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971 - Chapter 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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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1화

남하연은 사방에서 연정미를 칭찬하는 사람들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이 정도면 일부러 눈에 띄려고 작정한 거 아니야?”옆에 있던 심다희가 웃으며 말했다.“그건 아니지. 연정미가 진짜로 작정하면 완전히 판을 쓸어버릴 거야. 이 바닥 최고 여신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야.”문지아가 고개를 기울였다.“혹시 작정한 연정미를 본 적 있어?”심다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몇 년 전 얘기야. 그때도 꽤 유명한 재벌 딸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이 서현아였어. 원래는 소꿉친구랑 약혼까지 약속해 둔 사이였지. 둘 사이는 다들 보기에도 좋아 보였고 곧 약혼식을 올리겠구나 하는 분위기였어. 그런데 서현아가 생일 파티에 연정미를 초대한 뒤로 모든 게 바뀌었지. 그날 이후 약혼자가 연정미한테 빠져서 아예 파혼하겠다고 난리를 친 거야. 어릴 때부터 붙어 다니던 연인이 하루아침에 원수가 됐지. 그 뒤로 서현아는 연정미를 미워해서, 틈만 나면 시비 걸 기회만 노렸어.”남하연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연정미는 가만히 있었어?”“처음에는 무시했는데 서현아가 점점 선을 넘었어. 연회장에서 와인을 끼얹고, 수영장 파티에서 일부러 밀어서 물에 빠뜨리기도 했어. 유치한 짓이지만 계속 반복되니까 결국 연정미도 화가 났지.”심다희가 거기까지 말하고 슬쩍 물었다.“너희 서씨 가문이 무슨 사업으로 돈 버는지 알아?”성격이 급한 문지아가 얼른 재촉했다.“괜히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봐.”“조향으로 돈 번 집이야. 향수 만드는 가문이지. 어느 날 서씨 가문에서 조향회를 열어서 수많은 사람들을 불렀는데, 그 자리에서 연정미가 서현아를 공개적으로 눌러 버렸어. 다들 서현아를 가장 재능 있는 조향 후계자라고 불렀는데 그날 이후 평판이 완전히 뒤집어졌지. 연정미 실력을 보고 나니까 서현아가 한순간에 너무 초라해 보였거든.”심다희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때까지만 해도 연정미는 그냥 이름이 조금 알려진 정도였어. 그런데 그 사건 이후로 유명해졌지. 지금처럼 제일가는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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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2화

뒤뜰까지 걸어 나온 연재영과 심다희는 그늘 아래에서 발걸음을 멈췄다.심다희가 연재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연재영 씨, 하실 말씀 있으시면 여기서 말씀하세요.”연재영이 조용히 물었다.“심다희 씨가 지율이랑 같은 학교 다닐 때, 지율이 입에서 연씨 가문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이 있습니까?”심다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그 말속에 숨은 뜻을 읽어 냈다.하지율이 먼저 자기 정체를 털어놓고, 그 덕에 심다희와 어울리게 됐다는 식으로 몰고 가고 싶은 건가.마음속 깊은 곳에서 비웃음이 스쳤지만 심다희는 드러내지 않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아뇨. 저희가 지율이를 처음 알게 됐을 때는, 지율이 신분에 대해 아무도 몰랐어요.”연재영의 표정은 담담했다.“그렇군요.”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심다희는 미간을 살짝 좁히고 담담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정확히 말하면 다 저희가 나중에 우연히 발견한 거예요. 방학만 되면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데 지율이만 집에 안 가고 계속 밖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등록금이랑 생활비를 벌었거든요.”심다희는 연재영의 눈을 마주했다.입가에는 예의 바른 웃음이 떠 있었지만 눈빛 깊은 곳에는 차가운 비웃음이 번졌다.“몇 번은 일하다 너무 지쳐서, 저혈당으로 쓰러진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의아했죠. 왜 지율이는 등록금이랑 생활비를 전부 자기 힘으로 벌어야 하는 걸까? 혹시 의지할 가족이 전혀 없는 걸까?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지율이가 집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더라고요. 지율이가 얘기한 가족 이야기는 대학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세상을 떠난 어머니 이야기뿐이었어요.”어머니 하이현이 남겨 준 돈 덕분에 하지율은 연씨 가문에서 나와도 굶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다만 그 무렵 유소린에게 일이 터지면서 하지율과 강병주가 가진 돈을 몽땅 유소린에게 빌려준 탓에 어쩔 수 없이 여러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뛰어야 했다.그때 심다희도 돈을 조금 보태 주겠다고 했지만 하지율은 아직은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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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3화

