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991 - Chapter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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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1화

“임채아 같은 사람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임채아는 확실히 지율이의 발목을 자주 잡았으니까요.”주용화의 눈빛이 어둡게 빛났다. 그리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그들의 뒤로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지율 씨.”뒤를 돌아보니 함우민이 찬란한 불빛 아래 서 있었다.유소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함우민 씨!”하지율은 약간 정신이 멍해졌다.함우민은 천천히 걸어와 그들의 앞에 멈춰 섰다.“안녕하세요.”유소린이 웃으면서 얘기했다.“오늘 엄청 멋진데요?”함우민이 가볍게 웃더니 하지율에게 얘기했다.“지율 씨, 축하해요.”“감사합니다.”함우민은 본인이 늦게 온 이유를 해명했다.“죄송해요. 오는 길이 막혀서 조금 늦었어요.”함우민이 사람을 보내 손형원을 죽이려고 한 일을 떠올린 유소린은 함우민에게 고마우면서도 함우민이 가엽게 여겨졌다.유소린은 하지율을 잘 알기에 하지율과 함우민이 이어질 수 없다는 걸 알았다.유소린은 두 사람에게 따로 함께 할 시간을 주고 싶어서 주용화에게 눈치를 주었다.“화야 씨, 지율이랑 우민 씨가 따로 얘기하게 비켜주는 게 어때요?”주용화는 시선을 내리더니 무표정으로 걸어 나갔다.두 사람이 나간 뒤 하지율이 얘기했다.“우민 씨, 저번의 일로 감사하다는 말을 아직 못 드렸네요.”함우민은 하지율의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얘기했다.“지율 씨, 제가 미안해요. 만약 지율 씨를 병원에 두지 않았으면 손형원의 사람이 지율 씨를 납치해 갈 일도 없었을 테니까 말이에요.”함우민은 하지율이 병원에서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숨겼다는 걸 안다.“우민 씨 탓이 아니에요. 우민 씨가 지켜주지 않았다면 저는 진작 손형원한테 납치되었을 거예요. 게다가 우민 씨는 저를 보호하려다가 다친 거잖아요. 제가 우민 씨를 간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하지율이 이어서 얘기했다.“맞다, 손형원의 일을 대신 복수해 준 거, 정말 고마워요.”함우민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손형원이요?”하지율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계약 현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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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하지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하지율은 조심스레 눈앞의 오르골을 품고 얘기했다.“고마워요, 잘 보관해 둘게요.”함우민은 하지율이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최근 일어난 일을 떠올리고 다시 마음이 착잡해졌다.단보현은 완벽하게 사라졌다. 모든 흔적을 지우고 말이다.최근 함우민은 계속해서 단보현을 찾고 있었다.단보현이 도망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단보현의 행적에 대해 알 수 있었다.하지만 단보현의 역추적 능력 또한 아주 뛰어났기에, 단보현을 잡지 못하고 번번이 놓쳐버렸다.그러고 보니 이제 단보현의 정보를 받지 못한 지도 오래되었다.함우민은 단보현이 구조받았을까 봐 걱정되었다.하지율의 목소리가 함우민의 생각을 끊었다.“우민 씨, 이번에 이렇게 많은 도움을 받아서 죄송하네요. 앞으로 제가 도울 것이 있다면 얘기해 주세요. 이 은혜는 꼭 갚을게요.”함우민은 정신을 차리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지율 씨, 그렇게 어려워하지 말아요.”함우민이 이어서 물었다.“M국에서 3일 정도 더 있을 예정인데 시간 있어요? 저랑 같이 시간을 보내줄 수 있나요?”하지율이 약간 머뭇거렸다.하지율이 손형원과 약속한 것도 3일이었다.준비해 둔 계획이 있긴 하지만 대비를 하나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만약 손형원이 조급해져서 충동적으로 달려든다면 하지율도 위험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함우민이 그렇게 많은 도움을 줬고, 또 M국에 처음 오기도 했으니...’하지율이 빠르게 대답했다.“좋아요. 문제없어요.”함우민은 망설이는 하지율을 보면서 뭐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결국 입술만 달싹일 뿐,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보내지 못했다.하지율은 이제 M국에 있으니 앞으로 만나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그러니 하지율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했다....