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Bab 11 - Bab 20

221 Bab

제11화

“왜 그래? 어디 아파? 요즘 잠을 잘 자지 못한 거야?” 차주헌은 그녀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고 다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임서율은 담배 냄새에 조금 예민한 편인데 최근 며칠간 앉아 있던 사무실도 먼지가 심해 몸이 더 안 좋았다. 그녀는 코를 막고 기침을 두어 번 했다. 차주헌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방 안을 둘러봤다. 그는 몇몇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걸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서율이 담배 냄새에 예민하니까 다 꺼.” “얼른, 다 꺼.” “그러니까, 누가 먼저 피우기 시작한 거야?” “이젠 담배도 못 피우겠네, 주헌이도 대단하지. 마누라 때문에 담배까지 끊고.” “누가 끊었대? 나 며칠 전에도 피우는 거 봤는데?” 심경호는 재빨리 장호준에게 눈짓을 보냈지만 장호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뭐 어때, 어차피 못 듣는데. 서율 씨만 오면 분위기 싸해지잖아. 술만 마시니까 재미없잖아.” 서재영도 끼어들며 불평했다. “그러니까, 주헌이만 서율 씨를 보물처럼 여기지. 말도 안 통하고 무슨 말을 하려면 수화로 해야 하니까 귀찮아 죽겠어!” 심경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임서율의 편을 들며 말했다. “장호준, 서율 씨 체면은 둘째치고 주헌이 체면은 봐줘야지.” 장호준과 서재영은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고 갑자기 방 안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임서율은 담담한 표정으로 손에 들고 있던 귤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실례했습니다. 저는 몸이 좀 안 좋아서요. 주헌이랑 같이 마저 즐기세요.” 임서율은 그렇게 말한 후 걸음을 옮겼다. 차주헌은 재빨리 뒤따랐다. 그는 문을 열려고 하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수화로 말했다. “내가 데려다줄게.” 임서율은 눈 앞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덤덤한 표정으로 그의 손을 뿌리쳤다. “괜찮아. 오늘은 경호 씨 생일이잖아. 여기 남아서 같이 놀아. 나 혼자 택시 타고 갈게.” 말을 마친 임서율은 가방 안에서 포장된 선물을 꺼내 심경호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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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임서율은 원래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하필이면 한종서까지 마주치게 되니 감정은 곤두박질쳤다. 그녀의 차가운 눈매에 분노가 스쳤다. “놔. 안 그러면 사람 부를 거야.” 한종서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설마 남편이라도 부르려는 거야?” 그는 고개를 돌려 안쪽을 흘긋 봤다. “근데 보니까 꽤 바쁘시던데?” 장난처럼 들리는 말이었지만 그녀에겐 비수처럼 꽂혀버렸다. 임서율도 안쪽을 힐끔 바라봤다. 강수진은 애교부리며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고 얼굴은 홍조를 띠며 활짝 웃고 있었다. 차주헌은 잔을 들고 친구들과 웃으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그 모습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어쩐지 아까 내가 있을 땐 지루해 죽으려 하더니. 내가 있어서 스릴 있는 게임을 못했구나.’ 임서율은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래, 내가 불편하게 만들었네.’ 한종서는 원래 또라이로 유명했다. 집안 어른은 군인이었고 운성시에서 차씨 가문 다음으로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동안 차주헌이 옆에 있어서 그나마 조심했을 뿐인데 지금은 장담 못 했다. 이럴 땐 정면충돌보단 잔머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도대체 뭘 원하는데?” “간단해. 대학교 때 나 망신 준 거, 그걸 술 한 잔으로 사과하면 돼.” 그는 어설프게 수화를 흉내 내다 짜증이 났는지 욕을 내뱉었다. “젠장, 귀머거리라서 진짜 귀찮아 죽겠네!” 그때 마침 웨이터가 잔을 들고 지나가자 한종서는 술 두 잔을 주문했다. 그리고 잔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며 눈짓했다. “이거 마시면 끝. 사과는 받은 걸로 칠게.” 임서율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그녀는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게다가 술은 웨이터가 방금 가져온 거였다. 한종서는 그녀가 여기에 있을 줄 몰랐을 테니까 안심하고 조용히 잔을 들었다. “말 바꾸지 마.” 한종서는 쿨하게 동의했다. “그래, 마시면 보내줄게.” 