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61 - Chapter 70

150 Chapters

제61화

고지후가 눈살을 찌푸렸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장하준이 먼저 말했다.“절대 이대로 넘어가선 안 돼. 채아야, 네가 마음이 약하니까 사람들이 자꾸 널 만만하게 보는 거라고.”그 말에 하지율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 내 웃었다. 그러자 장하준이 그녀를 노려보았다.“하지율, 왜 웃어?”하지율이 느긋하게 말했다.“겉으로만 보면 아주 순한 여우가 따로 없다니까...”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장하준이 말을 가로챘다.“지금 누굴 여우라는 거야?”이번에 하지율은 돌려 말하는 대신 직접 맞받아쳤다.“당연히 채아 씨지.”장하준은 또다시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할 뻔했다. 하지만 고지후와 고윤택 앞에서 때릴 수는 없었기에 고자질만 했다.“지후야, 쟤가 채아를 계단에서 밀어뜨린 바람에 채아는 수술실까지 실려 갔어. 이번에도 흐지부지 넘어가려는 건 아니지?”하지율이 피식 웃었다.“장하준, 머리가 나쁜 건 그렇다 쳐도 이젠 귀까지 먹었어? 채아 씨가 언제 내가 밀었다고 했어?”뭐라 말하려던 장하준은 갑자기 말문이 막혀버렸다.“채아가 말하지 않아도 난 알아. 네가 민 게 틀림없어.”하지율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어떻게 알아? 초능력이라도 있어?”“하지율 너...”“그만들 해.”고지후가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하지율, 채아를 밀었어, 안 밀었어?”“내가 밀었는지 안 밀었는지는 채아 씨한테 물어보면 되잖아.”고지후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임채아를 쳐다보았다.“임채아, 지율이가 널 밀었어?”임채아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지더니 흐느끼면서 억지로 웃었다.“지율 씨가 아니라 내가 부주의해서...”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애매모호한 태도는 하지율이 밀었다는 걸 암시하는 듯했다.하지율이 속으로 비웃었다.‘나한테 누명을 뒤집어씌우려는 동시에 순진한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세상에 그리 좋은 일이 어디 있어?’하지율이 싸늘하게 말했다.“내가 민 게 아니라고 했으니 이만 가볼게.”장하준이 참지 못하고 성을 냈다.“어디 가? 확 그냥...”그런데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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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하지율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채아 씨가 왜 계단에서 넘어졌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건 당사자한테 물어봐야지, 나한테 물을 게 아니라.”고지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얼굴에 여전히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주변의 공기가 싸늘해진 건 분명했다.그는 하지율의 말을 여전히 의심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아무 이유 없이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람은 없으니까.숨 막힐 듯한 분위기 속에서 고윤택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하지율은 피하지 않고 두려움 없는 눈빛으로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녀의 눈이 맑고 투명했으며 켕기는 게 조금이라도 없는 듯했다.임채아가 다급하게 말했다.“지후야, 그만해...”“이대로 넘어갈 순 없어.”장하준이 임채아의 말을 가로챘다.“이번에는 이 독한 여자한테 반드시 본때를 보여줘야 해. 안 그러면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하지율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채아 씨, 아직도 어떻게 넘어졌는지 말할 준비가 안 됐어요?”임채아의 눈빛이 흔들렸고 망설이는 듯했다. 하지율은 연기하는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더 이상 할 말이 없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러자 장하준이 문을 막아섰다.“오늘 채아한테 사과하기 전까지 절대 못 나가!”하지율이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민 게 아니라고 했고 채아 씨도 내가 아니라고 했어. 그런데 제삼자들이 내가 밀었다고 잡아떼네?”장하준은 하지율이 정말로 변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젠 말도 잘해서 그를 매번 곤란하게 만들었다.그는 임채아를 보며 초조하게 말했다.“채아야, 빨리 말해. 하지율이 밀었어, 안 밀었어?”하지율의 말이 맞았다. 임채아가 직접 인정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떠들어대도 소용없었다. 어쨌거나 당사자는 임채아니까.임채아는 멍청한 아군인 장하준 때문에 분노가 치밀었다. 이 상황에서 계속 우물쭈물하면 모두 이상하다는 걸 눈치챌 것이다.그녀가 숨을 깊게 들이쉬고 입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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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엄마? 