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631 - Chapter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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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1화

연재영이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회사 쪽 원로 주주들은 여전히 어머니께 충성하더군요. 비상장 지분도 끝내 내놓지 않겠답니다.”연태훈이 낮게 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들이 누구 덕에 자리 잡았는지 알지? 회사 위기 때 네 어머니가 직접 발탁한 인물들이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는데도, 다들 네 어머니의 은혜를 잊지 못한 모양이야. 심지어... 아직도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그 몇 해, 하이현이 회사를 맡았을 때 얼마나 사람 마음을 얻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그 기다림은 영영 이루어지지 못한다.잠시 뜸을 들이던 연재영이 물었다. “아버지, 아까 가문의 일까지 간섭하려 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얘깁니까?”연태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 고루한 노인네들, 제정신이 아니다. 지율이를 연경 그룹 경영진으로 올리자고 우기고 있어. 지율이는 어릴 때부터 우리 가문에서 자란 게 아니라, 이쪽 경영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다. 그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감정 운운하며 밀어붙이는 거다.”그렇게 말하는 연태훈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거기에 연정미 명의의 지분을 회수해 지율이에게 넘기라고도 한다. 다른 주주들과 손잡고 압박을 넣고 있어. 지율이를 경영진에 들이지 않으면 앞으로도 지분 매각은 절대 없다는 식으로 말이야.”연태훈의 입술 사이로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를 상대로 협박을 한다는 건 수틀리면 뒤집어엎겠다는 뜻이지.”연재영은 놀라지 않았다. 그저 연태훈을 보며 차분히 말했다. “아버지, 방금 막 새로 들어온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연태훈이 눈썹을 올렸다. “무슨 소식이지?”“변호사 말로는, 어머니가 돌아가기 전에 유언장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연말에 락이 풀린다 해도, 상속권은 지율이 것이라고요.”연태훈의 눈빛이 흔들렸다. “뭐라고?”연재영이 이어 말했다. “어머니가 보유하시던 비상장 지분 전량을 하지율에게 넘긴다는 내용입니다.”연태훈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재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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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연재영 마음은 피가 흐를 만큼 아렸다.연재영은 누구보다 인재를 아끼는 사람이고, 연정미는 어릴 적부터 눈앞에서 커 온 동생이었다.연정미가 얼마나 뛰어난지, 연재영은 매 순간 지켜봤다.같은 배에서 나온 남매는 아니어도, 연정미는 어릴 때부터 사리 분별이 뚜렷했고, 자기 몫이 아닌 건 절대 탐내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기 것을 내어주곤 했다.재능이 탁월하고,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늘 더 좋은 내일을 바라보며 올라가는,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천재였다.그런데도 연씨 가문의 장녀라는 위치 때문에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게을리한 적이 었다는 사실이 연재영의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연재영은 남녀를 평등하게 생각했다.차기 경영자는 능력 하나만 본다.그런 눈으로 보면, 연정미 같은 실력자가 음악으로 진로를 정한 것은 너무 아까웠다.그래서 늘 의아했다. 연태훈이 왜 그토록 연정미가 음악을 하도록 고집했는지.이 생각에 연재영이 물었다.“아버님, 그 완고한 원로들이 지분을 미끼로 연정미의 입사를 막겠다고 한 겁니까?”연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맞다. 내가 되사들인 10%는 그 조건으로 겨우 가져왔어. 하지만 남은 10%는 어떤 제안을 해도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지금의 연경 그룹은 전성기였다. 기업가치가 높은 이때 비상장 지분 10%는 사실상 막대한 영향력을 뜻한다.연태훈은 시장가의 몇 배를 불러가며 매입을 시도했지만, 원로 주주들은 완강하게 버텼다.유일한 조건은 바로 연정미가 연경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창립 이후 30여 년을 거치며 연경 그룹은 자금난과는 거리가 먼 체급을 갖췄고, 연태훈 개인 역시 현금 동원력이 부족하지 않다.