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Bab 401 - Bab 410

510 Bab

제401화

일이 마무리 되기 전에 또 다른 사고가 터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임서율은 비로소 체감하게 되었다.그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물었다.“차주헌이 신고했다고?”“응. 아마 아저씨가 병원에서 의식을 찾았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 아직 완전히 회복하신 것도 아닌데 조사를 받게 되면 너무 힘드시지 않을까? 만에 하나 구속이 확정된다면 건강이 더 악화할지도 몰라.”“내가 직접 차주헌을 만나볼게.”“서율아, 넌 일단 진정해. 지금 차주헌을 찾아가도 소용없을 거야. 딱 봐도 너한테 복수하려고 이러는 거잖아.”차주헌은 이번에 한 방 먹었다. 게다가 회사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경찰서에서 힘든 날들을 보냈으니 결코 쉽게 넘어갈 리가 없다.임서율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그럼 어쩌지?”“차주헌한테 삼촌이 있다며? 알고 있었어? 내가 들었는데 차주헌이 그 삼촌을 매우 두려워한대. 그분에 대해 한번 알아봐 보는 게 어때?”임서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세한 상황은 기억이 안 났지만 차주헌에게 삼촌 한 분 계셨고 그분을 매우 꺼린다는 게 생각났다.게다가 그 사람은 차주헌과 맞서 싸울 능력도 있으니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이다.그동안 임서율은 차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만나봤다. 하지만 그들은 미워하기 바빴고 차진만의 성격으로는 절대 임서율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임서율은 다시 말을 이었다.“그럼 부탁할게. 한번 알아봐 줘.”“알았어. 뭐라도 알아내면 바로 전화할게.”그 말이 끝나는 동시에 진승윤의 차가 병원 입구에 도착했다.임서율은 돌아서서 하도원에게 말했다.“대표님, 먼저 들어가서 바쁜 일 보세요. 저녁에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요.”마지막 말을 강조하며 말했던 건 도망갈 생각이 없으니 매 순간 감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하도원에게 알리기 위함이었다.임규한의 일을 처리하지 않은 채로 비겁하게 떠난다면 그거야 말로 지옥이지 않을까?하도원은 차 문을 열며 말했다.“같이 가요. 아저씨한테 할 얘기가 있거든요.”임서율은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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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임서율은 그제야 하도원만 병원 의사의 연락을 받은 게 어찌 된 일인지 알게 되었다.만약 전화를 한 사람이 조현우라면 설명이 가능했다.하도원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무표정한 모습이었다.“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조현우는 간호사를 이끌며 임서율과 함께 병실로 들어갔다. 이미 깨어있었던 임규한은 임서율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켰다.“서율아...”“아버지, 일단 누워서 쉬고 계세요. 나중에 차차 얘기해요.”임규한은 그 말을 듣고선 다시 병상에 누웠다.임서율이 조현우에게 물었다.“선생님, 아버지 몸 상태는 어떤가요?”“나아지고 있어요. 전체적인 상황이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의식을 되찾았으니 저희도 다른 처치를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인 셈이죠. 그리고 도원 형이 해외에서 유명한 의사 한 분을 찾았는데 마침 아버님 같은 케이스에 최적화된 분이래요.”“일단 저희끼리 치료 방향을 잡아보고 다시 말씀드릴게요.”“네. 알겠습니다.”“시간 되실 때 아버님 모시고 산책하면서 돌아다니셔도 좋아요. 적당한 운동은 회복에도 도움 되거든요.”“그럴게요. 감사합니다.”임서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무의식적으로 하도원을 바라봤다.하도원이 묵묵히 임규한을 위해 의사를 찾아줬다는 사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한편으로는 한동안 강혜수가 하도원을 아들처럼 챙겨줬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가 이렇게 하는 것도 강혜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때의 임서율은 학교생활에 집중하고 있었던 터라 하도원을 챙겨주는 이유에 대해 물을 여유가 없었다.조현우는 하도원을 보며 말했다.“형, 병원 온 김에 검사 한번 받아보는 게 어때? 안 받은 지 꽤 됐잖아. 자기 몸도 챙길 줄 알아야지.”“알았어.”하도원은 조현우를 따라 밖으로 나갔고 병실에는 임서율과 임규한만이 남았다.임서율은 의자를 끌어와 앉아 임규한의 손을 꽉 잡았다.“그 일... 왜 좀 더 일찍 저에게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어요?”임규한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말하는 건 전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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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임규한이 바로 말했다.