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Bab 841 - Bab 850

859 Bab

제841화

“하지율 씨 때문에 알고 있어요. 화야 씨와는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어 안면은 있습니다만, 가까운 사이는 아닙니다.”연정미가 임채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제가 묻는 건 그 뜻이 아니라는 거, 아시죠?”임채아가 모르는 척 고개를 기울였다.“정미 씨 말씀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요.”연정미가 손형서를 보자, 손형서가 옅은 미소를 띠며 임채아를 바라봤다.“임채아 씨, 혹시 화야 씨의 은인을 사칭하신 건가요?”그 순간 임채아의 동공이 약간 떨렸다. 표정이 무너지려는 걸 가까스로 막은 임채아가 대답했다.“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손형서는 담담히 주용화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했다.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은 듯 버티던 임채아의 얼굴이, 설명이 이어질수록 점점 창백해졌다.임채아의 손끝은 꽉 오므라들었다.주용화가 예전에 자신에게 했던 말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연정미는 그런 임채아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임채아와 화야는 분명 서로를 안다. 그리고 화야가 손형서에게 말한 내용은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말을 마친 손형서가 가방에서 귀걸이 한 쌍을 꺼냈다.“임채아 씨, 이 귀걸이 익숙하시죠?”임채아가 눈을 부릅떴다.“손형서 씨도 그 귀걸이를 가지고 계세요?”이윽고 바로 연정미를 보았다. “정미 씨가 주신 건가요?”손형서가 미소 지었다.“아니요. 정미와 제가 함께 맞춘 커스텀입니다. 제 것도 한 쌍 있었습니다만 우연히 한 짝을 잃어버린 뒤로는 착용하지 않았을 뿐입니다.”임채아가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 전 정미 씨가 아버지께서 선물하신 귀걸이라고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요.”손형서의 표정은 변함없었다.“맞습니다. 연 회장님께서 정미 씨에게 주신 선물이지요. 임채아 씨는 혹시 처음부터 두 쌍을 주문하셨다는 사실을 모르셨나요?”연태훈이 귀걸이 두 쌍을 맞춘 건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다만 하지율의 신분이 공개되기 전이라 다른 한 쌍이 누구에게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임채아의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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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손형서는 임채아의 조건을 듣고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문제없습니다.”손씨 가문에겐 임채아 한 사람을 잠시 빼내는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임채아가 미소를 지었다.“손형서 씨, 뭘 알고 싶으신가요?”...삼십 분 뒤, 손형서는 흡족한 얼굴로 구치소를 나섰다.나가기 전 손형서가 말했다.“모레, 제 사람이 당신을 여기서 모셔 나갈 겁니다.”임채아는 상냥하게 웃었다.“감사합니다, 손형서 씨. 더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오세요.”손형서가 떠나자, 임채아는 손형서의 등 뒤를 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구체적인 기억이 희미하다고? 그렇다면 잘된 일이다.설령 손형서가 정말 화야가 찾는 그 사람이라 해도, 아니라고 만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화야에게 손형서가 사칭한다는 의심만 심어 주면, 임채아가 다시 신뢰를 얻을 수도 있다!물론 거짓말도 기술이다. 손형서가 바로 눈치챌 정도로 허술해선 안 된다.구치소 문을 나서며 연정미가 일렀다.“형서야, 임채아 말은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돼.”“알아. 선은 지킬게.” 손형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을 하더라도 자잘한 부분에서만 할 거야.”연정미가 물었다.“아, 그런데 아까 화야가 누구인지는 왜 안 물었어?”손형서가 웃었다.“너무 일찍 알면 흥미가 없잖아. 내가 직접 화야의 정체를 벗겨 보고 싶어.”연정미가 고개를 저었다.“넌 참, 아직도 애 같다.”손형서가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맞다, 정미야. 얼마 안 있으면 우리 오빠가 가문 일을 정리하고 널 보러 온대. 좋은 그림을 한 폭 얻었다고, 같이 감상하자더라.”“좋지. 형원 오빠 본 지도 오래됐네.” 연정미가 미소 지었다....대회는 잠시 끝났지만, 하지율의 일정은 여전히 빽빽했다.음악회 준비, 그리고 각계와의 교류 연회까지, 숨 돌릴 틈이 없었다.짬이 나도 쉬지 못했다. 경영 쪽 기초 공부를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강병주의 말대로, 전문 경영인이 되지 않더라도 기본은 알아야 한다. 