도 아무리 임채아를 편애한다 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양심에 찔려 임채아가 하지율보다 낫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정상적인 미적 감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지율의 연주가 더 감동적이고 아름답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임채아는 귀국한 이후 줄곧 하지율을 얕잡아보며 깔봤기에 불만에 가득 차 몸을 떨었다.얼마 전 망신을 당했을 때는 고지후가 그녀를 도왔지만 오늘은 고지후조차 임채아를 외면했다.하지율은 임채아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자 차분히 말했다.“임채아 씨, 목걸이를 혼자 빼기 불편하세요? 제가 도와드릴까요?”임채아는 눈가를 붉히며 억지로 목걸이를 벗었다.“이번에는 확실히 하지율 씨의 실력이 더 좋았어요.”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거짓말을 한다면 체면과 명예를 모두 잃게 될 터였다.깊게 숨을 들이쉰 임채아는 겨우 감정을 추스르며 말했다.“하지율 씨, 받으세요.”사실 그녀는 이 목걸이를 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매일 착용하는 것도 하지율을 괴롭히려는 의도였다.그녀에게는 상관없었지만 ‘여름밤의 별’은 달랐다.임채아의 눈에는 음흉한 빛이 스치며 반드시 ‘여름밤의 별’을 손에 넣겠다는 다짐이 서려 있었다.하지율은 손바닥에 익숙한 목걸이를 바라보며 감격에 겨워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그 모습을 본 고지후의 동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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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하지율은 장하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장하준, 결정했어?”현장에 모인 사람들 중에는 민성과 거래하는 이들도 많았고 적대적인 가문들도 적지 않았다.장하준은 평소 말이 거칠어 많은 사람들의 원한을 샀기에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오늘 일이 크게 불거져 회사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장하준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지후를 바라보며 몇 마디 힘을 실어주길 기대했지만 고지후는 그를 쳐다보지 않고 차갑고 어두운 시선을 하지율에게만 고정시켰다.얼굴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며 압박감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멍멍.”사람들은 장하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그는 수치심과 분노가 뒤섞인 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고개는 들지 못했지만 주변의 조롱 섞인 시선을 똑똑히 느꼈다.그 모습을 본 유소린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두 녹화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그가 별이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임채아는 이 상황을 보며 혐오감을 느껴 얼굴을 돌렸다. 그녀도 창피함을 감추지 못했다.한편 고지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차가운 표정을 유지했다.최혜은은 하지율의 거만한 태도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정말 품위 없어. 운 좋게 한 번 이겼다고 이렇게 잘난 척을 하다니. 고등학교도 졸업 못 했고 실제론 중학교 수준이잖아. 아무리 바이올린을 잘 쳐도 유명 음악가 중에 대학 안 나온 사람 어디 있나? 중학생 수준이라니...최저 입문 자격도 못 갖추고 심지어 외국어도 못할 게 뻔해.”며느리가 이렇게 큰 영광을 이뤘는데도 고씨 가문은 오히려 기뻐하지 않고 마치 그녀가 빛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최혜은의 말은 불쾌했지만 사실이었다.하지율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학력은 큰 약점이었고 앞으로 인기를 얻으면 이 점이 악의적인 사람들에 의해 부풀려져 그녀의 흑역사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하지율은 최혜은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학력이 어떻든 이긴 것은 이긴 거예요. 어머니라면 남을 깎아내리기보다 아이에게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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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해외의 유명 대학이라도 하지율 씨께서 원하신다면 1년 반 정도 연수 과정을 거쳐 졸업장을 받는 건 식은 죽 먹기입니다. 저희 음악 협회는 조건이 매우 좋습니다. 하지율 씨의 상업 공연이나 광고 활동에 일절 간섭하지 않으며 개인적인 일에도 관여하지 않습니다. 그저 가끔 시간 나실 때 협회에서 강의만 해주시면 됩니다.”