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Bab 151 - Bab 160

221 Bab

제151화

“급한 마음에 아무 생각 없이 말했는데 내가 괜한 말한 거 아니야? 만약 서율 씨가 오해했다면 내가 직접 가서 설명할게. 서율 씨,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니잖아.”차주헌은 말없이 혼자 생각에 잠겼다. 요즘 임서율은 이전과 어딘가 달라진 듯했지만 그가 정확히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는 말하기 어려웠다. 다만 최근 그녀가 자신을 일부러 피하는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설마, 벌써 뭔가를 눈치챈 건가?'그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자 그의 눈빛은 한층 어두워졌다.“걱정하지 마. 서율이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니야. 일단 들어가자. 오늘 무슨 활동을 할지 모르니까 특히 조심해야 해.”강수진이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알았어. 우리 뱃속의 아기는 내가 반드시 지킬 테니까 걱정 마.”한편 홀에서 편하게 과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던 양지우는 문득 고개를 돌리다 밖에서 임서율이 들어오는 모습을 발견했다.“여기야, 서율아!”임서율 역시 홀로 들어서면서 양지우를 찾고 있었기에 곧장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너 대체 무슨 일이야? 아침부터 연락이 안 돼서 다들 얼마나 난리였는지 알아?”“어디 갔다 온 거야? 차 대표가 몇 번이나 너 찾더라. 회사 사람들도 엄청 오래 기다렸고. 원래 차 대표도 끝까지 남아 널 기다리려고 했는데 여기 일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나 봐.”순간 임서율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차주헌이 난생처음 자신을 기다릴 생각을 했다는 말에 당황스러움과 함께 묘한 감정이 밀려들었다.그녀가 조심스레 상황을 설명하자 양지우는 믿기 어렵다는 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너 진짜 미쳤어? 너처럼 알레르기 심한 애가 고양이를 어떻게 키워?”임서율이 급히 손짓하며 양지우의 말을 막았다.“제발 조용히 해! 사람들 다 듣겠어. 호들갑 좀 떨지 마.”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자칫하면 회사 사람들에게 고양이 때문에 모두를 기다리게 만든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힐까 두려웠다.그제야 양지우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 작게 움츠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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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양지우는 상품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미 마음이 들떠 있었다.“서율아, 이거 정말 괜찮지 않아? 이 상금만 타면 두 달 정도는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임서율은 자신의 곧 떠나야 할 처지를 떠올리자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 떠나기 전에 양지우에게 줄 만한 것이 없다는 게 계속 마음에 걸린 그녀는 결심을 굳힌 듯 말했다.“이렇게 하자. 만약 우리가 서로 다른 팀으로 나뉘고 내가 상을 타면 내 몫을 너한테 줄게.”양지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진짜야? 정말 네가 타면 그걸 나한테 준다고?”“응. 난 이미 핸드폰도 있고 노트북도 있어. 게다가 이번에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니까 회사에서도 보너스를 받을 테고.”양지우는 흥분하며 임서율을 꽉 끌어안았다.“서율아, 너 진짜 최고야!”팀 배정은 제비뽑기로 결정됐다. 임서율과 양지우는 나란히 서서 긴장된 얼굴로 순서를 기다렸다. 임서율이 뽑은 종이를 펼치자 ‘4조'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양지우에게 물었다.“지우야, 넌 몇조야?”“나는 6조.”양지우가 아쉬운 얼굴로 종이를 보여주었다.“난 4조네.”양지우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너랑 같은 조가 되고 싶었는데...”임서율은 오히려 미소 지으며 양지우를 위로했다.“괜찮아. 같은 조가 되면 오히려 우리가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반으로 줄어들잖아.”“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그때 강수진의 밝은 목소리가 사람들 사이로 선명히 들려왔다.“차 대표님은 몇조에요?”“3조네요.”“어머, 나도 3조예요! 우리 같은 팀이네요!”강수진은 얼굴이 붉어진 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차주헌은 무심코 임서율에게 다가와 물었다.“몇조야?”“나는 2조.”임서율이 담담히 대답했다. 차주헌은 잠시 망설이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내 거랑 바꿀래?”“아니, 괜찮아.”임서율은 완곡하게 그의 제안을 거절하며 오히려 그를 배려했다.“이것도 업무의 일환이잖아. 괜히 바꿨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한 말 듣기 싫어. 이번 재호 그룹과의 협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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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방금 보니까 하 대표님도 제비뽑기에 참여하지 않으셨어요?”