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931 - Chapter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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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1화

손형원이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오?”단보현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서 그걸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단보현은 손형원에게 슬쩍 눈짓한 뒤 전화를 받았다.“주용화 씨, 무슨 일입니까?”주용화는 비행기 안에서 핸드폰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손형원에게 전해요. 당장 하지율을 풀어 주라고. 그렇지 않으면, 손씨 가문은 피를 보게 될 겁니다.”단보현은 순간 멍해져서 무의식적으로 손형원을 바라봤다.“주용화 씨, 무슨 말씀인지,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단보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용화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 말을 잘랐다.“둘이 같이 있는 거 알아요. 손형원을 바꿔요.”단보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핸드폰을 손형원에게 넘겼다.주씨 가문 가주가 하지율을 어떻게 하는지, 둘이 대체 어떤 관계인지...손형원은 단보현 손에서 전화기를 넘겨받았다.“주용화 씨, 무슨 일입니까?”주용화가 말했다.“하지율을 풀어 줘요. 그럼 내가 당신한테 신세 한 번 진 걸로 할게요.”손형원은 손형서가 주씨 가문의 가주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심지어 주용화와 결혼하고 싶다는 말까지 한 적이 있었다.그런데 주용화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줄곧 정체를 숨긴 채 하지율 곁에 머물러 왔다.지금 이 전화만 봐도 심상치 않다는 건 분명했다.손형원은 웃음이 나왔다.주용화 같은 인간이, 이혼도 했고 아이까지 낳은 여자를 두고 그런 마음을 품었다는 건가?손형원은 고개를 숙여 발치에 쓰러져 있는 하지율을 한 번 내려다봤다.이 하지율이라는 여자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건가?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전혀 딴소리였다.“나는 지금 Z국에 있지도 않은데요? 뭔가 오해하신 것 같네요.”주용화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싸늘했다.“바보 같은 소리 그만해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당신도 알잖아요.”손형원은 계속 말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주용화 씨, 말이라는 건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겁니다. 아무 증거도 없이 나를 모함하면, 그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그러나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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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손형원은 끊겨 버린 전화기를 내려다보며 놀라움과 의심이 뒤섞인 눈빛으로 잠시 굳어버렸다.주용화가 정말로 그들의 행방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심리전을 걸며 허풍을 떠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위치 추적을 피하려고, 손형원은 아예 핸드폰을 몸에 지니고 다니지 않았다.정 정말 급하게 연락할 일이 생기면, 부하의 전화를 빌려 쓰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한편 단보현은 손형원의 급한 호출을 받고 급히 이곳으로 불려 왔다.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 평소처럼 당연하게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물론 손형원이 일부러 핸드폰을 두고 오라고 지시했더라도, 단보현이 그 말을 순순히 따랐을 리는 없었다.둘은 그렇게까지 믿고 의지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손형원이 단보현을 공격하기라도 하면 핸드폰 없이는 도움도 청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단보현은 아까 손형원과 주용화가 나눈 통화를 듣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진짜인지 거짓인지는 둘째치고, 함우민 쪽에서 내 핸드폰 위치 추적에 성공해 버리면 우리가 어디 있는지는 금방 들통나.”단보현은 곧 핸드폰을 부하에게 건네며 처리하라고 지시했다.“여긴 오래 머물 장소가 아니야. 지금 바로 움직여서 빠져나가야 해.”손형원 역시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손에 넣은 하지율을 허무하게 풀어 줄 마음은 전혀 없었다.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손형원이 이내 담담하게 명령을 내렸다.“이봐, 사람들 불러. 저 여자 둘도 같이 데리고 가.”단보현은 순간 얼어붙어서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손형원, 너 진짜 미쳤어?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지금 J시는 봉쇄돼서 우리 둘이 몸빼기도 쉽지 않아. 그런데 여자 둘까지 끌고 나가면 얼마나 위험한지, 네가 모를 리 없잖아. 둘을 데리고 움직이면, 금방 눈에 띄고 바로 발각될 거라고.”단보현은 정말로 손형원이 정신이 나간 게 아닌가 싶었다.연정미가 사생아라는 사실을 터뜨린 사람이 하지율이라는 것도 확신할 수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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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3화

