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81 - Chapter 90

150 Chapters

제81화

하지율은 어쩔 수 없이 다시 고지후에게 전화를 걸었다.뚜두, 뚜두...오랫동안 통화 연결음이 울렸으나 응답이 없자 자동으로 끊어졌다.두 프런트 직원은 경멸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마치 더러운 물건을 취급하듯 혐오감을 드러냈다.그중 한 직원은 하지율의 아름다운 얼굴에 질투심이 생겼는지 신랄하게 비웃었다.“웃기지 않아? 자기가 사모님이래. 우리 대표님은 전화도 받지 않는데 누굴 속이려고.”“개나 소나 다 대표님을 만나려 드네. 하여튼 저런 여자들이 문제라니까?”“예쁜 얼굴 하나 믿고 대표님을 꼬시려는 요망한 X은 많이 봤는데 이렇게 뻔뻔하게 사모님 행세하는 건 처음이네.”앞담화를 하는 두 직원의 목소리는 하지율이 듣기 딱 좋을 정도였고 경멸감을 숨김없이 드러냈다.하지율은 생각지도 못했다. 고지후와 결혼한 지 5년이나 됐는데 이런 체면조차 세울 수 없다는 것을.하지율이 물었다.“지금 회사에 계신가요?”프런트 직원은 딱딱하게 대답했다.“죄송합니다. 회사 규정상 대표님의 일정은 외부인에게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그러자 다른 직원이 비꼬는 듯 웃으며 말했다.“사모님이라면서요? 자기 남편이 회사에 있는지도 모르시나요?”하지율은 두 직원의 경박한 조롱 어린 얼굴을 보고 태연하게 로비 중앙에 있는 소파로 걸어갔다.두 직원은 이미 하지율을 고지후에게 매달리는 여자로 여기고 있었고 그녀가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더욱 불친절한 태도로 대했다.“이봐요. 대표님은 당신 같은 인간과 놀아줄 시간이 없으니까 얼른 나가요.”“이건 민폐예요. 부끄럽지도 않아요?”“계속 이러면 경비 부를 거예요.”“당장 나가요.”하지율은 두 직원을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도 업무 규정이 있는 것이니 굳이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직업 윤리를 벗어난 게 틀림없었고 개인적인 감정을 분출하고 있었다.두 직원의 과잉 반응을 보며 하지율은 마음속으로 비웃었다.‘고지후가 이렇게 매력 있는 사람이었어? 다들 쩔쩔매네.’조용히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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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한 직원이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손님, 죄송합니다. 말이 너무 심했던 것 같네요. 영상을 지워주신다면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았던 다른 직원도 급히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잠깐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회사 규정상 출입은 안 되지만 로비에서 기다리실 수는 있어요.”소란은 피우러 온 게 아니었기에 하지율은 그들이 사과하자 핸드폰을 내려놓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간이 흘러 어느새 창밖에는 어둠이 드리웠다.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자리를 비우는 사이에 고지후가 나타날까 봐 차마 어딜 가지도 못했다.하염없이 기다리던 그때, 둔탁한 발소리가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고개를 들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장하준이다.장하준은 그녀가 혼자 로비 소파에 앉아 있는 걸 보고 물었다.“이 여자 뭐야?”두 프런트 직원은 장하준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들은 하지율에게 여전히 원망의 감정이 남아 있었지만 노골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대표님을 만나러 오신 분인데 회사 규정상 예약 없이는 들어가실 수 없어서...”다른 직원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사모님이라고 하셨어요. 그러기엔 대표님이 전화조차 받지 않더라고요.”장하준은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으며 입가에 악의적인 미소를 띠고 하지율 앞으로 걸어갔다.“어머, 이게 누구야? 하지율? 아니다, 내가 말을 잘못했네.”장하준은 일부러 말을 고쳤다.“사모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고귀한 신분을 가진 사모님이 왜 로비에 앉아 있을까?”하지율은 장하준의 추악하고 악독한 얼굴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말을 아낄수록 장하준은 더욱 건방지게 행동했다.“하지율,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 지후 이제 그만 괴롭히라고. 꼭 이렇게 온갖 모욕을 받아야 속이 후련하니? 참...”장하준은 한껏 오바하며 말을 이었다.“부끄럽지도 않아? 낯 뜨겁지?”하지율은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유소린. 당신이 한 짓이야?”장하준은 여러 번 그녀와 유소린 앞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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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방금 회의를 마치고 나온 고지후는 핸드폰에 찍힌 부재중 전화를 보며 눈빛이 어두워졌다.