“대박! 이거 정말 특종인데? 그분 성격상 이런 게임엔 관심 없으실 줄 알았는데.”“맞아. 지난번에도 회사 단체 행사 때 웬일로 하 대표님이 참석하셨잖아. 그때 여자 직원들이 난리도 아니었는데,정작 하 대표님은 행사장에서 내내 낮잠만 자다 가셨대.”“그러니까, 이런 게임이랑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임서율도 호기심이 생겼다. 그 까칠한 하도원이 게임에 참여하다니.바로 그때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하 대표님 2조랍니다!”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웅성거림이 퍼졌다.“2조 누구야? 진짜 부럽다!”“어떡하지, 나 갑자기 2조로 바꾸고 싶은데.”“저도요! 혹시 바꿀 수 없나요?”“가능하지 않을까요? 임 팀장님한테 물어봐야겠다. 친절하니까 바꿔줄지도 모르잖아요.”“나도 갈래!”순식간에 임서율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임 팀장님, 저랑 바꿔주시면 안 돼요?”“저랑 바꿔주시면 앞으로 필요한 데이터 다 드릴게요!”“제가 지난번 해외에서 사 온 엄청 맛있는 초콜릿 꼭 드릴게요!”임서율은 교환하는 것 자체는 상관없었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자신의 쪽지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저도 여러분이랑 바꿔드리고 싶은데 표가 딱 한 장밖에 없어서요.”“저한테 주세요!”“제가 받을래요!”“임 팀장님 부탁이 뭐든 다 들어드릴게요!”임서율은 순간 누구에게 줘야 할지 난감해졌다. 그때 옆에 있던 양지우가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설마 진짜 바꿔줄 거야? 다들 하 대표랑 같은 조가 되고 싶어서 난린데?”임서율이 무심하게 어깨를 으쓱했다.“난 상관없어.”양지우는 흥미로운 듯 임서율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너 혹시 잘생긴 사람한테 알러지라도 생긴 거야?”하도원이 잘생겼다는 건 임서율도 예전부터 인정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입만 열면 사람을 차갑게 만드는 그의 태도는 임서율이 감당하기 어려웠다.임서율이 예의상 미소 지으며 말했다.“뭐, 그냥 그렇지.”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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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남들은 다 나랑 같은 조가 되고 싶어서 난리인데 서율 씨 혼자만 조까지 바꾸려고 하고. 좀 바보 아니에요?”하도원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가볍고 능청스러웠다. 마치 자신과 한 팀이 되는 게 대단한 특혜라도 되는 양 우쭐대는 모습에 임서율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조가 뭐가 중요하다고요. 어디든 별반 다르지 않죠.”“내가 있는 조라면 무조건 이기게 해줄 수 있는데.”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하는 하도원에게 임서율의 시선이 다시금 머물렀다.그는 오늘 검은색 아웃도어 점퍼를 입고 있었고 바람에 살짝 흐트러진 머리칼 덕분인지 평소의 날카로움 대신 어딘가 편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서 있는 그의 뚜렷한 이목구비, 완벽한 얼굴선, 그리고 잘생긴 입술은 여전히 흠잡을 곳 하나 없었다. 특히 오늘따라 소년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하도원의 말에 임서율이 매몰차게 비웃었다.“우리 처음 만나는 사이도 아닌데 제가 그 말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런 허세는 저기 있는 어린 직원들한테나 가서 하세요.”임서율은 일부러 앞에 서 있는 앳된 얼굴의 여자 직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작은 꽃무늬 원피스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막 졸업한 듯 세상 물정에 어두워 보이는 직원이었다.하도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임서율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갔다. 시선이 닿자 직원 전혜미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고개를 숙였다. 이를 본 동료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너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졌어?”전혜미가 작게 속삭였다.“아까 하 대표님이 저를 쳐다보셔서요.”동료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랐다.“뭐라고?”전혜미는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그 모습을 본 임서율은 몸서리를 쳤다. 하도원이 어린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강력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하도원이 살짝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아직도 내가 자아도취가 심하다고 생각해요?”그때 진행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자, 모두 준비하세요!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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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손의 주인은 다름 아닌 하도원이었다.