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871 - Chapter 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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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1화

“휴가?”유소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하지율을 바라봤다. “지율아, 말로라도 화야 씨를 붙잡았어야지? 그리고 너도 알잖아, 화야 씨 정말 좋은 사람인 거. 생각해 봐. 24시간 대기하는 경호원 겸 비서 겸 운전기사. 화야 씨 정도면 한 달에 최소 천만은 줘야 해. 거기다 틈날 때 애도 봐주잖아. 정시온이랑 고윤택 둘 다 화야 씨를 엄청 좋아하거든. 전담 보육 도우미만 따로 써도 2백만은 넘을걸? 그래도 애들이랑 코드 맞는지는 또 별개고. 그리고 윤택이랑 시온이한테 승마, 사격 같은 것도 가르칠 수 있어. 그런 건 강사 따로 붙이면 한 번에 수업료가 몇십만 원은 기본이야. 가끔은 네 전남편한테도 한마디씩 제대로 받아칠 수도 있고. 얼마나 좋아?”유소린은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세며 화야의 장점을 늘어놨다. “한 달에 일억을 준다 해도, 우리 입장에선 남는 장사지.”요즘 하지율을 노리는 눈들이 너무 많았다. 임채아도 다시 감옥에서 풀려나와 사고를 칠 게 뻔했고, 단보현과 단진서 문제도 있었다. 거기에 속내가 시커먼 연씨 가문 사람들까지.하지율이 잠시 생각을 고르고 말했다. “화야 씨가 멘탈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여서, 좀 쉬라고 한 거야. 붙잡는 건 할 수 있는데, 우리 작업실이 너무 작아서, 화야 씨 같은 사람을 오래 붙잡긴 어렵겠다고 생각했어. 소린아, 너도 알잖아. 화야 씨가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거.”유소린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잠시 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맞아. 그냥... 나도 사심이었던 거지. 화야 씨가 남아 줬으면 해서...”화야 같은 사람이 보통 사람일 리 없다는 걸 유소린도 알고 있었다. 우연히 만난 게 아니었다면 주용화는 억대 월급을 받을 것이다.“됐어, 소린아.” 하지율이 말을 이었다. “일단 화야 씨 쉬게 하고, 생각이 정리되면 그때 가서 내가 다시 물어볼게.”“그래... 그래야지.” 유소린이 고개를 끄덕였다....곧 국제 대회가 시작됐다.올해 국제 대회의 개최지는 공교롭게도 Z국이었다.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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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손형서의 눈에 반가움이 비쳤다.“오빠, 드디어 일 다 끝난 거야?”“응.” 손형원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울렸다. “가문 어른들이란 사람들은 맨날 나이 타령만 하면서 권력을 쥐려고만 해. 정작 자기들에게 그럴 그릇이 있는지는 생각도 안 하고 말이야.”“오빠, 주씨 가문의 가주 본 적 있어?”“주씨 가문 가주?” 손형원의 목소리가 약간 올라갔다. “전임 가주는 몇 번 마주친 적 있어. 지금 가주는 못 봤어. 왜?”손형서의 목소리에 수줍음이 스쳤다.“오빠, 내가 그 사람이랑 결혼한다면... 동의해 줄 거야?”손형원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달라졌다.“결혼? 형서야, 그 사람을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그리고... 정말 주씨 가문 가주가 맞아?”“틀렸을 리는 없을 거야.”손형서는 주용화를 알게 된 전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들려주었다.이야기를 다 들은 손형원은 잠시 말이 없었다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낮게 말했다.“이런 일이 다 있나. 형서야, 잘했다.”손씨 가문과 주씨 가문이 직접 부딪힐 일이 많진 않았지만, 주씨 가문은 몇몇 명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세력이다. 