“난 아무 말 안 했어. 네가 직접 말한 거다?”아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임서율은 묵묵히 임규한의 이불을 정리했다.“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세요.”“왜 말이 안 돼?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서율아, 꼭 너를 돌봐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야 돼. 그래야 아빠가 마음이 놓이지.”사실 임규한은 다 생각이 있었다.임서율은 임유나와 다르다. 임유나는 적어도 임태규가 편이 되어주지만 임서율에게는 오직 그뿐이었다.하지만 이 허약한 몸으로는 세상을 떠날 날이 멀지 않았고 그때가 되면 임서율은 이 세상에 정말 혈육이라고는 한 사람도 없게 되는 셈이다.심지어 더 이상 임서율의 친생모마저도 찾아줄 능력이 안 됐으니 답답하기만 했다.임규한은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난 듯 베개 아래에 있던 목걸이 하나를 임서율에게 건넸다.“서율아, 내가 죽으면 이 목걸이로 네 엄마를 찾아봐. 그날은 나도 술에 취해 정신이 없었어. 아침에 깨어났을 때 침대맡에 놓여있던 게 이 목걸이야. 너무 서둘러 떠나는 바람에 챙기지 못한 것 같아.”임서율은 그것을 받아 들었다. 꽤 오래된 목걸이라는 건 알 수 있었지만 색이 바랜 흔적은 전혀 없었다. 이런 액세서리에 대해 잘 아는 편이 아니라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색채가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건 목걸이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준다.이는 임서율이 생모가 경제적으로 부유했거나 혹 누군가가 목걸이를 선물했음을 의미한다.임서율은 임규한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때는 강혜수와 결혼한 상태였으니 어쩌면 모른척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건 상대방이 임신했다는 것이다.임서율은 일단 그 목걸이를 손에 넣었다.“한번 알아볼게요.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옆 병실.조현우는 하도원에게 간단한 검사를 한 후 말했다.“썩 좋은 결과는 아니야. 오래된 병이 호전을 보여서 잘됐다 생각했는데 서율 씨가 떠나는 바람에 다시 악화했어.”“지난 5년 동안 수면이 너무 불안정했어. 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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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조현우가 의자에 기대어 말했다.“두 사람 전에 계약서 작성했다고 하지 않았어?”하도원은 계약이라는 말을 듣고 피식 웃더니 의자에 앉아 조현우의 펜 한 자루를 집어 들고 만지작거렸다.“계약서로 묶어둘 수 있었다면 5년 전에 그렇게 사라지지 않았겠지.”조현우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5년 동안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 어떻게 하면 형까지 아예 못 찾을 정도로 숨을 수 있지? 서율 씨 아버님이 중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다들 서율 씨가 죽은 줄 알았을 거야.”“아니, 솔직히 그냥 증발해 버린 셈이지. 시체조차 찾지 못했을걸?”하도원은 답답한 듯 미간을 어루만졌다.“너 해외에 아는 친구 있지? 다시 한번만 알아봐 줘. 어떤 기관에 있었던 것 같아. 비밀 유지 계약을 맺고 그 안에서 프로젝트나 뭔가를 연구하나 봐.”“설마 유니버스랩 말하는 거야? 서율 씨가 성운 그룹에서 뛰어났다는 거 알아. 하지만 거긴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하도원은 문득 임서율이 오늘 꺼낸 글로벌 한정 블랙 카드가 생각났다. 운성에서도 오직 그만이 소유하고 있는 카드였고 차주헌이나 한종서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그러니 임서율이 평범한 사람일 리가 없다.하도원은 펜을 내려놓고 일어나더니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평소와 같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이번에는 절대 사라지지 못할 거야. 내 손에서 벗어날 생각조차 못 하게 만들거 거든.”조현우는 입가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행운을 빌게.”그조차도 느낄 수 있었다. 돌아온 임서율은 예전과 많이 달랐고 눈빛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기운은 몇 년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하도원이 병실로 돌아왔을 때 임서율은 마침 임규한의 몸을 닦아주고 대야를 들고나오는 중이었다. 하도원을 본 순간 걸음을 멈췄지만 그녀보다 한발 빠른 물은 그대로 쏟아져나와 하도원의 정장 자켓을 적셨다.당황한 임서율은 재빠르게 대야를 내려놓고 옆에 있던 티슈로 그의 옷을 닦아주었다.“죄송해요. 못 봤어요.”하도원은 임서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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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임서율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양지우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죄송해요. 갑자기 전화가 와서 실례 좀 할게요. 