허공에 불쑥 나타난 손을 보고 장진호는 순간 당황하여 내밀었던 손을 잠시 멈칫했다.“왜, 여자만 끌어주라는 법이라도 있어요?”하도원은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툭 말을 던졌다.임서율은 황당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장진호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하도원의 손을 잡아 위로 끌어올려 주었고 위에 올라선 하도원은 다시 몸을 돌려 임서율에게 손을 내밀었다.임서율은 입술을 살짝 삐죽이며 마치 이상한 생물을 보듯 하도원을 빤히 쳐다보았다.‘이 남자, 진짜 정상은 아니야.’결국 그녀는 마지못해 그의 손을 잡았다. 크고 두툼한 그의 손에서 예상치 못한 묘한 안정감이 느껴졌고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설마, 진짜로 우승하는 거 아니야?’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뿐이었다.좁은 원판 위에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었다. 임서율은 발 디딜 틈조차 없어서 온몸으로 버티느라 진이 다 빠졌다. 왼발과 오른발은 서로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듯 뒤엉켜 있었다.“이거 얼마나 더 버텨야 해?”“최소 1분은 버텨야 한다던데?”곳곳에서 불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말도 안 돼! 나 지금 30초도 힘든데!”그 순간 누군가 비명을 지르며 아래로 떨어졌다.임서율 역시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중심을 잡으려 안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으니 숨이 막히고 머리마저 어지러웠다.결국 그녀의 시야가 흐릿해지고 몸이 뒤로 휘청거리는 순간, 하도원의 팔이 재빨리 그녀의 허리를 감싸 품 안으로 당겼고 덕분에 임서율은 간신히 자세를 다시 잡았다.임서율보다 머리 하나쯤은 더 큰 하도원이 고개를 살짝 숙이자 그의 입술이 그녀의 귓가에 거의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상을 타고 싶으면 쓸데없는 자존심 부리지 말고 좀 더 꽉 잡아요.”낮고 묵직한 그의 목소리와 귓가에 닿는 숨결에 임서율은 온몸에 찌릿한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처음엔 그저 그의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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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하도원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임서율의 눈과 마주쳤다.“별건 아니고 내가 원래 잠을 좀 잘 못 자서요. 침향이 들어있는 향낭을 가지고 있으면 좀 나아지거든요.”그의 말을 듣자 임서율은 병원에서 하도원이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단순히 자신을 놀리려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워낙 남 골려 먹는 걸 즐기는 남자였으니까.그런데 이렇게 세상 모든 일에 무심한 듯 초연한 그에게도 불면증 같은 고질병이 있다는 건 뜻밖의 사실이었다.그때 사회자의 힘찬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모두 이제 15초만 더 버텨주세요!”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강수진이 차주헌의 팔을 꼭 붙들고 있다가 우연히 하도원과 임서율을 발견했다.“주헌 씨, 이번엔 서율 씨랑 하 대표님 팀이 진짜 이길 것 같아.”차주헌은 무심코 고개를 돌려 임서율을 찾았다. 그의 시선 끝에는 하도원이 마치 보호하듯 그녀를 손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순간 차주헌의 표정이 급격히 차갑게 굳어졌다.그의 불쾌감을 눈치챈 강수진이 서둘러 설명을 보탰다.“오해하지 마. 두 사람은 그저 게임에서 이기려고 저러는 거니까. 다른 사람들도 전부 저렇게 붙어서 버티고 있잖아.”그 말을 듣고도 차주헌의 얼굴은 더욱 싸늘해졌다. 입꼬리는 아래로 꾹 눌렸고 턱선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강수진은 그런 차주헌의 팔을 가볍게 토닥이며 다정하게 위로했다.“나중에 임서율 씨가 잘 설명해 줄 거야.”한편, 옆에서 장진호는 임서율에게 다가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서율 씨, 괜찮아요? 힘들면 제가 잡아드릴게요.”하지만 임서율은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거절했다.“고맙지만 정말 괜찮습니다.”장진호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더는 말없이 물러섰다.그사이 다른 조 사람들은 하나둘 중심을 잃고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게임의 난도가 높아 웬만한 균형 감각으론 오래 버티기 힘든 탓이었다.임서율도 간신히 버티며 주위를 살폈다. 멀리 보이는 양지우 팀은 유독 덩치 큰 사람들이 많았고 이미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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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임서율은 홀로 앉아 있는 하도원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꼈다. 그는 늘 사람들 속에서도 어울리지 않고 겉돌았고 마치 다른 세계에서 홀연히 떨어져 나온 듯한 그의 존재는 세속적인 주변과 어우러지지 않는 독특한 공기를 뿜어냈다.