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한이 급히 다가갔다.“의사 선생님, 제 딸은 어떻게 됐습니까?”의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고비는 넘겼습니다. 하지만 아직 의식이 없습니다. 언제 깨어날지 저희도 장담할 수 없어요. 머리를 부딪히면서 뇌출혈이 있었거든요. 병원에 조금만 늦게 도착했어도, 지금쯤 생명도 장담 못 했을 겁니다.”의사의 말을 들은 임규한은 다리에 힘이 풀려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하도원이 뒤에서 부축해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아저씨...”임규한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손을 저었다.“괘, 괜찮다. 괜찮아...”“살아 있기만 하면 됐지, 살아 있으면 된 거야...”그 옆에 있던 임유나는 임서율이 살아 있다는 말에 손톱을 파고들 정도로 손을 꽉 쥐었다.‘진짜 목숨 하나는 질기네.’머리를 다쳤다길래 당연히 못 버틸 줄 알았더니, 이런 상황에서도 살아 있다니.하늘은 정말 눈이 멀었나 보다. 그냥 데려가 버리면 좋았을 텐데...다른 사람들에 비해 하도원은 한층 침착했다.“선생님, 환자는 언제쯤 의식을 찾을 수 있습니까?”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일반적으로는 24시간 안에 깨어납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넘기면 그땐 정말 하늘의 뜻에 달려 있어요.”임규한은 당황한 나머지 손까지 떨기 시작했다.“그, 그 말은 우리 서율이가 식물인간이 된다는 얘기입니까?”“꼭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환자가 강한 생존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의식이 돌아올 수도 있어요.”임규한은 거의 주저앉기 직전이었고 정설아가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아 부축했다.“여보, 너무 걱정하지 마요. 서율인 착한 아이라 분명 하늘이 도와줄 거예요. 언니가 하늘에서 지켜주고 있을지도 모르죠. 일단 당신 건강부터 챙겨요.”정설아가 부축한 덕분에 임규한은 의자에 앉을 수 있었고 곧 간호사들이 임서율을 병실로 옮겼다.잠시 후, 이혜정이 가방을 들고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임규한과 정설아를 쓱 훑어보더니 말했다.“이제 별다른 일도 없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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