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61 - Chapter 170

242 Chapters

제161화

“마침 빠져나갈 구실이 생겼으니까 이쯤에서 적당히 끝내는 게 어때?”“이번 발표회는 녹화돼서 온라인에 올라갈 거야. 그 추잡한 모습이 영원히 남아 모두의 입방아에 오르고 싶진 않을 테지?”“자세히 따지고 보면 오히려 채아한테 고마워해야 해. 채아가 아니었으면 이번 무대에서 완전히 웃음거리 됐을걸?”유소린은 장하준의 뻔뻔함에 어이가 없어 말을 잃었다.“그쪽 말대로면 채아 씨가 지율이한테 커피를 들이부은 것도 잘한 거고 우리가 오히려 감사를 표해야 한다는 소리야?”장하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감사를 표하고 싶다면 말릴 생각 없어. 다만 실력이 없어서 망쳐놓고 우리 채아 탓은 하지 말라는 거야. 그 책임은 못 져.”그때 임채아가 조심스레 장하준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나지막이 말했다.“하준아, 됐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이번 일은 확실히 내가 잘못한 게 맞아...”“채아야, 너는 늘 이렇게 착해서 문제야. 그러니까 자꾸 사람들이 너를 우습게 보는 거야.”장하준은 싸늘한 눈으로 하지율을 쏘아보며 말했다.“이제 그만 좀 해. 채아가 사과까지 했잖아. 언제까지 그 일 하나 가지고 매달릴 셈이야?”“그쪽 때문에 채아랑 윤택이가 무대에서 실수라도 하면 내가 가만 안 있을 줄 알아!”유소린은 거의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지율아, 저 사람들 항상 저렇게 사실을 왜곡하고 거꾸로 몰아붙여?”하지율은 별로 놀란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익숙한 듯한 표정이었다.유소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내 눈으로 안 봤으면 절대 안 믿었을 거야. 세상에 진짜 얼굴보다 정신이 더 삐뚤어진 인간들이 있다니.”하지만 장하준은 전혀 부끄러운 기색 없이 오히려 더욱 당당하게 나왔다.“나는 사실만 말했을 뿐이야!”하지율은 단호하게 말했다.“방금 한 말들 다 녹음했어. 인터넷에 올려서 사람들한테 한번 판단 맡겨볼까?”장하준의 표정이 확 굳었다.“그건 안 돼! 절대 올리지 마!”하지율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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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공연 시간을 조금 미뤄서 새 드레스를 하나 보내줄 수도 있어.”하지율은 차가운 표정으로 비꼬았다.“지금 내가 입고 있는 드레스도 시온이랑 세트로 맞춘 공연 의상이야. 지후 씨, 지금은 곧 무대에 올라야 하니까 채아 씨가 내 의상 망가뜨린 건 넘어가겠어.”“하지만 공연 끝나면 그건 따로 제대로 따질 거야.”고지후의 표정이 순간 얼어붙었다. 무언가 말하려다 이내 감정을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드레스 비용, 내가 열 배로 보상할게.”하지율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내 형편이 그렇게 안 좋아 보여? 드레스값도 못 내는 사람처럼 보여?”고지후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네가 원하는 금액을 말해.”하지율은 주위를 둘러봤다. 이 상황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여기서 정말 금액을 입에 올렸다간 장하준이나 고씨 가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불 보듯 뻔했다.그녀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남들 입방아에 오르는 건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지만 그녀로 인해 정시온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건 원치 않았다.자신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정시온이 유치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에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그렇게 하지율은 입꼬리를 올려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지후 씨, 당신은 내 남편이라는 사람이야. 내 편은 안 들어도 된다 쳐. 그런데 사람들 보는 앞에서 나더러 가격을 매겨보라고? 내가 돈 밝히는 여자라고, 대놓고 그렇게 몰아가고 싶은 거야?”고지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그런 뜻이 아냐. 난 그저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을 뿐이야.”가정사를 밖으로 드러내는 건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만 하지율은 이미 고지후,고씨 가문과 등을 지고 있었기에 더는 아낄 것도 없었다.“정말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거라면 새 드레스를 나한테가 아니라 채아 씨한테 주는 게 맞지 않아?”고지후는 하지율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하지율, 네 드레스는 이미 망가졌잖아. 