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후 씨, 그건 내가 아니라 애한테 물어봐.”하지율의 목소리는 그에 대한 반감과 짜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걸로 따지려고 전화한 거면 더 이상 당신 전화는 안 받아.”고지후의 목소리는 뼈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거기서 기다려. 네가 강제로 윤택이를 데려간 거면 난 사람 보내서 널 제압할 수밖에 없어.”하지율은 고윤택이 놀이공원에 있다는 그의 말에 원래는 찾아보려 했었다.하지만 오만한 고지후의 말투에 하지율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고지후 씨, 부탁할 거면 정중한 태도로 부탁해.”고지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부탁? 내가 지금 부탁하는 걸로 보여?”“부탁이 아니면 명령인가?”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하지율이 말을 꺼냈다.“당신이 뭔데, 내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해? 고지후 씨, 주제 파악 똑바로 해. 난 당신이 멋대로 부려 먹는 하녀가 아니야.”하지율은 다시 전화를 끊었다.다시 호수 옆의 벤치로 돌아온 하지율은 원래 자리에 기다리고 있던 정기석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정시온이 간 화장실은 호수 뒤쪽의 숲 근처에 있었다.하지율이 화장실 쪽으로 가려던 순간 문득 요란한 물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호수 옆에 서 있던 사람들이 놀라 소리쳤다.“사람이 빠졌어. 사람이 물에 빠졌어!”“세상에, 두 아이가 빠졌어. 다섯, 여섯살로 보이는 어린아이들 같은데!”“애 부모는 어디 간 거야?”“수영할 줄 아는 사람? 얼른 구해야지!”사람들의 소란스러운 목소리를 들은 하지율은 표정이 굳어지며 급히 호숫가로 달려갔다.사람들의 사이로 하지율은 호수에서 허우적대는 정시온을 한눈에 발견했다.이런, 정시온은 수영할 줄 모른다!하지율의 표정이 확 바뀌며 그는 사람들을 밀어낸 뒤 망설임 없이 물에 뛰어들어 정시온을 구해냈다.물에 빠진 정시온은 이미 많은 물을 삼켰다.“시온아, 괜찮아?” 하지율은 초조한 표정으로 정시온의 가슴을 압박해 물을 토하게 했다.“콜록콜록!”정시온이 기침하며 물을 왈칵 토해냈다.흐릿하게 뜬 눈앞에 익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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