유소린과 주용화가 떠난 뒤, 주용화는 자꾸만 하지율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소린은 그런 주용화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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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몰래 따라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주용화의 옷깃을 잡아당겼다.“화야 씨.”고개를 돌려보니 손형서가 거기에 서 있었다.손형서는 환하게 웃으면서 물었다.“화야 씨, 여기에는 무슨 일이에요? 하지율 씨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에요?”주용화는 조용히 손형서의 손에서 옷깃을 빼냈다.“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요?”손형서는 주변을 돌아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다.“화야 씨,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시간 돼요?”주용화는 별일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손형서는 전부터 주용화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주용화의 집안 배경이 손씨 가문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는 주용화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두 사람은 조용하고 고즈넉한 뒷마당으로 걸어왔다.주용화의 신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손형서는 주용화의 신분과 지위가 아닌 주용화 자체를 좋아하는 척 연기해야 했기에 아주 조심스러웠다.그래서 주용화가 하지율의 곁에 있는 이유가 연경 그룹의 지분을 위한 것이냐고 물을 수도 없었다.손형서는 주용화의 표정을 관찰하면서 조심스레 물었다.“화야 씨, 화야 씨랑 우리 오빠 사이에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니에요?”손형원의 상처가 회복된 뒤, 손형서는 다시 한번 주용화 관련한 얘기를 물어보았다.연정미의 추측과 비슷했다. 손형원은 병원에서 주용화를 봤다고 얘기했다.주용화가 얘기했다.“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전에 손형원 씨가 찾아와서 저는 손형서 씨와 급이 맞지 않으니 알아서 거리를 두라고 했거든요.”손형서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오빠가 화야 씨를 찾아왔었다고요? 언제요? 왜 저는 모르는 거죠?”주용화는 약간 고민하다가 말했다.“아마 입원하기 얼마 전이었던 것 같아요.”하지만 손형서가 전에 손형원에게 주용화에 대해 얘기했기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게다가 손형원은 주용화가 손씨 가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손형서가 남자 보는 눈이 좋다고 칭찬하면서 응원해 주지 않았던가. 손형서는 여전히 의아했다.“우리 오빠가 무슨 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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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그래서 손형서는 손형원이 연정미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도 개의치 않았다.하지만 손형원이 연정미를 위해 손형서를 배신 하는 건...이미 연정미에게 그렇게 많은 것을 줬으면서 또 남자까지 갖다 바치려고 하는 걸까.손형서는 속으로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지금 당장 손형원에게 달려가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결국 참아냈다.손형서가 말했다.“화야 씨, 제 오빠의 말은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오빠는 그저... 저를 계약 결혼시키려고 그렇게 말한 거일 거예요.”주용화가 말했다.“그분 말이 틀린 것도 아니죠. 형서 씨는 손씨 가문 아가씨고 저는 그저 일반인이니까요.”손형서는 그 말을 듣고 얼른 연기를 시작했다.“일반인인 게 어때서요? 급이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가치 있는 사람인지가 더욱 중요하죠.”손형서는 주용화를 보면서 진심 어린 말투로 얘기했다.“화야 씨는 저한테 가장 가치 있는 사람이에요.”손형서는 생각했다. 만약 본인이 주용화였다면 이런 말을 듣고 아주 감동했을 거라고 말이다.하지만 주용화는 그렇지 않았다.“형서 씨, 제 생각에는... 우리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손형서의 마음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버렸다.“화야 씨, 그게 무슨 뜻이에요?”주용화가 말했다.“손형원 씨는 저희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제가 병원에서 손형원 씨를 죽이려고 했다는 거짓말까지 하고 계시죠. 앞으로 또 저한테 무슨 누명을 씌울지 몰라요. 제 실력이 일반인보다는 뛰어나다고 하지만 전문적인 킬러와는 확연히 다르거든요. 그 병원은 경비가 삼엄한데 제가 어떻게 몰래 침입해서 손형원 씨를 죽이겠어요.”거기까지 말한 주용화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형서 씨, 그냥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전 비판이나 비난은 견딜 수 있어도 모함은 견딜 수 없습니다.”손형서가 얼른 설득했다.“화야 씨, 전 화야 씨를 믿지 않는 게 아니에요. 