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Bab 141 - Bab 150

221 Bab

제141화

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무릎을 꿇더니 간절한 표정으로 하도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하 대표님, 전 정말 몰랐어요. 대표님께서 이 회사의 주주이신 줄 알았다면 백 번 죽었다 깨어나도 감히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이어 그녀는 곧장 임서율에게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까지의 오만했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이분이 사모님이시죠? 정말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요즘 집안 사정이 너무 안 좋아서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업무도 너무 바빴고요.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어떻게 감히 사모님께 무례를 범했겠어요.”임서율은 난생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저, 저기... 굳이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전 사모님이 아니...”“사모님, 안녕하세요.”갑자기 문가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임서율은 그 순간 온몸이 굳어버린 듯 얼어붙었다.차주헌과 강수진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임서율은 차마 고개를 들지 않아도 차주헌의 표정이 얼마나 일그러졌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강수진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녀 앞으로 다가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서율 씨, 언제부터 하 대표님 아내가 된 거예요?”임서율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고개를 숙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지만 애써 침착하게 답했다.“오해예요.”그러자 옆에 있던 간호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끼어들었다.“그럼 하 대표님 사모님이 아니셨어요? 근데 아까 하 대표님은 왜 그렇게 걱정하신 거죠?”임서율은 순간 간호사의 입을 당장이라도 꿰매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가 고의로 이런 말을 꺼낸 게 틀림없었다. 자신이 직장을 잃게 되었으니 아예 함께 망하자는 심산이리라.순간 임서율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설령 친구 사이라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 아닌가요? 만약 당신 친구가 간호사에게 함부로 주삿바늘을 찔리고 아파서 소리를 지르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건가요?”그 말에 간호사는 굳게 입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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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하도원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차주헌의 미간이 무의식적으로 찌푸려졌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하도원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도 수화하실 줄 아세요?”하도원이 여유롭게 웃으며 능청스레 말했다.“예전에 봉사 활동할 때 조금 배웠거든요. 그래서 어지간한 건 알아봅니다”그의 마지막 어투에는 짙은 비아냥거림이 묻어 있었다. 차주헌 역시 그 뉘앙스를 정확히 알아챈 듯 원래 어두웠던 표정이 한층 더 차갑게 굳어졌다.곁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임서율은 그 긴장감에 숨이 막힐 듯했다. 마치 자신이 모두 앞에서 면박을 당한 것처럼 차주헌의 모멸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사실 차주헌이 처음 손짓을 했을 때부터 임서율은 그의 의도를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하도원 앞에서 직접 말을 꺼내기에 곤란하니 손짓으로 대신 전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강수진이 회사에 들어온 이후, 그는 더 이상 임서율에게 그런 수고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듯했다.차주헌이 싸늘한 시선으로 하도원을 보며 냉정하게 말했다.“업무와 관련된 사항이라면 저에게 직접 말씀하시죠. 서율 씨는 지금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업무 얘기를 할 정신이 아닐 겁니다.”상대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쯤에서 물러섰을지 모르지만 하도원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역시나 하도원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비웃음을 띠었다.“그래요? 방금 보기엔 임서율 씨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 보이던데요. 