자칫하면 연씨 부자의 말에 휘둘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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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하지율이 정신을 가다듬고 옆의 남자를 바라봤다.“아니요.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이 아니라서요. 그냥 몇 번 더 봤어요.”뒷마당의 오솔길은 자그마한 조약돌로 곱게 포장돼 있었는데 하이힐로 걷기엔 영 불편했다.길이 까다로워서였는지, 아니면 잠시 한눈을 판 탓인지 하지율은 그만 발을 헛디뎌 휘청였다.다행히 곁에 있던 화야가 잽싸게 그녀를 붙잡았다. 그래도 하지율은 발목을 조금 접질린 듯, 하지율의 입에서 짧은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읏...”그 순간, 하지율의 몸이 바로 붕 떴다. 화야가 그대로 하지율을 안아 올려 가까운 정자로 데려가 의자에 앉혔다.화야는 쪼그려 앉아서 하지율의 하이힐을 조심스레 벗겼다.가로등 불빛 아래, 길고 희고 단정한 손가락이 은은히 빛났다. 화야는 그녀의 발을 들어 올려 살핀 뒤, 뼈 주변을 가볍게 눌러 보았다.그리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고개를 들었다.“뼈에는 문제없어요. 그저 조금 삔 것 같네요.”하지율은 미간을 좁히고 집중한 표정으로 하지율의 발을 살피는 화야를 보면서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율은 화야의 손에서 발을 빼내 몸을 조금 돌렸다.주용화는 더 확인해 보려다가 갑자기 멀어지는 하지율의 행동에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하지만 더 고집을 부리지 않고 얘기했다.“발목이 살짝 까졌어요. 바로 약을 바르시는 게 좋습니다. 감염되면 곤란하니까요.”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먼저 돌아갈까요.”하지율이 하이힐을 다시 신으려 하자, 화야가 손으로 막았다.“지금은 하이힐을 신으시면 안 돼요.”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지율은 하이힐 굽이 아까 넘어질 때 부러졌다는 걸 알아챘다.그래서 신으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신발 상태를 확인한 화야의 눈빛이 잠깐 가라앉았다.“제가 업어 드릴게요. 그게 제일 안전합니다.”“안 돼요.” 하지율이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화야가 조용히 설득했다.“곧 음악회도 하시잖아요. 지금 발 다치시면... 많이 번거로워집니다.”말문이 막힌 하지율은 잠시 생각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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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남자의 목소리에는 더러움이 배어 있었다. 마치 먹잇감을 앞에 두고 침을 흘리는 늑대 같았다.화야는 그쪽을 보지도 않았고, 걸음도 전혀 늦추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심서원, 네가 나를 정말 건드리기만 해 봐. 우리 오빠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형서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책임질게요. 곧바로 손씨 가문에 정식으로 혼담 올리면, 그분도 절 못 죽이실 겁니다.”“죽어도 너랑은 결혼 안 해!”“손형서 씨.” 남자가 여자의 말을 끊고, 악의 밴 웃음을 흘렸다. “그때가 되면 당신한테 선택권은 없을 겁니다.”그 대화를 들으면서도 화야의 얼굴에는 아무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걸음이 더 빨라졌을 뿐이다.바로 그때, 머리가 헝클어진 여자가 앞쪽 화단에서 비틀거리며 뛰쳐나왔다.“형서 씨, 도망치지 마세요. 못 도망칩니다.”허겁지겁 달리던 여자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한 남자가 서 있는 걸 보고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그쪽으로 전력으로 달려왔다.“제 이름은 손형서예요.” 손형서가 숨 가쁘게 말했다. “저 남자가 저한테 나쁜 짓을 하려 해요. 절 도와주시면 나중에 반드시 두둑하게 보답하겠습니다!”여긴 뒷마당의 깊숙한 곳이라 가로등도 적었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상대의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남자는 키가 크고 어둠 속에 녹아든 듯 서 있어서 그림자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졌다,심서원이 낮게 협박했다.“경고하는데 끼어들지 마. 나랑 형서 씨 일이야. 설령 밖에 나가 떠들어도 누가 믿겠어? 손씨 가문이 널 가만 놔둘 것 같아?”남자는 어둠 속에 서서 입을 열지 않았다.손형서가 재빨리 붙였다.“오늘 저를 구해 주시면, 무슨 일이 생겨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전 손씨 가문의 장녀예요. 제 이름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오늘 저를 도와주시면 손씨 가문이 빚을 진 거나 마찬가지예요. 원하시는 게 있으면 뭐든 말씀하세요. 제가 약속할게요. 누구도 당신한테 선뜻 손대지 못할 거예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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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너... 