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차주헌이 돌아서서 떠나려는 순간, 강수진이 다가왔다. 그녀의 작은 얼굴은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사랑스럽고 순수해 보였고 급하게 달려왔는지 하얗고 매끄러운 이마 위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강수진은 불안한 눈빛으로 임서율과 차주헌을 번갈아 살폈다. 심상치 않은 두 사람의 분위기를 느낀 그녀는 조심스레 임서율의 손을 잡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서율 씨, 저랑 차 대표님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그리고 차 대표님도 두 분을 의심한 건 아니었어요. 다만 그때 두 분이 워낙 다정해 보이셔서 조금 놀란 것뿐이에요.”임서율은 강수진의 말을 들으면서도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자신을 위해 변명을 해주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드는 건지 혼란스러웠다.애초에 임서율은 강수진과 차주헌의 관계를 언급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강수진이 이렇게 대놓고 자극하니 더 이상 참아줄 이유가 없었다. 임서율은 고개를 갸웃하며 입가에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띠었다.“강수진 씨, 나와 차 대표 일에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굳이 대신 해명해 줄 필요도 없고요. 우리 부부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담담한 어투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날이 선 말이었다. 원래부터 연약한 성격의 강수진은 임서율의 냉정한 거절에 충격받은 듯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어깨가 가볍게 들썩이며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꼭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요. 저도 정말 좋은 뜻으로 한 말이에요. 아까 주헌 씨랑 가까이 있던 거, 인정할게요. 서율 씨가 보면 질투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때 저는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제가 붙잡지 않았다면 주헌 씨가 바로 넘어질 뻔했거든요.”임서율은 즉각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강수진 씨 말이 맞아요. 게임이니까 너무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 없죠. 강수진 씨가 차 대표를 붙잡은 것도 상황상 어쩔 수 없었듯이, 내가 처한 상황도 충분히 이해하시겠네요.”이어 임서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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