그녀는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잔을 웨이터의 쟁반 위에 내려놓고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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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그녀도 병원에 기자들이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만약 지금 이 꼴을 누군가 찍어 퍼뜨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그것도 하필 성운 그룹의 경쟁자인 하도원과 엮인 상태로라면 다음 날은커녕 오늘 밤 안에 온 업계에 다 퍼질 게 뻔했다. 사람들이 설령 한종서가 그녀에게 약을 먹였다는 걸 알아낸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그 망나니 한종서는 오히려 그녀가 유혹했다고 뒤집어씌울 것이다. 이 일이 차씨 가문까지 번지게 된다면 차씨 가문은 절대 그녀를 지키지 않을 것이다. 한씨 가문처럼 만만치 않은 상대와 싸우기보단 그녀 하나쯤 기꺼이 희생할 것이다. 욕조 안에 반쯤 누운 그녀는 약기운으로 속이 활활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차가운 물로 몸을 식히려 했지만 오히려 두통만 심해지고 오한이 몰려왔다. 이 고통은 아무런 완화도 되지 않았다. 자신의 상황이 어떤지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상대가 한종서라면 차라리 그와 같이 죽는 게 나았다. ‘하지만 만약 하도원이라면...’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호텔 욕조에서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젊은 여성이라는 뉴스의 주인공이 되는 것보단 하도원과 하룻밤을 보내는 편이 낫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녀는 지금 머릿속에서 두 개의 자아가 격렬히 싸우고 있었다. ‘정말로 하도원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까? 하지만 이 남자는 철벽에 여자한테는 일절 관심이 없어 보여. 설마 동성애자인가?’ 그래도 방금 떠올린 수많은 최악의 시나리오보다는 하도원과 관계를 맺는 게 가장 간단하고 안전해 보였다. 차주헌과의 관계는 이미 형식적인 껍데기뿐이었고 그녀는 순결이나 명예 따위 지킬 이유도 없었다. 먼저 이 관계를 배신한 건 자신이 아니니까. 수많은 생각이 교차한 끝에 그녀는 욕실 문 너머 소파에 앉아 태연히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하 대표님,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는 거울을 안 봐도 자신이 지금 얼마나 처참한 모습일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한 남자에게 자신을 안아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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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정신이 몽롱했던 임서율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문 쪽을 향해 눈을 크게 떴다. “차주헌이 왜 여기에 있어요?” “어쩌죠, 거래가 깨졌네요.” 남자의 아쉬운 듯한 말투가 그녀의 눈썹을 찌푸리게 했다. ‘하도원은 걱정이 안 되나?’ 그는 천천히 일어나 셔츠 단추를 잠그고 옆에 있는 이불을 들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임서율은 그가 문 쪽으로 걸어가자 본능적으로 그의 셔츠 끝자락을 붙잡았다. “뭐 하는 거예요?” ‘이 남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지금 이 상황에서 문을 열면 차주헌이 이 모습을 보게 될 텐데, 그럼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어. 나뿐만 아니라 하도원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 거야.’ 하도원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에게서 방금 전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안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낸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냥 돌아갈 거라고 생각해요?” 임서율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침묵을 지킨다고 해도 차주헌이 문을 열고 이 광경을 보게 된다면 오히려 의심만 더 커질 테니까.’ 하도원은 문을 열며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 대표님, 당신의 아내가 여기 있다고 호텔 전체에 소문이라도 내고 싶은 겁니까?” 차주헌은 하도원을 보고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도...” “하 대표라고 불러주시죠.” 하도원이 그의 말을 냉정하게 끊었다. 차주헌은 얼굴이 굳은 채로 말을 바로잡았다. “하 대표님.” “한종서는 소식을 참 빨리도 전달하네요. 안에 있습니다. 의사는 곧 도착할 거예요.” 하도원은 말을 마치고 차주헌을 지나쳐 유유히 방을 나갔다. 차주헌은 황급히 방 안으로 들어왔고 이불을 꽁꽁 둘러싸고 있는 임서율을 보자 손을 뻗었다. 하지만 임서율은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 “손대지 마!” 