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건이 천천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알겠다.”원칙적으로라면 하지율에게 지금의 상황을 직접 알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 우선 가족들에게 먼저 알리는 게 순서다. 그런데 이 병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전부 하지율의 친구들이었다. 게다가 고지후는 전남편이라, 가족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러 사실을 숨긴 채 모두가 입을 맞추는 건 오히려 하지율에 대한 존중이 아닐 수 있다.단종건은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 알겠다.”단종건의 의술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가 살릴 수 있다고 장담하면 살릴 수 있고, 어렵다고 말하면 거의 희망이 없다. 단종건은 하지율을 쳐다보며 무거운 심정으로 말했다. “지율아, 내가 할 수 있는 건 네 두 손의 형태를 최대한 살리고, 뼈가 틀어지지 않게 맞추는 것이다. 비 오는 날 통증이 덜하도록도 처리해 주마. 일상생활과 평범한 일은 가능하게 해 주겠지만...”단종건은 말을 멈추고 다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손가락의 섬세한 움직임은 예전 같지 않을 거다. 연주를 직업으로 삼기는 어렵고, 그림 같은 정교한 작업에도 제약이 따를 수 있다. 특히 왼손이 문제다.”하지율은 스스로 왼손으로 오른손을 부순 일이 떠올랐다. 오른손은 일부러 완전히 못 쓰게 만들지 않아 약간의 여지를 남겼지만, 왼손은 손형원이 직접 밟아 심하게 망가뜨린 손이었다. 왼손의 손상 정도는 거의 복원이 불가능한 지경이었다. 단종건이 직접 수술하지 않는다면 끝내 후유증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유소린은 그 말을 듣고 참았던 눈물을 다시 흘리고 말았다. 하지율은 바이올린에서 얼마나 빛나는 재능을 보였는가. 심지어 해리 같은 대가와도 비교할 만큼 타고난 재능을 가졌고, 예전의 하이현보다도 재능이 뛰어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율은 태어나면서부터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 하지율의 앞날과 평생을 바쳐 사랑해 온 것이 한순간에 산산조각 난 느낌이었다. 목숨을 잃는 것보다 더 참담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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