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161 - Chapter 170

221 Chapters

제161화

그녀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하도원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 더 굳어진 듯했다.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서율 씨,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어요.”양지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어머, 나 좀 봐! 이렇게 중요한 걸 깜빡했네. 너 이거 못 먹잖아.”양지우는 당황한 듯 급히 반찬을 자신의 접시로 옮겼다.바로 그때 강수진이 음료 잔을 들고 다가와서는 온화하면서도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하 대표님하고 임서율 씨는 정말 잘 맞으시나 봐요. 늘 같이 다니는 양지우 씨도 몰랐던 걸 하 대표님은 이렇게 잘 알고 계시네요.”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식탁 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임서율과 하도원에게로 쏠렸다.“세상에, 하 대표님이랑 임 팀장이 그렇게 친했어?”“그러게 말이야. 이거 차 대표 체면이 말이 아니겠는데? 다행히 차 대표가 지금 자리에 없어서 망정이지 있었으면 얼마나 어색했겠어.”“뭐가 어색해? 이번 프로젝트가 임 팀장 작품인 건 다들 알고 있잖아.”“어쩌면 둘이 진작부터 그런 사이였는데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거 아닐까?”“차 대표, 정말 안됐다.”순식간에 온갖 추측과 농담들이 식탁 위를 휩쓸었고 분위기가 급속도로 어수선해졌다. 임서율은 마치 가시방석 위에 앉은 듯 불편함을 느꼈고, 불 위에 올라앉은 것처럼 온몸이 달아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저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다들 천천히 드세요.”임서율이 막 자리를 뜨려던 찰나, 강수진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으며 여전히 순수한 표정을 한 채 부드럽고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왜요? 아직 음식이 많이 남았는데. 혹시 아까 제가 서율 씨랑 하 대표님 이야기를 해서 기분이 상한 거라면 정말 죄송해요."그녀는 미안함이 담긴 눈빛으로 임서율을 바라보았다.“사죄하는 뜻으로 제가 먼저 한 잔 마실게요. 그러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 주세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농담이었어요.”강수진이 이렇게 말하자, 주변
Read more

제162화

임서율이 입을 열려는 순간, 강수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녀는 온몸이 팽팽히 긴장한 채 숨조차 쉬지 않는 듯 미동도 없었다.주변의 동료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임서율을 응시하며 마치 엄청난 비밀이라도 폭로될 것처럼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강수진은 손가락을 꽉 쥐고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임서율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임서율은 잠시 머뭇거리다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농담이에요, 뭘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요? 그리고 수진 씨도 좀 많이 먹어요. 이렇게 말라서야 나중에 정말 남자친구가 생기면 제대로 챙겨주기나 하겠어요?”강수진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려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임서율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볍게 강수진의 어깨를 토닥였고 강수진은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듯 불편한 기분을 느꼈다.임서율이 자리를 뜨자마자 동료들의 관심이 일제히 강수진에게 쏠렸다.“수진 씨, 정말 연애하는 거예요?”“어쩐지 전엔 아무 말 없더니.”“혹시 남자친구 성도 차 씨예요? 설마 차 대표님 친척이나 형제는 아니죠?”“남자친구 생겼으면 우리한테도 좀 미리 말해 주지 그랬어요.”“맞아요, 언제 한번 소개 좀 해줘요.”끝없이 밀려드는 질문 세례에 강수진은 점점 짜증이 치밀었고 민망함에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이따 다들 산에 오르기로 했으니까, 식사 끝나면 아침에 모였던 장소에서 다시 모여주세요.”그녀는 말을 끝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한편, 임서율은 홀로 조용히 떨어져 서서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서서히 풀리는 듯했다.그녀의 등 뒤에서 하도원이 작게 웃으며 중얼거렸다.“뜻밖이네요. 작은 고양이의 발톱이 생각보다 날카롭고 위협적일 줄은 몰랐어요.”임서율이 담담히 대꾸했다.“왜요, 하 대표님 눈엔 제가 그냥 가만히 당하기만 할 사람으로 보였어요?”하도원은 슬쩍 양복바지를 추스르며 그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이해가 안 가서요. 차 대표랑 관계가
Read more

