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391 - Chapter 400

518 Chapters

제391화

함우민은 미소 지으며 일어나서 매너 있게 하지율 앞에 있는 의자를 꺼내주었다.“하지율 씨가 늦은 게 아니라 제가 일찍 온 거예요.”연애 경험이 없는 하지율은 과거 가장 많은 접점이 있었던 이성이 강병주였다.하지만 둘은 너무 친해서 평소 같이 밥 먹을 때 이렇게 행동하는 법이 없었다.고지후와 결혼한 후로는 더더욱 밖에서 밥을 먹는 일이 드물었고, 외식해도 고지후는 먼저 의자를 꺼내주지 않았다.그래서 지금 함우민의 신사적인 행동이 하지율에게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하지율은 웨이터를 부르며 함우민에게 말했다.“예의 차리지 말고 먹고 싶은 건 마음껏 주문해요. 오늘은 제가 살게요.”함우민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그래요.”멀리 앉아 있던 두 젊은 여자는 이 장면을 보고 실망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렸다.“이미 여자 친구가 있었구나... 보니까 나는 기회가 없겠네.”“여자 친구도 정말 예뻐. 정말 잘 어울리지 않아?”“아, 왜 멋진 남자들은 이미 여자 친구가 있는 걸까?”하지율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레스토랑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녀는 두 여자를 눈여겨봤다.둘은 계속 함우민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서로의 등을 떠밀면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네가 가.”“네가 가는 게 나아.”함우민의 연락처를 원하는 모양이었다.하지율은 긴 속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맞은편에 앉아 주문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고지후가 고공에 뜬 차가운 달이라면 함우민은 봄날의 햇살이었다.온화하고 따뜻하며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함우민이 몇 가지 요리를 주문한 후 고개를 들어 하지율을 바라보았다.“주문했어요.”하지율은 그가 웨이터에게 주문한 몇 가지 요리 이름을 듣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쪽도 이런 음식 좋아해요?”함우민은 부드럽게 웃었다.“네, 지후와 하준이랑 셋이 여기서 먹을 때 자주 주문했어요. 왜요, 하지율 씨도 좋아해요?”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참 우연이네요. 이 음식 전부 저도 좋아하는 거예요.”순간 함우민의 눈동자가 번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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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하지율의 손이 떨리며 잔 속의 물이 손가락 끝에 튀었다.함우민은 그녀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듯 다시 말했다.“하준이 말로는 아줌마가 지후와 임채아가 결혼하길 바란대요. 그동안 항상 임채아가 고윤택을 돌봤는데 일부러 둘이 가깝게 지내도록 유도한 것 같아요.”하지율이 계속 머리를 숙인 채 말하지 않자 함우민은 서둘러 사과했다.“미안해요.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했네요.”“아니에요.” 하지율은 고개를 들고 가볍게 말했다.“그 사람들이 임채아를 좋아하는 건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요. 이미 익숙해요. 다만 여사님 태도가 조금 의외네요. 고지후에게 수준 맞는 아내를 찾아줄 줄 알았는데.”“아줌마는 임채아의 뛰어난 구석을 발견하고 생각을 바꿨어요. 게다가 지후와 결혼할 여자가 윤택이를 잘 챙기지 못하고 윤택이도 마음을 열지 않을까 봐 임채아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준이 말로는 이미 지후에게 임채아와 결혼하라고 재촉한다네요.”고지후와 이혼했지만 하지율은 이 소식을 듣고 어이없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애초에 최혜은이 고지후와 임채아를 갈라놓지 않았어도 그녀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그래 놓고 이제 와서 다시 그들을 맺어주려고 하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웨이터가 곧바로 음식을 가져왔고 모든 음식이 준비되자 함우민이 말문을 열었다.“하지율 씨, 사실 따로 할 말이 있어서 만나자고 했어요.”하지율이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요?”함우민이 그녀를 찾을 때마다, 또는 전화할 때마다 항상 유용한 정보를 가져다주었다.조용히 하지율을 바라보는 그의 검은 눈동자가 끝없이 깊은 바다처럼 보였다.“하지율 씨, 혹시 샤인을 알아요?”함우민의 눈빛에 하지율은 상황 파악을 마쳤다.함우민은 이미 그녀가 샤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제가 샤인이에요.” 하지율은 숨기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어요?”함우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군가 샤인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어요.”하지율은 뭔가를 눈치챘다. “설마... 