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Bab 621 - Bab 630

819 Bab

제621화

한문호 변호사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말했다. “하지율 씨에 대해 보석 석방을 신청하겠습니다.”경찰이 말했다. “유감이지만, 하지율 씨는 고의 살인 혐의를 받고 있어 현재로서는 구류 절차가 필요합니다. 당분간 보석은 불가합니다.”한문호 변호사가 미소를 머금고 되물었다. “고의적 살인이라니요? 하지율 씨에게 살해된 사람이 있습니까, 아니면 중상을 입어 응급 수술 중인 사람이 있습니까?”경찰의 표정이 잠깐 굳더니 대답했다. “그건 없습니다. 다만 네 명이 모두 경미한 부상을 입었습니다.”노련한 변호사답게 한문호 변호사의 논점은 날카롭고 집요했다.“경미한 부상이라요? 의학적인 상해 진단서가 나왔습니까?”일반인이 말하는 가벼운 상처와, 법적 의미의 경상, 경미한 상해는 전혀 다르다.법률상의 경상은 결코 가볍지 않다.경찰도 한문호 변호사가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대라는 걸 발견했다.“아직은 없습니다. 다만 현재 병원 치료 중입니다.”한문호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율 씨는 공인이고, 가까운 시일 내 연주회를 엽니다. 유효한 증거 없이 체포로 몰고 가면, 의뢰인의 명예가 손상될 겁니다. 혹여 악의적 무고로, 공연 전에 의뢰인의 명예에 흠집 내려는 시도라면, 그 명예훼손의 책임을 누가 감당하겠습니까?”한문호 변호사의 태도는 공손했지만 기세는 굽히지 않았다.“의뢰인 말에 따르면, 앞차의 브레이크 이상을 확인했고, 좋은 뜻으로 차량을 세워 주려 했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그게 고의 살인이 됩니까?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구조하려 한 행위는, 오히려 의인 표창을 검토할 사안입니다. 그런 사람을 살인범으로 몰아가면, 앞으로 누가 선행을 하겠습니까? 이건 사회의 선의를 얼어붙게 하는 조치 아닙니까?”이 프레임이 씌워지자, 경찰 쪽에서도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한문호 변호사가 이어 갔다. “사건의 발단은 단보현 씨 차량의 브레이크 고장입니다. 만약 하지율 씨가 브레이크에 손을 댄 당사자라면, 연행 조사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율 씨는 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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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경찰이 수긍하고 곧장 단보현 쪽을 찾아갔다.경찰들이 나가자, 고지후가 하지율을 보며 말했다. “오늘 일, 너는 도와준 거라고만 말해. 나머지는 한문호 변호사에게 맡겨.”하지율이 시선으로 정기석의 뜻을 물었고, 정기석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여도 된다는 신호였다.유능한 변호사는 아무 때나 구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이곳은 S시, 또한 고지후의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역이다. 그런 고지후가 데려온 변호사라면 최정상급일 터였다.하지율은 잠시 생각하더니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고지후는 야식을 사러 나가며 한문호 변호사에게 연락했고, 사건 경위를 세세히 전달했다.처음부터 끝까지 하지율 곁에 있었던 만큼, 파악한 내용이 정확했다.그래서 한문호 변호사가 도착하자마자 즉시 상황을 꿰고, 하지율 측의 논리를 세워 방어할 수 있었다.고지후가 이 정도로 손을 써 주는 것에 대해 하지율은 의외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 감상을 나눌 때가 아니었다.장하준과 임채아 쪽은 아무리 심성이 못돼 먹었어도 하지율의 목숨까지는 노리지 않았다.단보현은 달랐다. 노골적으로 하지율을 죽이려고 든 셈이다....곧 일행 전원이 한자리에 모였다.하지율이 들어서는 순간, 단보현과 단성훈의 눈빛에 얼음 같은 냉기가 번졌다.