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셋째 삼촌이 임서율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율아, 이게 그냥 평범한 소란이라면 몰라도 오늘은 장소가 다르지 않니.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네 아버지가 마음도 편치 않으실 테고 편히 가시지도 못해. 조금 전 차씨 가문의 일 때문에 이미 모두 마음이 불편한데 이 일이 빨리 진정되지 않으면...”임서율은 처음에는 조금 화가 났다. 정설아가 정말 탐욕스럽고 만족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와 계산하지 않은 빚들도 있는데 이제 와서 자신에게 이런 짓까지 한다니.임서율은 팔짱을 끼고 바닥에 앉아 있는 정설아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내버려두세요. 소란을 피우고 싶으면 피우라고 해요. 최악의 경우 경찰에 신고해서 처리할게요.”“경찰에 신고하는 건 안 돼.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나중에 소문이라도 나면 그것도 아주 골치 아픈 일이 될 거야. 내 생각엔 빨리 정설아를 떠나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해.”임서율은 잠시 고민한 끝에 결국 셋째 삼촌의 의견을 받아들였다.그녀는 앞으로 걸어 나가 정설아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정설아 씨, 정말 돈을 원하는 거예요?”정설아는 임서율이 이렇게 묻는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난 돈이 필요해.”“좋아요. 당신이 원하는 만큼 돈을 줄 수 있어요. 하지만 내가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당신 아들이 우리 임씨 가문의 아이라고 말했는데 확실한가요?”임서율의 이 말에 정설아는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임서율을 바라보았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 임서율, 넌 사람도 아니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내가 네 아버지랑 같은 줄 알아. 임유나는 그렇다 치고 너도 사생아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임서율은 정설아와 이런 사소한 일로 다투고 싶지 않아 바로 핵심을 찔렀다.“좋아요. 당신이 그렇게 말했으니 나도 분명히 말할게요. 우리는 오직 임씨 가문의 아이에게만 돈을 줄 수 있어요. 하지만 만약 당신 아들이 우리 임씨 가문의 아이가 아니라면 나는 단 한 푼도 주지
정설아는 황급히 변명하기 시작했다.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정말 그런 게 아니예요. 전부 임서율 이 죽일 년이 지어낸 말이에요. 제가 규한 씨와 함께 산 지가 몇 년인데 저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이제 임서율은 정설아에게 더 이상 그 어떤 연민도 남지 않았다.“정설아 씨,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당신이 저지른 더러운 짓들을 전부 폭로하게 할 작정이에요? 아니면 당신 발로 나갈 건지 잘 생각해 봐요.”정설아는 순간 얼어붙은 듯 멍해졌고 얼굴엔 곤란한 기색이 역력했다. 임서율의 손에 대체 얼마나 많은 약점이 잡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화가 나서 전부 폭로해 버린다면 그녀는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고민한 끝에 정설아는 가장 안전한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서율아, 있잖아. 나랑 네 동생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잖아. 걔는 아직 너무 어린데 만약 정말 돈이 부족해서 영양실조라도 걸리면 그럼 정말 큰 일이지.”“걔가 너랑 엄마는 달라도 아빠는 같잖아.”임서율의 입가엔 비웃음이 번졌지만 그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게 정설아의 가슴을 파고들었다.“정설아 씨, 우리 임씨 가문은 당신 모자에게 인정을 베풀 만큼 베풀었어요. 이미 준 돈으로 풍족하게 살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먹고 살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예요.”“그런데도 만족을 못 해?”옆에 있던 친척들도 거들었다.“맞아, 너는 양심도 없이 그렇게 염치없는 짓을 하고서도 임씨 가문에서 얼마나 더 많은 돈을 받아내려고 하는 거야? 내가 보기엔 이 여자는 정말 재수 없는 사람이야. 그렇지 않다면 임씨 가문에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겠니.”“맞아, 내가 지켜봤는데 정설아가 이 집에 온 이후로 집안에 계속해서 문제가 생겼고 좋은 일이 하나도 없었어.”“정말 나쁜 여자야.”“그러게 말이야. 염치없이 여기서 돈을 요구하다니!”정설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욕을 듣자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만약 노력하지 않으면 이 돈이 임서율의 손에 고스란히 넘어가는 것을 그