요즘 메이크업 기술은 사람을 완전히 딴 사람으로 바꿔 놓을 만큼 기막힌 수준에 이르렀다. 예전의 변장술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메이크업만 제대로 하면 남자도 얼마든지 여자로 보이게 만들 수 있고, 여자를 남자로 보이게 만드는 일도 가능했다.손형원이 도망치는 건 사실 그리 어렵지도 않은 일이었다.지금 J시는 전면 봉쇄 상태라 모든 차량이 일일이 검문을 받아야 했다.운전기사가 앞쪽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힐끔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에서 검문합니다.”손형원은 쓰러져 있는 하지율을 곁눈질로 한 번 내려다봤다. 하지율이 미동도 하지 않는 걸 확인하자, 얇은 입술이 느릿하게 열렸다.“뭘 그렇게 겁을 내. 어차피 저쪽에서 우리 얼굴을 알아볼 리도 없어.”잠시 후, 손형원이 탄 차의 차례가 되어 검문을 받게 되었다.손형원이 운전기사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자, 운전기사는 곧바로 차에서 내렸다.운전기사는 자신의 차량 등록증을 꺼내 건넸다. 서류 안쪽에는 얇게 접어 둔 돈다발이 한 꺼풀 끼워져 있었다.“우리 쪽은 시간이 없어요. 이번 한 번만 좀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차 안에는, 여러분이 찾는 사람 같은 건 없습니다. 의심스러우시면 직접 보셔도 됩니다.”앞쪽 창문이 열려 있어서, 운전기사와 검문 인원 사이의 대화가 뒷좌석까지 또렷하게 들려왔다.손형원은 마치 협조적인 시민인 척, 천천히 차창을 내렸다. 다만, 창문을 반쯤까지만 내려 시야를 적당히 가렸다.하지율은 이미 바닥 매트에 처박혀 있었다.검문을 맡은 사람은 운전기사가 건넨 돈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차 안쪽을 대충 훑어보기만 했다.“안에 진짜 다른 사람은 없는 겁니까?”운전기사가 단호하게 대답했다.“네, 없어요. 우리 둘뿐입니다.”그 순간까지도 하지율은 고개를 숙인 채 바닥에 엎드려 꿈쩍도 하지 않았다.의식이 완전히 끊겨 버린 사람처럼, 살려 달라고 외칠 힘조차 없는 듯,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손형원의 입가에는 알아채기 어려운 미묘한 웃음이 살짝 걸렸다.손형원은 눈빛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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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손형원은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피했다.예리한 칼날이 손형원의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 불에 덴 것 같은 화끈한 통증이 밀려왔다.하지만 고개를 돌려 통증을 확인할 틈도 없이, 번쩍이는 빛이 다시 한번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었다.그래도 이번에는 이미 대비를 해서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다만 좁디좁은 자동차 안에서는, 아무리 몸을 잘 쓰는 사람이라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었다.게다가 하지율은 둘 중 하나가 죽기 전에는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로 달려들고 있었다.하지율의 공격은 어디선가 배웠다고 하기에는 제멋대로였지만 공격마다 상대를 죽이겠다는 결심이 실려 있었고 노리는 곳은 줄곧 급소였다.결국 손형원은 다소 초라하게 몸을 피하기에 바빴다.그러다 문득 하지율이 칼을 쥐고 있는 손을 보고 눈이 가늘어졌다.그 손은 바로 조금 전 하지율이 직접 망치로 내려친 그 손이었다.그 순간 손형원은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표정이 험악하게 바뀌고 노기가 치밀었다.“교활한 여자.”하지율은 비웃음을 흘렸다.“생각해 보면 손형원 씨한테 감사해야 할 것 같네요. 이렇게 직접 기회를 만들어 주셨으니까요.”하지율이 단종건 어르신 곁을 지킨 지가 벌써 몇 해째였다.그동안 곁에서 배운 게 약선 지식만일 리는 없었다.경맥이나 관절, 온몸의 여러 혈 자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꾸준히 익혀 왔다.고윤택의 소화 기능이 좋지 않을 때마다, 하지율은 수없이 고윤택의 배를 눌러 주고 어깨와 등을 풀어 준 적이 있었다.손형원이 하지율을 고통스럽게 만들겠다며 자신 손가락을 직접 부수게 했을 때, 하지율은 아예 움직이지 못할 곳이 아니라, 아직 어느 정도 힘을 쓸 수 있는 관절 부위를 골라 망치를 내려쳤다.물론 망치로 손을 내려치는 고통 자체는 말할 것도 없이 극심했다.그래도 작은 여지를 남겨 두는 편이 나았다.조금 전 검문을 받을 때 하지율이 소리 한 번 지르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그때 도움을 청해봤자, 운전기사가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가 그대로 튀어 나갈 것이 뻔했다.