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351 - Chapter 360

518 Chapters

제351화

하지만 이 키 크고 덩치 큰 애들은 달랐다. 그들은 다른 아이들과 짜고 그를 조롱하고 따돌리며 심지어 밀치기까지 했다. 그는 이 셋을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강민이는 정시온이 눈치껏 자리를 뜨자 매우 우쭐해졌다.그는 고윤택을 바라보며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너 새 유치원에서도 별 볼 일 없구나? 누구 하나 너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잖아. 네가 아무리 똑똑하고 공부 잘하면 뭐 해? 결국 인기 없는 찐따잖아?”“며칠 전에 우리 엄마한테 들었는데, 네 엄마는 중졸이라서 알파벳도 제대로 못 읽는다더라. 우리처럼 귀족 학교 다니는 애들보다도 훨씬 못한다고.”“여기 애들은 너희 집 그 쪽팔리고 쓸모없는 엄마가 망신당했던 일을 모르겠지? 하하하, 근데 걱정하지 마. 곧 전부 알게 해줄 거니까.”원래 정시온은 자리를 뜬 상태였다. 하지만 뒷말을 듣는 순간, 주저 없이 걸음을 멈췄다.그는 고윤택 앞에 몰려 있는 세 명의 남자아이를 돌아보며 말했다.“방금 뭐라고 했어?”강민이는 그가 멈춰 선 걸 보고, 자신이 한 말에 끌렸다고 착각했다.“왜? 너도 고윤택 엄마가 얼마나 창피했는지 듣고 싶어? 하하하, 지난번에 걔 엄마, 고윤택 생일 파티에서 벌러덩 넘어졌잖아!”고윤택은 반사적으로 변명했다.“그건 누가 엄마 발을 걸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엄마가 넘어진 거라고...”사실은 장하준의 불량배 친구들이 일부러 하지율을 넘어뜨린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사과는커녕 오히려 비꼬는 투로 말장난해 댔다.결국, 최혜은은 아무런 확인도 없이 하지율이 고씨 가문의 체면을 구겼다고 화를 내며, 앞으로는 어떤 파티에도 참석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놨다.고지후 또한 장하준에게 몇 마디 나무라는 데 그쳤을 뿐, 하지율을 망신 준 자들을 따로 혼내지조차 않았다.이런 상류층은 철저히 눈치를 봐가면서 사람을 대접한다.최혜은과 고지후의 태도를 보고 모두 하지율이 고씨 가문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했다. 고씨 가문 사람들이 하지율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사람들의 태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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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강민이와 다른 두 아이는 정시온의 기세에 눌린 듯, 제자리에 얼어붙었다.고윤택도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강민이네 셋이 저렇게 사납고 난폭한데, 저 나쁜 아이는 정말 무서워하지도 않는 걸까?’고윤택의 시선을 눈치챈 듯, 정시온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까만 눈동자엔 고윤택에 대한 경멸이 가득했다.그는 고윤택에게 단 두 글자를 내뱉었다.“쫄보!”고윤택은 전신이 후들거렸다. 그는 정시온에게 반박하고 싶었다. 자기는 쫄보가 아니라고, 엄마를 위해 싸운 적도 있다고. 하지만 도저히 이길 수 없었고 모든 아이로부터 외면당하기까지 했다.엄마가 상처받을까 봐 이 일을 엄마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할머니에게만 털어놨었다.그런데 할머니는 이 모든 게 엄마 탓이라 했다.“네가 그렇게 창피한 엄마를 두지 않았으면 이런 괴롭힘도 없었을 거야.”그러나 변명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강민이가 벌건 눈으로 정시온를 향해 달려들었다.아이들끼리의 싸움은 별다른 기술이 없다. 다만 분명한 건 강민이가 체격은 정시온보다 확실히 컸음에도 오히려 밀리는 쪽이라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민이는 버티기 힘들어졌다.그는 옆에 멍하니 서 있는 두 친구에게 외쳤다.“너희 뭐 해? 얼른 같이 덤벼!”정시온도 결국 다섯 살짜리 아이일 뿐이다.강민이가 두 명의 도움을 얻자, 정시온은 금세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강민이는 신이 나서 입꼬리가 찢어지듯 웃어대며 말했다.“이 새끼야, 내가 널 무릎 꿇게 해서 형님이라고 부르게 만들지 않으면, 내 성을 갈겠... 아악!”헛소리를 다 하기도 전에, 또다시 정시온의 주먹이 강민이의 얼굴에 꽂혔다.정시온은 다른 두 아이의 공격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강민이만 집중해서 때렸다.두 아이가 어떻게 때리든 신경도 안 쓰고 강민이를 물고, 뜯고 하면서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그 모습은 마치 어린 야수 같았고, 눈빛에서는 본능적인 야성이 드러났다.그런 무자비한 싸움 방식에, 공격하던 두 아이도 겁을 먹더니 더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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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며칠 동안 정시온를 보지 못해서인지, 문득 정시온이 몹시 그리워졌다.하지율은 시간을 한번 확인하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유치원에 직접 가서 정시온를 데려오기로 마음먹었다.예전에 유치원 앞에서 고윤택과 임채아를 몇 번 마주친 이후, 하지율은 거의 유치원에 가지 않았다. 그 후로는 운전기사가 정시온을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역할을 대신했다.