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661 - Chapter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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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고지후의 눈빛이 스치듯 흔들렸다가 곧 기억을 더듬어냈다.“말했잖아. 그건 내가 한 일이 아니라고...”하지율이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었다.“아닌 줄 알면, 그때 바로 말하지 그랬어? 왜 내가 작업실을 넘겨주겠다고 한 다음에 해명했어?”고지후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고지후가 내민 보상은 적지 않았지만, 둘 다 알고 있었다. 강병주에게 일이 생기지만 않았어도 하지율은 절대 작업실을 양도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방금 전 고지후와 주용화의 대화를 들은 하지율이, 고지후가 또 뒤에서 손을 쓴다고 의심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주용화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눈썹을 들었다가, 금세 긴 속눈썹을 내려 눈빛을 숨겼다.“저도 왜 고지후 씨한테 미움을 산 건지 모르겠네요. 지후 씨는 제가 지율 씨의 비서 겸 경호원으로 있는 게 꿍꿍이가 있어서라고 하시고... 게다가 제가 얼굴 팔아 여자 돈을 뜯어낸다고도 하셨어요. 하지율 씨, 저도 알아요. 제가 지율 씨한테 민폐라는 거. 고지후 씨가 이렇게 싫어하시니, 전 더 못 있겠네요. 괜히 하지율 씨 옆에서 눈엣가시가 될 필요 없죠.”주용화가 고개를 들어 고지후를 한 번 쳐다보더니 또 입술을 열었다.“하지율 씨, 곧 음악회 준비도 들어갈 텐데, 쓸데없는 싸움은 피하는 게 나을 듯해요.”매처럼 매서운 고지후의 눈빛이 주용화를 베듯 훑었다. 온몸에서 싸늘한 살기가 번졌다.“이간질하는 것도 참 유치하군.”고지후가 모를 리 없었다. 주용화가 방금, 하지율 앞에서 고지후가 하지율의 음악회에 손을 쓸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는걸.고지후가 알아챘다면 하지율도 당연히 알아들었을 것이다.하지율은 담담하게 받아쳤다.“난 화야 씨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 지후 씨는 내 사람들 건드린 전과가 있잖아. 시작이 어렵지 두 번째는 아무렇지 않거든. 하지만 이번엔 안 통할 거야. 화야 씨를 건드리면, 똑같이 갚아 줄 테니까. 임채아가 음악회를 열지 못하게 말이야.”하지율의 눈매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솔직히 말할까? 나한테는 임채아의 약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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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하지율은 내내 담담한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고지후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서야 입을 열었다.“화야 씨, 미안해요. 내가 괜히 불편하게 했네요.”주용화가 고개를 저었다. “일하면서 이 정도가 뭘요. 유린 씨 얘기 들어보니까 이보다 심한 일도 수두룩했다잖아요. 제가 겪은 건 새 발의 피죠.”하지율은 주용화를 잠시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마음가짐이 좋네요.”“돈 버는 게 쉬울 리가 있나요.” 주용화가 부드럽게 웃었다. “게다가 하지율 씨가 한 달에 이렇게나 많이 주시는데, 당연히 더 잘해야죠. 빈둥대느니 열심히 일해서 돈 값한다는 말 듣는 게 제 목표예요.”하지율은 이런 긍정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저 사람이 또 시비 걸면 바로 말해요. 내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요.”“네. 전 하지율 씨 믿어요.”둘이 승마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와, 대박! 이렇게 기가 막힌 실력의 소유자라니!”“예쁘다... 연예인인가?”“쉿, 함부로 떠들지 마. 저분은 연씨 가문 아가씨야. 건드렸다간 큰일 난다.”