이때 장하준이 기세등등하게 말했다.“봐봐, 내 말 맞지? 며칠 내버려두면 결국 제 발로 걸어온다니까?”“계속 무시해 봐. 그러면 꼬리 내리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거야.”...30분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장하준과 고지후가 앞뒤로 걸어 나왔다.이를 본 하지율이 재빨리 일어섰다.“지후 씨...”그러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장하준이 끼어들었다.“지후야, 얼른 가자. 채아가 많이 안 좋은 것 같아. 빨리 가봐야 해.”처음부터 하지율을 무시할 생각이었던 고지후는 장하준의 말을 듣고선 아예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옆을 스쳐 지나갔다.그러자 하지율이 고지후 앞을 막아섰다.“1분만...”장하준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버럭했다.“하지율, 아무리 남자에 환장했어도 이런 상황에서 지후를 붙잡으면 안 되지. 채아가 위험한 걸 뻔히 알면서 가로막아? 채아를 죽이려는 거야? 너 정말 최악이다.”하지율은 담담하게 반박했다.“아까 날 조롱할 때는 여유로워 보이더니 왜 갑자기 이렇게 서둘러?”장하준은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시간 끌지 마. 채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지후가 제일 먼저 널 가만두지 않을걸?”하지율이 피식 웃었다.“재밌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사람 죽였다는 누명을 쓰는 셈이네? 내가 무슨 초능력이라도 있나 봐. 원격으로 사람을 죽이고.”“너...”고지후가 불쾌함을 드러내며 두 사람의 말을 끊었다.“그만해.”그는 장하준을 보고 말했다.“채아 어디 있는지 알지? 바로 가자.”하지율이 미간을 찌푸렸다.“지후 씨...”돌아오는 건 고지후의 싸늘함 뿐이었다.“하지율, 만약 채아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정말로 이 일은 네 탓으로 돌릴 수도 있어.”힘이 풀린 하지율은 그대로 주저앉았고 고지후는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장하준은 경멸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흘겨보고는 마치 자기가 이겼다는 듯 위세 등등한 기세로 떠났다.지금 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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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아무 준비 없이 혼자 협상하러 올 하지율이 아니다.대뜸 걸음을 멈춘 그녀는 남자의 당당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유소린을 풀어준다면 어머님의 약을 구해줄게.”그 말을 들은 고지후는 자리에 얼어붙더니 급히 돌아서며 차가운 눈빛으로 하지율을 응시했다.“약을 구할 수 있었던 거네?”하지율은 고지후의 태도를 개의치 않았다.“지후 씨는 평소에도 효자로 알려진 사람이잖아. 엄마가 두통에 시달리는데 가만히 지켜볼 건 아니지?”“하지율, 제법인데? 이제는 조건을 거는 게 능숙하네?”“모든 일에는 규칙과 절차가 있기 마련이지. 지후 씨도 소린이가 내 친구인 걸 알면서 풀어주지 않았잖아?”“다 지후 씨를 보면서 배운 거야. 뭐 문제 있어?”사람은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날아오는 주먹이 자신에게 닿기 전엔 절대 아프다는 걸 모른다.임채아를 위해 그녀를 벼랑 끝으로 내몰며 수많은 난처한 상황에 빠뜨렸을 땐 하지율의 심정을 생각해 본 적이라도 있을까?고작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그저 우스웠다.임채아는 늘 고지후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걸 즐겼다.이제 하지율이 돌려줄 차례가 왔다. 과연 그는 부모님의 건강과 가슴 아린 첫사랑 둘 중에 누굴 택할까?고지후는 말없이 오랫동안 그녀를 바라봤고 하지율은 당당하게 그의 시선을 마주치며 눈을 피하지 않았다.한참 후 고지후는 시선을 돌리며 강한 실망을 드러냈다.물론 하지율도 그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였기에 어떤 생각을 하든 전혀 상관없었고 더 이상 설명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좋아.”고지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약을 가져오면 유소린을 풀어줄게.”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다음날, 하지율은 아침 일찍 한 한의원을 찾았다.한의원은 좁은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었고 간판도 빛바랜 낡은 모습이었다.한의원에 들어서자 진한 한약 냄새가 코를 찌르는 동시에 백발 성성한 노인이 돋보기를 끼고 손에 든 약재를 맡아보며 노트에 뭔가를 기록하는 걸 목격했다.하지율은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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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단종건은 그 말을 듣고 얼굴에 자랑스러운 기색이 스쳤지만 괜스레 툴툴거렸다.“아부한다고 내가 치료해 주는 줄 착각하지 말거라.”하지율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어르신, 어떻게 하면 될까요?”단종건은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고집이 세구나. 