지율 이모를 말하는 거야?”정시온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네 엄마는 저기 누워 계신 저 이모 아니야?”정시온의 시선이 침대에 누워있는 임채아에게 향했다.“오늘 오전에 저 이모랑 같이 게임했잖아.”고윤택이 차갑게 말했다.“게임 같이 했다고 해서 내 엄마인 건 아니야.”“그럼 저번에 사람들이 너한테 물어봤을 때 왜 아니라고 안 했어?”정시온이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지율 이모가 너희 집 도우미라고 했잖아.”도우미... 이 한마디의 파괴력이 실로 어마어마했다.공기가 순간 얼어붙는 듯했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지었다.어떤 일은 속으로만 알고 있어야지,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씨 가문 안주인이 집에서 도우미 취급을 받는다는 소문이 퍼지면 하지율뿐만 아니라 고지후와 고씨 가문 전체가 비난을 받을 것이다.그때 줄곧 침묵을 지키던 정기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지율 씨, 전해줄 물건이 있어서 왔어요.”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정기석에게 향했다.정기석이 무심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하지율에게 건넸다. 하지율이 휴대폰을 열어보니 안에 동영상 하나가 있었다.동영상을 재생하자 그녀와 임채아가 화면에 나타났다. 그건 그녀와 임채아가 계단에서 다투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었다.하지율은 순간 멍해졌다.“이건...”“임채아 씨가 어쩌다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는지 보여주는 영상이에요.”“영상?”임채아의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리더니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그쪽 계단에 분명히 CCTV가 없었는데...”그 말에 하지율이 물었다.“그곳에 CCTV가 없는 걸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임채아는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듯 어색하게 웃었다.“윤택이를 찾으러 갔다가 그냥 쓱 훑어봤는데 그쪽에 CCTV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정기석이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자리에 CCTV가 없는 건 맞아요. 마침 그때 시온이가 지율 씨가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을 찍었는데 우연히 재미있는 장면을 포착했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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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무슨 이유인지 고윤택은 정시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여 정시온을 쏘아보며 말했다.“그건 엄마가 계속 채아 이모를 괴롭히니까.”“난 안 믿어.”정시온이 큰 소리로 반박했다.“지율 이모는 착하고 다정해서 절대 남을 괴롭히지 않아. 네가 이모를 괴롭히는 거겠지.”정시온이 말을 이었다.“아까처럼 저 이모가 스스로 넘어진 건데 다들 지율 이모가 밀었다고 몰아갔잖아. 지율 이모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야.”늘 고윤택밖에 모르던 하지율이 이번에는 달래기는커녕 다른 아이를 걱정하자 고윤택은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고윤택이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처럼 떼를 썼다.“엄마는 내 엄마야. 네 엄마가 아니라.”정시온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하지만 넌 한 번도 지율 이모를 엄마라고 생각한 적 없잖아. 도우미 취급했으면서.”그러고는 갑자기 하지율 앞에 나섰다.“오늘부터 아무도 이모를 괴롭히지 못해.”어린아이조차 친아들이 다른 여자와 더 친하게 지낸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았다. 이보다 더 어이없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윤택은 입을 쩍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두 아이가 싸우는 모습에 고지후는 짜증이 조금 밀려와 차갑게 말했다.“저 아이는 누구야?”“내 아들이야.”정기석이 웃으며 말했다.“지율 씨 카드가 정지돼서 수입이 없다고 하더라고. 마침 내가 일이 너무 바빠 시온이를 챙길 시간이 없어서 지율 씨한테 시온이를 봐달라고 했어.”고지후가 입술을 적시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하지율, 남의 아이는 돌보면서 윤택이는 신경도 안 써? 집에 얼마나 오랫동안 안 들어왔는지 알아?”고윤택도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맞아. 엄마가 날 신경 쓰지 않은 지 엄청 오래됐어.’정기석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남의 아이를 돌보면 돈도 벌고 아이한테 사랑도 받을 수 있지만 자기 아이를 돌보면 존중은커녕 도우미 취급이나 받으니까 그런 거겠지.”정기석의 시선이 고윤택과 고지후에게 향했다.