하지율이 고개를 돌리자, 연정미가 말을 타고 활을 들어 멀리 있는 과녁을 겨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슝.화살이 날아가 정중앙에 박혔다.감탄사가 또 한 번 터졌다. 맞은편에 놓인 다섯 개의 과녁의 중앙에는 활이 하나씩 꽂혀 있었다.연정미는 승마복 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말아 올렸다. 쏟아지는 햇살이 얼굴에 금빛을 얹어, 마치 고대 전장을 누비고 돌아온 여전사를 보는 것만 같았다. 텅 비었던 승마장은 구경꾼들로 북적였다. 남자들만 넋을 잃은 게 아니었다. 여자들까지도 연정미에게 시선이 쏠렸다.고윤택은 두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쳤다. 작고 귀여운 얼굴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정미 이모 짱 멋있어요!”임채아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연정미 옆에 서니 자신이 순식간에 빛을 잃은 풀이 된 기분이었다. 심지어 임채아를 쳐다보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연정미와의 차이는 너무 컸다. 차라리 하지율을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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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회화와 서화는 너만큼 못 하지.”손형서는 말을 마치고 시선을 훑다가, 하지율 옆에 서 있는 주용화를 쳐다보았다.손형서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말을 타고 두 사람 앞에 멈춰 선 손형서가 손짓했다.“하지율 씨, 주용화 씨. 두 사람도 한번 해볼래요?”하지율이 미소로 답했다. “죄송해요, 전 승마나 활쏘기는 서툴러요.”손형서가 턱을 끄덕였다. “괜찮아요. 그냥 즐겨 보는 거죠, 시합도 아닌데.”그때 고윤택이 총총 달려와 하지율 앞에서 멈췄다.“엄마, 나 말 타도 돼요?”아이의 질문에 하지율이 살짝 놀랐다. 전 같았으면 하지율한테 묻지도 않았을 텐데. 하지율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온순한 말을 골라서, 잠깐만 타 보자.”고윤택의 눈동자가 환히 빛났다. 마침 함우민이 작은 조랑말 한 필을 끌고 왔다. 그 뒤에는 교관 두 명이 따라왔다.“윤택이를 위해 성격이 순한 말을 골랐어요. 마음에 드는지 한번 볼래요?”“우민 삼촌, 고마워요! 너무 좋아요!”함우민이 미소 지었다. “이 두 분이 오늘 기초부터 가르쳐 주실 선생님들이야. 먼저 기본부터 배우자, 응?”“네!”윤택은 곧장 교관들과 함께 옆 코스로 이동해 기초를 배우기 시작했다.이때 고지후도 걸어왔다. 평소와 같은 담담한 표정에는 감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함우민이 하지율을 향해 물었다.“지율 씨도 한 필 고르실래요?”고지후가 있는 자리라 함우민은 하지율을 부르는 호칭에 더욱 신경 쓰면서 얘기했다.승마장에 와서 구경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럴게요.” 그리고 옆을 돌아봤다. “화야 씨는요?”“난 패스할게요.”“알겠어요. 그럼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요.”임채아가 그 모습을 보고는 고지후를 향했다.“지후야, 우리도 같이 갈까?”“그래.” 고지후가 담담히 응했다.말을 고르고 돌아오니, 고윤택은 여전히 교관들과 기초를 배우는 중이었다. 곁에서는 연정미가 자세를 잡아 주며 차분히 지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용화와 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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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하지율은 주용화의 셔츠가 음료로 얼룩져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들의 맞은편엔 재벌 티가 나는 남자 셋이 서 있었다. 하지율은 그들과 주용화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는 것을 바로 눈치챘다.이런 상류 회원제 클럽에선 급이 한눈에 드러난다.주용화의 옷은 유소린이 사준 것이다.너무 낡거나 싼 브랜드는 아니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입고 있는 억대의 맞춤 정장과 비교하면 금세 티가 났다. 