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71 - Chapter 80

150 Chapters

제71화

“하지율,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하지율이 답하기도 전에 임채아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지율 씨,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고작 이런 이유로 원한을 품고 계신다면...”임채아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을 이었다.“제가 사과드릴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하지율에게 허리를 굽히며 용서를 빌었다.“지율 씨, 정말 죄송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임채아의 갑작스러운 행동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 중인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하지율은 임채아를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임채아는 계속 허리를 굽힌 채 하지율이 용서하지 않으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기세를 보였다.시간이 흐를수록 고지후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마침내 하지율이 입을 열었다.“뭘 잘못했는데요?”임채아는 사슴 같은 눈망울을 글썽이며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더니 고지후를 힐끔 보고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불치병에 걸린 몸으로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어요.”그녀는 이를 악문 채로 말을 이어갔다.“약을 어머님께 드린다면 다시는 지율 씨와 지후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 테니까 한 번만 도와주세요. 앞으로 제가 죽든 살든 지율 씨와 지후는...”임채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지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채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그러자 임채아는 눈물을 글썽였다.“어차피 난 오래 못 살아. 그러니까 남은 목숨으로 어머님의 건강이라도 바꾸고 싶어.”고지후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그런 재수 없는 말 하지 마.”임채아는 애써 밝은 미소를 지었지만 어느새 눈물은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고 청순가련한 그 모습은 모두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었다.“지율 씨만 허락해 준다면 뭐든 할게요.”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세상에, 저 여자는 어떻게 불치병에 걸린 사람을 괴롭힐 수가 있지?”“약을 구해달라고 하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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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분노에 휩싸여 씩씩거리던 사람들은 자연스레 모두 정기석에게 시선이 쏠렸다.그러자 정기석의 입가에는 무심한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믿는 편이네요? 만약 이 아가씨가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불륜녀라고 얘기하면 믿을 건가요? 불치병 같은 건 전혀 없고 그냥 사람들의 동정심을 사려고 불쌍한척하는 거라면 믿을 거냐고요.”다들 말문이 막힌 듯 조용히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그러자 정기석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전후 사정을 모르면서 함부로 판단하지 마세요. 연약하다고 해서 다 정당화되는 건 아니에요. 게다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약자는 진정한 약자가 아닐 수도 있고요.” 정기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몇 마디 말로 모든 사람을 선동하는 약자를 본 적이 있으세요?”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워지자 임채아는 당황한 듯 재빨리 입을 열었다.“기석 씨, 오해가 있는 모양이에요. 사람들은 선동하려는 건 아닌데...”임채아의 말이 끝나기 전에 정기석이 웃으며 말을 끊었다.“채아 씨, 찔리는 사람처럼 왜 이래요. 농담이잖아요. 비유를 한 것뿐이에요.”정기석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바라봤다“음식이 나왔는데 앉아서 이야기하는 게 어때요? 지율 씨는 그냥 없다고만 했지, 안 준다고 한 건 아니잖아요.”“게다가 약이 필요한 사람은 지율 씨의 시어머님이잖아요. 수중에 약이 있다면 당연히 주지 않았을까요?”“약을 구할 방법이 사라졌다거나 다른 사정이 있을 수도 있는데 채아 씨가 울어버리면 사람들이 오해하잖아요. 누가 보면 채아 씨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겠어요. 안 그래요?”정기석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약을 주기 싫은 게 아니라 없어서 못 줬던 거네.”“그러게, 이유도 묻지 않고 그냥 운 거야? 