“두 사람이 지율 씨를 아내와 엄마로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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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고윤택이 억지를 부렸다.“절대 얘한테 사과 안 해요.”하지율도 별로 강요하지 않았다.“사과하기 싫으면 비켜.”과거의 하지율은 종일 고윤택 주변만 맴돌며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지금은 냉랭하기 그지없었고 심지어 다른 아이에게 사과까지 하라고 했다.너무나 달라진 모습에 고윤택은 적응하기 어려웠다.고윤택이 버럭 화를 냈다.“정시온을 돌봐주지 말아요.”하지율이 덤덤하게 물었다.“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내 엄마니까요.”“내가 네 엄마야?”하지율이 가볍게 웃었다.“도우미 아니고?”고윤택은 어안이 벙벙해져 말을 잇지 못했다. 더는 지켜볼 수 없었던 임채아가 눈살을 찌푸리고 나섰다.“지율 씨, 어린 애한테 왜 그래요? 꼭 이렇게 상처를 줘야겠어요?”하지율이 고개를 들어 임채아를 쳐다보았다.“채아 씨, 이건 우리 집안 일이에요. 외부인은 끼어들 자격이 없어요.”그녀는 조금 전 고지후가 했던 말을 그대로 임채아에게 돌려주었다. 임채아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지더니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미안해요. 내가 주제넘었어요... 난 그냥 윤택이가 아직 어린데 윤택이 엄마로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하지율은 그녀의 체면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내가 엄마 노릇을 어떻게 하든지, 윤택이한테 어떻게 말하든지 그건 내 일이에요. 채아 씨가 나서서 가르칠 필요 없다고요. 그리고 우리 집안 일에 외부인이 무슨 자격으로 왈가왈부하는 거죠?”하지율의 거침없는 말에 임채아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마치 괴롭힘당하는 순한 양처럼 가엽기 그지없었다.장하준이 하지율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하지율, 감히 채아한테 이딴 식으로 말해? 오늘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다고 배짱이 아주 두둑해졌어.”하지율이 가볍게 웃었다.“맞아. 평소에는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감히 이렇게 말 못 하지. 1대 4로 싸워야 하니까.”그러고는 더 이상 장하준을 거들떠보지 않고 문을 가로막고 있는 고윤택에게 말했다.“우리 가야 하니까 비켜.”고윤택이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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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장하준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평생 가정주부로만 지낸 사람이 뭘 알겠어. 하지율 상대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지후야, 당분간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내버려둬. 내가 방법 좀 생각해 볼게. 뭐가 됐든 하지율은 무조건 얌전히 제 발로 돌아올 거야.”고지후는 장하준을 무시한 채 임채아를 바라봤다.“혼자 넘어졌다는 게 사실이야? 왜 얘기하지 않았어?”임채아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고지후는 장하준이나 고윤택처럼 쉽게 속는 사람이 아니었다.설상가상 방금 했던 말들은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기에 임채아는 최후의 필살기로 눈물을 글썽이며 고지후를 바라봤다.“지율 씨가 너랑 윤택한테 사과하러 온 줄 알았어. 그래서 데려가려고 했지.”“마음이 급하니까 나도 모르게 지율 씨의 손을 잡았는데... 그러다가 넘어진 거야. 솔직히 지율 씨가 손을 뿌리쳐서 넘어진 건지 스스로 넘어진 건지 기억이 안 나.”이때 장하준이 맞장구를 쳤다.“채아도 좋은 마음으로 그런 거잖아. 아까 영상 너도 봤지? 채아는 정말 하지율을 너한테 데려가려고 했어. 게다가 채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지율이라고 말한 적도 없어.”그 말을 하고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윤택도 하지율이라고 했잖아... 아들이 한 말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 그리고 예전부터 계속 채아한테 시비를 걸었으니까 사람들이 오해할 법도 하지. 이건 하지율 문제 아니야?”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고윤택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아빠, 죄송해요. 제가 잘못 봤어요.”그러자 임채아가 급히 입을 열었다.“어린애한테 뭐라고 하지 마. 잘못 볼 수도 있잖아. 차라리 날 탓해. 내가 지율 씨에게 먼저 말을 걸지 말았어야 했는데...”임채아는 간절한 눈빛으로 고지후를 바라봤다.“지후야, 다 내가 잘못한 거야. 택이는 아무 잘못도 없어. 그러니까 혼내지 마.”고윤택은 임채아가 모든 책임을 떠맡는 모습에 감동과 서운함이 교차했다.‘역시 채아 이모가 최고야. 엄마는 일부러 저러는게 틀림없어.’입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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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말을 이어가던 고윤영은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하지율은 분명히 우리가 그 약 없인 못 산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이러는 거야.”