어려서부터 이런 곳을 드나든 집안 자제들은 그 차이를 기가 막히게 잘 발견했다.게다가 주용화는 눈에 띄게 잘생겼다. 아까도 몇몇 아가씨들이 몰래 훔쳐보고 있었고 하지율이 말을 고르는 사이에 주용화에게 와서 연락처를 묻는 이도 있었다. 수많은 남자들의 질투를 살 만한 조건이었다.다행히 상대 쪽은 손형서의 신분을 의식한 듯했다. 셋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변명도 없이 잇달아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실례했습니다.”“미안합니다.”사과를 받자 손형서가 주용화를 돌아봤다.“화야 씨, 이 정도면 괜찮으시겠어요?”손형서의 뜻은 분명했다. 사과가 마음에 안 들면 더 밀어붙여 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주용화가 가볍게 끄덕였다. “네,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그제야 손형서는 다시 셋을 향해 시선을 세웠다. 예쁜 얼굴에 얼음같이 차가운 표정이 스쳤다.“화야 씨가 마음이 넓으셔서 넘어가 주시는 거지, 제가 용서한 건 아닙니다. 오늘부로 여러분 회원권은 취소예요. 다시는 여기 발 못 들일 줄 알아요.”셋은 벌벌 떨며 연신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명심하겠습니다.”“죄송합니다.”“됐습니다. 가보세요.” 손형서가 손짓하자 그들은 허겁지겁 물러났다.손형서는 곧장 표정을 풀고 미소를 지으며 주용화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연락처 주세요. 혹시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주용화는 핸드폰을 받지 않고 정중히 고개를 저었다.“배려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벌써 신세를 졌는데 더 민폐를 끼치고 싶진 않아서요.”손형서가 웃으며 받아쳤다.“신세를 갚으려면 더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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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주용화가 자리를 뜨자, 손형서가 다가와 하지율에게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곧장 화제를 틀었다.“하지율 씨, 곁에 계신 그 화야 씨... 제가 꽤 관심이 가서 그러는데, 마음 아프시겠지만, 저에게 양보해 주실 수 있을까요?”하지율은 담담히 답했다. “손형서 씨가 화야 씨를 데려가시겠다면 전 상관없어요. 화야 씨 본인이 가고 싶다면 언제든 보내 드릴 겁니다. 붙잡을 생각은 없어요.”손형서는 방금 물러난 주용화의 뒷모습을 흘끗 보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별로 떠나고 싶어 하지는 않던데요.”“그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하지율이 짧게 대답했다.손형서가 부드럽게 웃었다. “연봉은 지금의 세 배를 제안했거든요. 그런데도 화야 씨가 고개를 저으니... 아마 화야 씨 눈에는 저보다 하지율 씨 곁이 낫다고 느끼는 모양이에요. 하지율 씨, 성격이 매력적이신가 봐요.”“돈이 전부일 수는 없죠. 화야 씨에겐 돈이 그만큼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율이 말했다.손형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그래서 더 맘에 들어요.”하지율은 사실 손형서와도, 주용화와도 깊이 아는 사이가 아니다.하지율은 결국 다른 화제가 떠오르지 않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성격이 연정미보다 외향적인 손형서가 도리어 먼저 이야기를 이었다.“하지율 씨, 아저씨랑 정미가 S시에 온 건 하지율 씨 데리러 온 거잖아요. 언제쯤 집으로 돌아가실 생각이에요?”하지율이 옆으로 흘깃 바라보고는 조용히 답했다. “제 사람들도, 제가 할 일도 다 S시에 있어요. 당장은 돌아갈 계획이 없습니다.”손형서가 미소를 지었다. “사실 돌아가시는 게 여러모로 좋아요. 돈 걱정 없고 인맥도 많고. 정미만 봐도 알잖아요.”손형서는 멀리 승마장 한가운데서 활시위를 당기는 연정미를 가리켰다. “어릴 때부터 최고의 교육을 받고, 커서는 가문에서 길을 깔아 주니 일도 술술 풀리고요.”