유우민의 말은 마치 최혜은의 뺨을 후려치는 듯한 통쾌함이 있었다.조금 전까지 하지율의 학력을 비웃던 최혜은 앞에서 유우민은 곧바로 하지율에게 아첨을 늘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최혜은의 얼굴은 붉어졌다가 창백해지기를 반복했고 그녀는 억지로 비웃으며 말했다.“요즘 음악 협회는 수준이 그렇게 낮아졌나요? 아무나 받아주고 중학생 하나 때문에 체면까지 구기다니요.”유우민은 이미 얼마 전 논란에 대해 들었지만 인재를 얻기 위해 최혜은의 조롱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체면이 하지율 씨 같은 인재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저라면 하지율 씨 같은 인재를 얻을 수 있다면 체면은 물론 무릎까지 꿇을 수 있어요. 그런데 고 사모님은...”유우민은 최혜은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제가 알기로는 고 사모님은 하지율 씨의 시어머니시죠? 며느리가 이렇게 대단한 영광을 안겨줬는데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이세요? 아 혹시...”유우민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날카로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하지율 씨는 가족 대표로 참가하지 않았는데 그걸 막으셨던 건 바로 사모님이었죠? 그래서 지금 그 판단을 후회하고 계시는 거군요.”오는 길에 유우민은 상황을 대략 파악하고 있었다.강자를 숭배하고 약자를 억누르는 건 세상의 이치지만 성공을 질투하는 건 보기 좋지 않았다.강한 건 강한 것이고 뛰어난 건 분명 뛰어난 것이다.‘남의 실력을 인정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최혜은은 말문이 막혔고 하지율은 그녀를 힐끔 바라본 뒤 유우민에게 말했다.“유우민 씨, 초대 감사해요. 시간 되면 한 번 들를게요.”유우민은 반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하지율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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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요즘 업계 친구들이 그 아름다운 여성 바이올리니스트가 누구냐고 계속 물어요. 전화가 끊이질 않네요. 임채아 씨, 혹시 아시는 게 있으면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나보다 실력이 뛰어나다고?’임채아는 눈꺼풀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머릿속에 자연스레 하지율을 떠올렸다.Z국 음악계에서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 사람 이름이 뭐죠?”“그걸 몰라서 임채아 씨께 묻는 거예요.”임채아는 말없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그 사람 영상이나 사진 있나요? 보내주세요.”잠시 뒤 임채아의 휴대폰으로 영상 하나가 도착했다.재생 버튼을 누르자 익숙한 장면이 펼쳐졌고 그것은 대회 당일 하지율이 무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영상이었다.요 며칠 동안 그녀의 머릿속에는 하지율에게 당했던 굴욕적인 순간과 구화진이 하지율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집요한 시선이 계속 떠올랐다.예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두려움과 위기감이 마음속에 들끓었다.그녀는 하지율이 단지 능력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실력뿐만 아니라 임채아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이 정도 실력이면 A대에서도 손꼽히는 인재일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A대에서 하지율을 본 적이 없었다.‘A대 명예의 전당...’임채아는 하지율이 아무리 잘해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남길 수준은 아니라고 단정 지었다.A대 명예의 전당은 임채아에게 영원히 넘을 수 없는 경외의 대상이었다.그녀는 하지율을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인물들과는 전혀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았다.게다가 명예의 전당에는 인원수가 제한되어 있었고 하지율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임채아는 A대 사람들은 모두 영어 이름을 쓴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임채아도 영어 이름을 사용했기에 하지율의 이름을 알 수 없었다.그러다 문득 장하준이 하지율을 망신 주려 했던 라이브 방송이 떠올랐다.임채아의 표정은 굳어졌고 그녀는 바로 장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장하준은 전화를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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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그 때문에 임채아는 엄청난 악플에 시달렸다.