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861 - Chapter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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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단종건이 정시온의 속내를 못 알아볼 리 없었다.단종건은 가볍게 웃으며 정시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걱정하지 마라. 지율이랑 강병주는 가족 같은 사이야. 네 아빠의 경쟁 상대로는 안 될 거다. 지금 네가 신경 쓸 사람은 강병주가 아니라, 지율이의 전남편이지.”몇 사람이 웃으며 한담을 이어 갔다.의외인 건, 늘 밝고 수다스러웠던 화야가 유난히 말이 없었다는 점이었다.화야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정기석도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오늘은 하지율의 음악회라 무대 위의 하지율이 너무 눈부셔 다른 데 마음을 쓸 겨를이 없었다.하지율은 짙은 와인빛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본래도 고운 얼굴에 디테일한 손길이 더해져, 숨 막힐 만큼 빛났다.‘여름밤의 별’을 손에 들고, 우아한 자태로 연주를 하자 그 사람에게 성스러운 광채가 입혀진 듯했다.그야말로 반짝이는 별, 그 자체라 시선을 뗄 수 없었다.객석의 고지후는 낯익으면서도 낯선 이 여인을 바라보았다.바로 그 순간, 고지후는 고윤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율은 원래부터 무대가 어울리는 사람이었다.그런 사람을 돌아오라고 하는 건 하지율의 재능을 짓밟는 짓이었다.고지후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앞으로는 하지율의 일을 전력으로 도와주겠다고 말이다.하지율이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하지율은 자신의 자작곡도 몇 곡 더 들려주었다.그 곡들이 모두 하지율 작곡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객석은 더 큰 놀라움으로 술렁였다.“왜 그렇게 듣기 좋은가 했는데, 역시 전부 하지율 자작곡이래!”“연주만 하는 게 아니라 작곡도 한다고? 믿기지 않네.”“이 정도면 연소영이 맞는 거지, 뭐!”“올해 국제 대회에서 약점이던 창작 부분도 채워졌네. 이러다 우승도 가능한 거 아니야?”“가능이 아니라, 우승 확정이지!”하지율이 의상 교체를 위해 퇴장하자, 특별 게스트인 심다희가 무대에 올랐다.심다희를 보자 손형서는 더욱 놀랐다.“심다희가 어떻게 하지율 음악회에? 업계에선 도도하기로 유명해서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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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임채아는 이제 바이올린을 켤 수 없고, 세상 모든 이에게 버림받은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하지율은 저렇게 조명 아래 무대에 서 있다. 그러니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주변 사람들은 하지율을 찬양할 뿐만 아니라, 끝내 임채아와 비교까지 보탰다.“이제 현성 대가는 정말 속이 타들어 가겠네? 안목이 흐려져서 임채아를 마지막 제자로 들였다가, 자칫 자기 커리어까지 말아먹을 뻔했잖아.”“근데 현성 대가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런 천재 하지율을 두고, 거짓말투성이인 임채아를 받다니?”“어쩌면 현성 대가도 임채아와 같은 부류일지 몰라. 밑에 해리만 봐도 감이 오잖아.”“들었어? 하지율이 고지후 전처래. 그렇게 예쁘고 재능 있는 사람을 두고, 임채아랑은 얽히다니... 눈이 삔 거 아니야?”“몰라도 한참 모르네. 원래 똥에 똥파리가 꼬이는 법이잖아.”“저런 사기꾼 때문에 하지율하고 이혼했다니. 고지후는 지금 머리 꽤 쥐어뜯고 있을걸?”임채아는 아랫입술을 악물었다. 당장 무대로 뛰쳐나가 하지율을 없애 버리고 싶었다.손은 망가졌고, 세상은 임채아에게서 등을 돌렸다. 임채아의 마음은 점점 뒤틀려 갔다.임채아는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잘 되는 것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손형서 쪽 사람들이 임채아를 끌고 갈 때 이상함을 느끼고 장하준에게 미리 신호를 보내 구출 받았다는 것이다.그래서 얼굴까지 망가지는 참사는 면했다.임채아의 증오는 사방으로 번졌다. 하지율도 밉고, 고지후도 밉고, 현성 대가도 밉고, 세상 전부가 미웠다.그 가운데서도, 가장 증오하는 건 손형서였다.손형서 같은 금수저 앞에서 임채아는 그저 몰래 더러운 수를 쓸 수밖에 없다.하지만 손형서는 아무렇지 않게 임채아를 밟을 수 있다.손형서가 먼저 임채아를 망가뜨렸으니 임채아도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하지율은... 손형서를 처리하고 나서 천천히 처리할 예정이다.그렇게 마음을 먹은 임채아는 손에 쥔 작은 병을 내려다봤다.병에는 고농도 황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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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차연지가 말했다.