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401 - Chapter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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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지후야, 이제는 나도 안 볼 생각이야?”임채아가 보온 도시락을 들고 우아하게 걸어 들어왔다.고지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채아야, 무슨 일이야?”임채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요즘 위병이 도졌다며? 그래서 특별히 약선요리를 주려고 왔어.”고지후의 차갑던 잘생긴 얼굴이 조금 온화해졌다.“이렇게까지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임채아가 은은하게 웃으며 보온 도시락을 열었다.“윤택이 그러더라, 네 위병은 지율 씨가 직접 만든 약선요리로 관리했었다고. 나도 선생님 댁에 머무를 때 약선요리 만드는 법을 배웠어.”그녀는 눈빛에 다정함을 가득 담아 고지후를 촉촉하게 바라보았다.“지후야, 앞으로는 나도 너와 윤택이를 위해 약선요리를 만들 수 있어.”하지율이 할 수 있는 건 자신도 할 수 있었다. 임채아는 자신이 하지율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지후의 눈빛은 깊고 잔잔했다.“채아야, 우선은 네 병부터 잘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해. 이런 일까지 네가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 없어.”순간 멈칫해진 임채아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하지율과 이혼한 뒤 고지후는 자신에게 한결 냉담해졌다. 물론 무슨 일이 있으면 여전히 달려와 주긴 하지만 예전처럼 편애해 주지 않았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후야, 기억나? 예전에 내가 뒤뜰에서 샤인의 ‘백월광’을 연습할 때,네가 그렇게 좋은 곡은 처음 들어본다고 했었잖아. 그날이 네 생일인 줄 알았더라면 한 곡 더 연주해 줬을 텐데.”과거 이야기에 고지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그때는 아직 네가 하준이를 구한 사람이란 걸 몰랐었지.”임채아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회억에 잠겨 말했다.“하준이가 자기 절친을 소개해 준다고 해서 갔을 때 널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그 시절은 세 사람 모두 가장 순수하고 걱정 없던 때였다. 고지후도 눈에 잠시 회상의 빛을 띠었다.임채아는 그의 표정을 흘끗 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지후야, 지난번 내 스튜디오 사고는 결과가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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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고지후의 눈빛에 잠시 미묘한 흔들림이 스쳤다.임채아가 다시 말했다.“난 네가 나서서 지율 씨에게 보복하길 바라는 것도,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길 바라는 것도 아니야. 단지 내가 바라는 건 그저 제대로 된 연주회 한 번 개최해서 소원을 풀고 싶을 뿐이야. 그리고...”그녀는 조용히 고지후를 바라보았다.그 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고여 있었다.“너랑 하준이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밤 8시, 하지율과 강병주는 약속대로 현성의 음악 교류회에 모습을 드러냈다.하지율은 꽤 오랜만에 강병주를 보았다. 오늘 본 강병주는 미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듯했다.“선배.” 하지율이 가벼운 목소리로 불렀다.“혹시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어요?”강병주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큰 키에 늘씬한 한 남자의 그림자가 불쑥 하지율 앞에 섰다.“하지율, 나랑 얘기 좀 해.”하지율이 대답하기도 전에 강병주가 몇 걸음 앞으로 나서며 그녀 앞을 막았다. 그리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고지후를 노려보았다.“고지후, 무슨 속셈이야?”고지후는 그를 힐끔 쳐다보고는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로 말했다.“남 일에 신경 쓸 시간에 본인 일부터 잘 챙기는 게 어때?”강병주의 잘생긴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하지율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선배, 대체 무슨 일이에요?”“아무 일도 아니야.”하지율이 더 물어보려는 순간, 고지후의 맑은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스튜디오 건과 하준이에 관한 얘기 좀 나눠야겠어.”하지율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선배,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줘. 금방 올게.”“하지만...”