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나가 펜을 들고 돌아오자 정설아는 그걸 받아들고 미리 준비해둔 유언장을 꺼냈다.“여보, 비서가 그러는데 여기 서명이 필요한 서류가 있다고 했어요. 회사 쪽에서 당신 서명이 있어야야 자금을 풀 수 있다고 해요.”임규한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가볍게 기침하며 말했다.“가져와, 내가 서명하지.”정설아는 펜과 유언장을 함께 건네주며 마지막 장으로 넘겼다.임규한이 바로 사인하려는 순간,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는 종이를 세게 내던졌다.“감히 날 속이려고 해? 이게 무슨 회사 서류야, 이건 유언장이잖아! 당신들이 날 속여서 가문의 재산을 다 가져가려는 거지!”임유나는 얼굴이 새하얘졌다. 임규한이 이 상태인데도 머리가 이렇게 또렷할 줄은 몰랐다.정설아도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어차피 당신 시간도 얼마 안 남았잖아요. 이 유언장, 오늘 안 써도 결국엔 쓰게 돼요. 임서율은 죽었는데 왜 아직도 걔 생각만 하는 거예요? 나랑 아들, 그리고 유나 생각은 왜 안 해요?”임규한은 화가 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당신한테 안 나눠준 것도 아니야. 서율이 몫은 설령 그 아이가 돌아오지 않아도 꼭 남겨줄 거야.”“정말 미친 거 아니에요? 임서율은 벌써 죽었을 텐데, 왜 죽은 사람한테 재산을 남기려고 해요!”정설아는 진짜 임규한이 정신이 나간 게 아닌가 의심했다.임서율이 없어진 뒤로 매일 술로 시간을 보내며 늘 강혜수에게 미안하다고 중얼거렸다.임서율은 친딸도 아닌데, 그렇게 오래 키웠다 해도 이렇게까지 정신이 흐트러질 이유가 없었다.임규한은 몸부림치며 힘을 짜냈다.“이런 일엔 당신이 끼어들 필요 없어. 재산은 우리 가문의 거고 당신은 그럴 자격 없어. 유언장은 이미 썼으니 싫다면 어쩔 수 없고.”임규한은 그 말을 끝내자마자 기운이 빠져 다시 쓰러졌다.정설아는 아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그 년한테 다 줄 생각이면 나도 이십 년 넘게 쌓아온 부부 정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그리고는 자리를 지키던 임유나에게 소리쳤다.“왜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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