장하준의 말을 들은 뒤에야 그녀는 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실시간 검색어와 검색 결과는 삭제되었음에도 온라인에서 하지율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었다.요즘 네티즌들은 신비로울수록 더 궁금해하고 감출수록 더 알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하다.게다가 요즘 네티즌들은 마치 셜록 홈즈처럼 집요하고 예리하다.장하준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조작하자 네티즌들은 오히려 수상함을 느끼고 하지율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결국 많은 이들이 온라인에 흩어진 단서를 모아 본격적인 추적에 나섰다.장하준과 임채아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뒤였다....유치원에서.요즘 정시온은 유치원 어디를 가든 친구들의 존경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득의양양했다.그는 이미 유치원의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다.“시온아, 너랑 공연한 사람이 네 엄마야? 진짜 예쁘더라. 진짜 요정 같았어.”정시온은 멀찍이서 질투심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고윤택을 발견하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아직은 아니야.”똑똑한 한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아직 아니라고? 그럼 곧 그렇게 된다는 말이야?”정시온은 고개를 큼직하게 끄덕였다.“지율 이모가 곧 이혼할 거거든. 그러면 나의 진짜 엄마가 될 거야.”유치원 친구 중에는 부모가 이혼한 아이들이 많았고 그들은 ‘이혼’이라는 단어가 뭘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정시온의 말을 들은 몇몇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진짜? 나도 저런 엄마 있었으면 좋겠다.”“시온아, 우리 아빠 지금 혼자인데 그 예쁜 이모 우리 아빠한테 소개해 주면 안 돼?”“에이, 비켜. 너희 아빠 너무 못생겼잖아. 예쁜 이모가 싫어하실걸? 시온아, 우리 아빠는 잘생겼어. 분명 좋아하실 거야. 그리고 예쁜 여동생도 낳아주실 거야.”“시온, 너 저번에 내가 산 자동차 모형 갖고 싶다 그랬지? 너 줄게. 대신 예쁜 이모 잠깐만 빌려줘.”아이들은 정시온을 빙 둘러싸고 저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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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정시온은 낙담한 고윤택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입가에 미소를 한층 더 깊게 그렸다.그는 아이들에게 하지율의 장점을 하나하나 자랑하듯 늘어놓았다.“지율 이모는 맛있는 음식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약선 요리도 할 줄 알아. 약선 요리가 뭔지 알아? 나는 위가 약하고 손발도 차서 추위를 많이 타거든. 그런데 지율 이모는 매일 내 몸에 좋은 약선 요리를 끓여줘. 덕분에 요즘 훨씬 건강해졌어. 이모는 진짜 대단해. 마치 만능 신처럼 어떤 음식이 몸에 좋고 나쁜지 다 알고 있거든.”말을 마친 정시온은 손에 들고 있던 보온병을 소중히 안듯 들어 올리며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건 지율 이모가 해준 약선 요리야. 지금은 몸을 회복 중이라서 밖에서 파는 음식은 최대한 안 먹으려고 해. 유치원 급식도 맛있지만 내 몸엔 안 맞는 재료가 많아서 이모가 특별히 도시락을 싸주셨어.”아이들은 깜짝 놀라며 정시온의 손에 있는 약선 요리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우와. 지율 이모 진짜 멋지다. 이것도 만들 줄 아는 거야? 완전 슈퍼우먼이잖아. 나도 유치원 밥 싫어서 엄마한테 도시락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귀찮다고 그냥 먹으래...”어떤 아이는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나는 약선 요리 먹어봤는데 맛없어서 토할 뻔했어.”정시온은 오히려 더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네가 먹은 건 전통 약선 요리야. 이건 지율 이모가 레시피를 재구성해서 만든 거라 정말 맛있어.”그 말을 마치고 정시온이 보온병 뚜껑을 열자 은은한 한약 향이 공기 중에 퍼져 나갔다.“우와. 향긋하다.”많은 아이들가 그 냄새를 맡고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켰다.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한 몇몇 아이들의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고 모두가 정시온의 보온병 속 약선 요리를 바라보았다.알록달록한 색감과 은은한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보기에도 좋았고 냄새도 정말 맛있어 보였다.정시온은 작은 숟가락과 컵을 꺼내 아이들에게 시식하게 했다.“믿기지 않으면 먹어봐.”아이들은 하나씩 돌아가며 맛을 봤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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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정시온은 물었다.