하지만 정시온이 전혀 서운한 내색도 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배려하는 모습에 하지율은 오히려 마음이 아팠다.어느새, 그녀는 정시온을 마치 자신의 아이처럼 아끼고 있었다. 비록 예전에 고윤택을 사랑했던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무척이나 정이 가는 아이였다. 하지율이 직접 만든 간식을 들고 막 나가려던 찰나, 휴대폰이 울렸다.“혹시 정시온 어린이의 보호자 되시나요? 지금 유치원에서 정시온 어린이에게 약간의 일이 생겼습니다. 가능하시면 바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하지율의 표정이 굳어졌다.“금방 가겠습니다.”전화를 끊자마자 그녀는 급히 유치원으로 향했다.서둘러 유치원의 교무실 문 앞에 도달하자 안에서 날카로운 여자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불쌍한 강민이가 이렇게까지 괴롭힘을 당하다니! 강민아, 걱정하지 마! 엄마가 너를 때린 나쁜 놈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 집 엄마는 도대체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말해두는데, 오늘 우리 강민이한테 제대로 된 사과 안 하면 절대 가만 안 둬!”그녀의 목소리는 독하고 날이 서 있었다.하지율이 교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삼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정시온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순식간에 얼굴이 굳어진 하지율이 곧장 다가가 그녀의 손을 쳐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강민이 엄마는 고개를 돌려 하지율을 바라보더니 날카롭게 쏘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멈칫하더니 말했다.“고윤택 엄마?”강민이 엄마는 하지율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녀의 눈빛엔 뚜렷한 경멸이 스쳤고, 구석에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는 고윤택을 흘끔거리고는 말했다.“C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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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고윤택은 이 장면을 바라보며 조그만 입술을 꾹 다물었다.강민이 엄마가 하지율이 현재 정시온의 보호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흘린 경멸의 눈빛은 너무도 노골적이었다. 엄마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뜻이 분명했다. 모두가 엄마를 무시했다.그런 엄마가 부끄럽다고 생각한 게 자신의 잘못이었을까? 게다가 엄마는 자신을 지켜주지도 못했다.하지율은 강민이 엄마의 추악한 모습에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무릎 꿇고 사과하라고요? 강민이 엄마,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긴 알아요?”그녀의 검고 맑은 눈동자는 날카롭게 차갑게 강민이 엄마를 응시했다.“다시 한번 말해보시죠?”강민이 엄마는 여전히 거만하게 말했다.“뭐가 무서워서 못 하겠어! 나는...”그녀가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유치원 원장과 선생님들이 묘한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음을 깨달았다.어찌 되었든 아이에게 무릎 꿇으라고 하는 건 지나친 처사였다.여기 다니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재력가 자제들이다. 가정 형편이 딱히 부족한 사람은 없었다.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무릎부터 꿇으라니? 설령 정시온의 보호자가 평범한 사람이라 해도 이런 식으로 모욕하는 건 말이 안 됐다.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강민이 엄마는 자신이 실언했음을 깨달았다. 어른을 비난하는 건 괜찮지만, 아이를 겨냥한 건 확실히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강민이 엄마는 입술을 삐죽이며 악의를 드러냈다.“자식이 잘못은 부모 책임이죠. 아이가 잘못했으니 보호자인 당신이 대신 무릎 꿇고 사과하세요.”하지율은 우스꽝스러운 농담을 들은 것처럼 말했다.“강민이 엄마, 일제강점기 끝난 지도 반세긴데 나보고 무릎 꿇으라고요?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화가 치밀어 오른 강민이 엄마가 따졌다.“아이가 잘못했으면 보호자가 대신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하지율의 입가에는 차가운 웃음이 감돌았다.“정 그렇게 당당하시다면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우리 그냥 네티즌들한테 한번 물어보죠.”말을 마친 하지율은 휴대폰을 꺼내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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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그녀의 눈동자에 순간 당황한 빛이 스쳤다.이 사람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온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아우라만 봐도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었다.