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Bab 671 - Bab 680

819 Bab

제671화

유소린이 말했다.“육진 그룹이 조금 도와줬지만 역부족이었어. 일주일도 못 가서 다시 무너졌고. 고성 그룹은... 병주 선배 말로는 아직 움직임이 없대. 그래도 민성 그룹이 당장 끝장날 상황은 아니야. 민성 그룹 매출 대부분이 고성 그룹 계열사와의 프로젝트 때문이니까. 단보현이 고성 그룹까지 무너뜨리지 않는 이상, 민성 그룹을 완전히 파산시키긴 힘들지. 게다가 고성 그룹은 국내 기반이 탄탄해서, 단보현이 흔들기도 쉽지 않고.”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고지후가 인간으로선 꽝이지만, 회사 운영만큼은 제법이니까.아무것도 모르는 장하준과는 비교도 안 됐다.유소린이 또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맞다, 지율아. 며칠 전에 현성 대가님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냈더라. 임채아 음악회에 스페셜 게스트로 선다고.”하지율이 잠시 침묵했다.“제자를 위해서 정말 애를 많이 쓰시네.”유소린이 코웃음을 쳤다.“임채아가 달래는 걸 잘하잖아. 현성 대가 같은 분이 그동안 받아 준 제자들은 다 타고난 재능에 자존심도 셌고, 스승 앞에서도 굽힐 줄 모르지. 근데 임채아는 달라. 솔직히 재능만 놓고 보면 현성 대가님의 제자가 될 급은 아니잖아. 현성 대가님을 달래서 들어간 게 아니라면... 설마, 대가님 목숨이라도 구했을까?”유소린은 그냥 지레짐작으로 툭 뱉은 말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임채아는 고지후의 도움과 주용화의 설계를 덕분에 실제로 현성 대가를 위험에서 건져 냈다.목숨을 살린 정도까진 아니어도, 스스럼없이 몸을 던져 나선 태도에 현성 대가의 마음이 움직였다.현성 대가는 임채아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같은 시각, 공항.외국인 세 명이 도착하자마자 차를 타고 현성 대가의 숙소로 곧장 향했다.셋 모두 현성 대가의 제자다. 지금은 업계에서 유명해서 하이현과 견줘도 손색이 없었다.그들의 나이는 대충 서른다섯 정도로 보였다.차 안에서 현성 대가의 마지막 제자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드디어 막내 제자를 본다니, 기대되지 않아요?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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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외국인 여자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맞아, 까먹을 뻔했네요. 막내 제자가 Z국 사람이었지. 스승님이 제자로 들였을 정도면 실력은 분명 뛰어날 텐데. 드디어 Z국에도 강병주 빼고 내세울 인재가 생겼네요.”금발 남자가 말했다.“그러고 보니 요즘 Z국에서 꽤 뜨는 신예가 있다던데, 이름이 ... 하지율이었나? 영상 몇 개 봤는데 실력이 꽤 좋아. 그 친구까지 출전한다면, 올해 Z국 선수들이 무척 기대되는데.”세 사람은 지금 업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해, 보통은 멘토나 심사위원으로 초대받지. 선수로 나설 일은 없다.갈색 머리 남자가 어깨를 으쓱했다.“스승님 제자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잖아. 각자 자기 나라 대표로 나오는 경우도 많고. 사제끼리 무대에서 맞붙는 거, 그 자체로 재미있지.”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현성 대가의 숙소에 도착했다.임채아는 미리 도착해 스승을 모시고 있었다.세 사람이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몰라도 현성 대가가 호탕하게 웃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셋 다 잠시 멈칫해 서로 눈을 마주쳤다.늘 엄격하고 근엄한 스승이 이렇게까지 크게 웃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응접실에는 스승과 임채아 말고도 또 한 명의 제자가 있었다. R국 출신의 피아니스트인 이시카와 신이치. 서른 정도의 실력 있는 연주자다. 그는 둘의 대화를 미소로 지켜보며 은근히 호감 있는 시선으로 임채아를 쳐다보고 있었다.“스승님.” 외국인 여자가 먼저 인사하자, 현성 대가가 그제야 그들을 보고 웃으며 손짓했다.“왔구나. 너희 후배 제자도 여기 있으니 인사들 나눠라.”이시카와가 재빨리 일어나 꾸벅 인사했다.“선배님들, 안녕하세요.”이시카와는 몇 해 전에 입문한 터라 이들과 스쳐 지나가며 몇 번 보긴 했어도 친하진 않다.여자 제자, 레이나가 웃으며 말했다.“이시카와도 와 있었네.”“스승님이 S시에 오셨다고 하셔서요. 제가 Z국이랑도 가깝고, 마침 일정도 비어 있어 바로 날아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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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레이나는 이시카와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영상 속 실력은 포장을 덧씌운 거라는 말이야?”