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의 모든 챕터: 챕터 311 - 챕터 320

888 챕터

제311화

차주헌뿐만 아니라 임유나와 정설아도 하도원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표정이 굳어졌다.이때 임유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빠, 전 엄마랑 같이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고 올게요. 혹시 뭔가 단서라도 있을지...”“그래. 주치의부터 물어보고 CCTV도 확인해 봐.”“알겠어요. 지금 바로...”“CCTV는 확인할 필요 없어요. 의사 말로는 전부 다 고장 났대요.”“고장 났다고?”임규한은 그제야 사건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직감하고 눈살을 찌푸렸다.CCTV까지 망가뜨렸다면 분명히 계획된 납치였고 임서율이 의식을 되찾아서 스스로 나갔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병원 복도를 걸어가던 임유나와 정설아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대놓고 말을 꺼냈다.“하도원이 이 일에 개입하는 건 반드시 막아야 해.”임유나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그걸 어떻게 막아요. 아빠는 왜 갑자기 대표님을 이 일에 끌어들인 거죠? 게다가 이건 대표님과 전혀 상관없는 우리 집안일이잖아요.”정설아는 임유나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시킨 그 사람이 임서율을 데려간 거지?”임유나는 한숨을 쉬며 답했다.“저... 저도 몰라요. 분명히 약물만 주입하라고 했는데 그 후로 전화를 안 받아요.”정설아는 피식 웃었다.“그러니까 임서율이 그 남자랑 같이 사라졌다는 거지? 약은 제대로 주입된 게 맞아?”“맞는 것 같아요. 아까 옆에 있던 간호사에게 몰래 물어봤거든요. 병실에 떨어진 주사기를 주웠는데 안에 든 약은 다 비어 있었대요.”고작 이 정보를 얻으려고 임유나는 20만 원이나 투자했다.정설아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약은 주입됐는데 사람이 사라졌다고? 대체 어디로 간 거지?”그건 임유나도 알 수 없었다.“엄마, 일단 침착해요. 어차피 죽은 사람은 말 못 하잖아요. 설령 임서율을 찾는다 해도 이미 숨이 끊어졌을 거예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약이 주입되었다면 임서율이 살아있을 리 없다고 확신했다.병실로 돌아온 두 사람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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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예상치 못한 반응에 모두가 얼어붙었고 곧이어 차가운 목소리가 병실을 가득 채웠다.“차 대표, 그렇게 살면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아니면 인간이길 포기한 건가? 그쪽한테 악플다는 사람들 있죠? 단언컨대 살면서 제일 잘 한 일일 거예요.”임규한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도원아, 그게 무슨 뜻이니?”“차씨 가문은 경찰이 개입하는 게 두려운 거예요. 가문과 회사의 명성에 타격이 갈까 봐 무서운 거죠. 지금도 차 대표에 대한 여론이 안 좋거든요.”“의식 불명 상태의 아내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해 실종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네티즌들이 산 채로 잡아먹을 겁니다.”하도원의 날카로운 지적에 차주헌은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임규한은 숨겨진 차씨 가문의 의도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차주헌을 노려봤다.“주헌아, 정말 그런 생각이었니? 어떻게...”차주헌은 필사적으로 변명했다.“아버님, 그런 게 아닙니다. 설명할 기회를 주세요.”“서율이는 네 아내야. 7년이나 함께 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니. 서율이가 너 대신 의자를 맞지 않았다면 그때 청력을 잃은 건 내 딸이 아니라 너였어.”“기사만 보고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도대체 어디까지 연기한 거니? 네가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일 줄은 몰랐다. 실망스럽구나.”이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볼 이혜정이 아니다. 그녀는 다시 차주헌을 감싸기 시작했고 귀를 찌르는 목소리가 병실과 복도에 울렸다.“이봐요. 그쪽 딸이 사라진 걸 왜 우리 아들 탓으로만 돌려요. 우리 아들이 납치했어요? 아니잖아요. 주헌이는 늘 진심이었어요. 비싼 웨딩드레스까지 손수 만들었는데 그걸 팔아먹은 게 누군데.”“우린 처음부터 서율이 같은 애를 며느리로 들일 생각이 없었어요. 주헌이가 식음 전폐하며 애원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거예요. 어디 주제도 모르고. 쯧쯧.”화가 치밀어 오른 임규한은 심장을 움켜쥔 채 몸을 떨었다.