“우리 연씨 가문이 작은 가문도 아니고, 자식 생활비 대 줄 형편은 됩니다. 지율이가 가문에 돌아온 바로 다음 날 저희는 곧장 카드 한 장을 쥐어줬어요. 금액이 엄청나다고까지는 못해도 한 달에 2억이 꼬박꼬박 들어가는 카드였습니다. 그 돈은 순전히 지율이 돈이었고 평소에 입는 옷이니 화장품이니 액세서리, 가방 같은 건 물론이고 지율이가 타는 차까지 전부 연씨 가문에서 책임졌어요. 혹시 큰돈 쓸 일이 생겨서 용돈으로 모자라면 말만 하면 줬을 겁니다. 우리는 지율이를 경제적인 부분으로 협박한 적도 없습니다. 가문을 나간 뒤에도 그 카드는 정지시키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알바하다가 쓰러질 정도였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연재영이 코웃음을 흘렸다.“한 달에 용돈 2억이면 연정미가 써도 남을 겁니다. 지율이가 그 돈을 다 쓸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생활비를 안 줬다는 얘기도 지율이 입에서 직접 들으신 건가요?”심다희는 그 말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마치 하지율이 일부러 사연을 팔아 동정을 산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심다희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갔다.“연재영 씨는 지율이가 정말 그 용돈을 다 썼다고 생각하세요?”연재영의 눈가에 옅은 비웃음이 스쳤다.“지금 심다희 씨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군요. 지율이는 근성이 대단해서 차라리 알바하다 쓰러질지언정 우리 가문 돈은 단 한 푼도 안 쓰는 아이다, 그 말 아닌가요. 그게 진짜 자존심이 강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괜히 스스로 고생을 사서 하는 건지, 심다희 씨는 정말 구분할 수 있습니까?”심다희는 반박하려다 끝내 입을 다물어 버렸다.무슨 말을 꺼내도 이 사람은 결국 하지율을 나쁜 쪽으로만 해석할 뿐이니까 말이다.하지율이 알바하다 쓰러졌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연재영은 먼저 하지율 몸은 어떤지 묻지 않았다.그 대신 가문에서 용돈을 충분히 줬다는 말만 반복했고 하지율은 괜히 없는 고생을 사서 한 사람이라고 얘기했다.이쯤 되면 더 말을 이어 가는 게 의미가 없다.더 대화해 봤자 서로 상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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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4화

손형서가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최고의 명문가 영애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 사람들 상대하느라 계속 웃고 떠들어야 하고, 인맥 관리도 해야 하고. 난 이런 자리는 체질에 안 맞나봐.”방금 전까지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인사를 받던 연정미도 조금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형서야, 그래도 빨리 익숙해져야 해. 이건 다 인맥이야. 여기서 친구를 많이 만들어 두면 나중에 너한테도 좋고 형원 오빠한테도 분명 도움이 될 거야.”“나도 머리로는 알아. 근데 몸이 못 따라가.”주위를 한 바퀴 훑어본 손형서가 문득 물었다.“서현이랑 다윤이는 안 온 거야? 요즘 두 사람 뭐 하고 지내? 진짜 오래 못 본 것 같은데.”단서현과 심다윤은 연정미의 또 다른 절친이었다.두 사람은 평소에 아주 바빴기에 넷이 한자리에 모이기 아주 힘들었다.그 얘기에 갑자기 연정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서현이 말로는 단보현 오빠가 실종됐대. 그래서 단씨 가문 사람들이 계속 단보현 오빠를 찾는 중이래. 만약 단보현 오빠한테 문제가 생긴 거면 단씨 가문은 위험한 상황에 처할 거야. 그래서 서현이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고... 다윤이는... 지병이 도져서 치료 중이래. 너도 알잖아. 다윤이 몸이 좋지 않은 거.”손형서는 멀지 않은 곳의 심다희를 쳐다보면서 차갑게 웃었다.“하긴, 다윤이 몸이 좋았다면 심다희가 여기 올 일도 없었겠지. 심다희는 너보다 나은 곳도 없는데 다들 너랑 비슷한 급에 올려놓으려고 해. 요즘 명문가 영애 타이틀이 그렇게 쉬운 건가?”연정미가 얘기했다.“다윤이는... 참 안 됐어...”손형서는 무슨 생각이 난 건지 갑자기 웃었다.“오늘 연회의 주인공은 하지율이어야 하는데 네가 등장하자마자 모든 관심이 너한테로 쏠렸어. 이따가 하지율이 네 탓을 할지도 모르겠네.”연정미는 고개를 저었다.“그럴리 없어.”연정미는 하지율 얘기를 더 하고 싶지 않다는 듯 화제를 돌렸다.“아, 형원 오빠는? 왜 안 왔어?”최고 의료팀이 한 달간 보살핀 끝에, 손형원은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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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귓불에는 작은 진주 귀걸이가 걸려있었는데 하지율이 고개를 숙일 때마다 은은한 빛이 반짝였다.