그리고 목소리를 낮췄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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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손형서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더니 말문이 막힌 듯 조용해졌다. 하지율은 더 말을 잇지 않고 곧장 고윤택에게로 걸어갔다. 잠시 뒤, 하지율은 말 한 필을 골라 가볍게 승마장에서 한 바퀴 둘렀다.연정미나 손형서처럼 활을 쏘아 사람들 앞에서 돋보이려는 기색은 없었다. 애초에 하지율은 승마에 능한 편이 아니었고 그럴듯하게 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임채아는 승마를 전혀 몰랐다. 임채아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고지후를 올려다보며 머뭇거렸다.“지후야, 나... 말 타는 거 좀 가르쳐 줄 수 있어?”만약 고지후와 한 말에 탈 수 있다면 더욱 좋았다.고지후의 시선이 임채아에게 내려앉았다.임채아는 기대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지금은 몸도 많이 회복됐어. 가끔 운동하는 정도는 괜찮대.”함우민은 내내 승마장 안쪽의 가느다란 실루엣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임채아의 말에 함우민이 고개를 돌렸다.“지후야, 임채아 씨 좀 가르쳐 주는 게 어때? 가벼운 운동은 회복에도 도움이 되니까.”뜻밖의 도움에 임채아가 놀란 눈으로 함우민을 바라보았다. 함우민은 늘 하지율 편을 들어 주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임채아 편을 들어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고지후는 살짝 미간을 좁히더니 고윤택을 불렀다.선생들의 도움으로 말 등에 오를 수 있게 된 고윤택의 볼은 붉게 상기돼 있었고, 오랜만에 보는 순진한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아빠, 불렀어요?”“채아 이모도 초보래. 같이 배우고 싶다니까 함께 가 봐.”“네. 채아 이모, 같이 가요.”임채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지후야, 너... 잠깐만 기본만 좀 알려 주면 안 돼?”“난 교관이 아니라서. 가르치는 건 못 해.” 고지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하지율과 재결합을 코앞에 둔 지금, 공연히 책잡힐 일을 할 생각이 없었다. 괜한 오해를 키우고 싶지도 않았다.임채아는 이를 악물었지만 고윤택과 함우민이 보는 앞에서 더는 말을 보태지 못했다. 일단은 고윤택과의 관계부터 다져 두는 게 먼저였다.하지율은 말에서 내려왔다. 막 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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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손형서가 웃으며 물었다.“너보다 어때?”연정미가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붙어 봐야 알지. 안 겨뤄 보고서야 누가 알아.”손형서는 시선을 자연스레 하지율 쪽으로 돌렸다.연정미는 공연한 겸손으로 남을 띄우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연정미가 이렇게 말한다는 건, 하지율의 실력이 연정미 본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하지율 어머니가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였잖아.” 손형서가 말했다. “그 정도 실력이면 이상하진 않지.”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연정미의 미소가 옅어졌다.아버지와 세 오빠는 그때의 진실을 감춘 듯했지만, 몇 해 전 외삼촌이 찾아와 연정미의 어머니가 남긴 편지를 전해 주었다.그 생각에 연정미는 목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졌다.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사이였지만 어머니는 연정미를 위해 너무 많은 걸 내어주었다.어머니의 목숨으로 바꾼 미래다.그러니 절대 실망하게 할 수 없다.한편, 임채아는 주용화가 하지율에게 물이며 수건이며 챙겨 주는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했다.믿을 수 없어서 두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저 사람이... 