하지율이 들이받지만 않았다면, 연정미의 손이 다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바로 그때, 연재영이 하지율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다른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연재영이 손을 확 들어 올렸다. 하지율의 뺨을 후려치기 위한 것이었다.너무 갑작스러운 행동이었다. 하지율이 그것을 눈치챘을 때, 연재영의 손바닥은 높은 곳에서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바로 그 순간, 길고 하얀 손 하나가 쏜살같이 뻗어 연재영의 손목을 움켜쥐었다.“연재영 씨,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고지후의 입꼬리는 굳어 있었고 목소리는 차갑게 내려앉아 있었다.하지율과 사이가 나빴던 시절에도, 고지후는 하지율에게 손찌검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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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정기석 입가에는 내내 한가로운 미소가 걸려 있었고, 미동도 없었다.연재영의 표정은 험악할 정도로 굳어버렸다. 연재영은 결국 손을 내렸다.그리고 누구를 겨냥한 말인지조차 모를 말을 내뱉었다.“바보.”교통사고의 전후 사정은 이미 모두 확인이 끝났다.연재영의 생각은 이랬다. 단보현 앞에서 하지율을 한번 호되게 꾸짖은 뒤, 큰일을 작은 일로, 작은 일을 없는 일로 만들 생각이었다.이번 건에서 하지율 쪽 동기가 너무 뚜렷했기에 변명하기 어렵다고 봤다.지금 최선은 합의였다.하지율의 뺨을 한 번 치고, 하지율에게 단보현에게 사과를 시킨다.연씨 가문과 단씨 가문의 오랜 교분을 바탕으로, 연정미가 자연스럽게 중재까지 보태 준다.다들 큰 부상은 없으니, 그걸로 대충 끝내려는 시나리오였다.그런데 이 둘이 나서서 가로막는 걸 보니 두 사람 다 머리가 그리 비상해 보이지는 않았다.하지율 곁의 전남편과 친구라는 사람의 질은 확실히 연정미 쪽과는 급이 달랐다.설령 단종건이 뒤를 봐준다 한들 이 일은 가볍게 넘어가기 어려웠다.연재영은 코웃음을 흘리고, 더 이상 하지율을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좋게 타일러도 못 알아듣는 쪽을 굳이 도와줄 필요가 없었다. 스스로 수습하도록 두면 그만이다.단보현은 둔한 사람이 아니기에 연재영의 속내가 훤히 보였다.방금 연재영이 만약 진짜 하지율의 뺨을 때리고 연정미가 이어서 그만하자고 나섰다면, 더 파고들기도 애매했다.그런데 고지후와 정기석이 막아섰다. 이건 단보현에게 더없이 반가운 전개였다.한참 전부터 이쪽은 하지율에게 채찍을 들 기회를 찾고 있었다.경찰이 입을 열었다. “이 아가씨가 고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신고한 분이 누구입니까?”단성훈이 답했다. “접니다, 경찰관님. 블랙박스 영상은 이미 드렸습니다. 하지율의 행동 자체가 고의 살인에 해당합니다.”경찰이 방금 전 한문호 변호사가 한 말을 조목조목 다시 전했다.단성훈은 처음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곧 헛웃음까지 터뜨렸다.“억지 논리입니다. 동의하기 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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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성훈아, 우리 예전엔 정말 가까운 친구였잖아. 내가 대체 왜 너를 죽이려 하겠어? 내가 널 죽이려는 이유가 없잖아.”단성훈이 뭐라고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가, 막상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켰다.과거에 단성훈이 짜 놓은 함정을 아는 사람은 이 자리에선 단보현뿐이었다.모두 앞에서 ‘내가 계략을 꾸며 하지율을 연씨 집안에서 내쫓았고, 그래서 하지율이 원한을 품었다’라고 스스로 실토할 수는 없었다.단성훈이 더듬거렸다. “그건... 그건 예전에 내가 너한테 책임을 지지 않았으니까, 네가 나를 원망하는 거지.”하지율이 미소 섞인 목소리로 곧장 받아쳤다. “책임? 내가 얘기했지. 연씨 가문과 인연을 끊는 한이 있어도 너랑은 결혼하지 않겠다고. 그런데 언제부터 네가 나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서 널 원망한다는 거로 얘기가 바뀐 거야? 성훈아, 저기 재영 오빠랑 정미 언니가 똑똑히 보고 있어. 