그 얼굴은 정말 혼을 빼앗아 갈 정도로 아름다워서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아까까지만 해도 하지율을 농촌 아가씨라고 비웃던 사람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2층에서 걸어 내려오는 하지율을 쳐다보았다.외모로만 보면 절대 연정미한테 밀리지 않았다.오히려 연정미의 화려함보다 고전적인 미가 더해져 더욱 고급스러워 보였다.기품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우아해 보였다.이런 얼굴은 이 바닥에서 놓고 봐도 손꼽힐 정도로 아름다웠다.어려서부터 연씨 가문에서 갈고 닦은 연정미도 압도할 수 없는 외모라니. 한참 지난 뒤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이 사람이 연태훈의 또 다른 딸이라고? 연씨 가문 유전자는 왜 이렇게 잘난 거야? 다들 선남선녀네!”“듣자 하니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다던데... 기품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몰랐어.”“처음 봤을 때는 다른 가문의 따님인 줄 알았어요!”“연정미보다 못한 부분이 없는데? 연정미도 이제는 슬슬 자리를 내줄 때가 된 건가.”사람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하지율에 대한 감탄을 늘어놓았다.이 충격은 아주 신선하고 컸다.사람들은 연정미 앞에서 하지율이 기도 못 쓰고 밀려날 줄 알았다. 그렇게 이번 연회의 주인공 자리를 빼앗길 거라고 생각했다.연정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연정미가 등장하면 그 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은 항상 연정미였고, 누구도 연정미와 대결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그래서 연정미와 아주 사이가 좋은 사람들, 혹은 연정미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 혹은 연정미가 꼭 필요한 장소가 아니라면, 사람들은 연정미를 부르는 것을 꺼렸다.본인의 연회에서 연정미한테 관심을 빼앗기기는 싫으니까 말이다.그래서 연정미가 참석하는 연회는 생각보다 적었다.그래도 연정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사람들의 시기 질투를 받는 것이 익숙했기 때문이다.왕관을 쓰려는 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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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6화

문지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그녀는 테이블을 스치듯 지나 앞으로 성큼 다가서더니,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하지율이 중졸이라고 누가 그래? 인터넷에서 아무거나 주워보고 사실을 왜곡하지 마!”말은 거침없었고, 그 눈빛에는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려는 결연함이 서려 있었다.“내가 확실히 알려줄게! 하지율은 중졸이 아닐 뿐만 아니라 A대 음악대학을 졸업했고, 심다희랑은 동창이야! A대의 연소영은 지금도 명예의 전당에 걸려 있다고! 사람을 시켜 알아보든가, 아니면 연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가서 하지율이 과거 이름이 연소영이었는지 물어봐! 인터넷에서 하지율의 학력을 봤다면 걔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것도 알겠네! 그런데 왜 그건 쏙 빼놓고 얘기 안 하는 거야? 지율이가 해리를 이긴 일은 대대적으로 보도되기까지 했다고! 당신들이 떠받드는 그 여자도 해리를 이기지는 못했지, 아마? 해리를 스승으로 모셔야 할 실력 아니야?”그녀의 말은 연회장의 공기를 단박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방금 전까지 하지율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가볍게 조롱하던 여자의 표정은 서서히 굳어갔고, 입술은 말라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주위에서도 작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흘렀다.그러자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또 다른 여자가 갑자기 앞으로 나서며 반박을 시작했다.“뭐, 인정해. 바이올린은 잘 켜겠지.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결국 이혼하고 아이까지 딸린 여자일 뿐이잖아. 바이올린을 제외하고 하지율의 어디가 연정미보다 낫다는 거냐고.”그 말에는 노골적인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그때, 조용하던 남하연이 입을 열려는 듯 갑작스럽게 앞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말수가 적은 그녀는 한 번 입을 열면 독설이 흘러나오는 걸로 유명하기도 했다.“이혼하고 애 딸린 게 뭐 어때서! 그게 남한테 부끄러운 일이야? 어? 그래! 마침 잘됐네. 사람도 많은데 모두 증인이 되어 주면 되겠어. 너희 집안 사람들은 영원히 이혼하면 안 되고! 아이도 없어야 해! 안 그러면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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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7화