오빠 쪽에는 제가 잘 말해볼게요.”하지만 주용화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손형서 씨, 저는 다른 일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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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게다가 자꾸 하지율의 편을 드는 것도 의심스럽긴 하네요.”연정미와 손형원은 그런 점을 통해 아마도 손형서의 연기가 실패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주용화가 손형서에게 이렇게 차갑게 굴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연정미는 손형원의 말을 믿고 있었다.손형원은 확신이 없는 말을 내뱉는 사람이 아니니까 말이다.손형서가 말했다.“주용화가 하지율 편을 드는 건 하지율의 믿음을 얻기 위해서였어. 어쩌면 하지율이 쥐고 있는 초기 지분이 목표일 수도 있고. 하지율이 주용화를 데리고 연씨 가문으로 돌아간 것만 봐도 얼마나 주용화를 믿고 있는지 알 수 있잖아. 그렇지 않으면 주씨 가문 가주씩이나 되는 사람이 왜 하지율의 곁에 남으려고 하겠어?”거기까지 말한 손형서는 무언가를 떠올리고 비웃음을 흘렸다.“설마 하지율을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율은 애 딸린 돌싱인데, 설마 그런 하지율을 좋아하겠어.”손형원이 차갑게 웃었다.“하지율을 우습게 보지 마. 이혼했다고 하지만 정기석과 함우민이 하지율을 위해 움직이잖아. 게다가 고지후와 결혼할 때도 신분을 밝히지 않았었어. 그 점만 봐도 하지율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지.”손형원은 집착 가득한 손형서의 눈을 보면서 차갑게 얘기했다.“손형서, 주용화한테서 떨어지는 게 좋을 거야. 그 사람은 네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하지만 손형서는 더 듣고 싶지 않았다. 그저 손형원이 주용화를 연정미에게 갖다 바치기 위해 이런다고 생각할 뿐이었다.손형서는 일단 손형원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손형원의 성격으로는 다른 사람이 손형원의 말을 반박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손형서는 손형원과 맞서 싸울 힘이 없기에 결국 고개를 숙이고 얘기했다.“알겠어.”그리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연회는 아주 늦은 시간에 끝났다.유소린과 주용화는 이튿날 하지율과 함께 나가야 했기에 하지율은 두 사람을 별장에서 재우기로 했다.연씨 가문의 별장은 아주 컸지만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방계 친척들이 이곳에 사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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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하지율은 본인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저 멍하니 방으로 들어가 조심스레 바이올린을 잡아보았다.그 익숙한 촉감에 하지율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이 무게와 그립감은 얼마나 익숙하고도 그리운 것이었나.하지율은 눈물을 흘리지 않은 지 오래되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다.이건 어머니가 물려준 바이올린이다.하지만 하지율은 눈앞에서 여름밤의 별이 부서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사랑하는 물건이 눈앞에서 부서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본인의 신세를 한탄해 봤자 소용없었다.유소린은 눈물을 흘리는 하지율을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오랜 친구로서 유소린은 하이현을 여러 번 만났다. 게다가 하지율의 집에 가서 같이 밥을 먹은 적도 여러 번이었다.하이현은 아주 부드럽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마치 세월의 흔적이 하이현만 비껴간 것처럼 말이다.유소린이 기억하는 하이현은 바이올린을 잡은 채 빛나고 있었다.그래서 여름밤의 별이 부서지던 그 순간 유소린은 마음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하지율을 위해서, 하이현을 위해서, 무조건 복수를 할 것이라고 다짐한 유소린은 하지율이 입원했을 당시 함우민과 정기석에게 부탁해 바이올린을 찾아봐달라고 했다.하지만 그때는 찾을 수 없었다.유소린이 직접 찾고 싶었지만 하지율을 돌봐야 했기에 방법이 없었다.그러다가 주용화가 그걸 발견하고 직접 찾으러 나섰다.주용화의 말에 따르면 이 바이올린은 아주 음습한 동굴 속에 숨겨져 있어서 일반인은 찾기 어려웠을 거라고 한다.하지율은 천천히 바이올린의 현을 쓰다듬었다.부드러운 음악 소리가 유소린의 생각을 불러일으켰다.하지율은 전처럼 신들린 연주를 보여줄 수는 없지만 가볍게 연주하는 것쯤은 해낼 수 있다.천천히 감정을 가다듬은 하지율이 주용화를 보면서 물었다.“현은 바꾼 건가요?”주용화가 머리를 끄덕였다.“너무 많이 손상되어 있어 똑같은 현으로 바꿨습니다.”유소린도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지율아, 이 바이올린은 거의 다 화야 씨가 복구한 거야. 