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201 - Chapter 210

235 Chapters

제201화

“윤택 형은 내가 너무 싫고 지율 이모랑 내가 같이 있는 걸 원하지 않는대요. 놀이공원에 온 것도 지율 이모랑 화해하려고 왔는데 형이 이모한테 애교만 부리면 이모가 자기 말대로 날 무시할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또...”말하던 정시온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더니 목소리도 울먹이기 시작했다.하지율이 다그쳐 물었다. “또 뭐라고 했는데?”“윤택 형이 저는 그저 형의 대체품일 뿐이라고... 지율 이모, 제가 정말로 윤택 형의 대체품일 뿐인가요?”정시온의 크고 예쁜 눈동자에 은은한 물기가 어리며 꼭 버림받은 작은 동물처럼 가엾게 보였다.하지율은 가슴이 아픈 동시에 고윤택에 대한 실망감도 더 깊어졌다.‘대체품? 제 아빠와 똑같이 대체품 타령이나 하네. 역시 그 아빠에 그 아들이야.’“너는 누구의 대체품도 아니고 그저 너일 뿐이야.”하지율은 진지하게 아이를 바라보았다.“시온아, 걱정하지 마. 이번 일은 이모가 나서서 해결해 줄게.”멈칫하던 그녀가 덧붙였다.“고윤택이 너한테 사과하는 것 말고도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얘기해. 내가 최대한 네가 원하는 건 다 들어줄게.”정시온은 조심스럽게 하지율을 바라보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딱히 바라는 건 없어요. 저는 단지 지율 이모가 항상 제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요.”하지율은 마음이 괴로웠다.그녀를 만난 후로 정시온은 계속해서 불행한 일을 겪고 고윤택에게 자주 괴롭힘을 당했다.하지만 아이는 결코 그녀를 탓하지도, 고윤택을 탓하지도 않았다.하지율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옆에서 말없이 서 있는 정기석을 바라보았다.“정기석 씨, 바라는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정기석은 그녀의 눈을 조용히 응시했다.“지율 씨, 아이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에요. 그 책임을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어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혼자서 다 감당하려고 하니까 고지후가 가정과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아이를 키우는 게 매우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지율 씨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모르니까 무시하는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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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고지후의 검은 눈동자가 어두워졌다.역시 임채아가 말한 대로 정말 하지율과 관련이 있었다.고윤택은 아빠가 갑자기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기에 몇 초 동안 넋이 나갔다가 서둘러 말했다.“엄마가 시킨 게 아니라 내가 엄마 아빠가 이혼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고윤택의 말이 끝나기 전에 고지후가 말을 끊었다.“하나만 물어볼게. 엄마 찾아가려고 몰래 뛰쳐나갔던 거야?”고지후의 표정은 차가웠고 주변에 자연스럽게 위압적인 기운이 흘러나와 고윤택은 마음속으로 두려움을 느끼며 고개를 떨구었다.“네.”고지후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놀이공원에 간다는 건 누가 알려줬어?”오기 전에 그는 사람을 시켜 고윤택의 휴대전화를 조사하도록 했고 전화나 문자 메시지 모두 이상한 점은 없었다.즉 이 소식은 누군가가 직접 말해준 것이었다.고윤택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시온이요.”고지후는 예상했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이미 하지율이 직접 전한 게 아니라 정시온을 통해 고윤택에 말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이젠 아이까지 이용하네.’고윤택의 불안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고지후는 차분히 말했다.“걱정하지 마, 네 엄마는 나와 이혼하지 않을 거야.”그때 누군가 병실 문을 가볍게 두드리며 하지율이 들어왔다.하지율이 온 것을 보고 고윤택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엄마가 정말로 그를 보러 왔다!‘어쩐지 정시온 그 녀석이 매번 불쌍한 척을 하더라니, 그게 정말 소용이 있구나.’고윤택은 마치 새로운 대륙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었다.병실로 들어선 하지율은 고윤택이 그녀를 간절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의 미간이 꿈틀거렸지만 그래도 질문을 던졌다.“좀 어때?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고윤택은 괜찮다고 말하려다가 정시온이 엄마 품에 기대어 너무 힘들다고 말할 때 엄마가 다정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던 모습을 떠올리며 바로 말을 바꾸었다.