애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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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손형원은 하지율의 손만 망가뜨렸을 뿐, 발까지는 건드리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이 몸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힘을 몽땅 끌어올렸다.운전기사는 잠깐 멍해졌다가, 곧바로 뒤를 쫓아가려 했다.그러나 피가 쏟아져 나오는 손형원의 다리를 보는 순간, 발걸음이 뚝 멈췄다.다친 손형원을 이런 인적 드문 곳에 혼자 내버려두고 갈 수는 없었다.그가 잠시 망설이고 있는 사이, 하지율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뒤쫓고 싶어도, 어디로 갔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운전기사는 시선을 거두고, 서둘러 손형원의 상처 부위를 눌러 지혈부터 했다.하지율의 칼끝이 정확히 다리의 어느 혈 자리를 건드렸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손형원의 허벅지는 완전히 감각을 잃었고, 스스로 움직이는 건 불가능해진 상태였다.손형원은 멀어져 가는 하지율의 뒷모습이 사라진 방향을 노려보며, 눈빛 속에 싸늘한 어둠을 띄웠다....하지율은 아무 방향도 정하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렸다.다시는 손형원의 손에 붙잡혀서는 안 됐다.그에게 또 잡히는 순간, 그때부터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다 싶을 만큼 끔찍한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게 뻔했다.방금 전까지 겨우 버티고 있었던터라, 달리면 달릴수록 힘이 풀렸다.손의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고, 특히 손형원이 한번 깊게 찔러 놓았던 손바닥은 하지율이 격하게 움직이자 다시 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시야 역시 서서히 흐릿해졌다.그럼에도 하지율은 안간힘을 쓰며 버텼다.절대로 지금 쓰러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속삭였다.현재 이 일대는 너무 외지고, 너무 고요했다.앞을 향해 아무리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를 혼자서 헤매는 기분만 들었다.얼마나 뛰어갔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른 뒤, 결국 하지율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정기석은 단보현의 핸드폰 위치를 추적해, 표시된 장소로 급히 달려왔다.그러나 도착했을 때 그 안은 이미 그림자 하나 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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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정기석은 곧 자신 뒤를 바싹 따라오는 차가 누구 것인지 눈치채고 미간을 살짝 좁혔다.함우민은 수상한 차량을 쫓으러 가지도 않고, 대체 자기를 따라와서 무엇을 하려는 걸까.정기석은 잠시 시선을 내리고 생각에 잠기더니 결국 함우민에게 전화를 걸었다.“함우민 씨, 지금 이 시점에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저한테 따라붙는 게 아닙니다. 어차피 지율 씨를 납치한 범인은 제가 아니니까요.”함우민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수상한 차량은 당연히 제 사람들이 쫓고 있죠. 오히려 정기석 씨 쪽이 문제 아닙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지금은 사사로운 감정과 개인적인 마음을 내려놓는 게 좋다고 말한 사람이 정기석 씨였는데요. 막상 본인은 뭔가 정보를 잡고도, 아무 말 없이 혼자 움직이네요.”정기석이 말했다.“함우민 씨, 나도 지금 쫓고 있는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지율 씨가 그 차 안에 있는지 장담 못 합니다. 그래서 여러 갈래로 나눠 움직이는 게 최선이죠.”함우민은 낮게 웃음을 흘렸다.“제가 어떻게 할지는, 정기석 씨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정기석은 한동안 말없이 있다가, 낮게 숨을 내쉬었다.“좋을 대로 하죠. 계속 따라오고 싶으면, 그냥 따라오세요.”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함우민이 자기를 따라붙고 있다는 사실은, 곧 함우민 역시 아직 쓸 만한 결정적 단서를 찾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했다.그런데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함우민 쪽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전화기 너머에서는 부하의 다급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큰일 났습니다! 저희가 추격하던 차량이 고가도로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차 안에서, 유소린 씨로 보이는 사람을 확인했습니다!”함우민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럼 지율 씨는?!”“하지율 씨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차 안에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인원들을 투입해 작업 중입니다.”함우민은 심장이 쪼그라들며 멈춰 버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눈앞이 새까매지고 순간적으로 현기증이 돌았다.그럼에도 함우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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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화