차주헌은 그녀가 놀랐다고 생각했다. 한종서가 어떤 인간인지 그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놈은 자기가 노리는 대상은 어떻게든 손에 넣고야 마는 집요한 인물이었다. 그는 손을 공중에 멈춘 채 당황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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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차주헌은 임서율을 품에 꼭 안았다. 날카로운 이목구비의 얼굴에는 깊은 죄책감이 가득했다. “미안해, 서율아. 내가 널 제대로 지키지 못했어. 한종서 그 자식, 당장 그 집 어른부터 찾아가 따질 거야.” “나 일단 좀 자고 싶어.” 임서율은 아까 몸속을 휘감던 열기 때문에 이제는 기운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 일단 몸부터 닦자. 이 상태로 자면 감기 걸릴 거야. 잠깐 나갔다가 네 옷도 새로 사 올게.” 차주헌은 말을 마치고 그녀를 부드럽게 부축해 침대 머리에 기대게 했다. 임서율은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수건 줘. 내가 할 수 있어.” 그때 마침, 차주헌의 휴대폰이 계속 진동하며 울렸다. 임서율은 화면을 힐끗 봤다. 강수진이었다. 그녀는 그 위에 뜬 이름을 보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잠깐 연락이 안 된 것만으로도 이렇게 못 견디는 모양이네. 하지만 아직은 조금 더 참아야 할 거야.’ 차주헌은 고개를 돌려 전화를 받았다. “지금 서율이 돌보고 있어. 너는 구급차 불렀어? 알겠어, 울지 마...” 전화를 끊은 뒤, 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임서율을 향해 설명했다. “서율아, 수진이가 집에 가던 길에 교통사고가 났대. 아주 심각한가 봐. 지금 이쪽에는 가족도 없어서 나한테 연락했어.” 임서율은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뻔히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원하는 대로 대답해 줬다. 너무도 관대하게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괜찮아. 가 봐. 난 이젠 괜찮으니까.” 그 말을 들은 차주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금방 돌아올게. 넌 잠깐 쉬어.” 임서율은 문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쓴웃음을 지었다. 강수진에게 무슨 일이 생기자 차주헌은 순식간에 무너질 듯 허둥댔다. 자신에게 옷을 사다 주겠다는 말은 까맣게 잊은 채였다. ‘강수진이 무섭고 외롭다니, 그렇다면 난 두렵지 않았을까? 내 가족도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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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육준혁은 자리를 뜬 뒤 검은색 차에 올라탔다. 차 안에는 하도원이 다리를 꼬고 눈을 감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날렵한 콧대와 깊은 눈매에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 여자는 어때?” 그는 말하며 눈을 떴다. “약은 드셨고 차 대표님이 방 안에서 돌보고 있습니다.” 하도원은 그 말을 듣고 비웃듯이 코웃음을 쳤다. 그는 조금 전 차주헌이 휴대폰을 들고 서둘러 나가는 장면을 떠올렸다. ‘아마 또 강수진이 불러냈겠지.’ “한종서가 유통한 약의 출처는 알아냈어?” “네, 해외입니다. 그런데 전에 그 지역에 강수진 씨도 있었던 적이 있어서요...” 그의 말은 뭔가를 암시하고 있었다. 하도원은 느릿하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한종서랑 강수진이 아는 사이란 말이야?” “지금으로선 단정 짓긴 어렵지만 우연치고는 좀 이상하죠. 한종서 씨도 참 담이 큰 것 같아요. 그 약용량이 일반 복용량의 두 배는 되는데 저렇게 무모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도원은 당시 임서율이 유혹적인 눈빛을 보내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녀는 거의 하도원에게 달려들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결정적인 순간에 참아냈다. 그는 차창 밖으로 담뱃재를 털며 말했다. “그 정도 용량을 버텨냈다니, 예전에 내가 임서율을 얕봤나 봐.” 육준혁은 그 약의 효과를 생각하면 임서율이 분명 무슨 행동을 했을 거라 짐작했다. 그는 하도원을 힐끗 보며 말했다. “대표님은 어떻게 참으신 거예요? 병원에 가서 검사라도 받아보시죠. 혹시 억눌린 게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려고요?” “꺼져.” 하도원은 차갑게 한 마디 내뱉었다. 육준혁은 장난을 거두고 본론을 말했다. “그럼 한종서 쪽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도원은 턱을 팔꿈치에 괴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 한종서 잘못이야. 괜히 그 여자한테 그렇게 센 약을 써서 말이야. 결국 미인을 놓쳐버렸잖아. 그 대가는 치르게 해야지.” 