“난... 아직 좀 힘들어요.”그러나 하지율은 정시온을 달래던 것처럼 그를 달래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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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처음에는 고윤택도 그녀의 말을 제법 들었지만 점점 크면서 무시하기 시작했다.“나를 모함하려고 혼자 뛰어내린 거예요!”고윤택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방해했다.“그 나쁜 애가 일부러 놀이공원에서 즐겁게 노는 걸 보여주고 내 앞에 와서 엄마를 빼앗은 기분이 무척 좋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앞으로 나는 엄마가 없을 거라고 했어요. 내가 엄마를 다시 빼앗을까 봐 두려워서 뛰어내린 거예요. 걔가 뛰니까 나도 뛰었죠. 누가 무서워한다고!”말하며 고윤택은 붉게 물든 눈으로 하지율을 바라보았다.“나랑 그 나쁜 아이가 동시에 물에 빠졌는데 엄마는 나를 무시하고 걔를 먼저 구했어요. 정말... 나를 버릴 거예요?”하지율은 잠시 침묵하다가 나름대로 해명했다.“난 그때 널 보지 못했고 네가 물에 빠진 것도 몰랐어.”고윤택의 차갑게 식었던 마음에 조금은 온기가 감돌았다.“그럼... 나랑 그 나쁜 아이가 나눈 대화에 관해선 나와 그 나쁜 아이 중에 누구를 믿어요?”하지율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내가 본 사실만 믿어.”“왜요?” 고윤택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난 엄마 아들이 아니에요? 왜 그 나쁜 아이를 믿으면서 나는 믿지 않는 거예요? 내 엄마면 무조건 내 편에 서야 하지 않나요?”“단지 내가 네 엄마라는 이유로 반드시 네 편이어야 하니?”“그럼요!” 고윤택은 당당하게 말했다.“내 엄마니까 내 말을 무조건 믿어야 하잖아요!”하지율이 아이를 바라보았다.“그럼 난 네 엄마인데 넌 날 무조건 믿어준 적이 있어? 내가 네 채아 이모를 계단에서 밀었다면서 사과하라고 강요하던 건 잊었어?”“그... 그땐 제대로 못 봤어요.”한결 기세가 누그러졌지만 고윤택은 그래도 고집스럽게 대들었다.“내 엄마면서 왜 그렇게 사소한 것까지 따져요?”하지율이 되물었다.“엄마면 꼭 비굴하게 굴어야 해? 고윤택, 믿음은 서로 주고받는 거야. 넌 그때 제대로 못 봤지만 난 이번에 제대로 봤고 억울하게 널 몰아가는 게 아니야.”하지율은 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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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뒤에서 누가 시키지 않는 이상 불가능했다.최근 그는 사람을 보내 정기석을 감시했지만 평소 무척 바빴던 그는 자주 출장을 다녔고 아이는 보통 하지율에게 맡겨두었다.그는 정기석과 하지율 사이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특별히 사람까지 고용했지만 그들 사이에 애매한 기류는 없었다.정기석이 말로는 친근하게 불러도 선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평소에도 빈번하게 하지율과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았다.바로 이 때문에 그도 정기석을 공격하지 않았다.고윤택이 이런 대우를 받아도 그는 하지율을 의심하지 않았다.어린 정시온이 말실수를 했고 고윤택이 지금은 하지율과 사이가 좋지 않으니 오해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하지율이 고윤택이 집을 나가도록 부추겼을 줄이야.그게 고지후의 인내심을 건드렸다.고윤택은 겨우 다섯 살인데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려고.하지율은 한눈에 고지후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윤택을 바라보았다.“네가 그렇게 말했어? 내가 시온이한테 말하라고 시켜서 네가 몰래 도망친 거라고?”고윤택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엄마가 그런 게 아니라 그 나쁜 아이가 한 말이 진짜인지 보고 싶어서 나 혼자 몰래 나온 거예요.”아이는 아직도 고지후가 조금 전 던졌던 질문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단지 자신이 몰래 나갔기 때문에 아빠가 화났다고 생각했다.고지후의 눈빛이 싸늘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으면 정시온이 왜 그걸 너한테 말해?”고윤택은 잠시 놀라며 하지율을 바라보았다.“엄마가 시온이한테 말하라고 했어요?”하지율은 웃음이 났다.“고지후 씨, 좋은 일엔 한 번도 내 생각을 안 하더니 나쁜 일만 생기면 모든 책임을 나한테 떠넘기네.”고윤택 앞에서 고지후와 다투고 싶지 않아 차분하게 말했다.“나와. 할 얘기가 있어.”고지후도 이 일을 고윤택 앞에서 말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문을 열기 전 하지율은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듯 고윤택을 돌아보며 말했다.“난 놀이공원 가는 거 시온이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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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윤택이가 정말로 그렇게 쉽게 남의 말에 휘둘리는 아이면 당신이 반성해야지. 