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421 - Chapter 430

510 Chapters

제421화

잠이 덜 깬 상태로 나온 임유나는 의자에 앉아 차주헌에게 물었다.“형부, 이렇게 늦은 시간엔 웬일이에요?”차주헌은 술이 온전히 깬 상태였고 다소 진지한 눈빛으로 임유나를 바라봤다.“아직도 형부라고 부르네요. 그럼 솔직하게 말해줘요. 5년 전, 갑자기 하 대표님의 별장에는 왜 나타났어요? 서율이가 시켜서 갔어요? 아니면 정말 하 대표님과 무슨 관계라도 있었던 거예요?”임유나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차주헌이 그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입술을 꽉 다물었다.찔리는 게 있었던 임유나는 차주헌의 눈치를 힐끗 살피더니 답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벌써 몇 년이나 지난 일이에요. 갑자기 그건 왜 물어요?”처음 들었을 땐 만류하는 것 같지만 호기심을 자아내는 그 말은 듣는 사람의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차주헌은 미간을 더 찌푸렸고 무의식적으로 몸을 앞으로 기울며 주먹을 꽉 쥐었다.“확실하게 말해줘요. 나한테 진실을 말해준다면 내가 처제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지 않으면 몇 년 전 서율이를 해치려고 작당했던 그 일을 다 까발릴 거예요. 만약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처제한테 어떤 상황이 닥칠지 예상이 가죠?”차주헌의 이 한마디에 임유나의 얼굴은 순식간에 파랗게 질렸으나 여전히 발뺌하며 부인했다.“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난 아직도 형부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가 있죠?”차주헌은 비웃듯 입가를 올리더니 곧바로 서류 한 부를 꺼내 임유나 앞에 내던졌다.“직접 와요.”임유나는 서류를 집어 들었고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확인한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을 파르르 떨었다.솔직히 그때의 일은 정설아가 낸 아이디어였고 옆에서 계속 부추기지 않았다면 애초에 저지를 생각도 없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임유나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었다.무엇보다 가장 치명적인 건 매수를 했던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턱이 없으니 임유나에게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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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임유나는 좀처럼 놀란 마음을 진정하지 못했다.‘설마 아직도 임서율한테 미련이 남은 거야? 하긴...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화를 낼 이유가 없지.’‘임서율은 도대체 전생에 무슨 일을 했기래 두 남자가 이렇게 잊지 못해서 안달인 거야.’5년 만에 돌아왔는데 하도원 옆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두 사람이 또다시 엮였다는 것이다.‘됐어, 상관없어. 형부가 임서율과 하 대표님 사이의 일을 알게 되었으니 절대 임서율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형부가 매달리기 시작하면 임서율이 나한테 신경 쓸 시간이나 있을까? 그럼 난 이제 자유나 다름없어.’임유나는 어떻게서든 방법을 생각해 내 임서율보다 먼저 5년 전의 그 남자를 찾기로 결심했다.다음날, 임유나는 침대에서 잠이 깼다. 눈을 뜬 그녀는 제일 먼저 이불을 들춰 자신의 옷이 온전한지 확인했고 별문제가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주변에는 하도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침대 시트를 만져보지 아직 따뜻한 거로 보아 하도원도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듯 했다.즉 두 사람은 어제 한 침대에서 잤다는 뜻이기도 하다.임서율은 스스로에게 따귀를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분명히 이야기를 해주며 하도원을 재우려는 계획이었는데 본인이 먼저 잠든 것이다.이불을 걷어내며 일어난 임서율은 휴대폰을 확인했다.‘내가 언제 무음 모드로 설정했나?’양지우의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찍혀있는 걸 보고선 생각할 여유도 없이 곧장 양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 연결음이 끝나는 동시에 양지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 있어? 왜 전화를 안 받아?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하마터면 경찰에 신고할 뻔했잖아.”“아무 일 없어. 그냥 잠들었던 거야.”임서율은 순간 어떻게 양지우에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하도원을 재우러 별장에 왔다가 본인이 잠들어버렸다고 말할 순 없는 노릇이다.“다행이네. 별일은 아니고 초대장 구했으니까 오늘 밤에 잊지 말고 꼭 참석해.”임서율은 깜짝 놀랐다.