강병주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하지율은 안심용 미소를 지어 보였다.“걱정 마. 이사람 나한테 아무 짓도 못 해.”하지율과 강병주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다. 그녀에게 강병주는 오빠 같은 존재였다.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강병주는 그녀를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로 강병주는 몇 차례 그녀와 결혼하자는 뜻을 내비쳤지만 하지율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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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고지후의 깊고 그윽한 시선이 하지율에게 꽂히며 숨 막히는 압박감이 차올랐다.“너 몰라?”“당연히 모르지.” 하지율의 표정은 평온했다. “내가 무슨 예지능력이라도 있어?”고지후는 그녀의 얼굴에서 조금도 당황한 기색을 읽어내지 못했다. 정말 모르는 게 아니라면, 연기를 너무 잘하는 것이다.그는 담담한 말투로 차분하게 말했다.“내가 조사한 바로는 채아 스튜디오에 해코지한 사람 네 팬들이야.”“그래서?”고지후의 얇은 입술이 가볍게 열렸다.“네가 시킨 게 아니란 말이야?”하지율이 웃음을 터뜨렸다.“했으면 했다고 인정하면 되는 거지 뭐 하러 아니라고 해? 솔직히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알다싶이 난 지금 음악회 준비로 바빠서 쓸데없는 사람한테 시간 낭비할 여유가 없어.”고지후가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했든 안 했든, 40억 원의 보상금이면 손해는 아니야.”“손해가 아니라고?” 하지율이 고개를 들어 남자의 맑고 수려한 이목구비를 바라봤다.“음악회가 코앞인데 나더러 스튜디오를 새로 구하라고? 게다가 인테리어까지 새로 하려면 시간이 되겠어? 당신들 시간만 소중하고 내 시간은 시간도 아니라는 거야?”고지후의 목소리는 여전히 냉랭했다.“원망하려면 네 팬들을 원망해. 채아 스튜디오를 망가뜨린 건 그들이니까.”하지율은 고지후의 말 속에 담긴 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이 일이 자신이 한 게 아니더라도 그녀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하지율의 팬이니 하지율더러 자신이 책임지라는 뜻이었다.게다가 의심도 충분히 살 만했다. 그녀와 임채아는 줄곧 사이가 좋지 않았고, 고지후와 장하준눈에는 하지율이 임채아를 괴롭히는 사람으로 낙인되어 있었다. 그런 그녀라면 임채아의 스튜디오를 망가뜨리는 일쯤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할 터였다.하지율은 계약서를 다시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내 스튜디오을 넘기길 원하면 전에 말한 대로 200억 원 보상금 갖고 와. 돈이 입금되면 즉시 사인해줄게.”고지후의 잘생긴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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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면 자유를 잃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결혼 때문에 달라진 게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완벽한 아내가 있으니 아무 걱정 없이 모든 정력을 사업에 쏟을 수 있었다.줄곧 그는 이런 삶이 좋다고 생각해 왔다. 비록 가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는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었다.하지율이 묘한 눈빛으로 고지후를 바라봤다.“당신 지금까지 너무 편하게 살아서 혹시 자극이 필요해? 내가 몇 대 더 때려 줘? 내 성격 좀 보여줄까?”고지후에게 무슨 특별한 취향이라도 있는 걸까? 맞고 괴롭힘당하는 걸 좋아하는 건가? 그렇다면 그녀는 확실히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늘 말썽을 일으키는 임채아야말로 그와 딱 어울리는 천생연분일 터였다. 그러고 보면 고지후가 임채아에게 집착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고지후는 정신을 가다듬고 언제나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사흘 줄 테니 잘 생각해.”“생각할 필요 없어.” 하지율의 표정은 그보다 더 차가웠다.“거절할게.”“그렇게 빨리 거절할 필요 없어.” 고지후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하지율, 네 주변 사람도 생각해야지?”하지율이 웃음을 터뜨렸다.“지후 씨, 임채아를 위해서 그렇게 많은 돈과 자원을 쏟아부을 수 있으면서 이 200억 원 보상금은 왜 그렇게 주기 싫어하는 거야?”고지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던 하지율의 얼굴에서 웃음은 서서히 사라졌다.“아니면, 내가 항상 만만한 상대여서 돈으로 해결 할 가치조차도 못 느끼는 거야?안타깝지만 이번엔 생각처럼 되지 않을 거야, 돈을 내든가 아니면 운명에 맡겨보든가.”말을 마친 하지율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어차피 고지후와는 애초에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사이였다. 차라리 이 시간에 강병주에게 조심하라고 일러주는 게 더 상책이었다....