마음이 급한 건지, 연기를 잘하는 건지...”“약 필요한 사람이 저 여자분의 시어머니였어? 자기 가족도 아닌데 왜 오바하는 거야? 도대체 무슨 관계지?”고지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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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어느새 임채아와 고지후는 온몸이 흠뻑 젖었다.하지율은 드라마 같은 이 장면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두 사람의 실랑이가 보기 역겨워 고지후에게 따지러 가는 줄 알았던 정기석은 매우 신사적으로 물었다.“도와줄까요?”“필요 없어요.”하지율은 창가로 가서 핸드폰을 꺼내 두 사람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정기석은 어리둥절해졌다.“지금 뭐하는...”“찍어두는 거예요.”하지율이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이런 것도 바람의 증거가 될 수 있잖아요. 인터넷에 올리면 타격감이 장난 아닐걸요?”정기석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 시각 임채아의 감정은 점점 더 격해져 갔고 그녀는 고지후에게 큰 소리로 무언가를 외치며 계속 고개를 가로저었다.결국 인내심이 바닥난 고지후는 임채아를 번쩍 들어 올렸고 그녀는 고지후의 품 안에서 몸부림치며 저항했다.고지후가 싸늘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말하자 임채아는 곧바로 조용해졌다.그 후 고지후는 레스토랑 입구에 주차된 차 문을 열고 임채아를 태우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떴다.영상 촬영을 마친 하지율은 다시 의자로 돌아와 식사를 이어갔다.젓가락 잡은 손조차 떨지 않고 맛있게 음식을 먹는 그녀의 차분한 모습에 정기석은 참지못하고 물었다.“마음 아프지 않아요?”그러자 하지율은 물 한 모금 마시며 담담히 말했다.“이보다 더한 것도 다 봤어요. 무감각해진 거죠.”정기석은 생각에 잠겼다....그 후 며칠 동안 하지율의 삶은 평온했다.그러던 어느 날, 유소린과 함께 쇼핑몰을 갔고 목도리를 뜰 털실을 고르고 있던 그녀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꼬는 목소리에 기분이 잡쳤다.“어머, 이게 누구야? 하지율?”고개를 돌리자 장하준이 비웃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장하준은 하지율이 손에 들고 있는 아동복 쇼핑백을 보고선 빈정거리며 말했다.“봐봐, 연기인 줄 알았다니까. 네가 아무리 발악해도 지후랑 윤택은 널 좋아하지 않아.”“하지율, 잘 들어. 채아가 돌아오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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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사모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뭐해.”장하준이 비웃으며 말했다.“채아의 무섭다는 말 한마디면 지후가 바로 달려갈걸?”“지후가 언제 집 들어가는지는 채아한테 달려있어. 보내기 싫으면 그날은 그냥 집 안 들어가는 거지.”“요즘 지후가 거의 집 안가는 거 알고 있지? 어디에 있는지 알아? 실은 채아가 요즘 치료하러 다니거든. 채아가 감기만 걸려도 어찌나 걱정하던지...”“윤택도 채아 주변을 맴돌면서 안부를 묻더라. 아참, 그리고 네가 채아를 아프게 만든 원흉이라면서 욕하던데?”“얼마 안 있으면 채아가 네 자리를 대신해 윤택의 새엄마가 될 거야.”말을 마친 장하준은 승리한 듯 하지율을 흘겨보고는 건방지게 자리를 떴다.“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참다못한 유소린이 달려들려 했지만 하지율이 급히 말렸다.그녀는 조금도 화내는 기색 없이 아주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됐어. 저런 지능 떨어지는 호구랑은 싸울 가치도 없어. 이혼 소송 준비 중이니까 조금만 더 참자. 곧 자유로워질 거야.”유소린은 분통을 터뜨렸다.“넌 고지후랑 고윤택을 위해 그렇게나 많이 희생했는데... 몇 년 동안 정성을 쏟은 대가가 고작 이거라는 게 너무 분해. 청춘을 낭비한 꼴이잖아.”하지율은 흔들리지 않았다.“괜찮아.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았어. 그 인간 덕분에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웠으니까 잘 해낼 거야.”...며칠 후 어느 날 아침, 하지율은 갑자기 강병주의 전화를 받았다.“지율아, 오늘 소린이랑 연락했어?”“아니요?”하지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왜요?”강병주는 몇 초간 침묵하다가 말했다.“작업실로 쓸 만한 장소를 몇 군데 알아봤다고 만나자고 했는데 아침부터 연락이 안 돼.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돼서 너한테 연락해 봤어.”하지율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무슨 일이라뇨? 요즘 안 좋은 일 있었어요?” 강병주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얼마 전에 소린이를 만났거든? 그런데 장하준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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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임채아와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그러니 고지후는 절대 유소린이 그녀의 친구라는 이유로 봐주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오히려 하지율이 사주했다고 오해할지도 모른다.