“그럼 형아는 채아 이모가 뭐가 좋아?”고윤택은 화가 나서 대답했다.“채아 이모는 나한테 맛있는 거 많이 사줘.”정시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그래서 너는 알레르기 생겼잖아.”고윤택은 계속해서 말했다.“채아 이모는 직접 음식도 만들어 줘.”정시온이 재빠르게 받아쳤다.“아. 해물 죽 줬다가 또 알레르기 생겼잖아.”고윤택은 마지막으로 외쳤다.“채아 이모는 바이올린도 잘 켜.”정시온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응. 그래도 지율 이모한테 졌지.”...고윤택은 꽉 다문 입술을 풀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채아 이모는...채아 이모는...”정시온이 말했다.“채아 이모는 잘 울고, 다른 사람을 해치고 남의 물건을 훔치기도 했지. 네 채아 이모 정말 대단하네. 그래도 너한테는 고마워. 네가 눈치도 없고 안목도 없어서 나랑 우리 아빠가 이렇게 멋진 지율 이모를 만날 수 있었거든. 아 맞다. 깜빡할 뻔했네. 이번 주말에 지율 이모랑 아빠랑 놀이공원 가기로 했어. 너도 가고 싶어? 미안, 넌 못 가.”정시온은 고윤택을 바라보며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날을 세웠다.“다른 사람의 엄마를 뺏는 기분이 생각보다 꽤 괜찮네.”정시온의 도발에 고윤택은 눈이 붉게 충혈된 채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를 향해 달려들며 주먹을 들었다.정시온은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오히려 자랑스럽게 말했다.“나를 때리면 지율 이모에게 말해서 네가 또 사과하게 만들 거야.”고윤택도 만만한 아이는 아니었다. 계속되는 자극에도 이성을 간신히 유지하며 차갑게 웃었다.“사과 한마디로 널 때릴 수 있다면 그 정도쯤은 괜찮아.”정시온은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그럼 때려봐. 내가 맞는 대신 지율 이모는 나를 더 안쓰럽게 여길 거고 널 더 싫어하게 될걸? 내가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는지 알게 되면 훨씬 더 나한테 잘해주실 거야. 너? 친아들이라도 아무 소용 없어.”고윤택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가 들었던 손은 공중에 멈춰 섰다.정시온은 불쌍한 척 연기를 해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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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그들은 정시온과 그의 아버지 그리고 고윤택의 어머니 하지율이었다.어머니는 정시온의 손을 잡은 채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얼굴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그 미소는 고윤택에게 보이던 차갑고 무관심한 표정과는 전혀 달랐다.고윤택은 멍하니 예전엔 자신에게도 그렇게 웃어주던 하지율의 모습을 떠올렸다.‘언제부터 어머니의 눈빛이 이렇게 차가워졌을까?’고윤택은 멀리서 세 사람을 따라가며 그들이 관람차와 회전목마, 바이킹을 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풍선 터뜨리기 게임도 했고 정시온은 판매원에게서 인형 하나를 따내 무척 기뻐했다.그리고 그 인형을 하지율에게 건넸다.하지율은 환한 미소로 인형을 받아 들고 정시온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마치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듯했다.고윤택은 그 광경을 보며 비웃음을 지었다.자신의 사격 실력은 정시온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하지만 하지율의 미소는 그 어느 때보다 눈부셨고 그 미소는 더없이 멀게 느껴졌다.고윤택은 속으로 생각했다.‘할머니 말씀이 맞아. 엄마는 세상 물정을 몰라. 저건 그냥 낡은 인형일 뿐인데... 나 같으면 금방 따낼 수 있어. 그런 걸로 저렇게 기뻐할 필요가 있을까? 정시온은 인형 하나 딴 걸로 으스대고 있지만 나는 크리스탈 오르골도 딸 수 있는데... 그걸 엄마에게 선물하면 정말 기뻐하시겠지?’고윤택은 문득 입을 다물고 예전에 자신이 따낸 크리스탈 오르골을 임채아에게 건넸던 일을 떠올렸다.임채아는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지만 하지율처럼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은 아니었다.‘어머니가 이렇게 쉽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하지만 그는 자신의 전리품을 임채아에게 줬을 뿐 아니라 생일 선물마저 임채아에게 건넸다.그 사실을 떠올리자 고윤택의 마음속에 후회의 감정이 밀려들었고 자신도 어머니가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는 바람이 솟구쳤다.고윤택은 계속해서 하지율 일행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그러다 그는 물을 사거나 음식을 가져오거나 짐을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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