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택이 예전의 기억을 되짚었다.예전에 고지후가 임채아의 소원을 들어준다며, 하지율에게 해주기로 했던 결혼식을 임채아에게 넘겨준 적이 있었다. 임채아가 고윤택의 손을 잡고 예식장 입장을 할 때, 몇몇이 임채아를 고윤택의 엄마로 착각했고, 그 일로 하지율이 크게 화가 났다.그래서 고윤택의 작은 머릿속에는 이런 오해는 엄마를 화나게 한다는 생각이 박혀 있었다.그런데 방금 전 다른 사람이 엄마로 오해받았을 때, 하지율은 그다지 화내지 않았다.고윤택은 요즘 승마에 푹 빠져 있었다.이런 명문가 아이들이라면 네다섯 살부터 승마 수업을 시작하는 게 보통이지만, 고윤택은 그동안 몸이 좋지 않아 격한 운동을 미뤄왔다.안에 들어가자, 하지율, 임채아, 연정미, 손형서는 여자 탈의실로, 고지후, 고윤택, 함우민, 그리고 주용화는 함께 남자 탈의실로 향했다.남자들은 모두 수려하고 여자들은 모두 아름다우니 줄지어 서 있기만 해도 시선이 절로 붙들렸다.옷을 갈아입은 지 얼마 안 돼, 하지율의 핸드폰이 울렸다.전화를 건 것은 강병주였다. 하지율은 한쪽 구석 조용한 곳을 찾아 전화를 받았다.남자 탈의실.주용화가 승마복으로 갈아입고 나왔을 때, 문 앞에 고지후가 홀로 서 있었다.함우민과 고윤택은 이미 먼저 나가 있었다.주용화는 고지후를 한 번 훑어보고 곧바로 알아챘다. ‘일부러 기다린 거구나.’“고지후 씨, 저한테 볼일 있으세요?”검은 눈동자가 주용화를 훑었다. 마치 상대를 탐색하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값을 불러요.”주용화가 가볍게 웃었다.“제가 값을 부르면, 감당은 가능하시고요?”고지후가 미간을 좁혔다.주용화가 바보처럼 모르는 척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감당 못 할 건 없어요. 줄 마음이 없을 뿐이지.”“그럼 먼저 조건부터요.” 주용화가 눈썹을 까딱였다.“원하시는 걸 듣고 가격을 매겨야죠.”고지후의 시선에 차가운 비웃음이 스쳤다.“하지율 곁을 떠나요. 돈이든, 집이든, 차든 원하는 대로 줄 테니까.”“제가 200억을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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