다시 교류회장으로 돌아오니 홀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하지율은 강병주 곁에 여러 사람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걸 발견했다.강병주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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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그 소리에 모두가 순간 멈칫하며 뒤를 돌아보았다.장하준이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중졸 학력에 5년간 가정주부나 하던 주제에 천재 미녀 바이올리니스트라니... 요즘 천재 기준이 이렇게 낮아졌나? 하, 인터넷의 힘이란 정말 대단해. 별거 아닌 사람도 여신으로 포장되는 세상이니, 원. 네티즌들은 속이기 참 쉬워!”그 말에 사람들은 모두 묘한 시선으로 하지율을 바라봤다.“중졸 학력이라고?”“5년간 전업주부였다고?”“진짜야? 난 영상에서 연주하는 거 보고 꽤 실력 있다고 생각했는데...”장하준은 주위의 수군거림을 들으며 턱을 치켜세웠다.“요즘 얼마나 많은 가수들이 무대에서 라이브조차 음정 보정을 하는데, 영상 속 연주가 뭘 증명할 수 있을까요?”사람들은 그 말에 더 술렁였다.“그럼 영상이 편집된 거라는 거야? 그건 안 되지. 우리가 초대한 선수는 외국 선수랑도 대결해야 하는데, 그때는 생방송으로 진행되잖아. 나라 망신당하면 어떡해?”강병주는 그 말을 듣고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장하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장하준 씨, 공개석상에서 한 여성을 모욕하는 건 너무 품격 없는 행동 아닌가요? 당신이 지율이에 대해서 잘 알아요? 입만 열면 중졸 운운하고?”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주변을 둘러보며 하지율을 소개했다.“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여기 하지율 양은 제 후배이며 저와 같은 A 대 출신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는 바로 저의 스승, 하이현 선생님이십니다.”하이현이라는 이름을 듣자 사람들의 시선이 단번에 달라졌다.“뭐라고? 하이현 선생님의 딸이라고?”“하이현 선생님은 우리 음악계의 자랑이잖아! 그분의 딸이라면 당연히 실력도 뛰어나겠지!”“게다가 A 대 졸업생이라니... 훌륭하네.”강병주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방금 장하준이 했던 ‘중졸’, ‘전업주부’라는 말은 금세 잊어버렸다.장하준은 단지 하이현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의 태도가 바뀔 줄은 몰랐다.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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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그는 한 번도 하지율을 이런 연회에 데려간 적이 없었다. 늘 하지율이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녀가 고윤택의 생일 연회에서 망신을 당했던 일이 그의 이런 추측을 그대로 입증해 주었다.하지만 지금에야 그는 자신이 또 한 번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전혀 당황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고 오히려 침착하고 여유로웠다.임채아는 고지후 앞에 다가와 그에게 스튜디오 일에 대해 묻고자 했다. 그러나 고지후는 그녀가 다가온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하지율만 바라보고 있었다.임채아의 눈동자에는 질투와 원망이 스쳤다.그때 키 크고 잘생긴 외국인 남자가 웃으며 하지율에게 다가왔다.“지율 씨, 왔군요!”하지율은 고개를 돌려 노아를 보더니 역시 미소로 화답했다.“노아, 당신도 왔군요.”그녀는 이미 노아의 통역팀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터라 두 사람의 관계도 한층 가까워져 있었다.노아는 하지율에 대한 호감을 숨기지 않았다.“지율 씨, 나는 현성과 친분이 있어요. 우리 그분께 인사드리러 갑시다.”좋아하는 여성에게는 최고의 선물을 주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신조였다.하지율은 잠시 망설였다.강병주 역시 노아가 하지율을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평소 같았으면 분명 이를 막았을 강병주지만 이번만큼은 오히려 기회를 놓치지 말고 어서 가 보라고 말했다.강병주는 하지율의 실력이라면 결코 평범하게 살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고지후와 장하준 같은 사람들의 압박 속에서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이미 너무도 힘든 길을 걸어왔을 것이다.앞으로 그녀가 성공을 거두면 아마 연씨 가문 사람들의 견제도 받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모든 기회는 미래를 위한 무기가 될 것이다. 단 그녀가 평범함에 안주하지 않는다면 말이다.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마치 찬란하게 빛나는 별처럼 태생부터 평범한 존재가 아니었다.하지율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다녀올게요.”