“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까지 했는데, 의외로 아무 일도 없었네요.”그렇게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무가 클수록 바람 잘 날이 없다. 하지율 주변에는 별별 인간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니, 작은 사고 하나쯤 터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다 같이 비상 대응 시나리오를 세워 두었기에, 정작 사고가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놀라웠을 뿐이다.유소린이 말했다.“연주회가 무사히 끝나긴 했어도 아직 방심은 일러요. 우리가 긴장을 푼 그때가, 오히려 상대가 달려드는 순간일 수도 있어요.”강병주와 차연지 등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율이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벌써 늦었네요. 조금 있으면 뒤풀이도 시작하니까 먼저 갈게요. 정기석 씨랑 다른 분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되잖아요.”유소린이 맞장구쳤다.“그래, 얼른 가자.”...한편, 공연을 다 본 손형서와 연정미는 이야기를 나누며 출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손형서가 말했다.“네 이복동생, 확실히 대단하네. 이번 공연을 계기로 몸값이 더 비싸지겠어. 그 정도면 우리 세계에서도 당당히 자리할 만하지.”그리고 잠깐 말을 입을 다물더니 다시 덧붙였다.“아까 검색해 보니까 또 실검이더라. 사람들이 하지율이 연소영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어. 각국 참가자들도 하지율을 주목하고 있고.”연정미는 담담하게 손형서의 말을 들었다.애초에 이번 대회의 목적은 하지율이 연정미를 이기도록 하는 것이다.사소한 소문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연정미가 웃었다.“좋은 일이야. 연씨 가문에 또 한 명의 뛰어난 딸이 생긴 셈이지.”손형서는 더 묻지 않았다.홀 밖으로 나서던 연정미가 물었다.“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손형서가 고개를 저었다.“아니, 내일은 아마 화야 씨랑 약속 잡을 것 같아.”“그래.”둘이 헤어지려는 찰나, 연정미의 시야에 수상쩍은 사람이 들어왔다. 그 사람은 마침 손형서 쪽으로 오고 있었다.연정미는 불안함에 눈꺼풀이 떨렸다. 가슴이 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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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손형서는 그 모습을 보며 불쾌함이 치솟았다.화야가 하지율 앞이라서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것처럼 느껴졌다.언제나 하지율만 나타나면 손형서보다 하지율이 먼저였다.하지율이 시선을 거두고 물었다.“범인은 잡았어요?”연재영의 얼굴빛이 몹시 굳어 있었다.“아니. 그때 형서가 정미를 급히 병원으로 옮기느라, 범인을 쫓을 틈이 없었어.”그때 단보현이 나섰다.“내가 사람을 보내 수색했을 땐, 이미 흔적이 사라진 뒤였지.”그리고 하지율의 눈을 똑바로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CCTV에도 그림자 하나 잡히지 않았더군. 누군가가 일부러 범인의 동선을 지워 놨다는 뜻이야.”하지율이 눈살을 좁혔다.“무슨 말을 하려는 거죠?”단보현의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스쳤다.“하지율 씨, 정미가 당신 음악회에서 이런 사고를 당했어. 너무 절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하지율이 곧장 받아쳤다.“정미가 다친 책임을 제게 돌리고 싶은 거예요?”“오해는 하지 마요.” 단보현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 “난 그저 공교롭다고 생각했을 뿐이니까. 다른 곳 CCTV가 망가진 건 그렇다 쳐도, 공연장 정문 앞까지 싹 사라졌거든요. S시에서 그런 일을 깔끔히 해낼 수 있는 집안이 얼마나 될까요? 고지후, 정기석 그리고 또 누가 가능하지? 우리 연씨 가문이나 단씨 가문도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에요.”연씨 가문과 단씨 가문은 Z국에서 영향력이 약했다.가문 전체의 규모는 정씨 가문, 고씨 가문에 못지않지만, 고지후는 수년간 Z국에서 기초를 잘 다져 놓았다.그래서 아무리 명문가라 해도 고지후의 구역에선 고지후에게 몇 수 접어야 한다.정기석 또한 마찬가지다. 존재감이 옅어 보일 뿐, 국제 핵심 협업 사업에 정씨 가문이 깊게 손을 뻗고 있다.정기석이 고씨 가문의 지위에 균열을 내고 Z국에 들어온 것만 봐도 범상치 않다.정기석 역시 결코 가벼이 볼 인물이 아니다.단보현은 범인을 지목하진 않았다. 하지만 말끝마다 하지율을 의심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하지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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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연정미는 언제나 품위 있고 우아한 모습으로 사람들과 마주해 왔다.