숨겨진 힘과 재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었다.손형서가 주씨 가문 가주와 인연을 맺고, 정말 함께할 수 있다면 손씨 가문에 엄청난 아군이 생기는 셈이었다.사생아로서 가주 자리에 오른 손형원은 아직 완전히 자리를 굳히지 못했다. 지금도 손형원을 끌어내리려는 자들이 있었다.주씨 가문 가주와의 연결고리가 생긴다면, 손형원의 자리는 더는 흔들리지 않을 터였다.칭찬을 들은 손형서는 기분이 한층 들떴다.“그렇지만 여긴 Z국이라 행동에 제약이 있어. 게다가 내 눈앞에서 거슬리는 것들 몇이 일을 자꾸 망치고 있어.”손형서는 잠깐 말을 멈추더니 덧붙였다.“맞다, 오빠. 연정미가 다친 일, 알고 있어?”손형원의 목소리가 즉시 차가워졌다.“연정미가 다쳤다고? 무슨 일이야?”손형서는 숨기지 않고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전했다.손형원과 손형서는 한 부모 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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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나는 우리 엄마한테서 태어난 딸이에요. 그게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말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말해요. 사교계 일인자라는 건 타이틀뿐이잖아요. 그깟 타이틀 때문에 친엄마를 모른 척하진 않을 거니까요.”그 말을 처음 들은 손형원은 잠시 어찌할 바를 몰랐다.연정미는 분명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할 거라 여겼다. 그런데 이렇게 전혀 개의치 않다니, 뜻밖이었다.연정미가 말을 덧붙였다.“아까 외삼촌이랑 나눈 이야기, 다 들었죠? 우리 엄마는 아버지의 목숨을 구했고 아버지는 기억을 잃은 뒤 우리 엄마를 사랑하게 됐어요. 엄마도 아버지가 가정이 있는 사람인지 몰랐고. 게다가 엄마와 아버지는 합법적인 부부예요. 그래서 난 스스로를 사생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그 솔직함은 손형원의 눈에 유독 특별해 보였다.낯선 두 사람은 그렇게 대화를 시작했다.손형원은 어릴 적부터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손씨 가문 같은 집안에서 자란 이상, 그 꿈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믿어 왔다.연정미는 말했다.“못 할 건 없어요. 실력이 충분하면 뭐든 할 수 있을 테니까요.”그러다 보니 곧 화제는 자연스레 그림으로 이어졌다.대화를 나누다 손형원은 또 놀랐다. 연정미가 그림에 대해 생각보다 깊은 식견을 갖고 있었으니까 말이다.대화가 깊어질수록 연정미처럼 사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연정미는 여느 사람과 달랐다.연정미는 손형원을 격려하는 말을 많이 건넸다.버티기 힘든 순간마다, 손형원은 연정미가 해준 말들을 붙잡고 견뎠다.손형원에게는 연정미가 구원이었다.연정미가 없었다면 오늘의 손형원도 없었을 것이다.손형원의 어머니가 세상을 뜬 뒤로, 연정미는 손형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 손형서도 연정미의 뒤였다.손형서의 말을 들은 손형원은 놀람과 분노로 뒤섞였다.“하지율이 감히 그런 짓을 했다고?!”손형서는 냉소를 띠었다.“왜 못 하겠어? 예전에 연정미의 약혼자를 가로채서 행실도 구설에 올랐지. 결국 연씨 가문에서 쫓겨나고 원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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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국제 대회를 앞두고 유소린이 한 번 화야 집에 들렀다가, 집 안에 아무도 없다는 걸 발견했다.유소린이 하지율에게 알렸다.“지율아, 문을 한참 두드렸는데도 아무도 안 나와. 화야 씨가 집에 안 들어온 것 같아. 혹시 말도 없이 떠난 건 아닐까? 경비 아저씨 말로는 그저께 새벽에 나간 뒤로 못 봤대.”붙잡아서라도 잡아두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떠난 모양이었다.하지율이 말했다.“기억이 막 돌아왔잖아. 처리할 일이 많아서 급히 간 걸 거야. 