통화를 마친 하지율은 오랜만에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뚜두, 뚜두...전화는 금방 받아졌다.그러나 하지율이 입을 열기도 전에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방금 잠들었습니다.”여자의 목소리는 온도도 감정도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세요. 제가 전해드리겠습니다.”목소리의 주인은 송아현, 고지후의 비서였다.정하준처럼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항상 냉담하게 대하며 조금도 존중해주지 않았다.하지율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지후 씨한테 할 얘기가 있으니까 바꿔주세요.”“죄송합니다. 지금 깨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하룻밤 새워 간호하시고 이제 막 잠드셨습니다. 급한 일이 있으면 제게 말씀하세요. 전해드리겠습니다.”남편과 통화하기 위해 비서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하지율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그 시각 병원.응급 처지를 받은 임채아는 마침내 눈을 떴다.그녀는 병상 옆에 서 있는 고지후를 보자마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왜 날 구했어... 지율 씨 친구분 말대로 난 언젠가 죽을 사람이잖아. 너한테 짐이 되고 싶지 않아.”그러자 고지후가 미간을 찌푸렸다.“유소린은 내가 처리했어. 몸 괜찮아지면 직접 사과하게 할 거야.”임채아는 비통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지율 씨도 너가 필요할 텐데... 내가 이렇게 시간을 많이 빼앗아도 되는지 모르겠네.”“그 사람이 지율 씨의 친구인 건 맞지만 이 일은 지율 씨와 무관할 거야.”“지율 씨가 요즘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것도 어쩌면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걸 수도 있어. 임채아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내 걱정하지 말고 얼른 돌아가. 지율 씨가 널 오해하고 있잖아. 난 네가 오해받는 게 싫어.”“몸 잘 챙기고 푹 쉬어.”고지후의 잘생긴 얼굴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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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잠시 고민하던 하지율은 이 일의 전말을 함우민에게 자세히 설명했다.함우민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지율 씨의 말도 일리가 있어요. 하지만 다른 일에 휘말렸는데 괜히 지율 씨가 걱정할까 봐 연락을 피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이런 생각은 해봤어요? 만약 유소린 씨가 지후에게 잡혀간 게 아니라면 아내로서 남편을 의심하는 격이 됐잖아요. 앞으로 지후를 어떻게 대할 거예요?”하지율은 잠시 멈칫했다.정말 아무런 증거도 없었고 모든 건 단지 추측에 불과했다.그녀의 표정만 봐도 확신 없다는 걸 알아챈 함우민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 지후가 저지른 짓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유소린 씨의 행방을 찾아낼게요.”“만약 지후가 저지른 게 맞다면 전 지율 씨의 친구를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게요.”하지율은 함우민을 바라보며 조금 망설였다.“그런데 왜 날 도와주는 거예요?”함우민의 눈에 언뜻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지후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구예요. 형제나 다름없죠. 지율 씨를 돕는 건 지후를 돕는 거나 다름없어요. 게다가...”그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임채아라는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아프다고 한 것도 꾀병인 것 같아요.”하지율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함우민을 바라봤다.“우민 씨도 그렇게 생각해요?”그러자 함우민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에요. 증거 없는 말은 자제하는 게 좋아요.”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지후를 찾아가더라도 증거가 있어야 해요. 지금은 지율 씨에게 아무런 증거가 없잖아요. 정말 무턱대고 사람을 내놓으라고 할 수 있겠어요? 이 일은 저한테 맡겨요. 한번 알아볼게요.”그의 말에 설득당한 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우민 씨, 고마워요.”함우민은 늘 그렇듯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저한테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편하게 대해주세요.”“알겠어요. 그래도 고맙다는 말은 꼭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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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채아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온갖 수작을 부리고 있잖아. 