고지후는 아니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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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대표님, 차라리... 다른 작곡가를 찾아보는 게 어때요?”고지후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필요 없어. 사람 시켜서 샤인의 행방을 조사해. 내가 직접 협상할 거야.”진태환이 놀라며 말했다. “네, 바로 진행할게요.”...스튜디오에서 하지율은 최신 창작곡을 연주하고 있었다.그녀는 이 곡을 오프닝 곡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잔잔한 피아노 소리가 청량한 샘물처럼 흘러나와 마음을 울렸다.창가에 우아한 자태로 서 있는 하지율은 마치 아름다운 그림처럼 보였다.부드러운 햇빛이 얇은 커튼을 통해 그녀의 몸에 쏟아지며 금빛으로 감싸고 있었다.곡이 끝나자마자 문 쪽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짝짝짝!하지율이 돌아보니 함우민이었다.“함우민 씨, 언제 왔어요?”유소린이 말했다. “네가 연주하고 얼마 안 돼서 오셨어. 널 방해하지 말라고 해서 부르지 않았지.”어제 저녁 식사 때 함우민은 갑자기 하지율의 스튜디오를 보고 싶다고 했다.최근 낮에 할 일이 없었던 하지율은 스튜디오에서 바이올린 연습을 했다.딱히 비밀도 아니고 앞으로 상업적인 활동에도 참여할 생각이라 흔쾌히 승낙했다.그런데 함우민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함우민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정말 듣기 좋네요.”“고마워요.” 하지율이 유소린에게 말했다.“곧 면접 지원자 올 거니까 네가 나 대신 맞이해. 난 함우민 씨 데리고 돌아보고 있을게.”유소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 봐.”하지율은 함우민을 데리고 스튜디오를 둘러보기 시작했다.이 스튜디오는 하지율이 이혼하기 전에 강병주가 임대해 놓은 곳이었다.자신만의 팀을 구성해 독립하기로 결정했기에 강병주는 매우 넓은 스튜디오를 임대했다.240평 정도 되는 스튜디오는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주실, 연습 공간, 사무실 등으로 나누어져 있었다.하지율은 합류한 후 강병주에게 한 층을 임시로 빌렸다.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만 따져도 그녀가 가진 돈으로는 이 큰 스튜디오와 인테리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그래서 일시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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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유소린이 웃으며 말했다.“면접 보러 온 사람 같아.”고개를 돌린 유소린은 방에 들어온 두 사람을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정작 그들은 유소린의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이 스튜디오는 인테리어를 잘했네.”임채아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흘러나왔다.“장소가 조금 외진 편이지만 주변이 조용하고 뒷마당에 호수도 있어서 좋네.”장하준은 뿌듯했다.“전에 쓰던 스튜디오 못지않지? 집주인 말로는 음악 하는 스튜디오라 너한테 잘 맞을 거야.”임채아가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그럼 여기로 해.”스튜디오가 망가진 후로 며칠 동안 임채아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는데 이 순간 마침내 그녀가 웃었다.임채아의 미소를 본 장하준은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성취감을 느꼈다.“그래. 지금 바로 집주인에게 연락해서...”이쯤 되자 유소린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이봐, 누가 마음대로 들어오래? 허락 없이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는 범죄라는 것 몰라?”유소린과 하지율을 본 장하준도 놀라 눈을 크게 떴다.“왜 당신들이 여기 있어?”유소린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그건 우리가 할 말 같은데?”장하준의 시선이 무심코 방 안에 조용히 서 있는 함우민을 포착하고 놀라 입을 벌렸다.“우민아, 너... 네가 왜 여기 있어?”장하준이 함우민을 발견하자 하지율과 유소린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그들은 장하준이 갑자기 여기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함우민은 계속해서 그들에게 비밀리에 정보를 전달해 왔는데 만약 장하준에게 들키면...그들은 아마 친구 관계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유소린은 차라리 장하준과 고지후 같은 사람과는 친구로 지내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다만 함우민이 좋은 사람이라는 건 인정했기에 그가 친구와 사이가 틀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함우민의 눈동자가 번뜩이며 말하려던 순간 하지율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그쪽이랑 똑같은 이유로 왔지.”