그럼 여기서 잡일부터 하면서 기다려. 만족할 때쯤 되면 진찰해 주마. 어때?”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수락하는 하지율을 보며 단종건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처음에는 아픈 사람이 하지율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얼굴에 홍조가 돌고 특별한 증상도 없어 부잣집 아가씨가 심심풀이로 병을 찾는구나 생각했다.없는 병도 찾으려는 부잣집 아가씨들을 그동안 수없이 많이 봐왔기에 하지율을 힘들게 해보려는 마음으로 온갖 고되고 힘든 일을 그녀에게 시켰다.약초를 잘못 골라오면 욕을 마구 퍼부었고 심지어 몇 번은 울리기까지 했다.하지만 다음날이면 여전히 정시에 한의원을 찾아왔다.그렇게 반년이 지난 후, 단종건은 성실하고 올바른 그녀의 모습에 감동받아 진찰해 주기로 마음먹었다.그제야 그는 하지율이 자신의 시어머니를 위해 약을 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요즘 같은 시대에 효심 깊은 젊은이가 흔치 않기에 하지율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는 하지율이 고성 그룹 대표인 고지후의 아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렇게 단종건은 2년 동안 하지율의 시어머니에게 약을 지어주었다.수십 년 묵은 고질병인 만큼 완치에는 시간이 필요했고 꾸준히 약을 먹은 덕분에 1년 반 정도만 더 복용하면 두통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었다.그러나 최근 들어 고지후와 임채아의 행보가 너무 눈에 띄어 평소 뉴스를 잘 보지 않는 단종건조차 소문을 듣게 되었다.게다가 2년 동안 하지율만 왔지 고지후는 단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기에 단종건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더 이상 약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네가 성실히 도와준 정을 생각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와주마.”단종건은 돋보기를 벗으며 콧방뀌를 뀌었다.“하지만 네 남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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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하지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단종건이 입만 열면 모든 게 쉽게 풀린다.그는 말을 독하게 해도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당시 고윤택을 조산하면서 몸이 약해진 걸 알고는 그녀에게 많은 보양 방법도 알려주었다.“어르신, 말씀하세요.”단종건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전에 바이올린 연주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내 환자 중에는 많은 독거노인들이 있는데 아주 외로워해. 그래서 고령자들을 위한 감사 행사를 열고 싶은데 네가 거기서 공연하면 약을 주지. 어때?”하지율은 망설임 없이 바로 동의했다.“문제없어요.”그녀가 덧붙였다.“어르신, 제 선배도 불러서 함께 공연해도 될까요?”단종건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의 표정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마치 그녀가 말하는 것이 진실인지 확인하려는 듯했다.“정말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 공연을 해주고 싶은 거야?”하지율은 웃으며 말했다.“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저와 선배는 자주 보육원과 복지시설에서 봉사 공연을 했어요. 저희에겐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단종건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자. 나중에 조건이 열악하다고 갑자기 마음을 바꾸면 안 돼.”“어르신, 안심하세요. 한번 약속한 일은 절대 번복하지 않아요. 어르신께선 언제 어디에서 공연을 준비하실 계획이세요?”단종건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시간은 이번 달 말로 정했고 장소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 결정되면 알려줄게.”하지율은 장소에 대해 별다른 요구가 없었기 때문에 동의했다.단종건은 약을 그녀의 손에 건네며 재차 확인했다.“이 약을 받고 나면 절대 되돌릴 수 없어. 그날 비가 쏟아져도 공연에 참석해야 해.”하지율은 진지하게 말했다. “어르신, 안심하세요. 반드시 갈게요.”단종건은 그제야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래, 별일 없으면 얼른 가봐. 약재 고르는 데 방해하지 말고.”하지율은 단종건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서 떠났다.하지율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단종건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돌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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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고씨 집안 그 자식이 겉은 반반해도 여자 마음 저버리고 바람이나 피우는 물건이었어. 