이시카와 신이치가 미소로 답했다.“맞습니다. 그녀의 실력은 온라인에서 과장된 거에 불과하죠.”그러자 존은 선뜻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세 사람은 공항에서 오는 내내 하지율 이야기를 해 왔다. 셋의 전공이 꼭 바이올린은 아니지만, 업계 정점에 선 음악가들답게 여러 악기에 능했고, 현성 대가의 제자 가운데서도 악기를 여러 개 연주할 수 있는 연주자는 드물지 않았다.하지율 역시 피아노 8급을 가볍게 통과할 정도의 기초는 있었고 결혼만 하지 않았다면 10급까지도 문제없었을 것이다. 레이나 일행도 바이올린에는 익숙했다. 그들이 지금의 자리에 선 건 실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이다. S시에 온 김에 수준 높은 바이올리니스트와 교류해 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레이나가 고개를 갸웃했다.“하지만 내가 본 그 영상들, 단순한 화제 몰이 같지는 않았는데.”존도 거들었다.“나도 하지율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어. 올릴 때마다 챙겨 봤는데, 아주 뛰어난 연주자던데.”이시카와가 곧장 받아쳤다.“영상 따위를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돼요. 요즘 기술이 어떤데요. 생중계도 현장에서 보정하는데, 편집 영상이 대수겠습니까? 사운드는 사전에 녹음해 덧씌우면 그만이죠. 더군다나...”이사키와는 잠시 말을 끊고, 입가에 비웃음을 띠었다.“그 하지율은 중졸 학력에다가 그 뒤로 5년은 전업주부로 살았어요. 5년 내내 활도 안 잡던 사람이 갑자기 그런 경지라니, 그게 가능하겠어요? 정말 그렇게 대단했다면 스승님께서 왜 제자로 들이지 않으셨겠어요?”레이나와 존은 동시에 현성 대가를 바라봤다.“스승님, 사실인가요?”현성 대가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그는 하지율의 무대를 본 적이 있다. 실력만 따지면 당연히 임채아보다 위였다. 하지만 현성 대가는 언제나 인성이 받쳐주지 못하면 재능도 무용지물이라고 믿어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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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아무리 권세가 대단하다고 해도 해외에서 나댈 수는 없으니까요.”그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임채아가 조심스레 말을 보탰다.“다른 건 참을 수 있지만... 선생님을 공경하지 않는 건... 전 정말 용납이 안 됩니다.”그러면서 지난번 대회장에서 하지율을 마주쳤을 때, 하지율이 현성 대가에게 눈곱만큼도 예의를 보이지 않았던 일을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곧이어 하지율에 대한 남은 호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레이나가 콧방귀를 뀌었다.“저런 인물이 무대에서 활개를 치다니, 음악가의 수치와 다름없어요.”존이 말했다.“Z국 쪽 초청, 수락했습니다. 아까 막내가 그러지 않았나요? 그 사람도 이번에 나온다고. 감히 스승님께 무례를 범했다니, 얼마나 기고만장한지 제 눈으로 봐야겠어요.”갈색 머리의 데이비드도 가세했다.“돌아가신 어머니까지 화젯거리로 끌어다 쓰다니, 버르장머리를 고쳐 놔야겠군.”사람들이 한껏 분개하는 사이, 임채아의 입꼬리는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미세하게 올라갔다.하지만 뒷말을 싫어하는 현성 대가가 손을 내저었다.“그만들 해. 다른 얘기나 하자고.”분위기가 겨우 바뀌려는 즈음, 데이비드가 문득 떠오른 듯 물었다.“선생님, 이번에 Z국에 오신 주요한 목적은 샤인을 찾는 거였잖아요. 혹시 찾으셨습니까?”샤인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임채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샤인? 그건... 바로 하지율이 아닌가?현성 대가가 하지율을 왜 찾지?임채아는 모르게 손끝에 힘을 주어 소매를 꽉 틀어쥐었다.현성 대가가 고개를 저었다.“아니.”레이나가 되물었다.“여긴 낯선 곳인데, 다른 사람한테 수소문 맡겨보지 그러셨어요.”“고지후에게 부탁했지만, 그 사람도 찾지 못했어.” 대가는 담담히 대답했다.막내 제자로 임채아를 들인 뒤, 그는 고지후에게 샤인 이야기를 흘린 적이 있었다. 고지후도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끝내 성과가 없었다. 고지후마저 못 찾는다면 더는 방법이 없었다.임채아가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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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점심. 현성 대가가 식사를 대접했고, 오후가 되자 모두 자리를 떴다.비행기로 열몇 시간을 날아온 레이나, 존, 데이비드는 시차에 적응해야 했기에 곧장 호텔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세 사람과 작별한 뒤 돌아가려던 임채아를, 이시카와 신이치가 불러 세웠다.