불쌍한 척하는 걸 경멸했고, 약자 코스프레로 동정을 구하는 일도 하지 않았다.사람들의 눈에 비친 연정미는 늘 반짝이는 여신 같았다. 무엇도 연정미를 쓰러뜨릴 수 없을 것처럼 말이다.그런 연정미가 이렇게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다니. 이런 모습을 본 사람이 있었던가.연씨 가문 부자와 단보현, 단성훈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손형서의 얼굴에도 자책과 미안함이 어렸다.그때 연정미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더니, 서서히 눈을 떴다.연태훈과 연재영, 그리고 단보현과 단성훈이 막 도착한 하지율을 밀어내듯 제치고 성큼 앞으로 다가섰다.“정미야, 괜찮아?”예상치 못한 힘에 하지율은 비틀거리다가 거의 넘어질 뻔했다.그 순간, 길고 하얀 손이 재빨리 하지율을 붙들었다.하지율이 돌아보니 화야였다.“고마워요.” 하지율이 낮게 말했다.주용화는 곧 손을 거두었다. 시선을 맞추지도 않았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예전과 견주면 태도가 눈에 띄게 차가워진 것이다.그때 하지율은 누군가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 것을 느꼈다.그 시선을 따라가자, 손형서가 눈을 떼지 못한 채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하지율은 얼추 짐작했다.아마 화야와 손형서 사이에 뭔가 진전이 있었고, 화야가 오해를 사지 않으려 하지율과 거리를 두는 중일지도 모른다고.의식을 찾은 연정미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며 힘겹게 말했다.“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단성훈이 격해진 목소리로 받았다.“어떻게 괜찮아? 팔이 거의 망가질 뻔했는데! 바이올린도, 그림도, 레이싱도 다 손이 필요하잖아! 넌 어려서부터 이런 고생 한 번 안 했는데...”공주처럼 자라 온 연정미에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연정미는 창백한 입술에 옅은 미소를 그렸다.“의사 말로는... 흉터는 남겠지만, 그림이나 바이올린엔 지장 없대. 레이싱도 문제없고.”단성훈의 눈동자에 숨기지 못한 연민이 번졌다.그때 단보현이 나섰다.“정미야, 네게 황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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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손씨 가문의 일 처리 방식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들어서 알고 있었다.손형서는 수단이 과감하지만 상대가 먼저 건드리지 않는 한 함부로 해치지 않는 성격이었다. 정과 의리도 중시했다.손형서가 연정미와 절친이 된 것도, 예전에 연정미가 한 번 손형서를 위해 나서서 난처한 상황을 풀어 준 일 덕분이었다.그때의 손형서는 줄곧 감사한 마음을 가슴 깊이 새겼다.연정미가 곤란에 처할 때마다 손형서는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대신 처리해 주었다.감당하기 힘든 일은 친오빠 손형원에게 도움을 청했다.손형원과 손형서는 어릴 때부터 서로 의지하며 자랐다. 그래서 손형원은 여동생인 손형서를 매우 아꼈다.손형원이 연정미에게 헤어나지 못하게 된 데에는 손형서의 공이 크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말하자면 손형서는 연정미의 칼이었다.그 사실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손형서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도 개의치 않았다.사람이 사람과 관계를 맺는 건 결국 서로에게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다.손형서는 연정미의 칼이고, 연정미는 손형서의 머리다.그동안 연정미의 도움을 받아, 손형서는 손씨 가문에서 빠르게 발판을 굳혔다. 더 이상 손형원 뒤에만 숨어 남 눈치에 매달려 살아야 하는 불쌍한 처지가 아니었다.손형원에게도 일이 있어 늘 손형서를 살뜰히 챙길 수는 없기에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손씨 가문은 사람 잡아먹는 집안이었다. 예전엔 갖가지 술수에 휘말려 반쯤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연정미를 알게 된 뒤로는 그런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았다. 손형서는 손씨 가문에서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했다.감정으로만 사람 사이를 묶어 두기에는 관계란 너무도 취약하다.상대에게 가치가 있어야 비로소 단단한 관계가 세워진다.주용화가 나타나기 전까지 손형서는 내내 그렇게 믿었다.손형서는 연정미처럼 머리가 비상하진 않지만 결코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 연정미가 정말 수준 낮은 사람과 어울릴 리가 없으니까.