설령 채아의 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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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오늘 이 자리에서 확실히 말해두지. 지금 이 무대에 나온 학부모 중에 우리 채아보다 나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불만 있는 사람 있으면 지금 당장 나와서 붙어보자고!”장하준의 말투는 거만하기 이를 데 없었다.말이 끝나자 주변은 술렁이기 시작했다.그러나 누구도 나서지는 않았다.M 국 A 음악예술대학,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명문대이었다.국내 성적으로는 도저히 못 들어가는 수준이라 유학 가서 스펙을 쌓으려는 집안 자녀들도 그 대학 입학은 언감생심이었다.그 학교는 백도 없이 오직 실력으로만 뽑는 데다 말 그대로 ‘천재 양성소’였다.현장에 있던 상류층 부모들은 다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임채아가 저지른 행동도 얼추 파악이 된 눈치였다.‘고지후가 첩을 감싸고 정실을 내치는 중인가 보네.’‘게다가 고지후네 어머니 쪽도 며느리를 눈엣가시로 여긴다더니.’이런 막장 스토리, 그들 세계에서는 낯설지도 않았다.물론 하지율이 억울하긴 했다.하지만 그녀는 얼굴 하나 빼고는 딱히 내세울 만한 게 없었다.분명 외모는 아름다웠다.동양적인 고전미에 단아한 분위기까지 지닌, 상류사회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미모였다.최혜은이 그녀의 출신을 일부러 들추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은 그녀를 어느 재벌가의 딸쯤으로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이 바닥에서 ‘얼굴’은 별 의미가 없었다.예쁜 여자는 넘쳐났고 얼굴만으로는 남자의 마음을 붙잡을 수 없었다.아무리 예뻐도 매일 같이 보면 질리기 마련이었다.반면 고지후 곁에 있는 임채아는 외모가 하지율보다 떨어졌지만 학식과 재능 면에서는 훨씬 뛰어났다.같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속 빈 강정 같은 대화 상대로는 아무리 예뻐도 매력을 느낄 수 없는 법이다.그러니 고지후가 임채아에게 마음이 간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게다가 그녀는 A대 출신이었다.정략결혼이나 집안 배경을 제외하고 본다면 그 학벌 하나만으로도 어지간한 명문가에 시집갈 수 있을 정도였다.학벌을 중시하는 가문에는 거뜬히 들어갈 만한 수준이란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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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모든 시선이 하지율에게로 쏠렸다.장하준은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지금 우리 채아한테 도전하겠다고? 현직 바이올리니스트들도 감히 채아한테 그런 말은 못 해! 간땡이가 부었나, 아니면 미친 거야?”하지만 하지율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담담했고 목소리도 가볍기만 했다.“바이올린이라면 난 누구한테도 진 적 없어.”장하준은 두어 초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팔을 휘저으며 과장된 제스처로 조롱했다.“바이올린으로 누구한테도 안 졌다고? 하하하하! 도대체 누가 그런 용기를 줬어?”이 장면에 구경하던 사람들도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실력 차이가 워낙 크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그녀의 말은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허풍으로 들렸다.지금 하지율은 그야말로 조롱거리였다.늘 냉정하고 체면을 중시하는 최혜은조차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올렸다.하지만 고지후와 고윤택, 둘은 웃지 않았다.아직 어린 고윤택은 그 조롱 섞인 시선과 웃음이 어쩐지 자신을 향한 것 같아 옷이 다 벗겨진 채로 사람들 앞에 서 있는 듯한 수치심과 괴로움을 느꼈다.고지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율, 그만 감정 섞인 말 그만해. 들어가서 준비해. 내가 비서 시켜서 드레스 보내줄게.”그러나 하지율은 싸늘하게 대꾸했다.“필요 없어. 아까도 말했잖아. 채아 씨가 입고 있는 그 드레스, 그거 내가 입을 거야.”장하준이 비웃으며 말했다.“아이고, 정말 뻔뻔하긴. 지금 지후가 그쪽 체면 살려주려고 그러는 거 몰라?”임채아도 곁에서 얌전한 척 웃으며 말했다.“됐어요, 지율 씨. 그런 말, 전 신경 안 써요. 그냥 농담인 걸로 받아들일게요.”하지만 하지율은 추호도 물러서지 않았다.“내가 언제 농담했다고 그래요?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예요?”장하준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진짜 미친 거 아냐? 아직도 이렇게 태연하게 군다고?!”하지율은 차갑게 받아쳤다.“역겨울 정도로 뻔뻔하네, 정말.”