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Bab 211 - Bab 220

242 Bab

제211화

“오늘 일이 있어서 아마 못 갈 것 같아...”말이 끝나기 전에 하지율은 장하준의 목소리가 전화기 저쪽에서 울려 퍼지는 것을 들었다.“지후야, 채아 응급처치 끝났으니까 얼른 와...”‘임채아?’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고지후가 매번 약속을 어기는 게 전부 임채아 때문이었는데.하지율은 마음이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차갑게 말했다.“응급처치 끝났으니까 오후에 시간 내서 와. 걱정하지 마, 오래 안 걸...”그런데 하지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쪽에서 장하준이 또다시 방해했다.“지후야, 왜 아직도 통화를 하고 있어? 채아가 계속 네 이름 부르면서 찾는데 얼른 와! 의사 말로는 상황이 심각해서 잘못될 수도 있대.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어!”“그래, 바로 갈게.”고지후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지고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그는 전화기 너머에 있는 하지율을 떠올렸다.“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전화를 끊은 후 고지후는 장하준을 바라보았다.“채아는 어떻게 됐어?”장하준은 고지후의 손에 든 전화를 슬쩍 쳐다보며 입가에 미묘한 만족의 미소를 지었지만 애써 심각한 표정을 유지했다.“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의사 말로는... 지금 몸 상태로는 반년도 버티기 힘들대.”고지후가 미간을 꿈틀거렸다.“네가 말한 신의는 아직이야?“이미 찾았어.”“찾았는데 왜 불러서 채아를 치료하지 않아?”그 말에 장하준은 곧장 화를 냈다.“그 늙은이는 내가 무슨 조건을 제시하고 얼마를 준다고 해도 채아를 치료해 줄 생각이 없어. 어휴, 내가 화 안 나게 생겼어?”“다른 조건을 제시한 건 없고?”“없어.”장하준이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처음 봤어. 은퇴했다기엔 아직 낡아빠진 한의원을 운영하고 가끔 약 처방받으러 오는 사람이 있어. 하지만 환자를 본다면서 내가 아무리 찾아가도 절대 동의하지 않아. 화가 나 죽겠어!”말하며 장하준의 표정이 차가워졌다.“쳇, 내일 다시 가서 그때도 튕기면 아예 납치할 거야.”고지후의 깊은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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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그녀는 지금도 법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다.고지후는 차분하게 떠올렸다.한번은 웨딩숍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기로 약속했었는데 갑자기 임채아의 병이 발작했고 급박한 상황에서 그는 웨딩드레스 입어보는 일을 잊어버렸다.마침 휴대폰도 배터리가 바닥났고 그가 떠올렸을 때는 이미 늦은 저녁이었다.하지율에게 전화를 걸어서야 그녀가 약속 장소에서 하루 종일 그를 기다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단지 그 여자가 멍청하다는 생각만 들었다.그가 오지 않고 연락도 안 되면 알아서 시간을 보내지 왜 제자리에서 기다리냐고.그런데 지금은 다른 감정이 들었다.그가 언제 나타나든 늘 그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었다.아직 이른 시간이라 오후에 가도 충분하긴 했다.“지후야, 지후야? 듣고 있어?”임채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고지후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고지후는 임채아의 얼굴이 아직 창백하다는 걸 알아차렸다.“응.”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다.“알겠어.”임채아의 가슴이 철렁했다.고지후가 가기 싫었으면 알겠다고 답하지 않았을 거다.임채아는 남몰래 이를 악물었다. 그는 아직도 하지율과 데이트할 마음이 있었다.임채아가 장하준을 슬쩍 보자 눈치를 챈 그는 조용히 안심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장하준이 고지후의 등 뒤로 다가갔다.“지후야, 넌 여기서 채아랑 있어. 난 의사한테 채아 상태가 안정됐는지 물어보고 올게.”고지후는 덤덤하게 대꾸했고 10분 정도 지나서 장하준이 의사와 함께 들어왔다.의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임채아 씨 수치에 이상이 생겨서 자세한 검사가 필요합니다.”고지후가 미간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거죠?”“검사 결과 수치가 이상해서 재검사로 정확한 결과를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그럼 다시 검사해요.”장하준이 고지후에게 말했다.“내일 채아 데리고 한의사한테 간다며? 자세한 검사 결과 들고 가면 그 늙은이가 빠르게 증상 파악해서 약 처방해 줄 수 있잖아.”장하준의 말이 일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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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전화 너머로 다소 지친 듯한 고지후의 목소리가 들렸다.