“정말?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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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임서율은 재빨리 머리를 굴리며 자신에 도대체 어떤 잠버릇이 있는지 끊임없이 생각했다.‘내가 코를 골았나?’임서율은 어색한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설마 몽유병은 아니죠?’어렸을 때 한동안 임서율은 몽유병을 앓았고 당시 강혜수는 귀신이 들린 줄 알고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신통하다는 점쟁이를 수없이 모셔 왔다.정말 신기하게도 그때 이후로 점점 몽유병이 나아졌다.하도원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시선을 임서율에게 고정했다.“잘 때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매달리는 편이죠?”임서율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이상한 눈빛으로 하도원을 바라봤다.“그게 무슨 뜻이죠?”하도원은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처음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어떤 사진인지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임서율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사진일 거라고 확신했다.임서율은 앞으로 걸어갔고 사진 속에는 어젯밤에 코알라처럼 하도원에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심지어 다리는 하도원의 허리에 걸쳐져 있었다.순간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던 임서율은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재빠르게 삭제 버튼을 누르려 했지만 하도원은 곧바로 휴대폰을 빼앗았다.“지우는 건 가능한데 공짜로는 안 되죠.”임서율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고 하도원의 뻔뻔스러움에 혀를 내둘렀다.“가진 건 돈밖에 없는 대표님이 어떻게 저처럼 빈번한 일자리조차 없는 사람에게 돈을 요구할 수가 있죠?”“내가 대표라는 건 알고 있네요?”하도원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임서율 앞에서 말했다.“원래 사업하는 사람들이 이익 관계를 더 따져요.”임서율은 곰곰이 생각했다. 이런 민망한 사진이 계속 하도원의 휴대폰에 남아있다면 나중에 분명히 사고가 터질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임서율은 협상을 시작했다.“얼마를 원하는데요?”“천만 원.”예상치 못한 금액에 임서율은 눈동자가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천만 원이요? 대표님, 이건 사기 치는 거나 다름없어요.”“싫어요? 안 사면 이 사진은 제가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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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5년이 지났어도 하도원의 성격은 정말 한결같았다.임서율은 식탁 위의 아침을 힐끗 보고선 하도원에게 말했다.“대표님, 전 다른 일이 있어서 아침 식사는 같이 못 할 것 같아요. 먼저 갈게요.”임서율은 떠나기 전 율이를 쓰다듬는 것도 잊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이 닫혔고 하도원은 일찌감치 세팅해 둔 맞은편 접시를 바라보며 허탈함을 느꼈다.이때 율이가 와서 바지 가랑이에 비비적거렸는데 마치 위로를 해주는 것 같았다.하도원은 의미심장하게 책 아래에 놓은 초대장을 바라봤다.‘저녁이면 만나게 될 거예요.’...임서율은 양지우와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고 그곳으로 향하던 중 우연히 차주헌과 강수진이 길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걸 목격했다.강수진은 표정이 좋지 않았고 눈가가 빨개진 채 차주헌의 옷자락을 잡아당기고 있었다.“똑바로 얘기해. 어젯밤에 도대체 어디 갔었어?”“회사에 있었다고 말했잖아. 못 믿겠으면 직접 회사 CCTV 확인해 봐.”차주헌은 귀찮은 듯 정장을 털었고 강수진을 바라보는 얼굴에는 더 이상 예전의 그 부드러움이 남아있지 않았다.비록 임서율은 일찌감치 마음을 정리했지만 이런 장면을 보니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믿음이 깨지는 순간 사람은 자연스레 예민해지고 동시에 소유욕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진다.상대 앞에서는 더 없이 작아져 초라한 모습을 보이게 되고 그럼에도 사랑을 얻지 못하면 그때는 세상이 완전히 무너지는 거나 다름없다.강수진은 떠나려는 차주헌을 막아섰다. 임서율이 기억하는 강수진은 귀엽고 청순하고 차주헌에게 애교를 많이 부리는 스타일이었다.하지만 오늘 마주한 그녀는 너무나 초라했고 심지어 5년 전의 임서율과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차주헌은 짜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이따가 미팅하러 가야 해. 회사 사정이 안 좋은 거 뻔히 알면서 이러고 싶어? 이런 상황에서는 개인적인 감정을 미뤄둘 수는 없어?”