“결혼하고 싶다고 졸라댄 사람은 서율이가 아니라 주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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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이혜정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수진아, 너는 여기서 주헌이를 도와주는 게 좋겠다. 혹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고.”“네, 아주머니. 걱정하지 마세요.”강수진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턱을 쓰다듬으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들을 지켜보던 하도원은 무심코 한마디 던졌다.“세분 모두 연기가 출중하시네. 이번 일이 잘 안 풀리면 연기자로 전향하는 게 어때요?”하도원은 돌려 말하는 법이 없기에 항상 직설적인 화법으로 사람을 당황하게 했다시킨다.아니나 다를까 말 한마디에 병실 분위기는 다시 한번 얼어붙었고 세 사람의 표정은 각기 달랐다.이혜정은 어깨를 으쓱이며 하도원에게 말했다.“도원아, 이건 우리 집안의 일이야. 서율 엄마가 너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건 알지만 너무 깊게 간섭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게다가 넌 남의 일에 관심 없는 걸로 유명하지 않니?”하도원은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넘기며 여유롭게 웃었다.“누가 간섭한다고 했어요? 전 그냥 구경하러 온 거예요. 이렇게 재밌는 연극을 하고 있는데 보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너...”이혜정은 할 말을 잃자 강수진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아주머니, 제가 병원 입구까지 모셔다드릴게요. 주헌이는 알아봐야 할 일이 많을 거예요.”이혜정도 자신이 하도원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도원은 윗사람 아랫사람 같은 개념 따위가 없기에 화가 나서 눈이 뒤집히는 순간 모두가 공격 대상이다.이혜정과 강수진이 나간 후 하도원은 임규한에게 말했다.“먼저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전 나가서 담배 좀 피우고 올게요.”밖으로 나간 하도원은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었고 진승윤은 곧바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었다.하도원은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담배를 붙잡고 한 모금 들이마신 후 임서율의 병실을 바라봤다.“조사는 잘 되고 있어?”진승윤이 답했다.“누군가 서율 씨의 목숨을 노린 것 같습니다. 의사로 위장해서 약물을 주입하려고 했답니다. 주입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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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잠깐의 침묵 후 하도원이 입을 열었다.“산 사람을 내 앞에 데려와야지. 죽었으면 시체라도 찾아내.”“알겠습니다.”그 시각 병실 안에서는 차주헌과 임규한이 임서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고 임규한은 여전히 경찰에 신고할 마음이 있었다.“우리가 이런다고 서율이를 찾을 수 있을까?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면 한시라도 빨리 찾아내야 인명 피해를 줄일 텐데...”차주헌은 임규한을 달래듯 말했다.“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찾아낼 겁니다. 지금 경찰에 신고하면 언론에서 달려들 게 뻔해요. 그럼 서율이를 찾는데 더 방해될 뿐입니다.”“차씨 가문의 명성과 회사 주가에 영향이 갈까 봐 두려워요? 사람의 목숨이 차 대표 눈에는 하찮은 것처럼 보이네요.”하도원이 병실로 들어서며 말했다. 시선이 마주치자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었고 차주헌은 눈살을 찌푸리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하 대표님, 그 말은 무슨 뜻이죠? 서율은 제 아내입니다. 지금 생사도 모르는 상태인데 저보다 더 걱정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정말 걱정된다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해서 사람을 찾아야지. 안 그래요? 일이 커져야 서율 씨가 살아요. 사람들이 실종을 알게 되면 관심도 높아질 테고 그러면 찾을 가능성도 커지는 법이에요.”하도원의 말에 임규한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도원이 말이 맞아. 경찰에 신고하자. 이런 일은 전문가한테 맡겨야지. 이렇게 막연히 찾다가 최적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어. 서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 서율 엄마를 볼 면목이 없어.”임규한은 너무 초조하여 이성을 잃은 상태였고 누가 뭐라 하면 그대로 따르려 했다.그리고 차주헌은 여전히 단호했다.“아버님, 신고하면 안 됩니다. 서율이가 납치를 당했다면요? 납치범은 돈을 원하니 분명히 연락이 올 겁니다. 돈을 주면 서율이를 풀어줄 텐데 경찰에 신고해서 일을 키우면 서율의 안전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임규한은 또다시 흔들렸다.