그래서 과거 외부로 흩어진 비상장 지분을 차근차근 회수하려는 중이었다.비상장 지분은 주식과 달리 중요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준다.그동안 소위 원로 주주라는 사람들은, 과거 연정미 모녀와 하이현 모녀 사건의 처리에 대해 늘 불만을 품어 왔다.그래서 중요한 안건마다 연태훈의 반대편에 서는 경우도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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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연태훈은 하이현이 아무리 원망이 깊었다 해도, 설령 본인 몫은 남기지 않았다 해도 아이들에게는 공평하게 나눠줄 거라 여겼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하이현은 연재영 삼 형제에게 지분을 조금도 남기지 않았다.연재영이 단호하게 말했다. “방법을 찾아 보겠습니다. 하지율이 비상장 지분은 포기하고, 대신 일반 주식으로 받게 만들겠습니다.”현재 연정미 명의의 지분도 일반 주식이고, 연태훈이 그동안 회수해 온 비상장 지분도 이미 대부분 일반 주식으로 전환해 둔 상태였다.예전과 판도가 다르다. 연태훈은 다른 주주가 의사결정을 흔드는 구도를 더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연태훈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재영아, 그 일은 네가 맡아서 처리해라.”...다음 날.하지율이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유소린과 친구들이 달려왔다.“지율아, 교통사고 났다면서? 뭐야, 무슨 일이야? 운전을 오랜만에 해서 그런 거야?”하지율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들려줬다.유소린은 듣는 내내 이를 꽉 물었다.“단보현이라는 인간, 사람도 아니야. 진짜 장하준보다 더 역겹네!”장하준은 유언비어나 떠들고 물을 흐리는 역할이었고, 머리를 짜 봐야 비겁한 수단만 나왔다.하지만 단보현은 아예 목숨을 노렸다.차연지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하지율을 살폈다. “지율 씨, 어디 다치지 않으셨어요?”하지율이 붓고 벌겋게 오른 손목을 내려다봤다. “조금 부었는데, 뼈에는 이상 없대요. 약 바르면 될 정도예요.”그때까지 말이 없던 주용화가 입을 열었다.“지율 씨, 아까 말씀하시길 단보현 차량의 브레이크가 갑자기 고장 났다고 하셨죠. 원인은 확인됐어요?”하지율은 주용화를 힐끗 쳐다보았다. 주용화가 눈치가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단보현 쪽에서는 인위적 고장이라고 주장했어요. 다만 구체적 단서는 아직 없어요.”고지후와 정기석이 각자 파고들고 있지만, 당장 결론이 나올 사안은 아니었다.주용화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지율 씨가 단보현과 실랑이를 벌인 직후에 곧바로 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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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하지율 손목이 부어서, 당분간 바이올린은 어렵겠다.며칠 연습을 비워도 큰 타격은 없으니, 그 사이 유소린과 음악회 준비를 맞춰 보기로 했다.주용화는 하지율이 이틀쯤 연습을 못 한다는 말을 듣고, 눈에 띄게 속상해했다.유소린이 그걸 보고 웃었다.“지율이 바이올린 연주가 그렇게나 잠이 잘 와요? 하루만 못 들어도 밤새 뒤척이게?”농담이었는데, 주용화가 의외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지율 씨 연주는 몸과 마음을 풀어 주는 힘이 있어요. 하루만 못 들어도 밤새 잠이 오지 않아요.”유소린이 잠깐 멍해졌다가 감탄했다.“화야 씨, 말 진짜 예쁘게 하신다!”장난삼아 슬쩍 놀렸더니, 하지율의 연주가 화야의 한마디에 여운이 길게 남는 명연주가 돼 버렸다.유소린은 눈치도 빠르고 말투도 사근사근한 화야가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물론 그건 남녀 사이의 감정은 아니었다.“제가 지율 연주 녹음 파일 모아둔 거 있는데, 가져갈래요? 그거 틀어 놓고 자면 충분히 잘 잘 거예요.”주용화의 눈빛이 환해졌다.“유소린 씨는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유소린이 히죽 웃었다.“난 내 사람한테는 잘해 주는 편이에요. 화야 씨, 지율 좀 잘 부탁해요.”주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오후, 하지율에게 단종건의 전화가 걸려 왔다.“지율아, 요즘 언제가 편해?”단종건의 전화라, 하지율은 무슨 낌새를 바로 느꼈다.하지율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이틀 정도는 연습을 쉬려고 해서, 요 며칠 시간 괜찮아요.”단종건이 살짝 놀란 듯했다.“음악회를 앞두고 있는데, 연습을 쉬다니? 무슨 일이라도 있어?”하지율이 얼마나 성실하게 연습하는지 단종건은 누구보다 잘 안다.“손목이 부어서요. 이틀만 쉬면 될 것 같아요.”단종건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지율아, 어쩌다 손이 부었니? 무리해서 그런 건가?”짧은 정적 끝에 하지율이 담담히 말했다.“부딪혀서요. 조심 못 했어요.”“잠깐만 기다려.”