고지후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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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임채아는 조금 의아해하면서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우민이 사인 판을 들고 돌아왔다.“채아 씨, 제게 사인 한 장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그럼요.”그렇게 임채아는 사인펜을 받아 들고 이름을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유우민은 흐뭇하게 사인 판을 받아들고는 자연스럽게 물었다.“채아 씨도 오늘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으신 건가요?”“아니에요.”임채아는 웃으며 옆에 있던 고윤택을 가볍게 불러세웠다.“이 아이, 우리 애가 무대에 나가거든요. 전 오늘 아이 응원하러 왔어요.”유우민은 고윤택을 바라보다가 놀란듯한 눈빛을 보였다.“과연 채아 씨 아이네요. 딱 봐도 기품이 남달라요. 오늘 우승은 아마 채아 씨 모자 몫이겠어요.”하지만 심사위원이라는 위치에서 사람들 앞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상당히 부적절한 일이었다.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한 심사위원이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유 선생님, 저분은 어떤 분이시죠? 아는 사이세요?”이 뜻을 모를 리 없었지만 유우민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잘 아는 사이는 아니고요. 이분은 제가 평소 무척 좋아하던 바이올리니스트예요. A대 출신입니다.”그 말을 들은 심사위원은 즉시 얼굴에 떠올랐던 불편한 기색을 거두고 눈빛도 살짝 달라졌다.“A대 출신이라고요?”그는 임채아를 바라보며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서는 A대 출신 음악가가 없었습니다.”물론 노력도 중요하지만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음악가들은 결국 천재성이 있어야만 가능한 법이다.자신들도 업계에서 인정받는 위치에 있지만 결국 세월이 지나면 잊히는 사람들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심사위원단도 ‘A대 출신’이라는 말에 임채아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씩 경외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채아는 유우민이 자신과 고윤택의 관계를 오해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본능적으로 고지후 쪽을 바라봤다.고지후는 얼굴이 약간 굳은 채 해명하려다 말문을 열지 못했다.그때, 최혜은이 고지후의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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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있긴 하지만 임채아가 하지율을 협박하고 있다는 걸 정기석이 모를 리 없었다.그래서 정기석은 대답 대신 정시온을 향해 물었다.“시온아, 지율 이모 바이올린 켜는 거 들어봤어?”“네! 연주가 너무 좋아서 새로 배운 단어도 막 생각났어요.”“그래? 어떤 단어야?”“천상의 소리요!”“채아 아줌마랑 비교해봐도 그래?”“지율 이모가 훨씬 잘 켜요! 채아 아줌마는 나쁜 아줌마예요. 그러니까 당연히 지율 이모보다 잘할 리가 없죠.”아이는 임채아의 연주는 들은 적도 없지만 하지율과 더 가까웠기에 정기석의 질문에 고민도 없이 하지율의 손을 들어주었다.그런 아이의 생각이 너무나도 눈에 훤해서 정기석도 더는 묻지 않았다.그 시각, 임채아의 말을 들은 하지율이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전 별로 안 친한 사람이랑은 농담 안 해요.”그 말에 임채아의 입꼬리가 조금 내려갔다.그러자 임채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장하준이 하지율을 질책했다.“하지율, 채아랑 지후가 지금 너 용서해준다고 먼저 손 내밀고 있잖아. 넌 챙겨줘도 왜 챙겨준 걸 몰라? 뭐든 적당히 해야 하는 거야.”“채아야, 너 한번 이겨보겠다고 이렇게까지 애쓰는데 실력 한 번 보여줘. 아주 망신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하지율 때문에 몇 번이나 곤란해졌었기에 임채아 역시 이 기회에 그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 때문에 단번에 오케이를 할 수는 없었다.“그건 좀 아니지.”“왜 아니야? 본인이 직접 겨뤄보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거기에 응하는 것뿐이잖아.”장하준이 코웃음을 치며 거들자 임채아가 고지후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지후야, 네가 지율 씨 말려보는 게 어때?”그 말에 고지후의 눈썹이 살짝 흔들렸다.마음 같아서는 요즘 들어 자꾸만 반항하는 하지율을 한번 혼내주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녀가 고윤택의 엄마였기에 고지후는 아이 앞에서만큼은 그녀의 체면을 지켜주고 싶었다.“하지율, 그만해.”