화야 씨 성격에 말도 없이 사라지진 않을 거야.”다들 화야와 친하게 지내오지 않았는가.유소린은 화야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억지로 강요하고 싶진 않았다.“하... 그냥 이렇게 보내기 싫어서 그래.”바로 그때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본 하지율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화야였다.전화를 받자, 약간 피곤이 섞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지율 씨.”“미안해요. 집에 일이 생겨서 먼저 돌아가 정리해야 해요.”수화기 너머에서는 왁자지껄한 소리와 실랑이 같은 소음이 섞여 흘렀다.하지율이 말했다.“괜찮아요. 먼저 일 보세요. 제가 한동안 쉬라고 했잖아요.”주용화의 전화에 하지율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돌렸다. 유소린과 마찬가지로, 혹시 연락도 없이 떠나 버릴까 봐 마음 한편이 조마조마했다.전화를 끊으려는데, 화야가 다시 불렀다.“지율 씨.”“왜요?”“돌아올 테니까 기다려요.”하지율이 잠시 멈칫한 바로 그때, 수화기 너머에서 거친 고함이 터졌다.“주용화, 오늘 너 가만 안 둔다!”뚜...그렇게 통화가 끊겼다. 하지율은 한동안 꺼진 화면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정신을 수습했다.유소린이 물었다.“화야 씨야?”“응. 가문의 일 처리하러 간대.”“설마 작별 인사인 건... 이제 안 돌아오는 건 아니지?”하지율이 웃었다.“아니야. 돌아올 거야. 당분간 바쁜 일이 있는 거지.”숨을 길게 내쉰 유소린이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작업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문을 연 유소린은 찾아온 사람이 고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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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연정미가 한 말과 딱 맞아떨어졌다.범인이 노린 건 손형서였다.하지율이 고개를 기울였다.“임채아가 손형서랑 무슨 원한이 있어?”하지율은 아직 두 사람이 주용화 문제로 얽혔다는 걸 모른다.고지후가 답했다.“그건 나도 잘 몰라. 다만 손형서랑 연정미가 교도소에 가서 임채아를 면회했고, 임채아를 빼냈다는 건 알아. 아마 어떤 거래가 있었고, 이후 거래가 틀어졌을 수도 있어.”하지율이 물었다.“단보현 말로는 길목의 CCTV가 전부 지워져서 아무것도 안 남았다던데, 너는 어떻게 그 영상들을 구했어?”고지후의 눈빛이 깊어졌다.“여기는 S시야. 이런 건 나한테 숨기기 쉽지 않아. 게다가 하준이가 내 인맥을 통해 지운 영상들이라, 단보현 쪽은 속일 수 있어도 내 사람들 눈은 못 속여.”하지율은 속으로 대강 짐작했다.장하준이 임채아의 발자취를 숨기는 걸 도왔다면 설명이 된다.다만...하지율의 입가에 옅은 냉소가 스쳤다.고지후는 이런 일도 아주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임채아의 사건은 그동안 알아내지 못했다.그것도 본인 코앞에서 벌어졌고, 자신을 함정에 빠뜨릴 때조차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고지후는 하지율 눈빛의 비웃음을 보고, 하지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채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생각해 봤어. 임채아의 얀기는 뒤에서 도와준 놈이 있었어. 오래전부터 설계해 둔 판이라 티가 안 났던 거고...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도 사실이고.”그는 잠시 멈추고 덧붙였다.“맞아, 내 잘못이기도 해. 내가 임채아를 지나치게 믿었어.”하지율이 물잔을 들어 한 모금 넘겼다.“자기 잘못을 인정하네. 드문 일이야.”임채아 건에 대해선 고지후가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지후가 말했다.“내 탓 맞아. 하지만 임채아 뒤에는 반드시 임채아를 돕는 누군가가 있어.”하지율이 물었다.“누가? 장하준? 그 정도 급은 아니지?”“하준이는 아니야.” 고지후가 미간을 좁혔다.“그럴 역량이 없어. 다만 누군지는 아직 못 잡았어.”