그녀는 울먹이고 있었다.“여보,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가버릴 수가 있어요...”정설아는 검은 원피스 차림이었고 가슴에는 진주 브로치까지 꽂혀 있었다. 장례식에 참가하는 게 아니라 마치 나 왔다고 과시하는 것 같았다.임서율은 손에 쥔 상복 천을 꽉 움켜쥐었다.뻔뻔하게 임규한의 장례식에 와서 이런 연극을 벌이다니,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건가?임서율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지금 당장 보안 부를까요, 아니면 알아서 나갈래요?”정설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서율아, 그렇게 매정하게 말하면 안 되지. 나랑 네 동생 밖에서 힘들게 살고 있어. 이제 네 아버지도 돌아가셨는데 우리한테 재산의 일부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니?”“이건 병원에서 발급한 너희 아버지 생전 진단서야.”그녀는 서류를 내밀었다.A4 용지 한가운데 ‘시 정신보건센터 진단서’라는 글자 아래 ‘편집형 정신장애’라는 문구가 빨간 펜으로 몇 번이고 동그라미 쳐져 있었다.임서율의 삼촌이 숨을 삼켰다.“규한이가...”“삼촌, 저 여자 말 듣지 마세요.”임서율은 단호하게 말했다.“예전에 정설아가 임씨 집안 재산을 노리고 제멋대로 의사를 불러와 아빠를 검사하게 했어요. 아빠는 그때 병상에 누워 있었고 아무 결정도 할 수 없는 상태였어요.”정설아가 서둘러 끼어들었다.“서율아, 너 참 기억도 나쁘구나. 내가 의사 불러 검사하게 한 건 맞아. 하지만 진짜로 진단 나왔잖니. 정신질환이 있으면 유언은 효력 없어. 다시 분배해야지!”임서율은 그녀를 서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잊었어요? 그때 의사가 뭐라고 했는지. 일시적인 스트레스 반응일 뿐, 정신질환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죠.”정설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그녀는 곧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그래도 병력이 있는 건 사실이야! 유언 남길 때 정신 상태가 불안정했으면 법적으로 무효라고!”그녀는 턱을 치켜들며 덧붙였다.“우린 그래도 부부였어. 집이랑 저축이랑 다 너 같은 애송
강수진은 차주헌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사람이 정말 예전에 그 야망으로 가득했던 남자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지금 그의 눈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 같았다.그녀는 차주헌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말했다.“차주헌, 너 제정신이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예전부터 얘기했던 거 다 잊었어? 삼촌은 이미 밖에서 자기 세력까지 만들었으니 이제 차씨 가문은 네가 맡아야 하는 거잖아.”“그런데 지금 네 꼴 좀 봐. 애도 못 낳는다며? 그럼 더더욱 차씨 가문 재산은 꽉 잡아야지. 오히려 네 발로 물러나려고?”강수진은 이미 차주헌을 한심한 패배자처럼 보고 있었다.“아니면 차씨 가문 재산을 임서율이랑 바꿔보려고? 웃기지 마. 네가 차씨 가문 전부를 삼촌한테 갖다 바쳐도 삼촌이 그걸 받아줄 것 같아? 아니.”강수진은 오늘 확실히 깨달았다.하도원은 정말로 임서율을 사랑한다. 그것도 깊이 빠져 있었다.도대체 임서율이 뭐라서, 이 두 남자를 이렇게까지 미치게 만드는 걸까?‘나도 차주헌을 위해서 많은 바쳤다고!’강수진의 말을 듣자, 차주헌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물병을 바닥에 쾅 내리치며 소리쳤다.“강수진, 미쳤냐? 우리 차씨 가문 일에 네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자격이 어딨어? 당장 꺼져!”“차씨 가문 재산? 임서율이 나한테 다시 돌아와 준다면 내 목숨까지도 줄 수 있어!”강수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녀는 몇 걸음이나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너 지금 뭐라고 했어?”“내 말 못 알아들었어? 강수진, 내가 너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게 내 평생 가장 큰 실수야. 조금이라도 일찍 네 본모습을 알았더라면 왜 임서율과 이혼했겠어?”“임서율과 같이 산다면 평생 아이가 없어도 돼. 필요하면 입양하면 되잖아. 난 그것도 상관없어.”강수진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절망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차주헌을 노려본 뒤 그대로 복도를 뛰쳐나갔다.이 사람을 위해 바친 세월이 얼마인데 단