“왜 이렇게 전화를 해? 무슨 일 있어?”하지율이 차갑게 말했다.“고지후, 오늘 이혼하기로 한 것 잊었어?”고지후는 몇 초 동안 침묵했다.“안 잊었어. 방금 말했잖아. 급한 일 있어서 못 가게 됐다고.”하지율은 그 말에 마음속으로 조용히 비웃었다.‘말했다고? 내가 전화를 걸지 않았으면 과연 말이라도 했을까? 진작 잊어버렸겠지.’어차피 이혼할 사이라 하지율은 더 따질 생각도 없었다.지금은 고지후를 불러 이혼하는 게 우선이었다.“방금 전화했을 때 임채아 이미 응급실에서 나왔다며. 오전 내내 옆에 있었으면 오후에는 시간이 있겠지.”그 말이 고지후의 귀에는 꼭 질투하는 것처럼 들려서 그가 이렇게 대꾸했다.“그렇게 날 만나고 싶어?”하지율은 이상하게 들리는 질문에 미간을 찌푸렸다.“어제 얘기 끝났잖아?”하지율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고지후, 지금 말 바꾸는 거야?”고지후는 잠시 침묵한 후 답했다.“알았어, 갈게.”하지만 하지율은 안심할 수 없었다.“몇 시?”“일 끝나면 전화할게.”하지율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정확한 시간을 말해.”고지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오후 2시.”“부디 고지후 씨가 이번에는 말한 대로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네.”말을 마친 하지율은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시선을 내린 채 잠시 생각하다가 유소린에게 전화를 걸었다.“유소린, 지금 임채아가 어느 병원에 입원했는지 알 수 있어?”유소린은 과거 매니저 일을 했기에 정보 수집 능력이 고지후와 정기석에 미치지 못하지만 일반인보다는 훨씬 뛰어났다.하지율의 전화를 받은 유소린은 즉시 상황을 파악했다.“설마 임채아 병이 또 발작했어?”“응.” 하지율의 미간 다소 걱정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고지후 오전에 안 왔고 오후에도 올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안 오면 직접 병원으로 찾아가려고.”오늘은 반드시 이혼하고 만다.“그래, 사람 시켜서 알아보고 문자 보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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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채아가 검사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려. 네가 우선 여기 있어. 난 나중에 다시 올게.”장하준은 숨기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 말을 듣고는 참지 못하고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지후야, 채아가 왜 불치병에 걸렸는지 너랑 나는 잘 알잖아. 그땐 채아 잘 돌봐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약속을 어긴 것도 모자라 지금 채아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하지율과 데이트할 여유가 있어?”고지후의 눈동자가 살짝 번뜩이며 그를 돌아보았다.장하준은 그 모습을 보고 한층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지후야, 그때 채아가 날 구해주지 않았으면 난 진작 죽었어. 채아가 널 좋아하니까 난 기꺼이 물러날 수 있어. 네 어머니가 동의하지 않아서 헤어져도 널 원망 안 해. 난 그저 채아가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후회 없이 지내다 가도록 네가 도와주기만 하면 돼.”장하준과 고지후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고 두 사람은 목숨과 다름없는 우정을 나눴다.당시 장하준은 고지후를 구하기 위해 그 대신 추격해 오는 상대측 사람들을 따돌리다가 죽을 뻔했다.다행히 임채아가 제때 나타나 장하준을 구했다.장하준은 임채아를 좋아했지만 자신의 좋은 친구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의 사랑을 축복하기로 결심했다.그는 고지후가 하지율을 아내로 맞이한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아이가 있어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임채아가 불치병에 걸렸다고 고지후가 그녀를 버리고 떠나는 걸 용납할 수가 없었다....시간은 오후 2시가 되었고 고지후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이번에는 바보처럼 기다리지 않고 바로 고지후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오래도록 신호음만 들리거나 휴대폰이 꺼졌다는 알림이 아니라 금방 연결되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은 고지후가 아니라 장하준이었고 그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하지율, 헛수고하지 마. 지후는 채아 곁에 있느라 당신한테 가지 않을 거니까.”장하준의 목소리를 듣자 하지율은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일부러 그런 거야?”장하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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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요즘 세상에 이혼하기가 이토록 어려울 줄이야.