게다가 이번 프로젝트 담당자가 임서율 씨니 직접 소통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그러면서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강수진을 힐끗 바라보았다.“게다가... 차 대표님께서는 강수진 씨도 챙겨야 할 것 같은데, 그럴 시간이 있으신지 모르겠네요.”강수진이 살며시 이문연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애처롭게 말했다.“주헌 씨, 나 데려다준다고 했잖아. 의사 선생님도 밤에 꼭 누군가 돌봐줘야 한다고 했고, 다시 열이 오르면 큰일이라 했단 말이야. 나 지금 약도 못 먹는 거 알잖아.”차주헌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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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강수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가녀린 몸은 금방이라도 차주헌의 품속으로 쓰러질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주헌 씨, 나 좀 불편해... 먼저 집에 데려다줄 수 있어?”차주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임서율을 향해 돌아섰다.“내가 수진 씨 먼저 데려다주고 올게. 당신 수액 언제쯤 끝나? 끝나면 다시 데리러 올게.”임서율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지우가 이따가 오기로 했어. 요즘 걔가 좀 기분이 안 좋아서 내가 곁에 있어 줘야 할 것 같아.”차주헌은 말없이 그녀의 두 눈을 응시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 당신 맘대로 해.”그는 강수진과 함께 병실을 나서려다 문 앞에서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부원장을 향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병원 간호사들이 다 이런 태도라면 하루빨리 병원 문을 닫는 게 낫겠군요.”부원장은 순간 온몸에 전류가 흐른 듯 긴장으로 굳었다.“차 대표님, 하 대표님. 두 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런 사람은 우리 병원에서도 결코 용납하지 않습니다.”차주헌은 싸늘한 시선을 거두고 강수진과 함께 병실을 떠났다.그제야 부원장은 참았던 숨을 가쁘게 내쉬며 간호사를 향해 싸늘히 말했다.“내일부터 병원에 나오지 마.”간호사는 울상을 지으며 절박하게 매달렸다.“부원장님,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부원장은 냉정하게 등을 돌리며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내가 널 감싸줄 수 있을 것 같아? 전에 다른 간호사들이 경고한 걸 귓등으로 들었지? 이번엔 상대를 잘못 만난 거야. 나도 방법이 없다.”부원장은 서둘러 하도원에게 다시 허리를 깊이 숙이며 사과를 건넸다.“하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편히 쉬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간호사는 부원장에게 끌려 병실 밖으로 나갔고 병실은 다시 고요해졌다.임서율은 긴장이 풀린 듯 한숨을 내쉬며 곁눈질로 하도원의 손등을 슬쩍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주삿바늘은 괜찮아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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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하도원은 순간적으로 멈칫하다 다른 한쪽 손으로 옷자락을 슬쩍 당겨 허리 뒤쪽의 상처를 감추었다.“별거 아니에요.”임서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문득 머릿속에서 예전에 하도윤이 차를 몰아 한종서의 차량을 들이받았던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무렵 하도원은 마치 세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 사람처럼 그녀의 메시지에 제대로 답장하지 않았고 그저 바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임서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혹시... 한종서 쪽 사람들을 건드린 거예요?”하도원은 낮고 무거운 음성으로 투덜거렸다.“너무 똑똑한 것도 가끔은 피곤하다니까.”그는 살짝 자세를 바꾸며 깊고 어두운 시선으로 임서율을 바라보았다.“말해봐요. 어떻게 알아챈 거예요?”임서율이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한종서는 한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잖아요. 아버지 입장에선 어렵게 얻은 늦둥이니 얼마나 소중하겠어요. 그런 아들이 다쳤다면 한씨 가문은 당연히 범인을 찾아내려고 했겠죠.”그녀는 잠시 숨을 골랐다가 말을 이었다.“하 대표님이 운성에서 아무리 영향력이 있다고 해도 한종서를 함부로 건드릴 정도는 아니니까요. 더구나 두 사람 사이가 심각하게 틀어진 것도 아니었으니, 결국 한씨 가문에 성의를 보여주려면 하씨 가문도 하 대표님을 벌할 수밖에 없었겠죠.”하도원은 미간을 어루만지며 낮게 중얼거렸다.“차 대표는 서율 씨랑 그렇게 오랫동안 지내놓고도 서율 씨를 제대로 모르다니. 강수진과의 일을 숨길 수 있을 거라 착각이나 하고 말이에요.”임서율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어쩌면 애초에 숨길 생각조차 없었을지도 모르죠.”하도원은 냉담한 목소리로 답했다.“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몸이 돌아온다고 해도 마음이 이미 떠난 이상.”