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불안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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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하도원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누군가 임서율을 살해하려 했다는 사실도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었다.관계자들은 모두 경찰서로 불려 가서 조사를 받았으나 여전히 단서를 찾지 못했다.차주헌이 골머리를 앓은 건 일이 커질수록 성운 그룹도 위기에 빠졌다는 점이었다.모든 나쁜 일들이 홍수처럼 순식간에 차주헌에게 밀려들었다.회사 일을 마치고 새벽에 집에 돌아온 차주헌은 지친 몸을 이끌고 무기력하게 바닥에 주저앉아 벽에 기대었다.방안은 짙은 담배 연기로 가득 차 있었고 숨 막히는 무거운 분위기만 감돌았다.머릿속에는 임서율이 정말 깨어났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했고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사건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때마침 이재우가 전화를 걸어왔다.“대표님, 많은 협력사들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대표님과 사모님에 대한 소문이 난무하는데 이렇게 손 놓고 가만히 있으면 회사가 위태로울지도 모릅니다.”차주헌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인내심은 비로소 바닥 쳤다.그는 손에 들고 있던 재떨이를 벽에 집어 던지며 고함을 질렀다.“내가 기자부터 처리하라고 했잖아. 지금까지 어디서 뭐 했어.”이재우는 전화 너머의 날카로운 소리에 잠시 주춤했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일찌감치 모두 연락했습니다. 하지만 기자들 말로는 누군가가 절대 철회하지 말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차주헌은 미간을 찌푸린 채 손을 떨었다.“그게 무슨 뜻이야?”“누군가 철회를 막고 있는 것 같습니다.”“조사해 봤어?”차주헌이 물었다.“하 대표님 같습니다.”그 말에 차주헌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하도원?”“기자들의 말로 추측건대 그런 것 같습니다. 정확히 얘기해주진 않았거든요.”차주헌은 허탈한 듯 피식 웃었다.“하긴. 운성에서 하도원 말고 이런 능력을 가진갖춘 사람이 없지.”이재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하 대표님은 왜 그러시는 걸까요? 솔직히 원칙적으로 그분과 무관한 일인데...”하도원은 남의 일에 전혀 관심 없는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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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차주헌은 곧바로 종이를 펼쳤고 눈 앞에 선명하게 드러난 ‘이혼 협의서’라는 글자에 충격을 받았다.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으나 자세히 보니 분명히 이혼 서류였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임서율의 사인이 있었다.심지어 재산 분할은 필요 없으니 한 푼도 받지 않은 채 이혼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차주헌은 상자 안의 또 다른 종이를 집어 들었다. 거기엔 단 몇 글자만이 적혀 있었다.[차주헌, 실은 이제 다 들려.]순간 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린 차주헌은 충격에 몸마저 떨었고 쥐고 있던 종이는 손끝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머릿속에는 주마등처럼 지난날 임서율과의 모든 순간이 재생되어 스쳐 지나갔다.눈앞에서 강수진과 통화하던 모습, 나눴던 대화까지 임서율은 전부 들었다.온몸에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은 차주헌은 머리가 터질듯한 고통이 밀려와 저도 모르게 머리를 움켜쥐었다.임서율이 청력을 회복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임서율은 혼자서 이 모든 시간은 참고 견뎠다. 그 말인즉 그와 강수진의 관계를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그러면서 줄곧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했고 차주헌이 강수진을 감쌀 때마다 이해하는 척하며 그가 만들어낸 수많은 변명을 믿어줬다.임서율이 이미 오래전부터 떠날 생각을 했다는 상상에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 차주헌은 이혼 서류를 꽉 움켜쥐었다.심지어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말할 생각도 없었고 매해의 결혼 기념일을 함께 보내자고 약속했던 것까지 계획된 일이었다.차주헌은 핏줄이 불거질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었고 심장이 찢기는듯한 고통에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이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전율이라도 일듯 바닥에서 일어나 헐레벌떡 밖으로 뛰어나갔다.