그때 차주헌이 성큼성큼 다가와 임서율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먹구름이라도 드리워진 듯, 그의 얼굴에는 짙은 불쾌감이 서려 있었다.“이리 와.”임서율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따라 그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손목을 잡는 그의 손길이 평소보다 훨씬 난폭했다.“놔, 아프잖아!”차주헌은 그녀의 항의를 무시한 채 억지로 그녀를 구석으로 끌고 갔다. 손목이 부서질 듯한 고통을 느낀 임서율은 가까스로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분노 담긴 목소리로 소리쳤다.“대체 뭐 하는 짓이야!”차주헌은 이마의 핏줄이 선명히 드러날 정도로 분노하며 그녀를 집어삼킬 듯한 눈빛으로 날카롭게 쏘아붙였다.“그걸 지금 나한테 묻는 거야? 임서율, 너 방금 뭐 하고 있었어? 하도원이랑 대체 뭘 했던 거냐고!”그제야 상황이 이해되었다. 이유도 없이 왜 그가 이토록 격분하는가 했더니 하도원 때문이었다.‘적어도 하 대표는 신사적이라도 하지...’비록 아직 그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하도원이라는 남자는 결코 가벼이 다른 사람을 대할 인물이 아니었다. 설령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진다 해도 당당하게 다가설 사람이었다.임서율은 차주헌과 강수진의 다정한 관계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동안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 역시 조금 전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게 있었다. 강수진은 거의 차주헌에게 달라붙듯 가까이 붙어 있었다.‘자신은 그런 일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몰아붙이는 꼴이라니.’임서율은 순간 마음이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해졌다. 그녀는 아픈 손목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그냥 게임이었을 뿐이야.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고. 좁은 원판 위에서 움직이다 보면 서로 부딪칠 수도 있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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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말을 마친 차주헌이 돌아서서 떠나려는 순간, 강수진이 다가왔다. 그녀의 작은 얼굴은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사랑스럽고 순수해 보였고 급하게 달려왔는지 하얗고 매끄러운 이마 위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강수진은 불안한 눈빛으로 임서율과 차주헌을 번갈아 살폈다. 심상치 않은 두 사람의 분위기를 느낀 그녀는 조심스레 임서율의 손을 잡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서율 씨, 저랑 차 대표님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그리고 차 대표님도 두 분을 의심한 건 아니었어요. 다만 그때 두 분이 워낙 다정해 보이셔서 조금 놀란 것뿐이에요.”임서율은 강수진의 말을 들으면서도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자신을 위해 변명을 해주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드는 건지 혼란스러웠다.애초에 임서율은 강수진과 차주헌의 관계를 언급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강수진이 이렇게 대놓고 자극하니 더 이상 참아줄 이유가 없었다. 임서율은 고개를 갸웃하며 입가에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띠었다.“강수진 씨, 나와 차 대표 일에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굳이 대신 해명해 줄 필요도 없고요. 우리 부부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담담한 어투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날이 선 말이었다. 원래부터 연약한 성격의 강수진은 임서율의 냉정한 거절에 충격받은 듯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어깨가 가볍게 들썩이며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꼭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요. 저도 정말 좋은 뜻으로 한 말이에요. 아까 주헌 씨랑 가까이 있던 거, 인정할게요. 서율 씨가 보면 질투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때 저는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제가 붙잡지 않았다면 주헌 씨가 바로 넘어질 뻔했거든요.”임서율은 즉각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강수진 씨 말이 맞아요. 게임이니까 너무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 없죠. 강수진 씨가 차 대표를 붙잡은 것도 상황상 어쩔 수 없었듯이, 내가 처한 상황도 충분히 이해하시겠네요.”이어 임서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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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그래도 앞으로는 네 건 네가 알아서 잘 챙겨야 해.”