네가 감히 나를 건드려? 내가 누군지 알아?!” 심서원의 눈이 금세 피로 물들었다. “반드시 널 죽여 버릴 거다!”화야는 입꼬리를 아주 얕게 올렸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네가 그렇게 할 수 있는지부터 봐야지.”그 한마디가 바늘처럼 심서원의 자존심을 찔렀다.심서원은 자라면서 이런 모욕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화가 난 심서원은 부러진 손목에도 아랑곳하지도 않고, 다른 손으로 다시 덤벼들었다.화야는 반발자국 물러섰다가, 곧장 심서원의 정강이를 정확히 걷어찼다.“아아악!”심서원은 형편없이 나가떨어졌다. 귀공자의 겉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사슬에 묶인 죄수처럼 비루하기만 했다.“어디 한번 네 이름이나 대!” 심서원은 이를 악물고 으르렁대며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 질렀다.화야가 내려다보며 무심히 말했다.“너한테 내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심서원이 눈을 더 크게 치켜떴다. 과장된 오만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무심함이 두려웠다. 이 남자는 처음부터 심서원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손형서는 멀리서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봤다.달빛이 화야의 또렷한 이목구비에 얹히자, 현실감이 잠시 사라질 만큼 눈부셨다.원래는 주용화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다.주용화가 정말 손형서가 시간을 들여 알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화야가 겁먹고 물러서지 않는지, 권세를 두려워하지 않는지 말이다. 그런데 연출인 걸 알면서도 가슴이 함부로 뛰었다.화야는 시간을 힐끗 확인하고 돌아서려고 했다. 그때 손형서가 화야의 소매를 살짝 붙들었다.“화야 씨, 어디 가세요?”주용화가 짧게 쳐다보고 대답했다.“지율 씨가 기다리고 있어요.”그 이름을 너무도 당연하게 부르는 화야의 태도에, 손형서의 숨이 잠깐 막혔다.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이 스쳤다.“화야 씨, 잠깐만 같이 있어 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가면... 저 사람이 또...”손형서는 심서원을 흘겨보았다. “저에게 나쁜 짓을 할까 봐 걱정돼서요.”“그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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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주용화가 떠난 후, 하지율은 홀로 돌의자에 앉아 주변의 경치를 바라보았다.솔직히 얘기하면 이곳의 풍경은 아주 아름다웠다. 조금은 낭만적인 분위기도 느껴졌다. 그래서 홀로 있어도 외롭거나 심심하지 않았다.하지율은 돌로 만든 테이블에 한 손을 올려놓았다.이곳의 고즈넉함과 청아함이 하지율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 같았다.최근의 하지율은 정말 바쁘고 피곤했다.하지율은 테이블에 엎드린 채 조금 잠에 들었다.찬 바람이 불자 하지율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시간을 확인해 보니 20분이 지나있었다.이곳에서 연회장까지는 너무 멀지 않았다. 갔다 오는데 그저 10분 정도 걸릴 것이다.‘설마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지?”그 생각에 하지율은 핸드폰을 들고 화야의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율은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하지율은 신발을 벗고 직접 가보기로 했다.이때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화야라고 생각한 하지율이 고개를 돌렸다.“화야 씨...”하지만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하지율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기석 씨? 기석 씨가 어떻게 여기에...”남자의 잘생긴 얼굴은 가로등 불빛 아래서 이따금 드러나고 있었다. 그 움직임에서는 범상치 않은 우아함이 흘러넘쳤다.뚜렷한 이목구비에서는 단정함이 드러났고 반짝이는 눈은 마치 유리구슬 같았다.달빛이 정기석을 비추며 묘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정기석이 천천히 하지율한테로 걸어왔다.“금방 비행기에서 내렸어요. 작업실에 찾아가려서 놀라게 해 주려고 했는데 작업실에 없을 줄은 몰랐어요. 유소린 씨한테 물어보니까 교류회에 참석했다고 해서 여기로 찾아온 거예요.”하지율은 정말 오랜만에 정기석을 만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만나니 꽤 반갑고 놀라웠다.정기석은 부러진 하이힐을 보면서 눈썹을 까딱였다.“신발이 부러졌네요?”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화야 씨가 신발을 가지러 갔어요.