대표님은 바쁘시면 먼저 가셔도 돼요.”임서율은 할 말만 하고 하도원의 답도 듣지 않은 채 재빨리 병실 밖으로 나와 복도 끝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양지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서율아, 찾았어.”임서율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벌써?”“응. 그런데 최근에 운성에 있었다는 것까지만 알아내고 정확한 위치는 파악하지 못했어. 소문에 의하면 3일 후에 파트너사에서 열리는 금혼식에 참석한대.”그 말을 들은 임서율은 막막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렇게만 알려주면 내가 어떻게 찾아. 차주헌의 삼촌이라는 걸 입증할 만한 특징 같은 건 없어?”“가슴에 점 하나 있다더라.”임서율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그 자리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의 옷을 벗기라는 생각은 아니지?”가슴에 점이 있는 걸 확인할 방법은 옷 벗기는 것밖에 없다.양지우는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알아낼 수 있는 건 이게 다야.”하도원처럼 능력 좋은 사람이면 모를까 사실 이 정도까지 알아낸 것도 상당히 힘든 일이기에 무작정 양지우를 탓할 수는 없었다.“괜찮아. 내가 상황 봐가면서 행동할게.”양지우는 전화를 끊기 전에 잊지 않고 임서율에게 충고했다.“서율아, 그냥 하 대표님께 여쭤봐. 사람 찾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되잖아.”하도원은 운성을 손에 넣고 있는 인물이나 다름없기에 차주헌의 삼촌을 찾는 건 식은 죽 먹기인 셈이다.성격상 부탁을 하면 당연히 도와주겠지만 또 신세를 지는 상황이니 언젠가 갚아야 한다.빚진 게 많을수록 갚아야 할 게 많아지니 굳이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임서율은 직설적으로 얘기했다.“이런 일로 대표님한테 신세 지는 건 싫어.”“알았어. 그럼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전화를 끊고 자리를 뜨려던 임서율은 멀리서 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 몇 명이 다가오는 걸 보고 심장이 조이는 느낌이었다.‘벌써 알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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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임서율은 현상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공과 사가 매우 철저했고 어떤 일을 처리함에 있어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다.그러니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현상준의 빈틈을 이용하려 들지 못했다.“저희는 분명히 충고했습니다.”두 경찰관은 여전히 임서율은 말렸다.그러나 임서율은 신경 쓰지 않고 휴대폰을 들어 현상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는 고작 2, 3분 정도에 불과했고 전화를 끊은 임서율은 곧장 두 경찰관 앞으로 걸어갔다.“조금 있으면 연락을 받게 될 겁니다. 그분이 말씀하신 대로만 심문하고 당분간은 병원에 머물게 해주세요.”“지금 장난하시는 겁니까? 저희도 상급의 지시를 받고 임규한 씨를 체포하러 온 겁니다. 당분간 데려가지 말라뇨?”“계속 이러시면 업무 방해로 체포할 겁니다. 이 정도 권리는 집행할 수 있거든요.”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임서율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러자 굳게 마음을 먹은 임서율이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2분만 더 기다려 주세요. 금방 전화가 올 거예요.”“비키세요.”이런 상황에 진절머리가 났던 경찰관들은 임서율의 설명을 전혀 듣지 않은 채 그녀를 밀치고 강제로 들어가려 했다.두 성인 남성에게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던 임서율은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며 뒤로 쓰러질뻔했다.이대로 포기하려던 참에 갑자기 안정적이고 힘 있는 큰 손이 허리를 단단히 받쳐주었다. 고통 대신 맑고 청량한 담배 냄새가 섞인 향기가 풍겨왔고 어디선가 맡아본 듯 매우 익숙하게 느껴졌다.때로는 향기와 동반된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그것도 잠깐일 뿐 임서율은 자신의 추측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하도원은 예전에 그녀와 아무런 교류도 없었고 게다가 화재 당시 임서율을 구한 사람은 분명히 차주헌이다.그때의 임서율은 하도원을 알지도 못했다.“괜찮아요?”하도원이 낮은 목소리로 묻자 임서율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괜찮아요.”하도원이 임서율을 일으키는 순간에도 두 경찰관은 여전히 병실에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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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하도원의 눈빛은 어두웠고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제가 그러고 싶다면요?”