고지후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일단 알겠어. 내가 연락해 볼게. 약은 최대한 빨리 가져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오빠, 진짜 심각하니까 당장 연락해 봐. 엄마 상태가 말이 아니야.”고지후의 확답을 받고 나서야 고윤영은 전화를 끊었다....임채아의 병실을 나선 하지율은 정시온을 데리고 소독하러 갔다.상처는 이미 딱지가 앉아 아물기 시작했으나 피부가 여린 탓에 여전히 심각해 보였다.하지율은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약을 바르며 간간이 정시온에게 아프지 않은지 물어봤고 정시온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이모, 하나도 안 아파요.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죠.”“윤택 형아도 일부러 그런건 아닐 거예요.”정시온은 자신이 고윤택보다 6개월 어리다는 말을 듣고 그를 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윤택의 나쁜 행동을 전혀 개의치 않는 아이의 모습에 하지율은 멈칫했다.“원망하지 않아?”그러자 정시온은 고개를 저었다.“지율 이모의 아들이면 저한테는 형이나 다름없죠. 고의로 그런 게 아니니까 원망하지 않아요. 형은 그냥 이모를 빼앗기는 게 싫었던 거예요.”하지율은 비참한 현실에 헛웃음이 나왔다.그렇다, 고윤택은 그저 뒤차다꺼리를 해주던 도우미를 빼앗길까 봐 두려웠을 뿐이다.마치 자신의 장난감이 갑자기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을 때 발동한 소유욕이랄까?이때 정시온이 또 말했다.“이모도 윤택 형을 원망하지 마세요. 나쁜 아줌마가 옆에서 이간질하니까 잠깐 정신을 못 차리는 것뿐이에요.”하지율은 흠칫 놀랐다.“나쁜 아줌마라니?”정시온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침대에 누워있던 그 나쁜 아줌마요.”“시온이는 그 아줌마가 싫어?”임채아처럼 예쁘고 여리여리한 여자는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지율 이모를 모함했잖아요. 그래서 싫어요.”그제야 영상을 떠올린 하지율은 표정이 한껏 부드러워졌다.“정말 난감했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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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하지율은 싸늘하게 단 두 글자를 남겼다.“싫어.”그리고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그 후 고지후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하지율은 바로 수신 거절을 눌렀다.고씨 가문 사람들은 늘 자기가 필요한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본색을 드러낸다.남에게 부탁할 입장이면서도 마치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니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아마 하지율이 말을 잘 듣고 순한 성격이라 아주 당연하게 무시하는 모양이다.레스토랑에 도착한 하지율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기석에게 다가가며 사과했다.“미안해요. 제가 늦었네요.”“아니에요.”정기석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제가 일찍 온 거예요.”비록 이혼을 결심한 하지율이지만 이혼이라는 건 한두 마디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어제 병원에서는 얘기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두 사람은 다음 날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하지율이 자리에 앉자마자 정기석이 물었다.“지율 씨, 이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요?”“제가 순순히 물러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어요.”정기석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웃었다.“그건 고지후 씨가 결혼 후 얼마를 벌었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원칙적으로는 똑같이 재산 분할이 되는데...” “알다시피 고성 그룹은 S시에서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지율 씨가 원하는 대로 쉽게 해주지 않을 거예요. 물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아는 변호사들이 정말 뛰어나서 최대한 지율 씨의 권리를 보장해 줄 거예요.”그러자 하지율이 물었다.“만약에 상대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승산이 더 커질까요?”정기석은의 눈빛이 흔들렸다.“어떤 증거요?”“어제 고지후랑 임채아가 학부모 체육대회에 참석했거든요. 대외로 윤택의 부모라고 소개했어요.”“그리고 두 사람이 예전에 결혼식을 올리는 등 여러 증거가 있는데, 이걸로 충분히 입증할 수 있지 않을까요?”