하지율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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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고지후의 표정이 굳었다.“...아직은 실마리가 없어.”기묘한 일이었다. 바로 코앞에서 누군가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었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사후에 추적해 봐도 소용없었다. 단서가 싹 지워져 있었으니까.고지후가 맨 먼저 의심한 건 주용화였다.주용화가 자작극을 꾸며 자신에게 뒤집어씌웠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하지만 그 시기 주용화의 동선을 파고들어도 수상한 점이 하나도 없었다.그렇다면 정기석인가.한 번에 둘을 치려는 계산?하지만 요즘 정기석은 바빴고, 하지율의 대회 말고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정기석의 성격도 어느 정도는 아는 편이었다. 수는 쓰지만 이런 일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S시에 있는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고도 추적을 모조리 비켜 가게 만든 사람.다음 수를 예측해 선제적으로 우회할 만큼 자신을 잘 아는 쪽일 가능성이 컸다.결국 곁에 있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결론으로 간다.장하준과 함우민의 이름이 떠올랐다.장하준은 동기도 있고, 임채아를 위해 분풀이할 수도 있다.하지만 머리가 그 정도로 비상하진 않다.예전에 임채아 CCTV를 지웠을 때도 흔적을 남겼으니까.함우민은 능력은 되지만 동기가 없다.어린 시절부터 함께 커 온 사이인데, 굳이 자신을 해칠 이유가 보이지 않았다.유의미한 단서가 없으니, 일단 길게 보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하지율은 예상했다는 듯 담담히 말했다.“그래?”고지후는 그 눈빛의 뜻을 알아챘다.자신이 한 짓이라고 이미 단정해 버린 눈이었다.고지후의 숨이 약간 거칠어졌다. “넌, 날 그렇게 비열한 인간으로 보는 거야?”하지율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딱히 좋은 사람은 아니지.”고지후는 답답함을 삼켰다.“내가 눈이 멀어서 임채아를 믿은 건 맞아. 하지만 그런 저급한 수로 남을 몰아넣는 짓을, 내가 언제 했어?”하지율이 씁쓸하게 웃었다.“근묵자흑이라는 말이 있잖아. 임채아랑 너무 오래 붙어 있다 보면, 버릇이 옮을 수도 있지.”“...”더 할 말이 없었다.하지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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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고지후가 하지율을 깊은 눈동자로 바라봤다.“지율아, 마음의 준비를 해 둬.”하지율은 담담했다.“알았어. 알려 줘서 고마워.”“넌 윤택이 엄마고, 나도 너한테 많이 빚졌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니까 사양하지 마.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하지율이 물었다.“요즘 윤택이, 연씨 가문에 자주 가?”“장인어른 쪽에서 몇 번 데리러 왔는데 내가 다 거절했어.” 고지후가 하지율을 쳐다봤다.“당분간은 윤택이를 연씨 가문에 보내지 않을 거야. 네가 걱정하는 그 일은 없게 할게. 윤택이를 네 약점으로 쓰게 두지 않겠어.”하지율의 눈빛이 복잡해졌다.딱히 다른 건 염려하지 않지만, 연씨 가문이 고윤택을 건드릴까 봐만 걱정이었다.고지후도 그걸 알아채, 뒤탈 없게 선을 그어 주려는 모양이었다.하지율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한동안은 윤택이를 고씨 가문 본가에도 보내지 마.”고지후는 짧게 대답했다.“그래.”하지율이 의아해했다.“이유는 묻지도 않아?”고지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이미 알고 있어.”“정말 알아?”“응. 우리 엄마는 윤택이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어. 