아무 말이나 지어내지 마.”단성훈이 고개를 돌리자, 연재영과 연정미가 놀란 눈으로 단성훈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그 시절의 일은 연재영과 연정미가 현장에서 지켜본 바였다.연태훈은 체면을 지키려 하지율을 단성훈에게 시집보내려 했고, 하지율은 차라리 가문을 나가겠다며 끝내 거절했다. 두 사람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다.두 사람의 문답을 들은 연재영과 연정미가 시선을 주고받았다.‘혹시... 그때의 일에 숨은 사정이 더 있는 건 아닐까?’연재영이 단성훈을 보며 물었다. “단성훈, 그때 너랑 하지율은 가장 가까운 친구였어. 그런데 왜 하지율이 너를 원망한다고 생각하는 거야?”당시 하지율이 혼인을 거부하자 사람들은 연정미의 것을 빼앗는 걸 좋아하는 하지율이 연정미가 단성훈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흥미가 식었다고 생각했다.혼인을 거부한 건 하지율의 선택이고 단성훈이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한 건 별개의 문제였다.연씨 가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연정미 또한 의아한 눈빛으로 단성훈을 쳐다보았다.단성훈은 자신의 계획이 완벽했다고 믿어 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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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한문호 변호사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반짝였다.“단보현 씨와 의뢰인 사이에 정확히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궁금해지는군요. 차라리 지금 이 자리에서 낱낱이 말씀해 주시죠. 그래야 불필요한 오해가 남지 않습니다.”모든 시선이 단보현에게로 쏠렸다.연정미 쪽에서도 단보현과 하지율 사이에 뭔가가 있었다는 정도만 알 뿐, 발단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단보현도 그간 입을 열지 않았다.하지율은 단보현이 오래 침묵하자 부드럽게 웃으며 받아쳤다. “왜 말씀을 못 하세요, 단보현 씨? 입 밖으로 내기 민망해서 그래요? 곰곰이 따져 보면 이해도 됩니다. 먼저 도발한 건 단보현 씨였으니까요. 누구라도 쉽게 인정하기 어렵죠.”이때 정기석이 앞으로 나서서, 조금 전 확보한 복도 CCTV를 띄워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영상에서 단보현은 하지율을 마주친 뒤 강압적인 태도로 몰아붙이며 시비를 거는 장면이 또렷하게 담겨 있었다.영상 속 말투만 들어도, 단보현 쪽이 몹시 무례했다는 것이 분명했다.단성훈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단보현에게 옮겨졌다.단성훈은 예전에 하지율을 함정에 몰아넣고, 말로 모욕을 준 적이 있다.하지만 직접 손을 대는 저급한 짓은 스스로도 하찮게 여겨 거들떠보지 않았다.단보현은 어쨌든 단씨 가문의 후계자다. 그런 단보현이 여자한테 먼저 손을 올리는 장면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처음에는 하지율이 일부러 단보현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꾸민 말이라 생각했고, 변태니 치근덕거림이니 하는 묘사도 과장이라 여겼다.그런데 화면에는 손목을 움켜쥐는 동작, 발을 밟아 움직임을 묶는 장면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단성훈같은 사람도, 여성에게 물리적으로 손을 대는 행위만큼은 체면을 깎는 일로 여겼다.물론 단보현은 단성훈의 삼촌이기에 대놓고 단보현이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었으나 변명거리를 찾기도 어려웠다.결국 단성훈은 침묵을 택했다.연정미와 손형서도 영상을 보고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성격이 강하고 주도적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무례하고 품격이 떨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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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말은 그렇게 했어도, 경찰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어렸다.