주용화가 맞나? 늘 감정 기복이 심하고 건드리면 바로 폭발하던 그 주용화가?’주용화의 돌변에 놀란 건 임채아만이 아니었다. 고지후와 함우민의 시선도 그쪽으로 쏠렸다.고지후는 얇은 입술을 꽉 다물고 싸늘한 기운을 내뿜었다.함우민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가 펼쳤다가 어두워진 눈빛으로 주용화를 바라보았다.주용화를 처리하는 건 어렵지 않다.다만 자신에게 의심의 화살이 돌아오지 않게 해야 한다.함우민은 곁눈질로 고지후를 흘깃 보고는, 무엇을 떠올렸는지 아주 옅게 입꼬리를 올렸다....아까까지만 해도 쨍하던 하늘이 순식간에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바람이 휙 불더니, 굵은 빗방울이 후두두 쏟아졌다.사람들은 서둘러 실내 휴게실로 발길을 돌렸다.하지율은 이미 안쪽에 앉아 쉬고 있었다.오늘 모임에서 고윤택과 함우민을 제외하면 굳이 보고 싶은 얼굴은 없었다. 하지율은 둘에게만 간단히 인사하고는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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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주용화는 자신의 외투를 고윤택에게 씌워 주고, 본인은 비를 맞아 홀딱 젖어 있었다.고윤택도 빗물을 조금 맞긴 했지만, 주용화가 꼭 껴안아 줘서 그리 많이 젖지는 않았다.하지율이 다급히 달려와 아이를 살폈다.“윤택아, 다친 데 없지?”고윤택이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전 괜찮아요. 화야 아저씨가 외투를 저한테 씌워 줬어요. 덕분에 전 별일 없어요.”하지율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화야 씨, 감사합니다.”주용화는 소매로 얼굴의 빗물을 툭툭 훔치며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전 하지율 씨의 비서 겸 경호원입니다. 아이를 지키는 것도 제가 해야 하는 일이죠.”그제야 하지율은, 자신이 휴게실로 돌아온 직후 화야 씨가 어디론가 사라졌던 걸 떠올렸다.무슨 재밌는 구경을 하러 간 줄만 알았는데...하지율은 다시 고윤택에게로 시선을 돌려 단호하게 얘기했다.“윤택아, 왜 혼자 뛰쳐나간 거야? 네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걱정시키는지 알기나 해?”하지율이 고윤택을 단속하자, 임채아가 언제나처럼 중재하는 척 나섰다.“하지율 씨, 윤택이는 아직 어려요. 그렇게 심하게 말씀하실 필요는...”하지만 임채아는 끝까지 말하지도 못했다. 하지율이 싸늘하게 임채아의 말을 잘랐기 때문이다. “제 아이 교육은 제 일이에요. 임채아 씨가 낄 자리는 아니죠. 어디서 감히 끼어들어요?”임채아는 잠깐 멍해졌지만, 금세 속으로 환히 웃었다.사람들 많은 데서 임채아에게 화를 내는 하지율이라니.이 모습으로 하지율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여론을 돌리기 딱 좋았다.임채아는 금세 눈가를 붉히고, 서러운 표정을 지었다.“저는... 그저 윤택이가 원래 착한 아이니까, 갑자기 안 보인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뭘 잘못했는지 차근차근 이야기하면 알아들을 거예요. 이렇게...”하지율의 눈빛이 깊고 차갑게 가라앉았다.“말로 해서 될 일이면, 왜 몇 번이나 몰래 뛰쳐나가겠어요?”하지율은 눈시울을 붉힌 임채아를 흘끗 보고 전혀 굽히지 않고 쏘아붙였다.“그렇게 남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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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임채아 씨, 출구는 저쪽인데 왜 승마장 쪽으로 가시죠?”임채아가 고개를 홱 돌리니, 하지율이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앞은 승마장이에요. 비가 이렇게 퍼붓는데 거기에 말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설마 지금도 말 타러 가시려고요?”임채아의 숨이 턱 막혔다.그 광경을 본 손형서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온갖 수단이 넘쳐나는 손씨 가문에서 자란 손형서에세 있어서 임채아의 수법은 너무 유치했다.연정미 역시 어릴 때부터 여자들의 질투와 별별 수법을 겪어 왔다. 임채아의 이런 잔꾀는 눈에 차지도 않았다.