육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는 오랜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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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임서율은 그녀와 더 이상 얽힐 생각이 없었기에 조용히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그때 강수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임 팀장님. 어젯밤에 괜찮으셨어요? 주헌이한테 들었는데 한종서가 임 팀장님한테 약을 먹였다면서요. 듣자 하니 차씨 가문은 가풍에 굉장히 예민하다던데. 저랑 주헌이는 임 팀장님을 믿어요. 하지만 임 팀장님도 조심하세요. 여자의 순결은 한번 흠집 나면 되돌릴 수 없잖아요?” 그녀는 갑자기 목청을 높였고 사무실 안의 모든 시선이 임서율에게 쏠렸다. 문고리를 쥔 그녀의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졌고 이마에는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 ‘설마 차주헌이 한종서가 나에게 약을 먹였다는 것까지 강수진에게 말했단 말이야? 전혀 나의 자존심이나 체면은 고려하지 않네. 차주헌은 생각했을까? 강수진이 이렇게 말을 퍼뜨리면 사무실 전체가 나를 어떻게 보게 될지.’ 조금만 과장이 섞이면 언론에까지 퍼질 수도 있다. ‘재벌가 차씨 가문의 며느리, 약물 피해로 치명적 이미지 훼손’ 이런 자극적인 문구들이 인터넷에 도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가 되면 아무리 해명한다 한들 소용없다. ‘차주헌은 본인 아내의 명예와 청렴을 강수진의 기분을 맞춰주는 잡담 소재쯤으로 여긴 건가?’ 사무실 동료들의 시선은 벌써 의심과 추측으로 가득했다. “진짜야? 임 팀장님이 약 먹고 그런 일이 있었다고?” “헐, 대박. 그 약 엄청 세다던데. 한 번 먹으면 정신을 놓는 약이래.” “근데 강수진이랑 차 대표님은 대체 무슨 사이야? 그런 사적인 얘기를 어떻게 알고 있어?” “몰랐어? 나 들은 얘긴데 둘이 대학 동문이래. 강수진이 차 대표님의 첫사랑이었대.” “와, 어쩐지! 강수진이 갑자기 낙하산처럼 들어온 게 그 이유였네. 임 팀장님은 그래도 실력으로 올라온 사람인데...” 그때, 양지우가 서류를 들고 다가와 차주헌의 사무실을 가리켰다. “임 팀장님, 차 대표님이 잠깐 뵙고 싶대요. 대표실로 와주시겠어요?” 임서율은 문고리에서 손을 떼고 강수진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차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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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강수진이 절뚝거리면서 들어왔다. 말을 마친 그녀는 금세 눈이 빨개졌고 목소리도 축 처져 있었다. 임서율은 차주헌을 한 번 바라보고 강수진을 한 번 바라봤다. 순간 그녀는 목이 말랐다. 차주헌은 자기 앞을 가로막은 강수진을 옆으로 밀어냈다. “서율이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야. 아까는 그냥 다른 얘기 하다가 목소리가 좀 커진 거야.” 하지만 강수진은 고집스럽게 임서율 앞에 그대로 섰다. 두 손을 덜덜 떨면서도 어설프게 손짓하며 무언가 전하려 애쓰는 모습이 어딘가 어설프면서도 안쓰러웠다. “임 팀장님, 정말 그런 뜻 아니었어요. 만약 임 팀장님의 마음이 불편하셨다면 제가 당장 나가서 동료들한테 해명할게요.” 그녀는 곧바로 문을 열고 나가려 했다. 그때, 임서율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수진 씨.” 강수진은 그제야 문고리에서 손을 뗐다. “그럼 임 팀장님, 이제 저한테 화 안 나신 거죠?” 그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조심스러운 태도는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마치 임서율이 강수진을 가혹하게 몰아세운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임서율은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답했다. “이번 일은 수진 씨 잘못이 아니에요.”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차주헌이 마음을 제대로 붙잡지 못한 것과 양다리를 걸치려는 그 뻔뻔한 태도. 그는 서랍을 열어 붉은색 벨벳 상자를 꺼내 그녀 손에 쥐여주며 부드럽게 달랬다. “그만 화 풀어. 네가 나이도 많고 지금은 상사잖아. 조금 이해해 줘. 수진이는 아직 어린애잖아. 내가 며칠 전에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산 팔찌야.” 그는 상자를 열어 황금빛 팔찌를 꺼냈다. 거기엔 임서율과 차주헌, 두 사람의 성이 이니셜로 새겨져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임서율은 숨이 턱 막혔다. 어젯밤에 자신이 가장 힘들고 외로웠던 그 시간에 그는 다른 여자 곁에 있었다. 만약 하도원이 그 방을 예약하지 않았더라면 그녀에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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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됐어. 너도 회사 일 때문에 바쁠 텐데 나 혼자 가면 돼.” ‘차주헌이 간다고 뭐가 달라질까? 엄마가 하늘에서 그 모습을 보신다면 분명 분해서 눈도 못 감으셨을 거야.’ 하지만 차주헌은 임서율의 어머니에게 언제나 예의를 갖췄던 사람이다.