“채아 씨,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이시카와는 온화하고 단정한 인상이었다. 얼굴만 놓고 보면 고지후, 주용화, 장하준 같은 이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집안이 탄탄했다.임채아는 기꺼이 그의 호의를 받기로 했다.임채아는 이시카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진작 눈치챘다.요즘 들어 임채아는 본인의 곁에 임채아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새삼 섬뜩하게 느껴졌다.고지후는 점점 차가워지고, 주용화는 도무지 통제가 안 된다. 장하준은 지금 단보현과 맞붙는 중이라 바빴다.반면 하지율의 주변에는 정기석, 강병주, 연씨 가문까지...이름만 들어도 쟁쟁했다.이제는 함우민까지 알게 모르게 하지율을 돕고 있다.임채아는 하지율이 그 남자들한테 여지를 주니까, 다들 그렇게 하지율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임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그럼 신세 좀 질게요, 이사키와 선배.”...그사이 하지율은 거침없이 결승까지 올라갔다.그 소식은 몇 차례나 실시간 검색어로 올랐다.온라인에는 칭찬이 넘쳤다. 하지율이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여신이라는 찬사가 줄을 이었다.유소린이 하지율의 계정을 공들여 운영한 덕에, 어느 플랫폼이든 팔로워 수는 이미 천만을 가뿐히 넘겼다.임채아도 한때 고지후와 장하준의 말에 힘입어 팬을 모았지만, 하지율의 팬들만큼 충성도가 높지 않았다.숫자는 많아 보여도, 실제로 돈을 내고 공연 티켓을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그날, 유소린이 들뜬 얼굴로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지율아, 오늘 콘서트 선예매 오픈했잖아. 5분 만에 매진됐대!"유소린은 흥분으로 목소리가 떨렸다.“이번 규모, 병주 선배 때보다 훨씬 클 것 같아! 정식 예매는 다음 주에 바로 열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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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하지율 쪽은 예매를 시작한 지 5분 만에 매진을 시켰다.거기에다 공식 예매는 언제부터냐고 묻는 댓글이 줄줄이 달려 대조가 더 또렷해졌다.결승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열광하는 걸까?임채아도 결승에 올라가 있었지만 두 사람의 처지는 너무 달랐다.임채아는 고지후 앞에서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율보다 못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싫었다. 먼저 장하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단씨 가문을 건드린 탓에 장현우가 장하준을 집에 가뒀다는 것만 듣고 전화를 끊고 말았다.현성 대가에게는 더는 부탁할 수 없었다. 그가 스페셜 게스트로 무대에 서주기로 한 것만도 큰 은혜다. 또다시 손을 벌리면, 스승에게 하지율보다 못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 된다.결국, 임채아는 주용화를 찾았다.의외로 주용화는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고, 게다가 좋은 수까지 내줬다.“홍보해서 사람들이 표를 사게 만드는 건 별로야, 차라리 내가 네 표를 다 살게. 네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서 이름을 떨치면 다들 네 공연을 보러 오려고 표를 구할 거야. 그때 다시 팔면 오히려 돈을 더 벌 수도 있겠어. 만약 그때가 되어서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면 내가 내 부하 직원들한테 표를 줄게. 친구나 부모님을 모시고 가면 적어도 공연장이 텅 비지는 않을 거잖아.”역시 주용화는 경영인으로서 기질이 남다른 데다 두뇌 회전도 빨랐다.임채아는 홍보만 떠올렸지 티켓을 먼저 사들인다는 발상은 못 했다.“다만...” 주용화가 말을 돌렸다.“현성 대가 효과로 업계 관심을 받았지만, 하지율을 이기려면, 결국 대회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필요해.”이를 악문 임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재능만큼은 하지율이 임채아보다 위라는 것을.그래도...임채아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이번에 스승님과 선배들이 특별 게스트로 온다. 그 점이 임채아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이번 대회는 본선에서 상위 10명을 뽑아 결승으로 올린다.