정기석의 눈빛에 살기가 스쳤다.정기석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 핸드폰은 왜 그곳에 있었나요?”단보현이 답했다. “얼마 전 제 핸드폰을 분실했습니다. 핸드폰이 왜 그곳에 있었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단보현이 가주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단보현이 그만큼 교활한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정기석의 추궁은 물론 경찰의 심문을 받더라도 흠잡을 데 없이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정기석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스쳤다. “하지만 화야 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신은 그동안 줄곧 손형원과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단보현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핸드폰을 분실하기 전에 손형원을 만난 적은 있습니다. 화야에게서 전화도 받았었죠. 하지만 그게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겁니까?”정기석이 냉랭하게 말했다. “하지율 씨가 실종되었습니다. 손형원 씨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죠. 그리고 당신은 손형원과 함께 있었으니, 납치 사건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단보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추정이라고요? 단순히 추정 수준이란 말이군요. 즉, 하지율 씨가 정말로 손형원에게 납치되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뜻이네요. 누가 하지율을 데려갔는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증거도 없이 내게 따지려 들다니.”단보현은 비웃음을 흘렸다.“정기석 씨, 난 당신 부하가 아닙니다. 당신 시키는 대로 움직일 이유가 없어요. 하지율 씨와 제 아버지의 체면 때문에 수색을 허락한 것인데, 당신은 그걸 모르나 보군요.”단보현은 자신을 막아서는 사람을 노려보며 태도를 강경하게 굳혔다.“비켜요. 또다시 나를 막는다면, 더 이상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정기석은 단보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특별한 수단 없이는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정기석은 살짝 비웃으며 말을 이어갔다.“가만있지 않을 거라고요?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 잊으신 건 아니죠?”정기석이 단보현을 응시하며 물었다. “단보현 씨, 스스로 걸어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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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화

함우민은 더 이상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주먹을 힘껏 내뻗었다. 상처투성이인 몸에 상처가 다시 터지면서 피가 셔츠를 붉게 적셨다.단보현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단보현도 곧바로 주먹을 들고 되받아쳤고, 곁에 있던 경호원들이 서둘러 끼어들어 함우민을 감싸며 둘 사이를 떼어 놓았다.함우민의 눈동자에는 서늘한 살기가 번쩍였다.“이 자식 묶어. 이 자식 입이 더 무거운지, 내 주먹이 더 센지 보자.”단보현의 표정이 굳었다.“감히? 함우민 씨, 잘 봐요. 내가 당신 마음대로 손댈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아요?”함우민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낮고 차가웠다.“그럼 지율 씨는? 지율 씨는 당신이 멋대로 건드려도 되는 사람입니까?”단보현은 잠시 함우민을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올려 비웃으며 말했다.“그렇게까지 하지율을 신경 쓰는 거 보니, 설마... 그 여자를 진짜 좋아하는 겁니까?”정기석과 함우민의 표정이 동시에 싸늘하게 식었다.함우민은 고개를 돌려 경호원에게 명령했다.“입버릇이 아주 더럽네. 입부터 고쳐 줘.”함우민도 이미 별장 바닥의 피가 하지율의 것이라는 보고를 받은 뒤였다. 하지율이 다쳐서 피를 흘렸다.그 생각에 함우민의 마음은 불로 지져지는 것만 같았다.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단보현의 입을 열어 하지율의 행방을 캐내야 한다는 것밖에 생각나지 않았다.정기석은 팔짱을 낀 채 무표정하게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고, 말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함우민이 이러지 않는다면 정기석이 이렇게 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단씨 가문의 체면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경호원 하나가 팔을 번쩍 들어, 있는 힘껏 단보현의 뺨을 후려쳤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단보현의 고개가 옆으로 확 돌아갔고, 앞니 하나가 피와 함께 바닥으로 튀어 나갔다. 