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헌은 임서율을 품에 꼭 안았다. 날카로운 이목구비의 얼굴에는 깊은 죄책감이 가득했다. “미안해, 서율아. 내가 널 제대로 지키지 못했어. 한종서 그 자식, 당장 그 집 어른부터 찾아가 따질 거야.” “나 일단 좀 자고 싶어.” 임서율은 아까 몸속을 휘감던 열기 때문에 이제는 기운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 일단 몸부터 닦자. 이 상태로 자면 감기 걸릴 거야. 잠깐 나갔다가 네 옷도 새로 사 올게.” 차주헌은 말을 마치고 그녀를 부드럽게 부축해 침대 머리에 기대게 했다. 임서율은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수건 줘. 내가 할 수 있어.” 그때 마침, 차주헌의 휴대폰이 계속 진동하며 울렸다. 임서율은 화면을 힐끗 봤다. 강수진이었다. 그녀는 그 위에 뜬 이름을 보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잠깐 연락이 안 된 것만으로도 이렇게 못 견디는 모양이네. 하지만 아직은 조금 더 참아야 할 거야.’ 차주헌은 고개를 돌려 전화를 받았다. “지금 서율이 돌보고 있어. 너는 구급차 불렀어? 알겠어, 울지 마...” 전화를 끊은 뒤, 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임서율을 향해 설명했다. “서율아, 수진이가 집에 가던 길에 교통사고가 났대. 아주 심각한가 봐. 지금 이쪽에는 가족도 없어서 나한테 연락했어.” 임서율은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뻔히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원하는 대로 대답해 줬다. 너무도 관대하게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괜찮아. 가 봐. 난 이젠 괜찮으니까.” 그 말을 들은 차주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금방 돌아올게. 넌 잠깐 쉬어.” 임서율은 문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쓴웃음을 지었다. 강수진에게 무슨 일이 생기자 차주헌은 순식간에 무너질 듯 허둥댔다. 자신에게 옷을 사다 주겠다는 말은 까맣게 잊은 채였다. ‘강수진이 무섭고 외롭다니, 그렇다면 난 두렵지 않았을까? 내 가족도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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