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율은 양지우와 함께 자리로 돌아와 가볍게 기침을 하고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 그리고 마치 진지하게 업무 이야기를 나누려는 듯한 태도로 하도원에게 말을 건넸다.“하 대표님, 아까는 일 얘기를 하러 오셨다고 하셨죠.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말씀하시는 건가요?”하도원은 잠시 눈썹을 치켜올리며 길고 뚜렷한 손가락으로 탁자 위를 느긋하게 두드렸다.“정말 내가 협업 얘기를 하러 왔다고 생각하는 건가?”임서율은 고개를 갸웃했다.“협업이 아니라면 지금 혹시 졸리세요? 공포 이야기라도 해드릴까요?”하도원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느슨하게 기대며 말했다.“너희 회사 사정은 네가 더 잘 알 텐데. 아직 우리 회사랑 손잡을 자격은 안 되지 않나.”임서율은 곁의 양지우에게 눈짓을 보냈고 양지우는 준비해온 서류를 꺼냈다.“일단 계획안을 한 번 보시고, 협력 여부를 판단해 주셔도 늦지 않으실 거예요.”하도원은 몸을 일으키지도 않고 손끝으로 대충 서류 모서리를 걸어 당기더니 무심하게 한 장 넘겨보았다.양지우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이 프로젝트는 임서율이 직접 준비한 것이긴 하지만 워낙 생소한 분야라 국내에 유사한 사례도 없는 상황이었다.만약 시장을 뚫지 못하면 이후 투자금은 송두리째 사라질 터였다.투자는 작은 문제가 아니었으니까.그런데도 임서율은 이렇게 정면승부를 택한 것이다. 너무 무모한 건 아닐까?회의실 밖에서 지켜보던 이들도 수군거렸다.“임서율, 너무 우쭐대는 거 아니야? 우리 회사가 어떻게 운성시 넘버원 기업이랑 손을 잡을 수 있겠어?”“그러게, 허세 부리는 거지.”“허세는 그렇다 쳐도, 수습 못 하면 끝장인데...”“차라리 상대가 그냥 뚱뚱한 아저씨나 대머리였다면 어떻게든 넘어갔을지도 모르지. 문제는 그게 하도원이라는 거야. 하 대표라고!”“맞아. 하 대표가 어떤 사람인데. 워낙에 차갑고 까다롭기로 유명하잖아. 웬만한 수완 없으면 미인 하나 붙여줘도 꿈쩍도 안 하는 사람이야.”“못 보겠다. 곧 망신당할 텐데...”하도원은 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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