왜 윤택이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생각조차 못 하는 건지 말이야. 그러다 언젠가 애가 납치당하면 그땐 후회해도 늦어.”하지율이 말을 멈추고 조롱 가득한 눈빛으로 고지후를 바라보았다.“아, 깜빡했다. 당신은 후회하는 게 아니라 모든 잘못을 남한테 돌리지.”고지후는 쏘아붙이는 하지율의 말에 말문이 막혀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지율, 나는 네가 후회해서 나와 얘기하려는 건 줄 알았어. 그딴 헛소리나 할 거면 그만둬.”하지율은 괜히 말했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사람은 결코 자기 잘못을 보지 못했다.현실이 눈앞에 있어도 온갖 핑계만 댈 뿐이었다.하지율은 직설적으로 말했다.“내가 불러낸 이유는 윤택이가 시온이를 밀었다는 증거가 확실하니까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야. 고윤택 보호자인 당신도 정시온 부모한테 사과해야 하고.”고지후는 얇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도 영상을 봤다. 고윤택이 일부러 민 게 맞든 아니든 둘이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정시온이 물에 빠진 건 사실이었다.그리고 고윤택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찍혔듯 본인이 뛰어내린 것이 남을 탓할 수 없었다.고지후는 정기석, 정시온 부자가 못마땅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자기 아이 편만 드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 아이 병원비는 내가 전부 책임지고 보상해야 할 부분도 빠지지 않고 다 보상할게.”그 말을 듣고도 하지율의 얼굴엔 놀랍거나 기쁜 기색이 없었다.고윤택은 임채아가 아니니 증거가 확실한 상황에서 고지후는 아이의 편을 들지 않았다.하지율은 기뻐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몰랐다.“그리고 또 하나.”하지율이 고지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재산을 포기하고 이혼하는 것에 동의할게. 고지후, 언제 이혼하러 갈까?”고지후는 멈칫하다가 곧 피식 웃었다.“이혼? 확실해?”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았던 하지율도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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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고지후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너한테 갑자기 일이 생겨서 약속 취소하진 않을지 그것부터 생각해.”하지율이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고 대표님께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올까 봐서 걱정인데?”고윤택이 물에 빠지고 고지후가 의심하며 다그치자 하지율은 그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더 이상 이 이상한 집안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오늘은 친엄마가 아이를 납치했다고 신고했는데 내일은 또 어떤 미친 짓을 벌일까.그녀와 고지후는 결혼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최혜은에 대해서는 아는 게 사실 별로 없었다.전에 그녀를 만나면 줄곧 고분고분 말을 듣기 바빴고 최혜은이 성가신 사람이라는 걸 알고는 내내 참고만 있었다.그런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최혜은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다.그러다 완전히 사이가 틀어지고 나서야 하지율은 그녀가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이렇듯 화만 불러오는 사람은 일찌감치 떼어내는 게 상책이었다.하지율은 벌써 임채아가 고지후와 결혼한 뒤 맞이할 삶이 기대되었다.남자의 서늘한 목소리는 달빛 아래서 흐르는 시냇물처럼 맑고 차가웠다.“시간.”하지율의 긴 속눈썹이 살짝 움직이며 다른 곳에 팔렸던 정신이 바로 돌아왔다.고지후가 동의했다.“내일 오전 10시, 법원 앞에서 봐. 가능하지”고지후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그래.”그는 하지율이 정말로 그와 이혼할 거라고 생각지 않았다....임채아와 장하준은 함께 병원으로 들어섰다.고윤택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두 사람은 함께 고윤택을 보러 왔다.고윤택이 제일 좋아하는 채아 이모인데 이런 사고를 당한 아이를 어떻게 보러 오지 않겠나.그런데 병원에 온 임채아는 병실에 고윤택 혼자만 있는 것을 보고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윤택아, 아빠는 어디 있어? 왜 네 옆에 없어?”임채아를 본 고윤택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아빠는 엄마랑 나갔어요.”임채아의 눈이 번뜩였다.“하지율 씨도 왔어?”