화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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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주용화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손형원은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하지율은 함우민도, 주용화도 탓하지 않았다.주용화한테 휴가를 준 것은 하지율 본인이다.그러니 이 일은 함우민의 탓도, 주용화의 탓도 아닌 손형원의 탓이다.유소린이 말했다.“지율아, 시간이 늦었으니 얼른 쉬어. 내일 다 같이 연경 그룹으로 가서 서류를 챙겨야 하잖아.”그 말을 들은 하지율의 표정이 약간 굳어버렸다.“내일 일이 있어서 못 갈 것 같아. 아버지한테 얘기해 놓을 테니까 두 사람이 다녀오면 돼.”하지율이 배워야 할 건 너무 많았다. 경영에 관한 지식뿐만이 아니라 연경 그룹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했다.연경 그룹에서 일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연경 그룹에 대해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내일 챙길 서류는 경영 관련 서류가 아닌, 연씨 가문 자식으로서 알아야 하는 것이다. 연태훈은 관대하게 그 서류들을 하지율에게 빌려주었다.하지만 일부 기밀문서는 아직 열람할 자격이 없었다.유소린이 의아해했다.“지율아, 이번 달 말에 연경 그룹에 들어가는 거 아니야? 급하게 배워야 할 게 있어?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어?”하지율이 연경 그룹에 들어간다면 수많은 비난과 질책이 쏟아질 것이다.게다가 하지율은 경영 기초가 없어서 구멍 그 자체가 될 것이다.하지율도 그 사실을 알았기에 경영 관련 서적을 가득 샀을 뿐만이 아니라 선생님을 찾아 직접 배우려고 했다.하지율이 말했다.“우민 씨가 M국에서 2, 3일만 있다가 간대. 그래서 그동안 나랑 같이 다니면서 내가 가이드 해주기를 바란대.”하지율은 M국에서 오랜 시간 공부했기에 M국에 대해 아주 잘 알았다.그러니 함우민이 하지율에게 가이드를 부탁하는 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유소린은 함우민이 하지율을 불러냈다는 것에 더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함우민은 확실히 하지율을 많이 도와줬으니까 말이다.유소린이 말했다.“화야 씨를 데려가. 우리가 M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 게다가 여기는 그 사람들 구역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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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연씨 가문의 별장은 아주 컸다. 집이 한 채만 있는 게 아니었다.연씨 가문의 경호원들도 이곳에 산다. 그러니 주용화가 들어오는 것도 놀랍지는 않았다.하지율은 고민하다가 물었다.“화야 씨가 동의할까?”유소린이 말했다.“내가 화야 씨한테 물어봤는데 별다른 생각이 없어 보여. 어디서 사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대.”하지율은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화야 씨가 괜찮다고 하면 되는 거지. 어차피 남는 방은 가득하니까. 사람 한 명 들이는 건 큰 문제 없어.”“그럼 다행이네.”유소린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지율아, 나 없는 동안 무슨 일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해. 나한테 숨기지 말고 말이야.”하지율이 부드럽게 대답했다.“알겠어.”유소린이 자리를 떴다.유소린이 떠난 뒤 하지율은 가볍게 여름밤의 별을 품에 안았다.이제는 아무도 하지율의 것을 빼앗아 가게 두지 않을 것이다. ...이튿날. 하지율은 함우민과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요즘 M국에서는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함우민은 거기에 관심을 가진 듯, 하지율과 함께 전시회를 보러 가자고 했다.하지율의 손은 연주를 할 수는 없었지만 다른 한 손은 쓸 수 있었기에 그림은 그릴 수 있었다.확실히 그림을 그리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지금은 할 일이 없으니 다시 그림을 시작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율이 도착했을 때 함우민은 이미 전시회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하지율을 본 함우민의 눈빛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입가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지율 씨.”하지율이 뭐라고 하려는데 운전석 문이 열리더니 기다란 실루엣이 천천히 내렸다.정교하게 빚어진 듯한 이목구비는 선이 뚜렷했고 피부는 깨끗하고 맑았다.함우민의 얼굴에 드리워진 미소가 그대로 굳어버렸다.주용화는 함우민 앞에 와서 미소를 지으며 밝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함우민 씨.”하지율이 옆에서 해명했다.“우민 씨, 화야 씨는 저희를 보호하기 위해 온 거예요. 