하도원 역시 차진만에게서 이어받은 그 위압적인 기세가 있었다.그들은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다.차주헌은 그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상황을 지켜보던 하도원이 나섰다.“의사 선생님이 일주일 입원하라고 했으니 일주일은 입원해서 경과를 보셔야죠. 괜히 여기서 소리치지 마시고요. 지금 퇴원은 불가능합니다.”딱 한마디 했을 뿐인데 그 말엔 사람을 제압하는 힘이 있었다.차진만은 눈살을 찌푸리며 하도원을 바라봤다.잠시 침묵이 흘렀고 마침내 차진만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의 목소리엔 여전히 불만이 묻어 있었다.“내가 병원에 누워 있으면 누가 날 돌보는 거냐?”“이미 얘기 끝났습니다. 낮에는 주헌이가, 밤에는 제가 합니다. 그리고 간병인 두 명 더 붙일 거니까 충분해요.”차진만은 또 물었다.“그럼... 그럼 며칠 동안 나는 뭘 먹냐. 병원 밥은 입에도 안 맞는다.”하도원은 이미 대비해 둔 듯 바로 이어 말했다.“입맛에 안 맞으면 이모님께 부탁해서 가져오면 됩니다. 뭐 드시고 싶은지 내일 저나 주헌이한테 말씀만 하세요. 가능하면 전날 밤에 미리 말씀 주시고요.”“...”하도원은 그가 아직도 뭔가 꼬투리를 찾고 있는 걸 알아차리고 일부러 물었다.“또 뭐 까다로운 요구 있으시면 다 말씀하세요. 없다면 제가 대신 몇 개 골라드릴까요?”차진만의 작은 꾀는 그렇게 무참히 들켜버렸다.그는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없다.”옆에 서 있던 차주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입원을 받아들였다는 뜻인가? 하도원이 몇마디 말로 차진만을 설득했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가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해도 할아버지는 결사코 입원 안 한다며 퇴원을 고집했었다.결국 버티다 못해 퇴원 절차를 밟아줬던 전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하도원이 나서자 이렇게 순식간에 고개를 끄덕이다니.생각해보면 차주헌도 어릴 때부터 차진만을 너무 무서워해서 감히 거역하지 못했다.그
차주헌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강수진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지금은 어떻게든 차주헌의 마음을 붙잡아야 했다. 절대 이 시점에서 이혼은 안 됐다. 정말로 이혼이라도 당하면 그녀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게다가 지금 차주헌은 아이도 가질 수 없고 임서율과 하도원의 관계는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그건 강수진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하도원은 이 둘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애초에 그는 차씨 가문의 재산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으니까.임서율은 그에게 병원에서 차진만을 잘 돌보라고 부탁했고, 임규한 쪽 일은 자신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했다.반 시간 후, 의사가 검사 결과를 들고 들어왔다.“보호자분들, 잠깐 오시죠. 결과에 대해 설명해 드릴게요. 검사 결과는 나왔고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종양은 양성이니까 수술로 제거만 하면 됩니다.”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동시에 긴장을 풀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다만, 환자분 연세가 너무 많으시고 최근 정서적으로도 많이 힘드셨던 것 같습니다. 그 영향으로 신체 여러 장기가 이미 많이 쇠약해져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호자분들도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하도원과 차주헌이 동시에 이마를 찌푸렸다.차주헌이 멍하니 물었다.“장기가 쇠약해졌다니요? 방금 양성이라고 하셨잖아요?”“맞습니다. 양성은 맞는데 보호자분들도 아시겠지만 연세가 많으시면 몸이 자연스럽게 약해집니다. 그건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예요.”“그럼 치료는 가능한가요?”의사는 고개를 저었다.“생로병사는 자연의 법칙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거스를 수는 없죠. 제 말씀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시죠?”차주헌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의사는 말을 덧붙였다.“환자분이 퇴원하신 후에는 최대한 좋아하시는 대로 맞춰드리세요. 가족들이 자주 곁에 있어 주거나 여행을 함께 가는 것도 좋습니다.”“네, 알겠습니다.”하도원은 꼿꼿하게 서서 담담하게 답했다.의사가 나간 뒤, 차주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