거실에 도착하니 이혜정이 서 있었다.방금까지 조금이나마 품었던 희망마저 이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이혜정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차주헌을 보더니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즉시 알아채고 서둘러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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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이혜정은 차주헌이 임서율에게 감정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저 당사자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차주헌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이혜정은 일부러 임서율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다.“됐어. 서율이가 이혼을 원하든 말든 이미 사라지고 생사도 모르는 상황이잖아. 그냥 없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해.”“한 푼도 안 받고 이혼하겠다는 걸 보면 그래도 양심은 있네. 하긴 우리 주헌이가 많이 아깝지. 주제 파악이라도 할 줄 알아서 다행이야.”“어머니.”차주헌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이혜정은 불쾌한 듯 입술을 삐죽였다.“알았어, 알았어. 안 할게. 너 수진이랑 같이 살기로 한 거 아니니? 서율이가 떠났으면 좋아해도 모자랄망정 갑자기 또 왜 이런대.”차주헌은 이혼 서류를 이혜정에게 건넸다.“언론에 이 이혼 서류를 공개해 주세요. 일단 급한 불이라도 꺼야죠.”이혜정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그게 무슨 뜻이야? 엄마는 이해가 안 되네. 지금 이걸 공개하면 임서율이 너랑 이혼할 생각이었다는걸 증명하는 꼴이 되잖아. 그럼 널 욕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텐데.”“지금도 욕하는 사람은 많아요. 하지만 이걸 공개하면 내가 이혼을 원한 게 아니라 서율이가 원해서 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죠. 나중에 행방을 찾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떠난 거라고 여론을 몰아갈 수 있잖아요.”“납치된 게 아니라면 경찰에서도 납득할 이해할 거예요. 안 그러면 서율이를 찾기 전까지 계속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잖아요. 회사에도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적어도 한쪽이라도 지킬 수 있다면 좋은 거다.하지만 이혜정은 이 이혼 서류를 공개한 후 또 다른 파장이 일어날까 봐 걱정되어 망설이고 있었다.그녀는 불안한 눈빛으로 차주헌을 바라봤다.“정말로 공개할 거니?”“네.”“알겠어.”어쨌든 두 사람이 이혼하기만 하면 그만이니 이혜정은 차주헌의 뜻을 따를 생각이었다.“이 이혼 서류만으로는 부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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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차주헌은 싸늘한 시선으로 이혜정을 노려보았다.“제가 이런 일로 장난칠 사람으로 보여요?”이혜정은 말문이 막혔다.얼마 지나지 않아 임서율이 미리 작성해 둔 이혼 서류가 언론에 공개되었고 이에 더불어 한종서, 하도원과 찍힌 사진들도 모두 퍼졌다.예상대로 여론은 순식간에 바뀌었고 이전까지 차주헌을 비난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를 옹호하는 목소리로 바뀌었다.[처음부터 편 안 들기를 잘했네. 이러니까 양측 입장을 다 들어봐야 하는 거야.][하여튼 재벌가의 이야기는 짜릿하다니까? 차 대표님은 완벽했어.][이 여자는 연애운이 좋네. 한종서는 그렇다 치고 어떻게 하도원까지...][잠깐만. 하도원은 임씨 가문 둘째 딸이랑 사귄다고 하지 않았나?][와. 관계가 진짜 복잡하네. 그럼 상황 회피하려고 스스로 병원에서 도망친 거야?][그럴 수도? 요즘 같은 세상에 사람이 그냥 증발할 리가 없잖아.][남자랑 같이 도망친 거 아냐? 하도원이 아니라면 한종서?][어머. 그럴 수도 있겠네. 요즘 따라 한종서가 이상할 만큼 잠잠하잖아. 같이 도망친 거 아니야?]순식간에 임서율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이 온라인을 뒤덮었다.경찰 측에서는 임서율이 미리 작성한 이혼 서류를 근거로 스스로 떠날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종결했다.게다가 사건 신고 시 계획 살인이 아니라 단순 실종으로 접수했던 탓에 경찰은 차주헌에 대한 조사마저 곧바로 중단했다.같은 시각 하도원은 사무실 의자에 앉아 기사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스크롤을 내릴수록 표정이 굳어졌고 점점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이때 진승윤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대표님, 성운 그룹은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서율 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가득합니다. 