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모든 시선이 회의실 문 쪽으로 쏠렸다.하도원은 맞춤 검은 수트에 하얀 셔츠 차림으로, 차갑고 범접할 수 없는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각진 잘생긴 얼굴, 날카로운 눈매, 얇게 다문 입술,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하고 고고한 기운이 사람을 압도했다.그가 한 발 회의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한층 무거워졌다.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차주헌이었고 그의 목소리 속에 미묘한 긴장기가 묻어났다.“하 대표님, 여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하도원은 길고 뚜렷한 손가락으로 휴대를 굴리며 장난하듯 만지작거렸다. 밖에 있던 여직원들의 시선이 그의 손에 꽂혔는데 바라보는 눈빛이 별빛이 튀듯 반짝였다.“하 대표님 어떻게 저렇게 잘생길 수 있지?”“손만 봐도 눈이 호강한다니까.”“그러게, 그런데 위압감이 장난 아니야. 방금 들어올 때 그 아우라 봤어?”임서율의 눈빛이 잠시 멍해졌다.그가 여기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하도원은 원래 이런 시끄러운 자리에 끼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설령 옆에서 누가 싸움을 벌이더라도, 태연히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부류였으니까.그는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사람들을 스윽 훑어보더니, 회의실 의자를 끌어다 마치 주인처럼 앉았다.“나이 드니까 이런 구경도 해보고 싶어서 말이에요. 겸사겸사, 한 무리 사람들이 여자 한명을 어떻게 몰아붙이는지도 보려고요.”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하도원은 그야말로 기죽을 줄 모르는 사람, 한종서조차도 인정한 유일한 ‘배짱왕’이었다. 누구의 체면이든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은 그대로 내뱉는 사람이었다.그가 이렇게 대놓고 진실을 꺼내자 회의실은 순식간에 숨 죽인 듯 고요해졌다.하도원은 길게 뻗은 다리를 회의 테이블 위에 툭 올리고, 몸을 느슨하게 젖힌 채 의자에 기댔다.“저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얘기 계속 하세요.”주주들이 서로 눈치를 보았다.“이건...”“이제 뭘 더 말하냐고...”“대체 누가 불렀어?”“내가 어떻게 알아!”임유나는 하도원을 보자마자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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