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안 오길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 가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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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정기석이 곧 생일이라는 것을 안 하지율은 한동안 고민하다가 직접 선물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정기석은 하지율을 정말 많이 도와주었다. 만약 정기석의 도움이 없었다면 하지율은 진작 고지후의 압박아래 어쩌지 못하고 길가를 떠돌았을지도 모른다. 이혼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하지율은 정기석에세 정말 고마웠다.정기석은 손에 쥔 키링을 보면서 눈동자가 점점 더 깊어졌다.정기석은 하지율을 쳐다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고마워요, 선물 정말 마음에 들어요.”정기석의 눈빛은 너무 진지하고 깊어서 피부가 따가워지는 것만 같았다. 이건 친구를 보는 눈빛이 아니다.하지율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세게 뛰어서 일부러 정기석의 시선을 피했다.하지율이 일어났다.“밤이 깊었으니 들어가요.”하지율이 일어나자마자 정기석이 하지율의 손목을 확 잡았다.하지율은 놀라서 정기석을 쳐다보았다.정기석은 검은 눈동자로 얘기했다.“가지 마요. 나도 이번 출장을 다녀오면서 선물을 준비했으니까요.”정기석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본 하지율은 그제야 긴장을 조금 풀었다.정기석도 작은 선물 박스를 건네주면서 말했다.“열어봐요, 마음에 드나.”하지율이 박스를 받았다. 선물 박스는 너무 크지도 않았고 너무 무겁지도 않아서 무엇인지 짐작하기 힘들었다.포장을 열자 안에 네모난 작은 쿠션이 있었고 그 쿠션에는 예쁜 팔찌가 둘려 있었다. 이 팔찌는 화려하게 장식된 팔찌가 아닌, 심플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팔찌였다.팔찌의 무늬도 그렇게까지 복잡하지 않았다. 작은 검은 다이아가 팔찌에 박혀있었는데 부드러운 빛을 내뿜으며 우아함을 보여주고 있었다.하지율은 그대로 숨이 멎었다.이 팔찌는 또 ‘영원’이라고도 불린다. 유명한 주얼리 디자이너 muses가 만든 최고의 작품이다. 그리고 muses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해서 값이 하늘을 찔렀다.전에 하지율이 대회에서 우승한 뒤 정기석과 친구과 함께 밥을 먹다가 유소린과 이 팔찌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다.유소린은 하지율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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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하지율이 고개를 돌리자, 화야가 봉투를 들고 빠르게 다가왔다. 화야는 하지율 옆에 앉아 있는 정기석을 보더니 우뚝 걸음을 멈췄다.“정기석 씨?”정기석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뒤따라온 손형서를 힐끗 본 정기석이 미소를 지었다.“아까 지율 씨랑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지율 씨가 한참 기다려도 화야 씨가 오지 않으니까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제가 지율 씨한테 화야 씨는 바쁜 것 같으니 방해하지 말자고 말렸어요.”화야의 눈빛이 약간 차갑게 가라앉았다.“길을 막던 사람이 칼을 꺼내는 바람에 좀 늦었어요.”그 말에 하지율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다친 데는 없어요?”“괜찮아요. 걱정하지 말아요.”조용히 서 있던 손형서가 한 걸음 나섰다.“지율 씨, 화야 씨는 절 구하느라 늦은 거예요. 너무 탓하지 말아 주세요.”정기석이 웃으며 받았다.“무슨 말씀이에요. 좋은 일을 한 건데 지율 씨가 어떻게 탓하겠어요.”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말아요. 화야 씨는 원래 불의를 못 참는 사람이에요.”그 말을 들은 손형서의 표정이 굳어버렸다.정기석과 하지율의 말 때문에 손형서를 구해준 화야의 행동은 그저 정의로움이 되어버렸다.마치 다른 사람이었어도 화야는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는 것처럼 말이다.화야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괜히 길게 말하면 부자연스러울 뿐이라고 생각했다.“신발 가져왔어요.” 화야가 봉투에서 신발을 꺼내 건넸다. “먼저 갈아 신으세요.”“네.” 하지율이 돌의자에 앉자, 화야가 바로 앞에 쪼그려 앉아 살며시 신발을 벗겨 주었다.하지율이 놀라 발을 살짝 거두었다.“제가 할게요.”“움직이지 말아요.” 화야가 낮게 말했다. “발이 조금 부었어요. 염증 생기면 곤란해요.”하지율은 더 사양하려 했지만 화야가 이미 발을 받쳐 들고 있었다. 거절하기 어려운 단단한 배려였다. 주변의 시선이 쏠려 있어 하지율도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율은 차분히 신발을 갈아 신고 일어섰다.멀찍이 서 있던 손형서는 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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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하지율은 표정을 풀고 대답했다.