변호사도 여러 번 그녀에게 말했듯이 가능하면 합의 이혼이 가장 빠르고 양쪽 모두에게 좋은 방식이었다.법적 절차를 밟는다면 법원에서 심사하는 것만으로 보통 6개월이 소요되고 만약 재산 분할을 원한다면 고씨 가문의 재산 상황이 복잡하기 때문에 9개월 정도 소요될 수도 있었다.재판 전에 양측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가장 빠른 경우에도 한 달 정도 소요되었다.이혼 조정에 실패하면 그때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변호사가 에둘러 말을 전했다.“소송으로 진행하면 두 분이 결국 이혼에 동의하더라도 자녀가 있고 고지후 씨가 원칙에 어긋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이상 법원에서 이혼 판결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듣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이 그래요. 수년간 이혼 소송을 맡으면서 그런 경우를 많이 봤어요. 하지율 씨가 빨리 이혼하길 원한다면 합의 이혼이 제일 빨라요.”“제 손에 있는 증거로 결혼생활에 충실히 임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나요?”변호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것들은 외도했다는 증거가 될 수 없고 정말로 외도했어도... 원칙상 재산 분할에는 별 영향이 없어요. 바람을 피우거나 동거하는 현장을 포착하고 대외적으로 부부라고 말했다면 잘못이 성립되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어요. 하지만 모든 재산을 가져오는 건 불가능해요.”이혼하기 전에는 법이 이렇다는 걸 몰랐다.이제야 하지율은 인과응보가 단순히 이야기 속에서만 나오는 것임을 알았고 현실에서 나쁜 사람은 대가를 치르는 대신 오히려 더 잘살았다....반 시간 후, 하지율은 병원에 도착했다.하지율은 유소린으로부터 임채아가 머무는 병실 번호를 이미 알아냈다.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최상층으로 올라갔다.하지율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엘리베이터 입구에 좌우로 서 있던 두 명의 경호원에게 막혔다.“죄송합니다. 이 층은 이미 대관하여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하지율은 발걸음을 멈추었다.“누가 대관했는데요?”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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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하지율은 그녀의 흥분된 표정을 보고 궁금해하며 물었다. “어떤 좋은 소식인데?”“지율이 네가 유명해졌어!”유소린은 흥분해서 자신의 휴대폰을 그녀에게 건넸다.“지난번에 정시온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잖아. 어떤 좋은 사람이 네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어! 너 지금 엄청나게 유명해져서 팬이 천만명에 육박해. 듣기론 해외에서도 네가 바이올린 연주하는 영상이 빠르게 퍼지고 있대! 지율아, 너랑 선배 연주회 투어 준비 중이잖아. 지금이 네가 복귀할 절호의 기회야!”유소린은 훌륭한 에이전트가 되어 실력 있는 세계적인 스타를 키워내고 싶었지만 요즘 시대에 화제성이 곧 우선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화제성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사람들에게 존재를 드러내는 게 곧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방식이었다.빠르게 급변하는 시대에 실력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자본만 있으면 짧은 시간에 ‘대단한’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까.다양한 마케팅 계정, 미디어, 뉴스로 끊임없이 대중들을 세뇌해 실력 있고 인기 많은 허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그렇게 수많은 무지성 팬을 끌어들였다.과거에는 유명해지기 위해서 실력이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지금은 마케팅, 화제성, 캐릭터 구축에 의존했다.하지만 진가는 언젠가 드러나고 대중들도 보는 눈이 있었다.실력이 부족하면 아무리 마케팅을 동원해도 소용이 없었고 능력이 없으면 오래 버티지 못했다.임채아가 좋은 예시였다.수많은 무지성 팬을 거느리고 본인도 어느 정도 실력이 있었다.강병주는 인기가 많았지만 배후에 받쳐줄 자본이 없었고 지금 상황에서 본인의 능력으로 자본가가 되기엔 멀었다.전 소속사와 갈등을 빚은 탓에 이 바닥에서 영원히 매장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하지율이 인기를 얻으면 그것은 화려한 시작이었다.하지율이 유소린의 휴대폰을 건네받아 확인하니 생방송 녹화 영상이었다.하지율이 물었다.“정기석 씨가 도와준 거야?”“아니.”유소린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네가 공연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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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한두 번이면 모를까, 너무 자주 그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게다가 하지율은 이미 돌아갔다.