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사무실에서 봤던 차갑고 날카로운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강수진이 사과를 베어 물며 이문연의 표정을 슬쩍 살폈다. 그녀의 눈빛에는 걱정 어린 기색이 살짝 어려 있었다.“주헌 씨, 내 일을 전부 서율 씨한테 떠넘겼는데 서율 씨가 혹시 화내진 않을까요?”“걱정하지 마, 그런 사람 아니야. 원래 쉬는 걸 못 하는 타입이야. 예전에도 회사에서 먼저 퇴근하라고 해도 굳이 남아서 야근하던 사람이었어.”그 말을 듣자 임서율의 심장이 쿡쿡 쑤셨다.그건 자신이 좋아서 야근했던 게 아니었다.예전에 차주헌이 직접 부탁했던 일이었다. 회사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으니 중요한 프로젝트는 믿을 수 있는 그녀에게만 맡기고 싶다며, 그의 꿈을 함께 이루자는 그 말을 듣고 밤낮없이 매달렸던 것이다.하지만 그는 이제 모든 것을 까맣게 잊은 듯, 마치 그녀가 원래부터 워커홀릭이라도 된 듯 말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양지우는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고 병실 안으로 뛰어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임서율은 몸의 통증을 꾹 참으며 급히 그녀를 막았다.“가지 마, 제발 들어가지 마.”임서율이 필사적으로 만류하는 모습을 보자, 양지우는 결국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를 데리고 의사에게 갔다. 몇 가지 검사 끝에 내려진 진단은 급성 위염이었다.의사는 바로 수액을 맞을 것을 권했다.“얼마나 맞아야 하나요?”임서율이 초조하게 물었다.“오늘 밤 수액 맞고 증상이 좋아지면 내일은 안 오셔도 됩니다.”임서율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몸이 아파서 내일 회사 야유회에 불참이라도 하게 되면 또 어떤 말이 나올지 알 수 없었다.양지우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임서율을 바라보며 말했다.“너무 일에만 매달리지 마. 몸 상태가 이런데 아직도 신경 쓸 게 남았어?”“괜찮아, 내일 야유회만 끝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양지우는 그제야 뭔가 수상쩍다는 눈치를 채고 다시 물었다.“서율아, 혹시 나한테 숨기는 거 있는 거 아냐? 말투가 꼭 어디론가 떠날 사람 같잖아.”임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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