제163화

“나 먼저 옷 좀 갈아입고 올게.”“응, 천천히 하고 와.”임서율은 숙소로 돌아가 자신의 짐에서 편안하고 넉넉한 옷을 골라 입었다. 준비를 마친 일행들은 하나둘씩 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임서율 옆에서 함께 걷던 양지우가 슬쩍 그녀의 팔꿈치를 찔렀다.“저기 봐. 강수진 말이야, 얼굴이 두꺼워도 유분수지. 남편도 아닌 사람한테 너무 달라붙는 거 아냐?”임서율은 이런 광경이 이미 익숙하다는 듯 표정 변화 없이 덤덤히 걸었다.“글쎄, 어쩌면 곧 그 남편이 될지도 모르지.”양지우는 깜짝 놀라며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설마 차 대표랑 이혼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안 돼! 네가 이혼하면 딱 저 여자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거잖아!”양지우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며 흥분했다.“나 같으면 끝까지 버티겠어. 누가 잘못했는지 다들 알 텐데 왜 네가 양보해야 해? 강수진 나타난 이후로 네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지난번 네가 위가 아파서 고생할 때 차 대표가 신경이나 써줬어? 옛날 같으면 네가 조금만 아파도 병원으로 바로 데려갔을 텐데!”강수진 이야기가 나오면 늘 이렇게 양지우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임서율은 별다른 말 없이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차주헌의 마음속에 더 이상 자신의 자리는 없다는 걸 그녀 자신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하도원을 본 이후로 차주헌은 그녀에게 이상하리만큼 집착했다.남자란 원래 그런 존재였다. 자신이 더 이상 사랑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넘어가는 것만큼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 소유욕의 동물.임서율은 가볍게 양지우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됐어. 어서 가자, 사람들이 기다리겠다.”둘이 옷을 갈아입고 막 밖으로 나가려던 참이었다. 갑자기 누군가와 부딪히는 바람에 임서율이 급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아니에요, 제가 조심했어야 했는데... 어? 임 팀장님?”바닥에 흩어진 과자를 주우며 허둥대던 전혜미는 고개를 들고 임서율을 보자 놀란 얼굴로 말
Read more

제164화

누군가 임서율을 향해 곁눈질하며 비웃었다.“나라면 창피해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닐 거야. 차라리 바로 퇴사하는 게 낫지 않아?”“그만 좀 해. 소문 들었는데 임 팀장 이미 회사랑 퇴직 합의를 끝냈대.”“하긴, 이제 곧 자리도 뺏길 텐데 나가는 게 맞지.”그 순간 양지우가 손에 들고 있던 등산용 지팡이를 바닥에 내던지며 버럭 화를 냈다.“당신들 진짜 적당히 좀 해! 사람 괴롭히는 데도 정도가 있어!”그중 여자 직원 하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시큰둥하게 말했다.“뭐 어때? 어차피 본인은 듣지도 못하잖아.”양지우는 분노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달려가 한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안 들린다고 함부로 말해도 되는 거야?!”그러나 정작 임서율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양지우의 팔을 부드럽게 잡았다.“지우야, 앉아서 물이나 마시자.”양지우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 씩씩거리며 직원들을 노려보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시선을 거둔 그녀는 곁에 앉은 임서율의 창백한 얼굴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서율아, 너 괜찮아? 또 숨쉬기 힘들어? 약은 챙겨왔어?”임서율은 친구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참을 만해.”바로 그때, 차주헌과 강수진이 천천히 올라왔다. 하필이면 임서율이 앉은 자리가 정면이었기에 피할 수도 없었다. 세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주변의 공기는 얼어붙은 듯 어색해졌고 옆에 있던 직원들은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강수진은 차주헌의 팔짱을 풀고 임서율에게 다가와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임 팀장님, 어쩜 우리보다 더 빨리 올라왔네요?”임서율은 강수진의 배를 슬쩍 쳐다보며 대꾸했다.“강수진 씨는 몸도 안 좋아 보이는데 앞으로 이런 힘든 일정은 피하는 게 좋겠어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차 대표님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우실 테니까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임서율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한 듯 심하게 기침했다. 양지우가 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다급히 말했다.“서율아, 괜찮아? 숨이 많이 막
Read more