솔직히... 살아있든 죽었든 불륜녀라는 꼬리표는 평생 따라다닐 것 같습니다.”“일부 네티즌들이 서율 씨가 한종서 씨와 도망쳤다고 주장하는데, 한종서 씨의 행방을 공개해서 누명을 벗겨드릴까요?”“필요 없어.”하도원은 손을 저었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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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하도원은 그 말을 듣고 손가락을 멈추더니 진승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내가 평판을 신경 쓰는 사람으로 보이냐?”진승윤은 고개를 숙였다.“아닙니다. 제가 실언했습니다.”하도원은 깊은 눈빛으로 컴퓨터 화면의 댓글들을 응시했다.“서율 씨 소식은 아직이지?”진승윤이 고개를 저었다.“네. 서율 씨를 죽이려는 사람도 함께 사라진 모양입니다.”하도원은 테이블 위에 놓인 임서율과 체결한 계약서를 흘끗 보았다. 머릿속에는 확신에 찬 모습으로 사인하던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있는데 현실 속의 임서율은 아예 사라졌다.그는 손가락으로 계약서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난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는 스타일이야. 특히 계약서를 작성한 일이라면 더더욱. 이 기간만큼은 의무를 다해야 하는 법이야. 무슨 뜻인지 알지? 임서율.”진승윤은 이 말을 듣고 바로 이해했다.“계속 찾아보겠습니다. 온라인에 퍼진 루머들은 어떻게 할까요?”하도원은 의자에 기댄 채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차주헌이 폭로하는 걸 좋아하잖아. 그럼 강수진과의 관계를 퍼뜨려야지. 누가 더 피해를 볼지 두고 보자고.”그 말에 진승윤은 눈살을 찌푸렸다.“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일이 커지면 차 대표님은 물론 회장님께도 설명하기 어려울 상황이 올 겁니다.”“회장님은 내가 책임질 테니까 넌 시키는 대로만 해.”단호한 하도원과 달리 진승윤은 회장님의 처벌이 두려웠다.지난번에 임서율 때문에 한종서와 경주를 벌이다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뻔하지 않았는가?그때도 회장은 하도원을 사당에서 밤새도록 무릎 꿇리곤 가문의 법을 따라 매를 들었었다.등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맞았음에도 하도원은 단 한 마디 불평도 없이 모두 견뎌냈다.겨우 상처가 나은 참인데, 차주헌의 일로 다시 소동이 벌어지면 하도원에게 또 다른 상처가 생길 게 뻔했다.하지만 오랜 시간 하도원을 보필해 온 진승윤은 절대 꺾을 수 없는 그의 고집을 잘 알고 있었기에 순순히 지시를 따랐다.“알겠습니다.”문을 열고 나온 진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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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그 말을 들은 하도원은 웃음이 터졌고 웃음 속에는 조롱이 가득했다.“그러네요. 여기저기 씨를 뿌리지 않으셨다면 이렇게 많은 아들들이 생기지도 않았겠죠.”“이 망할 놈. 그게 중요해? 지금은 주헌이 일을 말하는 중이잖아. 지난 일은 묻지 않겠다. 넌 지금부터 임씨 가문의 일에 간섭하지 마.”순순히 지시를 따를 리 없었던 하도원은 그 말을 듣기는커녕 오히려 역으로 책임을 물었다.“저를 나무라시느니 차라리 차주헌을 제대로 훈육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한 여자에게만 충실하도록 말이죠. 훨씬 더 나은 방법이라도 생각하는데요?”분노로 얼굴이 새파래진 차진만은 발을 동동 굴렀고 어찌나 화가 났는지 늘어진 피부마저 떨리고 있었다.“내가 화병으로 죽어야 말을 들을 거냐.”“그렇게 쉽게 죽을 분이 아니시잖아요. 할 일 많으니까 방해하지 말고 이만 가세요.”하도원은 팔걸이에 손을 올리며 건방진 태도를 취했다보였다.차진만마저 하도원을 어쩔 수 없는 건 사실이다. 수많은 아들 중 유독 입이 거칠고 뼛속까지 반항 기질을 타고난 하도원은 밥 먹듯이 가문의 법도를 어겨 매를 맞아도 절대 고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능력만큼은 따라오는 자가 없기에 인정할 수밖에 없다.차주헌을 키워볼 생각도 했지만 하도원의 반의 반도 따라오지 못했다.하도원은 길들일 수 없는 생태계 최상위 사자와도 같아서 가장 믿음직스러우면서도 가장 두려운 존재다.차지만은 하도원의 태도를 보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임씨 가문의 그 애를 좋아하는 거냐?”하도원은 무심하게 고개를 들었다.“회장님은 젊을 때 연애를 너무 많이 하셔서 그런가 무슨 일이든 다 연애로 연결하시키네요.”“내가 널 모를 것 같아? 원래 남의 일에 관심 없는 놈이잖아.”“저를 안다고 확신하지 마세요. 얼마나 알고 계시는데요? 정말로 절 이해한다면 어릴 적에 그렇게 자주 감금하지는 않으셨을 겁니다.”비록 아무렇지 않은 척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싸늘함은 곁에 있는 모든 사람을 밀어내는 듯한 느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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