두 경찰관은 서로를 바라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하도원은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고 그에게 찍힐 바엔 상급자에게 찍히는 게 훨씬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그 영향력은 어마무시하다.두 사람이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때 그중 한 명의 휴대폰이 울렸다.“여보세요?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서에 돌아가서 보고드리겠습니다.”전화를 끊은 후 경찰관은 하도원에게 공손하게 말했다.“방금 연락을 받았습니다. 임규한 씨의 건강을 고려하여 병실에서 심문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아직 조사 중입니다만, 가족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건 만약 확실한 증거가 나온다면 여러분이 누구와 아는 사이든 간에 임규한 씨는 반드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겁니다.”임서율은 그런 일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 그녀의 유일한 바람은 임규한을 옆에 두는 것이기에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감사합니다. 방금 전에는 실례가 많았어요. 부디 마음에 두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괜찮습니다.”임서율과 하도원은 길을 비켜주었고 경찰관들은 곧장 병실로 들어가 임규한에게 상황을 설명했다.이를 들고 흥분한 임규한은 감정이 격해졌다.“아니...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희는 철저한 검사를 진행한 후에 재료를 선별합니다. 절대로 그런 일이 발생할 수가 없습니다.”말을 마친 임규한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 임서율의 손을 꽉 잡았다.“서율아, 아빠 믿지? 넌 아빠가 그동안 어떻게 일했는지 알고 있잖아. 뭐가 맞고 뭐가 틀린 지가 분명한데 불법을 저지르고 사람 생명을 위협하는 결정을 내릴 리가 없잖아. 어떻게 내 이름에 먹칠을 하겠어?”임규한은 말을 마친 후 또다시 심하게 기침했다. 얼굴까지 하얗게 질린 그 모습에 임서율은 가볍게 등을 토닥이며 달래주었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조사 차원에서 나온 거라고 경찰분들이 얘기하셨잖아요. 기억나는 게 있으시면 하나도 빠짐없이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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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임서율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병마에 시달리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이런 일까지 터졌으니 자칫하다간 남은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울컥했다.좀처럼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던 임서율은 등을 돌린 채 임규한에게 말했다.“그런 말 하지 마요. 아무 걱정도 하지 말고 일단 푹 쉬어요. 이 일은 제가 사람 찾아서 조사해 볼게요.”임서율은 말을 마친 후 재빠르게 병실을 나섰다.뒤따라간 하도원은 한쪽 구석에서 혼자 눈물을 훔치고 있는 임서율을 발견하고선 다가가서 주머니에 있던 깨끗한 손수건을 꺼냈다.“닦을래요?”임서율은 힐끗 보더니 거절했다.“괜찮아요.”“콧물이랑 눈물을 옷에 닦는 건 괜찮은데 그러다가 입에 들어가면...”“더럽게 왜 그래요. 그만해요.”임서율은 하도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수건을 받아 급히 닦았다.곧 손수건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러워졌고 임서율은 어쩔 수 없이 손수건을 말며 하도원에게 말했다.“손수건은 이틀 뒤에 다시 돌려드릴게요.”“그래요.”임서율은 문득 궁금했다.“대표님은... 나이가 많긴 하지만 엄청 늙은 건 아니잖아요. 왜 손수건 같은 옛날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하도원은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엄마가 남겨준 손수건이에요.”임서율은 잠깐 멈칫하며 생각했다. 방금 전 손수건 위에 자수로 새겨진 정교한 연꽃을 본 것 같아 궁금한 마음에 다시 물었다.“그럼 자수로 놓인 연꽃도 대표님의 어머니가 수놓은 건가요?”“맞아요. 유일한 추억이죠.”하도원의 머릿속에는 어느새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아저씨처럼 오래 살 수 있었을 텐데...’평소 차갑고 강한 이미지만 보여주던 하도원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많이 약해져 있었다.“죄송해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어요. 다른 뜻은 없었어요.”“괜찮아요.”하도원은 시선을 돌렸고 임서율은 마음이 불편했다.추억이 담긴 손수건을 코 닦는데 썼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해졌다.게다가 엄마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임서율도 잘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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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임서율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알면서 왜 또 물어봐요.”