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후의 눈빛에 잠시 미묘한 흔들림이 스쳤다.임채아가 다시 말했다.“난 네가 나서서 지율 씨에게 보복하길 바라는 것도,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길 바라는 것도 아니야. 단지 내가 바라는 건 그저 제대로 된 연주회 한 번 개최해서 소원을 풀고 싶을 뿐이야. 그리고...”그녀는 조용히 고지후를 바라보았다.그 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고여 있었다.“너랑 하준이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밤 8시, 하지율과 강병주는 약속대로 현성의 음악 교류회에 모습을 드러냈다.하지율은 꽤 오랜만에 강병주를 보았다. 오늘 본 강병주는 미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듯했다.“선배.” 하지율이 가벼운 목소리로 불렀다.“혹시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어요?”강병주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큰 키에 늘씬한 한 남자의 그림자가 불쑥 하지율 앞에 섰다.“하지율, 나랑 얘기 좀 해.”하지율이 대답하기도 전에 강병주가 몇 걸음 앞으로 나서며 그녀 앞을 막았다. 그리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고지후를 노려보았다.“고지후, 무슨 속셈이야?”고지후는 그를 힐끔 쳐다보고는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로 말했다.“남 일에 신경 쓸 시간에 본인 일부터 잘 챙기는 게 어때?”강병주의 잘생긴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하지율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선배, 대체 무슨 일이에요?”“아무 일도 아니야.”하지율이 더 물어보려는 순간, 고지후의 맑은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스튜디오 건과 하준이에 관한 얘기 좀 나눠야겠어.”하지율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선배,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줘. 금방 올게.”“하지만...”강병주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하지율은 안심용 미소를 지어 보였다.“걱정 마. 이사람 나한테 아무 짓도 못 해.”하지율과 강병주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다. 그녀에게 강병주는 오빠 같은 존재였다.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강병주는 그녀를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로 강병주는 몇 차례 그녀와 결혼하자는 뜻을 내비쳤지만 하지율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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