하지율과 정기석이 CCTV를 확인하고 있을 때 고지후와 임채아도 도착했다.비록 폭행한 사람이 고윤택은 아니었지만, 이 일이 그로 인해 발생한 것이기에 유치원 측에서는 그의 보호자도 불러들였다.임채아는 고윤택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정시온이 참지 못하고 싸움을 벌였다고 생각해 급히 따라왔다.두 사람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하지율과 정기석이 함께 CCTV를 확인 중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임채아가 부드럽게 물었다.“윤택아, 누가 너 괴롭혔니?”고윤택은 망설이며 고개를 저었다.임채아의 목소리는 더욱 부드러워졌다.“윤택아, 무서워하지 마. 누가 널 괴롭혔는지 말해 줘. 아빠랑 채아 이모가 네 편이 되어줄게.”임채아의 의도된 말에 하지율은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심지어 임채아를 한 번 더 쳐다보는 것조차 에너지 낭비라고 느꼈다.해당 CCTV 영상은 사건 현장에서 약간 떨어진 위치에 있어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장면은 꽤 선명했다.영상에서는 확실히 정시온이 먼저 손을 댄 장면이 포착되어 있었다.하지율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아이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시온이가 먼저 손을 댄 거죠?”정기석과 고지후가 나타나자 당당하던 변지은의 기세는 확 꺾였다. 그녀는 더 이상 아까처럼 건방지게 굴지 못하고 못마땅한 어투로 투덜거리며 말했다.“무슨 말을 했든, 그게 우리 아들을 때린 이유가 될 순 없잖아요?”그때, 고윤택의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불쑥 들려왔다.“강민이랑 애들이 저를 괴롭히려고 했어요. 그래서 정시온이 걔네랑 다투게 된 거예요.”그 말을 듣자, 모두의 시선이 고윤택에게 쏠렸다.임채아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윤택아, 너랑 그 정시온이라는 애, 원래 사이가 안 좋지 않았니? 정말 널 위해 싸운 거 맞아?”고윤택과 정시온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이미 비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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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하지율은 정시온이 아무 이유 없이 손을 댈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구석에 서 있는 강민이한테 멈췄다.“강민아, 무슨 일로 싸웠는지 모두에게 말해줄래?”강민이는 입을 열려다가 정시온과 눈빛을 마주치자 고개를 숙이고 말문을 닫았다.그 모습을 본 변지은이 즉시 강민이의 앞을 가로막았다.“우리 아들 협박할 생각 하지 마!”고지후 역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채고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CCTV 영상을 조금 더 앞부분부터 확인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하지율은 유치원 선생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영상은 이게 전부래요.”그러자 몇몇 선생님들의 얼굴빛이 급변했다.사실 그들은 사건의 전말을 모두 봤지만 감히 전부를 제출할 수 없어 이 부분만 따로 편집한 것이었다.만약 고지후가 자기 아들이 유치원에서 괴롭힘을 당한 걸 알게 된다면 그들 유치원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판이었다.정기석은 선생님들의 표정을 살펴보고 금세 모든 걸 알아차렸다.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한심하다는 듯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고지후 씨에게 잘 보이려고 우리 아들을 희생양 삼겠다는 겁니까? 선생과 원장이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편파적이라니, 아이들에게 뭘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보아하니, 이 유치원은 전면적인 물갈이가 필요하겠군요.”말을 마친 정기석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우리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 CCTV 영상 좀 확보해 줘. 그리고 이 유치원의 선생들과 원장도 모두 교체해. 너무 세속적이야.”유치원 원장과 선생님들은 그 말을 듣고 일제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옆에 조용히 서 있는 고지후를 보고 금세 태연한 척했다.정기석은 눈을 가늘게 뜨며 느긋한 목소리로 비웃듯 말했다.“전혀 겁먹은 것 같지 않네요? 당신들이 믿고 있는 뒷배가 지켜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군요.”그의 시선이 고지후의 얼굴을 스치자 고지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약 5분 뒤, 완정한 CCTV 영상이 정기석의 휴대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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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들은 당황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고지후를 바라보며 도움을 청했다.“고 대표님, 저희를 외면하시면 안 됩니다. 