뒤이은 국가 대항전까지 연결되기에,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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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사람들이 다들 주목했다. 그게 칭찬이든, 비난이든. 일단 화제성은 단단히 잡았다.하지율이 뜰수록 논란도 커졌다.물론 그런 논란은 하지율에게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곧 결승 당일이 됐다.강자끼리 초반에 맞붙어 2위와 3위가 먼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번 결승은 토너먼트가 아니라 점수 누적제도로 진행된다.결승에 오른 10명은 독주, 합주, 그리고 1:1 매치를 통해 점수를 받고 마지막에 누적된 점수로 등수를 가린다.체력도, 정신력도 크게 소모되는 방식이다.하지율이 결승에 오르자, 유소린과 차연지, 강병주, 정기석, 정시온까지 전부 현장에 와서 응원했다.객석은 이미 만석이었고 둘러보니 외국인도 적지 않았다.현성 대가도 특별 초청으로 직접 무대에 올라 간단히 몇 마디 했다.하지율과 임채아를 제외한 무대 위 참가자들은 대부분 흥분해서 온몸이 떨렸다.하지율은 담담했다.한때 하지율도 현성 대가를 우상으로 여겼다. 지금은 그에 대한 콩깍지가 벗겨졌지만 실력과 업적만큼은 존중한다. 이 분야에서 현성 대가의 위치가 의심의 여지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연설이 끝나자 사회자가 웃으며 물었다.“이번 대회에 출전한 대가님의 마지막 제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현성 대가는 능숙하게 말을 돌려 애매모호하게 대답했다.객석의 강병주는 표정을 굳혔다.“대회 시작 전에 마지막 제자를 운운하는 진행은 다른 선수들에겐 심리적 압박이야. 공정하지 않아.”유소린이 낮게 웃었다.“원래 세상에 완벽한 공정은 없어요. 대가님을 무대에 모신 것도, 임채아를 띄우려는 의도일 수 있죠.”강병주가 목소리를 낮췄다.“업계 친구 말로는, 결승의 특별 게스트 넷 중 셋이 현성 대가 제자래.”게스트는 당연히 급이 있는 인사들이다. 그런 급의 인사들은 거의 다 현성 대가와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그만큼 현성 대가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는다.유소린이 걱정스레 속삭였다.“그럼 혹시 지율이 발목 잡지는 않겠죠? 임채아를 봐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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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사회자가 대회 규정을 공지한 뒤, 결승 진출자 10명이 각자 제비를 뽑았다.같은 번호를 뽑은 선수가 오늘의 맞대결 상대다.하지율은 종이를 펼쳤다.1번.“1번 선수는 누구입니까?”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하지율이 한 걸음 나서며 번호표를 펼쳐 보였다.그런데 동시에 앞으로 나온 사람은... 임채아였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와!” 유소린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지율이 운 좋네. 첫날부터 임채아와 맞붙는다니. 아주 쉽게 이기겠는걸?”공식 경기장에서, 그것도 현성 대가와 전 세계 시청자들 앞에서 임채아를 압도한다면, 이보다 짜릿한 장면이 있을까.오늘 경기는 전체 생중계다. 생각만 해도 유소린은 피가 끓었다.그동안 임채아에게 당한 게 너무 많았다.진짜는 오래가고 가짜는 버티지 못한다. 임채아 같은 이를 제자로 들인 것만 봐도, 현성 대가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말해 주는 셈 아닌가....임채아를 바라보며 하지율이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리더니 이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그렸다.유소린과 같은 생각이었다. 결승 첫날부터 임채아를 만나다니, 행운이다.반면 임채아의 얼굴색은 좋지 않았다.임채아는 이미 한 번 하지율에게 졌다. 비록 공식 경기는 아니었지만, 임채아에게 그 패배는 평생의 치욕이었다.아무리 연씨 가문 막내딸이라고 해도, 하지율이 자신보다 나을 리 없다고 믿었다.하지율이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릴 권리가 없다고 생각했었다.이때 객석으로 돌아온 현성 대가가 레이나, 존, 데이비드, 이시카와 신이치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레이나가 속삭였다. “잘됐네요. 우리 막내가 저 인플루언서를 뽑다니! 이번에야말로 코를 납작하게 해 주겠네요.”존도 말했다. “우리는 막내의 진짜 실력을 확인하지 못했지. 이번에는 제대로 봐야겠어.”데이비드는 간단명료했다. “막내, 파이팅!”세 사람 모두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현성 대가의 제자로서 한국어는 그들의 공용어였다.