장하준은 순간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우민아, 너도 이 스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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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주제 파악 못 해서 지후가 나서면 쉽게 끝나지 않을 거야.”“남의 걸 빼앗으면서도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건 처음 보네.”하지율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말이 나왔으니까 넘겨주지 못할 것도 없지.”유소린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지율아...”장하준의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떠올랐다.“눈치는 있네.”그때 하지율이 말을 이어갔다.“이 스튜디오 임대 기간은 5년이고 정성 들여 인테리어도 했어. 그러니 우리에게 임대료, 인테리어 비용, 위약금까지 전부 보상해 줘야지. 내가 연주회 준비하는 건 알고 있지? 새로운 장소를 찾으려면 연주회 준비에도 영향을 미치니까 내가 정신적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하겠지?”장하준은 짜증스럽게 말했다.“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그냥 금액만 얘기해.”하지율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그래도 아는 사이니까 깔끔하게 200억으로 하자.”장하준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얼마?”“200억 주면 이 스튜디오 넘겨줄게.”장하준은 분노했다.“하지율, 차라리 강도나 하지 그래? 200억이면 이 스튜디오를 사고도 남을 텐데!”하지율이 과도한 요구를 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큰 금액을 요구할 줄은 몰랐다.‘말 한마디에 바로 200억이라니, 그게 어디 남의 집 개 이름인가.’“그럼 사. 사면 뺏을 필요가 없잖아.”장하준은 분노로 이성을 잃고 순간 감정이 폭발했다.“사면 사는 거지. 내가...”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함우민이 끼어들었다.“하준아, 최근에 돈을 많이 낭비해서 이미 초과 지출했잖아.”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장하준의 머리가 순간적으로 맑아졌다.200억을 들여 이 스튜디오를 사는 건 바보만이 할 짓이었다.장하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하지율을 바라보았다.이 여자는 정말 악랄했다.그를 자극해 스튜디오를 사게 하려는 속셈이었다.전에 경매에서 거금을 들여 쓸데없는 물건을 샀던 장하준은 이제 와서 돈을 회수하기 위해 팔려고 했지만 전혀 팔리지 않았다.인터넷에서 하지율의 루머를 조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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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하지율과 유소린은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는 젊은 여성을 보았다.하지율이 다가갔다.“여기가 율주 스튜디오 맞아요. 면접 보러 오셨나요?”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제 이름은 차연지고 피아니스트 면접을 보러 왔어요.”말하며 그녀는 자기 이력서를 하지율에게 건넸다.하지율은 차연지의 이력서를 받아보고 그녀가 매우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임을 알게 되었다.피아노 1급 자격증을 소지했으며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도 거두었는데 수준 높은 대회도 적지 않았다.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즉석에서 한 곡 연주해 줄 수 있어요?”차연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피아노 옆에 앉았다.우선 음을 맞추고 손의 감각을 테스트한 후 연주를 시작했다.차연지는 피아노 연주 실력이 매우 탄탄했고 기교적으로도 문제없었다.그러나...너무 긴장했는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지 음 하나가 삐끗했다.연주자가 음 하나 틀리게 연주하는 건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니며 즉시 바로잡으면 그만이지만 차연지는 놀란 새처럼 경직되었다.피아노에서 거친 저음의 울림이 나더니 갑자기 소리가 뚝 멈췄다.차연지의 얼굴은 순식간에 종이처럼 창백해졌다.“죄송해요... 제가 실수했어요...”그녀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흐트러진 시선은 지쳐 보였다.하지율은 그녀의 당황한 표정을 보며 부드럽게 위로했다.“괜찮아요. 단지 음 하나 틀렸을 뿐이에요. 다시 한번 연주하면 되죠.”하지율의 위로와 격려에 차연지는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고 이번에는 어떤 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연주했다.유소린이 손뼉을 쳤다.“차연지 씨, 피아노 실력이 정말 훌륭한데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요?”그녀는 이미 차연지가 실수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너무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란 걸 알아차렸다.차연지는 다소 민망해하며 말했다.“전 5년 동안 피아노에 손대지 않았어요. 