“좋아요.”그리고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화야를 바라보았다.화야는 오늘 하지율과 함께 이곳에 왔다. 그러니 화야를 안 데리고 가는 것은 이상했다.하지만 오늘은 정기석의 생일 때문에 모이는 자리니 화야를 데리고 가는 것도 이상했다.두 사람은 너무 친한 편이 아니니까 말이다.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정기석의 목소리가 울렸다.“화야 씨, 전 이따가 지율 씨랑 같이 저녁을 먹을 거예요. 그러니 오늘은 제가 지율 씨를 안전하게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정기석은 아예 화야를 거절해 버렸다.화야는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얘기했다.“그럼 먼저 정기석 씨 생일 축하해드리죠.”정기석은 키링을 흔들어 보이면서 얘기했다.“고마워요. 안 그래도 생일에 지율 씨가 직접 만든 선물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거든요.”주용화는 정기석이 들고 있는 키링을 보고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그럼 기석 씨의 생일 파티를 방해하지 않을게요.”정기석이 가볍게 웃었다.“지율 씨, 우리 먼저 가요.”하지율은 화야한테 가볍게 인사한 뒤 바로 떠났다.주용화는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그 표정은 여전히 담담해서 감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손형서는 화야의 기분이 좋지 않다고 느꼈다.손형서가 주용화 옆으로 다가왔다.“화야 씨, 오늘 일을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 드렸는데...”하지만 손형서가 다 얘기하기도 전에 주용화가 말을 끊었다.“전에 저를 구해주셨으니 이번에는 제가 구해드리는 게 당연하죠.”손형서가 눈을 반짝이면서 얘기했다.“하지만 저는 그때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걸요. 만약 제가 아니면요?”주용화가 담담하게 얘기했다.“형서 씨가 아니라고 해도 제가 착각한 것이니 형서 씨와는 무관합니다.”손형서가 마음을 놓으려는데 주용화가 갑자기 말을 덧붙였다.“하지만 확실히 제가 착각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똑같은 귀걸이만으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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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연정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칼? 손형서, 너 너무 한 거 아니야? 들어보니 심서원은 어렸을 때부터 싸우는 걸 좋아하고 수단도 더럽기로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을 때려죽였다던데. 심씨 가문이 어쩔 수 없어서 M국 군대로 보내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리기는커녕 오히려 싸움 실력만 늘어서 왔다잖아. 제대하고 다른 가문의 사람들을 때리고 다녔다는데, 그런 사람이 화야 씨를 정말 다치게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어?”소녀처럼 수줍어하던 손형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매정한 모습만이 남았다.“만약 정말 심서원한테 맞아서 죽는다면 그건 그 사람의 운인 거지. 적자생존이잖아. 살아남지 못했다는 건 강하지 못하다는 거야. 그런 사람은 더 볼 필요도 없지.”손형서와 연정미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다 강한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연정미에게 있어서 남자는 야망을 실현하는 도구일 뿐이다.그러나 손형서에게 있어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남자는 죽어도 아깝지 않았다.연정미가 손형서를 보면서 물었다.“그럼 지금은?”손형서의 머릿속에서 화야가 손형서를 구해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손형서가 웃으면서 말했다.“화야는 아주 훌륭해.”연정미가 귀띔했다.“심서원한테 보상해 주는 것도 잊지 마.”“응, 알고 있어.”두 사람은 조금 더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손형서가 떠났다.30분 뒤 손형서의 비서가 바이올린을 가져왔다.손형서는 뒷마당에서 ‘백월광’을 연주하기 시작했다.연주가 끝나고 손형서가 물었다.“화야 씨, 어때요?”주용화는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비슷하긴 한데...”손형서는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그런데요?”주용화는 손형서를 보면서 실망을 드러냈다.“그 사람의 바이올린 실력은 아주 좋았어요. 임채아보다 더 뛰어날 정도로요. 하지만 지금 형서 씨의 실력은 임채아보다 못하니... 어쩌면 제가 정말 사람을 착각한 걸지도 모르겠네요.”손형서는 어렸을 때부터 존경의 눈빛을 받아왔다. 그러니 실망한 화야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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