이시카와 신이치는 무대 위 실루엣을 보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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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아름다운 선율이 하지율의 바이올린에서 흘러나왔다.이번에 하지율이 택한 곡은 ‘백월광’이 아니었다. 또 하나의 자작곡인 ‘달빛바다’였다.아름다운 음악이 살아있는 요정처럼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서늘하고 슬픈 백월광과 달리, 이 곡은 더 고요하고 부드럽다.사람들 눈앞에 한 폭의 그림이 펴졌다.잔잔한 바다 위로 막 떠오른 맑은 초승달.파도 소리는 팽팽했던 마음을 풀어 주고, 가느다란 물결이 흔들릴 때마다 달빛의 그림자도 함께 일렁인다.이 거대한 자연 앞에 서면, 그간의 고뇌과 걱정이 모두 사라지는 듯했다.하지율의 음색에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모두가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연주를 하는 하지율의 기운도 평소와는 달랐다.지금 이 순간 하지율은, 저 멀리 높게 떠서 닿지 않는 달처럼 온몸에서 은은한 광채가 번졌다. 사람들은 그런 하지율에게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이 순간 관객의 눈에는 오로지 하지율만 존재했다.강병주는 평소 하지율과 함께 연습을 자주 했기에 ‘달빛바다’를 알고 있었다.요즘 하지율은 연습 시간을 늘려 실력을 예전의 70~80%까지 끌어올렸다.하지만 그 70~80%조차 지금의 강병주보다 강했다.강병주는 무대를 오래 바라보다가 감탄을 삼켰다. “지율이는 정말 타고났지.”처음엔 하지율이 망신당하길 기다리던 레이나, 존, 데이비도 시간이 흐를수록 표정이 달라졌다. 그들은 놀라서 표정이 굳었다가 이내 그 선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현성 대가만이 무대 위의 그녀를 응시한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한 곡이 끝나자, 공연장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누군가 먼저 박수를 터뜨렸고, 곧 천둥 같은 갈채가 공연장을 흔들었다.사람들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이렇게 끝이라고? 아직 모자란 것 같은데.”“제목이 뭐지? 처음 듣는데?”“나도 몰라. 혹시 아는 사람 있어?”사람들이 수군거렸지만 곡명을 아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이렇게 좋은 곡을 아무도 모른다니, 신기하네.”“그러니까 말이야. 그동안 하지율 실력이 과대포장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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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이 규정이 발표되자마자 대중의 뜨거운 논쟁과 호평이 쏟아졌다.인기투표가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면 다른 참가자들에게 불공평해지고, 돈 주고 투표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그렇다고 보여 주기용으로만 하고 실질적인 보상이 없으면, 애초에 투표를 할 이유가 없었다.그래서 주최 측이 절묘한 타협안을 내놨다.하지율이 연주를 끝내고 소감을 말하기도 전에 하지율의 투표수가 샘솟듯 치솟으며 투표 창마저 버벅거렸다.동시에 라이브 시청자 수도 순식간에 폭증해, 열기가 이어졌다.아무래도 외모지상주의 시대에서 이렇게 예쁘고 기품 있는 사람을 마다할 사람은 없었다.화면도 잘 받아서 요즘 흔한 인플루언서 형 미인들과는 결이 달랐다.백스테이지 운영실에서 책임자가 모니터를 보면서 흥분해 말이 꼬였다.“감독님, 터졌습니다, 터졌어요!”감독의 이름은 소인준으로, 항상 별로인 프로그램 연출이나 떠맡아 왔었다. 게다가 성격은 올곧고 조작을 싫어하기에 융통성이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다.그래서 대형 인기 프로그램은커녕, 변변한 방송 섭외도 잘 받지 못했다.겉으로는 공정해 보이는 각종 오디션, 경연조차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었으니까 말이다.소인준은 조작을 싫어했고 그 대가로 쉰이 넘도록 경력과 인지도가 제자리에 묶여 있었다.이번 대회는 곧 해외 강자들과 맞붙어야 했다.돈 받고 선수들을 내보냈다간 국제무대에서 망신만 한다.국내 대회에서 돈을 받고 선수를 움직일 수 있어도, 해외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몇 년 전, Z국 대표단 선수들의 성적이 바닥을 쳤던 것도, 국내 대회에서 거래가 오갔기 때문이었다.주최 측부터 심사위원, 선수까지 모두 짜고 친 판이었다.그래서 돈만 내면 결승까지 직행으로 보내준다고 하기도 했었다.그때는 탈락제였기 때문에 돈을 내지 않은 선수들은 그대로 탈락시켜 버렸다.그런 더러운 수작은 5년 동안이나 계속되다가 결국 발각되어 엄격한 조사를 받았다.관련된 인원은 모두 처벌을 받았다.그다음부터 사람들은 그 대회에 실망했고 실력있는 선수들도 참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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