앞으론 최대한 안 만나게 할 거야.”이혼하고서야 고지후는 알았다.고지후 어머니가 윤택이 앞에서 하지율을 깎아내리는 말을 자주 했다는 걸.고지후의 말에 하지율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나 요즘 좀 바빠. 그러니 윤택이를 당분간 부탁할게.”고지후의 눈에 미소가 스쳤다.“조금 있으면 윤택이 하교해. 우리 같이 데리러 가서 밥 먹자. 곧 국제 대회 나가면 한동안 윤택이 보기 힘들 테니까.”하지율은 잠시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연씨 가문과 관련된 얘기도 윤택이에게 미리 당부해야 했다.하지율이 말했다.“지후 씨, 먼저 밖에서 기다려. 나 소린이한테 한마디만 하고 나갈게.”고지후는 짧게 응하고 작업실을 나갔다.하지율은 유소린에게 오늘은 먼저 나가 윤택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고 전했다.하지율이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유소린이 중얼거렸다.“저 고지후,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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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유소린이 웃으며 말했다.“어쩐지 요즘 통 안 보인다고 했는데, 함우민 씨. J시에 일하러 오신 거였어요?”함우민이 미소 지었다.“네. 제 쪽 주요 사업 대부분이 J시에 있어요. 고씨 가문 쪽은 절반 이상이 S시에 있고요. 저희와 고씨 가문이 협력하는 일이 많다 보니, 1년 중 대부분은 이 두 곳을 오갑니다.”유소린이 말했다.“이번 대회는 한 달 정도 진행될 텐데, 그동안 신세 좀 져야겠어요.”“무슨 신세예요.” 함우민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다. “유소린 씨도, 하지율 씨도 제 친구인데요. J시는 관광도시라 볼 것도 많아요. 내일 먼저 둘러보게 해 드릴게요.”유소린이 맞장구쳤다.“좋죠. 지율이는 요즘 대회와 음악회 때문에 쉬지도 못했거든요.”그리고 옆의 하지율을 바라봤다.“지율아, 너 J시는 처음이지?”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못 와 봤어. Z국 도시들도 대부분 못 가 봤고.”미성년자일 땐 공부만 했고, 그다음엔 M국에서 대학을 다녔다.졸업하고 S시에 돌아오자마자 고지후를 만나 임신했고, 곧바로 혼인해 살림에 매달렸다.그러니 여행이란 걸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다.함우민이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이었다.“지후가 예전엔 출장이 많아서 여러 나라와 도시를 많이 다녔지만, 사실 놀러 다닌 건 아니라 일만 끝나면 바로 돌아오는 편이었어요. 거의 머무르질 않았죠. 그런데... 나중엔 임채아 씨를 데리고는 여기저기 꽤 다녔어요.”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스스로 실수했음을 눈치챈 듯했다.하지율과 유소린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지난번 일로 고지후에 대해 생긴 호감은, 유소린 마음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함우민이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러고 보니, 화야 씨는요? 전에 내내 하지율 씨 옆에 있었는데, 이번엔 같이 안 왔네요.”하지율이 답했다.“화야 씨는 요즘 휴가예요. 한동안 쉬어야 해서요.”함우민이 웃으며 물었다.“혹시... 연애하러 간 건 아니죠?”유소린이 말했다.“아니에요. 지난번에도 솔로라고 했어요.”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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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모두가 하지율만을 빤히 바라봤다.해리를 꺾은 뒤, 그녀의 이름은 전 세계에 번졌고, Z국 대표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입으로 전해지는 우승 후보.그녀가 들어오면 시선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이상한 건... 그 눈빛의 결이었다.