제165화

어쩌면 그동안 두 사람을 짓누르던 부담과 압박 때문인지 아이는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그랬기에 임서율은 누구보다도 차주헌이 아이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잘 알고 있었고 어렵사리 찾아온 이번 아이가 그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 의미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가 무슨 말을 꺼내봤자 돌아올 것은 싸늘한 냉대뿐이었고 결국 그는 나중에 가서 또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원망할 것이 분명했다.임서율은 몸을 돌려 양지우를 바라보았다.“지우야, 이리 와서 나 좀 부축해 줘.”막 두 사람이 자리를 떠나려는 찰나, 강수진이 임서율을 급히 불러 세웠다.“서율 씨, 어디 불편하세요? 얼굴색이 너무 안 좋아요. 일단 제 산소캔부터 쓰세요.”강수진은 다급히 자신의 산소캔을 임서율의 손에 쥐여주려 했다.임서율은 사실 몸 상태가 확실히 좋지 않았고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더욱 씁쓸하게 만든 건 7년이나 함께 살아온 차주헌은 전혀 알아채지 못한 자신의 상태를 이제 겨우 알게 된 강수진이 단번에 알아차렸다는 사실이었다.그 순간, 임서율은 산소캔을 건네는 강수진의 모습을 지켜보던 차주헌의 눈동자에서 미세하고도 빠르게 지나간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임서율은 손에 쥐어진 산소캔을 굳이 거절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고마워요, 수진 씨.”몇 번 숨을 들이마시자 가슴이 조금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편안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곧 차주헌이 그녀 앞으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요즘 수진 씨 몸 상태가 안 좋아. 산소캔을 수진 씨에게 돌려주고 당신은 저쪽에 가서 좀 쉬지 그래? 수진 씨한테 산소캔이 없으면 위험할 수도 있어.”그러더니 그는 서둘러 덧붙였다.“내가 수진 씨를 잘 돌보겠다고 수진 씨 어머니께 약속했어.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그분을 뵐 면목이 없으니까.”임서율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차주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심장 깊숙한 곳에서 날카로운 비수가
Read more

제166화

차주헌이 통화를 마치고 강수진의 곁으로 돌아왔다.그의 근심 어린 표정을 본 강수진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주헌 씨, 무슨 일이야?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혹시 서율 씨가 무슨 말이라도 했어?”“아니, 별일 아니야. 요즘 서율이가 좀 이상해서 그래.”강수진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지만 겉으로 드러난 표정은 온순하고 무해한 양 같았다.“너무 걱정하지 마. 아마 서율 씨도 최근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 걸 거야.”차주헌은 무심코 임서율이 있던 쪽을 바라보며 어두운 눈빛을 내비쳤다.“차라리 그런 거였으면 좋겠어.”강수진은 그의 옷자락을 살며시 잡아당기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기분 풀어, 주헌 씨. 우리 뱃속의 아기 만져봐.”아기라는 말에 차주헌의 표정도 조금씩 부드럽게 풀어졌다.“알았어. 너도 다른 생각하지 말고 아이만 잘 돌보면 돼.”한편, 임서율은 양지우와 함께 걷는 중 점차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가슴이 심하게 압박되었고 머릿속은 산소가 부족한 듯 흐려지기 시작했다.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양지우에게 몸을 기댔다.다행히 양지우가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다.“서율아! 임서율!”“빨리 이거 마시게 해요!”갑자기 따뜻한 손이 그녀에게 산소캔 하나를 건넸다. 양지우는 급히 고개를 들었다가 하도원의 얼굴을 보고 잠시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서율의 입과 코 사이에 산소캔을 가져다 댔다.“서율아, 정신 차려. 조금만 버텨봐!”하도원은 창백해진 임서율의 얼굴을 보고 불편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자기 아내가 이 지경인데 차 대표는 대체 어디에 있습니까?”그는 조금 전 지나오면서 강수진이 산소를 흡입하던 모습을 본 터였다. 양지우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분노가 스쳤다.“말도 마요. 아까부터 서율이가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강수진도 눈치챘는지 산소캔을 건넸는데 차 대표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걸 다시 빼앗아 가버렸어요.”“서율 씨랑 함께 산 세월이 얼만데, 폐가 안 좋다는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말입니다.”
Read more