이전에 연정미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던 사람들은 대부분 사교계에서 이름깨나 알려진 귀부인들이나 명문가 아가씨들이었다. 고급스러운 향수 냄새를 풍기며 접근하던 그들은 예의와 관심을 가장한 말투로 연정미를 둘러싸곤 했다. 그녀의 외모에 매료돼 호기심을 보이던 남자들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그들 중 진짜로 업계 전선에서 승부를 겨루는 상업 엘리트라 할 만한 인물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교양 있는 사교계 게스트일 뿐, 실질적 영향력과는 거리가 있었다.하지만 하지율에게 대화를 청하는 사람들의 면면은 전혀 달랐다. 그들은 각 업계에서 주도권을 쥔 사람들이었고, 단순 호기심을 넘어 계산된 목적을 품은 시선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협력을 꿈꾸든, 이용할 포석을 깔든. 분명한 건 연정미에게 접근했던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하지율에게 몰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남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연정미는 연씨 가문이 공들여 포장한 ‘완벽한 상품’ 같았지만, 결국은 미색이라는 불안정한 기초 위에 놓인 존재처럼 보였다.게다가 명문가 아가씨인 연정미는 쉽게 건드릴 상대가 아니었고, 잘못 건드렸다간 주변의 구혼자나 동맹 세력이 즉각 반발할 위험이 컸다.그래서 상당수의 남자들은 오히려 그녀에게 선뜻 다가가는 걸 피했다.그때, 손형서는 하지율 주변에 사람들이 파도처럼 몰려들며 웃음과 호감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저도 모르게 안색을 굳혔다. 특히 하지율의 등 뒤를 묵묵히 지키고 선 주용화를 본 순간 심장이 순간적으로 움찔하며 말로 설명하기 힘든 압박을 느꼈다. ‘용화 씨가... 왜 아직도 하지율 곁에 있는 거지?’질투인지, 불안인지, 혹은 위기감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손형서의 속에서 엉겨 붙었다.그녀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밝게 미소 짓고 있는 하지율을 흘끗 바라보며 얇게 입꼬리를 올렸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손형서는 이내 연정미에게 슬그머니 몸을 기울여 낮게 속삭였다.“너도 연경 그룹에 들어가기로 했는데 하지율까지... 이건 아무리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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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연상준과 연상진의 얼굴에는 잠시 서로 다른 감정의 그림자가 스쳤다. 자존심, 혼란, 그리고 인정하기 어려운 일말의 감탄까지... 그 모든 것이 얇은 층위를 이루며 번졌다. 연재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율이 연씨 가문의 체면을 깎기는커녕, 그 어떤 실수도 없이 자리를 지켜낸 사실에 놀란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반면 연태훈의 표정은 완전히 달랐다. 얼굴 가득 홍조를 띤 그는, 마치 하지율이라는 딸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모든 명예를 얻은 사람처럼 보였다. 장내의 조명이 그의 이목구비에 은근한 광택을 떨어뜨리자, 그가 억누르기 힘든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명확해졌다.시간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선 순간, 연태훈은 하지율 주위로 몰린 사람들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이만하면 됐다는 단호한 선이 분명히 깃들어 있었다.“제 딸이 조금 피곤해합니다. 잠시 쉬게 해 주시죠. 이야기 나누실 분들은... 연회가 끝난 뒤로 미루시고요.”조용하지만 힘이 있는 한마디였다. 사람들은 더 붙잡아봐야 실례가 된다는 것을 깨달은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나눈 후 자연스럽게 흩어졌다. 누구도 대놓고 아쉬움을 표현하진 않았지만, 시선에는 각자의 계산이 은밀히 스쳐 지나갔다.“지율이 너도 지쳤을 테지.”연태훈의 목소리는 순간적으로 자상한 부성의 결을 띠었다.“먼저 쉬고 있거라. 연회가 끝나는 대로 회사의 주주들에게 너를 공식적으로 소개할 거다.”“네.”하지율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숨을 조금 고르자,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이 멀리서 물결처럼 번져왔다.연정미가 자리를 비키자, 유소린과 주용화가 재빠르게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목마르지? 물 마셔.”주용화가 건네준 컵은 차갑고 묵직했다. 하지율은 시원한 물 한 모금을 입에 머금었다. 청량감이 느껴지는 물로 목을 적시자 그제야 조금 숨이 트이는 듯했다.“고마워.”유소린은 하지율의 살짝 구겨진 미간을 보고 혀를 찼다.“아휴, 이런 자리 진짜 피곤하다니까. 