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내일은 어머님 기일이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 낼게.” 임서율은 문을 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알아서 해.” 그리고 막 발을 내딛으려던 그녀는 옆에 서 있던 강수진을 흘깃 쳐다보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강수진 씨는 안 가요?” 강수진은 손에 들고 있던 ‘오아시스 프로젝트’ 문서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아직 주헌이랑 프로젝트 후속 논의가 좀 남아서요.” 임서율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 “그래요? 그럼 두 분 천천히 얘기들 하세요.” 문을 닫으려는 순간, 강수진의 아양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헌아, 그 팔찌 말이야. 원래 나 주려고 산 거잖아. 내 이름이랑 네 이름 새기기로 했던 건데 왜 서율 씨한테 준 거야?” 차주헌은 얼굴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조용히 해.” “왜? 어차피 서율 씨는 못 듣잖아. 어떻게 나한테 거짓말을 할 수가 있어?” “‘영원의 심장’은 네 목에 걸려 있잖아. 팔찌 하나쯤은 걔 기분 맞춰주는 거지. 그렇게 속 좁게 굴 일은 아니잖아.” 강수진의 수줍은 웃음소리가 임서율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네가 날 너무 예뻐해 주니까 이렇게 된 거 아냐.” 임서율은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사랑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옮겨가는 거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녀에게 양지우가 황급히 따라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사무실에서 말이 많던데...” 임서율은 무표정하게 책상 위 서류를 정리했다. 그러다 안에 끼워두었던 문서 한 장이 떨어졌다. 그녀는 허리를 숙여 그것을 주웠다. 이건 지난번에 하도원 회사에 직접 들고 가서 협상했던 자료였다. 며칠 밤을 새우며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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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양지우는 임서율의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에 깜짝 놀랐다. “야! 너 왜 그래? 무섭게 왜 이래!” “아니야, 나 잠깐 집에 다녀올게.” “뭐? 우리 이따 고객 만나러 가야 하잖아!” 양지우는 그녀를 따라 사무실 입구까지 달려 나가며 소리쳤다. 하지만 임서율은 이미 택시를 타고 오래된 어머니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집은 꽤 오랫동안 비어 있었고 원래는 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때 차주헌이 말했었다. “우리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 집을 팔아야 해? 그냥 둬. 네가 힘들 때 올 수 있는 곳 하나쯤은 있어야지. 어머님이 여전히 네 곁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잖아.” 그녀의 어머니가 마지막에 자신을 차주헌에게 맡긴 건 이해할 만했다. 그 시절의 그는 임서율의 어머니를 진심으로 아꼈고 이웃들조차 차주헌을 최고의 사위라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가끔은 임서율도 친딸인 자신보다 그가 더 낫다고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사람이란 아무리 좋아 보여도 변할 수 있다. 임서율은 열쇠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어머니가 머물던 방으로 향했고 서랍 위의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사진첩을 뒤지기 시작했다. ‘맞아, 나 이 사진첩에서 하도원을 본 적이 있어.’ 임서율은 바닥에 앉아 사진을 한 장씩 넘기며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두 번째 장에서 그를 발견했다. 당시 하도원은 겨우 열여섯이나 열일곱쯤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키는 이미 180을 넘었고 앳된 얼굴에는 이미 단단한 이목구비가 자리 잡고 있었다. 늠름한 인상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지자 오히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이미 그때부터 그의 눈빛과 표정 속엔 날이 선 기운이 숨어 있었던 거다.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니 그를 볼 때마다 괜히 마음이 움찔했다. 그 옆에 서 있던 여인은 그의 어머니였고 사진은 누군가 한 번 찢었다가 다시 테이프로 붙인 듯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우리 엄마랑 하도원의 어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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