아프다고 연기하거나 납치당했다는 식으로 나랑 윤택의 관심을 끌려던 건 잊었어?”“호화로운 삶을 살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야. 이제 윤택까지 있는데 어떻게 이혼을 감수하겠어? 다 작전일 뿐이야.”함우민은 고지후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한 소리 하려던 순간 닫혀있던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고 간호사는 고지후가 가까이 있는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아직 계셨군요. 얼른 들어가 보시죠. 환자분이 악몽에 시달리는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요.”고지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병실로 들어갔고 함우민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지율은 이틀을 기다린 끝에야 함우민에게서 연락을 받았다.“제가 알아본 바로는 지후가 데려간 게 아니에요.”함우민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행방을 찾는 데는 며칠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일단 걱정하지 마세요.”하지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 다시 긴장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이렇게 연락이 안 되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잠깐의 정적 후 함우민이 입을 열었다.“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에요. 보복이 두려워서 숨은 거죠. 걱정하지 마요. 찾으면 바로 연락드릴게요.”유소린의 성격상 쉽게 원한을 사는 건 사실이어서 하지율은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감사 인사를 전한 후 곧장 전화를 끊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친구가 사라진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 전혀 걱정하지 않네요?]하지율은 임채아 측에서 보낸 이간질용 문자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귀찮아서 삭제하려는 순간 사진 한 장이 전송되었다.유소린이 의자에 묶인 채 입에는 테이프가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순간 눈빛이 돌변한 하지율은 곧장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상대방은 받지 않았다.곧이어 또 다른 문자가 도착했다.[친구의 행방이 알고 싶으면 이 카페로 와요. 걱정 말아요. 그쪽을 해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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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지후가 출장 가니까 이렇게 지율 씨를 만날 수도 있네요. 그렇지 않았다면...”임채아는 가볍게 웃으며 살짝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절대 제가 병원을 벗어나는 걸 허락하지 않았을 거예요.”“그걸 자랑하고 싶어서 이곳에 불렀어요?”“들었어요. 지후랑 이혼을 준비 중이라고. 진심으로 이혼하려는 건지, 아니면 연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율 씨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거예요.”임채아는 장하준처럼 건방지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모든 표정과 말에는 무적의 자신감이 묻어났다.“지율 씨와 나. 어떤 상황이든 지후의 첫 선택을 저일 거예요.”하지율은 조용히 다 듣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왜 채아 씨가 아니라 저와 결혼했죠?”임채아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그건 제가 양보를 했기 때문이죠.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 더 큰 법이거든요. 안 그래요? 그렇지 않다면 지후가 왜 이렇게 저한테 잘해주겠어요.”이때 직원이 커피를 가져왔다.커피의 진한 향기가 공기 중에 퍼지며 은은한 쓴맛을 남겼다.하지율은 더 이상 임채아와 허튼소리를 나눌 생각이 없었다.“유소린 알죠? 채아 씨가 납치했어요?”“아뇨. 제 손에 있는 건 아니에요. 지후가 잡고 있거든요.”“날 자살 시도하게 만든 장본인인데 지후가 쉽게 넘어갈 리가 없죠.”하지율은 임채아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봤다.“유소린이 지후 씨의 손에 있다고요?”그러자 임채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유소린은 지율 씨의 가장 친한 친구 아니에요? 지율 씨를 위해 절 찾아와서 욕하고 참 눈물겨운 우정이에요. 설마 가장 친한 친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그럼 채아 씨는 소린이가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몰라요.”임채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지후가 그랬어요. 똑같이 당해보라고. 유소린도 죽음의 문턱을 경험해 봐야 한다고...”“그날 유소린의 말이 충격을 주긴 했지만 자살을 시도하게 된 주된 이유는 아니에요.”