임서율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내가 언제 억지로 돌아오길 바랐던가요? 감정이란 건 서로 원해야 의미가 있는 법이죠. 이미 다른 사람이 생겼는데 내가 미련하게 매달리면 내 얼굴만 우스워질 뿐이에요.”그녀는 원래부터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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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임서율은 순간적으로 짜증이 솟구쳤다.하도원은 하필 그런 그녀를 도발적인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왜요, 정말 한 대 때리고 싶기라도 해요?”임서율은 정말이지 그의 뺨이라도 한 대 올려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남녀 간의 힘 차이를 잘 아는 터라 결국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체념했다.“감히 제가 어떻게 그러겠어요.”“그럴 생각 없으면 빨리 노래나 불러줘요. 졸려 죽겠으니까.”하도원은 한 손으로 이불을 잡아당겨 몸 위에 덮었다.임서율은 문득 얼마 전 그가 흥얼거리던 동요를 떠올렸다. 그녀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가사를 검색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작게 노래를 시작했다.하도원이 이 노래를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그나마 음정이 맞는 건 동요뿐이었다. 최신 유행곡이라도 불렀다간 끔찍한 곡소리가 될 게 분명했다.한 곡을 다 부른 뒤 임서율은 병상에 누운 하도원의 반응을 살폈다. 그는 이미 미동도 없이 잠들어 있었고,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그의 등만이 눈에 들어왔다.“이렇게 빨리 잠든다고? 내가 부른 게 자장가라도 됐나?”그녀는 몇 분간 조용히 그의 상태를 지켜보다가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마치 어린아이를 재운 듯한 자신이 우스워서 작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임서율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휴대폰을 들어 하도원이 보낸 야유회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지만, 다시 보니 그가 해결해달라는 문제는 다름 아닌 점심과 저녁 메뉴를 정하는 일이었다.그녀는 무심코 침대 위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이 사람,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이런 시시콜콜한 일 때문에 대표라는 사람이 한밤중에 병원까지 직접 온다고?’임서율은 황당한 마음을 추스르며 화면을 다시 봤다. 선택지로 제시된 민박집 다섯 곳 중 인터넷 후기와 음식 스타일을 참고해 가장 무난한 곳들을 골라냈다.몇 시간이 지나 링거 주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간호사가 들어와 바늘을 뽑아 주었다. 이번 간호사의 태도는 전과 달리 매우 친절했고, 그녀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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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그는 수년째 하도원의 수면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약을 처방하고 있었다.하지만 줄곧 별다른 차도가 없었고 한때는 하도 스트레스를 받아 멘탈까지 흔들렸을 정도였다. 심지어 그는 의사로서의 자신의 실력까지 의심하게 됐다. 이 정도 수면 장애 하나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자신이 정말 제대로 된 의사가 맞는지 고민할 지경이었다.지난 몇 년 동안 그는 침술, 한약, 식이요법은 물론 백색 소음과 같은 사운드 테라피까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지만, 효과는 미미하기 그지없었다.자신처럼 의학적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애를 써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는데, 대체 하도원이 무슨 방법으로 스스로 잠을 청할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솔직히 말해봐. 대체 누가 그런 신통방통한 능력을 발휘해서 널 그렇게 오래 잠들게 한 거냐? 방법이 뭐냐고.”심한 불면증 환자가 무려 6시간이나 연속으로 잔다는 건 거의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었기에 그는 반드시 알아내야 했다. 자신이 어렵게 찾아낸 방법조차 겨우 4시간이 한계였던 것이다.하도원은 뜸을 들이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렇게 궁금하다면 특별히 알려주지. 아주 간단해. 노래야.”“뭐라고?”조현우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지금 노래라고 했어? 형, 농담이지? 설마 자장가라도 불러준 거냐고.”“아니. 동요인 것 같아.”“푸핫! 이제야 깨달았어. 형의 정신 연령이 세 살이란 걸 내가 잠깐 잊고 있었네. 미안해. 내가 형을 너무 과대평가했어.”그 역시 하도원을 위해 음악을 틀어준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는 늘 차분하고 부드러운 곡만 골라 틀었기에, 설마 이 남자가 어린이 동요를 좋아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하도원이 낮게 경고했다.“닥쳐.”