덩치 큰 성인이 약자를 궁지로 몰아넣고도 되레 피해자 흉내를 내고 있으니.그야말로 창피한 일이 아닌가.아무도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단보현은 그들의 시선 속 조롱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어릴 적부터 늘 정상에 서 온 단보현에게 이런 눈빛은 치욕에 가까웠다.단보현은 싸늘한 눈빛을 애써 돌리고 대답했다.“아닙니다. 저는 다만 하지율 씨가 제 차를 들이받은 행위에 관해 문제 삼는 겁니다.”한문호 변호사가 온화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 행위에 관해서라면, 하지율 씨는 이미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여러분의 차를 멈춰주기 위해 그런 겁니다.”단보현의 음성이 더 차가워졌다. “갈등이 있는 사이인데, 무슨 수로 그 목숨을 걸고 도와준다고 합니까?”한문호 변호사가 놀란 듯 눈썹을 올렸다. “하지만 그 차량엔 친언니와 옛 친구가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하지율 씨가 목숨을 걸고 구해 내는 것이 그게 그렇게 이상합니까?”변호사의 말은 잘 갈린 칼처럼 매끄럽고 날카로웠다. 엘리트 변호사의 말발을, 단보현이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끝내 한문호 변호사가 정리했다. “경찰관님, 영상으로 확인되는바, 제 의뢰인이 차량을 세운 사실은 명백합니다. 제 의뢰인에게는 살인의 동기가 전혀 없습니다. 반면 단보현 씨는...”말끝을 낮추며 의미심장하게 이었다. “브레이크 고장을 유발한 진범을 찾지 않고, 근거 없이 제 의뢰인을 향해 악의적 추측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단보현 씨가 아무 증거도 없이 제 의뢰인을 함정에 몰아넣는 것, 혹시 말 못 할 사정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까?”영상 공개 전이라면, 정기석과 고지후를 빼고는 거의 모두가 단보현 쪽에 기울었을 것이다.그러나 복도 CCTV가 재생된 이후, 단보현의 이미지는 바로 바닥을 찍었고, 방 안의 공기도 달라졌다.대충 넘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10분 뒤, 하지율은 아무 조치 없이 병원을 나섰다.단성훈이 주장한 고의 살인은 성립하지 않았다.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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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한문호 변호사가 떠난 뒤, 고지후가 하지율을 바라봤다.“시간이 너무 늦었어. 윤택이는 내일 데리러 가자. 이따가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기석이 한 발 나섰다.“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저와 지율 씨는 같은 방향이라서요. 제가 지율 씨를 데려다주면 됩니다.”고지후는 정기석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무시했다.“가자, 내가 데려다줄게.”정기석은 개의치 않고 옅게 웃었다.“고지후 씨, 오실 때 지율 씨 차 타고 왔잖아요? 지금 지율 씨 차는 견인됐는데, 어떻게 데려다주려고요?”하지율이 고지후를 보고 말했다.“한문호 변호사님 아직 멀리 안 갔어. 지금 전화하면 아마 돌아올 수 있을 거야.”그리고 정기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기석 씨, 신세 좀 질게요.”정기석이 웃었다. “우리 사이에 무슨 신세예요. 가시죠.”고지후 곁을 지나치던 정기석의 걸음이 문득 멈췄다. 그리고 무언가 떠오른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고지후 씨도 제가 데려다주기를 바라는 건 아니죠?”고지후가 미간을 좁히며 말을 꺼내려 하자, 정기석이 먼저 선수 쳤다.“그 부탁은 어려울 것 같으니 다른 분을 찾으시죠.”정기석은 손을 가볍게 흔들고 돌아서 나갔다.하지율도 뒤를 따라갔다. 더는 고지후를 돌아보지 않았다....