좋은 뜻에서 말린 건데 하지율은 고지후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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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뭔데요?”임채아는 하지율의 눈을 마주 보며 천천히 말했다.“만약 지율 씨가 진다면 여름밤의 별은 나한테 줘요.”유소린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어이가 없어 소리를 질렀다.“임채아 씨는 다른 사람 물건 뺏는 게 그렇게 좋아요?”여름밤의 별과 임채아가 하고 있는 목걸이 모두 하이현의 유품이긴 하지만 여름밤의 별은 목걸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의미 있는 물건이었다.가치 역시 목걸이의 백배 정도 되는 그 바이올린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것이었다.임채아는 참 계산이 빠른 사람이었다.시합에서 진다면 목걸이를 원주인에게 돌려주면 되고 만약 이긴다면 그 어마어마한 바이올린까지 얻게 되는 것이니 그녀가 밑질 건 없었다.수지타산을 다 따져본 임채아는 유소린을 무시한 채 하지율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그래도 내기할 거예요?”“네. 할게요.”하지율은 놀라서 펄쩍 뛰는 유소린을 진정시키며 말을 이었다.“보는 눈이 많으니 굳이 영상이나 다른 증거를 남길 필요는 없겠죠?”“너나 나중에 딴소리하지마.”장하준이 또 시비를 걸어왔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하지율은 임채아만을 보며 물었다.“현장 점수로 승패 가르는 거 어때요?”“좋아요.”“자기 무덤을 자기가 파네.”정말 시합을 할 것 같은 기세에 최혜은은 혀를 찼고 고윤영은 하지율을 안쓰럽게 바라봤다.“그럼 다 정해진 거죠? 아, 그리고...”“왜요, 자신 없어진 거예요?”하지율이 내기를 하겠다고 나설 때, 사실 가장 기뻤던 건 임채아였다.그래서 그녀는 하지율이 혹시라도 말을 바꿀까 봐 조마조마해 했다.공개적으로 하지율을 망신 주는 건 물론이고 당당하게 여름밤의 별을 빼앗아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임채아는 어떻게든 이 시합을 이어가야 했다.“당연히 아니죠.”“임채아 씨 때문에 내 치마가 더러워졌는데, 치마는 먼저 물어주셔야죠. 벗어주실 생각이 없어 보여서 묻는 거예요.”시합을 중단하겠다는 말이 아니라서 다행이긴 했지만 하지율의 말 한마디로 사건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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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임채아 일당은 물론이고 유소린과 정기석 역시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하지율이 그냥 넘어갈 줄 알았던 그들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때 빈 컵을 내려놓은 하지율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채아 씨가 내 치마 더럽혔으니까 나도 똑같이 주스 부은 거예요. 치마 바꿔입기 싫어하는 것 같던데, 그냥 입고 있어요 그렇게.”말을 마친 그녀가 밖으로 나가려 하자 고지후가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하지율.”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듯한 차가운 목소리가 하지율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채아가 이미 사과했잖아.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고 해명까지 했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하지율은 고지후의 손을 뿌리치며 그의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고의든 아니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나는 이미 이 치마를 입고 시합에 나갈 수 없게 됐어. 그러니까 임채아 씨도 공평하게 입지 말아야지.”“어른이라면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사과만 하면 다 괜찮아지는 게 아니라고.”하지율은 고지후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난 임채아 씨 엄마가 아니라서 임채아 씨를 봐줄 이유도 없어. 임채아 씨가 당하는 게 그렇게 싫으면 앞으로 내 눈에 안 띄게 해.”“안 그러면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거든.”하지율이 다시 등을 돌리자 이번에는 장하준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고지후가 그를 막아 나섰다.그러자 장하준은 눈이 시뻘게진 채로 소리쳤다.“너 진짜 너무한다. 채아가 실수로 커피 좀 쏟았다고 주스를 얼굴에 들이부어?”“치마만 못 입게 된 게 아니라 화장이랑 헤어도 다시 세팅해야 하잖아!”몸과 얼굴에 잔뜩 묻어버린 주스는 물로 닦아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샤워를 해야만 했다.그러면 헤어 메이크업도 다시 해야 하는데 헤어스타일리스트를 급히 부른다 해도 시간이 촉박해서 세 시간을 들여 완성한 헤어 메이크업을 완벽히 구현해낼 수는 없었다.