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이 있어서 아마 못 갈 것 같아...”말이 끝나기 전에 하지율은 장하준의 목소리가 전화기 저쪽에서 울려 퍼지는 것을 들었다.“지후야, 채아 응급처치 끝났으니까 얼른 와...”‘임채아?’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고지후가 매번 약속을 어기는 게 전부 임채아 때문이었는데.하지율은 마음이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차갑게 말했다.“응급처치 끝났으니까 오후에 시간 내서 와. 걱정하지 마, 오래 안 걸...”그런데 하지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쪽에서 장하준이 또다시 방해했다.“지후야, 왜 아직도 통화를 하고 있어? 채아가 계속 네 이름 부르면서 찾는데 얼른 와! 의사 말로는 상황이 심각해서 잘못될 수도 있대.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어!”“그래, 바로 갈게.”고지후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지고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그는 전화기 너머에 있는 하지율을 떠올렸다.“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전화를 끊은 후 고지후는 장하준을 바라보았다.“채아는 어떻게 됐어?”장하준은 고지후의 손에 든 전화를 슬쩍 쳐다보며 입가에 미묘한 만족의 미소를 지었지만 애써 심각한 표정을 유지했다.“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의사 말로는... 지금 몸 상태로는 반년도 버티기 힘들대.”고지후가 미간을 꿈틀거렸다.“네가 말한 신의는 아직이야?“이미 찾았어.”“찾았는데 왜 불러서 채아를 치료하지 않아?”그 말에 장하준은 곧장 화를 냈다.“그 늙은이는 내가 무슨 조건을 제시하고 얼마를 준다고 해도 채아를 치료해 줄 생각이 없어. 어휴, 내가 화 안 나게 생겼어?”“다른 조건을 제시한 건 없고?”“없어.”장하준이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처음 봤어. 은퇴했다기엔 아직 낡아빠진 한의원을 운영하고 가끔 약 처방받으러 오는 사람이 있어. 하지만 환자를 본다면서 내가 아무리 찾아가도 절대 동의하지 않아. 화가 나 죽겠어!”말하며 장하준의 표정이 차가워졌다.“쳇, 내일 다시 가서 그때도 튕기면 아예 납치할 거야.”고지후의 깊은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