정기석은 차에 올라탄 후 입가의 미소를 서서히 굳혔다.“지율 씨, 오늘 그 CCTV를 틀어버린 건, 단보현의 체면을 제대로 구긴 일입니다. 단보현 성격과 수단으로 보아, 쉽사리 넘기지는 않을 거예요. 단종건 어르신이 나서도, 겉으로만 따르는 척하면서 속으론 따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요. 단보현은 단종건 어르신 말씀을 고분고분 따르는 사람이 아니니까요.”창밖으로 밤하늘이 보였다. 하지율이 낮게 대답했다.“오늘 그 사람 태도만 봐도 알겠더라고요. 저를 아주 싫어한다는 걸. 브레이크가 고장 난 걸 내 탓으로 돌린 데다, 아예 제 차를 들이받으려 했어요. 보복심이 강한 사람이에요. 어차피 이미 밉보였는데 제가 뭘 한다고 해도 단보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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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친구 사이에 이렇게 따지고 계산할 필요 없죠.”하지율은 정기석에게 정말 너무나 감사했다.이 감사는 누구에게나 건네는 의례적인 말과는 달랐다. 하지율은 가장 초라하고, 가장 막막했던 시절에 정기석을 만났다.임채아와 장하준의 모함, 고지후의 편애 속에서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를 때, 정기석이 손을 내밀었다.그동안 정기석은 여러모로 하지율을 도왔다. 생활비 명목의 돈도 보탰고, 실제로 발로 뛰며 여러 일을 함께 처리해 주었다.이제는 형편이 나아져 돈이 여유로워져, 하지율은 예전에 받았던 그 사례비를 한 푼도 남김없이 시온이 교육기금 계좌로 옮겨 두었다.정기석은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이어졌다.“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제가 더 기쁘네요.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요. 사양은 필요 없습니다.”정기석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이어서 얘기했다.“지율 씨가 제 돈을 받지 않으면서 시온이를 돌봐 주셨으니, 이제는 제가 빚진 쪽이네요. 지율 씨, 친구 사이는 서로 주고받는 법이에요. 아시죠?”하지율이 문득 떠오른 게 있어 고개를 돌렸다.“임채아가 다리 위에서 저를 밀친 그 영상, 어떻게 손에 넣으셨어요?”녹음이 복구된 건 놀랍지 않았다. 다만 영상까지 있던 건 의외였다.정기석이 설명했다.“핸드폰을 제게 맡기셨을 때 곧바로 현장 주변의 CCTV를 훑게 했습니다. 아쉽게도 임채아가 장소를 영리하게 골랐더군요. 주변 카메라는 고장이 났거나, 아예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소문해서 목격자를 찾았고 우연히 그 근처에서 드론을 날린 사람을 찾아냈습니다. 그 영상은, 그 드론으로 촬영한 겁니다.”하지율의 마음이 따뜻해졌다.한 사람 한 사람 찾아 증거를 확보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그럼에도 정기석은 끝까지 찾아냈다.처음 임채아의 계략이 시작되었을 때도 정기석은 영상 증거로 고지후에게 진실을 알려주었다.하지율이 고맙다는 말을 꺼내려는 찰나, 정기석이 부드럽게 막았다.“지율 씨, 고맙다는 말은 이제 그만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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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하지율은 정기석의 의도를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끝내 질문을 던졌다. “이유가 뭐예요?”창밖에서 스치는 불빛이 아른거렸다. 어두운 그림자에 잠긴 정기석의 얼굴은 표정을 읽기 어려웠고, 낮고 맑은 음성만이 고요한 실내를 천천히 채웠다.“이번 일은 단씨 가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손씨 가문도 얽혀 있어요. 손형서는 손형원의 여동생이고, 손형원은 연정미를 마음에 둔 사람입니다. 단보현이 단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실력이 충분해서죠. 다만, 손형원은...”정기석이 잠깐 말을 멈추고 고민하며 알맞은 단어를 골랐다.하지율이 고개를 기울였다. “손형원은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에요?”