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형원은 하지율의 손만 망가뜨렸을 뿐, 발까지는 건드리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이 몸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힘을 몽땅 끌어올렸다.운전기사는 잠깐 멍해졌다가, 곧바로 뒤를 쫓아가려 했다.그러나 피가 쏟아져 나오는 손형원의 다리를 보는 순간, 발걸음이 뚝 멈췄다.다친 손형원을 이런 인적 드문 곳에 혼자 내버려두고 갈 수는 없었다.그가 잠시 망설이고 있는 사이, 하지율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뒤쫓고 싶어도, 어디로 갔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운전기사는 시선을 거두고, 서둘러 손형원의 상처 부위를 눌러 지혈부터 했다.하지율의 칼끝이 정확히 다리의 어느 혈 자리를 건드렸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손형원의 허벅지는 완전히 감각을 잃었고, 스스로 움직이는 건 불가능해진 상태였다.손형원은 멀어져 가는 하지율의 뒷모습이 사라진 방향을 노려보며, 눈빛 속에 싸늘한 어둠을 띄웠다....하지율은 아무 방향도 정하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렸다.다시는 손형원의 손에 붙잡혀서는 안 됐다.그에게 또 잡히는 순간, 그때부터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다 싶을 만큼 끔찍한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게 뻔했다.방금 전까지 겨우 버티고 있었던터라, 달리면 달릴수록 힘이 풀렸다.손의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고, 특히 손형원이 한번 깊게 찔러 놓았던 손바닥은 하지율이 격하게 움직이자 다시 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시야 역시 서서히 흐릿해졌다.그럼에도 하지율은 안간힘을 쓰며 버텼다.절대로 지금 쓰러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속삭였다.현재 이 일대는 너무 외지고, 너무 고요했다.앞을 향해 아무리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를 혼자서 헤매는 기분만 들었다.얼마나 뛰어갔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른 뒤, 결국 하지율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정기석은 단보현의 핸드폰 위치를 추적해, 표시된 장소로 급히 달려왔다.그러나 도착했을 때 그 안은 이미 그림자 하나 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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