전화는 끊지 않았고, 전화기 너머로 작은 유리병들 부딪히는 소리가 또랑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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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하지율과 단보현의 사이가 이렇게까지 틀어졌는데, 단보현이 만남을 수락했다니, 하지율은 약간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보통과 이럴 때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단보현 같은 음흉한 성정이라면, 분명 어딘가에 덫을 깔아 두었을 확률이 컸다.그래도 하지율은 피할 생각은 없었다.뒤에서 뭘 꾸미는지 몰라 궁지에 몰리는 것보다는, 정면으로 받아내는 편이 낫다.하지율은 손목의 멍 자국을 내려다보았다.단보현이 힘으로 꽉 비틀어 남긴 흔적이었다. 손을 꺾어 버리려 들었던 그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선명했다.하지율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손을 다치게 한 빚을 아직 갚지 못했다.“좋아요. 그럼 오늘 밤에 뵙죠.”단종건은 두 사람 사이의 앙금을 모르고 있었기에, 하지율이 응하자 즐겁게 받아들였다.“금방 단보현에게 전하마. 연고도 챙겨 보내게 하지.”통화를 마치자 유소린이 고개를 돌렸다.“단종건 어르신한테서 온 전화였어?”하지율은 방금 전 얘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줬다.유소린의 미간이 확 좁아졌다.“단보현? 이 무슨 여우 같은 놈이... 딱 봐도 너한테 한 방 먹이려는 거지. 지율아, 절대 가지 마. 이번엔 또 무슨 수작을 부릴지 누가 알아.”“누가 누구한테 한 방 먹이는지는 두고 봐야 알지.” 하지율의 입가에 서늘한 웃음이 번졌다.“이번에 도망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야. 차라리 맞받아치는 쪽이 편해.”하지율은 준비해 둔 계획을 간단히 설명했다.유소린이 눈을 반짝거렸다.“와, 넌 정말 총명해...”하지만 유소린의 눈동자에 얕은 근심이 어렸다.“그러면 단보현은 너를 더 증오하겠지.”“이미 돌이킬 수 없어. 차라리 확실히 밟아 두는 게 속이라도 시원하지.”하지율은 말을 멈추더니 시선을 내리깔았다.“다만 어르신께 미안해. 늘 나를 생각해 주시고, 단씨 가문으로 시집오라고까지 배려까지 해주셨는데, 일이 이렇게 돼 버렸으니까.”유소린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어르신 입장에서는 차기 가주를 뽑기 위해 당연히 능력을 먼저 보셨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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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유소린은 망설이는 하지율을 보고 다시 다독였다. “단보현 같은 인간이 또 손찌검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자리면 위험해. 화야 씨랑 같이 가. 옆에서 지켜줄 사람이 있어야지.”하지율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같이 가 달라고 부탁해 볼게.”“내가 가서 화야 씨 불러올게.”유소린이 나간 뒤, 하지율은 함우민에게 먼저 연락해 보려고 했다.그런데 함우민한테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지율 씨, 어젯밤 교통사고 났단 얘기 들었어요. 괜찮아요?”수화기 너머 함우민의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긴장이 비쳤다.“아무 일도 아니에요.”함우민은 이미 단보현 쪽 사고 소식을 접했다. 목숨을 건졌다는 말에 못마땅함이 스치기도 했지만, 곧 담담히 받아들였다. 다만, 하지율이 같은 구간에서 휘말렸다는 사실은 몰랐다. 그 말을 듣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어쩌다 교통사고가...”“저랑 지후 씨는 윤택이 데리러 가는 길이었고, 단보현은 연정미를 바래다주는 길이어서 노선이 겹쳤어요. 저녁이라 차량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연쇄 사고가 났을 거예요.”함우민은 하지율과 단보현 사이의 악연을 알고 있었다. 하지율도 숨김없이 자초지종을 들려줬다. 하지율이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자, 함우민의 긴장이 비로소 풀렸다.“지율 씨, 미안해요.”“왜 사과해요? 우민 씨 잘못이 아닌데.”짧은 침묵 끝에 함우민이 낮게 말했다. “지율 씨를 지켜 주지 못했으니까...”“우민 씨, 전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요. 스스로 저를 지킬 수 있어요. 지금도 멀쩡하잖아요.”이 순간만큼은, 예전에 운전을 배워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큰일이 날 수도 있었다.한참을 더 이야기하다가, 하지율이 본론을 꺼냈다. “혹시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뭐든 말해요. 도울 수 있으면 다 도울게요.”“오늘 밤 단보현이랑 맞선을 나가야 하는데... 장하준도 같은 식당에 오게 만들 수 있을까요?”“...맞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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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하지율은 장하준이 쓰던 방식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장하준이 남의 손을 빌려 하지율을 해치우려 했다면, 하지율도 똑같이 남의 손으로 장하준을 치워버리면 된다.