정기석이 고개를 저었다. “손씨 가문 사정이 복잡합니다. 능력 문제가 아닙니다. 지율 씨, 단씨 가문은 가풍이 엄격해서 사생아에게는 상속권이 없습니다. 단종건 어르신은 의사였고, 사람 됨됨이가 곧은 분이죠. 그래서 자식들이 사생아를 두는 일도 엄히 막았습니다. 만약 누가 그 금령을 어기면, 사생아는 물론이고 그 당사자의 상속권까지 박탈됐습니다. 단씨 가문은 사업이 커요. 단씨 가문 사람들은 그런 규율을 아는데도 한순간의 유혹 때문에 상속권을 잃을 만큼 어리석게 굴진 않죠. 그래서 단씨 가문에는 사생아 문제가 거의 없고, 소란도 드뭅니다. 가주는 경쟁으로 뽑히지만 어디까지나 형제자매 사이의 일이고, 단종건 어르신이 건재하시니 쓰는 수단도 선 안에서였죠. 하지만 손씨 가문은 다릅니다.”하지율은 예전에 강영주에게서 들었던 손씨 가문의 소문을 떠올리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손형원은 사생아예요?”정기석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손형원은 가문에서 아무것도 아니었고 애초에 권력에 뜻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연정미를 만난 뒤 연정미와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욕심을 냈죠. 손씨 가문은 단씨 가문과 달리 사생아가 많고, 권세를 두고 벌이는 다툼이 살벌합니다. 형제가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고 실제로 피를 본 적도 있죠. 이번에 손형서와 연정미가 함께 차에 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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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정기석이 말을 이었다. “다만 고지후라는 방패에는 조건이 걸려있어요. 하지율 씨와 임채아의 이익이 부딪히는 순간이 오면 고지후가 어디에 설지 아무도 장담 못 합니다.”솔직히 이간질에 가까운 말이었다는 걸 정기석도 알고 있었다.고지후가 다시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기류는 뻔히 보였다.그렇다고 그 바람이 이루어지게 둘 생각은 없었다. 정시온이 기대하는 것도 있었고, 그리고...정기석은 옆자리의 하지율을 곁눈질했다. 검은 눈동자가 깊은 물처럼 같았다. 정기석이 하지율을 내어줄 생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고지후 양심만 믿고 가면 안 되죠. 게다가 임채아만 끼면, 고지후 양심은 항상 눈이 멀어버리니까요.”정기석은 시선을 거두었다가, 한동안 망설였다.하지율이 웃으며 말했다.“하려던 말씀 그냥 하세요. 서운해하지 않아요.”정기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율 씨, 연씨 가문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단보현도 손형원도 쉽게 못 움직일 거예요. 두 사람 모두 연정미와의 혼사를 염두에 두고 있죠. 하지율 씨가 연씨 가문의 딸이라는 신분으로 복귀하면, 하지율 씨에게 손대는 순간 연태훈 선생님이 혼사를 접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오늘 일도 따지고 보면 연정미에서 비롯됐어요. 그 일이 아니었다면 단보현이 시비를 걸 일도, 이어서 손형원까지 거슬리게 만들 일도 없었겠죠.한번 신중히 생각해 봐요.”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기석이 하지율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네. 진지하게 생각해 볼게요.”...연씨 가문 저택.연재영과 연정미가 도착했을 땐 밤이 깊어 있었다.서재 앞을 지나는데 불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 연재영이 걸음을 멈추고 노크했다.안에서 연태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어와라.”문을 열고 들어가며 연재영이 인사했다. “아버지, 아직 안 주무셨어요?”연태훈이 서류를 덮으며 대답했다. “응, 회사 업무 좀 보고 있었다.”연재영의 눈빛이 약간 번쩍였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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