그가 하지율을 감시하도록 보낸 사람이 이미 집으로 돌아갔다고 알려주었다.고지후가 떠난 후 장하준은 계획이 성공했다는 악랄한 표정을 지었다.“하지율이 지후를 기다리지 못하고 병원으로 찾아올 거라고 예상했지. 미리 대비해서 다행이야. 아니면 정말 하지율 그 여자 뜻대로 됐을 거야.”임채아도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최근 하지율 때문에 너무 큰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이 치욕을 씻어낼 한차례 승리가 필요했다.그녀는 장하준을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하준아, 역시 너밖에 없어. 나였으면 그런 생각 못 했을 거야.”장하준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채아야, 네가 그렇게 순진하니까 악랄한 하지율과 맞서 싸우지 못하는 거야.”장하준은 맹세코 지금처럼 철저히 움직인 적이 없었다.늘 대충 살며 머리를 거치지 않고 아무 말이나 막 뱉었던 그가 이번에는 어찌 된 일인지 정신이라도 차린 것처럼 철두철미하게 행동했다.본인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똑똑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하지만 임채아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고 얼굴에 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오늘은 지후가 하지율 씨를 찾아가지 않았지만 내일은 만나러 갈지도 몰라.”장하준이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걱정하지 마, 내일부터 지후는 하지율을 만나러 갈 시간이 없어. 이미 너를 치료해 줄 신의를 찾아서 내일 지후가 널 데리고 가서 치료받을 거야. 음악회 준비도 곧 시작하는데 지후가 하지율에게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어?”순간 임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신의?”“그래. 내가 지난번에 네 병 치료해 줄 신의를 찾아준다고 했잖아.”장하준이 언급한 적이 있지만 임채아는 별로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장하준은 그 신의가 아주 대단하다며 그 옛날 허준과 맞먹는다고 했다.늘 과장 섞인 말을 했기에 임채아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는데 그가 정말로 그 신의를 찾아냈을 줄이야.장하준이 신나서 한참이나 떠들어대는 동안 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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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단종건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받아보지도 않고 왜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고 단정 지어?”장하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르신, 우리는 병을 치료하러 온 거지 수다나 떨자고 온 게 아니에요.”단종건은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무슨 병을 보러 왔어? 바보 병? 멍청한 병? 아니면 꾀병?”임채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왠지 모르게 숨이 가빠졌다.단종건은 마치 뭔가를 깨달은 듯 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아가씨, 숨이 가쁜가 봐. 심장도 빨리 뛰고... 많이 긴장한 것 같네?”임채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그냥 답답하고 좀 불편해서요.”단종건은 돋보기를 조금 들어 올리며 위아래로 그녀를 살폈다.“불편해? 얼굴에 홍조가 돌고 정신도 멀쩡한 게 어디 아파 보이지는 않는데.”그는 세 사람을 번갈아 보며 의아해했다.“셋 중에 누가 아픈 거야?”“누가 죽을병에 걸렸는지도 못 알아봐요?”장하준은 단종건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돌팔이는 아니죠?”단종건은 그를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속에 열이 많고 간이 안 좋네. 화도 자주 내고 입냄새, 변비도 심해. 평소 술·담배에 밤도 자주 새우며 절제하지 않아 신장도 약해졌어.”멈칫하던 단종건이 느긋하게 말을 이어갔다.“지금 보면 남자구실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은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아마... 발기 불능이 될 거야. 얼른 치료하는 게 좋아. 아니면 나중에 네 아내가... 불행해질 수도 있겠어.”장하준도 젊고 잘생긴 도련님으로 고지후보다는 못하지만 특유의 장난기가 있어서 재벌가 아가씨들에게 제법 인기가 많았다. 임채아를 만나기 전까지 장하준은 옷 갈아입는 것보다 더 빠르게 여자 친구를 바꿔치웠다.하지만 임채아를 만난 후로는 수년간 여자 친구를 사귀지 않았고 많은 미녀가 그를 유혹했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임채아가 그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도 누구든 임채아를 괴롭히면 장하준은 가장 먼저 나서서 그 사람과 따지고 들었다.