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율은 약간 놀랐다.그녀는 임채아가 하지율한테 살려달라고 할 줄 알았다.혹은 고윤택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 알았다.그런데 임채아가 이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줄은 전혀 몰랐다.하지율은 임채아를 바라보다가 결국 임채아의 옆으로 가서 끈을 잘라주었다.비상 상황에 도와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했으니까 말이다.임채아는 손목을 매만지면서 얘기했다.“고마워요.”하지율은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고윤택에게로 돌렸다.“떠날 때 내 뒤에서 바짝 따라와.”고윤택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율만 곁에 있다면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10분 뒤,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험상궂은 한 남자가 들어와 얘기했다.“하지율, 우리 보스가 보자고 한다.”“그래.”하지율이 떠나려는데 고윤택이 하지율의 옷깃을 꽉 잡았다.고윤택의 작은 얼굴에는 긴장감이 어려있었다.“엄마, 가지 마요. 나쁜 사람들이 엄마를 괴롭힐 거예요.”‘채아 이모를 괴롭혔던 것처럼.’하지율은 고윤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얘기했다.“그럴 일 없을 거야. 엄마를 믿어.”그렇게 고윤택을 위로한 뒤, 하지율이 임채아에게 얘기했다.“임채아 씨, 그동안 윤택이 좀 봐줘요.”임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윤택이는 꼭 지킬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하지율은 그 말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임채아는 항상 고윤택 앞에서 잘난척하기를 좋아했으니까 말이다.하지율은 임채아가 고윤택을 어떻게 대하든지 상관없었다.고윤택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그게 임채아의 탓이든 아니든, 임채아와 고지후는 이어질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임채아도 눈치가 빨랐기에 알고 있었다. 고지후의 마음을 얻으려면 일단 고윤택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그동안 임채아는 고윤택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제야 노력이 슬슬 빛을 발했다.하지율이 남자를 따라 걸어 나갔다.남자는 하지율을 데리고 복도 끝의 방으로 데려갔다.문을 열자 서른다섯 정도로 되어 보이는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서 칼을 갈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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