두 사람은 그저 말없이 서 있었다.고윤택은 임채아를 변호해 주고 싶었지만, 하지율의 단호한 표정과 침묵하는 고지후를 보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그 순간 임채아는 마치 동물원 우리 안에서 구경거리가 된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마침내 고지후가 입을 열었다.“채아야, 돌아가고 싶으면 먼저 가. 옷부터 갈아입고, 차는 내가 보내줄게.”임채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굵은 눈물이 또르르 굴러떨어지며, 초라함이 얼굴 위로 번져갔다.“지후야...”그때 하지율이 다시 입을 열었다.“임채아 씨, 가신다면서요? 왜 안 가시는 거예요? 아니면... 출구를 모르세요?”하지율이 직원을 불렀다.“이분이 출구를 못 찾으시네요. 안내 부탁드려요.”직원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네. 탈의실로 모실까요?”임채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하나둘 부러져 나갔지만 아픔 따위 느껴지지 않았다.임채아는 시선을 내려 눈에 서린 감정을 숨겼다. 하지율을 없애 버리고 싶은 마음이 더 거세게 요동쳤다.임채아가 떠난 뒤에야 고윤택이 왜 몰래 빠져나갔는지 설명했다.“엄마가 준 부적을 실수로 떨어뜨렸어요. 바로 근처에 떨어진 줄 알고... 금방 주워 오려고 했다가...”고윤택이 손바닥을 펼쳤다. 젖어서 축축해진 부적 하나가 보였다.하지율이 잠깐 멈칫했다.“그 부적... 채아 이모한테 준 거 아니었니?”“빌려드린 거예요. 엄마가 주신 건데 막 주면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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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임채아는 화가 나서 치를 떨었다.“용화 씨는 지금 하지율 신뢰도 얻으셨잖아요. 더 늦기 전에 처리해 버리죠. 꼬리가 길면 밟히니까요.”주용화의 미간이 더 좁혀졌다.“채아야, 그건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야. 개미처럼 밟아 죽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쉬운 거였으면 내가 왜 굳이 하지율 씨 곁을 맴돌겠어.”“사고처럼 꾸미면 되잖아요!” 임채아가 다급히 덧붙였지만 주용화는 여유롭게 웃었다. “그래, 좋지.”그러나 임채아가 기뻐할 틈도 없이 말을 이었다.“사람은 내가 붙여 줄게. 어떻게 실행할지는 네가 정해. 그대로 밀고 가.”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린 임채아는 숨을 들이켜고 물었다.“용화 씨, 저 혼자선... 어려워요. 하지율은 교활해서 금방 들킬 수도 있어요.”임채아는 잠시 눈치를 보다가 덧붙였다. “용화 씨는 머리가 좋으시니까, 거기다 지금 하지율 씨 곁에 계시니 훨씬 수월하실 거예요.”주용화가 옆눈으로 힐끗 쳐다보았다. 임채아가 주용화의 손을 빌려 하지율을 죽이려고 한다는 그 속내를 모를 리 없었다.그래도 주용화는 굳이 캐묻지 않았다.“내 도움이 필요한 거면 내 방식대로 해.” 주용화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날이 서 있었다. “내 방식이 맘에 안 들면 내가 빌려주는 사람만 받고 네가 직접 진행해. 다만...”그가 묘하고 위험한 미소를 그렸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놓칠 수도 있어. 나는 지시받는 건 딱 질색이라.”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듯, 임채아의 분노는 삽시간에 식었다.“죄송해요. 아까는 제가 너무 흥분했어요. 의심하려던 건 아니고... 그냥 너무 화가 나서... 하지율이 절 너무 괴롭혀서...”주용화의 도움이 필요하니 주용화의 신경을 긁으면 안 된다.하지만... 방금 전, 주용화가 하지율에게 물과 수건을 챙겨 주던 장면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임채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주용화는 그 자리에 꼿꼿이 서서 태연하게 쳐다보았다. 임채아가 주용화를 찾아온 것을 들켜도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이었다.이런 사람을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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