단보현은 한동안 정신이 멍해져 말도 잇지 못했다.그때, 차갑게 가라앉은 정기석의 목소리가 천천히 내려앉았다.“단보현 씨, 지율 씨는 어디 있습니까. 이제는 말해 줄 수 있겠죠? 여기가 J시라는 건 이미 알 거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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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다른 사람들 눈에 띌까 봐 운전기사 한 명만 데리고 나섰고, 어디로 향했는지는 몰라요. 어떤 방향으로 갔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차는...”단보현이 알고 있는 정보를 있는 대로 다 털어놓자, 정기석은 깜짝 놀라서 곁눈질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이해가 갔다. 두 사람은 애초에 친구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말이다.함우민은 단보현에게서 들은 내용을 메모한 뒤 부하들에게 사람을 찾아보라 지시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함 대표님, 방금 연락이 왔습니다. 하지율 씨와 비슷한 사람이 병원으로 실려 왔다는 제보가 있습니다. 현재 응급실에서 중환자 치료 중이라 확실치 않습니다.”함우민은 크게 들떠 보이지도, 기대를 드러내지도 않았다. 오늘 밤 유사한 소식을 여러 번 받았기 때문에 담담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다.” 함우민이 짧게 답했다.정기석이 물었다. “무슨 소식이 온 건가요?”함우민은 솔직히 말했다. “유소린 씨가 고가도로 아래의 강으로 떨어져서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방금 전 보고로는 하지율 씨로 보이는 사람도 응급실에 실려 왔다고 하네요. 괜찮으면 거기 가서 확인해 주세요. 여기는 내게 맡기고요.”함우민은 보고만으로 그 환자가 바로 하지율이라고 단정하진 않았다. 하지율이 손형원 같은 인간 손에 붙잡혀 상처를 입은 상태라면 혼자 탈출하기 어려울 것이니까 말이다. 정기석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이 사람은 당신한테 맡기죠.”함우민은 단보현에게서 더 많은 얘기를 캐내고 싶었고, 정기석은 유소린에게서 단서를 찾으려 했다. 그래서 단보현을 그대로 함우민 쪽에 맡겨 두었다....병원에 도착한 정기석은 먼저 유소린의 상태를 확인했다. 유소린은 이미 응급 처치를 마쳤지만 깊은 혼수 상태에 빠져서 당분간 깨어나기는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정기석은 곧바로 응급실 쪽으로 향했다. 하지율로 추정되는 환자의 수술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정기석은 수술실 앞에서 전화를 걸어 다음 절차를 지시하며 기다렸다. 한참 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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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그때 복도에서 다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창백한 얼굴의 고지후가 서 있었다.고지후가 다가와 물었다.“지율이 상태는 어떻죠?”주용화가 대답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방금 도착해서요.”고지후는 문을 두드리고 병실로 들어갔다. 침대 곁에는 유소린이 엎드려서 하지율을 붙잡고 울고 있었다.“지율아, 다 내 잘못이야. 내가 경솔하게 말하지 않았더라면 네가 손형원에게 미움을 사지도 않았을 거고, 네 손도 이렇게 망가지지 않았을 거야...”유소린의 눈물은 끝도 없이 흘렀다. 깨어난 뒤로 유소린은 끝없는 자책에 빠져 있었다.하지율이 겨우 눈을 뜨고 유소린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소린아, 이번 일은 네 말 때문이 아니야. 네가 무슨 말을 했든, 연정미가 사생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면 결국 그 사람이 나를 의심했을 거야.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아니었으면 나는 평생 후회했을 거야.”이번 일로 유소린이 휘말린 건 확실했다. 다행히 손형원이 완전히 미쳐서 유소린을 더럽히지는 않았고, 또 함우민 쪽 사람들이 제때 구해 주었기에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유소린은 더 울음을 터뜨렸다.주변에 서 있던 함우민은 그 말을 듣고 표정이 잠깐 굳었다. 눈빛 한쪽에 묘한 후회가 스쳤고, 손형원에 대한 증오는 더 짙어졌다. 손형원을 잡을 기회가 생긴다면 누구보다 가차 없이 벌하겠다는 마음이 사무치게 일었다.정기석이 한마디 했다. “단종건 어르신께 연락드렸어요. 오늘 오후 J시에 도착하신대요. 지율 씨 손, 아직 희망이 있어요.”단종건의 이름이 나오자 하지율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조용히 말했다. “저를 납치한 사람은 손형원이에요. 단보현은 아니에요. 단보현은 직접 손을 쓰지 않았어요. 그 일은 굳이 어르신께 말씀드리지 마세요.”하지율은 단종건을 배려하려 했다. 단종건이 괴로워하는 걸 원치 않았다.유소린은 이를 듣고 입술을 깨물었다. 단보현이 한 행동은 손형원에 비하면 작은 일이라 생각했다.그때 병실 문이 또 한 번 두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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