강수진은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내가 어려운 질문을 하는 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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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목소리가 엄청 큰 건 아니었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양지우는 강수진의 행동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예전부터 강수진을 좋아하지 않은 것도 있으나 임서율의 가정을 파탄 낸 장본인이 이제 와서 약한 체하며 애처로운 모습을 보이는 자체가 역겨웠다.끝내 양지우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수진 씨, 잘못한 사람이 적반하장으로 이러는 게 쪽팔리지도 않아요? 그쪽이 어떤 짓을 했는지 하나씩 읊어줄까요? 기억 못 하는 것 같아서요.”강수진은 여전히 불쌍한 모습을 유지했고 정말 5년 전과 소름 끼칠 정도로 변한 게 없었다.“저랑 주헌이는 결혼했어요. 서율 씨, 설마 주헌이를 제 곁에서 빼앗아 가려고 이러시는 거예요?”임서율과 양지우가 만나기로 한 장소가 쇼핑몰이었고 마침 인파가 많은 시간대라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툭 까놓고 말하면 강수진의 오바스러운 행동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남자 무릎 아래에는 황금이 있다는 말이 있다. 그 뜻은 남자는 아무에게나 무릎을 꿇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자라고는 아닐까?어떤 마음가짐이길래 자존심을 버린 채 사람들 앞에서 임서율에게 무릎을 꿇을 수 있을까?하지만 임서율은 강수진의 이런 행동에 조금의 동정심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웃음만 나왔다.“수진 씨, 똑바로 알아둬요. 누구나 다 수진 씨처럼 남이 버린 걸 좋아하진 않아요. 썩은 야채, 썩은 과일에 손이 가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그럼 주헌이랑 그 어떤 연락도 하지 말아 주세요. 서율 씨, 제가 이렇게 빌게요. 제발 말한 대로만 해주실 수 없나요? 밤에 만나는 것도 자제해주세요.”“저랑 주헌이 이 자리까지 오는 게 정말 쉽지 않았어요.”강수진은 눈물을 닦으며 울부짖었고 임서율은 결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강수진이 우는 모습은 사람들의 동정심을 자아낼 만했다.직접 당한 게 아니라면 자기가 강수진의 남자를 빼앗은 건 아닌지라는 의심을 할 정도로 연기가 뛰어났다.강수진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주변 사람들도 임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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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서율 씨도 예쁘게 생겼잖아요. 굳이 이럴 필요 있어요? 세상에 좋은 남자 얼마나 많은데.”임서율은 듣자마자 비웃음을 터뜨렸다. 겪어보지 않고 정말 모르는 일이었다.그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곧장 받아쳤다.“그렇게 강수진 씨가 불쌍하면 차라리 당신들이 아는 좋은 남자들 죄다 소개해 주지 그래요?”“성격이 좋다면서요? 당신 말대로면 벌써 나한테 따귀를 날렸어야겠네요. 아니면 지금 당장 와서 대신 한 대 때려줄래요?”그 말에 아까까지만 해도 떠들던 사람들 모두 굳어 버렸고 무릎 꿇고 있던 강수진조차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양지우는 강수진을 상대하는 여러 방법을 생각했었다.그냥 무시해 버리거나 증거를 들이대며 쥐도 새도 모르게 박살 내는 것 같은 방식들 말이다.하지만 임서율이 이렇게 정면으로 받아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머쓱해진 몇몇은 체면이 깎였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진짜 양심도 없어요? 남의 남편 빼앗아 놓고도 저렇게 당당하다니!”“맞아 맞아, 뻔뻔한 건 많이 봤어도 당신 같은 건 처음이에요. 정말 당신 남편을 뺏은 거라면 증거를 가져와야지, 5년 전에는 왜 가만히 있었는데요?”“그동안 뭐 했어요? 남자 꼬시러 다니느라 바빴던 거 아니에요?”“아마 제대로 된 남자를 꼬시지 못했겠죠. 그래서 다시 차 대표님한테 기어들어온 거잖아요. 어휴, 추잡해.”강수진은 옆에서 연신 말렸다.“제발 그만해요. 서율 씨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분명 잠시 착각했을 뿐이에요. 주헌이랑 예전에 몇 년을 만났으니, 아직 미련이 남는 것도 이해할 수 있잖아요.”그리고는 울상으로 임서율의 옷자락을 붙잡았다.“서율 씨, 제발 부탁이에요. 설령 아직 주헌이를 잊지 못해도 조금만 시간을 줘요. 마지막까지 제가 곁에 있고 싶어요. 그때가 되면 돌려드릴게요. 네?”“어머, 수진 씨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도 계속 몰아붙이면 하늘이 노하지 않겠어요?”“일어나세요, 수진 씨. 이런 여자한테 무릎 꿇는다고 고마워할 리 없어요.”