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율은 눈을 가늘게 좁히며 주용화를 바라보았다. 시선에는 얇은 의심과 미묘한 경계가 서려 있었다.“화야 씨, 나한테 거짓말하는 건 아니죠?”그녀의 물음에 그가 부드럽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답했다.“제가 이런 일로 어떻게 하지율 씨께 거짓말을 하겠습니까.”하지율이 더 캐묻기 위해 숨을 고르는 순간, 복도 저편에서 급한 숨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드니 유소린이 헐떡이며 그녀에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비스듬히 떨어진 연한 조명이 유소린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하지율! 너 괜찮아?”“괜찮아.”유소린 옆에는 강병주, 정기석, 고지후가 나란히 서 있었다.갑작스럽게 불려 온 듯, 모두 들뜬 호흡을 정리하지 못한 채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넬 틈도 없이 곧장 달려온 기색이 역력했다. 정기석이 가장 먼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오늘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하지율 씨.”“감사합니다.”강병주는 묵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지율아, 무슨 일 있으면 절대 혼자 감당하지 마.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뭐든 도울게.”“고마워요, 선배.”옆에 서 있던 고지후는 한동안 말없이 하지율을 바라보았다.익숙한 듯하면서도 멀어진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었다.여러 문장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듯 입술만 가볍게 움직였다.하지율은 그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이내 담담히 시선을 거두었다.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태도, 마치 오래전 누군가를 대하던 기억에서 모든 온도를 걷어낸 듯한 반응이었다.그 순간, 고지후의 심장이 아주 미세하게 움츠러졌다.그는 속으로 조용히 문장을 되뇌었다.진정한 무관심은 차갑게 굴거나 말조차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말할 수는 있지만 아무런 진동도 남기지 않고 일상의 소소한 장면처럼 흘려보낼 수 있는 태도라는 것.‘하지율은... 정말 모든 걸 내려놓았구나.’그때, 정기석이 쇼핑백 하나를 내밀었다.“연씨 가문으로 돌아온 걸 축하해요, 하지율 씨. 이건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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