“그래도 진짜 효과가 있다면 형을 위해 노래 불러줄 사람을 고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근데 누구 노래길래 형을 잠재운 거야?”“너도 아는 사람이야. 지난번에 만난 임서율 씨.”“차 대표 부인 말이야?”조현우는 더욱 놀라 눈을 동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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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이재우가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아무래도 안 되겠는데요. 그래도 누군가는 가서 분위기를 잡아줘야 하지 않을까요?”“하 대표한테 맡기면 되겠네.”그 말에 이재우가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하도원이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예? 하 대표님이요? 그건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누군가가 앞에 나서서 말을 해야 하는데 하 대표님 성격상 무슨 폭탄 발언이 나올지...”“뻔하지 않아요? ‘일은 알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거다. 능력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꺼져라. 악수할 시간도 없으니 안녕.’ 딱 이런 식일 텐데요.”회사의 리더라면 직원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었다. 그러나 하도원 같은 사람에겐 그런 상식조차 통하지 않았다. 그는 쓸데없는 말조차 귀찮아했고 비즈니스 자리에서 으레 필요한 형식적인 말투나 분위기를 극도로 싫어했다.결국 차주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알았어. 내가 가서 하 대표랑 얘기해 볼게.”그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하도원 쪽으로 다가갔다.“하 대표님, 직원들이 더는 기다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차를 먼저 보내시는 게 좋겠습니다.”“네, 더 기다릴 필요 없겠네요. 바로 출발하죠.”하도원은 마치 처음부터 떠나고 싶었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막 시동을 걸려는 순간, 차주헌이 급히 손을 내밀어 그를 제지했다.“아니, 제 말은 제가 직원들과 먼저 출발할 테니 하 대표님이 여기서 서율 씨를 좀 기다려 주시면 어떨까 해서요.”하도원이 약간 놀란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지금 나보고 여기서 차 대표님 부인을 기다리라는 건가요? 전에 질투심이 하늘을 찔렀던 사람이 웬일이에요?”노골적인 비아냥거림에 차주헌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먹구름으로 뒤덮였다.“하 대표님도 참 농담을 잘하시네요. 예전에 약간의 오해가 있었지만 그건 이미 지난 일이니까요. 무엇보다 하 대표님 같은 고고한 분이 남의 아내를 탐낼 리 없고, 어르신께서도 유부녀와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으실 겁니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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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하도원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임서율을 바라보았다.“좋아요. 그렇게 나한테 관심이 많다면 한번 직접 치료해 주는 건 어때요?”임서율은 방금 내뱉은 말을 전부 되삼키고 싶었다. 하도원에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을 꺼낸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얼른 고개를 돌리며 쏘아붙였다.“저는 의사가 아니에요. 그런 병 따윈 고칠 줄 모릅니다.”“그럼 여긴 왜 와서 엉뚱한 진단이나 내리는 거죠, 돌팔이 선생님?”하도원은 장난스러운 투로 입술을 살짝 삐죽이며 차 문을 열었다. 임서율이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서 있자 그는 휘파람을 불며 그녀를 돌아보았다.“돌팔이 선생님, 차 안 타고 뭐 해요? 혹시 그 다리로 걸어가려고요?”임서율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차 대표는요?”“직원들 데리고 벌써 갔어요.”임서율은 미간을 찡그리며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그럼 하 대표님은 왜 안 가고 여기 남아 있는 건데요?”그의 평소 성격이라면 누군가를 기다릴 사람이 아닌데.하도원이 천천히 안전벨트를 매면서 임서율을 슬쩍 흘겨보았다.“차 대표가 당신을 나한테 팔았거든요. 이제부터 임서율 씨는 내 개인 비서에요. 밥부터 잠자리까지 전부 책임져야 하죠.”임서율은 이미 차주헌과 직원들이 떠났다는 말을 듣고 더는 자존심을 세울 이유도 없어졌다. 그녀는 곧장 조수석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다.“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 하시네요.”하도원의 입가에서 낮고 거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의 능글맞은 웃음에 임서율은 자신이 또 놀림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창밖만 바라보며 하도원과 말을 섞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이 남자는 분명 사람 놀리는 재미로 살아가는 게 틀림없었다.하도원은 곧장 산장을 향해 차를 몰았다. 뛰어왔던 탓인지 임서율은 목이 타들어 가는 듯 갈증을 느꼈다.하도원이 그녀의 마른 입술을 슬쩍 바라보았다. 