하지율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강병주도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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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자기 언니의 약혼자를 유혹한 여자를 누가 제대로 대접해 주겠어? 연 회장님도 정미에게 미안한 마음에 더 많은 지분을 나눠줄 거야.”그러자 단성훈의 친구들이 말했다.“시골에서 자란 촌뜨기인데 아무나 시켜서 꼬시면 되잖아? 굳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었어?”단성훈이 느긋하게 말했다.“내가 안 해본 줄 알아? 일부러 잘생긴 남자 호스트 몇 명을 돈 주고 고용했어. 다들 여자 유혹하는 고수들이었지. 내가 외제 차에 명품 시계까지 제공해서 부자 행세를 시켰는데 하지율이 쳐다보지도 않더라고.”“그 잘생긴 녀석들이 그녀 주변을 일주일 넘게 맴돌았는데 연락처조차 못 받았어. 나중엔 귀찮다면서 경찰에 신고까지 해서 연씨 가문을 발칵 뒤집어놨지. 그래서 어쩔 수 없었어. 이건 연씨 가문 사람들한테 들키면 절대 안 돼.”친구 한 명이 비아냥거렸다.“시골에서 자랐다더니 눈은 꽤 높나 보네?”다른 친구가 또 물었다.“성훈이 네가 그 촌뜨기랑 얽혀서 정미 씨하고는 완전히 끝장나버리면 어떡할라고 그랬어?”단성훈은 몇 초간 침묵하다가 아까처럼 가벼운 태도가 아닌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미만 행복할 수만 있다면 난 우리가 함께하지 못해도 상관없어.”이 말을 들은 강병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뛰어나가 단성훈과 몸싸움을 벌였다.하지율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이 인간이 이렇게까지 악랄한 짓을 할 줄이야! 연정미의 행복만 행복이고 하지율의 행복은 행복이 아닌가? 게다가 연정미는 이미 충분히 행복하지 않은가!남의 고통 위에 자기 행복을 쌓다니, 어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결국 그는 하지율을 위해 억울함을 풀어주기는커녕 고의 상해죄로 한동안 구속되었다.단씨 가문의 도련님을 때렸으니 그 대가는 당연히 치러야 했다.강병주는 이 일은 하지율에게 말하지 않고 잠시 외국에 나가 공부한다고만 했다.나중에 그는 단씨 가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하지만 조사하면 할수록 자신과 단씨 가문의 격차가 하늘과 땅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하지율을 위해 복수하는 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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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두 남자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돌려 장하준을 바라봤다.“당신은 누구죠?”장하준은 유창한 에덴어로 말했다.“우리는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니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저한테 얘기하세요. 제가 대신 통역해 드릴게요.”그중 한 남자가 잠시 주저하며 하지율을 한 번 훑어보더니 물었다.“저분이 에덴어를 못 알아듣는다고요?”장하준이 대답했다.“그렇죠. 중졸이라 앵글어도 제대로 못 하고 하물며 에덴어는 말할 것도 없지요. 당신들이 무슨 말을 해도 반응이 없는 거 안 보이세요? 그건 전혀 못 알아듣기 때문입니다. 이번 음악회도 남자 덕에 겨우 들어온 거예요.”두 남자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눈에 은근한 흥분이 스쳤다.“남자 덕분에? 그럼 이번 음악회에 온 목적이 혹시...”장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바로 새 애인을 낚으러 온 거죠. 전 애인에게 버림받았으니 얼른 다음 사냥감을 찾아야 하잖아요.”그 말을 들은 두 남자의 시선이 음탕해졌다.한 남자가 에덴어로 말했다.“가격이 얼마인지 좀 물어봐 줄래요?”장하준은 주위 사람들이 다 듣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비록 학력은 부족해 에덴어도 모르지만 내가 친절하게 번역해주지.”장하준은 과장된 표정으로 하지율을 보며 말했다.“이분들이 네가 참 예쁘대. 빨리 고맙다고 인사해.”장하준을 바라보는 하지율의 눈빛이 마치 광대를 보는 듯했다.그 두 외국 남자는 에덴어를 썼지만 우리말도 약간은 알아들었다. 그들은 장하준의 번역을 듣자 서로를 보며 야유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현성의 음악회 수준이 많이 낮아졌군. 이런 여자도 오는 거 보면...”장하준은 음흉하게 웃으며 하지율에게 말했다.“이분이 혹시 기회가 되면 인생에 대해 한 번 깊게 토론하고 싶다는데?”주변 사람들은 하지율이 에덴어조차 못한다는 사실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현성이 D 국 출신인 만큼 그와의 교류에서 에덴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에 대한 존중의 의미였다. 에덴어조차 모르는 그녀가 어떻게 연회에 들어왔을지는 불 보듯 뻔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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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전에 하지율을 비웃던 사람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며 표정이 실로 다채로웠다.