제167화

임서율은 천천히 나무에 등을 기대고 긴 한숨을 내쉬며 힘없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또 하 대표님께 신세 졌네요.”그러나 하도원의 표정은 싸늘하기만 했다.“착각하지 마요. 당신 회사랑 우리 회사가 함께 온 야유회잖아요. 여기 사람들이 몇 명인데 괜히 사고라도 나면 곤란하니까요.”그 말에 양지우의 얼굴이 굳어졌다.‘아니, 말을 저렇게 대놓고 하나?’하도원이 까칠하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양지우는 그 소문을 그다지 믿지 않았다. 저렇게 잘생긴 얼굴의 남자가 아무리 성격이 나빠 봐야 얼마나 나쁘겠냐고 생각했었다.하지만 방금 그 짧은 대화로 인해 확실히 깨달았다.소문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그때 동료 한 명이 양지우를 찾으며 다가왔다.“지우 씨, 잠깐 와 봐요. 할 이야기가 있어요.”“네, 금방 갈게요.”양지우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임서율을 바라보았다.“서율아, 너 혼자 두고 가자니 불안한데 누구라도 불러서 옆에서 지켜보게 할까?”“괜찮아. 나 아무렇지도 않아.”임서율은 괜찮다고 했지만 양지우는 아까 상황을 떠올리니 도저히 안심되지 않았고 혼자 있는 임서율에게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불안하기만 했다.자연스럽게 양지우의 시선이 하도원에게로 향했다. 지금 여기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은 그뿐이었다. 양지우가 망설이며 입을 떼려는 순간, 하도원이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먼저 기지개를 켜며 눈을 감아버렸다.“난 잠깐 만 눈 좀 붙일 거예요.”그렇게 단호히 말하는 하도원을 보니 더 이상 부탁을 꺼내기가 민망해졌다.하기야 애초부터 하도원이 임서율을 챙길 거란 기대 자체가 무리였다. 그는 본래 혼자 다니기를 좋아하는 데다가 임서율과 특별한 관계도 아니었으니 부탁할 명분도 없었다.결국 양지우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누군가만 있으면 되니까.“그럼 나 갈게.”양지우는 임서율의 상태를 몇 번이나 확인한 뒤 자리를 떠났다.임서율은 정신을 차리고 슬쩍 하도원을 살폈다. 그는 여전히 나무에 기대어 눈을 감은
Read more

제168화

하도원의 말에 임서율은 황급히 주머니로 손을 뻗었지만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어라, 내 휴대폰 어디 갔지?”“그러게요, 휴대폰 어디 갔지?”옆에 서 있던 하도원이 시치미를 떼며 모르는 척 그녀를 바라봤다. 그 얄미운 말투를 듣는 순간, 임서율은 직감했다.‘또 시작이야.’그녀는 한심하다는 듯 하도원을 바라봤다. 이 남자는 종종 그녀를 놀리는 것이 취미인 사람처럼 굴곤 했다. 그런 행동이 얄밉다가도 가끔 아이 같은 모습이 드러나서 우습기도 했다.결국 임서율은 못 이기겠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하 대표님, 지금 이 상황에서 장난치지 마시고요. 혹시 제 휴대폰 주우셨어요?”그제야 하도원은 미소를 거두고 주머니에서 흰색 휴대폰을 꺼내 그녀에게 던져 주었다. 임서율은 휴대폰을 받아 들고 화면을 확인했다. 틀림없이 자신의 것이었다.“어디서 주웠어요?”하도원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그녀의 뒤쪽을 슬쩍 바라봤다. 그의 시선을 따라 돌아보니 멀어져 가는 전혜미의 뒷모습이 보였다.그 순간 임서율의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전혜미와 부딪혔고, 그때 분명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었다. 그러나 그 당시엔 사과하기에 급급했고 바닥을 훑어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었다.임서율은 다시 한번 휴대폰을 꼼꼼히 살폈다. 다행히 별다른 수상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화면을 끄려던 찰나, 낯선 메시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하 대표님, 작은 숲으로 잠시 와주시겠어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자신이 보낸 적 없는 메시지에 임서율은 당황스러워하며 하도원을 올려다봤다.“저, 저 이런 메시지 보낸 적 없어요!”“알아요. 서율 씨가 이런 메시지를 보낼 리 없죠. 할 말이 있으면 늘 직접 전화했으니까요.”하도원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말을 덧붙였고 임서율은 의외인 듯 그를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그렇게 잘 알고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녀는 확실히 그런 애교 섞인 메시지를 보낼 성격이 아니었
Read more