누군가 그녀를 부축하려 하자, 임서율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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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영상 속에서는 차주헌이 강수진을 끌어안고 두 사람은 깊고도 친밀하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강수진은 그의 품에 기대어 다정한 눈빛으로 차주헌을 올려다봤다.“주헌아, 우리가 이러다 서율 씨한테 들키면 어떡해. 난 괜히 미안해져.”“서율이는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니야. 게다가 네가 요즘 힘든데, 내가 곁에 있어 주는 게 뭐가 문제겠어.”순간 강수진의 얼굴빛이 확 굳어졌고 심장도 철렁 내려앉았다.그럴 리가 없었다. 임서율이 이런 영상을 갖고 있을 리가 없었다.저건 그녀가 차주헌을 막 손에 넣었을 무렵의 일이었다. 임서율은 그때 이미 다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러다가 끝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다.남자들은 그 수작을 잘 모르겠지만 강수진만큼은 뻔히 알고 있었다. 임서율은 늘 못 갖는 게 제일 특별하다는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 줄 아는 여자였으니까.임서율은 눈을 내리깔며 굴욕과 당혹감에 얼어붙은 강수진을 내려다봤다.“강수진 씨. 이제는 뭐라고 변명할래요?”강수진은 입을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임서율은 떠나기 전 차갑게 한마디 했다.“뱃속의 아이는 없어졌다고 들었어요. 그렇다면 이제라도 그 애를 위해 조금은 덕을 쌓는 게 좋지 않을까요?”그녀는 양지우의 팔을 잡아끌며 돌아섰다.그런데 갑자기 강수진이 등 뒤에서 날카롭게 소리쳤다.“내 아이가 없어진 건 전부 당신 때문이잖아요!”임서율은 발걸음을 멈춘 후 고개를 돌려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라고요? 강수진 씨, 남한테 뒤집어씌우는 건 당신 특기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아요? 당신 아이가 없어진 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주위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임서율이 떠나는 날, 강수진은 막 임신 사실을 알린 참이었다.강수진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핏발 선 눈으로 소리쳤다.“아니에요, 다 당신 탓이에요. 당신이 아니었다면...”“아니, 강수진 당신 진짜 역겹다.”군중 속 누군가가 차갑게 끼어들었다.“남의 가정을 깨뜨린 건 당신이면서,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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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강수진은 이제 완전히 길거리에서 돌 맞는 쥐새끼 꼴이 되어 버렸다.그 장면은 곧바로 영상으로 찍혀 인터넷에 퍼졌고 순식간에 논란이 일파만파 번졌다. 결국 그 소식은 차씨 가문의 귀에도 들어갔다.이혜정은 마침 상류층 사모님들과 모임에 나와 있었다. 이번 자리는 성운 그룹에 새로운 협력 기회를 따오기 위해서였다.“장 여사님, 듣자 하니 이번에 비전 그룹에서 새 프로젝트가 나온다던데요. 우리 성운에도 한번 기회를 주시면 어떨까요?”그녀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그러나 장 여사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훑더니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이 여사님 농담하시는 거죠? 예전엔 우리 같은 회사는 거들떠보지도 안던 게 차씨 가문 아니었나요? 갑자기 왜 이제 와서 손을 내미시는 건지 모르겠네요.”곧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사가 받아쳤다.“그러게요. 지금 차씨 가문 꼴이 어떤지, 이 여사님은 아직 모르시는 모양인데. 방금 막 올라온 영상 못 보셨어요?”이혜정은 속으로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이런 자리는 언제나 그녀를 헐뜯을 기회로 삼는 무대였다. 성운 그룹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 누구보다도 오만했던 게 바로 자신이었다.그땐 다들 구걸하듯 찾아와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업보가 고스란히 돌아온 셈이었다.그녀는 분노를 삼키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장 여사님, 우리가 그래도 몇십 년 지기인데, 다 같이 윈윈할 수 있잖아요. 우리 성운이랑 손잡으면 브랜드 인지도도 커지고 협력 업체도 훨씬 많이 들어올 거예요.”하지만 상대는 냉정했다.“그만하시죠. 이 여사님, 오늘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이나 먼저 보세요. 그거 보고도 협력하자는 말이 나온다면 이상한 거겠죠.”“맞아요. 여기 앉은 사람들 중에 감히 성운 그룹과 손잡을 용기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걸요.”“무슨 말씀이신지...”이혜정은 당황스러움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급히 휴대폰을 꺼내 검색창을 열었다.