정기석은 하지율의 진지한 표정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지율 씨,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고지후 씨는 S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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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정기석은 그제야 하지율의 마음을 알아챘다.바로 이때 어디선가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율 씨, 여기서 뵙네요?”하지율과 정기석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날씬한 실루엣이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고 그 뒤에는 잘 생기고 차가운 분위기의 남성이 따라오고 있었다.“이런 우연이.”임채아가 먼저 말을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지율 씨도 여기서 식사하고 계셨던 거예요?”하지율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무덤덤하게 시선을 돌렸다.“하실 말씀이라도?”그러자 임채아는 정기석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지율 씨, 이 분과는 어떤 사이예요?”하지율의 대답은 미지근했다.“그쪽이랑 상관없는 일인 것 같은데요?”임채아는 화내지 않고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지율 씨를 여기서 만나니 반갑네요. 같이 식사할까요?”저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진 하지율이 막 거절하려는 순간 정기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 시각 고지후는 방금 전 하지율이 정기석에게 보였던 미소를 떠올리며 어두운 눈빛을 감췄다.‘나한테는 쌀쌀맞게 굴더니...’‘관심을 끌려는 계획이라면 성공했네.’고지후는 의자를 끌어당겨 우아하게 하지율 옆에 자리를 잡았다.“기석 씨는 제 아내와 친구 사이인가요?”고지후가 먼저 하지율 옆에 앉으니 임채아는 어쩔 수 없이 정기석의 옆자리에 앉았다.그 질문을 들은 정기석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물론이죠. 지후 씨 덕분에 이런 훌륭한 분과 친구가 될 수 있었어요.”하지율이 정기석을 바라보자 고지후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 말은... 두 분이 친해진 지 얼마 안 됐다는 뜻인가요?”“다 지후 씨 덕분이죠. 아내를 방치하는 모습이 외부자인 제가 보기에도 너무 안타까웠거든요. 덕분에 지율 씨와 친해질 수 있었어요.”정기석의 미소는 봄바람처럼 따뜻했지만 말속에는 칼이 숨어 있었다.가장 가까운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네티즌들의 공격과 극단적인 괴롭힘을 당하는 동안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는 그 말은 고지후의 뺨을 때리는 것과 다름없었다.상황을 지켜보던 임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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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정기석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임채아 씨의 입맛에 대해 잘 아시네요. 남편으로서 당연히 지율 씨가 좋아하는 음식도 알고 계시겠죠?”고지후는 잠시 침묵하더니 낮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하지율을 위해 몇 가지 음식을 추가 주문했다.정기석은 이를 듣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지율 씨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걸 고른 거예요?”고지후는 곧장 고개를 돌려 하지율을 바라봤고 하지율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그러자 정기석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지후를 쳐다봤다.“지율 씨는 매운 음식을 좋아합니다. 매운맛 없는 음식은 안 먹을 정도죠. 그리고 해산물을 싫어해요. 특히나 생선 요리를 싫어해서 회는 거의 안 먹어요.”정기석은 고지후를 보더니 한심하다는 듯 미소를 머금었다.“방금 추가 주문한 요리 중에 지율 씨가 좋아하는 건 하나도 없네요.”고지후가 주문한 세 가지 요리는 정확하게 하지율의 취향을 피해갔고 전부 싫어하는 음식들이었다.하나는 담백한 생선회, 하나는 해산물이 들어간 요리, 다른 하나는 생선 요리.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옆에서 주문을 받던 웨이터조차도 고지후를 슬쩍 쳐다볼 정도였다.남편이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그렇다 쳐도 아내가 싫어하는 음식만 골라서 주문했으니 웨이터도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그래도 프로 정신을 발휘해 가볍게 기침하며 침묵을 깼다.“손님, 이 요리들... 그래도 주문하시겠습니까?”“필요 없어요.”정기석이 매운 요리 세 가지를 주문했다.그러자 웨이터는 기다렸다는 듯이 황급히 메모한 후 테이블에서 떠났다.임채아는 줄곧 침묵하는 고지후가 신경 쓰여 일부러 말을 꺼냈다.“지후가 평소 집에서 밥 먹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지율 씨의 음식 취향을 모르는 건 당연하죠.” 하지율은 속으로 비웃었다.그 말은 고지후가 평소에 임채아와 식사를 자주 하니 그녀의 취향을 잘 알고 있다는 뜻 아닌가?결국은 하지율에게 무관심했을 뿐이다.정기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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