손형서는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연정미의 보조를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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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감사합니다.”하지율은 예의적으로 정중히 답했다.이야기를 마치고 하지율은 병상에 누운 연정미를 바라봤다.“연정미 씨는 지금 어떠세요?”하지율은 연태훈과 연재영을 아버지, 오빠라고 부를 수 있다.하지만 연정미를 언니라고 부르는 건 도무지 할 수 없었다. 가식적이기도 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연정미는 호칭에 개의치 않고 미소 지었다.“괜찮아. 조금만 잘 쉬면, 대회에 영향은 없을 거야.”“그럼 다행이에요.”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그녀는 연태훈을 향해 말했다.“더 볼일이 없으면, 저는 먼저 가볼게요.”“그래, 오늘 하루 종일 바빴잖아. 피곤할 텐데 얼른 쉬어라.” 연태훈의 말투는 다정했다.하지율이 나가고서야 연재영이 입을 열었다.“연정미, 아버지랑 나한테 솔직히 말해. 아까 네가 손형서 대신 맞았다고 얘기한 건, 일부러 하지율을 구하려고 그런 거야?”연정미는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제가 말한 건 모두 사실이에요.”연재영의 매서운 눈빛이 연정미의 얼굴에 내리꽂혔다. 연정미가 피하지 않고 마주 보자 연재영은 그제야 눈길을 거뒀다....병실 밖.손형서는 하지율이 연씨 일가와 함께 들어가는 걸 보고서야, 주용화에게 말을 걸 기회를 얻었다.“주용화 씨, 내일 시간 있으세요? 스포츠 클럽 가서 사격하실래요?”태도는 전보다 한결 부드러워졌다.손형서가 주용화에게 관심이 있는 건 맞지만 자꾸만 자신도 모르게 우월감을 가지곤 했다.주용화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냉담하게 말을 내뱉었다.“시간 없어요.”손형서는 멍해져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주용화가 손형서에게 이렇게 차갑게 구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손형서의 눈동자에 당혹이 스쳤다. ‘왜 이러지? 설마... 주용화가 내가 가짜라는 걸 알아버렸나?’손형서는 순간 평정심을 잃었다.주용화가 주씨 가문의 가주라는 걸 알게 된 뒤로 손형서는 자신이 주용화를 결국 손에 넣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주용화가 다른 누구의 것이 되리라곤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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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주용화는 몇 초간 잠잠하더니 말했다.“아니요. 사실은... 꽤 기분이 좋습니다.”그렇게 말했지만, 하지율이 보기엔 기쁘다고 할만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남의 사정에 대해 깊이 묻는 건 예의가 아니지만 화야가 여러 번이나 자신을 구해 준 걸 떠올리니 모른 척 지나칠 수도 없었다.“화야 씨, 혹시 뭐가 떠오르셨어요?”화야가 이렇게 낯설게 구는 이유는 하나뿐일 것 같았다. 기억이 돌아온 것이다.운전대를 쥔 주용화의 손이 잠깐 멈췄다.“그런 셈이죠.”“말해 주실 수 있으면 들려주세요. 제가 도움이 될지 몰라요. 물론 불편하면 안 하셔도 돼요.”차 안은 갑자기 고요해졌다. 공기마저 굳어버린 듯했다.하지율은 화야가 더 말하기 싫어한다고 느끼고 더 묻지 않았다.창밖으로 스쳐 가는 불빛을 바라보며, 하지율은 머릿속으로 국제 대회 일정을 정리했다.그때 맑고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오랫동안 찾던 사람을 드디어 찾았습니다.”하지율이 고개를 돌리자 창밖 가로등이 번갈아 비추는 빛 속에서 화야의 잘생긴 얼굴이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되풀이했다.하지율의 머릿속에 저도 모르게 손형서의 모습이 스쳤다.하지만 호기심을 눌러 담고 조심스레 물었다.“좋은 일 같은데요? 근데 표정이 그렇게 좋아 보이진 않네요.”밤은 많은 것을 숨길 수 있다. 화야의 목소리는 평소의 따뜻함 대신 깊고 쓸쓸한 기운을 띠었다.“사실 생명의 은인이라는 사람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의지할 곳 같은 거였어요. 한동안 제 삶은 몹시 답답했고, 어두웠고, 정신 상태도 불안정했죠. 그래서 느낌이 왔어요. 미쳐 가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겠구나. 심지어 모든 걸 망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화야의 고백을 들으면서도 하지율은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완전히 똑같진 않지만 자신 역시 한때는 꽤 어두운 시간을 지나왔으니까.주용화가 겪어 온 일을 하지율이 겪어 본 적은 없지만 그래서 더 함부로 잔인하다고 말할 자격도 없었다.만약 그 칼날이 하지율에게 꽂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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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주용화가 말했다.“맞아요. 