이번 일이 정말로 장하준이 벌인 일인지 아닌지는 하지율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장하준은 원래부터 성품이 고약했고, 수차례 하지율의 트집을 잡아 온 당사자였다. 설령 오해라고 해도 하지율은 미안할 것 없었다.단 하나 마음에 걸리는 건 함우민이었다.어린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어 온 형제 같은 사이가 발목을 잡지 않을까 생각되었다.긴 침묵 끝에, 함우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하준이는 선 넘는 게 일상이에요. 게다가 늘 다른 사람 뒤에 숨어 나쁜 짓을 해왔죠. 조금은 혼나야 해요.”애초에 함우민 역시, 이번 건을 장하준에게 떠넘길 생각이었다.다만 하지율이 단보현과 더한 모순이 생길 줄은 몰랐다.고지후가 윤택이를 데리러 같이 가자고 부르지만 않았어도, 두 차량의 동선이 겹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이 생각에 닿자, 함우민의 손가락이 무의식중에 핸드폰을 꽉 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함우민은 우정을 생각하며 양보했는데, 고지후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끊임없이 위험에 밀어 넣었다.함우민은 시선을 떨구고 한숨을 내쉬었다.‘이렇게 된다면... 지후야, 미안하다.’...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하지율은 화면이 꺼진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봤다.함우민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게 과연 옳은가 싶었다.장하준은 함우민과 유년을 함께 보낸 벗이다. 그 형제 같은 사이를 내세워, 하지율의 복수를 돕게 만드는 건 너무 가혹한 요구가 아닐까.그때, 맑고도 차분한 남성의 음성이 적막을 깼다.“무슨 생각을 하고 계세요?”놀라 돌아보니, 주용화가 바로 뒤에 서 있었다. 하지율은 주용화가 다가오는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유소린처럼 주용화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하지율에게 주용화는 인상 좋은 사람이었다.“화야 씨, 오늘 같이 가 주시면 좋겠어요.”주용화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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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만약 고윤택이 아니었다면, 하지율은 그 결혼 생활을 그렇게 오래 유지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이혼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몰두해야 할 사업이 없었다면 이렇게 빨리 이혼이라는 어두운 감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그 생각에 하지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에 비해 세상을 훤히 꿰뚫는 주용화의 통찰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그 중요한 사람을 마주치면, 뭘 하실 건가요?”“가능한 한, 그 사람이 바라는 걸 다 들어 주려고요.”말이 끝나자마자 핸드폰 진동음이 짧게 울렸다.주용화가 미소를 거두고 핸드폰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지율 씨, 전화 하나만 받고 오겠습니다.”“네, 다녀오세요.”문밖으로 나가는 주용화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하지율은 문득 생각했다.‘우리 말고 화야 씨가 연락할 사람이 있나?’하지만 생각해 보면, 사교적인 성격에 어디서든 금세 어울리는 스타일이니 새로 알게 된 이들과 통화가 오간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지율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함우민의 문자였다.[준비 끝.]아래에는 식당 주소와 시간이 나와 있었다.하지율은 곧장 단종건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 시간과 장소를 알렸다.단보현이 S시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들어 예약과 안내를 맡겠다고 자청했고, 단종건은 예전처럼 한 치 의심도 없이 하지율에게 일을 맡겼다.전화를 끊자마자 하지율은 유소린에게도 연락했다.유소린이 얘기한 대로 사람을 구해놨다고 말이다.하지율은 조금 일찍 출발해 식당 배치와 자리를 점검하기로 했다.그런데 출발하려고 보니 주용화가 보이지 않았다.“소린아, 화야 씨는?”유소린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기 있었는데, 어디 갔지...”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출입문 쪽에서 주용화가 걸어 들어왔다.늘 온화한 미소가 흐르던 얼굴이 어딘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유소린과 하지율이 시선을 주고받았다. 