“솔직히 전 이런 일로 인명 피해가 생기길 원치 않아요.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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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임채아를 위해 병동 전체를 통째로 빌린 고지후 덕분에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때 묵직한 발소리가 텅 빈 복도 저 멀리에서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신경이 곤두선 하지율은 숨을 죽인 채 조용히 있었고 발소리는 그녀가 숨어있는 비상구 앞을 지났다.하지율은 들킬까 봐 두려워 움직이지도 쳐다보지도 못했다.그렇게 병실 문 닫는 소리가 들린 후에야 비상구에서 나왔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조심스럽게 임채아의 병실 앞으로 다가갔다.우연히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하지율은 흠칫했다.고지후의 아내임에도 불구하고 두둑처럼 들키지 않으려 벌벌 떨며 숨고 있는 신세가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반면 임채아는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다녔고 고지후한테 본인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고 있어서 늘 자신감이 넘쳤다.임채아가 고지후에게 있어 남다른 사람이라는 건 하지율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전화 한 통으로 그를 불러내겠는가?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아내인 그녀가 임채아에게 경고조차 하지 못하겠는가?어쩌면 무의식중에 임채아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하지율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병실 안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가 그녀의 사색을 깨뜨렸다.“출장 다녀와서 피곤할 텐데 왜 왔어. 그냥 내일 와도 되는데...”잠깐의 정적 후, 남자의 차갑고 익숙한 목소리가 문틈으로 흘러나왔다.“오늘 밖에 나갔다며?”하지율의 마음은 서서히 가라앉았다.고지후는 정말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임채아를 만나러 왔고 방금전까지 임채아의 이간질을 의심했던 자신이 우스웠다.병원에 진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하지율은 여전히 병실 안의 대화를 엿들었다.“병원에만 있으니까 너무 답답해서 잠깐 나갔어. 별일 없었으니까 걱정하지 마.”“아참...”임채아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목소리를 낮췄다.“유소린 씨도 이미 잘못을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해. 어쨌든 지율 씨의 친구잖아.”“응.”고지후는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하지율은 알았다.만약 그가 유소린을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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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다 내 탓이야. 갑자기 손이 미끄러져서 쏟았어. 얼른 벗어. 내가 깨끗이 세탁해서 돌려줄게.”문밖에 서 있는 하지율은 그들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고지후는 오랜 침묵 끝에 두 글자만 내뱉었다.“됐어.”그의 목소리에는 화난 기색이 없었고 평소와 다름없이 무덤덤했다.마치 더러워진 게 그저 평범한 자켓 한 벌인 것처럼 태연했다.“요즘 따라 이 자켓을 자주 입더라? 좋은 하는 옷이지? 내가 더럽힌 거니까 꼭 깨끗이 세탁해서 줄게.”말을 이어가던 임채아는 갑자기 울먹였다.“혹시 이제 내가 싫은 거야? 그래서 자켓을 안 주는 거지?”“아니야.”임채아는 훌쩍이며 물었다.“정말?”“응.”“그럼 얼른 벗어서 나 줘.”이전보다 훨씬 긴 침묵이 이어졌으나 결국 고지후는 물러서고 말았다.“그래.”임채아는 그제야 눈물을 닦으며 웃었다.“깨끗이 세탁한 후에 돌려줄게.”“응.”그 말을 끝으로 고지후는 떠나려는 듯 걸음을 옮기며 문 쪽으로 다가왔다.하지율은 그와 마주칠까 봐 30분 넘게 기다리다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 계단으로 내려갔다.1층에 도착한 그녀는 두 간호사가 익숙한 자켓을 들고 이야기하며 걸어가는 걸 목격했다.“역시 돈 많은 사람들은 다르다니까. 옷 더러워졌는데 세탁도 안 하고 바로 버리잖아.”“고지후가 누군지 몰라? 명품 자켓쯤은 하루에 한 벌씩 버려도 몇백 년을 버릴 수 있겠다.”“퀄리티가 엄청 좋아 보이는데 비싼거 겠지? 채아 씨가 꼭 버리라고 당부하지 않았으면 바로 챙겼을 텐데.”“됐어. 우리는 저런 사람들이 버린것 조차도 쓸 자격이 못 돼.”두 사람은 이야기하며 자켓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그들이 떠난 후 하지율은 곧장 쓰레기통을 열었고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고지후에게 선물했던 그 자켓이었다.하지율은 손에 자켓을 든 채 주먹을 꽉 쥐었다....함우민이 자신을 속였다는 걸 알게 된 하지율은 더 이상 그의 연락을 기다리지 않고 곧장 고성 그룹으로 향했다.고성 그룹에 들어서자 프런트 직원 두 명이 하지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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