업계를 떠난 지 너무 오래돼서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을까 봐...”“5년 동안 피아노에 손을 안 댔다고요? 실례지만 왜 5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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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과거 남자 친구는 힘들게 노력해서 그 여자 마음을 얻었고 그 여자를 위해서 하지 말아야 할 짓까지 했어요. 나중에 남자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해 갑자기 시력을 잃었는데 하필 그때 여자가 헤어지자면서 그 사람을 버리고 해외로 떠났어요. 시력을 잃은 충격과 연인과의 이별이 남자 친구를 완전히 무너뜨렸고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어요. 제가 곁에서 돌보면서 챙겨줬죠. 그러면서 정식으로 연인이 되었고 그 사람은 3년 전 치료 끝에 다시 시력을 되찾았어요. 지난해에 집안 회사까지 물려받았는데 올해 그 여자가 다시 돌아왔어요.”차연지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그대로 전부 이야기했다.동정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지율과 유소린에게 열심히 일하려는 결심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이미 수년간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에 더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최근 몇 달간 차연지는 여기저기에 많은 이력서를 제출했고 여러 곳에서 면접을 봤지만 어디를 가도 계속해서 거절당했다.나중에 마음씨 좋은 인사 담당자가 한 번의 기회를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는 차연지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비밀리에 진실을 알려주었다.그녀가 그래선 안 될 사람에게 밉보여 진성에서 감히 차연지를 고용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누가 뒤에서 음모를 꾸몄는지 차연지는 명확히 알고 있었고 진성에 더 이상 머물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그래서 S시로 옮겨와 새로운 기회를 찾기로 결심했다.자기 이력서가 화려해도 관련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하지 않아 이미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좋아요.”하지율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오며 차연지의 생각을 방해했다.차연지는 놀라며 하지율을 바라보았다.“하지율 씨, 저 합격한 건가요?”하지율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유소린은 하지율을 바라보며 망설이다가 결국 한숨을 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음 주 월요일에 출근하기로 확정된 후 차연지는 매우 기뻤다.그녀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고 오랫동안 이렇게 기뻤던 적이 없었다.차연지가 떠난 후 유소린은 마침내 조금 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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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하지율은 몇 초 동안 침묵한 후 말했다.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스튜디오 안.유소린은 벽면에 뿌려진 페인트와 부서진 음악 장비를 보며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막 입사 절차를 마친 차연지도 이 장면을 보고 표정이 좋지 않았다.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는 마음속으로 자책과 갈등이 교차했다.“제가...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게 낫겠어요.”최근 몇 달간 차연지는 여기저기서 거절을 당하다가 겨우 마음에 드는 일을 찾았다.더 이상 적합한 일을 찾지 못한다면 그녀는 아마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피아노를 치는 일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거의 포기하려던 순간 하지율과 유소린을 만났고 행운이 드디어 찾아왔다고 생각했지만...스튜디오에 페인트가 뿌려지고 여기저기 부서져서 참혹한 상태가 되었다.한눈에 봐도 보복이 분명해 차연지는 전 남자 친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이 무자비한 인간은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유소린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지율이가 오면 다시 얘기해요. 그쪽이랑 상관이 없을지도 몰라요.”약 30분 후, 하지율이 스튜디오에 나타나 물었다.“다른 두 층의 상황은 어때?”“다른 층은 외벽과 문에 페인트가 뿌려졌지만 안쪽은 파손되지 않았어. 우리 층만 안쪽이 완전히 부서졌어.”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에 놀람이나 분노의 기색이 없었다.“나를 저격한 거네.”차연지가 망설이며 말했다. “하지율 씨, 혹시 저 때문에... 