건조하고 붉은 그녀의 입술은 움직일 때마다 부드러운 젤리를 연상케 했다.“뒤에 물 있으니까 마시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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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차 안에는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하도원이 슬쩍 고개를 돌려 임서율을 바라보며 물었다.“오늘 왜 지각했어요? 아까 차 대표가 그쪽한테 몇 번이나 전화했던 것 같은데.”마치 늦게 귀가한 아이를 다그치는 어른 같은 말투에 임서율은 기가 막혔다. 그래도 딱히 숨길 이유도 없었기에 솔직히 답했다.“오다가 길에서 차에 치인 고양이를 봤어요. 병원에 바로 데려갔죠. 다행히 목숨은 건졌고 며칠 지나 상태가 괜찮아지면 퇴원해도 된다고 하네요.”“그래서 그 고양이를 키우려고요?”하도원의 질문에 임서율은 그제야 자신이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모르겠어요. 우선은 데려갈 사람이 있는지 좀 보고 없으면 제가 데려가려고요.”“먼지 알레르기 있잖아요. 고양이 털은 괜찮은가요?”임서율은 순간 당황했다. 자신도 가끔 잊곤 하는 알레르기를 그가 기억하고 있다니.“제 먼지 알레르기가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하도원 역시 자신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놀랐지만 빠르게 표정을 수습하고 적당한 이유를 지어냈다.“전에 어머님께 들었어요. 서율 씨가 어릴 때부터 먼지 알레르기가 있다고요.”“정말 우리 엄마는 별걸 다 이야기하네요.”하도원은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꽤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죠. 서율 씨 어릴 때 드라마에 빠져서 학교에서 아무 남자애나 붙잡고 결혼하겠다고 했다면서요?”그의 입꼬리가 장난스럽게 올라가며 눈빛이 반짝였다.“그 남자애가 서율 씨랑 결혼 못 하겠다고 하자 서율 씨가 날 끌고 나가서 사람들 앞에 세워놓고는 ‘이 사람이 내 미래의 남편이고, 앞으로 애를 열 명은 낳을 거다’라면서...”“그만하세요!”임서율은 황급히 손을 뻗어 그의 입을 막았다. 얼굴이 불타듯 붉게 달아올랐고 귀까지 화끈거렸다.“내가 언제 당신을 붙잡고 남편 운운하며 애를 낳겠다고 했어요!”손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이 묘하게 좋아 하도원은 굳이 그녀의 손을 떼어내지 않았다. 대신 눈빛으로만 앞을 가리켰다. 자신이 운전 중이라는 의미였다.지난번 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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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임서율은 순간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지금 다가가면 상대방을 방해하는 건 아닐지 고민되었다.그러나 하도원은 그런 눈치 같은 건 애초에 없는 남자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걸어가 가벼운 어조로 말을 걸었다.“차 대표님, 정말 바쁘신가 봅니다. 본인 아내 기다릴 시간은 없어도 여직원 배를 유심히 관찰할 여유는 있으신 모양이군요?”하도원의 장난기 어린 눈길이 다시 강수진에게 향했다.“왜요? 강수진 씨 배는 다른 사람들과 뭔가 특별합니까? 더 예쁘기라도 하던가요?”차주헌은 처음 하도원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 서 있는 임서율을 보는 순간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고 조금 전까지 온화하던 얼굴은 어느새 불편한 기색으로 가득 찼다.강수진 또한 순간 창백해진 얼굴을 감추지 못했지만 곧 밝은 미소로 태연히 임서율에게 다가갔다.“서율 씨, 아침부터 어디 갔었어요? 나랑 주헌 씨가 서율 씨 걱정 많이 했어요. 무슨 일 생긴 줄 알았다니까요.”그러나 임서율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수진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고 차주헌만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래요?”차주헌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급히 다가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당신 도대체 왜 그래? 전화도 여러 번 했는데 왜 받지 않았어?”임서율이 담담하게 되물었다.“내가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걱정이라도 했어?”“당연하지! 지우 씨한테 물었더니 어젯밤 당신이랑 같이 있지 않았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임서율은 자신의 눈앞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남자의 검은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했다. 한때는 그녀를 향해 따스했던 눈빛이었다. 7년을 함께 하면서 누구보다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남자는 이제 그녀에게 낯선 사람이나 다름없었다.임서율이 차갑게 말했다.“그렇게 걱정됐다면 경찰에 신고했어야지.”사람이 사라지고 연락이 닿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는 게 당연한 상식이다.하지만 차주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우선 하도원에게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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