허, 단씨 가문이 지켜주는 한 아무도 그 아이를 괴롭힐 수 없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지.”...하지율은 약을 받은 즉시 고지후를 찾아갔다.“약 이미 줬으니까 소린이 풀어줄 수 있지?”고지후는 손에 든 하찮은 약병을 살펴보며 의심스러워했다.“이 약이 진짜인 건 확실해?”하지율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그녀가 무엇을 하든 남자는 그녀에 대해 항상 무조건적인 의심을 품고 있었다.반면 임채아가 아무리 악행을 저질러도 그는 무조건 신뢰했다.“당연히 진짜지.” 하지율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믿지 못하겠으면 어머님께 갖고 가서 보여드려. 2년 동안 먹은 약이니 진짜인지 가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거야.”고지후는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그럼 우선 나랑 같이 본가로 돌아가.”하지율은 믿지 않는 고지후의 모습에도 달리 속상한 감정이 들지 않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래.”...고씨 가문의 본가.최혜은은 분노에 찬 얼굴로 테이블을 무겁게 내리쳤다.“뭐? 하지율이 오랫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널 내버려둔 것도 모자라 다른 집 아이를 챙기러 가?”고개를 끄덕인 고윤택은 그날의 장면이 떠오르자 여전히 서글픔을 느끼며 목소리에도 울음기가 섞였다.“엄마한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 그 나쁜 아이를 선택했어요. 그 나쁜 아이 아빠 말로는 엄마가 나를 돌보는 건 돈을 못 받지만 그 아이를 챙겨주면 돈을 번대요. 걔 이름이 정시온인데 매일 나한테 와서 엄마가 잘해준다고 자랑해요. 매일 학교에 데려다주고 매일 다른 디저트를 만들어주면서 맛있는 걸 챙겨준대요.”최혜은은 속으로 하지율을 욕하면서 고윤택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 이렇게 달랬다.“그 나쁜 애 말은 믿지 마. 거짓말이야.”“아니요. 전부 사실이에요.”고윤택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엄마가 해준 하루 세 끼 식사를 모두 사진으로 찍어서 매일 나한테 보내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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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하지율은 뜻밖에도 고윤택을 보았다.그녀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고윤택은 머리를 옆으로 돌리며 힘차게 콧방귀를 뀌었고 예쁜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웠다.무시할 거니까 알아서 다가와 자기를 달래라는 모습이었다.하지율은 무심하게 시선을 돌렸다.쾅!최혜은이 갑자기 상을 내리치자 테이블 위의 다기와 찻잔이 진동으로 인해 맑은 소리를 냈다.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소리쳤다.“하지율,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하지율은 미간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과거엔 고씨 가문과 고지후에 대해 콩깍지가 씌고 최혜은에게 자주 무례하게 비하당하다 보니 어느새 자신도 고씨 가문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최혜은은 더더욱 고고하게 느껴지고 범접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콩깍지가 벗겨지고 보니 과거 화려하고 우아해 보였던 최혜은도 이제 그저 그런 존재일 뿐이었다.고지후는 하지율을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엄마, 무슨 일이에요?”“잘난 네 아내한테 물어봐!”최혜은은 화가 잔뜩 난 채 고윤택의 소매를 말아 올렸다.“네 아내가 다른 아이를 부추겨서 제 자식을 괴롭혔어. 그러고도 엄마야? 지후야, 분명히 말하는데 오늘 윤택이가 하지율을 용서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고씨 가문의 문턱도 넘을 수 없을 거야!”최혜은이 뒤를 받쳐주자 고윤택이 작은 턱을 높이 치켜올리며 교만한 모습을 보였다.엄마는 할머니를 가장 두려워하고 할머니의 말을 가장 잘 듣는다.나중에 엄마가 와서 사과하더라도 그는 절대 쉽게 엄마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참, 엄마는 채아 이모에게도 사과해야지.’고지후는 고윤택의 팔에 있는 멍을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도대체 무슨 일인데요?”옆에 있던 고윤영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윤택이 말로는 유치원에 정시온이라는 아이가 매일 괴롭힌대. 팔에 있는 이 상처들도 모두 그 애가 한 거래. 그리고...”고윤영은 하지율을 한 번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윤택이가 말하길 하지율 씨가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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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고지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 “하지율, 먼저 이 사진들 보고 나서 말해.”