이런 표정의 주용화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유소린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화야 씨,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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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하지율은 주용화가 무심코 끼어들어 자기 계획을 망칠까 봐 마음이 걸렸다.주용화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그리고 덧붙였다. “볼 일 없으면, 먼저 나갈게요.”“네, 다녀와요.”주용화가 나가고서야, 멍해 있던 유소린이 정신을 차렸다.“세상에... 방금 화야 씨 기에 눌렸어. 기세가 장난이 아니네.”방금 주용화의 느낌은 처음 단보현을 마주했을 때의 서늘함과 닮아 있었다.하지율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사람마다 성격이 있을 수 있지. 그럴 수도 있어.”유소린은 금세 평정을 찾더니 오히려 호감이라는 표정으로 얘기했다.“말은 꼭 지키는 사람 같아. 고지후 같은 말뿐인 인간보다 화야 씨가 백배 낫지.”“난 먼저 출발할게. 작업실 잠깐 맡아 줘.”“오케이.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병원.임채아는 물집이 오른손을 감싼 채 침대에 누워, 통증이 밀려올 때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병실 문이 스르르 열리자 임채아의 눈에 빛이 돌았지만 이내 들어선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실망이 스쳤다.“용화 씨였네요.”그 표정을 보아도 주용화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고지후 기다렸어?”임채아는 입술을 적시며 고개를 떨구었다. “지금 상황을 보니... 오늘은 안 올 것 같아요.”임채아는 곧 고개를 들어 희고 반듯한 이목구비를 정면으로 마주했다.“용화 씨, 고지후가 그 영상을 봤어요. 어떻게 된 거예요? 그 녹음은 지웠다고 했잖아요. 왜 다시 복구됐죠? 게다가 영상은 또 어디서 가져온 거죠?”주용화가 시선을 내리깔고, 임채아 눈동자 속에 비친 불안을 잠시 들여다보더니 담담히 말했다.“당분간 못 보이게 하는 게 내 한계였어. 정기석 같은 인간이 괜히 대단한 게 아니지. 내가 수준급 해커를 부르면, 그쪽도 부를 수 있어. 그리고 추가 영상 말이야...”주용화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채아야, 넌 왜 그렇게 조잡한 수만 쓰냐? 들킬 위험이 큰 걸 알면서도 굳이 너 자신까지 다치는 방식을 고르다니. 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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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임채아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손을 일부러 다치게 해 고지후의 연민을 끌어내려 했다는 계산까진 했지만, 주용화가 임채아의 곁을 지킨 이유 역시 바이올린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떠올렸다.주용화는 차갑고 무정했다.그래서 선택의 기로에서, 임채아는 고지후를 택했고 주용화를 택하지 않았다.주용화가 만약 결혼을 요구하면 수락했을 것이다.하지만 거짓이 들통나는 날, 삶은 바로 참담해질 것이다.주용화는 그저 임채아를 돕고 있을 뿐, 남녀의 감정은 전혀 없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어떠한 감정도 없다.태생적으로 감정이라는 것을 모르는 괴물처럼, 임채아를 향한 모든 호의가 온도 없이 기계적으로 흘렀다.의심할 여지는 없었다.오늘은 원하는 걸 모두 쥐여 줄 수 있겠지만, 내일은 바로 돌아설지 모른다.주용화에게 임채아는 대체 불가한 존재가 아니었다.가치란 바이올린 연주에 부여되는 것에 불과했다.임채아사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알겠어요. 다음엔 그러지 않을게요.”곧바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요즘 아... 고지후가 점점 냉담해져서...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까지 했어요. 음악회만 끝나면 더 이상 나한테 신경 안 쓰겠다고 했어요. 최근에는 아무리 아픈 척을 해도 찾아오지 않아요.”그래서 스스로 뜨거운 물을 손등에 끼얹었다.동정 한 줌이라도 얻어 마음을 되돌리려는 무모한 수였다.주용화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들었다. “채아야, 어디서 진 건지 알아?”“하지율처럼 집안이 좋지 않아서인가요, 등 뒤에서 받쳐 주는 사람이 적어서인가요?”하지율은 아직 연씨 가문으로 완전히 돌아가진 않았지만, 이미 연씨 가문 딸의 대접을 받고 있었다.심다희가 움직이지 않은 이유도 선명해졌다.심다희의 약혼자가 바로 연씨 가문 사람이니, 왜 협조를 꺼렸는지 이제야 납득이 갔다.주용화가 말했다. “머리부터가 달라. 게다가 네 옆의 장하준은 한없이 멍청해.”임채아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장하준은 도움이 되는 순간보다 방해가 된 순간이 훨씬 많았다.하지만 쓸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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