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유소린은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하지율은 남자를 데리고 단종건을 만나러 갔다.그동안 편한 호칭을 위해 그들은 남자를 “화야”라고 부르기로 했다.화야를 단종건에게 데리고 가자 단종건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확실히 본 적 없는 사람이야. 기억도 없고.”이런 미모의 소유자라면 만났을 때 기억이 남기 마련이다.하지율은 그 말을 듣고 물었다.“어르신, 기억상실증을 고쳐주실 수 있나요?”단종건은 흰 수염을 쓸어내리며 얘기했다.“나는 각종 난치병과 불치병을 치료해 본 적은 있어도 기억상실증은... 정말 처음 봐. 하지만 일단 맥을 짚어볼 수는 있지.”화야는 단종건의 앞에 앉아서 팔을 내밀고 예의있게 인사했다.“잘 부탁드립니다, 어르신.”아주 무해하고 살가워 보이는 얼굴이었다.단종건은 눈살을 찌푸리고 예리한 눈빛으로 화야를 쳐다보았다.화야는 그런 단종건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미소를 지은 채 담담하게 앉아 있었다.단종건은 시선을 옮기고 맥을 짚었다.하지만 기억상실증은 맥을 짚는다고 해도 짚이는 것이 없었다.“기억상실증은 내가 도와줄 수 없겠어.”하지율은 미리 예상했었기 때문에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수고하셨어요, 어르신.”이때 단종건이 갑자기 얘기했다.“지율아, 단성훈의 일은 내가 어제 사람을 시켜 조사하게 했다. 정말... 미안하구나.”하지율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어르신, 이 일은 어르신과 상관없어요. 어제의 일로 저를 면박을 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저는 기뻐요.”단종건이 대답했다.“단성훈이 잘못했으니 혼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러니 내 체면을 봐줄 필요 없어. 그 자식이 또 너를 건드린다면 바로 나한테 얘기해. 내가 그놈 다리를 부러뜨릴 거니까.”거기까지 얘기한 단종건이 한숨을 내쉬었다.“성훈이는 내가 어릴 때부터 키운 아이야. 어릴 때는 착하고 성실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된 건지...”두 사람은 화야 앞에서 서슴지 않고 얘기를 나눴다.거기까지 얘기한 단종건이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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