저희, 저희는 대표님 지시대로 한 것뿐이에요!”하지율에게 따귀를 맞아 기분이 극도로 다운된 고지후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언제 그렇게 하라고 했다는 거야?”원장은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저희는 분명 대표님께서 내린 지시로 알고 있습니다.”원장이 덧붙였다.“대표님의 오랜 친구인 장하준, 장 대표님께서 직접 저희에게 주의를 주셨어요. 저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대표님 같은 분의 뜻을 거스를 수 있겠습니까?”고지후는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바로 장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장 내 앞에 튀어 와!”말을 마친 고지후는 장하준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임채아는 장하준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싶었지만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휴대폰을 만지는 건 너무 눈에 띄었다. 어쩌면 자기까지 끼어들었다는 걸 들킬지도 몰랐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뭐 그리 큰일 같지 않았다. 들키면 들키는 거지 어차피 이 못된 계략은 장하준이 생각해 낸 것이었고 그녀는 약간 다듬어준 것뿐이다. 그 덕에 일이 그리 빨리 들키지 않았던 것뿐이었다.처음에 장하준은 몇몇 아이들의 부모에게 은근슬쩍 신호를 줘 자기 자녀들이 정시온을 괴롭히도록 했다. 하지만 임채아가 이를 눈치채고 곧바로 제지했다.정시온이 혹시 몸을 다치기라도 하면 금방 눈에 띄기 쉬웠다. 그래서 문제가 불거지면 바로 의심받을 수 있다. 그러나 따돌림은 달랐다. 마음의 상처는 몸의 상처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설령 정시온이 어른에게 고자질해도 소용이 없다. 친구를 사귀는 건 마음이 맞아야 하는 문제이고 증거로 남기는 일도 아니다.아이들이 정시온과 놀고 싶지 않고 말도 걸기 싫어하는 건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일이었다. 증거도 잘 안 남고 꼬투리 잡힐 일도 적은 이런 따돌림 방식은 정말 완벽하다. 단지 임채아는 일이 이렇게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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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고윤택이 그들에게 빙 둘러싸였다.이 장면을 본 고지후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고 변지은은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단지 CCTV 영상 화면만 봐도 기세등등하게 몰려온 강민과 아이들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고윤택을 둘러싼 그들의 움직임은 익숙해 보였고, 처음이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고지후의 검은 눈동자가 점점 어두워졌다.곧이어 강민의 목소리가 영상 너머로 들려왔다.“너 새 유치원에서도 별 볼 일 없구나? 누구 하나 너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잖아. 네가 아무리 똑똑하고 공부 잘하면 뭐해? 결국 인기 없는 찐따잖아?”“며칠 전에 우리 엄마한테 들었는데, 네 엄마는 중졸이라서 알파벳도 제대로 못 읽는다더라. 우리처럼 귀족 학교 다니는 애들보다도 훨씬 못한다고.”“여기 애들은 너희 집 그 쪽팔리고 쓸모없는 엄마가 망신당했던 일을 모르겠지? 하하하, 근데 걱정하지 마. 곧 전부 알게 해줄 거니까.”순간 공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아무도 더 말하지 못했다. 오직 강민의 방자한 조롱 소리만이 CCTV 영상에서 흘러나왔다.고지후는 차가운 시선으로 변지은을 바라봤다.그의 시선이 닿자, 변지은의 몸이 부르르 떨렸고 혼이 빠져나가는 듯했다.사적으로야 여태 하지율을 욕하고 깔보는 건 그녀의 자유였지만, 공개적으로 모욕한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게다가 강민의 말을 들어보면 그는 하루이틀 고윤택을 괴롭혀온 게 아니었다. 전에 다니던 유치원부터 계속 괴롭혀왔던 것이다.이 장면을 본 하지율의 표정도 점점 무거워졌다. 그녀는 고윤택이 유치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강민과 아이들의 말 속엔, 고윤택이 괴롭힘을 당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자신 때문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하지율은 문득 고윤택의 기분이 한동안 많이 가라앉았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그녀가 고윤택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고윤택은 말하지 않았다.이후 최혜은이 고윤택을 직접 가르치겠다고 하며 한 달간 데려갔었다.그동안 하지율은 종종 본가에 들러 고윤택을 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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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고윤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한테 말해봤자 소용없어요. 엄마가 그 아저씨들한테 걸려 넘어졌는데 아무도 엄마 편을 들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엄마는 모두한테 비웃음을 당했죠. 