손씨 가문은 M국에 주요 세력이 있으니 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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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하지율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화야 씨, 전에 고대 유물 관련한 일을 하셨나요?”만약 그렇다면 주용화가 이렇게 많은 것을 아는 것이 이해가 된다.하지만 주용화는 바로 부정해 버렸다.“아니요. 전 그쪽으로 하나도 모릅니다.”“하지만 소린이는 화야 씨가 문화재 복구할 줄 안다고...”“그건 거짓말이에요. 그렇게 얘기하지 않으면 저한테 맡기지 않을 테니까요.”하지율은 그 말을 듣고 멍해 있다가 실소를 터뜨렸다.“제대로 복구하지 못해서 소린이가 화야 씨를 탓하면 어쩌려고요.”“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요.”주용화가 담담하게 얘기하자 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유소린이 아무리 성격이 불같다고 해도 중요한 순간에는 정신을 다잡는 사람이니까 말이다.유소린은 주용화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주용화가 말을 이었다.“전 확신 없는 일은 하지 않아요. 여름밤의 별을 제대로 복원할 자신 있었어요.”하지율은 약간 떨리는 눈동자로 주용화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유소린이 주용화를 탓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가 아닌, 주용화가 제대로 복원하지 못할 리 없다는 말이었다는 걸.하지율은 주용화의 자신감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때 함우민이 옆에서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여름밤의 별이요? 찾았어요?”하지율은 그제야 함우민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주용화가 여름밤의 별을 어떻게 찾았는지 알려주었다.함우민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굳어버렸다.유소린이 함우민을 찾아와 바이올린을 찾아봐달라고 한 적은 있다.함우민이 직접 찾아보긴 했지만 수색 기간은 딱 하루였다.그때의 함우민은 하지율 대신 복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여름밤의 별이 손형원과 단보현의 손에서 부서진 걸 생각하면 두 사람을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았다.그래서 함우민은 그 분노를 모두 단보현에게 풀었다.그리고 하지율에게 새로운 바이올린을 선물하려고 했다.하지만 여름밤의 별을 똑같이 본따서 만드는 건 거의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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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손형서를 쳐다보았다.손형서는 원래 주용화를 보고 환하게 웃다가 옆에 하지율을 보고 그대로 표정이 굳었다.하지율은 손형서가 주용화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손형서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손형원의 사건 이후 하지율은 손형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렇다고 주용화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손형원이 하지율을 납치한 이유도 연정미 때문이었지, 손형서 때문이 아니니까 말이다.하지율은 주용화에게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손형서 씨가 찾으시네요. 먼저 얘기 나누세요. 저랑 우민 씨는 좀 더 돌아볼게요.”주용화는 바로 거절했다.“괜찮습니다. 그렇게 친한 건 아니라.”그 말을 들은 손형서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버렸다.주용화가 하지율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손형서와 선을 긋고 하지율의 의심을 사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걸 알지만 괜히 귀에 거슬렸다.하지율은 손형서와 인사할 생각이 없었다.“그럼 우리 먼저 가죠.”“네.”손형서는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만 봐. 이미 떠났잖아.”옆에서 손형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손형원은 차가운 눈빛으로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손형서, 주용화한테 마음을 품지 마. 저 사람은 우리랑 같은 배를 탄 사람이 아니야.”손형서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다가 바로 반박했다.“화야 씨는 그저 하지율 앞에서 의심받고 싶지 않아서 이러는 거야.”손형원이 차갑게 웃었다.“만약 그렇다면 적어도 뒤에서 너한테 신호를 줬어야지. 게다가 병원에 와서 날 죽이려고 한 사람이야.”손형서는 그게 거짓말이 아니냐고 얘기하고 싶었다.손형원의 거짓말 때문에 주용화가 차갑게 변한 것이 아니겠는가.임채아의 발 연기에도 주용화는 임채아를 끝까지 도와줬었다.손형서는 본인이 임채아보다 못하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이 모든 건 손형원과 연정미가 일부러 두 사람의 사이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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