엄마를 떠올리자 고윤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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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그걸 들은 장하준이 고윤택에게 부풀려 말을 전했고 고윤택은 슬프면서도 화난 표정을 지었다.‘엄마는 정시온 그 나쁜 애한테 제대로 속았어. 나쁜 엄마!’장하준이 덧붙였다.“지난번에 네 엄마가 채아를 이긴 것도 수작을 부려서잖아. 채아한테 주스를 뿌리고 세계적인 악기 여름밤의 별을 사용했지. 그렇게 유리한 조건에서도 고작 0.1점 차이로 채아를 이겼어. 그게 뭐 자랑할 일이라고.”고윤택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엄마가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임채아와 장하준 모두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엄마가 명문 대학을 졸업한 임채아보다 대단한 게 말이 안 되었다.게다가 그는 엄마가 임채아에게 주스를 뿌리는 걸 직접 보았다.임채아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조용히 물었다.“윤택아, 아빠랑 엄마는 뭐 하러 갔어?”고윤택은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요.”임채아는 다시 물었다. “윤택아, 네 아빠와 엄마... 정말 이혼해?”“그럴 리가요!”고윤택은 무의식적으로 큰 소리로 반박했다,“방금 아빠한테 물어봤는데 아빠가 엄마는 절대 아빠랑 이혼하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임채아의 눈동자에 걱정스러운 빛이 담겼고 그 모습을 본 장하준이 임채아의 어깨를 토닥였다.“채아야, 내가 지후 데려올게.”임채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난 윤택이랑 여기 있을게.”병원으로 오는 길에 임채아는 의도적으로 장하준에게 고지후가 하지율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을 언급했고 그 말을 들은 장하준이 큰소리를 쳤다.“채아야, 지후는 중학교나 졸업한 하지율을 절대 좋아하지 않아. 걱정하지 마, 내가 있는 한 절대 지후와 그 중졸이 만날 일은 없어. 일부러 꼬드기려고 물러나는 척하는 거야. 지후는 절대 속지 않아.”화해하라고 설득하는 건 어려워도 관계를 파탄 내는 건 쉬웠다.지난번 하지율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개 짖는 소리를 내라고 한 일로 크게 창피를 당했던 그는 절대 하지율을 가만둘 생각이 없었다.고지후가 그런 여자와 만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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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더 듣고 싶었는데 고지후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장하준을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렸다.“장하준, 거기서 뭐 해?”장하준은 하도 낯짝이 두꺼워서 들켜도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 없이 웃으며 말했다.“윤택이 찾았다길래 채아랑 보러 왔지.”장하준이 오자 하지율도 더 말하지 않았다.“먼저 갈게. 약속한 것 잊지 마. 내일 오전 10시, 꼭 나와.”하지율은 장하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뒤돌아 떠났고 장하준은 경멸하듯 콧방귀를 뀌며 고지후를 돌아보았다.“지후야, 내일 어디 가?”고지후의 표정은 태연했다.“쓸데없이 참견하지 마.”장하준이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밀었다.“설마... 둘이 데이트해?”‘데이트?’고지후의 발걸음이 멈추며 검은 눈동자가 어두운 빛을 띠었다.하지율은 절대로 그와 이혼하지 않을 거다.그렇지 않고서야 고윤택을 부추겨 이런 일을 벌일 리가 없었다.‘설마 정말 하준이 말대로 이혼을 핑계 삼아 데이트하려는 건가?’고지후가 대답하지 않자 장하준은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고 생각하며 콧방귀를 뀌었다.“봐, 벌써 본성을 드러내네. 그 여자가 너와 이혼할 리가 없잖아. 그저 네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이야. 내 짐작이 맞다면 또 무슨 핑계를 대면서 내일 밖에서 만나자고 했겠지. 처음에는 아픈 척, 그다음에는 납치당한 척하더니 이런 저급한 수작을 부리는 게 지겹지도 않나. 지후야, 절대 속지 마!”고지후는 말이 없었고 검은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처럼 어두웠다.예전 같았으면 장하준의 말대로 하지율이 부리는 수작을 경멸했을 테지만 요즘은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정말로 흥미가 생겼다.그의 아내는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사람이 아니었고 뭔가 알아가고 싶은 충동이 들게 했다.이러면 데이트를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정말로 하지율이 내일 어떤 데이트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었다.또 어떻게 그에게 화해를 요청할지...