제169화

하도원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 역시 인정사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 사람이 연애하든 말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순간 임서율의 얼굴이 굳어졌다.“당신을 좋아하는 사람한테 왜 그렇게까지 무정하게 구는 거예요?”그녀는 최소한 예의 있게 말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마음이 잘못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날카로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하도원이 천천히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길고 하얀 손가락으로 담뱃재를 툭툭 털어내며 비웃는 듯 말했다.“그런 식이면 강수진 씨도 차 대표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왜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꾹 참고만 있는 거죠?”임서율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가 이렇게까지 날카롭게 반격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가 언제 남을 배려하며 말을 가렸던가.하도원이 무슨 행동을 하든 그것은 그의 자유였고 자신이 이 자리에 서서 그의 사적인 일에 참견할 자격도 없었다. 더구나 그녀는 하도원과 적대 관계가 되고 싶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그녀가 앞으로도 계속 운성에 남을 것은 아니었으니까.어쩌면 그는 원래 누구에게나 이런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처음엔 그가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 사람이기에 조금 독설을 내뱉어도 그러려니 생각했었다. 하지만 방금의 말은 도가 지나쳤다.임서율은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찌푸린 얼굴로 하도원에게 다가갔다.“그러면 제가 지금 당장 강수진 씨를 찾아가 얼굴 맞대고 싸우기라도 해야 하나요? 아니면 차 대표 앞에서 울고불고 매달리면서 그 여자랑 헤어지라고 떼라도 쓰라는 겁니까?”하도원은 전혀 관심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그 말에 임서율은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상관없다면서 지금 저한테 왜 두 사람 얘기를 꺼낸 건데요?”하도원은 그제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에 등을 기대고 여유롭게 그녀를 응시했다.“그렇다면 임서율 씨는 또 왜 나한테 전혜미 씨 얘기를 꺼낸 거죠? 솔직히
Read more

제170화

전혜미는 임서율을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끌었다. 깊은 길을 따라갈수록 주변의 인기척은 희미해져 갔고 임서율은 본능적으로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결국 그녀는 앞서가던 전혜미의 손목을 붙잡았다.“지우 씨, 정말 여기 있는 거 맞아요? 이런 외진 데서 얘기할 리가 없잖아요. 일단 전화를 걸어봐야겠어요.”임서율이 고개를 숙이며 양지우에게 전화를 걸려는 순간, 전혜미가 그녀의 손을 거칠게 눌렀다.“임 팀장님, 하 대표님께 이미 다 들으셨죠?”그녀의 목소리는 어느새 차갑고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싸늘한 말투와 으스스한 분위기에 임서율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졌다. 자신을 이곳까지 데려온 이유가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직감한 그녀의 얼굴 또한 차갑게 굳어졌다.“전혜미 씨, 굳이 나한테 물어볼 필요는 없지 않나요? 스스로도 충분히 예상했을 텐데.”“하 대표님이 날 거절했다는 소식에 많이 기쁘셨겠어요?”전혜미는 입술 끝을 비틀며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임서율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순간 전혜미가 임서율을 난폭하게 밀어냈다. 그녀의 눈빛엔 증오가 서려 있었다.“이제 와서 모르는 척하지 마요! 하 대표님을 독차지하고 싶은신 거잖아요! 한쪽으론 그 사람의 특별한 관심을 받고 다른 쪽으로는 차씨 가문의 며느리 자리까지 꽉 쥐고 있고. 정말 대단한 수완이네요, 임 팀장님!”전혜미의 격앙된 모습에 임서율은 놀라고 말았다. 지금까지 그녀를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여겼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사람 보는 눈 좀 키워야겠네. 강수진 때도 입사 초엔 그렇게 순진한 양 같았으니까...’임서율은 아까 하도원 앞에서 전혜미를 옹호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이 부끄러워 뺨이라도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임서율의 차가운 시선이 전혜미를 향했다. 이제 그녀는 이 사랑스러웠던 아이를 경멸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날 연적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아예 대놓고 전쟁 선포라도 하겠다는 거야?”전혜미가 이를 악물
Read more
PREV
1
...
1516171819
...
2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