하도원은 의미심장하게 마른침을 삼키더니 큰 손으로 임서율의 얼굴을 조금씩 쓰다듬으며 아래로 내려갔다.임서율도 하도원을 몇 초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러다 뻘쭘하게 눈길을 돌리며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대표님이 차주헌의 삼촌도 아니면서 왜 그런 말을 해요.”하도원이 도와줄 생각이 없다는 걸 눈치챈 임서율은 손을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도와주고 싶었으면 이런 이상한 질문을 할 리가 없지.’‘차라리 잘됐어. 신세 안 져도 되잖아. 안 그래도 빚진 게 많은데 잘됐다 생각하자.’임서율이 말했다.“시간도 늦었는데 먼저 들어가세요. 전 옷 좀 갈아입고 택시 타고 갈게요.”“데려다줄게요.”그 말을 끝으로 하도원은 임서율이 동의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아저씨한테 인사하고 나와요. 병원 입구에서 기다릴게요.”“안그러셔도...”거절하려고 했으나 하도원은 들을 생각조차 없는지 곧바로 코너를 돌며 모습을 감췄다.늘 독단적이고 강압적이게 행동하는 사람이니 임서율도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택시 타고 가는 것보다 낫지.’임서율은 병실로 돌아가 임규한에게 인사했고 임규한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서율아, 아빠가 잔소리 좀 해야겠다. 네 성격을 안다만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거니까 신경 쓰지 마.”“그리고 절대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 알지?”임서율은 순간 움찔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귀신같이 알아채는 임규한을 보며 어쩌면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임서율은 대충 둘러댔다.“알았어요. 아버지는 건강이나 신경 쓰세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요.”그 말을 끝으로 임서율은 병실을 떠났다.병원을 나서기도 전에 차주헌에게 전화가 왔다.비록 일찌감치 차주헌의 번호를 지웠지만 그 일련의 숫자는 여전히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받는 것조차 귀찮았던 임서율은 본능적으로 전화를 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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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그 사실을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차주헌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임서율을 향해 소리쳤다.“아직도 날 사랑하잖아. 맞지? 우리가 7년 동안 쌓아왔던 감정이 어떻게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겠어.”임서율은 차주헌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이제는 이런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깊은 곳부터 역겨움이 밀려올 정도였다.게다가 고약한 술 냄새까지 맡으니 더 메슥거려 본능적으로 차주헌을 밀쳐냈다.“차주헌, 제발 상황 파악 좀 해. 내가 널 사랑했다면 애초에 떠나지도 않았겠지. 너랑 강수진이 몸 섞으며 더러운 일들을 할 때 내 생각은 했니?”차주헌은 여전히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 발악하며 임서율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난 너랑 이혼할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그러니까 더럽다고 하는 거야. 첫사랑이랑 바람피우면서 나랑 부부로 살고 싶었다?역겹지도 않니?”“일만 열면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뒤에서 우리 아빠를 신고했더라? 안 그래도 몸이 편찮으신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임서율은 말할수록 분노가 치밀었고 눈빛에는 차주헌에 대한 미련의 감정은커녕 오직 싸늘함만 맴돌았다.그 말이 나오자 차주헌은 보란 듯이 입가를 살짝 올렸다.“이게 내가 너한테 주는 마지막 기회라는 걸 모르겠어? 나랑 다시 합치면 아버님 일은 묻어둘게.”임서율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너랑 다시 만난 일은 죽어도 없으니까 꿈 깨. 이제는 널 보기만 해도 토 나오거든? 그러니까 네가 죽고 못 사는 강수진이나 잘 챙겨. 검은 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 잘 살았으면 좋겠네.”그 말이 끝나는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열렸고 임서율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차주헌은 점점 멀어지는 임서율을 지켜보더니 갑자기 달려가 양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잘 생각해. 아버님을 구할 마지막 기회니까.”임서율은 있는 힘껏 발버둥 쳤지만 술을 마셔서 힘이 더 세진 차주헌은 손을 놓지 않았다.어쩔 수 없이 임서율은 싸늘하게 경고했다.“좋은 말로 할 때 이 손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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