하지율이 떠난 후에야 그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비로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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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장하준이 다시 말했다. “참, 내일 둘이 데이트도 한대.”임채아의 표정이 변했다. “데이트? 어디서 데이트를 하는데?”“어디로 가는지는 잘 듣지 못했지만 하지율이 뭐라고 했는데... 내일 오전 10시라고 했어. 채아야, 절대로 하지율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두지 마!”임채아의 눈동자에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알겠어.”...유소린은 정시온이 물에 빠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다.정시온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안도하며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하지율에게 말했다.“참 지율아, 이번 달 말에 너랑 선배 자선 공연에 참여하기로 했잖아. 내일 시간이 비는데 새로 리모델링한 스튜디오에서 연습해 보는 게 어때?”“내일...”하지율이 잠시 망설이며 즉각 동의하지 않자 유소린이 의아한 듯 말했다.“왜, 내일 시간 없어?”낮에 정시온을 유치원에 보내면 하지율은 딱히 할 일이 없었다.하지율은 잠시 생각한 후 솔직하게 말했다. “내일 고지후랑 법원 가서 이혼하기로 했어.”유소린은 놀라며 불쑥 말을 뱉었다.“정말 고지후와 이혼하는 거야?”대화를 나누던 정기석 부자는 그 소리를 듣고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응.”“고지후가 정말 이혼에 동의했어?”하지율의 입술 끝에는 가벼운 조롱의 미소가 떠올랐다.“내가 아무것도 안 받고 떠나겠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리가 있어?”유소린이 경멸하며 말했다.“예전에 네가 이혼하자고 했을 때는 안 믿으면서 수작 부리는 거라고 생각하길래 난 또 이혼하기 싫어서 핑계 대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그냥 재산 나눠주기 싫어서 널 그냥 내보낼 생각이었구나?”하지율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이혼 절차에 협조하지 않으면 최소 2년은 걸릴 거야. 이혼에 동의하면 늦어도 한 달 안에 끝나겠지. 난 이혼만 할 수 있다면 재산은 원하지 않아.”유소린도 고개를 끄덕였다.“일찍 이혼하는 게 낫지. 시간이 길어지면 괜히 시끄럽기만 해. 2년 후에 고지후가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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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네.” 정시온이 진지하게 말했다.“아저씨가 지율 이모에게 잘해주지 않아서 이모가 행복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전 지율 이모랑 아저씨가 함께 있는 게 싫어요. 지율 이모는 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야 해요.”하지율은 웃음이 났다.고지후를 몇 번 만나지 않은 정시온조차도 고지후가 그녀에게 잘해주지 않는다는 걸 알아챘다.유소린이 말했다.“내일 시간 없으면 선배한테 말해서 시간 바꿀까?”“됐어. 어차피 이혼 조정 기간이 있으니까 아마 30분도 안 걸릴 거야. 네가 선배한테 대신 말해줘. 오후에 같이 연습할 수 있어.”“그래.”유소린은 휴대폰을 들고 고개를 숙인 채 메시지를 보냈고 정시온은 호기심 가득 물었다.“지율 이모, 병주 아저씨랑 어디서 공연해요?”하지율은 단종건의 말을 떠올렸다.“아마 요양원 같은 곳일 거야.”정시온은 조금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지율 이모, 나도 같이 가서 공연해도 돼요?”하지율은 잠시 망설였다. 만약 자신이 알아서 결정할 수 있는 공연이라면 정시온을 무대에 올리는 건 문제없었다.하지만 이건 단종건이 주최하는 행사라 그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었다.정시온은 하지율이 망설이는 것을 보고 진지하게 말했다.“지율 이모, 저 그동안 매일 열심히 피아노 연습했어요. 절대 민폐 안 끼칠게요.”하지율은 부드럽게 말했다.“이건 내가 결정할 수 없어. 내일 어르신께 여쭤보고 말해 줄게. 그래도 되지?”정시온의 눈이 반짝거렸다.“좋아요.”하지율과 같이 공연하는 게 너무 좋았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하지율은 그에게 처음으로 자부심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엄마가 곁에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게 해 점점 더 하지율과 떨어지기 싫었다.정시온은 남몰래 결심했다.하지율에게 더욱 잘해줘서 그녀를 완전히 빼앗아 오겠다고....다음 날.하지율은 지각할까 봐 일찍 일어나 온갖 서류를 다 챙겼는지 여러 번 확인한 후 출발했다.고지후는 시간 개념이 매우 강한 사람이라 임채아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기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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