메이크업에 머리 세팅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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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손형원은 태연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 미소는 예의의 형식을 흉내 내고 있었지만, 속에 담긴 오만함은 가리려야 가릴 수 없었다.“우리 손씨 가문은 연경 그룹의 주요 협력 파트너입니다. 이런 자리에 손씨 가문이 빠질 수는 없죠.”부드러운 말투였지만, 말끝엔 얇고 날카로운 가시가 박혀 있었다. 그는 시선을 옮겨, 한쪽에서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주용화를 느릿하게 훑었다. 계산하는 듯, 가벼운 미소를 띤 채. 그는 병원에 잠입했던 남자가 주용화라는 확신을 굳혀두고 있었다. 그가 하지율의 곁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도 손형원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단지, 그가 왜 하지율을 돕는지, 둘 사이의 이해관계가 무엇인지, 그 연결고리를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었다.더욱이 하지율의 태도를 보면...그녀는 여전히 주용화의 진짜 정체를 모르는 것 같았다.손형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굳이 나서서 알려줄 마음은 없었다.그건 그저 재미를 줄 뿐, 실익은 없으니까. ‘하지율 같은 여자라면, 주용화의 막강한 배경을 알게 되는 순간 그를 이용하려 들 테지.’그의 눈빛에 얇게 번진 비웃음은 짙은 독처럼 번졌다.하지율의 표정은 점점 차갑게 굳어갔다. 말 한마디 없이 손형원을 응시하는 눈빛은 깊고 서늘했다. 공기마저 억눌리는 것 같은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조용히 내려앉았다.손형원은 천천히 그녀의 가까이에 다가왔다.어깨가 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상태에서 몸을 기울인 그는 타인은 들을 수 없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하지율. 내가 네 손을 망가뜨린 게 뭐?”그의 말은 마치 얼음에 깨진 유리 조각이 부딪치는 소리처럼 차갑고 잔인했다. 그 낮고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그녀의 가슴속으로 스며들어 뼛속까지 얼리는 듯했다.“연재영과 연 대표님, 그리고 연씨 가문 사람들... 그 누구도 나를 책망하지 않아. 오히려 나를 연회의 귀빈으로 대접하고 있지. 널 위해 정의를 찾아줄 사람은 없어. 아니, 어쩌면... 그들 모두 속으로 네가 자업자득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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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0화

하지율은 자신을 몰아붙이는 연상진을 무심하고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제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죠?”짧고 단단한 반박은 연상진의 기세를 순식간에 꺾었다. 그는 말문이 막힌 듯 입술만 달싹거렸다.옆에 서 있던 연상준과 연정미 역시 믿기 힘들다는 눈으로 하지율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얼굴에 스친 당혹감은, 잠시 뒤 스러지며 점점 차가운 비난으로 굳어졌다.연상준은 억눌러둔 분노를 감추지 못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율, 적당히 해. 손형원 씨는 연경 그룹이 초대한 귀빈이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사과해. 안 그러면...”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 하지율이 고요하게 말을 잘랐다.“안 그러면요?”그녀의 표정은 잔잔했다. 물 위에 던진 돌이 파문조차 만들지 못할 만큼 평온하고 냉담했다.“예전처럼 저를 집에서 쫓아낼 건가요? 아니면 경호원을 불러 강제로 끌어낼 건가요?”말을 마친 하지율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소파로 돌아가 앉았다. 그 순간 주용화가 조용히 다가와 그녀에게 물티슈 한 장을 건넸다.하지율은 그걸 받아 손형원의 뺨을 때렸던 손을 천천히 닦아냈다. 마치 조금 전 그 행동이 사소한 먼지를 털어내는 것에 불과하다는 듯, 여유롭고 세련된 동작이었다.그녀는 속으로 잠시 미묘하게 감탄까지 했다.‘화야 씨는... 날 누구보다 잘 아네.’연상진은 하지율의 당당함을 넘어선 뻔뻔함에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홀 곳곳에 속삭임이 퍼지며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졌다.그들을 향한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경악과 불신, 혹은 ‘그럴 수도 있다’ 는 현실적인 시선까지.손형원은 연정미의 구혼자이자 그녀 주변의 문제를 대신 처리해 주는 사람이었다. 사생아와 본가 자식의 사이가 원만하지 않은 건 드문 일이 아니었고, 오히려 손형원이 먼저 선을 넘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했다. 손형원의 불같은 성격은 이미 사교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니까.하지만 그럼에도 공식 행사장에서 남의 얼굴을 내리친 행동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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