임채아 주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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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단종건은 그를 한 번 쳐다보며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넌... 여기 세 사람 중에 네가 제일 심각해. 앉아서 맥을 짚어보면서 뭐가 문제인지 보자고.”고지후는 장하준을 슬쩍 쳐다보았고 장하준은 그의 의심을 알아차린 뒤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모두가 이 늙은이를 신의라고 했다. 큰돈을 들이고 오랜 시간을 헤매다가 마침내 말로만 듣던 신의를 만나게 됐는데 누가 죽을병을 앓는지조차 알아보지 못하다니.‘설마 신의 행세를 하는 돌팔이는 아니겠지?’임채아는 그 말에 마음이 동요했다.‘사기꾼이었구나. 다행이다!’사기꾼은 돈만 원하니 오히려 매수하기 쉬웠다.그녀는 이 늙은 한의사와 짜고 약을 받아 간 뒤 몇 번 먹고 병이 나았다고 하면 그만이었다.한 1년 반 정도 먹으면 완전히 나았다고 말할 수 있었다.마침 그녀가 몇 달 후에 거짓말을 덮을지 고민하던 찰나 복이 제 발로 굴러왔다.고지후는 단종건 앞쪽 의자에 앉아 손을 내밀었고 그는 고지후의 맥을 짚었다.장하준은 단종건을 찌푸린 눈으로 바라보았다.만약 고지후가 불치병에 걸렸다고 말한다면 당장 간판을 부수고 ‘사기꾼’이라고 쓴 종이를 얼굴에 붙인 뒤 그를 거리로 끌고 나가 공개적으로 망신을 줄 생각이었다.단종건이 고개를 저으며 한탄했다.“어휴, 젊은 녀석이 이 나이에 불치병에 걸리다니. 애석하구나...”장하준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정말 사기꾼이었어!’그가 화를 내려고 할 때 고지후의 물처럼 부드럽고 서늘한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선생님, 제가 어떤 불치병을 앓고 있죠?”장하준은 입에서 튀어나올 뻔한 욕을 참았다.보아하니 고지후는 이 노인이 어떻게 남을 속이는지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단종건은 자신의 흰 수염을 쓰다듬었다.“넌 눈 상태가 아주 심각해. 빨리 교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실명할 수도 있어. 심장도 꽤 큰 문제인데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고... 삐뚤어졌어. 하지만 제일 심각한 건 머리야.”단종건은 진지하게 자기 머리를 가리켰다.“머리에 독극물이 들어찼는지 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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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단종건은 고지후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있지. 저 아가씨를 위한 약을 구하려는 거잖아?”장하준은 어리둥절하게 말했다. “채아가 어디가 아픈지 못 알아봤잖아요.”단종건이 답했다.“그래. 볼 수는 없지만 짐작할 수는 있지.”“...”‘망할 늙은이가 하지율처럼 거슬리게 말하네!’고지후는 장하준에게서 이미 노인의 성격이 매우 특이하다는 걸 알았기에 단종건의 조롱에도 개의치 않았다.그는 단종건의 눈을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얼마나 더 시간을 늘려줄 수 있나요?”단종건이 임채아를 다시 한번 슬쩍 바라보았다.노인의 탁하고 매서운 시선은 마치 독수리처럼 날카롭고 압도적이어서 임채아는 온몸이 경직되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속내를 들킨 듯한 착각이 들었다.단종건은 빠르게 시선을 돌리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내가 저 병을 고칠 수 있어.”고지후와 장하준은 동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말기 질환은 그렇게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들은 임채아를 위해 세계적인 명의를 찾아다녔지만 모두 그녀의 병에 대해선 손을 쓰지 못했다.이제 그들은 임채아의 병을 치료하는 건 뒤로하고 그녀가 조금 더 오래 살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 노인네가 감히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정말 자신 있는 걸까, 아니면... 오만한 걸까?’고지후의 차가운 눈빛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번뜩였다.“맥도 안 짚어보고 진단서도 안 봤으면서 치료할 수 있다고요?”단종건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그게 아니면 왜 다들 나를 신의라고 부르겠어?”고지후는 가만히 그를 응시했다.“선생님, 확실한가요?”장하준은 단종건을 노려보며 위협했다.“어르신, 만약 우릴 속인 거라면 한 푼도 주지 않을뿐더러 이 간판까지 다 부숴버릴 거예요!”단종건이 장하준을 돌아보았다.“내가 말한 네 증상이 틀렸다는 거야?”장하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단종건은 속세를 꿰뚫어 본 도사처럼 말했다.“내게 병을 보러 오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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