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율은 양지우를 보내고 잠시 침대에 누워 쉬려 했지만, 머릿속이 뒤죽박죽으로 복잡했다.결국 나가서 좀 걸으려고 옷을 갈아입었다. 상처만 아니었다면 정말 샤워를 하고 싶었다.한종서의 그 손이 자신을 만졌다는 생각만 해도 임서율은 속이 울렁거렸다.그녀는 심호흡 하며 마음속의 불쾌감을 억누르고 밖으로 나섰다.이리저리 걷다 보니 뜻밖에도 작은 정원을 발견했다.작은 정원에는 나무가 가득 심겨 있었다. 푸릇푸릇한 것이 마음을 상쾌하게 했다. 작은 길도 자갈로 잘 깔려 있었다. 한가운데에는 그네가 있었고, 주변에는 예쁜 꽃들이 심겨 있었다.임서율은 이런 환경을 좋아했다. 긴장감으로 뻐근한 몸의 힘이 저절로 풀리는 느낌이었다.그녀는 그네에 다가가 양쪽 줄을 잡고 천천히 앉았다. 발을 살랑거리자 그네가 앞뒤로 느릿하게 흔들렸다.그녀는 차주헌이 자신을 밀치던 그 독기와 자신을 보던 그의 눈빛에 담긴 실망감, 의심, 심지어는 분노까지 떠올렸다.수년 동안 차주헌은 그녀에게 손찌검 한 적이 없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더군다나 손찌검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다.만약 그 맹세를 어기면 벼락 맞아 죽을 것이라고까지 했다.이제 보니 그런 맹세 따위가 소용있었다면,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사랑에 빠져 결국 사랑 때문에 죽지 못해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양지우조차도 그녀가 강수진과 다툰 것이 아니라 어쩌면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을 알아챘는데.차주헌은 못 본 척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발밑의 자갈을 응시했다. 무심결에 손에 상처가 있다는 것도 잊고 그네 줄을 꽉 쥐었다. 상처 부위가 쓸리자 아파서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이 정도 아픔도 못 참아요?”차가운 몇 글자와 함께, 임서율이 오랫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마침내 폭발했다. 뜨거운 눈물이 눈가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렸다.눈가는 새빨개졌고 커다란 눈물방울들이 땅에 떨어졌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낮은 소리로 울기만 했다.“차주헌이 그렇게 서럽게 할 때도 울지 않더니, 내가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