그런데 엄마가 무슨 능력으로 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겠어요?”“그리고 아까 강민이 엄마는 우리 엄마가 정시온의 보호자라는 걸 알게 되자, 시온이를 강민이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했어요. 엄마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요. 오늘 잘못한 게 저였다면 저도 무릎 꿇고 사과해야 했겠죠?”고지후와 정기석이 동시에 변지은을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변지은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다리에 힘이 풀렸다.그때 고윤택이 다시 말했다.“그리고 할머니가 말씀하시길 저는 고성 그룹의 후계자니까 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뭐든지 부모님께 일러바치는 건 안 된다고요.”정기석의 검은 눈동자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역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와 한 번도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아이는 달랐다.고씨 가문이 고윤택의 배양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충분히 보아낼 수 있었다. 고윤택의 성적은 언제나 으뜸이었다.그는 비록 똑똑하지만 지금 겨우 다섯 살이다 보니 이런 일을 겪으면 당연히 당황하고 무서울 수밖에 없다. 고윤택이 하지율앞에서 저렇게 제멋대로 굴 수 있는 것도 그녀에게서 넘치게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언제나 그렇듯이 희소한 것이 귀한 법이다. 흔하면 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정시온은 달랐다. 그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꼭 움켜쥐어야 한다는 걸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고윤택의 말에, 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그 정적을 깬 건 정기석의 느긋한 목소리였다.“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무시받고 조롱당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실 가족과 남편이 무능하기 때문이지요. 고윤택 어린이는 자기 눈으로 직접 자기 엄마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걸 목격했는데 오히려 가족의 질책만 받는 모습을 보고 어떤 기분이었을까요?”그의 시선이 창백한 얼굴의 변지은을 스쳐 지나 다시 고지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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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변지은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없이 시퍼렇게 질렸다.남에게는 쉽게 무릎 꿇으라더니 막상 자신이 그 입장이 되자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비록 내심 불쾌했지만 변지은은 결국 정기석의 기세에 눌려 나름 공손한 말투로 대꾸했다.“정 선생님, 말씀이 좀 지나치신 거 아닙니까? CCTV 영상에도 명백하게 보셨듯이 선생님 아이가 먼저 손을 댄 건 사실이잖아요. 어찌 됐든 때리는 건 잘못된 거지요. 그런데 가해자가 사과는커녕 피해자인 우리에게 무릎까지 꿇으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처사입니까?”“말도 안 돼요?”정기석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하는 말이 곧 법입니다. 1분 안에 무릎 꿇고 지율 씨에게 사과하면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해주지요. 하지만 끝까지 날 거스르겠다면...”그의 입꼬리에 음산한 미소가 떠올랐다.“날도 스산한데 어떤 회사 하나쯤은 문을 닫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변지은은 처음에는 정기석이 아들 정시온이 맞은 일을 문제 삼는 줄 알았다. 그래서 괜히 일을 키우느니 차라리 강민이더러 사과하게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었다.하지만 정기석이 사과를 요구한 대상이 하지율이라는 걸 듣고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변지은이 평소 하지율를 업신여기며 아이 앞에서 자주 헐뜯었던 건 질투 때문이었다.하지율은 권력도 배경도 없이 얼굴만 멀쩡한 주제에 어떻게 고지후 같은 남자를 남편으로 두고, 게다가 아들까지 그렇게 똑똑하고 우수할 수 있단 말인가?반면 자신은 명문가 집안에서 자란 귀한 규수였음에도 가문을 위해 상업계에 뛰어들었고 가족의 뜻대로 정략결혼까지 했다.남편은 한때 재수가 좋아 자리를 잡긴 했지만 하루 종일 여자나 쫓아다니는 바람둥이였고, 아들은 그런 남편의 나쁜 유전자만 물려받아 외모나 지능이나 어느 하나 제대로 난 게 없었다.그 모든 열등감과 질투가 결국 하지율에 대한 조롱과 비난으로 이어졌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하지율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순간 변지은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만 맴돌 뿐이었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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