고지후의 입김으로 30분 정도 미루는 거야 가능하지만 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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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그건 그냥 이혼 막으려고 댄 핑계일 뿐이에요. 지율 씨가 위자료 안 받겠다고 해도 고지후는 이혼 안 해줄 거에요.”정기석의 대답에 유소린이 발끈하며 소리쳤다.“임채아를 그렇게 못 잊겠으면 지율이랑 이혼하고 둘이 살면 되죠. 이혼은 안 하겠다면서 왜 다른 여자를 챙기냐고요! 뭐 이런 파렴치한 인간이 다 있어!”“고지후의 생각이야 뻔하죠. 지율 씨는 좋은 아내고 좋은 엄마예요. 임채아는 살날이 얼마 안 남은 여자고요. 그런 여자 때문에 지율 씨를 포기할 것 같아요?”“우리 지율이가 쓰레기통도 아니고 왜 그런 고지후를 다시 받아줘야 하는 거예요? 고지후가 그렇게 나오면 지율이는 아무것도 못 하고 당하기만 해야 해요?”“이혼 안 하면 고 씨 집안 가서 매일 난리 칠 거에요.”“그럼... 고지후가 지율 씨 가족들한테 무슨 짓 할 수도 있잖아요.”“전 가족 없어요.”“만약 그 사람들을 노리는 거라면 저야 좋죠.”정기석은 가족은 없다면서 또 그들을 노리는 건 좋다고 하는 하지율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참 볼수록 재밌는 사람이라니까.’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정기석의 비서가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대표님, 하지율 씨 옷 가져왔습니다.”정기석은 하지율의 치마가 더러워지자마자 비서에게 새 치마를 준비시켰다.자신이 입고 있는 것과 비슷한 흰 치마를 받아든 하지율이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자 정기석이 유소린에게 넌지시 물었다.“아까 임채아랑 내기한 거, 내가 도와줄까요? 심사위원들이랑 말만 잘하면 되는데.”“네? 무슨 말이요?”“임채아가 성격은 별로지만 실력은 뛰어나요. 사람 시켜서 조사까지 해봤는데 A대 나온 것도 사실이고 심지어 꽤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더라고요.”“그러니까 지율 씨가 실력으로 임채아 이기는 거 쉽지 않을 거예요.”그 말에 유소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임채아만 조사하고 지율이에 대해서는 조사 안 해보셨나 봐요?”“네?”정기석이 되묻자 유소린이 입술을 삐죽이며 답했다.“그렇게 묻는 거 보니까 조사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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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음악은 서로 통하는 것이었기에 하지율도 피아노에 대해서 웬만큼은 알고 있었다.물론 바이올린만큼 잘 아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연주를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무대 위에서는 모녀의 합주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아이 엄마의 실력이 무척이나 뛰어나 보였다.그녀는 아이가 실수로 다른 건반을 쳐도 당황하지 않고 다시 음을 잡아주고 있었다.정시온은 하지율의 옆에 꼭 붙어 앉아서 무대 위의 모녀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다.“쟤는 윤소은인데 쟤 엄마가 화정 주얼리 회장 딸이래요. 소은이가 자기 엄마 피아노 잘 친다고 얘기 많이 했었는데, 부업으로 피아니스트도 하고 있대요.”“그래서 소은이도 세 살부터 엄마한테서 피아노 배웠대요.”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준 하지율은 이내 무대에 집중했다.윤소은이라는 아이 역시 그 또래답지 않게 피아노를 아주 잘 쳤다.음을 잘못 칠 때도 있긴 했지만 그럴 때마다 침착하게 잘 넘겨서 전체적인 분위기엔 거의 영향이 없었다.성인이 음을 잘 못 잡았다면 아무리 침착하게 만회했다 해도 감점이 됐겠지만 상대가 대여섯 살 아이였기에 그건 오히려 가산점을 얻을 수 있는 요소였다.게다가 두 모녀는 외모도 아주 출중했는데 날씬하고 예쁜 엄마와 귀여운 딸 아이의 모습이 아주 잘 어울렸다.그들의 연주가 끝나자마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오자 유소린도 덩달아 박수를 치며 말했다.“첫 무대인데 긴장도 안 하고 잘하네. 아, 아까 너 옷 갈아입을 때 유치원 선생님이 다녀가셨는데 네가 마지막 순서래.”“내가 마지막이라고? 임채아가 내 앞이야 설마?”하지율의 질문에 유소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코웃음 쳤다.“그렇대. 헤어 메이크업 다시 하느라 시간도 없을 텐데 굳이 너보다 먼저 하겠대.”“얼굴보다 이기는 게 중요한가 봐.”“이모, 마지막이면 좋은 거 아니에요?”“사람들은 처음이랑 마지막이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라고 알고 있지. 시작은 멋지게 열어주고 마무리는 여운 남게 해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마지막까지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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