나를 속였죠.”하지율은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사실을 알고 나니까, 많이 실망했어요?”“사실 꽤 일찍부터 그 사람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눈치챘어요. 다만 그때는 불면증이 너무 심했거든요. 그 사람을 찾아서, 그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면 좀 나아질까 싶었습니다.”생명의 은인...주용화의 입매에 비웃음이 스쳤다. 이윽고 어두운 밤이 그 표정을 삼켰다.주용화 같은 사람이 겨우 한 곡의 연주 때문에 한 사람을 찾는다니. 생명의 은인은 그저 듣기 좋은 말일 뿐이었다. 그래야 자신도 조금은 인간적인 사람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건 아닌 사람처럼 보이니까.하지율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의지할 곳이 필요해서, 진짜라고 여긴 거예요?”“그때는 평생 나를 속일 수 있다면 그것도 그 사람의 능력이겠거니 했어요. 아쉽게도 그다지 영리하진 않더군요. 그 사람은 내게 아주 중요할 수도 있고, 아무 가치 없을 수도 있어요.”하지율은 담담히 고개만 끄덕였다.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도, 놀란 기색도 없었다. 그게 오히려 주용화를 의아하게 했다.“제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전혀요. 아주 자연스러운 생각이에요.”“왜죠?”하지율이 대답했다.“그 사람의 연주가 무너지기 직전이던 화야 씨를 붙잡아 줬다면 은인이라 부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곰곰이 따져 보면 그 사람이 특별히 뭘 한 건 아니에요. 바이올린을 켰다 해도, 화야 씨만을 위해 연주한 건 아니잖아요.”임채아도 예전에 장하준을 살렸을 땐 목숨을 걸었고, 이후에도 장하준을 정성껏 돌봤다.반면 뒷마당에서 우연히 연주한 일로 그 사람을 생명의 은인이라고 하는 건...아마 그 사람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주용화는 이런 대답을 들을 줄은 몰랐던 듯 무심결에 물었다.“그 사람이 지율 씨라면요? 지율 씨라면 어떻게 했을까요?”“제가 그 사람이라면 고맙다는 말은 기꺼이 받겠지만, 은혜를 갚는 건 사양할 거예요. 은혜는 너무 무거운 거잖아요. 그런데 실은 아무것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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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처음엔 하지율도 주용화를 경계했다. 그래서 ‘여름밤의 별’도 선뜻 꺼내지 못했다. 혹시 화야가 일부러 접근해 일을 망치려는 건 아닐지 걱정됐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보니 화야에 대한 경계는 괜한 의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화야는 돌아온 뒤로 하지율을 여러 번 구해 주었고 많은 일을 도와주었다.유소린 말대로라면, 화야 같은 만능 어시스턴트에게는 월 2억을 줘도 아깝지 않았다.막상 일이 닥치면 진짜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단진서가 차연지를 찾아와 시비를 걸었을 때도, 제때 달려온 화야가 아니었다면 하지율은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얼마 전 교통사고 때도, 화야의 정확한 판단과 침착한 대처 덕분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솔직히, 곁에 화야가 있으면 하지율은 마음이 든든했다.이제 화야는 기억을 되찾았으니 머지않아 떠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율의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스며들었다.화야는 너무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다. 잘생겼고, 몸도 쓰고, 아이도 잘 돌봤다.고윤택과 정시온은 화야를 아주 잘 따랐다.화야의 신분을 정확히 몰라도, 그의 말투와 태도를 보면 평범한 사람일 수 없다는 게 느껴졌다.결국은 떠날 사람이라는 것도.언제부터였을까.기억을 빨리 찾아서 어서 떠나 주길 바라던 마음이 어느새 사라졌다는 걸, 하지율은 문득 깨달았다.‘떠나기 전에 돈봉투 하나는 두둑이 챙겨 줘야지.’ 그동안 도와준 것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말이다.주용화는 더 말이 없었고, 하지율도 굳이 말을 보태지 않았다.차는 하지율의 집 앞에 멈췄다.하지율이 차에서 내려 문을 닫으려던 순간 화야가 하지율을 불러 세웠다.“지율 씨.”하지율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왜요?”남자가 불쑥 말했다.“제 이름은 주용화예요.”그 말만 남기고, 하지율이 반응하기도 전에 차는 떠나갔다.하지율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선 채로, 멀어지는 차의 그림자를 바라보기만 했다....다음 날, 주용화는 정말 나타나지 않았다.유소린은 주용화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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