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준과 연상진의 얼굴에는 잠시 서로 다른 감정의 그림자가 스쳤다. 자존심, 혼란, 그리고 인정하기 어려운 일말의 감탄까지... 그 모든 것이 얇은 층위를 이루며 번졌다. 연재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율이 연씨 가문의 체면을 깎기는커녕, 그 어떤 실수도 없이 자리를 지켜낸 사실에 놀란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반면 연태훈의 표정은 완전히 달랐다. 얼굴 가득 홍조를 띤 그는, 마치 하지율이라는 딸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모든 명예를 얻은 사람처럼 보였다. 장내의 조명이 그의 이목구비에 은근한 광택을 떨어뜨리자, 그가 억누르기 힘든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명확해졌다.시간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선 순간, 연태훈은 하지율 주위로 몰린 사람들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이만하면 됐다는 단호한 선이 분명히 깃들어 있었다.“제 딸이 조금 피곤해합니다. 잠시 쉬게 해 주시죠. 이야기 나누실 분들은... 연회가 끝난 뒤로 미루시고요.”조용하지만 힘이 있는 한마디였다. 사람들은 더 붙잡아봐야 실례가 된다는 것을 깨달은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나눈 후 자연스럽게 흩어졌다. 누구도 대놓고 아쉬움을 표현하진 않았지만, 시선에는 각자의 계산이 은밀히 스쳐 지나갔다.“지율이 너도 지쳤을 테지.”연태훈의 목소리는 순간적으로 자상한 부성의 결을 띠었다.“먼저 쉬고 있거라. 연회가 끝나는 대로 회사의 주주들에게 너를 공식적으로 소개할 거다.”“네.”하지율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숨을 조금 고르자,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이 멀리서 물결처럼 번져왔다.연정미가 자리를 비키자, 유소린과 주용화가 재빠르게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목마르지? 물 마셔.”주용화가 건네준 컵은 차갑고 묵직했다. 하지율은 시원한 물 한 모금을 입에 머금었다. 청량감이 느껴지는 물로 목을 적시자 그제야 조금 숨이 트이는 듯했다.“고마워.”유소린은 하지율의 살짝 구겨진 미간을 보고 혀를 찼다.“아휴, 이런 자리 진짜 피곤하다니까. 메이크업에 머리 세팅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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