임서율은 이제 더는 자신이 양지우를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양지우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기쁨에 들떠 있었다.곧 식사 시간이 되자, 강수진과 차주헌이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강수진은 임서율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다.“서율 씨, 이리 와서 같이 앉아요.”“괜찮아요. 저는 그냥 여기 앉을게요. 움직이기 귀찮아서요.”강수진은 다소 실망한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임서율 옆에는 양지우가 앉았고 그녀의 반대편 옆자리에는 전혜미가 자리를 잡았다. 전혜미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손을 들고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하 대표님, 여기 자리가 하나 남았어요!”말을 마치자마자 전혜미의 얼굴이 더욱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도원이 마침내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피더니 천천히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같은 테이블의 여성 동료들은 하도원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흥분해서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어머, 진짜 하 대표님이잖아! 우리 테이블에 앉는 거야? 대박이다, 꿈 아니지?”“이 신성한 순간을 사진으로 꼭 남겨야 해!”대담한 몇몇은 이미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켜고 있었다.하도원이 자리에 앉자 테이블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임서율은 알 수 없는 서늘한 기운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양지우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하도원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능청스럽게 한쪽 눈썹을 올렸다. 그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왜 그래요, 내가 물기라도 하나요? 자꾸만 옆으로 피하는 이유가 뭐죠?”하도원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주변의 사람들에게 충분히 들릴 만했다. 이내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고 특히 이들은 하도원과 관련된 가십이라면 언제든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임서율은 쏟아지는 시선에 얼굴이 달아올라 당황하며 하도원을 돌아봤다.“목소리 좀 낮추죠?”그러나 하도원은 오히려 더 당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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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이때 전혜미가 슬그머니 하도원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말했다.“하 대표님, 이거... 병뚜껑 좀 열어 주실 수 있을까요?”목소리가 너무나 작아서 귀 기울이지 않으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도원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자연스럽게 물병을 받아 들고는 가볍게 병뚜껑을 돌려 열어 그녀에게 돌려주었다.병을 받아 든 전혜미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것처럼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맙습니다.”그녀는 두 손으로 병을 소중히 꼭 쥐고 옆의 동료에게 살며시 속삭였다.“방금 하 대표님이 직접 열어주신 거야.”그 말을 들은 동료는 곧바로 흥분하며 맞장구쳤다.“진짜? 대박! 그럼 나도 부탁해야겠다!”순식간에 주변에 있던 여자 직원들이 너도나도 하도원에게 몰려들며 병뚜껑을 열어달라고 졸랐다. 난감해진 하도원은 결국 테이블 위에 놓인 물병들을 전부 임서율 앞으로 슬쩍 밀어버렸다.“이런 일은 역시 임 팀장님이 하셔야겠네요.”임서율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이건 애초에 하 대표님이 자초한 거 아니에요? 한 사람 걸 열어줬으면 나머지 사람들 것도 다 열어줘야죠.”하도원은 느긋하게 주변을 한번 훑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잘 보세요. 여긴 전부 임 팀장님 회사 사람들이잖습니까?”그는 갑자기 발치에서 생수병을 하나 집어 들고는 탁 소리를 내며 임서율 앞에 내려놓았다.“임 팀장님, 그럼 제 것도 좀 부탁드릴게요.”하도원은 가끔 이렇게 사람을 골탕 먹이길 즐겼다. 임서율은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그를 쳐다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뭐...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다 열어 드리죠.”그 순간 주변 여자 직원들이 실망한 표정으로 일제히 자신들의 물병을 도로 가져갔다.“아니에요. 저희는 그냥 하 대표님이 열어주는 게 좋은 거라서요...”한순간 임서율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생수병이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오직 하도원의 물병 하나뿐이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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