하지율은 시선을 내려 사진을 한 번 살펴보며 말했다. “맞아, 이건 내가 시온이를 위해 만든 거야.”“그럼 걔가 윤택이를 괴롭힌 건 어떻게 된 거야?”하지율은 눈썹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이 사진들은 시온이가 윤택이를 괴롭힌 것과 아무 관련이 없지 않나?”고지후는 차별하는 하지율의 말에 순식간에 눈빛이 싸늘해졌다.“그럼 윤택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야?”“누가 거짓말을 하는지는 조사하면 알겠지.”하지율의 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고지후는 원래도 정시온 부자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하지율의 ‘공정하고 공평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지율, 설마 지금 네 친아들조차 안 믿는 거야?”“그런 거 아니야.”고지후가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믿는 것도 아니잖아?”하지율은 차분하게 말했다.“윤택이는 아직 어려서 정확한 인지능력이 없어. 아이의 일방적인 말을 쉽게 믿어서는 안 돼.”고지후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그는 하지율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며 분명하게 말했다.“어린애가 아니라 네 친아들이야.”하지율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는 당신도 내 남편인데 날 믿은 적 있어?”고지후가 멈칫하며 무의식적으로 말을 꺼내려 하자 하지율이 차분히 말을 끊었다.“난 안 믿는다고 한 적 없어. 단지 제대로 알아보자는 거지. 게다가 임채아 씨가 계단에서 떨어졌을 때도 윤택이는 단호하게 내가 밀었다고 했어. 그런데 결과가 나왔을 때 다들 봤잖아. 내가 애 말을 의심하는 게 뭐 잘못됐어?”고지후는 할 말을 잃었고 고윤택조차 더 이상 당당하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최혜은은 그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고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하지율, 네가 돈을 벌든 말든 상관없으니까 지금 당장 그만둬! 듣기론 정시온이라는 망할 애는 엄마도 없다던데...”최혜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지율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어머니, 시온이는 망할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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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고지후는 하지율이 다친 것을 보고 눈동자가 움츠러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그만 얘기하세요.”최혜은은 진정하는 대신 오히려 더 화를 내며 말했다.“지후야, 이런 상황에서도 얘 편을 드는 거야? 날 협박한 것도 모자라 이젠 윤택이도 얘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데? 집에서 내조하고 아이나 돌봐야 하는 애가 지금 아무것도 제대로 하는 게 없는데 옆에 둬서 뭐 하겠어?”고윤영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서둘러 중재자처럼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저... 하지율 씨, 오늘 일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요. 윤택이랑 관련된 일이라 어른들은 뭐가 됐든 상관이 없지만 아이가 억울한 일을 당해서는 안 되잖아요.”곧이어 그녀는 최혜은에게 눈치를 줬다.“엄마도 진정해. 윤택이도 있는데 애 놀라게 하지 마. 이번 일은 하지율 씨한테 사과받고 그냥 넘겨. 지금은 윤택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해.”최혜은은 여전히 화가 가시지 않았지만 고윤택과 고지후를 생각하며 억지로 화를 억눌렀다.기분이 좋지 않은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윤영이가 네 편을 들어준 걸 생각해서 사과만 하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갈게.”하지율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뒤늦게 통증을 느꼈다.그녀는 자비를 베풀어주는 듯한 최혜은의 표정을 바라보더니 문득 입꼬리를 비틀며 웃었다.“왜 지후 씨가 툭하면 사과하라고 시키는가 했더니, 집안 내력이었네요.”평소였다면 하지율이 감지덕지했겠지만 오늘은 오히려 조롱까지 했다.최혜은은 겨우 억누른 분노가 갑자기 다시 타올랐다.아이를 위해서 참고 넘어가려고 했더니 하지율이 주제도 모르고 그녀와 맞서고 있다.최혜은은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소리쳤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 당장 무릎 꿇지 못해?”하지율은 차갑게 최혜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늘과 땅에 빌고 부모님 앞이라면 무릎도 꿇겠지만 어머님은 뭔데요? 나를 낳아주지도, 키워주지도 않는데 어머님이 뭐라고 제가 말을 들어야 하죠? 그쪽 같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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