질투는 아니고 오히려 설명하기 어려운 얕봄이 보였다.유소린도 눈치를 챘다.“지율아, 왜 저렇게 봐? 우리 누구한테 실수라도 했어?”현장에 있는 참가자 중에 “눈빛”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텐데, 설령 질투가 섞였다 해도 지금 같은 묘한 경멸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하지율은 긴 속눈썹을 한 번 깜빡이고 담담히 말했다.“신경 쓰지 말고, 먼저 등록부터 하자.”유소린은 흔들리지 않는 하지율을 보고 마음을 반쯤 놓았지만, 여전히 이유 모를 불안이 절반 남았다.막 전화를 끝내고 경기장 로비로 들어오던 함우민도 이 광경을 보고 미간을 좁혔다.마치 새끼 사슴이 늑대 무리 한가운데로 잘못 들어온 듯한 공기였다.한순간만 방심하면 바로 찢겨 나갈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다행히 하지율은 시선들을 무시하고 평정심을 지켰다.접수를 받는 이는 개최국 음악협회 소속이었다.여자는 하지율을 보며 복잡한 눈빛을 했고, 무언가 망설였지만 주위의 시선들 때문에 말을 아꼈다.수속을 마친 뒤 하지율은 경기장 동선을 확인하고, 대회 당일 길 잃는 일을 막기 위해 미리 내부를 돌아보기로 했다.사방의 이색적인 눈빛을 뒤로 하고 하지율은 평온하게 걸음을 옮겼다.바로 그때, 젊은 여자 셋이 길을 가로막았다.동양계 얼굴의 세 여자는 기세부터 사나웠다.하지율이 물었다.“무슨 일이죠?”노란 머리의 소녀가 코웃음 쳤다.“어머, 불륜녀 딸이 여기까지 기어 와서 대회를 나가네? 낯짝도 두껍다.”와인색 머리의 소녀가 이어받았다.“당신 주제에 우리 연정미랑 겨뤄 보겠다고? 말해 두는데, 이번 우승자는 무조건 우리 연정미야.”검은 머리의 소녀가 쏘아붙였다.“뻔뻔한 사생아, 당장 나가.”세 사람의 말을 듣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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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무슨 천재 미녀 바이올리니스트? 다 부풀린 거지.’노란 머리 소녀가 계속 몰아붙였다. “남자 꼬셔서 이름 알린 주제에 우리 연정미랑 어깨를 나란히 해? 웃기고 있네.”“맞아. 고개도 못 쳐들고 다닐 사생아면 얌전히 기권해. 여기서 망신하지 말고, 우리 여신 얼굴에 먹칠하지 마.”“진짜 뻔뻔하다. 연씨 가문에 다시 들어가 보겠다고 일부러 찌라시 흘렸지? 아주 명문가에 눈이 멀어서 미쳤구나!”유소린이 한마디 더 하려는데, 하지율이 손으로 막았다.하지율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몰랐다. 차라리 이 셋의 입으로 상황을 확인하는 편이 빠르다고 판단했다.하지율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그 얘기, 누가 했는데?”검은 머리 소녀가 비웃었다.“누가 말해 줄 필요가 있어? 벌써 소문이 다 퍼졌는데. 사생아인 네가 연씨 가문에 들어가고 싶은데 아무도 주목해 주지 않으니까 일부러 그 소문을 흘려서 네가 연씨 가문 사생아임을 인정하도록 한 거잖아.”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함우민은, 유언비어에 대한 분노와 함께 하지율의 침착함에 내심 감탄했다.모욕에도 휘둘리지 않고, 말이 새는 상대의 성향을 이용해 순식간에 판을 장악했으니까.“연씨 가문을 몰아붙여서 날 인정하게 만든다...”하지율이 낮게 되뇌었다.주변의 이질적인 시선이 왜 그토록 노골적이었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사생아 관련 루머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는 생각했지만, 고지후가 전해 준 경고와 맞물려 보니, 지금 떠도는 건 그보다 더 과장되고 노린 말이었다.와인색 머리 소녀가 업신여기듯 쏘아붙였다.“사람은 피를 못 속여. 콩 심은 데는 콩 나고, 팥 심은 데는 팥이 나는 법이지. 네 엄마가 그런 식이면, 너도 똑같겠지?”예로부터 사생아는 곱게 보지 않았다.밖에 불륜녀가 있었다는 뜻이니까 말이다.요즘 사회는 그런 일에 더 박하다. 그래서 덩달아 그 아이들도 조롱의 대상이 되곤 한다.그 때문에 연태훈이 하지율의 신분 공개를 차일피일 미뤘던 것도 사실이었다.상황을 충분히 파악한 본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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