“하지율 씨.”부드러운 목소리가 이 어색하고 딱딱한 분위기를 깼다.임채아가 언제 나타났는지 사람들 뒤에 서 있었다.“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교류회가 끝난 뒤에 얘기하시죠. 현성께서 우리 S 시에 음악회를 열어주신 건 정말 드문 기회인데 괜히 입씨름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고요. 내빈으로서 주최자가 신경 써 마련한 자리를 망가뜨려 다른 분들 음악 교류에 지장을 주시면 안 되잖아요. 다들... 그냥 장난으로 한 말 갖고 옴니암니 따지지 말아요.”사람들은 그 말에 일제히 맞장구쳤다.“그래요, 그냥 농담인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거 아닌가요?”“여긴 음악 교류회지 싸움터가 아니에요. 사적인 문제는 밖에서 해결하고 음악 교류에 지장 주지 맙시다.”“괜히 일을 키워봐야 누구한테도 좋을 게 없어요. 소란 피우지 맙시다.”어차피 아까 그들도 장하준과 함께 하지율을 비웃고 헐뜯었으니 만약 사과해야 한다면 그들 역시 함께 해야 했다. 누가 그런 창피한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이 모습을 본 임채아의 입꼬리가 쓱 올라갔다.하지율은 정말 어리석다. 장하준과 두 외국인 남자만 사과하게 했다면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을 텐데 모든 사람에게 사과를 요구하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하지율이 고개를 돌려 임채아를 바라봤다.“유유상종이라고 하죠. 장하준의 사고방식이 이렇게 비뚤어진 건 가정 파탄을 일으킨 불륜녀 같은 임채아 씨와 친구이기 때문이겠죠.”임채아는 눈을 부릅떴다.“너... 너 헛소리하지 마!”“헛소리라뇨!” 하지율이 목소리를 높였다.“고지후 씨한테 가서 물어볼까요? 당신 때문에 나와 이혼한 게 맞는지, 아닌지? 내 손에는 고지후 씨와 맺은 협의서도 있으니 사람들에게 공개해도 돼요. 아, S 시의 고지후, 고성 그룹의 대표님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하지율은 임채아의 수축되는 동공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물론, 제가 임채아 씨를 명예 훼손했다고 생각한다면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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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만약 하지율이 세느어를 할 줄 아는 게 고윤택이 가정교사를 고용했거나, 평소 세느어를 공부할 때 그녀도 함께 배웠기 때문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될 수 있지만 그녀가 에덴어를 할 줄 아는 건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았다.어차피 고윤택은 지금까지 앵글어, 세느어, 에린어 세 가지만 배웠다. 그 안에는 에덴어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에덴어를 할 수 있는 걸까? 게다가 문법이나 발음 모두 완벽에 가까웠다. 외국인과 교류한 경험이 없다면 절대 이렇게 완벽하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하지율은 고지후의 주시를 받았지만 그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계속 녹음을 재생했다.임임채아가 입을 열었을 때에야 그의 시선이 임채아에게로 옮겨졌다.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마치 오래된 우물처럼 고요하게 임채아를 바라보았다.임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하지율이 장하준과의 대화만 녹음한 줄 알았다. 그런데 어떻게 자기 목소리까지 다 녹음된 거지?녹음이 끝나자 공기는 마치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사람들의 표정이 제각각이었지만 대부분의 얼굴빛은 좋지 않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뻔뻔하게 하지율이 지나치게 따진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드러나자 그들 스스로도 도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현성은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하지율 씨을 모욕한 사람은 지금 당장 그녀에게 사과하십시오. 아니면 제 음악회에 다시는 오지 마십시오.”즉, 앞으로 현성의 음악 교류회 참석이 영원히 금지된다는 뜻이었다.사람들은 결국 버틸 수 없었다.하지율을 둘러싸던 두 외국 남자도 상황을 파악하고 곧바로 사과했다.“하지율 씨, 정말 죄송합니다. 아까 당신이 너무 아름다워서 연락처를 받고 싶었습니다. 괜히 다른 사람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 죄송합니다. 무례를 범한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하지율은 그들을 차갑게 한 번 훑어보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 두 남자가 아까 다가올 때부터 그녀를 보는 눈빛은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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