이곳이 피해를 당한 건가요?”하지율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아니요. 그쪽과 연관된 사람이면 나와 소린이한테 먼저 받아주지 말라고 연락했을 거예요. 우리가 사용하는 층만 파손하고 다른 두 층이 멀쩡한 건 나를 노리고 한 짓이에요.”상대가 누구인지는 뻔했다.며칠 전 장하준과 임채아가 이곳에 왔었으니까.이런 단순하고 폭력적인 방식은 확실히 장하준의 소행이었다.유소린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왜 우리 층만 부수고 다른 두 층은 건드리지 않았을까?”하지율이 차분히 말했다.“그건 이 스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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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너무 철저히 가렸잖아. 이러면... 경찰에 제출해도 사람을 찾을 수 없지.”하지율은 서두르지 않았다.“아무리 숨겨도 경찰의 수사 능력이라면 사람을 찾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야.”말하던 하지율은 화면 속 한 사람을 가리켰다.“소린아, 이 사람 체형이 장하준과 비슷한 것 같지 않아?”유소린은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맞네, 정말 그 개자식이랑 비슷해. 특히 걸음걸이가!”사람은 아무리 위장해도 평소 습관이나 작은 행동을 숨길 수 없었다.특히 장하준 같은 방탕한 부잣집 아들은 나쁜 습관이 많고도 많았다.유소린도 장하준과 몇 번 만나봤기 때문에 대충 화면 속 사람이 장하준이라는 걸 알아챘다.유소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사람 시켜서 부수라고 하면 되지 왜 직접 나서는 거야?”하지율은 별로 놀라워하지도 않았다.“아마... 직접 해야 화가 풀리겠지.”“하긴.”유소린이 깨달은 듯 말했다.“요즘 네가 몇 번이나 장하준을 괴롭혔잖아. 경찰서에서도 며칠을 보냈으니 이가 갈릴 정도로 밉겠지.”그러니 장하준이 하지율의 스튜디오를 자기 손으로 부수고 싶어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지켜보고 있을 때 화면에서 장하준의 악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부숴! 힘껏 부숴! 모두 부숴! 하나도 남기지 마!”“...”이 목소리는 장하준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었다.유소린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래. 보니까 내가 장하준의 지능을 과대평가했나 봐... 얼굴을 가리고 카메라까지 망가뜨려 놓고 왜 목소리는 그대로인 건데?”유소린은 하지율을 돌아보며 말했다. “지율아, 이 일 어떻게 할 거야?”“이렇게 오히려 일만 망치는 친구를 둔 임채아와 고지후가 골치 아프게 됐네.”하지율은 붉은 입술을 천천히 말아 올렸다.“영상을 인터넷에 올려서 네티즌들이 사람을 찾게 하자. 요즘 사람들은 셜록 홈즈 못지않고 이렇듯 자극적인 게임을 좋아하니까 우리 대신 찾아줄 거야.”유소린의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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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장하준은 순간 당황했다.“왜 하지율을 찾아가? 검색어 그냥 두면 되잖아. 우리랑 무슨 상관인데?”고지후는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장하준, 얼굴을 가렸다고 아무도 널 알아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영상에 나오는 목소리가 그렇게 분명한데 네 주변의 친한 사람이 아니라 자주 가는 백화점 직원도 알아듣겠다.”장하준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영상? 무슨 영상?”“하지율이 카메라 영상을 올렸어.”장하준은 어리둥절했다.“뭐?”그는 단지 하지율의 스튜디오가 망가졌다는 검색어와 몇 장의 사진을 제외하고 다른 건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그냥 단서를 찾는 거잖아?’카메라가 망가진 상황에서 하지율이 정말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고지후가 차갑게 말했다. “카메라 영상.”장하준이 입을 열었다. “그건 더 불가능해. 거기 카메라는 이미 내가 망가뜨렸어.”말을 마친 장하준은 이내 정신을 차렸다.“그게... 지후야, 채아 스튜디오가 망가져서 난 채아 대신 복수하려고...”어째서인지 장하준은 매우 불안해졌다.뭐가 됐든 하지율은 고지후의 전처이자 고윤택의 엄마인데 차마 고지후 앞에서 지나치게 무례하게 굴 수는 없었다.고지후는 오랜 침묵 끝에 말했다.“하지율 손에 실내 카메라 영상이 있어. 네 얼굴이 찍히진 않았지만 목소리는 분명하게 들어갔어. 일단 내가 영상을 막긴 했지만 그 여자 인지도로 봤을 때 오래 막을 순 없을 것 같아. 이게 내가 마지막으로 돕는 거니까 알아서 처리해.”말을 마친 고지후는 장하준에게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그날 밤 고지후가 막았던 영상은 결국 공개되었다.장하준은 자신이 변장했기 때문에 절대 알아볼 수 없을 거라고 자신했지만 인기 검색어에 올라간 지 두 시간 만에 장하준의 모든 것이 드러났다.누군가는 그의 시계를 알아봤고, 누군가는 그의 신발과 옷을 분석했으며, 또 다른 이들은 그가 손에 낀 반지를 조사했다.심지어 허리에 찬 가죽 벨트까지도 알아보는 이가 있었고 곧이어 네티즌들은 장하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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