실시간 검색어 1위의 제목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렸고 재빨리 영상을 눌러 본 순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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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이혜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동안 쌓였던 울분과 분노를 한꺼번에 터뜨렸다.“강수진, 너 우리 차씨 가문의 재앙이구나!”강수진은 방금 전까지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당한 뒤 가까스로 빠져나온 참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이혜정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억울하면서도 서러움이 치밀었다.처음 아이를 가진 채 차씨 가문에 시집왔을 때 이혜정은 친딸처럼 아껴주며 모든 걸 들어주었다.하지만 아이를 잃은 뒤로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사사건건 비꼬고 일 있으면 임서율과 비교하며 상처를 주는 일이 다반사였다.강수진은 울분을 꾹 삼키며 억지로 진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이건 제 탓이 아니에요. 주헌이가 어젯밤에 임서율이랑 같이 있었다고요! 남녀가 한밤중에 같이 있었던 일이 세상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차씨 가문이 망신을 당하잖아요!”이혜정은 헛웃음을 터뜨렸다.“강수진, 그 말이 다른 사람 입에서 나왔다면 믿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네 입에서 나오니까 그냥 우습기만 하구나.”“너, 네가 어떻게 주헌이 옆자리를 차지했는지 잊었니? 임서율한테서 빼앗은 거 아니야? 그리고 아이 잃은 게 벌써 언젠데 아직도 소식 하나 없고. 너 정말 애 낳을 수는 있는 거야?”“내가 왜 널 며느리로 받아들였는지 알아? 임서율은 애도 못 가지고 귀도 들리지 않아서 가문의 체면만 구겨. 그런데 넌? 아이만 낳을 수 있다는 거 빼고는 임서율한테 하나도 못 미쳐.”강수진은 그 말에서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어머니, 설마 주헌이랑 임서율을 다시 이어줄 생각이신 거예요?”“못 할 것도 없지. 어쨌든 임서율은 아직 미혼이고 두 사람이 다시 합쳐지면 우리 차씨 가문에 훨씬 유리할 테니까.”“그럴 수는 없어요! 절대 안 돼요!”더는 태연할 수 없었던 강수진은 목소리까지 높아졌다.“나한테 소리 질러봤자 소용없어. 너 스스로 방법을 찾아. 우리 차씨 가문은 무능한 사람을 거둘 생각 없어. 그리고 네 인터넷 문제, 스스로 수습 못 하면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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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임서율은 반드시 차주헌의 삼촌이 누구인지 찾아내야 했다.며칠 전 양지우가 다른 경로를 통해 조금씩 캐낸 정보가 있긴 했다.키는 대략 190cm 정도, 인상은 차갑고 무뚝뚝하며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그리고 깊은 눈매와 압도적인 분위기를 지녀서, 사람들 틈에 있어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임서율은 그 특징들을 곱씹으며 되뇌었는데, 되뇌면 되뇔수록 웃음이 새어 나왔다.정보라고 하긴 했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모른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자리에 오는 사람들이 보통 인물일 리가 없으니 말이다.그녀는 손에 든 클러치를 꼭 움켜쥐었다.안에 들어 있는 것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불안해졌다.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차주헌의 삼촌을 찾아, 임규한의 억울함을 풀어야만 했다.임서율이 홀 안을 둘러보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를 쫓았다.“세상에, 저 사람 차주헌 전처 아니야? 다들 죽은 줄 알았는데 어떻게 여기에 있어?”“죽긴 누가 죽어, 실종이지. 경찰에서도 사망 통보 같은 거 없었다잖아.”“그럼 지난 5년 동안 어디 있었던 거야? 들리는 얘기로는 차 대표가 몰래 찾고 있었다던데.”“진짜? 그렇다면 차 대표가 아직도 전처를 잊지 못한다는 거네.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그럼 그때 왜 굳이 이혼한 거야? 그냥 살면 되지 않았나?”“그걸 몰라서 묻냐. 남자들 다 그렇다니까, 마음속에 첫사랑 같은 존재를 두고 살아. 아내가 있어도 그 자리는 비워두는 거야. 차 대표도 그랬던 거고. 결국 다시 만나서 과거를 메우고 싶었던 거겠지.”“근데 막상 다시 만나면 그 환상이 깨져. 깨지고 나면 결국 전처가 더 나았다고 느끼는 거지.”임서율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차주헌의 속마음을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해부하다니, 당장 가서 박수라도 쳐주고 싶을 정도였다.그녀가 여전히 홀 안을 살피고 있을 때 뜻밖의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임유나와 정설아가 자리 잡고 있었고 정설아는 한 중년 남자를 임유나에게 소개하고 있었다.남자는 머리가 벗겨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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